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수호전 (문단 편집) === 서로 모순되는 가치관과 갈등 묘사 === 수호전은 얼핏보면 주인공들이 거리낌 없이 인명을 살상하고, 도적질을 행하는 등, 도저히 감싸주기 힘든 악행을 저지르는 것을 미화하는 내용으로 이해하기 쉽다. 물론 작품이 어느 정도 피카레스크물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보통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행동을 거리낌 없이 행하는 대리만족물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재물을 한창 쌓아놓은 부잣집을 털어서 사람들에게 죄다 뿌리고, 본인들도 그것을 챙기며 희희낙낙한다거나, 오만하게 구는 관리를 한칼에 쳐죽이는 등. 이런 점에서 보자면 이는 후대의 무협지의 대리만족적 정서와도 연결되며, 아예 수호전을 무협지의 원조로 보는 견해까지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유교적 질서와 민간의 가치관의 충돌, 형식적이고 현실과 괴리되어 그저 부패하고 탐욕스러운 강자를 옹호할 뿐인 사회질서에 대한 반항심과 분노,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악행이 마치 인과응보처럼 돌아와 천하를 횡행하던 영웅들이 그들이 비웃고 증오하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싸우다가 허무하게 혹은 잔인하게 죽어나가며, 남은 생존자들조차 도망치듯이 조정을 등지고 도망치는 등 씁쓸하고 비극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애당초 마냥 108호걸을 그저 영웅마냥 묘사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하늘의 신선들조차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위험하고 난폭한 요괴들이 사방에 풀려나가 사람 몸을 타고 들어와 부활한 것인데, 영웅담의 핵심 중 하나가 그들의 탄생을 미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미 이들의 결말이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복선이 기다리고 있다. 또한 비참하게 죽임을 당한 형의 복수를 행하기 전까지는 여러 잘못을 저질렀어도 사회 질서에 순응코자 했던 무송이 전투 도중 왼팔이 잘린 것을 계기로 세상을 등지고 육화사에 정식으로 출가하거나, 멀쩡한 관리이자 명성 높은 협객이었던 임충이 아름다운 아내를 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온갖 수난을 겪다가 양산박으로 들어가야 하는 처지가 되어 몰락하는 등, 사회적 질서가 타락하여 극단이 극단을 부르는 세태 또한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도적으로서 이미 잘먹고 잘 살고 있었으며, 이미 관의 힘이 약해져서 도저히 토벌이 불가능했을 양산박의 영웅들이 관의 용서를 받고자 뒤로 뇌물까지 바치면서까지 나라에 다시 귀순하여, 목숨을 걸고 역적들과 싸우다가 죽어나가는 묘사는 이들이 단순히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악당이라 보기 어려운 측면을 보여준다. 얼핏보면 굉장히 모순적인 108 영웅들의 행보는 수호전이 완전히 정리되는 과정에서 뒤섞인 여러 가치관이 서로 모순되는 측면도 있으나, 근현대 이전의 중국 사회가 어떤 곳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 독자들의 생각과 달리, 당시의 윤리관이나 명예 개념들은 우리가 아는 안정적인 법치국가의 그것과 전혀 달랐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단 사회 지도층과 빈민, 천민, 일반인들과의 가치관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중국 사회인 데다, 끊임없이 지배계층이 변동하고, 불안정하며, 넓은 땅덩어리에 온갖 민족들이 뒤섞여 형성된 것이 중국이라, 하나의 가치관 아래에서 정립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지역이나 시대 정서에 따라서 각각의 해석이나 이를 따르는 방식이 달랐다. 그러다보니 사람을 함부로 해치는 것을 금하는 유교의 정서로는 이해가 안되지만, 또 반대로 유교가 중시하는 효, 충, 의와 같은 거시적인 개념을 위해서 누군가를 상하게 해야 하면 어떻게 해야 되나? 만약에 도저히 순응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질서가 타락하고 위선적이면 어떻게 해야 되나? 라는 질문에 일관된 답을 내릴 수 없어, 그 당시 정서에 따라, 이런 경우에는 사람을 죽이거나 해도 어쩔 수 없다거나, 오히려 이를 권장하는 등, 현대인들과 그 당시의 사고방식이 전혀 달랐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또, 그렇다고 기본적인 인간의 양심이나 공감능력, 정서를 또 완전히 거스르는 것은 아니라서, 수호전의 인기 캐릭터라는 이규의 행보는 이미 작중인물들조차도 기겁하면서 이 새끼 죽여야 되는 거 아니냐? 라고 치를 떨 정도로 묘사가 되며, 송강조차도 친동생처럼 아끼는 놈이지만 사람 할 짓을 못하니 너를 죽여야겠다며 몇 번이고 벌하려다가 간신히 참는 경우도 많았다. 당장 지나가는 사람들을 죽여서 먹고사는 양산박의 흉악한 산적들이, 우리의 도적질은 그래도 먹고 살 방법이 도저히 없다보니 행하는 방식이라 그렇다 치지만, 단지 맹세 때문에 멀쩡한 일반인을 죽이는 것은 잘못된 거 아니냐고 당황하는 것이 임충과 왕륜의 투명장 에피소드를 통해 나타나고, 누가 하나 죽이는 것은 그냥 파리 목숨 날리는 것처럼 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이 도적들이 정작 존경하는 대상이 싸움질 잘하고 칼질 센 전형적인 강자존의 인물이 아니라, 평범한 약자들을 돕고,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나서서 일을 해결해주고, 강호의 여러 협객들과 친구처럼 교류하며 의리를 지킨 송강이라는 점 등. 또한 수호전은 전형적인 당대의 평민들의 욕구에 부응하며, 사회 지배계층의 질서와 정면충돌하는 내용이라는 점 또한 잊어서는 곤란하다. 고금을 막론하고 학문과 문학을 제대로 누릴 수 있으며, 비평까지 가능했던 문사계층이나, 혹은 서구의 부르주아, 그리고 그들의 정서를 계승하여 형성된 법치국가 사회를 사는 현대인들과 당장 하루하루가 고된 노동과 빈곤, 낮은 교육 수준과 관리와 지배계층에 평생을 지배당해온 밑바닥 정서를 지닌 당대 중국의 평민 사회의 가치관이 잘 맞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들 입장에서 수호전의 영웅들이 저지르는 '악행'은 그들의 겪어온 삶의 무게와 정서를 대변하는 무언가였으며, 잘난 사람들이 입으로 지껄이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질서의 굴레 속에서 신음하던 그들에게 기존 사회 질서라는 것은 때로는 위선적이고 역겨운 것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따르고자 했으나 결국에는 실패하고 이에 대항하는 108영웅들의 행보와 자신을 겹쳐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수호전은 이런 모순적 정서와 갈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읽어야하는 작품이며, 의도했던, 의도하지 아니했던 간에 작중 인물과 시대상의 이런 복합적인 측면, 그들의 겪는 비극과 내적 갈등이 당대 사회의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일으켰기에 오래도록 살아남으며 인기를 누렸다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애시당초 지배계층들의 삶과 죽음을 다룬 삼국지가 우리 나라에 메이저했지만, 이런 중국 사회들의 평민들의 욕망과 갈등을 다루는 수호전은 한국에서 마이너 했다는 점도 잊어서는 곤란하고 말이다.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