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인도네시아 (문단 편집) ==== 정통화 ==== 앞서 인도네시아의 히잡 착용에 대해 서술된 부분이 있다. 요약하면 오늘날 인도네시아에서 무슬림 여성의 히잡 착용은 선택에 따른 것이자 패션 요소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는 타당한 서술이나, 역사적으로 인도네시아 이슬람의 전반적 정통화 과정의 관점에서 조금 더 살펴볼 수 있다. 이 절의 참고 문헌은 다음과 같다. * 김형준. ''히잡은 패션이다''. 서울: 서해문집, 2018. * 김형준. ''이슬람과 민주주의''. 서울: 눌민, 2021. 19세기와 독립 직후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자바인]] 여성은 히잡을 쓰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이 시기에 찍힌 자바인 여성의 사진에는 여성이 대부분 맨머리를 드러내고 있거나, 무언가를 쓰더라도 히잡류가 아닌 전통 예복의 모자 내지 머리장식을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바는 열대 기후 지역이고, 아무리 무슬림이라고 해도 고유 전통이 지속된 자바에서 히잡과 같은 거추장스러운 의복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비슷하게, 이때는 자바에서 지역 사회의 이맘 역시 아랍어에 그다지 능통하지 못했고, 이슬람 지식 역시 제한되었으며 자바 전통이 뒤섞인 방식으로 이슬람 의례를 수행하였다. 정통 이슬람 지식은 근대 이슬람을 받아들인 도시 지역의 이슬람 학자들에게만 퍼져 있었다. 자바 외 타 지역, 특히 수마트라는 경우에 따라 조금 더 정통/아랍 이슬람에 가까운 경우도 있기는 했다. 가령 [[서수마트라]] 미낭카바우 지역은 19세기 파드리 전쟁 과정에서 전통-세속 지배층과 이슬람-이맘 간 이원적 구도가 자리잡혀 상대적으로 종교 지도자를 중심으로 지역 사회가 정통/아랍 이슬람에 호의적이었고, 교육열이 높아 새로운 문물을 수용하는 것이 용이했다. 따라서 서수마트라 지역에서는 전쟁 이후 19세기부터 지역 사회에서 정통 이슬람 수용과 학습이 인도네시아 기준으로는 빠르게 진행되었으며 이미 19세기부터 여성의 히잡 착용도 비교적 널리 퍼졌다. 20세기 초 [[끼블라]] 문제는 히잡 외에도 전통 자바 이슬람이 근대 정통 이슬람과 충돌하는 초기 사례로 소개할 만하다. 인도-자바 전통이 건축 양식에서 존속했던 전통 시대(20세기 초 이전)에는 사원(모스크) 건축 역시 힌두적 동서남북 방위의 조화에 의거하여야 했었는데, 가령 욕야카르타 지역의 사원을 지을 때 북쪽은 므라피산, 남쪽은 남해 바다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사원의 [[미흐랍]]은 고정된 남북 축에서 서쪽으로 만들어져 [[메카]] 방향과 한참 어긋나 있었고, 이에 따라 자바 무슬림들은 정통 이슬람에 따르면 모두 잘못된 방향으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20세기 초 이전의 전통 천문학 지식으로도 끼블라가 잘못되어 있음을 알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비록 당대 발전한 유럽 과학에 비하면 초보적인 수준이었지만, 17세기에 [[마타람 술탄국]]이 다양한 역법 체계를 비교하고 독자적 역법을 수립했고, 16~19세기 내내 전통 천문학이나 점성술을 포함해 다양한 주제에 관해 [[자바어]] 문헌이 작성되어 온 것에 비추어보면 전통 시대 자바인들의 과학적 인식 능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또한 전통 시대부터 항해술이 발달한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방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기본적인 기술에 속했으며, 16~19세기에도 소수지만 메카 순례를 다녀온 자바 무슬림이 있었다. 하지만 군주가 세운 사원에 관해 토를 다는 것은 자바 전통에 어긋나는 일이었으므로 이 관행은 유지되었다. 그러나 20세기 초 근대 이슬람을 받아들인 개혁가들은 사원의 미흐랍이 잘못된 방향으로 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사원에서 미흐랍이 아닌 올바른 방향으로 예배를 올리도록 권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시도는 전통 관료들과 전통주의, 혼성 이슬람을 고수하는 사람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렇게 자바 이슬람은 정통 이슬람에 없거나 심지어 하람에 해당하는 관행을 다수 간직하며 정통 이슬람과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대략 1980년대 및 1990년대 무렵부터 자바 지역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이슬람은 '정통화'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교육 저변의 확대,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아랍국의 정통 이슬람 보급 노력, 군부 정권 종교 관리 정책의 반작용 등이다(수하르토 시대 인도네시아 이슬람의 역사는 상당히 복합적으로, 단순히 정부의 탄압/민간 이슬람의 저항이라는 도식으로 요약할 수 없다. 수하르토는 1990년대에는 정권의 유지를 위해 이슬람에 유화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수하르토 정권 말기와 민주화 시대에는 이에 따라 일반 무슬림도 어느 정도 정통 이슬람 및 아랍어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하였다. 이것이 시각적으로 가시화된 지점이 바로 젊은 무슬림 여성의 히잡 착용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자바에서 무슬림 여학생이 히잡을 쓰고 다니면 오히려 별난 애 취급을 받았다. 예외적으로 이슬람계 종교 학교 여학생은 히잡을 쓰는 경우가 많았지만, 학교에서만 쓰고 하교 후에는 벗고 다니는 경우가 흔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와 2000년대가 되면 조금씩 일상적 히잡 착용이 흔해졌다. 2000년대와 2010년대에는 학생 사이에서 마침내 히잡이 일반화되었다. 히잡을 착용한 학생에게 히잡은 신실한 무슬리마의 증표였고, 점점 이들이 도덕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사회적 인정을 받으면서 히잡을 쓰는 학생이 늘어났던 것이다. 물론 오늘날에도 굳이 종교색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등의 이유로 히잡을 쓰지 않는 무슬림 여학생도 많지만, 쓰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던 시절에 비해 적어도 무슬림 여성 사이에서 히잡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민주화와 함께 대중문화 영역이 확장된 2000년대와 2010년대부터는 대중문화에서도 정통/아랍식에 가까운 이슬람 가치를 강조하는 흐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도 수피적 신비주의 문학 등이 엘리트 문단에서 독특한 흐름을 형성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이슬람적 문화를 더 많이 소비하기 시작했고, 컨텐츠 제작자들도 이 수요에 발맞추어 더욱 많은 이슬람 문화 상품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이슬람적 대중 영화, 이슬람 로맨스 소설(가령 남주가 알아즈하르 학생인 무슬림 엘리트라는 식), 주인공이 무슬림임을 강조하는 애니메이션 등이 활발히 제작되었으며, [[마케팅]]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무슬림 정체성이 활용되었다. 이는 2020년대 초반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렇게 이슬람적 가치를 강조하는 유의미한 비주류 대중문화는 도덕적 호평과 함께 세속적 주류 대중문화와 대부분 잘 공존하고 있고, 둘을 잘 분리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오늘날 인도네시아 이슬람의 정통화가 뚜렷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것이 세속주의의 거부나 불관용의 증가 등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 특히 자바와 마두라의 무슬림은 어느 정도 정통화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부분 전통적(정통 이슬람이 아닌 자바식 전통을 따름), 세속적이며, 이슬람을 여러 종교 중 하나, 즉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의 문화적 기반 정도로 상대화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슬람적 정통 도덕의 강조는 오늘날 가속화한 세계화와 젊은층이 숨쉬듯 받아들이는 해외 문화와 길항하며, 문화적 논쟁을 야기하기도 한다.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