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한글/역사 (문단 편집) ==== 파스파 모방설의 한계 ====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파스파 가설이 상당한 비판의 여지가 있는데,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 훈민정음은 파스파 문자와 달리 각 음소의 간결한 표기를 위해 획을 최소한만 사용한다. 다음으로 이렇게 획수가 제한되고 좌측상단부터 직선으로만 긋는 조건에서 나올 형태는 한정된다. 처음에ㆍ, ㅡ, ㅣ를 그리면 그 다음 가능한 획은 ㄱ, ㄴ 두개다. 여기에 획을 더해가면 당연히 밭 전田형태 범위의 문자들만 나온다. 그래서 티벳자를 정방형으로 다듬은 파스파자와 기본 골격이 비슷해보일 수 있다. 근데 그게 전부다. 한 두 획으로 음소를 나타내는 한글과 달리 파스파 문자는 기존 문자를 손봤을 뿐이라 획은 훨씬 많고 일관성이 떨어지는 데다 '''대부분의 글자'''가 ㄲ, ㄹ, ㅌ를 닮았다. 여기에서 ㄱ, ㄷ, ㄹ, ㅂ, ㅈ의 다섯 기본형을 추출해내기는 어렵다. * 치음과 순음의 기본자인 ㄴ, ㅁ 등이 유성 비음(불청불탁음에 속함)임에 비해 아음의 기본자인 ㄱ은 무성 무기 파열음(전청음에 속함)이라 일관성이 없다고 하였으나, 이미 해례본에서 /ŋ/이 아음의 불청불탁음인데도 아음의 기본자로 나타내지 않은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ŋ/은 아음(연구개음)이긴 하되 목구멍 쪽에서의 콧소리가 섞이는데다([+ 비음성]), 이미 중국 현지 음운체계에서도 성모 疑[ŋ]이 喻[∅]과 구분이 흐려져 혼용되던 현실을 반영해 아음의 기본자 'ㄱ'으로 나타내는 대신 목구멍 모양을 본뜬 'ㅇ'에 획을 따로 더한 'ㆁ'으로 나타냈다는 것이다. 여기에 아음은 오행상 나무에 속하고 후음은 오행상 물에 속하는데, 나무의 새순은 물을 많이 머금고 있기에 아음의 불청불탁자는 후음 기본자 'ㅇ'과 유관한 'ㆁ'으로 나타냈다는 음양오행적 해설까지 더했다. * 그리고 이와 같은 비일관성은 자연어를 표기하는 문제에 있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현상이라 할 수 있는데, 이론적 정합성 뿐만 아니라 그 언어 화자들이 사용할 때의 실용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구강 구조 때문에 각 조음부위와 조음방식에 따른 발음과 변별의 난이도가 달라지고, 따라서 음소의 분포와 사용 빈도도 달라지며, 여기에서 일관성과 편의성 사이의 불일치가 발생하기에 두 가지 원칙 사이에서 저울질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앞서 말한 아음 성모 疑[ŋ]는 많은 언어들에서 어두에 오는 경우가 드문 자음이다. 한국어도 예외가 아니라 고유어와 한자어를 막론하고 예전부터 어두에서 발음되지 않았다는 것이 정설이며, 서술했다시피 중국조차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 이미 기존 중고한어 성모체계의 疑[ŋ], 影[ʔ], 喻[∅] 사이 구분이 무너져 소실되는 초기 관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어두에 올 때 일본어처럼 /ɡ/로 발음되었다면 모를까, 한국 고유어와 한자어 모두에서 묵음이며, 중국 관화에서조차 소실된 초성 [ŋ]를 표기하기 위해 음운론에 맞춰 아음의 기본형 "ㄱ"을 할당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다. 치음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로, 불청불탁은 조음부위가 달라 반치음으로 따로 분류될 뿐더러 조음이 불안정하여 중국에서도 이미 /ʑ/, /j/, /z/ 등으로 변한데다 한국에서도 비음 대신 /z/로 발음되는 日[ɲ] 뿐이라 순음, 설음의 경우처럼 불청불탁-전청-차청으로 이어지는 가획원리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그럴 바에야 반치음 대신 훨씬 사용빈도가 높은 세치음 心[s]에 기본형 "ㅅ"을 할당하고 여기에 가획을 해 ㅈ, ㅊ을 만드는 것이 실용적이다. 해례본에서도 이런 불균일성을 의식해 어째서 기본자 ㄱ, ㅅ은 ㄴ, ㅁ, ㅇ과 달리 청음이 배당되었는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위처럼 충분히 우연의 일치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을 가지고 따왔다고 하는 것은 언어학적 무리수이다. 예컨대 한글 ㅣ가 로마자 I와 모양과 소리가 똑같다고 로마자 모방설이 타당하다 할 수는 없다. * 파스파 문자에서 참고한 것은 자형이 아니라 표음문자의 개념이고 파스파 문자에서만 참고한 것도 아니다. 예컨대 합자원리는 세로로 줄줄이 늘어놓는 파스파 문자보다는 오히려 여타 한자와 남아시아권 나가리계 문자들과 더 비슷하다. 그리고 이미 중국에선 불교의 전래와 함께 인도의 음운학을 받아들여 조음부위에 따라 성모를 분류하고 이를 운모와 짝지어 한자들을 분류, 정리한 <광운>, <집운> 같은 운서들을 내놓을 정도로 발전시킨 상태였기에 음소의 조합으로 한 음절이 만들어진다는 개념이 전대미문의 것도 아니었다. * 세종실록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 안 그래도 자국만의 '''오랑캐 문자'''만든다고 신하들과 유생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힌 세종대왕이다. 한자의 전서체를 참고했다고 밝혔으나, 반대쪽에선 뭘 참고했건 새로운 문자체계 만드는 것을 오랑캐짓 취급해서 씨알도 안 먹혔다. 조선이라는 나라부터가 여말의 신진사대부들 중에서도 북원과의 화친을 극렬히 반대했던 급진반몽주의자들이 세운 나라인데 조선 초기에 문자를 만들면서 오랑캐 문자인 몽골문자에서 따왔다고 밝힐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내막이야 어찌되었든 조선 왕실의 공식 주장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것이지 파스파 문자에서 베껴왔다는 게 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 레드야드는 실록 등에 나오는 '''고전자古篆字'''를 몽고전자蒙古篆字로 해석했지만 고古를 몽고로 해석한 것부터가 비약이다. 조선조에 '몽골(ᠮᠣᠩᠭᠣᠯ)'의 한자 표기 '몽고(蒙古)'를 약칭할 때는 ''''몽(蒙)''''으로 썼다. "[[몽어유해]]"의 "몽어(蒙語, [[몽골어]])"가 그러하며, [[조선왕조실록]]에서 확인되는 몽서(蒙書, 몽골 글), 몽자(蒙字, [[몽골 문자]])가 그러하다. ([[http://sillok.history.go.kr/id/kpa_10612005_005|실록 기사]]) '고(古)'로 쓴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고전자(古篆字)'가 "몽고 전자(蒙古篆字)'이기 힘들다. 그러니 기록의 맥락에도 어긋나는 해석이다. 실록 중 이 표현이 나오는 부분에서 최만리는 새 글자를 반대하며 이렇게 운을 뗀다: 儻曰諺文皆本'''古字''', 非新字也, 則字形'''雖'''倣'''古之篆文''', 用音合字, 盡反於古, 實無所據. "혹 말하기를 언문은 다 '''옛 글자'''를 본떴고 새 글자가 아니라 하지만 '''비록''' 모양은 '''옛 전문篆文'''을 베꼈어도 음을 쓰거나 글자를 합치는 것은 다 옛것에 거스르는 것이니 실로 근거랄 것이 없습니다." 여기에서 그는 표음과 자모 조합이라는 방식만을 지적하며, 이어서 다음 논거를 든다: 自古九州之內, 風土雖異, 未有因方言而別爲文字者, 唯'''蒙古''', 西夏, 女眞, 日本, 西蕃之類, 各有其字, 是皆'''夷狄'''事耳, 無足道者."옛부터 구주 안의 풍토는 비록 달라도 지방의 말 때문에 따로 글자를 지은 일이 없고, 오직 '''몽고''', 서하, 여진, 일본, 서번 무리만이 각기 글자를 가졌지만 이는 다 '''오랑캐'''짓일 뿐이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오랑캐에 몽골도 있다. 만약 고전자가 이 "오랑캐"의 문자를 뜻했다면 최만리가 당연히 고전자부터 문제삼으며 '모양도 (몽)고전자 따위를 본뜨고...'라는 식으로 글자의 형태부터 비판했을 것이나, 그는 새 문자의 창제와 음소조합이라는 문자의 원리를 비판할 뿐 고전자 부분에선 오히려 "비록(雖) 고전자를 본떴지만"이라며 한 수 무른다. 따라서 적어도 최만리가 언급한 '''고전古篆'''이라는 표현은 한자의 전서체를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 * 파스파 모방설은 이를 지지할 만한 당대 기록이 없는 것을 넘어 자음자 형태의 설명에 있어서도 비교우위를 가지지 못한다. 가령 파스파 모방설 쪽에선 순음에 해당하는 글자들의 형태적 비일관성을 지적하며 ㅁ-ㅂ-ㅍ이 가획을 통해 도출된다는 설명이 이상하다고 하지만, 정작 자신들도 파스파자의 ꡎ에서 어떻게 ㅂ이 도출되고 여기에서 다시 曰같은 형태 대신 ㅍ이 나오는지 명료히 설명하지 못한다. ㅂ과 ㅍ의 비일관성을 설명하기 위해 파스파자를 끌어오기엔 정작 이에 해당되는 ꡎ, ꡍ의 형태가 서로 유사하다. 그래서 모음과 결합하기에 적합한 구조로 만들다 보니 위 아래로 평평한 ㅍ의 형태가 도출되었다는 식의 설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 굳이 설명을 위해 파스파자를 끌어올 필요가 없어진다. 그 외에 파스파 모방설 측에서는 치음의 설명에 있어서도 다른 부위들과 달리 몽고자운의 성모 精[ts]에 해당하는 ꡒ 대신 세치음 心[s]에 해당하는 ꡛ에서 기본형 ㅈ을 추출하는데 음가는 [ts]을 배당하고 여기에서 다시 감획해 ㅅ[s]을 만들었다는 식으로 불필요하게 복잡하고 자신들이 강조하는 일관성도 유지하지 못한다. 그와 달리 조음기관을 모방했다는 해례본과 고전체를 모방했다는 실록의 내용을 종합하여 한자의 고전체 중에서 조음기관의 형태를 표현한 상형자들을 자음자의 기본형으로 삼았다고 보면 자음자들의 형태가 간단히 설명된다. 가령 순음 ㅁ의 형태는 입술의 모양을 본뜬 한자 口와 일치하고, ㅂ은 口의 전서체와 일치하며, 치음 ㅅ의 형태는 치열을 드러낸 입 모양을 드러낸 한자 齒의 이빨 부위와 일치한다. * 레드야드는 ㄷ 좌측 상단의 돌출부가 부자연스럽다고 하나 한자식 필법에 따르면 상단부는 아랫부분과 별개의 획으로 그어져서 匸 같은 형태가 나올 수 있다. 그리고 해례본에 따르면 돌출부가 없이 매끄러운 ㄹ, ㅁ, ㅅ 등과 달리 ㄷ은 기본자 ㄴ의 위에 가획을 해서 파생된 글자이기 때문에 첫획이 하단과 구분될만한 이유가 있다. * 순경음의 경우 파스파자는 후음 ꡯ[h]에 활음 ꡧ[w]를 덧대어 ꡤ를 만드는 식으로 표기하지만, 훈민정음은 중순음 ㅂ, ㅍ, ㅃ에 ㅇ을 덧대어 조음을 약화시킨 형태로 표기한다. 더 나아가 해례본에선 반설경음을 표시할 경우를 예로 들며 필요할 경우 순음 뿐만 아니라 다른 자음들의 하단에도 같은 용도로 ㅇ을 합자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훈민정음은 파스파자와 달리 [w] 등의 반모음을 표기하기 위한 별도의 글자가 없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 또한 파스파 모방설 측에서는 훈민정음의 초성이 절운 이래 중국 운서들의 전통적인 성모 배치처럼 순, 설, 치, 아, 후 순서가 아닌 아, 설, 순, 치, 후 순서로 배치되는 것을 두고 파스파자가 병기된 원나라 운서인 몽고자운 등을 따른 것이라는 식의 주장을 하지만, 이같은 성모의 배치는 남송 이전 시기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등운서인 사성등자(四聲等子)에서 이미 사용된 이래 경사정음절운지남(經史正音切韻指南) 등에서도 사용되던 체계이다.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