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한일관계 (문단 편집) ==== 일본의 대안 전략과 한계 ==== * 전략 [[일본]] 입장에서는 ''''"[[대한민국|믿지 못할 동맹]]'에 집착하느니 아예 [[한반도]]를 포기하고 [[미일관계]]를 확고히 하며 스스로 [[신냉전]]의 선봉에 서는 비용을 감내한다"'''는 선택지가 있다. 일본은 지난 하반세기 내내 [[대한민국|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름대로 의욕을 보여온 바 있으나 한일관계는 여전히 답보 상태이다. 일본 정계에서는 그 책임을 [[박정희]]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위안부]] 합의에도 불구하고 한국 국내의 정권교체를 이유로 이를 부정하거나 비판하는 말바꾸기,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문희상]] 의원의 천황 사죄요구 발언같은 무의미한 도발 등에 돌리는 편이며, 이런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한국과의 직접적인 우호 관계는 어렵다는 입장이 점점 힘을 받고 있다. 사실 우리는 피해자의 논리에 입각하여 일본이 잘못했으니 당연히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본은 '''일단 잘못은 잘못인데 구체적인 청산은 어디까지나 도덕률이 아닌 외교논리 안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쪽이다. 그러니까 한국 입장에서는 '당해보지 않은' 일본이 뻔뻔하게 오리발 내민다고 불평하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아무튼 현 시점에서 서로 국익을 두고 셈을 해보면 '좀 양보할 수 있을 만한' 문제들까지도 과거사를 이유로 양보를 안 하는 한국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사실 이건 누가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양국의 경험적 가치관에 따른 차이에 가깝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서구적 외교, 즉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다른 모든 명분은 이를 합리화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외교'''로 20세기 전반기에 막대한 성공을 거둔 역사적 경험이 있다. 반면 한국은 조선시대 500년을 지배해온 성리학적 관념의 영향으로 '''눈앞의 이익보다는 옳고 그름과 명분을 최우선'''에 두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일본의 실리론과 한국의 명분론으로 대표되는 양국 국민들의 가치관 차이에 대해 아주 잘 설명한 책으로 [[교토대학]]의 오구라 기조 교수가 수년간의 한국 생활을 바탕으로 집필한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라는 책이 있으니, 구할 수 있으면 읽어 보자.] 예컨대 [[오토 폰 비스마르크|비스마르크]]가 엠스 전보를 조작해서 보불전쟁을 일으키고 승리했던 걸 두고, 누군가는 "독일 제국의 통일이라는 민족의 염원을 위해서 기민한 전략을 취한 국제 외교가의 영웅"이라 평할 것이고, 누군가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지도 않은 말을 명분삼아 전쟁을 일으키다니 못 봐줄 전범이다"고 평할 것이다. 정답은 없지만, 전자는 일본의 스탠스에 가깝고, 후자는 한국의 스탠스에 가깝다. 오늘날 국제외교의 근간이 되는 유럽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기만과 배신의 역사가 수도 없이 많으며, [[아편전쟁]]처럼 정말 우리가 봐도 이건 아니다 싶은 수준의 전쟁이 아닌 다음에야 "당하는 사람이 바보" 정도의 입장을 견지해 왔다. [[오스만 제국|이슬람]][[제2차 빈 포위|과의 전쟁에서]] [[폴란드-리투아니아|폴란드에게]] [[윙드 후사르|구원받고는]] [[폴란드 분할|폴란드를 집어삼킨]] [[독일 제국|유럽]]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들]][[러시아 제국|이라든가..]] 반면 조선 사대부들은 [[임진왜란]]의 구원을 명분삼아 [[구한말]]까지도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영력제]]에게 제사를 지내곤 했다. 이런 '''인식의 차이'''가 [[구한말]] 조선의 파멸과 일본의 도약을 불러왔지만, 동시에 [[일본의 전쟁 범죄]]와 오늘날까지도 지속되는 [[일본의 피해자 행세|피해자 행세]]를 유발하기도 했으며, 또한 전 세계가 과거사를 청산하고 나아가는 와중에 유독 한일이 과거사 문제로 마지막까지 대립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나저러나 일본 입장에서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대륙 세력으로부터 일본을 보호해 주기 딱 좋은 위치에 있고, 문화적 동질성도 짙은데다 경제·군사적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국력을 갖춘 최적의 동맹 파트너이기는 하다. 그러나 단순히 반중동맹 파트너만을 놓고 보자면 [[호주]]나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들 같은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들의 국력이 한국보다 특별히 부족하지도 않으며, 일본은 한국과는 달리 막강한 경제력과 문화력을 바탕으로 잠재적 파트너들과의 우호관계를 구축해 둔 상황이기도 하다. 즉, 일본은 주요 현안들에서 굳이 양보하면서 애써 못 믿을 동맹에 들러붙기보다 한국이 대륙 세력에 접근하는 것을 내버려두되 [[한미관계]]를 흔들면서 [[미일관계]]에서 상대적인 이익을 얻고, 한국이 열도를 직접적으로 겨냥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관리만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직접적인 역내 이해관계의 충돌이 없는 외부의 중견 강소국들과 연대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이 한국 대신 신냉전의 최전방에 서게 된다는 것은 곧 일본이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받는다는 의미로, 보통의 [[일본인]]들에게는 불편한 일이겠으나 일본 정치를 장악한 [[우파]]들로서는 필생의 숙원인 보통국가화를 이루어낼 최고의 명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일본의 언론 보도 등에서 [[한미동맹]]을 음해하려는 시도가 종종 포착된 바 있으며, [[아베 신조]] 정부는 [[북한]]과 [[중국]]에 더해 [[한국]]에도 은근히 ''''못 믿을 국가''''의 이미지를 씌우면서 '조국 일본이 주변국들로부터 위협을 받으니 하루 빨리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재무장, 평화헌법 폐기, 보통국가화의 단계를 착착 밟아나갔다. 만약 한국이 대일관계를 경시하고 대미관계마저 일부 희생하면서 대륙세력에 접근했는데 정작 중국이나 북한이 예상했던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혼자서 독고다이가 불가능한 한국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기존보다 저자세로 미국과 일본에 다시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은 민주국가이기 때문에 국내정치에서의 반대 세력이 이러한 외교적 실패를 가만히 보고 있을 리도 없다. 이 부분에서는 아베의 계산법이 정확하게 먹혔던 것이 [[박근혜 대통령 중국 전승절 참석 논란|전승절 참석]]으로 한창 중국과 밀월관계를 가지다가 [[사드 배치 논란]]으로 뒤통수를 맞고 일본에 많은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케이스가 있고,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이 궁극적인 실패로 판명된다면 파멸적인 역풍을 받으며 다음 정권은 전통적인 관계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0년 6월 북한에서 민간 차원의 대북전단 살포 자제를 촉구하며 제재하지 않을 경우 남북정상회담을 무위로 돌려버리겠다고 협박하자 몇 시간만에 법 개정까지 검토할 것을 밝힌 바 있다. 지난 몇십년간 인질외교에 도가 튼 북한 정권이 해당 회담 결과물들의 의의를 모를 리가 없다. 트럼프 또한 코로나와 흑인인권시위 등으로 개판이 된 국내 정치판을 뒤집으려면 북미관계 외에 마땅한 수가 없어서, 북한이 저 두 회담을 가지고 협박하면 한국과 미국은 아니꼽더라도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판국이다.] 2019년 일본은 [[중국]]의 직접적인 위협을 줄이고 한국의 [[미일동맹]]에 대한 외교적 의존도를 높이기 위해 아베 총리가 직접 중국 TV에 나와서 신년 인사를 중국어로 발표하고 정상회담은 물론 실무자급 회담을 급격히 늘리는 등 [[중일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한일관계 개선이 아닌 대안외교 쪽으로 선회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일본의 이러한 전략적 의도를 장기적으로 방어하지도 설득하지도 못한 채 외교적 실패를 거듭한다면 한반도 문제에 [[독소 폴란드 분할|중국과 일본이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어버리는]] [[청일전쟁|역사의]] [[러일전쟁|비극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적과의 동침이 계속될 순 없고, 독소 폴란드 분할 이후 독일이 뒤통수를 치며 [[독소전쟁]]이 터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소련이 뒤통수를 맞은 게 고소하다고 해서 '''죽었던 폴란드인들이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다?''' 2차대전에서 폴란드는 소련과 중국 다음가는 막대한 민간인 피해를 입었지만, 그 전쟁범죄의 가해자 중 하나인 소련이 승전했기 때문에 전후 합당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한국으로서는 어디까지나 "독일"과 "소련" - 즉, 일본과 중국이 작당해서 "저 놈부터 조지고 생각하자"는 식으로 한국을 압박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우선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둘 중 적어도 하나와는 우호 이상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의 국력이 과거보다 충분히 강해져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는데, 현재 한국이 경제·군사적으로 자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건 어디까지나 [[북한]], [[일본]], 그리고 [[한미동맹]] 유지를 전제로 [[중국]]과 일대일로 맞붙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만일 한미관계가 소원해진 상태에서 중국과 일본이 모종의 형태로 작당한다면 한국으로서는 예나 지금이나 이를 막을 능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물론 국제사회가 예전처럼 군사적인 점령과 식민지배를 허용하지는 않겠지만, 국가가 종속국이 되는 방법은 꼭 직접적인 지배만 있는 것이 아니다.] * 한계 일본의 외교 방식이 꼭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일본이 자국의 입장만 고집하며 한국을 국제사회의 비이성적인 플레이어로 몰아가는 것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기본 진리를 망각한 태도이다. 모든 교류가 그렇지만 외교 역시 '''서로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가난하고 낙후된 채 동맹 없이 고립된 [[북한]]의 안보 불안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파탄국가라고 으름장 놓는 것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자기 기만에 불과하듯, 민주국가인 한국을 상대하면서 한국인들의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한 채 겉으로 드러나는 떡만 몇 개 던져주고 무조건 과거를 덮으라고 강요하는 것 역시 일본의 외교적 오판에 불과하다. 과거사가 국민정서에 직결된 만큼 도덕률을 떠나 해결하려는 행보는 오히려 한일관계에 있어서 개선의 지름길을 차단하는, 일본 스타일로 말하자면 "비합리적인" 실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냉전의 영향으로 [[서독]]과 [[폴란드]] 간 과거사 갈등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던 상황에서, [[빌리 브란트]]는 돈이니 조약이니 하는 것들 대신 폴란드에서의 무릎꿇기 한 번으로 여론을 반전시켰다. 오늘날 폴란드는 [[NATO]]의 가장 충실한 전위대가 되었고, [[프랑스]] 정도를 제외하면 나토의 대[[러시아]] 방위를 책임지는 국가이다. 물론 동유럽은 [[러시아]]와 인접한 이상 군축이 어차피 불가능[* [[북한]]과 [[중국]] 등 잠재적 위협 세력을 주변에 두고 있어 경제 사정과 무관하게 군축을 할 수 없는 한국과 마찬가지이다.]한 처지라, 경제적으로 서유럽을 따라잡기 전까지는 독일을 위시한 서유럽의 경제강국들이 안보에 더 투자해줬으면 하는 속내가 있긴 하다.[* 이것 또한 5~60년대의 한일관계와 닮아 있다. 당시 한국은 한국전쟁을 겪었던 상황이라 어차피 군축이 불가능했다 보니, 미국은 대신 한국에 일본의 안보까지 부담시키며 일본의 경제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 게다가 일본은 신장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미일 안보 동맹에서 한국에 우위를 점하려 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의 [[이승만]] 정부 입장에선, 일본이 아쉬울 때는 한국의 최전선으로서의 위치를 이용해 놓고 정작 그 덕에 살림이 나아지니 주도권을 장악하려 하는 꼴이라 불편한 기색을 지우지 못했다. 자세한 내용은 [[한미관계]] 문서의 제1공화국 부분 참조. 현대 [[독일-폴란드 관계]]에서 폴란드도 비슷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한 노르드스트림 문제[* 독불은 값싼 천연자원 수입을 위해 [[러시아]]와 손잡고자 했으나, 러시아를 불신하고 [[독소 폴란드 분할|러시아와 서유럽의 이해가 일치하는 것을 불안하게 여기는]] 동유럽에서는 여기에 최대한 어깃장을 놓으며 [[미국]]에게 서유럽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및 민주주의 문제[* 폴란드의 [[법과 정의당]]이나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등이 최근 권위주의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면서 서유럽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맹공을 받는 중이다. 유럽연합의 만장일치제를 악용하는 건 덤이고.]에서 서유럽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폴란드나 다른 동유럽 국가들은 독일의 "더 적극적인 목소리"와 "러시아에 맞선 안보 기여"를 견제하기보다는 '''오히려 요구하고 있다.''' 사실 한국인이 한국의 국익을 좇기는 하지만, 극단적인 국수주의자들을 제외하면 일본이 한국에게 모든 것을 양보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지는 않으며 일본 또한 자국의 국익을 좇을 권리가 있다는 정도는 인정한다. 폴란드가 독일과 경제나 무역에서 대립한다고 독일을 적성국 취급하지는 않는 것처럼, 한국인들의 불신도 삼성이 일본 기업들과 경쟁한다는 이유나 대일적자가 크다는 이유 따위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일본이 협상 대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일은 전후 꾸준히 나치 청산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동프로이센]]을 위시한 영토 문제에서도 이웃나라들을 자극하는 발언은 자제해 왔다. 이런 노력들이 인정받았기 때문에 주변국에서도 독일 통일과 유럽연합 내에서 독일의 패권을 큰 저항 없이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즉, 독일은 '''동유럽과 국익을 두고 서로 부딪힐 때는 부딪히더라도, 최소한 __동유럽에게 [[나치 독일|과거와 같은 팽창주의적 행보]]로 안보 위협을 끼치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을 주는 데 성공했다.__''' 반면 일본은 제국주의 침략을 끝까지 긍정하거나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며, 단순한 국익의 충돌을 넘어 안보 측면에서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물론 미국이 동아시아에 적극 개입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일본이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기는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민주화 이후의 한국의 정권(좌우파 가리지 않고)이 정권의 지지율을 위해 일본에 의한 안보 위협을 강조하는 면도 있기도 하다] 물론 독일도 과거사 문제에서 모두 깔끔한 것은 아니고, 애초에 국제정치에서 도덕을 따지는 건 미련한 일이 맞긴 하다. 그러나 적어도 독일은 '''자국과 이해관계가 얽혔거나 손잡아야 할 국가들'''에게는 확실하게 양보를 했다. 냉정하게 말해 [[나미비아]]는 독일의 대러전선에 도움을 줄 수도 독일의 안보나 경제에 위협을 가할 능력도 없는 국가고, 그러니 과거사 반성도 지지부진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폴란드]]나 [[이스라엘]], [[러시아]]는 적으로서든 동지로서든 영향력이 있는 국가이니, 독일도 매듭지을 건 지어야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는 실리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적성국이더라도 마찬가지인데 강력한 적일수록 쓸데없는 명분을 내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이 러시아와 매번 대립하면서도 나치 문제에서 만큼은 저자세로 나가고 [[승리의 날]]에도 참여하는 것은 그런 이유이다. 러시아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려면 적어도 현재의 독일은 깨끗하다 내지는 최소한 깨끗해지려고 노력하는 척이라도 해야 외교 무대에서 말빨이 서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여기서 일본에게 한국이 정말 "불필요한" 국가인지를 따져봐야 하는데, "한국이 정말 일본이 무시할 만한 수준의 국력을 가진 국가인가?", "일본이 단독으로 중국의 부상이라는 지정학적 위협을 막을 수 있는가?", "일본 주변에 한국을 대신할 만한 위치의 파트너가 있는가?"의 세 가지 질문 모두 결국 답변은 '''No'''로 귀결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하다못해 한국이 가난한 후진국이던 5~70년대면 모를까 현 시점에서의 한국은 결코 일본이 무시할 만한 국가가 아니며, 그렇다고 적대 진영에 속한 국가도 아니다. 그렇다면 5~70년대에야 나몰라라 했더라도,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인식을 재고하는 것이 일본의 국익에도 진정 "합리적인" 판단이다. 객관적으로 일본은 문화대국이자 경제강국이며, 한국은 물론 일제에 피해를 입었던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일본 문화를 즐기고 일본인과 교류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의 체제 역시 [[일당우위제]]라는 한계는 있지만 어쨌든 자민당이 거둔 성과와 야당의 무능에 근거한 정당한 절차의 국민 투표로 이뤄지는 선진 민주주의로 인정받으며, 최소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한국]]과 [[대만]], [[호주]], [[뉴질랜드]] 정도와 함께 민주주의의 모범이 될 수 있는 국가이다. 그리고 그러한 위치야말로 한미일과 북중러가 얽힌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이 원하는 그림에 가깝고, 또한 일본 입장에서도 가장 이익이 되는 구도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일본은 독일처럼 민주국가들 간의 지역 동맹체를 통해 역내 질서를 주도하는 위치에 설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나, 자국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인해 스스로 그 기회를 걷어차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일본의 한반도 포기 및 대안외교 전략은 어디까지나 일본이 가진 '선택지'일 뿐이다. 일단 군사적인 면부터 살펴보자. 일본 열도와 한반도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상기해본다면, (미국을 제외하고) 저 멀리 떨어진 국가들과 친목을 다져본들 한국을 적대함으로써 발생하는 열도의 안보불안을 해소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금방 깨달을 수 있다. 호주나 인도, 대만은 저 멀리 떨어진 일본이 인접국과 벌이는 분쟁에 개입할 의지도 역량도 이유도 없으며, 그 대상이 중국이나 북한도 아니고 역시 같은 서방세계의 일원이자 선진국인 한국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설사 한국이 반일이 아닌 중립을 취한다 해도, 한국이 일본 열도의 방파제가 되어주지 못한다면 일본은 직접적으로 북한과 중국의 공세에 노출되는데, 과거의 일본이면 모를까 현재의 일본은 순수 외교전에서조차 중국에게 우위를 점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한국과 한미동맹이 단독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없듯 일본과 미일동맹 역시 마찬가지이다. 미일동맹의 해상전력이 강력하기는 하지만 육상전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과거 [[나폴레옹 전쟁|프랑스]][*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나 [[제1차 세계 대전|독]][[제2차 세계 대전|일]][* [[카이저마리네]]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이나 [[크릭스마리네]] [[유보트]]의 봉쇄 작전]이 영국을, 그리고 '''미국이 일본을''' [[태평양 전쟁|상대로 보여주었던]] 것처럼, 열도는 고립과 봉쇄에 취약하다. 그나마 영국은 식민지라도 있으니 버텼지, 산지인데다 식량자급률도 바닥인 일본으로서는 답이 없다. 이에 더하여 미국이 이런 꼴을 가만히 내버려둘 가능성도 적다. 한미일 삼각 공조는 21세기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기틀이다. 일본이 싫답시고 한국이 자청해서 미일동맹을 걷어차고 중국에 붙는다면 모를까, 그런 상황도 아닌데 일본이 한국 싫답시고 한국을 중립 혹은 적이 되게 만들면 미국으로서는 동북아시아 최대의 주한미군 기지와 더불어 가장 강력한 육군 강국이자 산업지구를 상실하는 셈이다. 일본이 그 반대급부를 미국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모를까, 현재의 일본은 경제와 군사 양면에서 그럴 능력이 부족하다. [[1980년대 일본 거품경제|30년 전]]과 달리 지금 일본의 경제는 미국에 뭘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굳이 뭘 제공한다 치더라도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가 활성화된 한국이 더 가망성이 있다.[* 아무리 기술이나 역량이 뛰어난 일본이라 하더라도 지금같이 뒤쳐진 첨단 산업 부분을 단숨에 한국과 같은 수준으로 올리기는 어렵다. 더구나 이를 책임져야 할 일본의 대기업은 도산하거나 타기업에 흡수 합병된지 오래다. 더욱 암울한 것은 아직 4G 기반도 못살린 일본의 인프라로선 5G도 언감생심이다. 2020 도쿄 올림픽을 최초의 5G 올림픽으로 치르겠다고 선언했지만 제반기술도 없다보니 한국의 삼성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열악하다.] 또 일본 육상자위대가 한국 육군 수준으로 재무장하는 건 이미 한 번 뒷통수를 맞은 전례가 있는 미국으로서도 꺼림칙한 선택지일 뿐이며, 일본 스스로도 [[징병제]]를 포함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대신 일본이 북한이나 중국에 접근한다는 선택지도 있지만, 그건 바로 윗 단락에서 서술된 "북한과 중국이 자기네들 뜻대로 움직여 주리라는" 착각을 반복하는 꼴일 뿐이다. 당장 한일 갈등의 가장 큰 주범인 과거사 문제는 북한 및 중국과의 문제이기도 하며, 그나마 남북통일을 이루기 전에는 패권을 추구할 의도도 능력도 없는 한국과는 달리 중국은 이미 역내 주도권을 두고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사이이다. 게다가 일본은 대만, 티베트, 위구르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소수민족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은 중국에 접근해봐야 믿을 수 없으니 이처럼 중국을 견제할 명분론적 레버리지를 버릴 의향은 없을 것이고, 역으로 중국도 이런 일본의 의도를 신뢰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게다가 중국 입장에서 '미일동맹에게 버림받은 한국'은 애매한 사안들에서는 중립을 지키며 중일관계 문제에서만 간간이 자국 편을 들어줘도 충분한 도움이 될 만큼 매력적인 파트너이고, 어차피 경쟁해야 할 일본보다는 당연히 이쪽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반발도 문제다. 일본이 미국의 안전 보장과 경제적 파트너쉽 모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역사적인 정책 선회를 할 생각이 아니라면, 한국이 그러하듯 중국을 이용할 수는 있으되 그 이상으로 나아가기는 어려운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이 한일관계를 완전히 포기하고 대안외교로 완전히 전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사실 과거사는 주변국과의 갈등을 떠나 [[일본사]]를 제대로 정립하는 취지에서라도 언젠가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 문제[* 일본인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 제국]]은 당대 전세계에서 기술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가장 빠르게 진보하며 단기간에 열강으로 도약했음은 물론 패권까지 꿈꾸던 제국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본인들의 '자랑스러운 조국'은 '''어째선지''' 이길 수 없는 전쟁으로 치달은 끝에 패전하고 해체되었으며, '''일본의 진정한 전성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전후의 민주주의와 평화 속에서 이루어졌다.''' 겉보기엔 찬란했던 제국이 불과 10여년만에 파멸했던 이유를 이해하려면 [[군국주의]]와 [[천황제 파시즘]]의 문제를 파고들지 않을 수 없으며, 모든 문제를 미국이나 연합국, 혹은 세계정세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일본 극우들의 태도는 훗날 '''자신들의 조국이 같은 기로에 섰을 때 같은 오판 끝에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위험한 [[정신승리]]'''에 불과하다. 한국의 교과서는 구한말 패망사를 폐쇄적인 국정 운영과 당파싸움, 시대착오적인 체제가 낳은 결과라고 가르치며 반성하고, 독립 이후 다시는 세계적인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냉전의 최전방에서 자본주의 질서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국제주의적인 선택을 해왔다.(다만 당파 싸움이 무조건 나쁘단 식의 교육은 독재자들이 독재정치를 정당화하는데 이용되었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독재자들은 야당의 비판을 당파 싸움이라 매도하며 야당을 탄압하고 절대권력을 휘둘렀다. 독재에 맞서는 운동권도 내부비판을 분열책동이라고 찍어누르며 일치단결만을 강조하는 등 당파 싸움을 막는다며 집단주의를 강요했다.) 중국 역시 부패와 자만심이 잉태한 결과물인 치욕의 세기를 반면교사삼아, [[시진핑]]이 발톱을 드러내기 전까지 반 세기 가량 절치부심하며 도광양회의 자세로 실력을 키워왔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입장이 다르니 일본인 입장에서 굳이 [[식민지|식민지배]]나 [[제국주의]]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치더라도, 일본의 자칭 우익들이 진짜 자기네 조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적어도 [[군국주의]]와 [[파시즘]], [[정신주의]]에서 비롯된 여러 비이성적인 정책결정 과정, 그리고 그 와중에 저질러진 수많은 [[일본의 전쟁범죄|전쟁범죄]]만큼은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마땅한 것이다. 누구보다 국가주의적일 구 [[일본군]] 내에 해군반성회같은 집단이 괜히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일본인들이 일제 패망사에서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고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면, 그건 주변국에도 비극이겠지만 결국 일본의 미래에도 심각한 손해를 미칠 뿐이다.]이고, 일본 우파가 재무장과 개헌을 숙원으로 삼든 말든 핵무기도 없는 일본이 다시금 세계대전을 일으켜봐야 파멸만이 기다릴 뿐이다.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기는 하나 한국이 느리게나마 조금씩 성장하는 반면 일본은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 그래도 몇 없는 동북아의 "정상국가"와 등을 돌리는 대가로 뭘 얻는다기엔 일본이 얻을 수 있는 게 너무 빈약한 셈이다. 아베 정부는 꾸준히 한국을 때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한국에 대한 관계개선 의지를 표명했고, 자국의 목표는 거칠게 말해 "한국이 일본에게 먼저 숙이고 들어오는 것"이지 "한국을 적대하는 것"이 아님을 여러 차례 분명히 했다.[* 물론 백색국가 제외 및 수출규제 등으로 일본이 한일관계에서 강경하게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지소미아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해 왔고,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로 위협하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주일대사를 불러 항의하기까지 했다. 만일 일본이 한국을 정말로 적대국으로 본다면, 지소미아도 일본이 먼저 파기하자고 나서지 않았겠는가?] 그렇다는 것은 적어도 일본 정부 역시 한일관계가 비생산적으로 표류하고 있으며, 현 상태가 결코 정상이라거나 "뉴 노멀"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대한(對韓) 강경파인 [[아베 신조]]가 총리에서 물러나고 [[스가 요시히데]]가 신임 총리로 등장했고, 미국에서도 한일관계 개선을 압박하리라고 예측되는 [[조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한일관계 역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 19]] 팬데믹이나 [[2020 도쿄 올림픽]] 등 산적한 현안들에서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동의 인식 하에 서서히 해빙기를 갖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일본의 "대안 외교 전략"이란 어쩌면 일본이 한국의 양보를 유도해내기 위한 블러핑의 일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지도 모른다.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