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일본 소설]] [목차] == 책 소개 == 유난히 벚꽃이 희던 새 학기 첫날, 열일곱 생일을 맞은 평범한 소년 소야는 특별반에서 일반반으로 내려온 옆자리 소녀 히나를 만나고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히나와의 설레는 하루 끝에 소야를 기다리고 있던 건 집 앞 우편함 속 블랙 레터. 색채를 하나씩 잃어가다 결국 죽음에 이르는 무채병을 통보하는 편지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 날 교실에서 우연히 편지를 주운 히나에게 비밀을 들켜버린 소야. 두렵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남은 1년 동안 사귀어주기라도 할 거냐는 분풀이를 하고 만다. 그런데 그때, 미소를 띤 히나에게서 돌아온 '''뜻밖의 대답'''. “넌 왜 나와의 1년을 약속한 걸까?” == 등장인물 == 신도 소야: 주인공 다치나미 히나: 여주인공 야댜 가케루: 주인공의 죽마고우 리카 : 주인공의 죽마고우[* 주인공을 오랫동안 좋아했다.] == 줄거리 == 하루하루 따분한 일상을 보내던 신도 소야. 가케루와 같은 반이 되어 기쁜 마음으로 새로운 학급에 들어간다. 새로운 학급에 들어서서 바로 옆자리인 다치나미 히나를 만난다.[* 공부 잘하는 학생만 모인 특별반에서 나왔다고 한다.][* 얼굴이 아주 아름답다고 한다.] 어느 날 집에 돌아가던 소야는 집에 온 블랙레터[* 무채병을 통보하는 편지]를 받게된 후 좌절감에 쌓이며 지내다 학교에 두고온 블랙레터를 가지러 학급에 들어서는데 거기서 다치나미 히나가 자신의 블랙레터를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게된다.[* 소야가 제일 먼저 보지못하게 된 색은 진분홍색이었는데, 책 초반에서 "이번 봄은 유난히 벚꽃이 하얗네." 라는 문장이 있다.] 그렇게 또 다시 좌절감에 쌓인 신도 소야는 다치나미 히나에게 자신의 비밀을 보았냐며 애꿏은 히나에게 화를 낸다. 그렇게 여러 한 소리 하다 흥분한 상태로 히나에게 "내가 이렇게 불쌍해서, 나랑 사귀어주기라도 할꺼야?" 라며 고백 아닌 고백(?)을 하게된다 그리고 돌아온 뜻밖의 대답, "알겠어, 너의 여자친구가 되어줄게" 라며 1년간 계약연애를 하게된다. ==# 결말 #== [include(틀:스포일러)] {{{#!folding [스포일러] '''반전따윈 없다.''' 365/365일에 소야는 결국 전날[* 소야의 생일은 4월 6일이다. 전날이니 4월 5일] 히나와 같이 하룻밤을 보내고 자신이 그동안 히나를 위해 써왔던 노트를 두고 히나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며 그대로 편안히 눈을 감는다.[* 작중 언급으로는 신도 소야가 '''잠깐 색이 돌아왔던 적이 있으나''', 안타깝게도 죽기 근접한 시점, 색이 잠깐 돌아왔던거라고 한다.] }}} {{{#!folding [스포일러2] 신도 소야가 8살일 적 무렵,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던 중 벚꽃이 흩날리는 걸 보곤 자신에게 사쿠라나가시[* 일본에서 비가 와서 벚꽃이 흩날리는 걸 부르는 이름이다.] 를 알려주고 다시 만나자며 자신에게 인사한 소녀가 있었지만 그대로 잊혀졌다.[* 소야 피셜 이름을 들었지만 기억은 안난다.] 그리고 7년 뒤... 다치나미 히나가 자신이 어렸을 적 사쿠라나가시를 말해줬던 소년이 있었다고 말하며, 그게 너라는 사실을 밝힌다.[* 그리고 소야는 자신이 찾던 아이가 히나라는 걸 깨닫는다.] }}} {{{#!folding [스포일러3] '''사실 다치나미 히나도 무채병 환자였다.''' 의사인 아버지의 컴퓨터를 본 히나는 무채병인 소야의 이름 밑 '''자신의 이름에도 무채병에 걸린 사람으로 적혀있었다는 걸 알게된다.'''[* 소야의 블랙레터를 보기 전 부터 이미 소야가 무채병이라는 걸 안 상태이다.][* 운명인지, 우연인지 히나와 소야는 사라지는 색이 같은 것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죽기 전, 소야가 자신을 위해 써줬던 노트를 보며 "나도 많이 좋아해" 라고 써놓은 뒤, 소야의 이마, 볼, 입술에 차례대로 입맞춤을 하며 그대로 눈을 감는다.[* 이야기 속 가케루가 소야에게 빨간 병을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따 히나와 리카가 등장했을 때, 히나가 소야에게 빨간 병을 주지 못한 이유가 '''자신도 색깔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죽기 싫다고 울고불고 매달리던 소야를 봤을때 히나의 마음은...][* 중간에 히나가 "네가 죽을때마저도 곁에 있어줄게"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게 복선이었다.][* 작중 신도 소야가 자신의 색이 안보이는 건 괜찮으니 편한 옷으로 입으라고 했지만, '''사실 히나의 눈에 보이는 색은 그게 전부였다.'''] }}} == 에필로그 == 히나가 그동안 자신의 심정을 쓴 일기가 담겨있다.[* 첫 문장은 "쭉 거짓말을 했다."] {{{#!folding [스포일러] >4월 6일 >개학식. 너를 만났다. 옆자리였다. 내가 좋아했던, 너와 잘 어울리는 그 색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4월 7일 >너와 사귀기로 했다. >편지 사건은 우연이지만, 타이밍이 좋았다. 처음 키스할 때 심장이 툭 튀어나올 뻔했던 건 혼자만의 비밀이다. >4월 14일 >너와 사귄 지 일주일째. 비탈길에서 따라잡아 너와 나란히 걸었다. 네 손에 들린 손수건은 연분홍색이었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5월 6일 >사귄 지 한달이 지났다. 네 표정이 계속 어두웠다. 가족에게 밝힐지 말지 고민이라고 해서, 나는 둘 다 옳을 수도 그를 수도[* 히나는 가족이 이미 알고있는 상태로 추정되고, 소야는 결국 끝내 알리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있다고 대답했다. >5월 15일 >너의 소꿉친구라는 여자애[* 리카, 어렸을 적 부터 소야를 좋아했지만 히나가 먼저 가로채갔기에 질투한 마음에]가 나를 불러냈다. 불려 나간 것도, 뺨을 맞은 것도 다 처음이었다. 그 애는 네가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나처럼 >그런데 내가 그 자리를 빼앗았다. 나도 계속 좋아했으니까. >너는 기억을 못하고, 나도 말할 마음이 없지만, 내 감정의 무게는 그 애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네가 구하러 왔다. 잠짓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실은 무서웠다. 너는 히어로처럼 멋있었다. >좋아한다고 말해줘서 기뻤다. >어쩌면 그 애 앞이라서 얼떨결에 거짓말을 했을지도 모르는데, 그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지는 나도 참 단순하다. >6월 3일 >네 시야에서 빨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까지 볼 수 있는 색깔이 둘 다 하늘색이라니 굉장한 우연이다. 혹시, 운명? 그저 운명이라 치부하고 싶지는 않다. >죽음은 차근차근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다. >7월 2일 >기말고사. 색채 감지 검사 빼고는 완벽했다.빨간 색 계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결과는 아빠에[* 학교 선생님 겸 의사, 히나의 무채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념했지만...]게 가니 상관 없다 싶었는데, 덜컥 겁이 났다. 너는 몹시 힘들어 보였다. 괜찮다고 여러 번 말해주었다. 괜찮다니 뭐가 괜찮다는 걸까? >거짓말이다. 나도 무섭다. 사실은 하나도 안 괜찮다. 이미 알고 있던 현실이 갑자기 존재감을 드러낸 게 무서워 네 등에 팔을 둘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괜찮다는 말로 얼버무리며 나 자신을 세뇌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말이 네 마음을 구할 수 있다면 나는 몇 번이고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 함께 웃으며 지내자. 죽음의 그림자 따위 보이지 않게. >7월 7일 >소나기를 만났다. 빨간색 계열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점점 초조해진다. 무채병은 진행되고 있고, 나는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내가 아빠 같은 연구자라면, 너를 살릴 수 있으려나. 하지만 이 병은 내가 의사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때쯤이면 너도 나도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없겠지. >7월 12일 >내일은 불꽃놀이 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엄마랑 같이 유카타를 사러 갔다. 한 번 밖에 못 입는데 사달라고 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엄마는 울 것 같은 얼굴로 괜찮다고 했다. >어리광을 피우는 건가 싶으면서도 지금은 그냥 그러기로 했다. 짙은 남색에 물색 꽃무늬가 그려져 차분한 느낌이 드는 걸 골랐다. 더 예쁜 옷도 있다고 했지만, 나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네 눈동자에 예쁘게 비치고 싶으니까. >7월 13일 >네가 고백하면서 키스했다. 내가 정말 좋다고 했다. 계약 연애, 뭐 그런 식으로 시작했지만 진짜가 되었다. 기뻤다. 정말 행복했다. 한 여름밤에 꾼 꿈만 같았다. >하지만 아니다. 이건 현실이다. 만약 꿈이라면, 하늘에 떠오른 불꽃이 전부 보였을 테니까. 실제로 내 눈에는 그라데이션을 넣은 회색빛으로 보였다.분명 네 눈동자에도 똑같이 비쳤겠지. >어째서, 함께할 시간이 조금밖에 없는 걸까. 어째서,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는 걸까. 어째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걸까. >언제 끝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죽음이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며 무섭지 않다고 허세를 부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8월 2일 >너는 거짓말을 못한다. 그렇게 말하면 너는 "역시 그런가?" 하고 묻는다. 너는 솔직하다. 너의 그런 점이 좋다. 나와 달리 뭘 잘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다. >여름방학 때는 같이 놀라 가자고 약속했다. 더운 걸 싫어하고 수영도 못 하니까 여름을 즐길 만한 장소는 못 가겠지만,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다 좋다. >어딜 가든 분명 즐겁고 행복할 테니까. >9월 1일 >새 학기. 문화제 배역을 정했는데, 어쩌다 내가 신데렐라로 뽑혔다. 앞에 나서는 건 별로야, 왕자 역은 야다[* 가케루]겠지,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네가 손을 번쩍 드는 모습을 보고는 기뻐서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너는 몹시 거북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좀처럼 볼 수 없던 표정이라 진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10월 4일 >리카와 문화제를 구경했다. 재미있었다. 돌아다니다가 빨간색이 안 보여서 난처해하는 너를 보고 불쑥 말을 걸었는데 나 역시 보이지 않았다.[* 왜 히나가 도와주지 않았는지 알 수있던 이유] 리카가 도와줘서 살았다. >연극은 예정대로 끝이 났지만, 무대 한쪽에 서서 끝까지 날 지켜보고 있는 네 표정을 보면서 나는 벌렁대는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아냐, 이게 아냐. 내가 원한 건 이런 결말이 아니야. 너와 맺어지지 않는 해피 엔딩 따위는 필요 없다. 로미오와 줄리엣 같다더니, 정말 그랬다. 그 두 사람도 끝끝내 죽어버리니까. 우리처럼.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죽음을 넘어서는 건 불가능하다. 드레스를 입고 고통스럽게 춤을 췄다.[* 여담이지만, 가케루는 사실 히나를 좋아했다. 그래서 소야는 가케루가 히나를 좋아하는 걸 알고있기에 역할극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역할극이 끝난 후, 히나는 소야를 데리고 빈 교실로 데리고 가 원하는 사람과 춤을 추었다. '''"나는 신데렐라가 아니니까"''' 라고 말하며.] >11월 20일 >나의 열일곱 번째 생일이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네가 수족관에 데려가줘서 몹시 기뻤는데, 우연히 아빠를 만나는 바람에 네 병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키고 말았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너는 나를 용서해주었고, 8년 전에 미하나다 공원에서 만났던 일도 기억해냈다. >죽고 싶지 않다던 너. 나도 죽고 싶지 않아, 너와 미래를 함께하고 싶어. 너를 두고 가는 일은 없어. 나도 죽으니까. >이제는 색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괜찮아. 너를 두고 미래로 가지 않을게, 갈 수 없어. >네가 준 선물이 짙은 회색이어서 아마도 빨강일 거라 예상했다. 보이지 않고 나서부터는 멀리했는데, 너는 그 색이 내게 잘 어울린다고 했다. > 아아, 고백해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말할 수 없다. > 보이지 않으면서 거짓말을 했다. 그렇지만, 즐거웠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에 네게서 받은 은목걸이는 제법 비싸 보였는데, 이제 곧 죽으니 저금 따위 남겨놔봤자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 나도 뭐든 주고 싶었지만, 네가 물건을 남기길 싫어해서 고심했다. 결국, 네 목이 추워 보이던 게 생각나서 머플러를 선물했다. > 그리고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샀다. > 네가 좋아했다. 잘 골랐다고 생각했다. >3월 25일 [* 다음 해] >종업식. 너도 나도 오늘이 학교에 가는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른다. 학급 단체 사진에는 웃는 얼굴로 찍혔다. 너는 어색하게 웃었지만, 그게 너다운 걸지도 모르겠다. > 마지막까지 웃으며 지내자고 너와 약속했다. 안녕이라는 말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죽음과 맞서던 너도 나처럼 조용히 죽음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손을 흔들며 헤어질 때마다 이 순간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싫다. 네 옆에서 좀 더 웃으며 지내고 싶다. >3월 30일 >미하나다 공원에 벚꽃이 활짝 폈다. 내 눈에는 새 하얗게 보여도 분명 예쁘겠지. 8년 전에 너와 만난 공원의 벚꽃.그 날의 기억이 이제는 떠오르지도 않는 색을 에쁘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거의 매일 만나던 네가 내일은 못 만난다고 하기에 나도 내일은 이것저것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너의 집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날엔 이 노트에 기록하지 못할 것 같다. >'''4월 6일'''[* 365/365, '''즉, 마지막 날'''] >목욕을 마쳤다. 너는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 사이에 써야지,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케이크는 생각 보다 잘 만들어졌다. 오므라이스는 까맣게 탔다. 너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릇을 싹 비웠는데, 괜찮을까. >가끔 얼핏얼핏 색깔이 보인다. 점심때 네가 말했던 일이 내 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작별할 시간이 머지않은 걸까. >너보다 먼저 눈 감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 내가 잘 숨겼으려나,너는 여전히 눈치채지 못했을까.[* 소야는 끝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끝내 답을 알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되겠지. >'''가족에게''' >아빠, 무채병 진단 결과가 나왔을 때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난 머지않아 하늘이 어떤 빛깔을 띠고 있는지 모르게 될 거야. 나무들이 무슨 색인지도, 사랑하는 사람이 뺨을 발그레 물들이며 수줍게 웃어도 알아보지 못하겠지. 그러니까,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그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을 함께 보고 싶어. 온 세상이 흑백의 지배를 받는 그날까지. >그렇게 말하면서 학급 변경 신청서를 내밀었잖아. 설마 내가 그러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는지 아빠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고. >하지만 그게 내가 원하는 거라고 하니까 아빠는 일반반으로 옮기는 걸 허락해줬어. 아무것도 묻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묻지 않았어. >다만, 그날 아빠가 눈물을 삼키던 모습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아. 아빠가 우는 걸 처음봤거든. 그건 내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말해서 흘린 기쁨의 눈물이었을까, 아니면 현실을 각오한다는 의미였을까, 아마 둘 다였겠지? >그렇게 내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 아빠가 허락하지 않았으면, 난 소야와 이렇게 시간을 보내지 못했을거야. >난 아빠의 뒤를 이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고싶었어. 내가 무채병에 걸릴 줄도 모르고. 아빠가 날 낫게 하려고 연구중인데, 치료 약이 완성되기 전에 세상을 떠나서 미안해. 딸을 구하지 못했다고 평생 후회하게 만드는 건 아닌 지 모르겠네. >엄마랑 여동생도, 꼭 행복해야 해. 난 남겨진 이들의 아픔은 잘 모르지만, 먼저 떠나서 미안해. 17년 동안 고마웠어. >'''리카와 야다에게''' >리카, 공부하기 싫어도 열심히 해. 너와 좀 더 정정당당하게 마주하지 못해서 아쉽고, 미안해. 앞으로 어른이 돼서도 행복하게 살길 바랄게. 나랑 친구해줘서 고마웠어. >야다도 공부 좀 하고. 미래가 있으니까, 언젠가 쓸데가 있을거야. 항상 재밌는 말로 모두를 즐겁게 해줘서 고마워. 소야의 절친이니 나도 널 좋아하게 될 거라 예상은 했지만, 넌 정말 멋진 사람이더라. 부디 행복하게 살아줘. >'''마지막으로 소야에게''' >네가 이 일기를 보게 되는 일은 없을거야. 왜냐하면, 내가 끝까지 꽁꽁 숨길 거니까. 그러니까 이건 그냥 혼잣말이라고 여겨줘. >혹시나 착오가 생겨서 보게 되더라도 부디 용서해주면 좋겠어. 계속 거짓말로 숨겨왔던 걸. >난 무채병이었어. 우연히 아빠의 환자 리스트가 눈에 들어왔는데, 네 이름 밑에 적힌 내 이름까지 봐버렸어.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무채병이 발병했거든. 그래서, 내가 먼저 죽을까 봐 줄곧 두려웠어. >처음에는 무슨 색깔이 안 보이는지 몰랐어. 그런데 새 학기 첫날 교실 창문으로 야다와 네가 교문 앞에서 애기하는 걸 지켜보다가 알아차렸어. > 내가 처음 볼 수 없게 된 색은, 8년 전 내 눈동자에 새겨진 뒤로 지워지지 않았던 너의 머리카락 색이었거든. >햇빛을 받아 반짝이던 연갈색 머리카락이 어린 마음에도 참 부러웠던 게 생각나. 그래서 그 색을 못 보게 됐을 때는 너무 슬펐어. 모처럼 같은 반이 됐는데 다시는 네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볼 수 없다니 말이야. >"너, 머리카락 색깔이 참 예쁘다." >이렇게 말했을 때 사실은 보이지 않았어. >파란색 이름을 가진 너와 빨간색 이름을 가진 나. >그런데 신은 우리에게서 색을 빼앗아 갔어. 괴로웠지? 힘들었지? 슬펐지? 고통스러웠지? >그래도 함께여서 다행이었어. 혼자서는 견디지 못했을거야. >우리는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워지고 이별할 시간이 다가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래가 있는 척 했잖아. 그건 너무 슬픈 일이지만, 그런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는 마음이 편했어. >내일이 있다고 믿을 수 있었으니까. >소야를 만나고 나서 세상은 색채와 빛으로 넘쳐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함께 지낸 시간들, 우리가 갔던 장소들, 눈으로 본 것들, 하나도 잊지 않았어. >그리고 감정에도 색이 있다는 걸 알았어. 네 덕분에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됐거든. >너는 내 삶의 희망이었어. 미래를 믿을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존재였지. 나를 만나준 것, 사랑해준 것, 받아들여준 것 다 고맙고, 내 인생에 나타나줘서 고마워. >네가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라 좋았어. >너라면 화가 나더라도 분명 용서해줄 거야. 내가 너무 앙큼하다고? 그렇지만 뻔히 보이는 걸? 내 생각만 해서 미안해. >신도 소야. 착하고 솔직해서 거짓말을 못하던 너. 난 마지막까지 웃고 있으니까 너도 웃어줘. 죽는 건 두렵겠지만 너와 함께라면 괜찮아. >하지만, 할 수 있다면, 다시 태어나서 너와 연인이 되고 싶어. 그때는 거짓말로 감추지 않을게. 평범하게 만나서 사랑을 나누자. >죽음 따위 상상도 하지 말고 당연한 일상을 보내며 어른이 되어서는 못 했던 일들을 잔뜩 하자. >쭉 함께할 수 있다면, 결혼해서 가족을 이루는 미래를 상상해도 될까? 네 머리카락 색을 닮은 아이가 태어났으면 좋겠다. >그냥 마음대로 상상해봤지만,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건 나도 다 알아. 1년이란 시간은 긴 듯하면서도 짧았어. 그래도 우리가 죽음을 받아들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지. >이제 상상은 그만할게. 남은 건 현실뿐이지만, 너와 함께라면 문제없어. 너는 남겨지는 걸 염려하고 나만 혼자 미래로 가버릴까 봐 슬퍼했지만, 괜찮아. >이제 끝이야. 저항도 끝. 무서워서 인정하긴 싫지만, 죽음이 가까이 왔으니 솔직히 말해도 되겠지? 내가 이번 생에서 이루고 싶었던 마지막 소원을 적으면서 이 일기를 맺을게. >마지막 날에, 같이 가자. >'''마지막 기록''' >오전 6시, 알람 소리에 눈이 떠졌다.[* 소야의 집에서] >아직 잠이 덜 깬 머리로 어젯밤부터 가방에 넣어두고 한 번도 꺼내보지 않은 스마트폰을 찾으려고 침대에 누운 채 손을 휘휘 저었다. >손끝에 닿은 딱딱한 금속 물체가 그것인 것 같아 집어 들었다. 화면에 불이 켜지고 환한 빛이 눈을 찔러 나도 모르게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손가락을 눌러 알람을 끄고, 여전히 빛을 내뿜는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부재중 전화가 다섯 통. 문자가 세 건. 누가 보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5분에 한 번씩 네 번, 너의 절친[* 가케루]에게서 걸려온 착신 이력이 남아 있었다. 맨 마지막 전화는 너의 소꿉친구였다. 아빠가 보낸 문자가 한 건. 나머지는 전화를 걸었던 두 사람이 보낸 문자였다. >또 다시 스마트폰이 부르르 떨리면서 네 절친의 이름이 떠올랐다. 받을 마음이 털 끝만큼도 없어서 그대로 전원을 껐다. 스마트폰을 가방으로 홱 던지고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너는 옆에서 자고 있었다. >아니, 잠든 사람처럼 생을 마감하고 있었다. 손으로 만져봐도 더는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그저 싸늘하게 식은 시신이 거기 누워있을 따름이었다. >어쩜 이렇게 행복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 아빠가 무채병은 사후 경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무채병 환자는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한다. >이러고 있으면 네가 당장이라도 눈을 뜨고 나를 보며 웃어줄 것 같지만, 두 번 다시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 더 이상 네 목소리가 내 귀에 닿을 일은 없다. >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르는 체 했다. 이별의 순간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걸 모르는 척 외면하면 내일이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무심코 내 귓가로 손을 가져가니 작은 꽃잎이 떨어졌다. >벚꽃이었다. >손으로 꽃잎을 집어서 네 귓가에 꽂았다. 이 색깔은 그 날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네 머리카락에 가장 잘 어울릴 테니까. >"고맙고,.... 미안해."[* 소야의 마지막 말은 "나랑 사귀어줘서 고마워, 사랑해."] >일어나서 침대 밖으로 나오니 바닥에 꽃잎이 흩어져 있었다. 놀라서 맨발로 꽃잎을 피하듯 걸음을 옮겼다. >책상 위에 늘어선 연하늘색 노트를 왼쪽부터 차례대로 훑어보았다. 꼬깃꼬깃한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꾹 참고 읽었다. >네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제대로 알고 싶었다. 죽을 힘을 다해 읽어내려가다가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렀다. >종이를 가득 채운 사랑의 말에 입가가 스르르 풀렸다. 펜을 쥐고 빈 공간에, >"나도 정말 좋아해." >라고 적어 넣었다. 너에게 닿지는 않겠지만 형태를 남기고 싶었다. >창 밖에는 그쳤던 비가 어느새 다시 내리며 벚꽃 잎을 흩뿌리고 있었다. >"사쿠라나가시" > 너도 같은 말을 했으려나 확인할 길은 없었다. 네 입술은 다시는 열리지 않을 테니까. >"있잖아." >침대로 다가가 내가 원레 누워 있던 네 옆자리로 파고들었다. >'''"네가 좋아"''' >그러자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네 머리카락 색이 시야에 들어왔다. 내 마음을 빼앗은, 포근한 봄의 색. >'''"네가 정말 좋아."''' >너의 이마에, 뺨에, 입술에 차례차례 입을 맞추었다. >'''"사랑해"''' >네가 저세상에서나마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다. 사랑에 빠진 한 소녀가 계속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죽음과 맞섰던 또 하나의 이야기를. >네 손을 꽉 쥐었다. 엄습하듯 찾아온 나른한 기운에 몸을 맡기며 눈을 감았다. >한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눈물이 내가 마지막으로 느낀 온기였다. }}} == 여담 == * 일본 작가 유이하의 첫 데뷔작품이라고 한다.[* 고등학교때 구상하고 쓰고 대학생 때 완성하였다고 한다.] * 인스타그램 광고에 많이 떴던(..) 책이다. * 일본 작가 유이하의 작품 중 첫 번역본이다. * 모든 책이 다 그렇지만, 이 책은 특히 결말부분을 조금이라도 먼저 알고있으면 재미가 '''70% 반감된다.''' == 주요 대사 == >"네가 보는 세상에서 색이 전부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예쁜 모습으로 남고 싶거든." >-다치나미 히나- >"벚꽃은 너를 위한 색이야." >-신도 소야- >"손으로 꽃잎을 집어서 네 귓가에 꽂았다. 이 색깔은 그날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네 머리카락에 가장 잘 어울릴 테니까." >-다치나미 히나- >"사쿠라나가시, 비가 와서 벚꽃이 떨어지는 거, 그걸 사쿠라나가시라고 한대." >-다치나미 히나- >"봄 바람이 불면서 시야에 색이 입혀졌다. 구름 한 점 없는 남빛 하늘에 별이 빛나고 창백한 달빛이 방 안을 부드럽게 감싼다. 베란다 난간에는 연분홍색 꽃잎이 떨어져 있고 새까만 아스팔트 위로는 분홍색 양탄자가 살짝 떠 있는 듯 깔려 있었다." {{{#!folding [스포일러] >난 머지않아 하늘이 어떤 빛깔을 띠고 있는지 모르게 될 거야. 나무들이 무슨 색인지도, 사랑하는 사람이 뺨을 발그레 물들이며 수줍게 웃어도 알아보지 못하겠지. 그러니까,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그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을 함께 보고 싶어. 온 세상이 흑백의 지배를 받는 그날까지.[* 에필로그에서 마지막 편지인 가족에게.][* 본 책 99페이지에서 의시가 소야에게 어느 무채병 환자가 했던 말이라며 들려주는데 이어지는 히나와의 복선이었다.] >- 다치나미 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