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개요 == [[공산주의]]에 대한 극도의 공포를 지칭하는 표현.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공산당]]과 조금이라도 관련되어 있으면 심지어 물건의 색이 [[빨간색]]이기만 해도 기피한다고 해서 레드 컴플렉스다. 넓은 의미로 보자면 이러한 공포심이 배경이 되어서 자행하는 무자비한 [[인권]] 탄압을 당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포함된다. 덧붙여서 레드 컴플렉스는 [[콩글리쉬|한국식 영어]]로, 영어로는 주로 적색 공포(Red Scare; 레드 스케어)라고 표현한다. == 내용 == === 미국 === [[미국]]에서 레드 컴플렉스는 크게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1차 적색공포]]라고도 불리는 최초의 레드 컴플렉스는 [[러시아 혁명]]을 통해 [[소비에트 러시아]]가 수립된 1917년부터 [[1920년대]] 사이에 미국 사회에서 만연했다. [[아나키즘]]과 [[공산주의]]가 ''''자유의 땅 아메리카''''를 오염시킬 것이라는 공포심이 사회 전역으로 번져나갔고 언론들이 이를 무분별하게 부채질하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무정부주의자들의 각종 [[테러]] 계획이 적발되자[* 몇몇 사례의 경우 성공하기도 했다. 특히 1920년 9월 2일에는 [[월스트리트]]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서 30명 이상이 죽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우드로 윌슨]] 당시 미국 대통령은 치안법(Sedition Act of 1918)을 제정하여 정치적 위험 인물들을 미국으로부터 추방할 것을 미 의회에 요구하였다. 각 주정부는 자체적으로 일종의 테러 방지법을 제정하여서 좌파 계열[* 좌파 안에서도 [[마르크스주의]], [[사민주의]], [[무정부주의]] 등이 서로 열심히 물고 뜯고 싸우고 있었지만 미국 사회는 그런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두 다 [[빨갱이]]로 규정하고 감방에 넣었다는 뜻이다.]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한편 강제로 구금하기도 했으며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은 당시 아나키즘을 필두로 좌익 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 대중들 사이에서는 '이민자들=빨갱이'라는 인식이 만연해지면서 [[제노포비아]] 현상이 두드러졌다. 두번째 레드 컴플렉스는 한국 사회에도 잘 알려진 [[1950년대]]의 [[매카시즘]]이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후 시작된 [[냉전]]은 [[미국인]]들의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심을 다시 자극했다. 이에 1947년 3월 [[해리 S. 트루먼]] 당시 [[미국 대통령]]은 [[행정명령]] 9835조를 통해 공직자들의 충성심을 점검하는 한편 [[소련]]의 [[스파이]]로 의심되거나 '비미국적'인 성향으로 추측되는 인물들을 공직에서 제거할 것을 지시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련이 [[동유럽]] 국가들을 자신의 [[위성국]]으로 만들어 버린 데 이어 [[핵무기]] 제작까지 성공하자 미국에서는 '''"소련이 전 세계를 공산주의 국가로 만들어 버리려 한다!"'''는 주장까지 터져나올 정도였다.[* 맞는 말이긴 했다. 소련은 [[국공내전]]에서 중공군을 지원했으며 [[6.25 전쟁]]에서도 [[조선인민군]]을 지원했다. 한국, 중국의 사례 말고도 각국 공산당의 반란이나 게릴라전의 배후에는 항상 소련의 지원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1949년 8월 [[로젠버그 부부 간첩 사건|로젠베르크 부부가 소련의 스파이로 활동한 혐의로 체포당하자]] 사회 곳곳에서 소련의 간첩들이 암약하고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증폭되었으며 [[FBI]]의 국장이자 편집증적인 [[반공주의]]자였던 [[존 에드거 후버]]가 막 등장한 경쟁자 [[미국 중앙 정보국|CIA]]를 견제하기 위해[* CIA의 전신이었던 OSS에는 좌익 활동가 출신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버리면서 사태는 한 층 더 늪으로 빠져 버렸다. 마침내 1950년 2월 미국의 공화당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가 '''"미국 국무부 안에만 200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폭탄 선언을 해 버리면서 미국 사회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좌익 경력이 있거나 좌익으로 의심되기만 하면면 [[로버트 오펜하이머]], [[찰리 채플린]], [[아서 밀러]] 등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직장에서 쫓겨나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되었다. 심지어 소련이 수립되기 무려 30년 전부터 레즈(Reds)라는 애칭을 사용하던 메이저리그 야구팀 [[신시내티 레즈]]조차 일시적으로 팀명을 레드레그스(Redlegs)라고 바꿔 버리는 촌극을 이 시기에 연출했다. 매카시를 위원장으로 한 비미활동위원회(HUAC, House of Unamerican Activities Committee)가 공산주의를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으며[*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당시 정치 신인격이던 [[리처드 닉슨]]과 [[존 F. 케네디]]도 이 HUAC에서 활동하면서 엄청난 정치적 자산을 쌓았다는 점이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더 기세가 등등해져서 새로운 보안법까지 통과되었다. 국가 보안을 위해서는 시민의 자유를 거의 무제한적으로 침해할 수 있게 만든 이 보안법은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당시 대통령 [[해리 S. 트루먼]]조차도 "이건 [[전체주의]]로 가는 길이다."라면서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상원에서 다시 '''트루먼의 거부권을 뒤집어 버렸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뒤집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의 2/3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시 미국 사회 분위기가 어땠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극단주의]]적인 사회 분위기가 오래 갈 수는 없었고 결국 매카시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심지어 1954년 매카시는 불과 1년 전까지 6.25 전쟁을 치른 [[군대]]도 빨갱이들의 집단이라는 발언을 하다가 상원에서 불신임 결의를 당하고 정치적으로 수명이 끝장나고 말았으며 오늘날까지도 매카시즘은 [[미국]]에서 [[흑역사]]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매카시즘의 몰락 이후에도 여전히 반공주의는 미국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50년대만큼은 아니어도 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공산주의가 나쁜 것임을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 한국 === [[6.25 전쟁]]과 분단을 겪은 70~80년대 한국도 레드 컴플렉스가 극심한 국가 중 하나였다. 1987년까지만 해도 [[연좌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된 지 7년밖에 되지 않았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빨갱이]]라는 낙인은 [[주홍글씨]] 그 자체'''였고 군부독재 정권은 이러한 매카시즘적 프레이밍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모든 노동 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공산주의 추종자들과 [[종북]]주의자들의 소행으로 규정해 가면서 반정부 투쟁을 탄압했다.[* 군부독재 정권의 이러한 행위를 [[반민특위]] 사건 당시부터 이어오는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정치적 공세와 같은 맥락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뉴라이트(대한민국)|뉴라이트]] 교과서 사건 당시 터진 [[https://m.hani.co.kr/arti/society/schooling/602373.html|'친일, 항일 구분은 북한 미화']] 논란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는 단순히 공산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정도를 넘어서서 아예 빨간색 그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경우조차 허다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홍백전으로 진행되는 [[운동회]]를 한국에서는 [[청백전]]으로 바꿔 버린 것이다. 월드컵 당시 길거리 응원[* 정확히는 [[아드보카트호/2006 FIFA 월드컵 독일/스위스전|독일 월드컵 스위스전]]이라고 묘사되어 있다.]을 나갔다가 붉은 옷차림에 공황 상태에 빠지는 한 노인을 그려낸 [[이청준]]의 소설 <그 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는 한국의 기성세대들에게 '붉은색'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지를 잘 그려냈다. 이러한 레드 콤플렉스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6월 항쟁]] 이후였지만 수십년간 지속된 사회 분위기가 하루 아침에 바뀔 수는 없었다.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거치면서 서서히 옅어져 간 레드 컴플렉스를 단숨에 붕괴시킨 것은 바로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 군부 독재 시기였다면 공산주의자에 대한 경멸의 의미 정도로 쓰였을 '''[[붉은 악마]]'''라는 표현을 전국민이 사용하면서 '''붉은 티셔츠를 입은 수십만 명의 인파'''가 한데 모인 모습을 통해 비로소 한국인들은 레드 컴플렉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2012년에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보수정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이 되면서 정당색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꾼 것도 레드 콤플렉스를 극복한 사례로 꼽힌다.[* [[자유한국당]] 시기까지 빨간색을 쓰다가 [[미래통합당]]으로 개명하면서 [[분홍색]]으로 바꿨는데 [[국민의힘]]으로 개명하면서 다시 빨간색으로 바꿨다.] 이후 [[민주당계 정당]]에서 파란색을 가져가면서 색깔에 대한 정치적 편견은 거의 사라졌다. 물론 지금도 [[민주당계 정당]]이나 [[대한민국의 진보정당|진보정당]]이 빨간색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을 보아 완전히 사라진 것이라곤 얘기할 수 없다. 현재 붉은색을 정당의 색상으로 사용하는 국회 원내 정당은 [[국민의힘]]과 [[진보당(2020년)|진보당]] 뿐이다. 그래도 정치 외의 측면에선 빨간색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는 편이다. 이외에도 레드 컴플렉스의 일면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예가 [[위인전]], 특히 90년대 이전에 발간된 위인전이었는데 [[헬렌 켈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마틴 루터 킹]], [[찰리 채플린]], [[파블로 피카소]]가 [[사회주의]] 운동을 했다는 건 생략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헬렌 켈러 위인전은 어린 시절 이야기로 분량을 채웠다.] [[동물농장(소설)|동물농장]]의 저자 [[조지 오웰]]도 [[사회주의자]]였고 한국에서 반소련/반스탈린이라는 이유로 반공 소설 취급하거나 아예 다른 내용으로 탈바꿈시키는 동물농장도 실제로는 소련과 스탈린의 실패를 거울삼아 진정한 사회주의를 이룩하자는 뜻으로 쓴 책이다. 대한민국은 2010년대 들어 [[북한]]의 지속적인 [[북한/대남 도발|대남 도발]]로 인해 레드 컴플렉스가 심해졌다. 가령 20~30대 남성은 오히려 중년층(40~50대)보다 보수 성향이 더 강해지고 북한과 중국 등 구 공산주의 세력에 대한 적개심이 강해졌으며 기성세대 중 보수 성향인은 다른 의미의 레드 컴플렉스는 극복하였을지 몰라도 정치적 의미의 레드 컴플렉스는 아직도 극심한 편이다. 이는 2023년에 불거진 [[육군사관학교 독립유공자 흉상 철거 논란]]에서 보수 성향 정치인과 국방부의 대응에서 잘 드러났다.[* 다만 해당 사건이 터졌을 땐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이 많이 쏟아졌다.] == 관련 문서 == * [[매카시즘]] * [[종북몰이]] * [[빨간색/이미지]] * 현질 [[분류:반공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