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전함소녀]] [include(틀:관련 문서, top1=전함소녀/방영실)] [include(틀:전함소녀R)] ||<:>[[파일:L_NORMAL_29_3.png|width=100%]] ||<:>[[파일:L_BROKEN_29_3.png|width=100%]] || ||<:> 기본 ||<:> 중파 || [목차] == 1 == >“밸런타인데이”——익숙하면서도, 한편 낯설기도한 기념일이다. > >나의 먼 학창시절에도, 이 기념일을 수차례 겪어왔다. > >기업의 상술에 놀아나는 어리석은 청소년들이, 일 년에 한 번 있는 이 기회에 자신의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초콜릿을 선물한다. 그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 >나 또한 초콜릿을 받은 적이 있다. 그 후에 답례도 했었지만, 그때의 나는 “사랑”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 >아니, “좋아한다”는 감정에 있어서,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 >졸업 후 입대할 때까지, 나는 철저하게 이 기념일과 인연이 없는 생활을 이어왔다. > >원래 나에게 “사랑”이나 “좋아한다“라는 개념은 모두 허무한 것들에 불과했다. 항구에 배치되어 '그녀'와 함께 지내며, 나는 비로소 그 의미를...... > >여성의 목소리: "사령관님? 무슨 생각하시나요?" > >렉싱턴: "아니면, 초콜릿을 좋아하시지 않는 건가요?" > >제독: "(쓴웃음) 그건 아니야……" > >원래라면, 올해 밸런타인데이도 무난한 하루가 될 것이었지만. 눈앞에 놓인 그녀의 선물에 의해 모든 것이 바뀌었다. > >렉싱턴: "저는 또 사령관님이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고민하시는 줄 알았어요." > >제독: "어떻게 거절하겠어. 네가 나에게 주는 건데. 그냥 오늘이, 나에게 조금 특별한 날이라서 그래. 그래서……" > >렉싱턴: "(작은 소리로) 오늘이 아니라면, 초콜릿을 줄 이유도 없는 걸요." > >제독: "아……?" > >렉싱턴: "이제 화상회의를 해야 하니, 가능한 한 서둘러서 준비를 해주시길 바라요." > >렉싱턴: "필요한 서류는 이미 오른쪽 서랍에 넣어두었으니 기억해주세요. 저는 다른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 >그녀는 나에게 경례를 하고서,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마치 자신의 기분을 들키기 싫어서 급히 떠난 것처럼 보였다. > >——그 완벽한 렉싱턴도, 부끄러워하기도 하는구나. >회의가 끝난 후, 친한 친구가 나를 불러 세웠다. > >제독A: "어이, 일 중독자. 오랜만이야. 시간이 흘러도 넌 아직도 여전하구나." > >제독: "내 다크서클이 보이지 않아?" > >제독A: "그래, 수고가 많아. 그러니 우리 일 중독자 씨께서는 항상 'ACE'를 받을 수 있는 거겠지." > >제독: "(머리를 가로저으며) 그건 내 공이 아니야. 전선에서 싸우는 건 그녀들이고, 난 그저 그녀들을 위해 작전 계획을 세웠을 뿐이니까." > >제독A: "겸손하기까지. (작은 소리로) 그건 그렇고. 너도 알고 있어? 본부의 보급물자 목록에 '새로운 것'이 나타났데." > >제독: "(궁금해 하며) 그것이 왜?" > >제독A: "(가까이하며) '반지'래." > >제독: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반지가 왜 이상한데?" > >제독A: "반지 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지. 하지만, 결혼반지라면?" > >나는 순간 멍해졌다. > >이유는 모르겠지만, 머릿속에서 갑자기 렉싱턴의 모습이 스쳤다. > >제독A: "왜 그래? 갑자기 말을 하다 말고. 설마 네가——!" > >제독: "……그런 일은 없어." > >제독A: "(웃으며) 그렇겠지. 만약 정말이라면, 청첩장 보내는 거 잊지 마." > >제독: "(쓴웃음) 축의금이 적으면 올 생각도 마." > >제독A: "하하. 오늘은 이만 하자. 다음에 또 만나자, 친구. 몸조심하고." > >제독: "너도 몸조심해." > >그의 홀로그램 영상이 사라졌다. > >방 안은 갑자기 정적이 흘렀지만, 내 마음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 >결혼반지…… > >머릿속에 다시금 렉싱턴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웨딩드레스 차림이었다. > >웨딩드레스를 입고 꽃다발을 든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 >그저 평소와 같은 미소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 >제독: "……기다렸어?" > >맙소사...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 >. >. >. > >재무실. > >아이라: "저기, 다시 말해주실 수 있나요? 방금, 보급 물자 중에 '서약의 반지'가 있냐고 물으신 건가요?" > >제독: "……그래." >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나는 재무실에 있었고, 재무관을 겸하고 있는 아이라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 >이런 나의 행동은, 분명 그녀가 보기에도 이상해 보이겠지. > >아이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상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실 것 없어요." > >제독: "어라?! 어떻게 내 생각을 읽은 거야?!" > >아이라: "(손짓하며) 지휘관님의 마음 속 생각은 전부 얼굴에 쓰여있어요.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요." > >그녀는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더니, 단정하게 안경을 바로잡았다. > >아이라: "다시 지휘관님의 질문으로 돌아가죠, 그 '서약의 반지'에 관해서라면, 그것은 100% 결혼반지를 본 따서 제조되었어요." > >아이라: "동시에, 지휘관분들이 파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저희는 다이아몬드의 수량 통제를 통해 적당히 값을 조정——" > >제독: "(서두르며) 그런 것을 묻고 싶었던게 아니야." > >아이라: "(조금 주저하며) 그러면 무엇이 궁금하신 거죠? 아, 알겠어요." > >그녀는 손뼉을 치더니, 얼굴에 또 웃음기가 돌았다. > >아이라: "그 반지는 '서약'의 증표예요. '서약'의 내용에 관해서는, 저도 알 수 있는 부분이 없네요." > >아이라: "분명, 지휘관과 그녀 사이의 '서약'이겠죠." > >“서약” > >제길, 그 말을 듣자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 >나는 군인이고, 전장에서도 겁을 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걸까…… > >아이라: "참, 먼저 알려드려야 할 것이 있어요. 반지는 일정 이상의 주문이 들어오면 제조업체에 단체주문을 넣는데, 만약 급하시다면 업체에 개인 주문을 보낼 수도 있어요." > >제독: "(급히 손을 내저으며) 그렇게 급하지는 않아." > >아이라: "그냥 가능하다는 것뿐이고, 별 다른 뜻은 없어요. (손에 든 단말기를 조작하며) 그 업체의 온라인 예약주소는 지금 보내드렸어요." > >아이라: "그리고, 작년 연차를 어서 쓰지 않으시면, 이번 달 말에 소멸할 거예요." > >제독: "(머리를 긁적이며) 연차가 있었구나." > >아이라: "(한숨) 무슨 말을 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 >아이라: "하지만, 이제 다음으로 하실 일은 이미 결정하셨겠죠?" > >제독: "난……" > >{{{#!folding [선택1: 렉싱턴을 찾아간다.] >제독: 그래, 결정했어. > >내면의 선택을 직시해야지. > >계속해서 미루기만 하면, 이 마음속 어지러움은 더욱 혼잡해질 것이다. > >나는 훈련장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 >그녀는 항공모함의 훈련 프로그램에서 점수를 매기는 심판 역할을 하고 있었다. > >그녀의 일을 방해할 수는 없으니, 옆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 >잠시 후. > >렉싱턴: 사령관님, 오래 기다리셨나요? > >제독: 괜찮아. 바쁜 일은 끝났어? > >렉싱턴: 네. 하지만 사령관님이 훈련을 참관하러 오실 줄은 몰랐어요. > >제독: 아니, 널 보러 온 거야. > >렉싱턴: 앗……? > >그녀는 나의 말을 예상치 못한 듯 했다. 사실, 나도 내가 말을 더듬지 않고 한번에 말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 >렉싱턴: (숨을 깊이 들이마쉬고) 그럼……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나요? > >제독: 그... 나와 함께... 휴, 휴가를 가줬으면 하는데... > >(제길, 금세 긴장해버렸다.) > >렉싱턴는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평소의 그녀로 돌아왔다. > >렉싱턴: 저에게 사령관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신건 처음이에요. 저는... 기뻐요. > >제독: 그... 그럼? > >렉싱턴: ——만나는 장소와 시간을 잠시 후에 알려주세요. > >렉싱턴: (앞머리를 단정히 하며)……제 생각엔, 저희 모두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 >제독: (머리를 긁적이며) 아, 그렇구나. 나는... 집무실에 먼저 돌아갈게. > >렉싱턴: (미소를 지으며) 네, 일이 잘 풀리기를 빌게요. > >그녀의 웃음은 나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겨울의 눈처럼 녹아내렸다. > >이제, 집무실로 돌아가서 그 서류들을 해치워야 겠어. >}}} >{{{#!folding [선택2: 새러토가를 찾아간다.] >제독: 그래…… 그렇겠지. > >직접 렉싱턴을 찾아가는 것은... 그녀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이 두려웠다. > >……차라리 새러토가를 찾아가서- 그녀에게 렉싱턴에게 말을 전해달라고 하는 것이 낫겠지. > >체면은 상하겠지만, 어색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이 방법 밖에 없었다. > >출격 임무가 없을 때면, 새러토가는 수리공장에 가서 일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했다. > >내가 그녀를 찾았을 때, 그녀는 BTD의 날개를 조정하는 것을 돕고 있었다. > >내 부탁을 들은 후, 그녀는 평소와는 달리 눈썹에 주름이 잡혔다. > >새러토가: (허리에 손을 얹고서) 사령관, 정말 그것이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해? > >제독: (당혹) 왜? 뭔가 이상한 점이 있어? > >새러토가: (한숨을 쉬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어떻게 제3자에게 전달할 수가 있어... 사령관, 연애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 >제독: 하지만... 내가 면전에서 아무 말도 못할 바에는, 차라리... > >새러토가: 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둔한 건 아니라고, 바보 사령관. 하지만, 나를 찾아온 것만 해도 큰 진보라고 해줄게. >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뒤에 있는 작업대에 몸을 기댔다. > >새러토가: 난 사령관이 그 마음을 영원히 가슴 속에 묻어둘 줄만 알았어. > >제독: ……넌 알고 있었어? > >새러토가: (한숨을 쉬며) 바보가 아니라면 언니에 대한 사령관의 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 게다가, 언니가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고…… > >새러토가: 후, 알았어. 결국, 이것도 언니의 행복을 위한 거니까. > >제독: 고마워, 새러토가。 > >새러토가: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면, 데이트 당일에 겁먹고 움츠러들지 마. > >그녀가 다가와 닿을 듯이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 >새러토가: 기억해, 용감하게 출격하는 거야! 후회할 일은 남기지 않고! > >제독: ……난 할 수 있어! > >역시 자매라고 해야 할까? 새러토가도 사람에게 적극성을 불어넣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 >그래, 나는 더 이상 움츠러들 수만은 없다. >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바로—— >}}} == 2 == >드디어 그 날이 왔다. > >——내가 렉싱턴에게 약속한 날이. >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옷장에서 졸업식 때 입었던 사복을 꺼냈다. 첫 약속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전히 제복을 입고 있다면 분명 이상할 것이다. > >준비를 마친 후, 나는 항구를 떠나 그녀와 약속한 장소인- 정류장에 도착했다. > >나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그녀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에 조금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만약 그녀가 나보다 일찍 도착했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을 불러놓고 늦게 온다면, 얼마나 어색할까... > >만날 장소를 이곳으로 정한 것은 버스를 타야만 그 “장소”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해바라기 꽃밭이 있었다. > >렉싱턴은 해바라기 꽃을 좋아했다. > >그녀는 항구의 꽃밭에 특별히 해바라기 꽃을 심는 구역을 만들었고, 집무실 안에도 몇 송이 심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 >그녀의 해바라기 꽃에 대한 사랑은 분명 진심이다. 그것은... 지금 나의 심정과 동일하다. > >나는 무의식적으로 외투 안감 주머니에 있는 그 “작은 함”를 만지작거렸다. 만약, 오늘 내가 예상했던 대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마지막 카드가 될 터였다. > >내 마음을 담아서…… > >제독: 후—— >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 >——지금은, 차분히 기다리는 수밖에. > >여성의 목소리: 사령관님, 일어나세요~ > >제독: ——‼! > >이 목소리는… 렉싱턴이다…… >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 >렉싱턴: 사령관님, 오래 기다리셨나요? > >눈앞의 그녀는, 정말 눈이 부셨다. > >一파란 색 계통의 원피스는 그녀의 눈처럼 새하얀 피부를 돋보이게 했고, 레이스로 꾸민 투명한 숄은 그녀의 오묘한 분위기를 더했다. 마치, 속세에 나타난 요정 같았다. > >렉싱턴: (다가서며)사령관님? 괜찮으신가요? > >제독: 난 괜찮아! 미안, 잠깐 졸았어…… > >렉싱턴: 사과해야 하는 건 저예요, 사령관님. 제가 일찍 도착했다면 잠에 드실 일도 없었을 거예요. > >그녀는 정말로 자책하는 듯, 고개를 숙였다. > >이런...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 >{{{#!folding [선택1: 그녀를 위로한다.] >제독: 렉싱턴, 들어봐! 이건 내 잘못이니까, 넌 잘못이—— > >내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녀가 말을 가로챘다. > >렉싱턴: (고개를 숙이며) 사령관님은, 일의 경중과 무관하게 언제나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시는군요. > >제독: ……나는 항구의 사령관이니, 모든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해. > >렉싱턴: (한숨을 쉬며)또…… 항구 밖에 있어도, 여전히 고집이 강하시네요. > >고개를 든 그녀의 눈에, 약간의 슬픔이 묻어났다. > >그녀는... 왜 슬퍼하고 있는 거지? > >렉싱턴: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당신은 항구의 사령관입니다. 하지만 사령관이라는 신분 뒤에 있는 “당신”은, 누구인가요? > >제독: 그건…… 생각해본 적이 없어. > >내 대답을 들은 그녀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마치 무언가에 찔리는 듯 했다. > >렉싱턴: …… >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 >분명... 내가 일을 그르친 것 같다. >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어야 하는데. > >버스의 경적 소리가 우리 사이의 정적을 깨뜨렸다. > >제독: ……가자. > >렉싱턴: ……네. > >버스 안에 있는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생각해보자. > >더 이상... 그녀를 슬프게 할 수는 없다. >}}} >{{{#!folding [선택2: 그녀를 껴안는다.]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 >렉싱턴: 사, 사령관님……? > >나는 그녀를 껴안았다. > >제독: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너는 잘못한 것 없어. > >나는 잠시 거리를 벌려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 >그녀의 뺨은 눈에 띄게 홍조를 띠었다. 초점을 잃고 흔들리던 그녀의 눈빛이 드디어 나에게 향했다. > >눈동자 속에, 서로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 >제독: 내 마음 속에서, 넌 언제나 완벽해. > >렉싱턴: 사령관님…… > >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의 온도가 올라간 느낌이 들었다.…… > >다음으로, 해야할 것은—— > >나의 시선이, 그녀의 입술에 고정되었다. > >제독: …… > >버스의 경적 소리가 우리 사이의 정적을 깨뜨렸다. > >렉싱턴: (말을 더듬으며) 아… 버스가 왔네요. > >제독: 어……그래. 가자. > >나는 손을 풀어 그녀를 놔줬다. 그녀는 모자의 챙을 낮추어 얼굴을 가리더니, 앞서서 버스에 올라탔다. > >(빠른 심장박동 소리) > >내가 해냈구나……! > >제길... 가슴팍이 아플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린다…… > >버스 안에 있는 동안 마음을 가라앉혀야겠다. > >성공적으로 첫 발걸음을 내디뎠으니, 다음으로는—— >}}} == 3 == >방송음: 이번 정류장은 XX, XX입니다. 내리실 분은—— > >정류장에 도착했다. > >처음부터 버스에는 승객이 몇 명 없었기 때문에, 이곳까지 오는 동안 버스 안에는 오직 나와 렉싱턴만이 남아있었다. > >그녀는 뒷자리에 앉았고, 나는 그 앞에 앉았다. > >왜 떨어져있냐면...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 >나는 잡념을 떨치려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먼저 버스에서 내려 문에서 그녀를 기다리자, 머지 않아 그녀가 문으로 나왔다. > >내가 멈추어 기다리는 것을 보고, 그녀는 조금 놀란 듯이 걸음을 멈추었다. > >나는 웃으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 >렉싱턴: 아,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맞잡았다. > >제독: (다행이야, 그녀가 거의 회복된 것 같아.) > >나는 그녀의 동작에 맞추어 손을 꼭 잡았다- 그녀의 두 발이 안전하게 땅에 닿으면서 내 임무도 끝이 났다. > >이어서, 나는 스스로 손을 놓았다. > >렉싱턴: 아…… > >그녀의 짧은 “아”라는 탄식에서, 약간 아쉬움이 느껴졌다. > >제독: (내가 너무 생각을 많이 한 걸까……) > >렉싱턴: (궁금해하며) 사령관님, 여기는? > >제독: 우리의 목적지는 이쪽이야, 나만 따라오면 돼. > >렉싱턴: 네, 길 안내를 부탁드릴게요. > >따스한 미풍이 길가의 잡초를 스치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 >이 작은 길을 따라 내려가면, 해바라기 밭에 닿을 수 있다. > >제독: (너무 조용해.) >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먼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계속 이렇게 앞뒤로 걸어가기만 한다면 너무 어색할 것이다.…… > >다행히 버스 안에 있을 때, 미리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해두었다. > >{{{#!folding [선택1: 그녀가 이전에 했던 말에 답한다.] >나는 그녀에게 답해야 한다. > >'사령관'이라는 신분이 아닌 '나'는 누구냐고 물었었지? > >제독: ——나는 보통 사람이야. >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 >제독: 깨우쳐 줘서 고마워, 렉싱턴. > >렉싱턴: …… > >등 뒤에 있는 그녀는,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 >제독: 줄곧 나는 '사령관'의 업무에 전념하고 있었어. 정말로, 많은 영예를 얻었지. 하지만 그 영광은 사실 모두 너희들의 것이야. > >제독: 난 그저 '사령관'이라는 역할을 맡아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을 뿐이고. > >제독: ——결국 '나'라는 사람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 >렉싱턴: 사령관님…… > >제독: 그것을 깨닫게 해준 사람은, 바로 너야- 렉싱턴. > >——곧 도착한다. > >나는 돌아서서, 그녀와 시선을 맞추었다. > >제독: 네가 나에게 와줘서,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달을 수 있었어. > >제독: 너의 말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내 마음을 되찾게 해주었어. > >제독: ——네가, 날 구했어. > >그녀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감정을 억눌렀다. > >붉어진 눈시울이, 그녀의 속마음을 드러냈다. >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 >——그리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 >제독: 렉싱턴, 나를 믿지? > >렉싱턴: (확고하게) 언제나, 전 당신을 믿고 있어요. > >제독: 고마워. 그러면 눈을 감고, 나에게 맡겨줘. >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내민 손을 잡았다. 그리고, 눈물 어린 눈을 감았다. > >——맞잡은 손에서 그녀의 심장박동이 느껴졌다. > >처음에는 격렬하다가, 점차 평온해진다. > >마치 이전의 나처럼. > >이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 >최근 며칠간 급히 배운 내 지식들이, 이제 곧 최종적인 '검증'을 맞이할 것이다. >}}} >{{{#!folding [선택2: 지난 일을 이야기한다.] >제독: 렉싱턴,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 >이상하게도, 지금 나의 마음은 오히려 평온했다. > >분위기가, 마치 집무실에 있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 >렉싱턴: (가볍게 웃으며) 제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 >제독: 심해 인천기지- 네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들은 아마 꽤나 애를 먹었을 거야. > >렉싱턴: (가볍게 웃으며) 부임하면서도 사령관이 부하를 따라 출격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 >제독: (머리를 긁적이며) 나도 명색이 군인인데, 어떻게 그녀들만 전선에 내보낼 수 있겠어. > >렉싱턴: 그렇네요. 그때 저는 알았어요. 제가 정말 비범한 항구에 배정받았다는 것을요. > >점차,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걸었다. > >자연스럽게, 마치 여러 해 동안 알고 지낸 친한 친구처럼. > >아니, 우리의 관계는, 그저 '우정'으로 표현할 수 있는 관계를 넘어섰다. > >제독: ——그때 이후로, 나는 결심을 굳혔다. 비어있던 '비서함' 자리는, 마침내 제 주인을 찾았다. > >렉싱턴: 사령관님을 보좌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 >제독: 나도 알아. 그동안 수고했어. > >렉싱턴: (가볍게 웃으며) 이제 와서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오히려 어색하네요. > >제독: (미소를 지으며) 그래, 이제 그런 말은 필요 없지. > >그런던 어느새, 우리는 이제 서로 떨어져있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 >어쩌면... 그것은 단지 나의 바람일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가 보여준 감정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 > >……한 걸까? > >아니. 내가 이곳으로 함께 온 것은,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이 감정의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함이었다. > >미래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실패라고 하여도, 나는 여기서 만족하고 뒷걸음질 칠 수 없었다. > >——곧 도착한다. > >이 다음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 >제독: 렉싱턴, 나를 믿지? > >렉싱턴: 제 답은, 이미 알고 계시잖아요. > >제독: 아하하... 그렇지. >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불필요한 말을 하는 건, 내가 겁을 먹었기 때문일까? > >그럼—— > >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윙크를 했다. > >렉싱턴: 비밀스러운 것이군요. 좋아요—— > >그녀는 내가 내민 손을 잡고, 이어서 눈을 감았다. > >——그녀의 심장박동이 느껴졌다. > >고요함에서, 점차 빨라지는 것이. >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 >좋아, 이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자. > >드디어 최근 며칠간 보충한 지식을 '검증'할 때가 다가왔다. >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해바라기 꽃밭의 한 가운데에 섰다. >}}} == 4 == >이곳은 타원형의 공터지만, 인위적인지 자연적인지, 해바라기 꽃들이 모두 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주변을 빼곡히 둘러쌌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 >제독: 도착했어. >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는 그녀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몇 걸음 물러서, 그녀의 바로 맞은 편에 섰다. > >그녀는 내 뜻을 알아차리고, 갑자기 비치는 빛에 적응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잠깐 동안,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 > >빠르게, 그녀의 멍한 표정이 기쁨으로 가득찼다. > >그녀가 해바라기 꽃을 좋아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곳을 '결승지점'으로 선택했다. > >렉싱턴: (감동) 사령관님... 이건 사령관님이 저를 위해 준비해주신 건가요? > >제독: (난처한 표정으로)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리가. 이곳은 대자연이 모두에게 주는 선물이야. 하지만—— > >제독: ——적어도 지금만큼은, 너와 나의 것이야. > >그녀는 내 말을 듣고 웃기 시작했다. 그 환한 웃음은, 주변의 어떤 해바라기 꽃보다 더 눈부셨다. > >렉싱턴: 오늘을 위해 여러 지식들을 많이 배워오셨겠네요. > >제독: 아, 티 났어? > >렉싱턴: (가볍게 웃으며) 그 오랜 시간을 함께 했는데, 상대의 사소한 변화쯤은 느낄 수 있어야지요. > >제독: 그런가. (머리를 긁적이며) 그 옷, 너에게 정말 잘 어울려. > >렉싱턴: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으며) 어라, 긴장하셨나요? > >그렇다.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면, 평온했던 내 마음은 신관에 불이 붙은 폭죽처럼 갈 곳 없는 활력이 샘솟는다- 내가 생각해두었던 계획들이, 모두 일순간에 머리속에서 사라졌다. > >그렇다면, 할 수 밖에 없다…… > >내 움직임을 목격한 후,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굳어졌다. 뒤 이어, 의아한 표정으로 바뀌고, 놀라움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련의 복잡한 정서가 나타났다. 마침내, 그녀는 목이 메어 입을 막았다. > >눈시울에, 다시 눈물이 맺혔다. > >이제서야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최근에 와서야 마침내 땅을 부수고 가지를 뻗을 수 있었던 이 감정은, 드디어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 >그녀의 시선은 한쪽 무릎을 꿇은 나와 내 손에 쥐어진 '그것' 사이를 오갔다. 그러다, 마침내 나에게 초점이 맞추어졌다. 그녀의 젖은 눈시울은, 언제든지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았다. > >서둘러야 한다—— > >나는 그녀를 향해, '그것'을 들어올렸다. > >——아름답게 장식된 작은 함 안에는, 반지 하나가 들어있었다. > >그것은 매우 평범한 반지였지만, 다이아몬드를 박아야 하는 부분에, 대신 '다른 것'이 있었다. > >——그것은 그녀의 머리장식을 본뜬 모조품이었다. > >해바라기 꽃처럼 활짝 핀, 하늘색 깃털 세 개. > >제독: 비록 정식은 아니지만, 나와—— >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앞에 익숙한 손이 다가왔다. > >내 심장박동은 이제 완전히 엉망진창으로 뛰었다. > >(진정하자, 아직 끝난게 아니야.) > >나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심장을 억누르고, 작은 함에서 반지를 꺼내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중지에 반지를 끼웠다. > >렉싱턴: 아…… > >이번에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섞인 감정은, 상실감이었다. > >제독: (고개를 들며) 이건 임시니까... 그때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 교회에서 정식으로 너에게—— > >그녀는 허리를 굽혀 내 입술에 손가락을 대었다. > >렉싱턴: 알고 있어요, 사령관. 나머지는, 그 날 저에게 다시 말해주세요. > >렉싱턴: 저에게도…… 받아들일 시간을 주세요…… > >렉싱턴: 당신의 앞에서…… 제가 눈물범벅이 되는 것은…… 당신도 원하지 않겠지요…… > >그녀는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자신의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있었다. > >이런 순간에도, 그녀는 내 감정을 고려하고 있었다. > >제독: 넌 너무 상냥해…… 렉싱턴…… > >그녀의 말을 듣은 후, 나는 맥이 풀려서 김이 빠진 공처럼 바닥을 향해 몸이 기울어졌다—— > >그녀는 재빠르게 몸을 수그려, 나를 그녀의 품에 안았다. > >제독: (어색해 하며) 왠지…… 데자뷰가 느껴지는데. > >렉싱턴: 당신이 가끔 사무실에서 잠들면, 제가 이렇게 당신을 부축해서 방으로 돌아가곤 했어요. > >제독: (쓴웃음) 고생 많았겠네, 렉싱턴… 아무 불평도 없이, 나 같이 제 구실 못하는 인간을 돌봐주다니…… > >렉싱턴: (고개를 저으며) 무슨 말씀이신가요. 당신은 이미 훌륭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 >그녀가 나를 바라보자, 눈물짓던 얼굴이 미소로 바뀌었다. > >렉싱턴: ——서로 부축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요. 그렇지 않나요? > >그래, 맞는 말이다. > >지금까지, 우리는 서로 부축하면서 오늘까지 이를 수 있었다. 그녀가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제독: (몸을 추스리며)부탁해도 될까? 렉싱턴. > >렉싱턴: 분부만 해주세요. 전 당신의 곁에 있을게요. > >우리는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둘 모두 입가에 호를 그렸다. > >둘 모두, 더 이상의 확답은 필요 없었다. > >동작 하나, 눈빛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 >제독: 다음 버스를 타러 가자. > >렉싱턴: 네, 사령관님. > >우리는 서로를 부축하며, 왔던 방향으로 돌아갔다. > >꽃밭을 떠나는 찰나,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 >불어온 바닷바람에는, 해바라기 꽃의 향기뿐만 아니라, > >——사람을 안심하게 만드는 그녀의 변하지 않는 향기도 실려있었다. > >앞으로도 잘 부탁해, 렉싱턴. > >언젠가 올 그 날을, 웨딩드레스를 입은 네가 정식으로 답을 해줄 그 날을 기다리며—— > >나는 노력할 것이다. 그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올 수 있도록. > >나는 내 모든 것을 바쳐서…… > >——네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Happy End- 머지 않은 내일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