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언어학]] [목차] {{{+3 混成語 / Blend, Portmanteau}}} == 개요 == 혼성어란 [[절단#언어학]](clipping) 후 [[합성어|합성]]된 단어를 뜻한다. 대표적인 예는 smog([[스모그]])로, 'smoke'의 절단형과 'fog'의 절단형이 서로 결합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단어 형성을 혼성(blend)이라 한다. 한국의 국어 교육 과정에서는 이 개념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일상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라볶이]] 같은 단어도 '라면'의 절단형 '라'와 '떡볶이'의 절단형 '볶이'가 합쳐진 혼성어이다. 교육과정에서 혼성어에 대해 다루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합성어]]라고 잘못 지칭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 특징 == 혼성어는 절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절단이 되는 비율이 크면 클수록 [[의미 투명성]]은 크게 떨어진다. 특히 한국 한자어의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2자어가 1자어로 절단되면 글자의 절반이 날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본래의 단어를 추측하기 좀 더 어려워진다. 가령 '갓반인'에서 '반인'은 '일반인' 3글자 중 2글자가 남은 것이라 '일반인'을 떠올리기가 쉽지만,[* 특히나 '○반인' 형식의 단어는 '[[모반]]인', '[[등반]]인', '[[동반]]인', '[[열반]]인', '[[운반]]인' 정도밖에 없다. 이들 모두 '일반인'의 등장 빈도에는 한참 못 미친다. 또한 '갓'이란 표기가 [[한자어]]에선 나타나지 않으므로 '갓반' 같은 한자어는 나타나기 어렵고, '갓반+인'으로 다르게 절단할 위험도 적다.] '[[좆간]]'에서 '[[인간]]'은 2글자 중 1글자만 남았기 때문에 '인간'을 바로 떠올리기는 좀 더 어렵다. 형성 방식에서 기본적으로 절단을 전제하기 때문에 비격식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특히나 [[로마자]] 문화권에서 앞글자만 딴 [[두문자어]]는 공식석상에서도 활발히 사용되지만 중간에 절단된 형식은 다소 비격식적이다.[* 일례로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 일명 '[[나치]]'는 공식적으로는 두문자어 NSDAP를 사용했다. Nazi는 추정컨대 [[네이션|National]]의 앞 부분만을 절단한 형식이다. 이때의 Nazi는 단일어 National를 절단한 것이기에 혼성어는 아니다.] 또한 위에서 보듯 의미를 파악하기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비밀스럽다는 인상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소설)|1984]]의 [[가상언어]]인 [[신어]]에는 혼성어가 매우 많다. '애정부'(Ministry of Love)가 '애부'(Miniluv)가 되는 식이다. 다만 [[한자문화권]]에서는 한국의 '[[행정안전부]]'가 흔히 뉴스에서도 '행안부'라고도 불리는 등 음절 축약이 흔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그다지 특이하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한편 로마자 문화권에서 이런 정부 부처는 [[두문자어]]로 줄이지 저렇게 문장 일부를 절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례로 [[미국 국방부]](The United States Department of Defense)는 흔히 DoD로 줄인다.] (엄밀히는 [[절단#언어학]] 문서에서 다룰 내용이긴 하나) 절단의 최소 경계는 [[음소]]이지만 [[음절]] 경계에서의 절단도 흔히 나타난다. 특히 [[한자문화권]]에서는 한자가 음절 단위로 음을 표시하기 때문에 음절 경계 절단이 더 자주 보이곤 한다. 일본어나 한국어도 표기 문자인 [[가나(문자)|가나]]와 [[한글]]이 [[음절]]과 결부되어 있는 관계로 음절 경계 절단이 흔하다. 구성 요소들 중 일부가 이미 절단되어 본래 형식을 추측하기 약간 어려운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합성어]]에 비해서 형태소 경계를 알기 어려울 때가 있다. 가령 [[마기꾼]] 같은 혼성어는 '마(마스크)+기꾼(사기꾼)'이지만 처음 본 사람은 '마기+꾼'으로 잘못 절단하여 이해할 수 있다. [[신조어]]에 이런 혼성어들이 매우 많다. 비격식적으로 여겨져 격식어에서 잘 쓰이지 않아 상대적으로 돋보인단 점도 한 이유겠지만 합성으로써 의미를 새로 생성하면서도 [[절단#언어학]]에 의해 단어의 길이는 크게 변하지 않고 유지되기 때문에 단어 사용의 경제성이 증가한다는 이점도 큰 요인인 듯하다. '갓반인'([[갓(유행어)|갓]]+[[일반인]]) 등 접사 중에도 본래 말을 절단하여 그 자리에 들어가는 것들이 많다. 어느 언어에서 혼성이 자주 일어나는지를 정량적으로 측정한 데이터는 없겠으나 [[일본어]]에서 특히 이런 혼성이 자주 발견되는 듯하다. [[일본어]]는 [[영어]] 등 여타 서구 외래어를 차용하는 데 거부감이 별로 없는데, 영어 같은 폐음절 위주 언어를 받아들일 때에는 개음절 위주의 일본어 특성상 [[음절]]이 좀 더 길어지기 때문에 절단이 흔히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본래 언어에서는 한 음절에 속하는 음절말 자음이 흔히 잘려나가 음절이 분리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가령 character[kærəktə(r)\]([[캐릭터]])라는 단어에서 영어 화자는 음절을 'cha/rac/ter'로 인식하지만 일본어로는 キャラクター의 キャラ만을 따와 음절 rac의 ra만을 가져오게 된다. 한국에서는 외래어의 앞글자만 따오는 경우가 많은데('디카' 등) [[한글]]은 음절말까지 표현할 수 있는 문자이기 때문에 일본에서처럼 음절 내 절단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리고 이렇게 절단한 형식들을 바탕으로 일본인의 감각대로 합성어를 만들기 때문에 [[재플리시]]에는 영어 화자에게 매우 생소하게 들리는 혼성어들이 많은 편이다. '[[가라오케]]'(から + [[오케스트라|orche\|stra]])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혼성어(이자 [[혼종어]]인) [[재플리시]] 중 영어에도 karaoke의 형식으로 유입되는 등 매우 널리 퍼진 예이다. == 유사 개념 == 유사 개념으로 절단 합성어(clipped compound)가 있다. 가령 sci-fi와 같은 단어는 [[사이언스 픽션|science-fiction]]이라는 합성어가 각각 절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노명희(2010:260)[* 노명희(2010), 혼성어(混成語) 형성 방식에 대한 고찰. 國語學, 58, 255-281. [[https://kiss.kstudy.com/Detail/Ar?key=3736238|#]]]에 따르면 영어에서는 단일어와 구별되는 합성어의 [[강세]]가 유지되는지 여부를 통해 혼성어와 절단 합성어를 구별할 수 있겠지만 한국어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으므로 구별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다만 한국어의 경우에도 '디캉스'의 '디, 캉스'처럼 [[형태소]]의 지위를 지니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절단형이 합성된 것과, '유튜브셀러'의 '유튜브, (베스트)셀러'처럼 어느 정도 형태소의 지위를 지니고 있는 절단형이 합성된 것의 차이가 어느 정도 나타나기는 한다(김상민 2022:318)[* 김상민(2022), 혼성어의 형태론적 지위. 國語學, 104, 317-351. [[https://kiss.kstudy.com/Detail/Ar?key=3992261|#]]]. 서로 다른 두 단어의 음절 앞 글자끼리 붙인 [[두문자어|두음절어]](頭音節語, syllabic acronym)도 '앞 음절만을 남겨 절단'한 후 합성한 것이므로 혼성어에 속한다. 다만 '라볶이' 같은 예에서 '볶이'는 앞 음절이 아닌 뒤 음절, 그것도 2개를 남긴 것이므로 혼성어이기는 하나 두음절어는 아니다. 음절 축약(syllabic abbreviation)은 단일어 내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혼성어와 차이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어의 혼성어는 대체로 음절 단위로 절단되기에 음절 축약어라고도 할 수 있다. 단, 한국어에서 음절 축약은 '[[할많하않]]'처럼 두음절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어에서는 한자어의 일부를 절단한 뒤 합성할 때 독음 방식을 바꾸어 읽는 현상이 일어나곤 한다. 가령 [[교토]](京都, きょうと)의 京(교, きょう)와 [[오사카]](大阪, おおさか)의 阪(사카, さか)를 음운론적으로만 절단하여 합성한다면 '교사카'(きょうさか)가 되어야겠지만 京阪으로 합친 뒤에는 다른 방식으로 음독하여 '게이한'(けいはん)이 된다.[* 阪는 훈독하던 것을 음독한 것이다. 京의 두 독음 きょう와 けい는 모두 음독이기는 하나, 전자는 [[일본 한자음|오음이고 후자는 한음이다.]]] 이러한 것들도 넓은 의미에서는 혼성어라고 볼 수 있으나 일본어 외의 언어에서는 유사한 현상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한국에서 '서울-부산'을 '[[경부]]'로 나타내는 것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을 제외하면 이런 현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혼종어]]는 단어 범주([[한자어]], [[외래어]] 등)가 섞인 것으로 혼성어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다만 둘 다 비격식적 상황에서 자주 쓰인다는 공통점이 있어 신조어 중에는 혼종어이면서 혼성어인 것이 상당히 많다. * 혼종어이면서 혼성어인 것: 혼성어 '갓반인'에서 '갓'은 영어 외래어, '일반인'은 한자어로 혼종어이다. * 혼종어이지만 혼성어는 아닌 것: '[[살사]] 소스'는 [[영어]]와 [[스페인어]]가 섞인 혼종어지만[* 아울러 [[살사]] 문서에서도 다루듯 스페인어 '살사'의 의미가 영어의 '소스'와 동일하기 때문에 [[겹말]]이기도 하다.] 절단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혼성어는 아니다. * 혼성어이지만 혼종어는 아닌 것: '[[헬]]메리카'는 혼성어이지만 '헬'과 '아메리카'는 모두 영어 [[외래어]]로 혼종어는 아니다. == 예시 == 매우 많은 신조어들이 혼성의 방식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모든 예를 싣는 것은 어렵다. 근대사에서 접하는 단어 중 혼성어인 것으로 유명한 예는 [[코민포름]], [[코민테른]], [[게슈타포]] 등이 있다. [[비타민]] 역시 생명을 뜻하는 [[라틴어]] 'vita'와 이집트 신화 신 중 하나의 이름을 이르는 [[고대 이집트어]] '[[아문|𓇋𓏠𓈖𓁩]]'의 절단형이 결합한 단어이다. === 지명 관련 === * [[베네룩스]]: [[벨기에]](__Be__lgium)의 be, [[네덜란드]](__Ne__therlands)의 ne, [[룩셈부르크]](__Lux__emburg)의 lux를 합친 것이다. * 베세토: [[베이징]](__Be__ijing), [[서울]](__Se__oul), [[도쿄]](__To__kyo)를 합친 것이다. * [[탄자니아]]: [[탕가니카]](__Tan__ganyika)와 [[잔지바르]](__Zan__zibar)를 합친 것이다. * [[파키스탄]]: 인도 서쪽에 무슬림이 다수 거주하는 [[인더스 강]] 유역 5개 지역 [[펀자브]]('''P'''unjab), [[아프간]]('''A'''fghan), [[카슈미르]]('''K'''ashmir), [[신드]]('''S'''indh), [[발루치스탄]](Baluchi'''stan''')에서 글자를 따온 것이라고 한다. [[두문자어]]로 된 지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 동아시아에는 한자를 한 글자씩 합쳐서 만든 지명이 상당히 많다. [[우한시]]는 __우__창과 __한__양/__한__커우를 합친 것이다. 한국은 [[부군면 통폐합]] 당시에 [[일본 제국]]에 의해서 이러한 지명이 많이 생겼다. 아무래도 동아시아의 주된 표기 문자인 [[한자]]에 힘입어 단어 경계가 명확하며, [[의미 투명성]]이 높아 본말의 의미를 보다 더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 외부 링크 == * 영어 위키백과 [[https://en.wikipedia.org/wiki/Clipped_compound|절단 합성어(Clipped compound)]] 문서 * 영어 위키백과 [[https://en.wikipedia.org/wiki/Blend_word|혼성어(Blend word)]]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