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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Ἱερὸς Λόχος

1. 개요
2. 구성
3. 역사
4. 공적
5. 최후
6. 기타



1. 개요[편집]


연인으로만 이루어진 국가나 군대를 만들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모든 병사들이 연인과 함께 싸운다면 아무리 적은 세력이라도 세계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이다.

-플라톤 향연[1]


고대 그리스도시국가(폴리스) 테베에 존재했던 정예 보병부대, 병과는 호플리테스라고 불리는 전형적인 고대 그리스식 중장보병. 고대 그리스어로는 히에로스 로코스(Ιερός Λόχος, Hierós Lókhos)라고 한다.[2] 이 이름은 근대 그리스의 군대에도 자주 쓰인다. 물론 이름만 따온 것이다.

원어나 기원, 특성으로는 전혀 다르지만 카르타고 역시 비슷한 이름의 정예 부대인 신성 기병대를 운용한 적이 있다. 페니키아 고유신들에게 봉헌된 부대라는 의미로 해상도시국가였던 탓에, 다수의 용병을 운용하던 카르타고 육군에서 보기 드물었던 자국민 정예 부대였다. 다만 중앙군 소속이며, 포에니 전쟁 이전에 이미 전멸하여 해체되었다고 한다. 다만 역덕들 사이에서는 어째서인지 한니발 바르카가 운용했다고 잘못 알려졌는데, 이는 아마도 로마: 토탈 워의 영향이 큰 듯 보이며 처음 제작시 한니발이 애용하였던 누미디아 기병대나 카르타고 귀족 중장기병대를 착각한 듯하다. 제작진도 고증 실수를 인식했는지 후속작인 토탈 워: 로마2에서는 신성 기병대를 삭제하고 그자리에 카르타고 귀족 기병을 넣었다.


2. 구성[편집]


플루타르코스의 기록에 따르면 신성부대는 게이 커플 150쌍(300명)으로 구성된 부대였다. 부대원들의 정확한 나이대는 기록되진 않았지만, 훈련을 모두 마쳐 갓 부대원이 된 자는 대체로 20~21세였고 30세가 되면 은퇴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미혼이면서 시민 계급[3]인 성인 남성과 곧 시민이 될 청소년이 동성애를 하는 문화가 광범위하게 있었다. 이들은 현대적인 동성애자와 달리 연인 관계인 동시에 성인 남성이 스승의 역할을 맡아 곧 시민이 될 소년에게 시민으로서 사회적 교양을 가르쳐주는 스승과 제자 관계이기도 하였다. 테베의 신성부대는 바로 이 연인-사제 관계였던 이들을 같은 부대에 편성한 것이다.[4]

연인-사제 관계에 있었던 이들로만 편성된 까닭은 전장에서 연인이 죽지 않도록, 그리고 스승은 제자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또 제자는 스승에게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싸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사랑이라는 심리를 이용해서 엄청난 힘을 잠재하는 병력.

사실 이 발상을 전략적으로 분석해 보면 의외로 굉장히 효과적인 것이었다. 우정의 심리를 기반으로 하는 보통의 전우애만 잘 써먹어도 군대의 사기와 위력이 올라가는데, 우정보다 더 강한 전우애사랑의 위력은 어지간한 전우애보다도 더 강한 힘을 발동시킬 수 있으니 그야말로 최고조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부대 구성원들끼리의 유대를 할 수 있는 만큼 강화시켜서 전투력을 끌어올린다는 논리.

여담으로 고대 그리스인들은 여성을 시민 계급으로 취급하지 않았는데, 당시에는 시민이 아니면 군대에서 복무할 수가 없었다.[5] 따라서 당연히 신성부대에는 남성 동성애자들만 존재한다.

물론 여기에만 의지한 것은 아니고, 테베에서는 국비로 신성부대의 훈련과 생활을 지원해 평상시에도 체력 단련과 군사 훈련에만 몰두하는 전문 군인들로 육성했다. 즉, 신성부대는 일반적으로 징집시민병이던 다른 보병들보다 훈련도가 높은 정예병력이었다.

숫자는 적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테베 자체가 아테네, 스파르타 다음가는 강국에 속했고, 고대 그리스 폴리스의 시민병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300명이 결코 적은 수는 아니다. 요즘 식으로 따져도 SAS 대원 수준 정예 전투원 300명이라면 상당한 수준의 전력이니, 인구와 병력 수가 더 적었던 그 당시에는 전략병기급이었을 것이다. 운용 방식도 훈련도가 높은 특수부대에 가까웠는데, 팔랑크스의 제1열에서 버티며 적을 맞이하는 기본적인 임무와 더불어, 순간적으로 병력을 쪼개어 뚫리기 직전인 전열을 보충하는 소방수 역할과 적의 취약한 진영 끝을 습격하는 돌격대 역할 등, 훈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반적인 팔랑크스 보병보다 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또한 당시에 흔치 않은 상비군이었기에 일종의 5분대기조 역할도 겸했다.

게다가 전력을 최대한 끌어 모은다고 스파르타처럼 제1계급 거의 전부를 어린 시절부터 군사훈련을 시켜서 생활이 막장화되는 무리수를 두는 것도 아니고, 아고게와 같은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할 필요 없이 우정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자발적으로 동기 부여가 되었으며, 소수정예만 강하게 훈련시키는 것이라 스파르타군보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동등 이상의 숙련도를 확보하는 등 효율성이 상당했다.

3. 역사[편집]


신성부대는 기원전 378년 즈음에 당시 보이오타르크(사령관)였던 고르기다스에 의해 창설되었다고 한다. 이때가 테베의 성채 카데메이아를 점령하고 있던 스파르타 군을 쫓아내던 시점으로, 당장 스파르타 침공 군을 막고 앞으로 스파르타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하고자 특별히 고려된 특수부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100년 전인 플라타이아 전투에 테베의 정예부대 300명이 페르시아와 연합해 아테네를 상대로 싸웠다던가, 기원전 424년 델리움 전투에서도 테베의 정예군 300명이 전장에 나타났었다던가 하는 기록들이 있으므로 전신 격인 부대가 더 오래 전부터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즉 테베의 역사에 오랫동안 존재하다가 언젠가 사라진 부대를 고르기다스가 재창설했거나, 존재는 했지만 공식적으론 유명무실해진 걸 고르기다스가 다듬어서 본격적으로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다는 것. 아무튼 고르기다스가 창설한 신성부대는 카데메이아 성채에 주둔했다.


4. 공적[편집]


신성부대는 실제로 높은 전투력을 보여주었고 테베도 신성부대를 기반으로 그리스의 패권을 잡아, 신성부대의 명성은 높아졌다. 고르기다스에 의해 창설된 신성부대가 처음으로 전투에 등장한건 스파르타의 왕 아게실라오스 2세가 테베를 침공한 기원전 378년으로, 이때 아테네와 연합하여 스파르타를 몰아냈다.

테귀라 전투는 펠로피다스가 무방비 상태인 오르코메누스를 포위하려고 신성 부대와 소규모 기병대를 이끌고 진격하다 스파르타 본국에서 대규모의 증원군이 온다는 소식에 다시 철군하던 중 원래의 오르코메누스 수비대를 만나 벌어진 전투이다. 흔히들 오해하는 것이 스파르타 군대는 전원이 인간병기로 단련된 스파르티아타이로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 즈음해서는 정예 병력인 스파르티아타이의 수가 얼마 안 되었고 전쟁의 방식도 페리오이코이 등 일반 병력과 동맹군의 병력으로 전쟁을 운영한 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스파르타군의 수는 부대 단위를 봤을 때 1800명이 아니라 1000명에서 1800명 사이라고 추정한다. 게다가 이것도 정예병이 아니라 보이오티아 도시 오르코메누스를 수비하던 스파르타 수비군이었다. 전투 양상 측면에서도 신성 부대의 용맹성 그 자체보다는 비정상적으로 부대를 운용하여 스파르타의 전선을 깨어버린 게 승인이었다. 테베 군은 종심을 비정상적으로 두텁게 하여 얇은 스파르타 전선을 뚫은 후 양 측면을 기병대와 함께 들이쳐서 스파르타 군은 패주하였다. 테베 군이 추격하였으나 오르코메누스가 가까워 전과는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신성 부대 300명이 스파르타 군 1800명을 전멸시켰다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오류이다. 스파르타 군의 구성을 오해하게 한 점, 즉 스파르티아타이가 전멸당했다고 오해하게끔한 왜곡이 있는 점, 사료 부족으로 스파르타 군의 규모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 없는데 근거 없이 1800명으로 확정한 점, 게다가 오르코메누스가 가까워 테베 군이 추적했으나 전과가 제한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스파르타 군이 전멸당했다고 한 점에서 모든 팩트가 틀렸다. 또한 신성 부대가 종심을 뚫은 후 스파르타 수비군에는 없었던 기병대와 함께 측면을 공격한, 뛰어난 전술에 의한 전과를 신성대라는 단일부대가 특별히 용감해서 다수의 인간병기 스파르타 군을 박살낸 양 전투양상을 단순히 도식화해버렸다.

그렇다고 신성부대의 힘이 과장된 것이냐면 그건 아닌 것이, 테베의 신성부대는 테귀라 전투의 한 축이었고 레욱트라 전투에서도 사선대형의 가장 취약한 좌익의 끝부분을 틀어막는 역할을 맡아 아군을 지키는 동시에 당시 무적을 자랑하던 스파르타식 교육 때문에 사랑의 멋짐을 모르던 스파르타 군을 격파하는데 큰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들의 활약을 과소평가할 수 없는 점이 고대 전쟁은 대형의 어느 한 곳이 무너져 무질서한 상태로 가는 순간 큰 피해를 입거나 수습하지 못하고 패배하는 것이 사실상 거의 확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휘관의 전략/전술을 정확히 수행하려면 아군 정예가 중요 지점을 지키면서, 상대편이 가하는 맹공을 질서정연히 진형을 유지하며 받아내고 붕괴를 막는 것이 핵심이었다. 맞붙는 과정에 상대편 역시 잘 훈련된 정예부대를 동원해 여기저기를 찌르며 진형붕괴를 노리는 것은 기본이었고, 노려지는 지점의 병사들이 상대방 정예부대의 예봉을 받아내는 강인함과 용기를 갖추지 못했다면 진형이 무너지며 전세가 순식간에 불리해졌다. 그렇기에 잘 훈련된 신성부대가 스파르타의 정예와 맞서 밀리지 않고 진형 붕괴를 막아낸 것 자체는 상당히 훌륭한 공헌이다.


5. 최후[편집]


기원전 338년 카이로네이아 전투에서 마케도니아 군에 패배하고, 이 전투에서 부대원 300명 가운데 254명이 죽는 참사를 당했다. 일설에 따르면 필리포스 2세는 신성부대의 용맹과 장렬한 최후에 감동받아 "이들이 부끄러운 짓을 했다고 말하는 자가 있거든 반드시 죽여라!"고 외치면서 신성부대의 시신이 쌓인 더미 곁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후 마케도니아에게 테베가 몰락하면서 신성부대는 재건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테베에는 이들을 기려서 거대한 돌사자로 장식된 무덤이 전해져 내려왔고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그리스는 이후 로마와 이슬람, 오스만 세력, 나치와 이탈리아가 두루 밟고 지나갔음에도 무덤과 돌사자가 그대로 보존되었음은 모두가 이들의 공훈을 높이 산 까닭인 듯. 1890년에 실시한 발굴조사에서 정말로 7열로 눕혀진 254명의 주검이 발견되어 신성부대의 존재가 고고학적으로 확실히 증명되었다.

6. 기타[편집]




  • 히라노 코우타의 이세계 판타지물 신작 드리프터즈에서 등장하는데 정확히는 이세계로 넘어간 생 제르맹이 역사적 지식과 자신의 성향[6]을 아낌없이 반영하여 결성된 500명의 군단이다. 아름다운 상체 근육을 과시하는 웃통 깐 군복, 그리고 서로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특징. 그 모습에 어떤 드워프는 화장실이 어디냐면서 토하고 오겠다고 말할 정도. 하지만 대장인 토요히사가 정렬하라고 외치자 진지한 표정으로 절도있게 딱딱 맞춰서 움직이고, 해당 세계에선 존재하지도 않은 괴상한 병기인 화승총을 받고 화약이 격발하는 굉음에 놀라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이들이 고작 1주일 간의 훈련을 받았음을 감안할 때 제법 훌륭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정예군이라고 할 만하다. 참고로 한니발은 이들이 신성부대에서 모티브를 얻은 부대임을 알았다.

  • 마이 리틀 텔레비전 4화, 2015년 5월 16일 방영분에서 퀴즈문제 형식으로 이다지가 소개했다. 이 부대를 알게 된 네티즌들의 반응이 인상적인데, '속보: 홍석천 그리스로 출국', '홍석천, 최소 분대장', '홍석천 일당백' 등등.


  • 로마: 토탈 워의 알렉산드로스 확장팩에서 그리스의 병과로 등장. 캠페인에는 그리스 팩션이 없어 커스텀 배틀에서만 쓸 수 있다. 그리고 역사적 전투인 카이로네이아 전투에서 적으로 등장하는데 올 기병인 알렉산드로스의 부대로 신성 부대를 패주시켜야한다. 이때 주는 기병이 확장팩 페르시아의 박트리아 중장기병과 함께 최강 기병의 양대 산맥인 컴패니언 기병이긴 하지만 애시당초 이 게임에서 최강의 진형이라 불리우는 팔랑크스를 정면으로, 그것도 기병으로 뚫는 건(팔랑크스 자체가 창병이라 기병에게 보너스 데미지가 들어간다.) 오리지널캠에서도 카타프락트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기에 곤혹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거기다 사기도 높아서 틈으로 파고 들어 후방 돌격을 해도 패주를 잘 안하는지라(다른 호플리테스를 치자니 신성 부대가 안 무너지면 패주를 안한다.) 더욱 힘들며 승리한다 해도 부대가 너덜너덜한 상태가 될 가능성이 100%다.

[1] 플라톤은 이성애가 아니라 동성애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성애는 '번식'을 위한 본능이 섞여 있기 때문에 순수하지 못한 것이지만, 동성끼리는 번식이 안되니 본능에 휘둘리지 않는 순수한 정신 대 정신끼리의 사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플라토닉 러브라는 말이 바로 플라톤의 이러한 주장에서 비롯된 단어이다. 동성간의 육체적인 사랑의 경우에는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기에 부도덕하다고 주장했다.(법률)[2] 현대 그리스어 발음은 이에로스 로호스.[3] 지금이야 도시에 살면 누구나 시민이라고 부르지만, 노예제 사회였던 당시 그리스에서는 일종의 특권 계급이나 마찬가지였다. 시민 계급의 특권은 오로지 남성에게만 주어졌고 또 남성이라고 누구나 시민권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인구 대비 시민의 비율이 가장 높았던 아테네의 페리클레스 통치기를 기준으로, 성인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통째로 제외하고 나머지 절반인 남성 중에서도 절반 가량은 노예 혹은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성인 인구 대비 시민의 비율은 약 25% 정도, 미성년자까지 포함한 전체 인구 대비로는 20% 정도까지 내려갔다. 그나마 아테네는 무산자도 시민권을 가질 수 있었기에 이 정도였고, 다른 폴리스들은 스스로 무장할 수 있는 재산이 있어야 시민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전체 인구 대비 시민권자의 비율은 약 10% 정도였다.[4] 이러한 부대 편성은 동성애 문화가 널리 퍼졌던 그리스에서도 오로지 테베에만 존재하였다.[5] 지금이야 군복무를 국민의 의무라고 여기지만 당시 그리스인들은 군복무를 시민의 권리라고 여겼다.[6] 이 만화에서 생 제르맹은 중증의 남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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