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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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편집]
왕가위 감독이 1990년에 연출한 두 번째 장편 영화.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탓에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와 그 주변 사람들의 쓸쓸한 관계에 대해 묘사했다. 개봉 당시에는 대중의 기대에 어긋난 주제와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지금은 왕가위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왕가위 작품세계의 실질적인 출발점이자 회귀점으로 평가받는다. 홍콩 최고 권위의 시상식인 홍콩금상장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5개 부문을 수상했다.
장국영, 장만옥, 유가령, 장학우, 유덕화, 양조위[5] 등 홍콩 영화의 젊은 스타들이 총출동한 영화이며, 그 스타들이 하나같이 정적이고 우울한 역할을 담당한 것도 포인트이다. 특히 주인공 격인 장국영은 배역과 혼연일체된 섬세한 연기와 포텐 터진 훌륭한 비주얼을 보여주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특히 런닝셔츠 바람으로 혼자서 방 안에서 맘보춤을 추던 장면과, 두 주먹을 쥐고 필리핀의 숲길을 걸어가던 뒷모습이 유명하다.
2. 예고편[편집]
3. 시놉시스[편집]
4. 등장인물[편집]
- 아비 / 욱자 / 요크 - 장국영
-
소려진 - 장만옥
- 경관 - 유덕화
- 아비의 친구 - 장학우
- 아비의 양어머니 - 반적화
- 아비의 친어머니 - 티타 무뇨스
5. 한국판 성우진(KBS)[편집]
- 김승준 - 아비(장국영)
- 송도영 - 려진(장만옥)
- 배정미 - 루루(유가령)
- 홍시호 - 경찰관(유덕화)
- 김일 - 아비의 친구(장학우)
- 유지영 - 아비의 양어머니(반적화)
- 김정미 - 여관주인(소림)
- 전인배 - 바람둥이 남자(디날로 안투네스)
- 전진아 - 길거리 여성(안젤라 포노스)
- 우리말 연출: 이원희 PD(KBS 미디어)
6. 줄거리[편집]
아비는 늘 여자를 갈구하지만 깊은 사랑은 경계하는 바람둥이다. 도박장의 매표소에서 일하는 소려진에게 먼저 접근해 그녀의 사랑을 얻는 데 성공해 동거생활에 들어간다. 이도 잠시, 아비는 소려진을 자신의 집에서 쫓아낸 뒤 댄서인 루루를 들여 또 다른 사랑을 나눈다. 루루는 소극적인 소려진과 달라서 아비가 자신에게 싫증을 느꼈다는 걸 눈치채고는 헤어지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그럼에도 루루에게 매몰차게 이별 선언을 하는 아비에게는 길게 사랑을 지속하지 못하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어려서 친어머니에게 버림받아 지금의 양어머니에게 입양된 것이다.[9] 게다가 양어머니 역시 여러 남자를 전전하는 까닭에 아비의 분노를 부른다. 루루와 헤어지고 양어머니에게서 기어이 친어머니의 정보를 받아낸 아비는 친어머니를 찾기 위해 필리핀으로 향한다.
한편 버림받은 소려진은 아비에게서 자신의 짐을 받으러 갔다가 그곳을 지나치던 경관을 만난다. 초췌한 소려진을 위로하던 경관은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녀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 둘의 만남 역시 짧게 끝나고 만다. 소려진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경관 일을 그만 둔 남자는 선원이 되어 필리핀에 가게 된다.
루루는 아비에게서 버림받은 뒤 한동안 방황한다. 그리고 전부터 그녀를 짝사랑해온 아비의 친구는 그녀를 쫓아다니지만 그녀는 아비만 찾는다. 결국 아비의 친구는 자기의 차[10] 까지 팔아 루루가 필리핀으로 갈 여비를 마련해준 뒤, 만약 아비랑 이어지지 못하거든 자기에게 와달라고 고백한다.
한편 아비는 필리핀에서 친어머니가 사는 저택을 찾아내어 방문하지만, 그녀가 집에 안 계신다는 가정부의 얘기를 듣고 그냥 돌아간다.[11] 한편 선원이 된 남자는 우연히 길을 가던 중 술에 취해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비를 발견하고 그를 자신의 숙소로 데려간다. 정신을 차린 아비는 남자에게 필리핀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그런 뒤 어느 바로 데리고 갔다가 위장 여권을 거래하던 중 상대방을 칼로 찌르면서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아비와 남자는 역에서 격투를 펼치며 탈출한 이후 필리핀의 열차에 탑승한다. 이 둘은 발 없는 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나, 남자가 다음 역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를 승무원에게 묻기 위해 잠시 자리에서 일어난 사이 아비는 칼에 찔린 여권 위조업자의 동료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암살 당한다. 아비는 돌아온 경관과 회한에 찬 듯한 마지막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 때 남자가 소려진이 이야기했던 영원히 기억될 1분에 대해 말을 꺼내게 되고, 아비는 그 1분을 기억하고 있지만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면 잊었노라고 이야기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세 개의 신(scene)[12] 이 조각조각 연결된 문제의 엔딩 시퀀스가 이어진다.
7. 해석[편집]
7.1. 주제와 시대적 배경[편집]
왕가위의 첫 번째 작품은 열혈남아이나, 영화적 세계관이 최초로 구축된 건 아비정전부터였다. 열혈남아는 미장센이나 영상촬영 등의 방식에서는 왕가위다운 모습이 잘 드러나지만, 내러티브는 홍콩 느와르를 보다 사실적으로 다듬는 선에서 타협하여 흥행을 노린 작품이다. 반면 아비정전은 왕가위의 모든 작품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인물상, 인간관계, 이미지, 주제의식, 주제의 표현방식 등이 처음으로 구현된 작품이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이를 두고, 아비정전 이후 2046까지 왕가위의 모든 작품은 아비정전의 속편이라고 이야기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아비정전에서 일대종사까지를 포괄하는 왕가위 영화세계의 주제는 떠난 자 혹은 떠난 것에 대한 그리움과 그에 따른 허무함이다. 그리고 아비정전은 그 출발점이다. 아비정전에는 연애하는 이들도 있고 짝사랑하는 이도 등장하지만 온전히 맺어지는 커플은 없다. 아비(장국영)는 소려진(장만옥), 루루/미미(유가령)와 차례로 연애를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일방적으로 이별을 선언한다. 마음고생을 하는 소려진은 그녀를 동정하는 경관(유덕화)을 만나 호감을 표하지만 그 관계도 짧게 끝날 뿐이다. 소려진과 다르게 루루는 떠난 아비를 찾아 나서지만, 아비의 사망으로 둘이 어떻게든 이어질 가능성은 완전히 차단되며, 공교롭게도 아비의 친구(장학우)[13] 가 그녀를 짝사랑하며 뒤를 따른다.
이상을 굳이 정리하자면 5각 관계의 사연인데, 그 중 단 한 커플도 끝까지 맺어지지 않으니 허무한 이야기인 셈이다. 다만 이와 같은 허무함이 그리움의 정서로 치환되는 건 극중 시간적 배경인 1960년대를 회상하듯 사연 당사자들의 내레이션이 삽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외재적으로 접근해 보자면, 이와 같은 설정은 '아비정전'이 만들어지던 당시의 홍콩이라는 국가의 지정학이 깊이 반영된 결과다. 1997년 홍콩 반환을 앞둔 주민들의 심정이라는 것은 아비처럼 한 여자에게서 오랫동안 머물지 못하는 불안감, 낳아준 어머니와 길러준 어머니가 다른 것에서 오는 정체성의 문제 또는 소려진처럼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며 갖는 향수어린 감정일 것이다. 그래서 왕가위는 발이 없어 지상에 닿지 못하고 계속해서 어딘가로 날아가야 하는 ‘발 없는 새’의 사연을 극중 아비의 입을 통해 수시로 노출하는 등 당시 홍콩 주민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은유함으로써 주제를 드러냈다.
7.2. 촬영 기법[편집]
왕가위는 열혈남아에서 주인공이 거의 정지해 있는 가운데 주변 인물들이 빛처럼 빠른 속도로 지나쳐가는 스텝프린팅 기법을 선보이며 스타일리스트로도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아비정전에는 왕가위의 전매특허라고 할 만한 스텝프린팅을 활용한 장면이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왕가위 감독은 좁은 방과 같은 구도를 통해 고립된 인물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나타나는 데 주력했다.
극중 인물들이 고립된 건 사랑하는 이로부터 버림받아 외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인물의 등을 바라보는 이미지와 방을 들어와 나가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등에 주목한 건 떠나간 사랑을 뒤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남겨진 자의 심리를 나타내기 위함이다. 들어왔다 나가는 행위의 경우, 어느 한명에 정착하지 못해 계속해서 사람을 바꿔가며 연애를 할 수밖에 없는 아비의 처지를 드러낸다.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없기에 이들에게는 찰나의 순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또한 아비정전에는 유독 시계를 비추는 장면이 많은데, 짧은 시간을 오랫동안 기억에 담아두고 있어야 하는 극중 인물들의 처지를 반영한 것이다. 결국 이들은 현재의 고통을 순화하기 위해 과거의 특정한 순간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아비는 바로 이와 같은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짧은 시간의 연애를 계속해서 가져간다.[스포일러] 그리고 홍콩의 좁은 방에서 생활하던 아비는 친어머니를 찾겠다며 필리핀에 가서야 울창한 열대 숲과 같은 넓은 공간에서 자유를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은 '아비정전'의 특징적인 기법과 스타일은 미술감독 장숙평의 추천으로 처음 작업하게 된 크리스토퍼 도일(두가풍)의 공이 컸다. 이후 왕가위와 크리스토퍼 도일의 협업은 2046 (2004)까지 이뤄졌다.
7.3. 엔딩 논란[편집]
갑자기 영화가 중간에 그냥 끝나버렸다 (정성일).
흥행 실패에 따라 아비정전은 많은 뒷말을 낳았는데, 그중 가장 큰 논란은 결말과 관련한 부분이었다. 괴한에게 습격을 당해 죽은 아비를 뒤로 한 채, 카메라는 필리핀까지 아비를 찾아온 루루와 홍콩에서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소려진을 한 장면씩 할애해 묘사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관객들에게 의아한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한데, 주인공인 아비의 죽음이 확정된 상황에서 아비의 과거 여자들을 굳이 묘사한 것부터가 일반적인 엔딩 시퀀스를 만드는 법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대망의 마지막 시퀀스에서는 그 이전까지 영화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양조위가 갑자기 나온다. 그리고 영화는 양조위가 좁은 골방에서 외출을 준비하는 장면을 약 2분 30초 동안 보여 주다가, 양조위가 외출 준비를 끝내고 방의 불을 끈 후 나가는 장면에서 그대로 끝을 맺는다.
당시 관객들은 누가 봐도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으로 보이는 이 뜬금없는 결말에 대해 야유를 퍼부었지만, 왕가위 감독이 이런 식의 엔딩을 가져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애초 2부작으로 기획된 만큼 2부에서는 아비에게 버림받은 소려진과 루루, 그리고 양조위가 맡은 역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흥행 실패에 따른 제작사의 파산과 왕가위를 향한 비난으로 2부의 제작은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공식적인 '아비정전' 2부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왕가위 감독이 여러 인터뷰를 통해서 “아비정전 2부는 없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14]
그럼에도 왕가위의 신작이 나올 때면 아비정전의 2부라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왕가위의 작품 대개가 아비정전의 변주인 까닭이다. 위에서 서술했듯이 주제의식과 핵심이 되는 정서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물론이고,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직업, 성격도 아비정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장만옥이 연기한 소려진이라는 이름은 화양연화와 2046[15] ,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2007)[16] 에서, 루루는 2046에서 계속해서 등장한다.
또한 어떤 팬들은 주요 등장인물인 소려진, 루루가 나오는 것을 이유로 아비정전, 화양연화, 2046을 하나의 시리즈로 보는 견해도 있다. 실제 아비정전의 시대적 배경은 1960~61년, 화양연화는 1962~66년, 2046은 1966~69년의 시간대를 담고 있다.
여담으로, VHS 시절에는 열약한 화질 때문에 엔딩의 남자를 아비의 친구(장학우)로 착각해서 딱히 뜬금없다고 못 느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8. 명대사[편집]
발 없는 새가 있지. 날아가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 딱 한 번 땅에 내려앉을 때가 있는데 그건 죽을 때지. 새가 한 마리 있었다. 죽을 때까지 날아다니던... 하지만 새는 그 어느 곳에도 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새는 죽어있었기 때문이다. | 아비[17]
1960년 4월 16일 세 시 일 분 전. 그 순간 당신은 나와 함께 있었어요. 당신 덕분에 난 그 일 분을 영원히 기억하게 되었군요. 지금부터 우린 친구예요. 이건 당신도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죠. 이미 지나간 시간이니까. | 아비[18]
1분이 쉽게 지날 줄 알았는데 영원할 수도 있더군요. | 소려진
9. 삽입곡[편집]
- 로스 인디오스 타바하라스(Los Indios Tabajaras) - Always in My Heart
브라질 2인조 기타 그룹의 연주곡. 필리핀의 시원스런 열대 밀림을 비추는 오프닝에서 사용되었다.
- 하비에르 쿠가(Xavier Cugat) - Maria Elena
'아비정전'의 명장면인 아비가 맘보춤을 추는 장면에서 흘러나온 음악. 영화개봉 뒤 한국에서는 이 음악은 물론 해당 장면을 패러디한 광고가 유행하기도 했다. 더불어 이 음악을 연주한 하비에르 쿠가는 이 영화 개봉하던 1990년에 세상을 떠났다.
- 하비에르 쿠가(Xavier Cugat) - Perfidia
아비가 필리핀 열차에서 극적인 순간을 맞이한 후 삽입된 곡. 화양연화와 2046에도 삽입되었는데, 하비에르 쿠가는 왕가위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라 그의 영화에서 그의 음악들을 자주 들을 수 있다.
- 하비에르 쿠가(Xavier Cugat) - Jungle Drums
- 매염방(梅艶芳) - 시저양적(是這樣的)
영화의 엔딩곡으로 Jungle Drums에 광동어 가사를 붙인 번안곡, 후에 장국영이 하거하종지아비정전(何去何從之阿飛正傳)라는 제목으로 만다린으로 녹음하여 부르기도 했다.
10. 평가[편집]
이동진 평론가가 화양연화와 더불어 5점 만점을 준 왕가위의 영화이다.
11. 수상[편집]
12. 기타[편집]
- 장국영이 특유의 앳된 외모로 인해 20대 초중반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영화 촬영 당시 34세였다. 심지어 같은 주연인 장만옥, 유덕화, 장학우, 유가령보다 연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