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땅: 듀랑고/메모/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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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실천적 이론가가 홍보처에
3. 열성적인 활동가가 홍보처에
4. 운영처로 보내는 메모
5. 환경 사업가의 편지
6. 개인 연구자가 회의에
7. 정보업자의 편지
8. 어깨의 메모
9. 하청 부족장의 메시지
10. 의료 종사자의 서신
11. 전직 소방관이 G에게
12. A의 메모 사본
13. 감시자가 E에게
14. 외부 인사 검증 보고
15. 924소위원회 발송물
16. 민간군사부족 보고
17. 둥지의 늙은 새
18. 타조의 일기 해석본


1. 개요[편집]


야생의 땅: 듀랑고에 등장하는 메모들 중 단체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메모를 적어놓은 문서.

2. 실천적 이론가가 홍보처에[편집]


#1

나는 이론을 정교하게 만들고자 한다. 홍보처장의 고견이 필요하다. 메모가 밖으로 나가지 않게 주의해달라.


#2

개척자들은 듀랑고의 자연이 풍성하다고 여기며 보호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이들을 계몽할 만한 강력한 프레임이 필요하다. 홍보처장은 내부에 있다 보니 정직한 의견을 내기가 어렵다는 걸 잘 안다.


#3

개척자들의 탐욕은 끝이 없다. 조기에 대처하지 않으면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불안정섬마다 캠프가 세워진다. 이들은 결국 무법섬의 붙박이 땅으로 갈 것이다. 아무도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 했다.


#4

인간은 수렵 채집 시절부터 환경을 파괴했다. 다들 목가적인 시대 마냥 그 시절을 회고하는 게 매우 역겹다. 인간은 매우 강력한 자성이 필요하다. 이를 정치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는 수단도 필요하다.


#5

어차피 대부분의 인간은 의견 생산자들의 의견을 따른다. 부족장들을 잘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다. 부족장들 중에 30%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면 듀랑고의 시대정신을 지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6

가장 중요한 것이 정체성 문제다. 대부분은 자신의 손익을 계산할 줄 모르니까 자신의 정체성과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따른다. 이런 정체성 모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롤모델이 필요하다. 홍보처장 당신의 일이다.


#7

엽록 포럼에 여러 의견이 있다는 걸 안다. 근데 듀랑고에서 민주주의가 이뤄지는 집단이 몇 곳이나 있나? 홍보처장. 과정의 정당함, 이런 겉 핥는 이슈에 시간과 힘을 쏟지 마라. 포럼의 의견을 하나로 합치면 다 된다.


#8

개척 회의는 철저하게 탑다운 방식으로 돌아간다. 그들이 말하는 다양성은 구색 맞추기다. 포럼이 이 사상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적어도 그들에 맞먹는 힘을 갖춰야 한다. 힘은 통일성에서 비롯한다.


#9

홍보처장. 내가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나? 과정의 정당성 문제는 여기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포럼 내에서 다른 의견을 말하는 자는 개척 회의에 있는 자들보다 더 위험한 적들이다. 절대 기회를 주지 마라.


#10

다른 활동가들이 그 박쥐들을 정리할 수 있는 기반을 닦고 있다. 박쥐들은 여기가 뉴욕인지 안다. 인터넷에 모금 페이지를 열고 인간 사슬을 만들고 울부짖으며 자기 의견을 말하면 세상이 바뀌는 줄 아는 멍청이들이다.


#11

환경 운동가들이 왜 맨날 졌는지 아는가? 윤리 나불거리며 작은 싸움에선 이기고 큰 싸움에선 밀렸기 때문이다. 큰 싸움은 숫자의 싸움이다. 숫자는 큰 조직에서만 나온다. 포럼은 지금 위기다. 작은 수로 나뉠 판이다.


#12

활동처장과 운영처장은 개척 회의의 간첩이다. 포럼 내에는 큰 비가 내려야 한다. 큰 비가 내려서 이런 인간 쓰레기들을 쓸어 버려야 한다. 내가 아무리 개척자들 시설을 부수고 다녀도 포럼이 단합하지 않으면 진다.


#13

홍보처장. 주변 사정이 안 좋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왜 우리 외부 활동가들이 당신을 강력하게 지지하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당신이 강하게 나가야 이 전선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14

나는 해일과 폭풍이 내 고향을 쓸어 버렸던 순간을 늘 기억한다. 자연은 나에게 그렇게 계시했다. 이런 활동을 하는 누구든 그렇게 자연이 속삭인 순간이 있을 것이다. 흔들리지 말고 신념을 지키자.


#15

부족장들을 만나고 있다. 개척 회의의 말과 다르게 우리와 동조하는 부족장들도 꽤 있다. 듀랑고의 생태계가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사람들이다. 실로 감사한 일이다.


#16

외부에 메시지를 낼 때는 워프 두 글자면 충분하다. 워프는 듀랑고의 생태계를 기괴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여기에 메시지를 집중시키자. 사람들은 문제를 짚어주지 않으면 모를 거다.


#17

포럼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많은 활동가들이 이름도 남기지 못 하고 적극적인 보호 활동을 하다가 죽었다. 그들이 흘린 피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기억해야 한다. 이겨야 한다.


#18

탐욕스러운 개척자들은 역병처럼 뗏목을 타고 새로운 섬으로 간다. 포럼에 동조하지 않는 부족 위주로 효율적인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그들은 구조 조정을 사랑하니 자연을 위한 구조 조정도 사랑할 것이다.


#19

무법섬의 전쟁에 대한 포럼 내부의 평가는 어떤가? 나는 매우 긍정적이다. 만일 전쟁이 인구 조절을 효과적으로 수행한다면, 포럼은 더 가치 있는 문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20

포럼에 협력하는 활동가들에게 전쟁이 지속되도록 참여하라고 하자. 되도록 화약을 쓰는 무기보다는 전통적인 무기들로 전쟁이 수행되어야 한다.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쪽으로 전쟁을 유지해야 한다.


3. 열성적인 활동가가 홍보처에[편집]


#1

개척자들이 지어 놓은 오두막을 불질렀소. 앞에는 새끼 랩터 가죽을 벗겨다가 빨래처럼 널어 놓았더군. 시간이 많았다면 그놈들의 가죽도 벗겨서 그렇게 해버리고 싶었소.


#2

홍보처 선생도 동의했지만, 모든 문제의 원인은 생각이오. 생각은 생태계에 떨어진 핵폭탄이나 마찬가지요. 생태계의 균형은 인간이 생각을 하면서부터 흔들렸소. 이 사실을 피하면 해결 못 해.


#3

어떤 자식들인진 모르겠지만 숲을 베어내고 통째로 마을을 지었소. 마을이 비었을 때 들어가 작업대를 부수고 식량에 불을 질렀소. 나 혼자 힘으론 많이 부친단 생각이 드오.


#4

몇 년 전에 살았던 마을섬에 갔소. 들풀이 자라던 곳에 밭이 생겼더군. 개척자들은 생존을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생존의 문제가 아니오. 그들은 밭을 일구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소. 이건 환경 파괴요.


#5

농사를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거라 말하는 수정주의자들 견해는 구역질이 나오. 인간 외에 그토록 땅을 파괴하며 농사를 짓는 동물이 있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노 말고 없소. 포럼에선 뭘 하고 있는 거요?


#6

놈들이 내가 사는 동굴을 찾아냈소. 콤프소그나투스의 머리를 잘라다가 보란듯이 동굴 어귀에다가 못 박아놨소. 당분간은 몸을 피할 것이오. 홍보처 선생이 이 메모를 전달받았을 땐 죽었을지도 모르겠소.


#7

다리에 화살을 맞았소. 화살촉에 대변을 잔뜩 발라 놓았더군. 열이 올라서 몸을 가눌 수가 없다가 간신히 살았소.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그놈들에겐 어떤 동정심도 필요 없다는 걸 느끼오. 어쨌건 일은 계속 하겠소.


#8

가끔 잠을 도저히 이룰 수가 없소. 안정해역, 불안정해역 어디서든 사람의 손길이 거치면 땅의 모양이 바뀌고 불길이 공기를 데워 버린다오. 그놈들은 그런 짓을 하며 아무런 비용도 내지 않으려고 하오.


#9

홍보처 선생. 소리내어 말하지는 않지만 결론은 같지 않소이까? 생태계엔 균형이 가장 중요하오. 소극적인 방법이든 적극적인 방법이든 균형에 접근할 실질적인 방법이 필요하오. 그걸 포럼에서 얘기해야 하오.


#10

우려가 있다는 건 알지만 이건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요. 설득이나 논리 이런 단어를 쓰면 그놈들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거요. 우리의 말은 절대적으로 옳소.


#11

여러 얘기를 듣고 있소. 직접 목소리를 듣고 싶은데 내가 하는 일이 이러니 그럴 수가 없구려. 홍보처 선생. 나는 이 메모를 운영처의 그 박쥐 같은 인간이 봐도 두렵지 않소. 신념을 잃지 마시오.


#12

지구에선 그나마 결혼과 출산을 줄이는 전환점에 이르렀소. 듀랑고에선 그 기조가 잘 유지될 수 있을지가 의문이오. 갈수록 불안정섬을 찾는 조난자들이 늘고 있소.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하오.


#13

다들 힘들 때요. 내 메모가 잘 전달되는지도 모르겠소. 솔직하게 얘길 터놓고 말할 사람도 주변에 없소. 어딜 가나 탐욕에 사로잡힌 인간들뿐이오. 고결함이 바닥에 떨어진 시대가 되어 버렸소.


#14

소극적인 방법을 여기서 도입하긴 어려울 거요. 보건이나 산아 정책 이런 걸 기대할 수는 없소. 방법이 없단 이유로 시간이 흘러 가게 두면 안 될 것이오. 적극적인 방법을 진지하게 얘기해야 할 때요.


#15

홍보처 선생. 당신말고는 진지하게 미래를 논의할 사람이 없소. 메모를 전달받고는 있는 거요? 나는 전에 화살을 맞은 다리가 부풀었소. 아무래도 속부터 썩고 있는 것 같소.


#16

거의 잠을 못 자고 있소. 내 몸이 사라지는 건 두렵지 않소. 오히려 좋은 일이요. 생태계에 무임승차하던 존재가 사라지는 거니까 말이오. 하지만 다른 무임승차자들이 늘어나는 걸 막지 못 한 게 걸리오.


#17

다리에 부목을 대고 돌아다니고 있소. 아직은 돌아다닐 만 하거든. 살아 있는 동안은 계속 주어진 사명을 실천할 것이오. 혹여나 내가 죽은 뒤에 이 메모를 보게 되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하지 마시오.


#18

커다란 짚단이 보이더군. 자연 상태에서 누구도 짚을 묶어서 그런 걸 만들어 두지 않지. 전부 불살라 버렸소. 숲이나 들로 불이 번질까 걱정은 마시오. 다 불길 번질 검 감안해 불을 내고 있소.


#19

망할 놈의 다리가 통증이 너무 심해서 이제 걸을 수도 없소. 의사를 찾아가진 않을 거요. 내가 더 살아봤자 세상 숨이나 더 낭비 하지 않겠소? 하지만 포럼의 활동은 계속 되어야 하오.


#20

미련을 갖지 않으려고 하지만 나한테도 인간적인 면은 있는 것 같소. 자연으로 돌아가는 걸 마땅한 일로 여겨야 할 것인데, 자꾸 앞으로 활동이 걱정이 되는구려. 나는 얼마 남지 않았소. 포럼은 승리할 거요.


4. 운영처로 보내는 메모[편집]


#1

운영처에 메모를 전달하기 바랍니다. 일부 부족장들이 캠프 주변에서 일어나는 폭력 사태들이 포럼과 관련이 있는지 문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관련 정황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일단 주변엔 부정하겠습니다.


#2

기부금을 내는 부족장들 중에 폭력 사태만은 안 된다며 거부감을 내보이는 층이 꽤 있습니다. 포럼의 무영향 제품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사람들입니다. 계속 부인하고 있습니다만, 포럼 내부에서 상응하는 대응이 필요합니다.


#3

캠프 개척자들 사이에 안 좋은 소문이 많습니다. 포럼의 외부 활동가들이 식량 창고에 불을 낸다는 소문입니다. 일부는 개척 회의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자생적인 소문도 많습니다. 메시지가 필요합니다.


#4

활동처에서는 현재 떠돌고 있는 소문에 대응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입니까? 다른 외부 활동가들이 불안해 합니다. 부인할 거면 확실하게 부인해야 합니다.


#5

워프홀 조사를 맡은 활동가들이 연락을 부탁했습니다. 일부 개척자들이 포럼 일을 맡은 활동가들이 워프홀에 접근하지 못 하게 물리적으로 막고 있다고 합니다.


#6

포럼의 사무국장께선 거의 메시지란 게 없으신 것 같습니다. 걱정이 자꾸 되는 게, 포럼이 극단주의자들의 조직처럼 보이면 사람들의 지지를 잃어버릴 겁니다. 사무국장님한테까지 전달이 되어야 합니다.


#7

불안정섬의 소멸 현상을 연구 중인 활동가가 연락이 끊겼습니다. 소멸 순간을 가까이에서 목격하려다가 변을 당한 것 같습니다. 활동가의 가족들이 연락을 해오고 있습니다.


#8

듀랑고 타임스라고 주장하는 언론이 연락을 해왔는데, 발행된 것을 본 적이 없어서 응답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자신들이 무전 언론이라고 주장을 하고는 있습니다.


#9

외부 활동가들 자금이 부족합니다. 일단 유급 봉사자들 위주로 일감을 줄이고 있습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외부 활동가 조사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활동처에 의지가 있긴 합니까?


#10

천막에서 나오다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구타를 당했습니다. 그 사람들 말인데요. 복면을 썼습니다. 저에게 포럼을 이간질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앞니 두 개가 부러졌습니다. 포럼 내에 꼭 전달 바랍니다.


#11

운영처장님. 더 이상 제가 거주하는 장소는 알려 드리지 않겠습니다. 제가 머무는 천막이 불에 탔습니다. 포럼 내에 제 개인정보를 외부의 극단주의자들에게 넘겨주는 사람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12

거처를 옮기는 중입니다. 간부 회의에서 얘기 나온 거 있습니까? 개척자들이 불안정섬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수시로 불을 내고 있습니다. 워프가 섬을 다시 만들어줄 테니 환경 파괴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13

사람이 적은 섬으로 왔습니다. 오래 머물 것 같진 않습니다. 저 말고 다른 활동가들 몇 명도 테러를 당한 모양입니다. 방식이 아무리 봐도 개척 회의 같지는 않습니다.


#14

저와 접촉하는 활동가들 몇이 관두겠다고 합니다. 포럼 말고도 환경 운동을 하는 단체가 있으니 거기로 가겠다고 하더군요. 포럼 내부에서는 문제를 제대로 보고 있습니까?


#15

메모를 포럼으로 전달하는 활동가들이 믿을 만한 겁니까? 만일 메모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모든 문제가 근본적으로 꼬일 수 있습니다.


#16

조사를 해봤는데, 극단주의 활동가들 말입니다. 그렇게 추정하고 있는 사람들 말입니다. 활동처에선 전혀 이들을 통제하고 있지 못 한 것 같습니다. 활동처장은 문제 해결에 전혀 기여하지 못 합니다.


#17

포럼의 자금이 어떻게 확보되는지가 취약합니다. 사실 그 과정이 투명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지 않습니까? 만일 그 친구들이 그 문제를 파고 든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습니다.


#18

운영처장님. 장부를 없애버리세요. 그건 보험이 아니에요. 설사 없앤다고 해도 장부를 유지하는 게 환경에 부담을 준다고 해서 없앴다고 하면 그만입니다. 그 친구들이 도덕적으로 굴 거란 기대는 절대 하지 마세요.


#19

장부는 없앴습니까? 이젠 천막을 불에 태우거나 폭행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충분히 유리한 터전을 닦아둬야 합니다. 적당한 양심으로는 이기지 못 합니다.


#20

저는 밖에서 계속 엽록 포럼이 지향하는 가치를 위해 일했습니다. 하지만 엽록 포럼이 그에 부합하는 행동을 했는가는 정말 의심스럽습니다. 이제 어떻게 될지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전 떠납니다만 당신은 무사합니까?


5. 환경 사업가의 편지[편집]


#1

부족장들이 굉장히 좋아해요. 내가 무영향 제품이 어떤 건지 멋들어지게 설명을 해줬거든요. 이게 딱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게 잘 만들었다니까. 공정 무역만큼이나 힙한 아이디어라고.


#2

부족장들한테 이론 얘긴 최대한 생략해요. 그 사람들 골 아픈 건 싫어 하니까 그러고 있어요.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자원만 소비한다, 이 개념만 잘 전달하면 듀랑고는 훨씬 나아질 거라니까요.


#3

어떤 부족장이 굉장히 자기 딴엔 의심을 했나봐. 환경에 무영향한 도끼나 칼이 있을 수 있냐고 묻더라고. 그래서 내가 말해줬지. 워프로 넘어온 현대의 물건들은 여기선 마이너스만 되는 쓰레긴데 우리가 재활용한다. 그랬죠.


#4

사실 현대 물자만으론 물량을 공급하기가 어렵잖아. 그래도 워프 때문에 생물이 너무 많은 곳은 개체 수를 솎아내고 남은 것을 쓰기도 한다, 이런 얘긴 안 하려고요. 이건 누가 꼬투리 잡을 수도 있잖아요.


#5

포럼 안쪽에서 들리는 얘기 말이에요. 나는 불만이 많아요. 홍보처나 활동처는 순전하게 비용을 잡아먹기만 하는 곳이잖아요. 전혀 돈을 못 만드는 데서 그리 목소리를 내는 게 뻔뻔한 거 아닌가요? 어이가 없죠.


#6

나는 포럼의 사무국장을 만나본 적이 없지만요. 사무국장이 교통정리를 해주면 포럼에서 운영처가 더 무게 중심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봐요. 떽떽대는 활동처 얘기만 듣고 있는 것 같은데 운영처도 세게 굴어야 합니다.


#7

개척 회의는 온갖 더러운 짓을 다 해서 티스톤 더미를 모았어요. 더미 하나하나가 총알이나 마찬가지이죠. 무전으론 이런 말을 할 수가 없지만, 그 인간들은 정말 돈 모으는 행동력은 뛰어납니다. 아주 좋은 자산이죠.


#8

사무국장도 이해를 해야 해요. 환경 운동이란 것도 결국 현실에서 힘을 쓰려면 자금력이 중요합니다. 지금 사무국장은 간과하고 있어요. 바깥에서 개척자들 여론이 어떤지를 전혀 모르고 있어요. 주변이 정보를 차단한 거죠.


#9

개척자들은 말입니다. 보편적인 욕심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그거를 완전히 죄악인 양 부정하는 식으로는 그 사람들 거부감만 생겨요. 더 온건하고 더 타협적인 구호를 내보내야 합니다.


#10

아닌 말로 말이에요. 우리 포럼이 환경 파괴 막자고 인간을 죽이자, 이러려고 운동하는 건 아니잖아요. 포럼이 하는 일은 보편적인 대중들과 같이 묻어 가야 더 힘을 발휘합니다. 보편적인 대중은 돈을 좋아하고요.


#11

그러니까 사무국장한테 좀 어필을 하세요. 생각해봐요. 엽록 포럼이 개척 회의보다 더 돈을 잘 벌면, 사람들은 개척 회의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동네로 볼 거니까요. 이거 정말 중요한 거예요.


#12

무영향 제품을 구입하고 포럼을 소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도 일말의 불안감이 있어요. 결국 환경 운동은 못 이기는 운동이 아닌가? 우리가 개척 회의를 자금력으로 압도하는 모습 보여주면 그 사람들 불안감 싹 사라집니다.


#13

압니다. 포럼의 내부 분위기란 게 그런 식으로 말하기 어렵긴 하겠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움직이다 보면 처음 생각대로 되는 게 얼마나 있습니까? 여러 가능성 차원에서 고려해달라 그 얘기지요.


#14

지구에서도 그런 기업가들이 있었어요. 환경 문제에 오히려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기업가들 말이에요. 뭐 태반은 사기꾼이었지만 누군가는 오히려 대중들에게 환경 문제를 잘 일깨웠습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15

요새는 소식이 뜸하시군요. 저는 영업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무법섬 전쟁 치르는 부족들 중에도 무영향 제품을 사려고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전쟁은 이겨야겠는데 환경 파괴는 하고 싶지 않은 부족장들이죠.


#16

아아. 정말 무소식이시네요. 소문은 무성한데, 저는 안정해역 돌아다니다 보니까 불안정해역에서 일어나는 일은 잘 모르잖아요. 정말 안정해역에서 여론 많이 다져놨습니다. 사무국장님한테 의견 꼭 전달되어야 합니다.


#17

저는요. 어릴 적부터 환경 운동이 유약해 보이는 게 싫었어요. 약해 빠져 보였죠. 힘차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환경을 지키는 게 왜 세상에 돈이 되는지 설명해주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요. 제가 잘못된 건 아니잖아요.


#18

다른 활동가들 만나서 얘기 좀 나눴습니다. 포럼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대강 들었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참으로 운동을 이기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가 쉽지 않은가 보네요.


#19

과격하고 깨끗한 패배자보다는 온건하고 지저분한 승리자가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포럼에서 이런 의견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제가 포럼을 위해 할 일은 더 이상 없는 거겠죠. 안타까워요.


#20

마지막 메모입니다. 무사하신가요? 무사하시길 빕니다. 운영처 일하시는 분들 모두 무사하시길 빕니다. 제가 가진 영업망은 건재합니다. 포럼에서 다시 여건이 된다면 돕고 싶습니다. 정말 잘 해결되길 간절히 빕니다.


6. 개인 연구자가 회의에[편집]


#1

연구에 쓸 만한 기초 자료를 모으고 있다. 틈틈이 메모를 작성해서 무인 연락소에 두겠다. 전달을 맡은 외주자들은 R&D팀에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신경 써 달라.


#2

모든 섬을 다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 무전이 닿는 지역 위주로 표본을 잘 추출하는 방법을 고민해달라. 통계 작성에 있어야 할 자료는 모으고 있다.


#3

까놓고 말해서 듀랑고는 아직 수렵 경제다. 농업 기반 경제로 넘어가야 여러 기술 발전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 텐데 부족장들이 생산성을 이유로 꺼리고 있다.


#4

계약을 하는데 부족장이 역법을 자신이 만든 걸 써야 한다고 계속 주장한다.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다. 계약을 어기고는 날짜 세는 법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뭔가 부족장들에게 단일한 역법을 강제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


#5

홉스의 책을 읽고 있다. 젊은 시절엔 리바이어던의 존재를 너무 가볍게 여겼다. 지구에선 그런 오만이 괜찮았다. 리바이어던이 무소부재했으니까. 개척 회의에선 리바이어던을 중하게 생각하라.


#6

리바이어던이 없을수록 무임승차자가 많아진다. 엄격한 법 질서와 자유로운 시장만이 듀랑고인들이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7

엽록 포럼의 무전을 들었다. 그것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왕과 추기경, 공산주의자들은 시대마다 이름을 바꾸며 시장의 자유를 박탈하려 들었다. 이제 그것들은 듀랑고에서 환경을 말한다.


#8

엽록 포럼을 가볍게 여기지 마라. 돈 몇 푼 버는 데 개척 회의의 힘을 쏟지 마라. 사상 전쟁에서 패하면 듀랑고 역시 지구처럼 정신적으로 오염될 수 밖에 없다. 무임승차자들이 권리 타령을 할 것이다.


#9

리바이어던을 이루는 데 가장 큰 난관은 지형이다. 섬과 섬으로 갈라진 소규모 공동체는 통합되기 어렵다. 무전은 닿아도 행정력은 닿지를 않는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10

부족장들이 농사를 기피하는 것도 농지가 좁다는 데 있다. 워프가 수렵 경제를 해결해줄 거란 낙관적인 믿음만 가능하다. 바우처와 보조금만 믿는 무임승차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


#11

개척 회의는 나의 무임승차자 이론을 잘 퍼뜨리고 있는가? 진실을 외면할수록 현실은 더욱 각박해지고 어려워질 것이다. 회의는 싸구려 지지를 얻으려고 잘못된 길을 가면 안 된다.


#12

발전을 위해 희생을 각오하지 않는 집단은 존재의 가치가 없다. 부족장들을 강한 의지를 갖춘 인간들로 교체해야 한다. 듀랑고의 산업은 농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단기간의 생산성 저하는 투자로 받아들여야 한다.


#13

그래. 생산성 감소란 표현은 누군가 비꼬기 좋긴 하다. 농업의 초기 과정에는 임금 구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내 계산으론 조정만으로 생산성 감소폭을 충분히 벌충할 수 있다. 정치적인 의지력만 있다면 말이다.


#14

다른 메모들을 받았다. 내 의견을 공격하는 건 쉬운 일이다. 나는 남들이 말하지 않는 진실을 말하니까. 개척 회의 내에도 R&D팀은 같은 의견을 낸 적이 있다. 발전을 위해서 노예제는 필요악이다.


#15

노예제를 거치지 않고도 발전할 수 있다? 순진하다. 노예제는 피할 수 없다. 무법섬에서 부족전쟁이 정리되고 부족보다 더 큰 집단이 등장하면 노예제는 반드시 생긴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개척 회의는 뒤쳐진다.


#16

부족장들 중에 노예제에 공감하는 인원이 꽤 있다. 노예란 단어 자체에 집착하지 마라. 다르게 부를 수 있다. 그런 부족장들에게 맞는 정책적인 목소리를 꾸준히 내줘라. 사람들 머리에 프레임을 잡아라.


#17

당신은 노예제 이후에 최악이다, 이런 말은 노예제의 덕을 톡톡히 본 위선자들의 자기 변명일 뿐이다. 노예제는 최선이다. 현재 단계에서 노예제를 거부하는 것은 기술 발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동이다.


#18

내 아이디어들이 충분히 전달되고 있는가? 나한테 연락이 점점 줄어드는 기분이다. 몸을 사리기 위해 외부와 접촉을 줄이는 거라면 이해하겠다. 진실을 외면하고 도망치는 거라면 당장 행동거지를 고쳐라.


#19

내 말을 무시하는 건가? 개척 회의만 듀랑고에 있는 게 아니다. 비슷한 목적을 지닌 집단이라면 몇 곳 더 있다. 회의가 나를 실망시킨다면, 나도 회의를 실망시킬 수 밖에 없다. 더 많은 피드백을 보내 달라.


#20

나는 실망했다. 더 이상 개척 회의를 위해 일하지 않겠다. 돈도 제때 보내지 않는다니, 그러면서 무슨 경제를 이끄나? 나가 뒤져 버려라. 개척 회의.


7. 정보업자의 편지[편집]


#1

지원팀에 보냄. 내가 갖고 있는 지도가 회의 내부 지도랑 불일치하는지부터 확인이 필요할 것 같아. 내가 별 보고 각도 잰 걸로는 내 위치가 37A인데 거기에 내가 지금 있어야 하는 게 맞아? 연락 있을 때까지 기다릴게.


#2

대외협력팀에 몇 개 보냈는데 시큰둥하네. 내가 보내는 정보가 그 여자 취향에 안 맞나봐. 앞으론 지원팀에도 자주 공유할 거니까, 비용 정리해서 답신 보내줄 수 있어? 이 동넨 티스톤도 잘 안 쓰고 물물교환하자네.


#3

엽록 포럼 욕하는 개척자들이 많더라. 창고를 부수고 천막에 불을 지른다는데, 뭐 포럼 사람들은 부인하더라고. 자기네가 한 거 아니래. 개척 회의는 혹시라도 헛발질 안 하게 조심하자.


#4

하아. 개척 회의에서 사채 빌려주고, 못 갚으면 무법섬에 용병으로 팔아버린다는 얘기가 있는데. 대외협력팀엔 안 알려줬어. 거기에 알려주면 묻힐 것 같아서. 지원팀에서 이슈화 좀 해줘.


#5

같이 사는 노인들이 몸이 안 좋아. 근처 섬들에 의사가 전혀 없는 것 같아. 약이라도 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회의에서 어떻게 해줄 수 없어? 나 못 받은 잔금도 많잖아.


#6

지원팀 자금줄을 누가 꽉 죄고 있나봐. 개척 회의에는 독재자가 있잖아. 그 독재자 어떻게 안 되나? 그 독재자가 자기 자식 얘기하면서 인간적인 척 하는 거 들으면 소름이 끼쳐.


#7

내가 들은 바로는 말이야. 독재자는 창설 멤버도 아니었어. 중간에 다른 사람이 꽂아준 거지. 개척 회의를 독재자가 잡고 있으면 엽록 포럼한테 약점 잡히는 거 밖에 더 되겠어?


#8

지원팀장님. 암호로 보낸 문서 확인했어? 어떻게 생각해? 더 파볼까? 문서 주고 받는 사람들 믿을 만한 거야? 확실하지 않으면 암호로 계속 보내자. 암호 털렸을 수도 있으니까 새 암호도 만들어야 돼.


#9

엽록 포럼 일해주는 사람들을 만났어. 뭐 말싸움을 많이 하긴 했는데, 그 사람들이 워프 문제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도 사실은 사실이야. 개척 회의가 그런데 소홀한 것도 사실이고.


#10

개척 회의에서 유아 사망률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닐까? 듀랑고에서 제일 평화로운 섬도, 지구에서 전쟁치르는 곳보다 유아 사망률이 높을 걸. 이것만 낮춰도 몇 년 지나면 노동 인구가 쏟아질 거야.


#11

갑자기 며칠 몸이 굳어서 일을 거의 못 했어. 신랑은 왼쪽 눈이 거의 안 보인대. 난 이제 밖에 나가서 일할 수도 없으니 이 일 말고는 할 게 없어. 지원팀장님. 누가 와서 물건 두고 갔는데 잔금이더라. 사랑해.


#12

굉장히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어. 당장 말하긴 그렇고 일단은 검증부터 해볼게. 이게 검증이 가능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비슷한 얘기가 포럼 내에도 돌았다는 말도 있고. 아무튼 엄청 큰 이슈야.


#13

그래. 암호로 보낸 거 받았어. 90% 이상 사실인 것 같아. 둘이 무전하는 걸 들은 사람도 있대. 안부 묻고 그랬대. 대외협력팀장이랑 엽록 포럼 그 남자랑 부부 맞아. 그 애들 아버지가 그 남자라고.


#14

잘 이해가 안 되네. 그 얘기 아직 공식적으로 꺼내지 않은 거 아니었어? 그리고 설사 얘기가 나왔다고 해도 그 여자가 개척 회의에서 차지하는 포지션이 있는데 당연히 문제 제기할 수 있는 거 아냐?


#15

그 여잔 내통한 거야. 엽록 포럼과 내통한 거라고. 왜 다들 거기엔 침묵하는 거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절대로 이렇게 행동할 리가 없어.


#16

나는 개척 회의에 위협이 될 만한 행동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어. 떳떳해. 오히려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개척 회의를 구한 사람이야. 개척 회의가 말장난에 빠지면 안 돼.


#17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가 병이 다시 심해진 것 같아. 이럴 때일수록 물러나면 안 되겠지. 혹시 모르니까 모아둔 정보들은 안전 가옥에 저장해둘게. 항의하러 가야겠어.


#18

혹시 내가 못 돌아올 수도 있으니 안전 가옥 위치는 여러 곳에 남겨둘 거야. 이거 쓰면서도 느끼지만 모두가 이성을 되찾고 일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어.


#19

이 메모는 내가 무사히 돌아오면 챙길 거니까 혹시 전달하는 사람이 봐도 놀라지 마요. 난 이길 거니까. 개척 회의는 내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해줬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해요.


#20

불안감을 달래려고 메모를 남겼어. 이 메모가 남들이 보기 전에 일을 잘 해결할 거야. 개척 회의에도 분명히 그 독재자를 문제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고, 그 사람들이 날 도울 거야. 그럴 거야.


8. 어깨의 메모[편집]


#1

물건은 처리했수. 샅샅이 뒤졌는데 도저히 갚을 가능성이 안 보여서 멀리 가는 뗏목에 실어서 보냈지. 목숨은 살려달라고 막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데 내가 언제 남의 목숨 뺏은 적 있었나? 오해가 커.


#2

갑갑해. 망할 무전기를 쓰지를 못 하고 말이야. 난 이런 종이 쪼가리로 얘기 전하는 거 하기 싫다고. 정산 과정에서 같이 일해준 애들 몫도 챙겨줘야 하니까 나중에 대금 들어갈 때 좀 모자라도 이해하쇼.


#3

전에 같이 일했던 놈이 자기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다 불겠다고 하는데 어떡할깝쇼? 신뢰도가 워낙 바닥인 놈이라서 뭐라고 말해도 다들 안 들을 것 같긴 한데 지시 있으면 작업하겠습니다.


#4

내가 실수로 빚을 안 진 애들도 몇 명 팔아버렸는데… 일단 알고나 계쇼. 뭐 문제 없을 건데, 그래도 댁이 모르는 건 말이 안 되잖아.


#5

혹시 엽록 포럼 일 도와주는 애들 처리할 생각은 없수? 내가 칼 잘 갈아놨고 화살도 많이 만들어뒀는데. 걔들 무전이 너무 듣기 싫어. 환경 파괴 걱정하면서 무전기는 왜 처쓰고 앉았어?


#6

애들이 취해서 그런가 실수가 좀 있었수. 물건이 상해서 그 부족장들이 인수를 못 하겠대. 대금은 어디서 받지? 댁이 챙겨줄 거야? 내가 온갖 더러운 짓 다 했는데 돈은 확실히 챙겨야 하는 거 아니요?


#7

내 이부자리 밑에다가 공룡 대가리 잘라다 갖다 놓았수? 내가 투정부렸다고 지금 나 협박하는 거요? 댁이나 나나 서로 상부상조 해야지, 우리가 싸우면 안 되지.


#8

댁이 아니면 누가 우리 애들 잠 자는 집에다가 불을 지르는데? 엽록 포럼 놈들은 그럴 배짱이 없어. 걔들은 얼뜨기 개척자들이나 괴롭히지 나 같은 인간은 건드리지 못 해. 댁이 그런 거지.


#9

계속 부정하겠다 그거지? 여봐요. 나는 돈만 주면 스스로 발에다가 콘크리트 굳혀서 바다로 뛰어들 거요. 밑에 애들 몇 명 어디서 칼질 당해도 기쁜 맘으로 눈 감고 지낼 수 있다고. 대금 빵구난 거만 챙겨 달라고.


#10

고맙수. 이게 다른 건 다 서로 이해할 수가 있는데 돈은 그러면 안 됩니다. 돈은 단순히 돈이 아녀요. 이건 믿음을 말하는 거니까. 물건들은 풀어줬수. 쓸 데도 없는 놈들이라 그냥 무법섬에다 풀었지.


#11

나 말고도 비슷한 일 맡는 놈들이 몇 명 더 있지? 거래하던 부족장 몇 대 때렸더니 나 말고도 거래할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고. 물건 처리할 거 있으면 팍팍 넘겨주쇼. 나도 부족 운영하려면 큰 돈 필요해.


#12

요새 왜 이리 일이 뜸해? 좀 할인해도 할 테니까 빚쟁이들 있으면 넘기쇼. 이 일은 위신이 중요해. 밑에 애들이 하는 일이 없어도 망할 티스톤을 챙겨줘야 한다고.


#13

개척 회의 소문을 좀 들었는데 말이야. 곤란한 일이 있나봐. 안 됐어. 그럴 때일수록 밖에서 힘 써주는 사람이 필요하잖수. 아니 우리 애들이 듀랑고에서까지 불황을 맛봐야 하냐고? 일을 넘깁시다!


#14

사냥 갔다 왔더니 마을이 날아갔어. 힘 쓰는 애들이 갈기갈기 찢겼고 말이야. 공룡들도 전부 다 물려 죽었어. 댁은 모르는 일이야?


#15

전달하는 인간도 분명히 이 메모를 보고 있을 거야. 안 까볼리가 없잖아. 내가 한 일 아는 사람이 댁이랑 나만 있는 게 아니란 얘기지. 댁이 날 입막음하려면 몇 명을 더 죽여야 하는지 알아? 타협합시다.


#16

사람들한테 말도 안 되는 사채 갖다 쓰게 하고 못 갚으면 무법섬에 팔아 버린 거 말야. 그거 내가 한 거 맞아. 근데 그 사채가 내 지갑에서 나왔냐고. 엽록 포럼 같은 데서 알면 일이 얼마나 꼬이겠어?


#17

나 말고도 몇 놈한테 정보를 분산해놨어. 내가 죽기라도 하면 그 놈들이 다 터뜨릴 거야. 근데 알잖아. 나 돈만 주면 입 다물 거고 그 놈들 손발 묶어서 강 밑에 던져도 신경 안 쓴다고. 거래를 합리적으로 합시다.


#18

그 메시지는 제대로 받았습니다. 제가 발설하거나 할 일 없습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믿고 일을 맡겨 주셨는데 그 호의에 제가 주제를 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절대 발설하지 않습니다.


#19

그놈들 말고 정말로 더 이상 정보 분산시킨 거 없습니다. 마을섬 어디든 가서 조용히 농사를 짓고 살겠습니다. 용서를 부탁드립니다. 엽록 포럼에 폭로 운운한 거 정말 생각이 짧았습니다.


#20

모든 걸 걸고 눈물로 간청합니다. 제 혀를 자르라고 하시면 자르겠습니다. 손가락을 자르시라면 자르겠습니다. 제가 나불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부디 믿고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9. 하청 부족장의 메시지[편집]


#1

사업팀장에게. 내부는 어때요? 현장은 바쁩니다. 조난자들이 매일 밀려와요. 이 친구들은 고등교육을 받았는데 듀랑고에 필요한 지식은 갖춘 인간이 거의 없어요.


#2

무전기 대학 같은 단체에게 회의에서 지원금을 주는 건 어떻습니까? 아마 협력팀장 그 사람이 예산을 안 줄 것 같긴 한데. 사업팀이 친하니까 뭐 넌지시 얘기할 수 없겠어요?


#3

엽록 포럼 말인데, 아주 재미있어요. 그 친구들이 무영향 제품이라고 뭔가 사업을 하고 있더라고. 우리가 파는 도끼보다 거기서 파는 도끼의 부가가치가 더 클 거요. 대단한 사업가들이야.


#4

조난자들을 잘 케어하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회의 내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은 없겠죠? 사업팀장 당신도 사업을 당신 마음대로 못 하니까 말이야요.


#5

섬이 많다는 이유로 개척 회의는 거의 모든 업무를 무전으로 처리하잖아요. 나처럼 중요한 사람과는 이리 메모를 전하고 말이죠. 이거 무지 비효율적인데 뭔가 개선할 방법을 연구해보면 어떨까요?


#6

어디 대륙이 큰 대륙이 있다면 말이죠. 다 거기로 옮겨 버리고 싶어요. 코딱지만한 섬에 사는 건 지긋지긋해. 내 고향은 주변 몇 백 킬로미터 안에 산 하나 없었는데. 무법섬에서 무기 발주 많이 들어와요.


#7

전쟁은 확실히 돈이 되기는 해요. 내가 사는 데서 안 나면 말이죠. 근데 부족들이 구매력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어요? 몇 달 전쟁 치르면 거의 회복이 안 될 텐데 전쟁이 계속 된단 말이죠.


#8

티스톤 흐름을 나름대로 통계를 내보기는 하는데. 뭔가 미지의 존재가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가정이 아니면 잘 성립이 안 될 것 같거든요. 미지의 존재. X라고 할까? 위원회에도 X라고 정신 나간 사람이 있긴 하지요.


#9

소문을 들은 게 있는데, 그 위원회라고 정신 나간 사람들이 사실은 무슨 정보기관 소속 아니냐? 뭐 이런 얘기가 있더라고요. 그럴 수도 있겠는데 그리 연막을 크게 해서 얻을 이익이 있을까요? 아무튼 뻘소리들 많아요.


#10

전쟁이 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단기적으로 돈 버는 일은 되도, 거기서 죽는 사람, 버리는 돈 생각하면 장기적으론 손해에요. 우리가 시장 독과점해도 팔 사람 없으면 뭔 소용입니까? 사업팀도 생각 좀 해봐요.


#11

그니까 여러분들 의견은 워프로 조난자들 오니까 팔 사람은 꾸준히 생긴다 이거죠? 뭐 나야 돈이나 벌면 되니까 아무래도 상관 없어요. 그냥 여러 가능성을 얘기한 것 뿐이죠. 내가 뭐 평화 운동가도 아니고 말야.


#12

자기네 쪽으로 오지 않겠냐고 제안이 왔어요. 이리 얘기하는 거 보면 알겠지만 조건이 구렸어요. 나만큼 부족장 많이 알고 일 많이 떼다 주는 사람도 드물죠. 개척 회의에서 내 의견을 들어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13

개인적으로 무전기 대학에 책도 보내고 티스톤도 좀 보냈어요. 개척 회의는 다 좋은데 너무 사회 기여를 안 해. 이런 야생의 땅에 그런 건 필요 없다고? 야생의 땅에 그런 걸 할 수 있으니 더 숭고한 거죠.


#14

개척 회의에서도 무전기 대학을 지원해보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봐요. 여기서 공교육이 잘 자리 잡으면 기술 발전도 엄청나게 빠를 거라고요. 우리야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여기서 태어날 애들도 그렇진 못 하잖아요.


#15

경찰이나 보건소, 소방관들이 할 일은 회사의 봉사자들이 해주고 있죠. 개척 회의의 탐욕은 건강하지만 말이죠. 건강을 유지하려면 먹기 싫은 것도 먹을 줄 알아야 하는 겁니다. 대외협력팀장은 너무 독선적이에요.


#16

여러분들은 저 가난한 개척자들, 조난자들에게 티스톤을 뜯어낼 생각 밖에 없군요. 여러분들이 그리 입에 거품을 무는 자유시장이니 신뢰니 하는 건 저들의 존재를 기반으로 하는 거입니다. 저들은 무임승차자가 아닙니다.


#17

뭐 이런 얘기가 여러분들에게 통하면 세상에 독과점법 같은 법이 왜 있었겠습니까? 여러분의 행동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고 그런 사람들의 인식이 장기적으론 리스크입니다. 잘난 리스크 관리 하셔야죠.


#18

나는 개척 회의의 설립자도 아니고 주식도 한 장 안 들고 있지만 거기 안에서 일하다 나왔고, 계약도 많이 떼다 줬습니다. 여러분 손에 티스톤을 얹은 사람이라고요. 그런 나조차 문제 의식을 느낍니다. 심각하게요.


#19

정말 안 좋은 얘기들이 흘러 나오고 있는데, 개척 회의는 뭔가 집단 사고에 빠져 버린 것 같습니다. 사업팀장. 평소엔 그리 말 많으면서 이럴 때는 침묵하는군요. 침묵이 꼭 동의는 아니지만, 행동하시면 더 고맙겠습니다.


#20

됐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일을 접어서 여러분에게 가벼운 손실을 입히는 정도가 전부니까요. 개척 회의의 일은 더 이상 맡지 않겠습니다. 지금껏 메모 전달해주신 분 고마웠습니다. 개척 회의는 글러먹었어요.


10. 의료 종사자의 서신[편집]


#1

K. 불안정 바다 근처에 있는 섬들 위주로 확인 중입니다. 간단한 예방 접종만 하면 살 수 있는 아이들이 많이 죽습니다. 워프로 온 물자들 중에 예방 접종제들이 있는지 찾아줬으면 합니다.


#2

모두가 지구에서 교육을 잘 받은 것은 아닙니다. 그나마 지구의 조건에서 대처할 수 있었던 문제들이 이곳에선 더 심각해집니다. 사람들에게 물을 끓여 먹으라고 홍보해야 합니다.


#3

씻는 것도 중요한데 모두가 강가 근처에 사는 것도 아니고, 참 갑갑합니다. 듀랑고에 정착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이 출처 없는 의학 지식을 믿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4

오랜만에 수술을 잡았습니다. 손가락의 감각이 많이 떨어져서 걱정입니다. K도 행운을 빌어주십시오.


#5

회사 분위기는 괜찮습니까? 요새 K의 일을 도와주는 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분이 이 메모를 전달할 수도 있겠군요. 수술은 잘 했습니다.


#6

워프로 계속 새로운 조난자들이 들어와서 그런지 부족장들은 의료 문제를 무시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죽어도 새로 들어올 사람이 있다면서요. 사람의 의식 수준이 얼마나 빨리 후퇴하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7

조난자 그룹들과 만났습니다. 개척자들한테 조난자들을 살리는 게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통하지 않을까요? 개척자들은 냉정하니, 뭔가 냉정한 온정이 필요하겠죠.


#8

힘 닿는 데까지 돌아다니며 진료하고 수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학적 지식을 남기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조난자가 끊기고 1세대가 다 죽으면 의학 지식은 완전히 소실되버릴 겁니다. K도 한 번 고려해 주십시오.


#9

기분이 씁쓸합니다. 응급의학 전문가를 만났는데, 의학 공부를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무법섬의 전쟁에 참전하는 동안 배운 거라고 하더군요.


#10

전쟁을 막는 게 최선이겠지만, 막을 수가 없다면 적어도 군의관이나 의무병을 꼭 배치하라고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도 이런 메시지를 퍼뜨려주세요.


#11

회사에서 전에는 인권 문제 같은 걸 자주 무전으로 방송했던 것 같은데 근래에는 뜸합니다. 회사 내부에 뭔가 복잡한 문제라도 있습니까?


#12

답신이 없으시군요. 메모는 계속 보내 놓겠습니다. 나이가 들긴 드는 모양입니다. 손이 굼떠요. 마취제를 구하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좋게 생각해보려고 해도 너무 힘드네요.


#13

아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간단한 의학 지식을 전해주려고 합니다. 종이가 생기는 대로 정리도 하고 있습니다. 이곳 식물 연구도 해야 합니다. 할 일은 많은데 인생은 황혼에 성큼 가깝군요.


#14

개척 회의에서 단체 건강 검진을 해달라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깜짝 놀랄 만큼 많이 주더군요. 이곳에서 이미 그렇게 돈을 모은 사람들도 있다니 놀랐습니다.


#15

K. 요샌 메모에 답이 없군요. 일단 전달해 놓으면 나중에 한 번에 읽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별일은 없는 거겠죠? 늘 건강 관리를 잘 하시기를 바랍니다. 의료인들로 연락망을 만들어 보고 있습니다.


#16

알 수 없는 분이 꽤 큰 돈을 보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일을 전혀 기대하지 못 했는데 얼얼할 정도로 감동입니다. 의학교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관심이 있지 않겠습니까?


#17

부족장들이 제안을 보내는데 자기 부족을 위해서만 일하라는 거라 응하질 못 하겠군요. 지구에선 민간병원이 발달했지만 듀랑고에선 우선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과정이 더 먼저일 것 같습니다. 특정 부족 것이 아닌 걸로요.


#18

의료섬이란 아이디어를 생각 중입니다. 안정해역 중에 접근성이 높은 곳을 잡아서 섬 자체를 커다란 의료단지로 육성하는 겁니다. 장기적으로 접근해야겠죠.


#19

K. 회사가 정말 구조 업무를 위한 곳이 맞는 걸까요? 예전보다 조난자를 구조하는 활동이 뜸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숫자로 명확히 입증은 못 하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어요.


#20

회사말고는 그런 일을 하는 곳이 없으니 회사를 돕는 일을 밖에서 계속 하긴 하겠지만, 회사가 외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투명했으면 합니다. 외부 인원을 전혀 안 받는 건 너무 배타적인 것 같아요.


11. 전직 소방관이 G에게[편집]


#1

G. 회사에서 방송 때리는 거 있잖아. 무전기로 가끔씩 보내는 거. 내가 보기에는 소방 정책이 꼭 들어가야 돼. 부족장들은 지 이름을 딴 역법이나 동상 만드는 건 좋아하지만 소방 문제는 관심이 없어.


#2

섬들은 정말 작아. 모두가 쿠키 위에 사는 격이지. 시베리아에 살던 사람들은 이 섬들 돌아다니면 폐소 공포증에 시달릴 거야. 불이 번지면 섬 다 타는 것도 순식간이야. 이건 통찰도 뭐도 아냐. 눈에 빤히 보인다고.


#3

부족장들은 직무 유기를 하고 있어. 섬이 불타도 다른 섬으로 옮겨 가면 그만이다. 이런 식이지. 부족장들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없을까? 사령관 생각은 어때?


#4

부족, 마을, 모임, 뭐 듀랑고엔 일괄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힘든 커뮤니티가 많잖아. 마주칠 때마다 소방 문제를 얘기하는데 도통 관심들이 없네. 거기서는 납세자들이 늘 소방관 처우 얘기를 했잖아.


#5

남서쪽으로 가는 해류를 타고 움직이는데 멀리서 워프가 일어나는 걸 봤어. 비행기가 구름 사이로 나오더니 내릴 곳을 찾는지 멀리로 가더라고. 일단 추적 중이고 반대로 가는 배에다 메모 전달해달라고 했어.


#6

무전 불통 지역을 계속 지나고 있어. 고기 잡으러 온 어부들에게 메모를 부탁했는데 전달이 될지 확신이 없군. 비행기를 봤냐고 물었더니 남쪽으로 갔다고 하더군. 무법섬이 있는 지역이야. 계속 이동 중이야.


#7

비행기는 확인했어. 구조하러 가기엔 너무 늦었지만 비행사가 재주가 있더군. 섬 인근의 얕은 바다에 내렸어. 다들 떠났는지 안은 비었어. 부족의 해체업자들이 와서 죄다 뜯어내더군. 볼트 하나, 플라스틱 포크 하나까지 말이야.


#8

비행기 생존자를 찾았어. 라고스에서 출발했대. 비행기에서 내린 뒤에 아무런 구조가 없어서 다들 흩어졌대. 아무리 생각해 봐도 회사의 역할은 한계가 있어. 섬마다 소방기관이 있어야 해.


#9

그 비행기 탑승자는 대충 200명 안팎인 것 같아. 섬을 떠난 사람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1일 생존률, 1주 생존률을 내서 문서 만들 때 반영하려고. 회사에서도 이런 자료는 알고 있는 게 낫겠지?


#10

개척 회의나 엽록 포럼에도 편지를 보내고 있는데 다들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자신들의 조직 목표에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답을 받았어. 그나마 힘좀 쓴다는 놈들 마인드가 그리 옹졸해.


#11

K는 잘 지내고 있나? 누가 보든 안부 좀 전해줘. 당신이 구해준 사람이 다른 사람들 구하러 돌아다니고 있는 거에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말이야.


#12

그 전에 말했던 얘기 다시 해서 미안하긴 한데 회사에서 전체 회의 같은 거 할 일 있을 때 나도 참석할 수 없을까? 회사 전체 차원에서 한 번 이 문제를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


#13

회사 일을 도와주고 있지만 참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 사람들을 구조하는 문제 그 얘기를 하는데 모든 일을 그렇게 비밀스럽게 할 이유가 있을까? 매번 이런 식으로 좋은 생각이 있는 사람들을 내치는 것 같아.


#14

요샌 무전도 답이 없네. 그냥 기분이 울적해. 회사는 충분히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는데 어떤 순간만 되면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사람들처럼 군단 말이야. 이름 때문에 마가 낀 것 같아. 회사가 뭐냐고.


#15

G. 뭔가 회사에 속사정이 있는 것 같은데 나중에라도 꼭 얘기해줘. 나도 몇 년을 회삿일 도와줬는데 반은 회사 사람이라 봐도 되지 않겠어? 나는 소방관 조합이라도 만들게 여러 섬 출장 다녀야겠어.


#16

무법섬에 왔어. 무전이 안 돼. 부족들이 전쟁 중인데 큰 불이 났는데 끄질 않아. 자기 워프홀 있는 진영이 아니니 상관 없대. 기왕이면 적진을 태워버렸으면 좋겠다고 하더군. 불은 평등하게 다 태워버리는데 말이야.


#17

다 꼴통은 아니었나봐. 불이 퍼질 지역에 미리 예방 화재를 냈는데 몇 사람이 와서 도왔어. 어떤 놈은 방화를 하는 줄 알고 도운 것 같긴 한데. 얼추 섬이 다 타는 건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18

불은 막았어. 탄 곳에 가니 검은 색 밖에 안 보였어. 사람은 불길 방향을 보고 많이들 피했는데 동물들은 그러질 못 했어. 브라키오사우루스도 들불 앞엔 고깃덩이야. 탄내랑 썩은내가 섞였어.


#19

소방 정책 중에 또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어. 맹수 대비지. 그나마 부족에 있는 인간들은 머릿수로 인간 띠를 만들어서 사람 잡아 먹은 맹수는 다 잡아버리는데 혼자 사는 사람이 그럴 순 없잖아. 랩터 떼라도 다니면 무서워.


#20

G. 메모에 답을 안 주니 계속 혼잣말이 되는 기분이야. 당신 있는 섬에라도 한 번 들르러 갈게. 이 메모보다 먼저 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곧 갈 거야. 편하게 잡담이나 좀 하자.


12. A의 메모 사본[편집]


#1

다들 내가 괴로워서 마음이 아픈 거라고 했다. 나를 정신병자로 몰려고 연막을 치는 거다. 나는 A다. 이 메모를 다른 사람이 볼 때면 나는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2

나는 지켜야 할 기밀 유지 의무가 있다. 서약서에도 서명을 했다. 하지만 갑이 서약서의 기반을 이루는 성실성을 위반했다. 서약서는 휴지 조각이 되었다. 그렇기에 나의 방식대로 기밀을 해제할 것이다.


#3

계획 이전에 나는 어학자원으로 특정 지역에서 근무 중이었다. 제안의 형태는 설명하지 않겠는데, 계획의 실무자들이 예상 가능한 범위를 피하기 위해 매번 새로운 형태를 개발해 썼기 때문이다.


#4

계획은 위장을 거쳤다. 나는 다른 지역의 반군에 물자를 공급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 기간 동안 사전 작업이 진행되었는데 반군의 우두머리가 내 아지트로 찾아와 사전 작업이 끝났음을 알렸다.


#5

사전 작업은 점조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당사자 아무도 계획의 전체를 알지는 못 했다. 훈련은 시작되었으나 작전의 시나리오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형태의 작전은 처음이었다.


#6

어쨌건 장시간 훈련을 받았다. 알지 못 하는 지역에 가서 지도를 만들고, 식생을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필요한 물자를 비축하는 방법을 익혔다. 군사적인 목적성은 매우 낮았기에 이상함을 느꼈다.


#7

평가관들은 사명감을 높게 평가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평가 기준은 한계가 있었다. 작전 내용은 24시간 전에 공개되었고 거부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거부하지 않았다. 사명감 때문이었다.


#8

지금 생각해보면 평가관들은 현장을 전혀 체감할 수 없었다. 다른 작전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면 모를까 그런 평가관들이 임무 참가자들을 평가했단 건 난센스다.


#9

임무의 목표는 초기 4주를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대부분의 임무 참가자들이 4주 내에 내가 이름 붙인 '1차 이탈기'를 겪었다. 고문을 견뎌낼 수 있는 강인함도 1차 이탈기를 극복하는 건 어려웠다.


#10

사명감은 강했지만 목적이 오히려 삶을 파괴했다. 목적이 이끄는 삶은 목적의 수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차라리 목적이 없는 경우가 더 강한 동기 부여를 얻을 수 있었다. 사령관들 위주로 간신히 상황을 유지했다.


#11

각 임무마다 그걸 부르는 호칭은 달랐다. 성배, 황소, 지팡구, 크라운 주얼, 데비 존스의 함 등 각자 방식대로 불렀지만 그걸 찾을 수 없다는 게 확실해졌다. 이때가 '2차 이탈기'였다.


#12

사령관들은 본래 자의적으로 서로를 탐색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사령관들은 강한 사명감으로 다른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3차 이탈기' 때는 도저히 어쩔 수가 없었다. 배신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13

3차 이탈기로 인해서 서약서는 불에 태워도 무방한 쓰레기가 되었다. 그러나 사령관들은 추후의 협상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령관들은 서로를 찾았고 만나서 새로운 서약을 구두로 결정했다.


#14

이 서약은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상황이 변했음에도 새롭게 생긴 가장 중요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단 것이다. 또 다른 '그들'은 숫자가 늘고 있었다. 그러나 서약의 옵션에서 '그들'은 고려되지 않았다.


#15

서약의 엄격한 조건 때문에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긴 어려워졌다. 가입 제한은 뒤에 심각한 집단 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는데 보안 유지란 이유로 졸속 처리되었다. 가입 제한이 무시된 건 딱 한 번 뿐이었다.


#16

동정심만으로 가입 제한을 잠깐 푼 건 아니다. 적어도 세 명은 이유를 알았다. 아마 빚 청산일 거다. 이유야 어찌됐건간에 그 기회에 가입 제한 조건을 완화할 수도 있었다. 근데 놓쳤다. 귀환 불가점을 지난 것이다.


#17

그 뒤로 나는 타깃이 됐다. 여러 연막이 선행됐다. 그 과정이 도덕적으로 선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중심점을 잃으니 많은 기준이 흔들렸고 폭력성은 강해졌다.


#18

나는 메모를 남긴다. 메모는 진실을 고발하는 밑거름이 되는 데도 그 목적이 있지만 나의 목숨값을 올릴 수 있는 보험 수단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보 비즈니스에선 값을 받는 것보다 매기기 힘들 게 하는 게 중요하다.


#19

더 상세한 정보를 남기자면 몇천 쪽 분량으로 남길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여러 벌의 메모를 만든 게 전부이며 무엇도 핵심적인 인명이나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다.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하지도 않는다.


#20

이 메모는 종합적인 얘기를 적은 것이며 세부적인 것들은 내부에 분산시켜 놓았다. 외부에서 얻는 메모나, 내부에서 얻는 메모만으로 상황을 판단하긴 다소 어렵게 배치한 점은 이해를 바란다. 나는 A다.


13. 감시자가 E에게[편집]


#1

E. 그 사람들 무전을 들었습니다. 알아 들을 수 없는 단어들로 대화를 합니다. 음어를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적어 놓긴 했지만 현재로선 이해 불가입니다. 나중에 조용해지면 따로 보내겠습니다.


#2

솔직한 견해를 말하자면 말입니다. 그 사람들은 그냥 미친 사람들입니다. 지구 같았으면 버스에 실어서 정신병원으로 보냈어야 하는 인간들이라고요. 왜 이런 데 시간과 돈을 낭비하십니까?


#3

그 친구들이 치밀하게 행동하고 있는 건 맞습니다. 그 근간에 광기가 있을 뿐이죠. 저는 위원회가 어느 부족의 정보기관의 위장이라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어느 부족이 그리 자원 낭비를 합니까?


#4

컬트 집단은 어느 시대, 장소를 가리지 않아요. 이유야 여럿이 있죠. 상실감도 큰 작동 원인입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이런 낯선 땅에 조난된 게 아무 이유 없는 현상이란 걸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죠.


#5

듀랑고는 무전이 안 통하는 지역도 있고 불가능한 거리까지 멀리 나가는 지역도 있죠. 핵심은 이겁니다. 무전기를 몰래 듣는 식으로는 모든 걸 들을 순 없습니다. 주제 넘는 얘기지만 예산을 계속 버릴 겁니까?


#6

좋아요. 나야 돈이나 제때 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걱정되는 게 그겁니다. E. 당신은 회사에서 직위가 그리 높다고 볼 순 없잖아요. 괜한 뻘짓에 윗선에 미운 털이나 박히면 어떡합니까?


#7

나랑 일하는 친구들은 회사가 단순한 구조단체라고 안 봅니다. 나도 여러 부족에 돈 받아가면서 정보 물어다 주는 사람이다 보니 들은 게 많아요. 이름부터가 회사라니, 정보기관이 자기 비하하는 기분이군요.


#8

결국 회사의 핵심은 그거 아닙니까? 조난자들의 진입 사망률을 낮추는 거. 그게 당신들의 핵심 의제잖아요. 궁극적으로는 무법섬에 사람 많이 보내려고 그짓거리 하는 거 아닙니까? 뭐 부정하겠지만 부정도 능력이죠.


#9

어디서 돈을 주로 대는 겁니까? 회사는 내부에 새로운 구성원을 전혀 안 받아들이는데, 그 돈을 다 독점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나는 나를 향하지 않는 배타성은 싫어하지 않아요. E.


#10

부정하시긴. 어차피 비슷한 일 하는 입장끼리 뭐 그리 서먹하게 굴까요? 위원회 조사하는 것도 결국 관리 차원에서 보는 거 아닙니까? 바깥 사람이 관리 효율성을 높일 방법을 말해주면 정식으로 채용할 수도 있고요.


#11

뭐 다 부정하고 싶다면, 적어도 돈을 대는 부족들 이름이라도 대주지 그래요. 듀랑고에서 구조단체를 돌릴 만큼 능력이 있는 부족들이라면 정보관 1명 정도 더 채용할 돈은 있잖아. 섭섭하게 굴지 맙시다.


#12

정말 섭섭하네. 사람을 이리 무시할 수가 있나요? 이런 자기 동기부여도 안 되는 일 하다 보면 원래 별별 말이 다 나오는 거예요. 나라고 다 진짜만 말하는 게 아니라고. 아주 섭섭합니다. E. 성격 파탄자 같으니라고.


#13

위원회쪽 사람들 무전 들은 거 다시 정리해서 보냈습니다. 그때 갔던 그 친구 편으로 보내는 거고, 그 친구한테 팁 좀 두둑히 줘요. 죄다 손으로 적는 게 얼마나 개고생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14

생각할수록 열불 터지네. 이런 일 같지도 않은 감시 일 하느라 내가 뼈빠져라 고생하는데, 돈 대주는 부족 이름 하나 대기가 그리 어렵나요? 내가 몇 년을 일해줬는데 정말 더럽게 서운하네.


#15

나도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어. 당신네들은 구조 활동이 진짜 목표가 아니잖아. 그 사람들을 살려서 어딘가에 이용하려는 거지. 난 도덕심 같은 건 제로야. 뭐든 할 수 있어. 날 회사에 끼워줘.


#16

E. 요새는 무전도 없고 편지나 메모도 답신도 없고. 아주 나랑 연결고리를 끊기로 한 거야? 알잖아. 나 욱하는 게 있어서 가끔 빡도는 거 알잖아요. 위원회 감시 일 잘 하고 있으니 답 좀 줘요.


#17

아무래도 우리가 얼굴을 본 지가 오래 되어서 그런가?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조만간 회사 사람들 있는 섬을 찾아갈 테니까 속 터놓고 얘기합시다.


#18

답이 없는데. 메모가 전달이 안 된 건가요? 아니면 답을 안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네. 그냥 믿고 일단 출발해도 괜찮을까요?


#19

E. 나처럼 당신도 회사에 섭섭한 일도 많을 거예요. 그냥 얘기만 하면 됩니다.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은 많이 나아져요. 그러니까 적정한 섬을 골라서 한 번 얼굴 봅시다.


#20

사람이 인내심에 한계가 있어요. 무시를 참는 것도 정도가 있지. 보면 일단 한 대 얻어 맞고 시작합시다. 사람이 말이야. 이따구로 일을 하면 안 됩니다. 당신 있는 섬으로 내가 갈 거야.


14. 외부 인사 검증 보고[편집]


#1

42번 파일 말입니다. 잠입시키기에 적당하다고 판단은 하였습니다. 연락원을 보냈는데 병에 걸려 사망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운영비로 유가족에게 조의금 약간을 전달했습니다.


#2

91번 파일 관련 보고입니다. 본인이 적극적은 의욕은 있지만 잠입 대상인 부족의 제1언어를 어눌하게 구사합니다. 문헌 정보 등에 접근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판단합니다. 별도 지시 없으면 탈락시키겠습니다.


#3

33번 파일입니다. 개척 회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정책을 입안하는 자리로 옮길 수 있게 노력 중입니다. 본인 말로는 그 여자를 티스톤으로 매수가 가능할 거라 하지만, 제가 보기엔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4

51번 파일입니다. 보내온 정보가 거짓입니다. 대조해서 확인해 본 결과 3주 전부터 의도적으로 정보를 조작하고 있습니다. 전향이 의심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사람을 시켜 보내겠습니다.


#5

103번 파일입니다. 소속된 부족에서 간첩 색출 소동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불안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허락하신다면 몇 개월 정도 연락망을 완전히 끊고 그 이후에 재개 여부를 판단할까 합니다.


#6

57번 파일입니다. 부족에 전염병이 돌아 탈퇴했다고 합니다. 해당 부족에서 진행 중이던 사업은 인구 감소로 더 이상 진행이 어려울 거란 판단도 첨부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7

293번 파일입니다. 3개월 이상 평판 조회를 거쳤습니다. 5등급 이하의 임무에 한하여 정보원으로 활용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라 다소 우려가 됩니다.


#8

125번 파일입니다. 말재주는 있으나 보고서 작성 능력이 매우 떨어집니다. 628위원회 일감을 줘서 연막용으로 쓰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9

358번 파일입니다. 몇 달 이상 별도의 진행 없이 방치하였습니다. 복수의 정보원의 발언에 따르면 무법섬으로 갔다가 사망했다고 합니다. 원인은 불명확합니다.


#10

65번 파일입니다. 엽록 포럼의 외부 활동가로 장시간 일했습니다. 주변 지인의 발언에 따르면 폭력 전과가 있습니다. 초토화 작전 등에 1회용으로 쓰면 될 것 같습니다.


#11

141번 파일입니다. 공룡 전문가입니다. 자기 돈을 들여 공룡의 품종 개량에 종사하고 있고, 주변 사람들이나 부족들에게 평가도 좋은 편입니다. 여론용으로 확보해두는 걸 추천합니다.


#12

183번 파일입니다. 이른바 닥터 라마라고 부릅니다. 학문적 역량은 뛰어나나 조직력이 없는 인물로 평가됩니다. 인망을 고려하신다면 어느 정도 연결고리를 만들어두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13

213번 파일입니다. 3주 전에 불안정섬에 사냥을 가겠다며 나선 게 마지막 목격입니다. 근처 바다를 조사한 결과 소멸 워프 때 탈출하지 못 하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14

166번 파일입니다. 위원회에 관하여 이상한 발언을 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다른 부족들에도 정보를 제공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적절한 징계가 필요합니다.


#15

197번 파일입니다. 시체를 찾았습니다. 부패 정도로 볼 때 2주 이상이 경과했습니다. 정보 유출과 관련하여 압박감을 느껴 자살한 걸로 보고 있습니다. 주변에 유출 여부가 있는지 추가 조사하겠습니다.


#16

152번 파일입니다. 부족장들에게 의약품을 제공한 인물입니다. 획득 경로를 파악할 겸 위원회에 유리한 인물인지 파악이 필요합니다. 허락하시면 추가 조사 진행하겠습니다.


#17

246번 파일입니다. 군사 임무에 참여하고 싶단 뜻을 밝혔습니다. 배경을 조사해본 결과, 원래 있던 부족에서 방출됐습니다. 필요한 위원회에 연락해도 괜찮겠습니까?


#18

189번 파일입니다. 무법섬에 군수물자를 운반하는 뗏목업자입니다. 통계 작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폭력적이고 사생활이 복잡하지만, 정보의 가치는 높은 편입니다.


#19

83번 파일입니다. 본인이 회사의 구성원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지만 일단 조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

제 신분을 의심하는 인물들이 있어서 당분간 활동을 중단할까 합니다. 위원회 내부로 복귀하고 싶은데 새로 인사 조치를 할 계획이 있으십니까?


15. 924소위원회 발송물[편집]


#1

강녕하십니까? 무좀이 올라서 죽을 지경인데 늪지대까지 돌아다니니 죽을 맛이야. 업자들도 대강 소문을 공유해서 안정해역에선 절대 장사 얘기를 안 하더라고. 이게 다 미친 초토화 전략 때문이지.


#2

정보 따려고 어느 업자한테 접근하니까 이러더라고. 브라키오사우루스 같은 걸 화약 없이 어떻게 잡냐고. 화약은 어디까지나 방어용 무기지, 절대 공격용 무기가 아니라고 하더라. 뭐 그렇다고 합디다.


#3

나야 위원회 나랏님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분수는 아니까 이러쿵저러쿵 말은 삼갑니다만, 근데 까놓고 말해서 듀랑고 인구가 늘어나는데 다 막을 수 있을까? 그냥 궁금혀요.


#4

독립기념일에 쓴다고 화약을 구한다는 부족도 있어. 아니, 사람들이 화약의 개념을 다 뻔히 알고 있는데 그걸 자기네 부족 정부도 아닌 데서 막는다고 하면 납득을 하겠냐고?


#5

위원회가 소문과 달리 실제론 진짜 영향력이 있으며 위험한 일을 한다, 이런 소문 낸 애들은 다 죽였어? 난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을 거야. 주요 거래 지점들 암호편지로 보냈으니 확인 바랍니다.


#6

X의 심기는 어때? 그분이 열받으면 위원회가 열받잖아. 내가 얘기하는 이런 것도 X에게까지 보고가 들어가진 않겠지? 괜히 말 잘못했다가 목 잘려서 파도에 실려 다니긴 싫거든. 화약 문제는 계속 이 방침이시래?


#7

업자들이 말이야. 화약상들을 누군가 조지고 있어서 화약 값이 더 올라간다고 하더라고. 결국 돈 버는 놈들은 더 크게 버니까 한몫 노리는 지망생들은 더 늘어나는 거야. 내 의견은 아니야.


#8

출처 확인 안 된 소문인데, 군수물자를 싣고 가는 기차가 워프를 당했대. 어느 부족이 기관총이랑 수류탄을 박스 단위로 확보했다고 하고, 탱크가 있다는 얘기도 있고. 그런 게 있으면 무법섬에 전쟁은 끝났겠지.


#9

지난 번에 말한 그 소문 말인데, 모 부족이 종전 협상을 하려고 블러핑한 것 같아. 그 정도 우세 상황이면 소문을 낼 필요도 없지. 그냥 기관총 들고 가서 싸갈기면 끝이잖아.


#10

위원회는 화약을 왜 이렇게 싫어하는 걸까? X가 어렸을 때 독립기념일 때 집 지붕이 불탔다거나 뭐 그런 일이 있었나? 그분의 개인적 혐오가 조직의 목표가 되어 버린 건 아닌가 생각도 들어. 헛소리지.


#11

화약 재료가 될 수 있는 게 세상엔 너무 많아. 화약을 만드는 걸 다 잡으려고 하면 힘들어. 화약을 실제로 전쟁에 쓰는 놈들이 있으면 걔들만 조지는 게 어때? 924소위원회에 그 정도 파워 없나?


#12

업자들이 의심하고 있어. 내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나봐. 자기들은 비료를 만들려고 연구 중이라고 하더라고. 하, 내 생각엔 부족 정부들을 갖춰서 처리할 일이지, 이런 개입은 돈만 날릴 뿐이야.


#13

위원회 내부에 TF라든가 그런 데서도 분명히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을 거잖아. 안 그래? 화약의 보급은 피할 수가 없는 일이야. 내가 비록 같잖은 일 하는 끄나풀이지만 말이야. 새겨 들을 구석도 있어.


#14

실탄 몇 발을 구했어. 돈을 얼마를 요구했는지 알아? 아무튼 무진장 썼어. 가격대가 이 정도에서 형성된 거 보니 실제로 유통되는 양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 같아. 5.56mm도 아니군.


#15

총기나 탄약을 꾸준히 수급하는 문제 때문에, 워프로 넘어온 물자가 위원회의 우세를 흔들진 못할 거야. 담담하지만 사실이야. 부족들은 오합지졸이지. 화학은 농업에 도움이 되고. 좀 더 유해지자고.


#16

내가 보고했던 업자를 1년만에 찾아가봤지. 그 사람이 사는 동네 말이야. 오두막이 거인이 밟기라도 한 것처럼 다 부서져 있더군. 뼈랑 해골이 굴러다니고. 아마 유타랍토르가 바위에 총을 쐈나봐.


#17

솔직히 말해서 정신적으로 괴로워.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 허리까지 눈이 내린 섬에 와서 화약 거래가 이뤄지는지 확인 하느라 발가락이 얼어 붙는 것도 지겨워.


#18

감정적인 기복이 좀 있어. 확인한 대상은 유황 광산을 발굴한 자였어. 어느 부족 소속인지, 사는 섬도 파악했고. 다른 루트로 보냈으니까 곧 확인할 수 있을 거야.


#19

광산업자는 어떻게 되는 거지? 계약 얘기를 하다가 밴드 얘기를 했는데 나랑 같은 해에 같은 페스티벌에 간 적이 있더라고. 정말 꺼림칙해.


#20

정말 미안한데. 날 죽이든 말든간에 말이야. 이 짓거린 더 이상 못 하겠어. 난 잠적할 거야. 나불거리지 않을 거지만 아마 유타랍토르가 총을 들고 와서 이마를 쏘겠지.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지긋지긋해.


16. 민간군사부족 보고[편집]


#1

세력에 따라 적당히 색깔을 매겼습니다. 실질적인 정치적 입지와는 무관합니다. 각 색깔이 어떤 정치적 연합체인지는 암호 서류로 보낼 예정입니다.


#2

부족들에 파견된 정보원들의 정보 취합이 느립니다. 차라리 무전을 감청하는 게 더 정확도가 높습니다. 위원회에서 검토하여 부족 파견 정보원들의 유지 여부를 결정해주십시오.


#3

적색 섬이 전략적 교두보를 확보해뒀습니다. 청색 섬이 주요 워프홀을 상실하면서 물자 수송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흑색 섬을 투입할까요?


#4

적색 섬은 임계점을 지난 것 같습니다. 일단 머리를 자르고, 디아도코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할 것 같습니다. 흑색 섬에서 이미 머리의 위치는 확보해뒀습니다. 경호원들을 매수해뒀습니다.


#5

별도의 지시가 없으셔서 경호원들에게 큐를 줬습니다. 경호원들이 빠져나갈 수 있게 배를 보내야 하는데, 뗏목으론 안 될 것 같습니다. 자체 동력이 있는 보트가 있긴 한데 연료가 없습니다.


#6

제가 손을 쓰지 않았는데 적색 섬의 머리가 잘렸습니다. 자체적으로 일어난 일인지, 아니면 배후가 있는지 조사 중입니다. 혹시 배후를 알고 계신다면 정보 공유 하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7

풍선 효과인지는 몰라도 청색 섬이 갑자기 들떴습니다. 안정해역에서 들어오는 물자의 양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적절한 시점에서 보급을 끊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8

분대 이하의 인원을 투입하여, 청색 섬의 보급선 몇 곳을 끊었습니다. 녹색 섬에서 쓰는 장비와 서류를 남겨 두었습니다. 아마 속아 넘어가진 않겠지만 내부 갈등 정도는 유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9

작전 요원 하나가 실탄을 분실하였습니다. 회수하였고 지휘관을 시켜 따끔하게 매질을 했습니다. 청색 섬 내부의 무전을 감청한 결과 실제로 보급선 차단을 두고 갈등을 확인하였습니다.


#10

다시 여쭙지만, 적색 섬의 우두머리가 살해된 사건에 저희 흑색 섬 외의 다른 팀이 투입된 것입니까? 서로 알고 있어야 나중에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불필요한 충돌을 피할 수 있다고 봅니다.


#11

녹색 섬의 정보 라인들이 뭔가 눈치를 채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쪽의 외연과 접촉하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습니다. 귀엽네요.


#12

직접 밝히기가 어렵다면 사실 확인 정도만 해주시면 어떻습니까? 황색 섬이 저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확인해주실 수 있습니까?


#13

선을 넘었다고 말씀하시니 그 이상은 여쭙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요원들이 다소 서운해하는 심리가 있는 것도 이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온이 내려가면서 근처 무법섬의 전투가 소강 상태가 되고 있습니다.


#14

섬마다 기후가 다른 일이 많다 보니, 여러 부족들이 보급품을 함께 모아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꽤 흥미로운 접근 방법인데 저희 요원의 보고 내용을 따로 보내겠습니다.


#15

지시하신 타깃은 반드시 제거하도록 하겠습니다. 타깃이 주변을 의심해서 일부러 천막을 여럿 만들고 수레도 여러 대를 굴리고 있습니다. 랩터 사냥을 좋아한다고 하니 그때를 노릴까 합니다.


#16

호위 병력이 워낙 많습니다. 몇 번 암살 사건이 있으면서 지휘관들이 예민해졌습니다. 저희의 무장 수준으로는 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물자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겠습니까?


#17

눈치를 챈 모양입니다. 동맹 부족장과 랩터 사냥을 가기로 해놓고선 출발 직전에 취소했습니다. 내부로 잠입한 정보원들이 솎여질까 걱정됩니다. 화력 지원이 필요합니다.


#18

제 탓이라고 말씀하진 말아주십시오. 정보원들이 제 이름을 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적절한 물자나 화력 지원이 있었다면 이 정도까지 상황이 악화되진 않았을 것입니다. 현재 기지에서 문서를 소각 중입니다.


#19

서류를 무인 연락소로 운반하는 콤프소그나투스들이 사살됐습니다. 사냥 목적이 아니고 누군가 알고 의도적으로 쏜 것 같습니다. 조만간 저희 기지가 폭로될 것 같습니다. 운이 좋다면 섬을 떠날 수도 있을 겁니다.


#20

기지 앞 언덕 너머에서 불길이 솟고 있습니다. 나팔 소리가 들립니다. 발길을 구르는 소리도 들립니다. 발 빠른 랩터를 타고 탈출할 생각입니다. 다른 방향으로 가는 부관에게 메모를 맡깁니다. 살아 남으면 다시 보고하겠습니다.


17. 둥지의 늙은 새[편집]


#1

선거가 진행 중이라 사고치지 말라는 지시야. 아마 거기로 전달된 것과 거의 차이가 없어. 5층에서 인사가 소폭으로 있었고, 근데 송곳잡이가 건강상태가 악화됐단 얘기는 못 들었지?


#2

소장파 애들이 송곳잡이의 가족력을 조사했는데, 아버지 쪽으로 심장질환이 있었어. 그 새끼도 이제 일흔이 가까운 나이라, 아마 쇼크 한 번 오면 회복하기가 힘들겠지.


#3

필요한 물건 있어? 리스트에 보내는 거 말고 개인적으로 쓸 거 말이야. 5층에 괜찮은 친구를 알아뒀어. 알코올 중독자라서 다음 인사 때 잘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며칠 안에 잘리진 않겠지.


#4

발신기 신호 들어야 할 당직자 놈이 처자느라 24시간이나 늦게 발견했어. 암호관도 버벅거려서 5시간을 더 썼고. 둥지는 기강이 해이해. 물량이 10톤 정도 되는데 작전물자는 2톤 밖에 안 돼.


#5

내가 제일 좋은 걸로 구해다 준 거야. 내 지분 약간 소각해서 말이야. 난 요새 그런 생각도 들더라. 지분이고 자시고 말이야. 그거 다 똥 닦는 데도 못 쓸 수도 있잖아.


#6

선거가 끝났군. 예상치도 못 한 인간이 이겼어. 5층에서 보고하러 가면 까무러치겠어. 뭐 정권이 몇 번이 바뀌어도 애새끼들이 정책적으로 영향 받았냐? 보낸 건 마음에 들어?


#7

송곳잡이 밑에서 비서하던 그 은발 기억나? 이름이 생각이 안 나네. 그 은발이 죽었대. 바람 피우다가 걸렸는데 갑자기 쓰러졌대. 회의 때마다 개거물처럼 굴더니 죽을 땐 옹졸하게 죽었지.


#8

음력설마다 홍콩에 갔는데 못 간지도 꽤 됐지. 고향말을 너무 안 써서 잊어 버릴 것 같아. 내가 시덥잖은 잡담 보낼 땐 무슨 의미인지 알지?


#9

둥지가 왜 둥지였지? 암호명 붙이는 것도 지긋지긋해. 암호명을 외우느라 제4외국어를 새로 배우는 것 같단 말이야. 1기 간부들은 암호명을 못 외워서 그냥 기능명으로 불렀지. 밥벌레들.


#10

지난 번에 얘기한 거 다시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원래 공작관 같은 자리는 필요하면 정년을 안 두는 게 자연스러운데, 1기들은 그런 일도 전혀 안 했잖아? 걔들이 한 게 식사 메뉴 고르는 거 말고 있었나?


#11

하데스 쪽은 진정성이라도 있었지. 걔들은 순직자 자리에 별 하나씩 박히는 거 각오하고 들어 갔어. 지금도 걔들을 일방적으로 버린 게 맞는 일인가 후회가 들어.


#12

그래. 네가 하데스 정리해준 문서 보내준 건 잘 봤다. 둥지에도 보고 안 한 내용이 많더군. 넌 뭔 생각이냐? 작전이 생각보다 안 풀려서 다들 원래 정신 상태를 유지하기가 힘들어. 불꽃놀이가 보고 싶다.


#13

며칠 휴가를 냈어. 무법섬 해역 근처로 갈 거야. 바다에 배 띄워놓고 밤에 불화살 날아다니는 거라도 봐야지. 그놈의 전쟁은 밥값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14

어떤 멍청이가 새로 공급받은 화물을 엉뚱한 워프홀에다가 쑤셔 박았어. 소재 파악부터 해야 돼. 소위원회 중에 그런 거 잘 하는 놈들 있으면 둥지로 파견 좀 해줘.


#15

X됐어. 화물이 어떤 부족 동맹들 땅으로 가 버렸어. 포장이 있긴 한데, 화물 찾아오는 게 둥지 쪽 특작팀으론 안 될 것 같아. 얘들은 사람 쏴본지 오래 돼서 말이야. 위원회에서 해줄 수 없어?


#16

확인했다. 정말 고맙다. 잔인할 정도로 일 잘하는 건 여전하더군. 간만에 위원회 사람들 만나서 회포도 풀고 말이야. 얘기 들으니 그 동안 안 공개한 정보원을 계속 밝힌다며. 뭔 꿍꿍이야?


#17

사람이 말이야. 젊었을 때부터 나이 들어서까지 생각이 똑같다면 말이야. 그 인간은 참 세상 편하게 산 거지. 뭐 너도 이런저런 생각이 있을 거야. 난 좀 알 것도 같아. 네 생각이 말이야.


#18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말할 거야. 뭐 장소는 달라도 내가 늘 하던 일이 기다리며 상황을 살피는 거잖아. 인원 공급도 이젠 절반도 안 돼. 뭔가 더 변할 때가 된 거야.


#19

역시 세 번째 계획은 힘들겠지? 첫 번째 계획을 입안할 때 힘 써주던 인간들은 이제 다 퇴물이잖아. 세대 교체가 이뤄지면 책임감도 좀 덜 느끼면서 칼 휘두르기 좋잖아. 어떨 것 같아?


#20

역시 넌 능구렁이야. 뭐 이런 말, 저런 말 들어도 제일 중요한 건 본인 생존이지. 다른 데다가 안 불 거니까 속 터놓을 사람 있으면 언제든 말해줘.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말이야.


18. 타조의 일기 해석본[편집]


#1

숲(특정한 단체를 가리키는 표현이예요, 제 생각은 위원회라고 봐요. 이렇게 제가 한 해석을 메모에 덧붙일게요)은 날 배신했다. 나는 분노를 느꼈다. 한참 동안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이제 나는 분노를 가라 앉혀 이 기록을 남기노라.


#2

숲의 법 2조(해당 단체에서 지켰던 비밀 유지 서약으로 추정해요)에 따라 동물친구들(동물 친구는 작성자와 같은 임무를 맡았던 사람들을 가리켜요, 다들 동물 이름으로 표현되고 있어요)은 입을 다문다. 나는 규칙을 지켰다.


#3

숲의 법 14조에 따라 붓으로 글을 쓰면 안 된다(되도록 문서를 남기지 않았단 의미인 것 같아요, 암호는 아니고 작성자가 비유적으로 쓴 표현으로 보여요). 나는 규칙을 지켰다.


#4

숲의 법 62조에 따라 알파(알파는 이들의 지휘관을 가리키는 표현이고 62조는 지휘 체계를 설명하는 문서로 보여요)는 알파벳 전체(알파를 A로 놓고, 다른 휘하의 구성원을 알파벳이라 표현했어요)의 행동을 감독하고 관리한다. 알파는 4년 전에 황달로 죽었고 승계순위상 내가 알파다(작성자는 지휘권에서 지휘관 다음이었고, 지휘관의 죽음으로 다음 지휘관 자리를 획득했어요).


#5

71조에 따라 숲에서 3개월 이상 해(반복되는 표현의 맥락을 추측해보면, 해는 어떤 상부의 지령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여요)가 뜨지 않으면 모든 문서를 폐기한다. 동물친구들은 다음 일출(해와 마찬가지로, 지령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여요)까지 생존 대기한다. 대기 기간 동안 알파는 연 1회 이상 현황을 점검하고 기억한다. 나는 해당 조항을 준수했다(작성자는 1년 이상 지령을 받지 못 했어요).


#6

마지막 조항. 해님이 1년 이상 두절될 경우 놀이는 취소된 것으로 본다(놀이는 이들의 프로젝트를 말하고, 상부가 이들에게 1년 이상 지령을 내리지 않았어요). 이 경우엔 알파의 재량에 따른다. 황달로 죽은 알파는 이 문제에 관해 나에게 인수인계하지 않았다(작성자는 전임자에게 프로젝트가 문제를 겪을 때 어떻게 대처하란 설명을 듣지 못 했어요). 하긴 고열에 눈이 뒤집혔으니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7

놀이 취소로 인해 숲의 법은 사실상 효력이 중지되었다. 그러므로 알파, 아니 임무지휘관인 나는 나의 일기 작성을 승인한다(작성자는 상부의 지령이 없어서,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하게 되었다고 자신을 변호하려는 태도를 보였어요).


#8

D-1567(D데이는 작성자가 이 문서에서 설명하는 프로젝트의 개시일을 가리켜요). 근무 중에 전화를 받았다. 상관이 호랑이(프로젝트 참여자를 모집하는 임무를 맡았던 인물이예요, 호랑이란 명칭이 숲 내부에서 실제로 썼던 것인지 작성자가 임의로 붙인 건지는 모르겠어요)를 소개했다. 눈빛이 형형하고 사납다. 호랑이랑 악수를 했다. 무기 판매 얘기를 했다. 속을 떠보는 것 같았다(작성자는 이 프로젝트에 들어오기 전에 뭔가 무기 공급이나 유통에 연관이 있었어요).


#9

D-1344. 면접이 끝났고 나는 숲에 들어왔다(호랑이와 만난 뒤로, 프로젝트를 참여하는 단계에까지 적어도 200일 이상을 쓴 것 같아요). 어디까지가 면접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놀라운 얘길 들었다. 이 얘기는 나의 보안규정에 따라 검열한다(작성자는 스스로든 규정에 의한 것이든 보안에 민감해요, 상당히 자기 규율이 강한 인물로 보여요).


#10

D-155. 훈련을 마쳤다(3년 가까이 훈련에 시간이 소모된 건지, 아니면 그 사이에 다른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훈련 내용은 나의 보안규정에 따라 검열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훈련이란 것 정도는 써두겠다. 야생동물(프로젝트에서 임무를 맡게 된 걸 가리켜요)로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타조가 됐다. 타조랑 전혀 닮지 않게 생겼단 이유로 말이다.


#11

D-3. 모든 일정이 취소됐단 얘기가 돌았다(훈련을 마치고 대기 시간이 길었는데, 그 사이에 대한 설명은 없어요). 호랑이가 숲에서 쫓겨나고 모든 게 뒤집힐 거라고 했다. 다들 손을 놓고 잡담만 하고 있다. 상관이 부르더니 나무가 베일 거니(아마 작성자가 속한 조직 내부에서 어떤 일이 취소되는 걸 쓰는 데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 같아요) 휴가를 쓰라고 했다. 몇 년 한 게 허탕이 됐다.


#12

D+0. 자정에 호랑이가 집으로 찾아왔다. 조국 얘기를 하길래 연극을 했다(타조는 이때까지 자신이 참여한 프로젝트가 실제로 무엇인지는 완전히 몰랐고, 호랑이는 마지막까지 다른 프로젝트로 위장하고 테스트를 쳤던 것으로 추정해요). 같이 온 승냥이가 티켓을 넘겼다(프로젝트에 실제로 참여하게 됐음을 말해요). 이제 숲을 떠나 물(물은 프로젝트가 실제로 시행되는 지역을 가리키는 것 같아요)로 가라고 했다. 물은 몹시 위험했다. 가라 앉는 법은 알아도 뜨는 법은 아무도 몰랐으니까(맥락상, 프로젝트에서 이탈하는 방법이 없단 의미 같아요). 나는 그리 진지하진 않았지만 유능했다. 놀이가 시작됐다. 알파는 미어캣, 베타는 나, 감마는 노르웨이숲이었다(다른 메모 등을 참고할 때, 셋이 프로젝트의 전부는 아니고, 작성자가 참여했던 임무에서 지휘권을 가졌던 사람만을 지칭한 것 같아요).


#13

D+0.5. 동물친구들은 다 같이 깔때기로 갔다. 국자가 동물친구들을 푸더니 깔때기에 박았다. 동물친구들이 비명을 질렀다. 노르웨이숲은 깔때기에 몸이 반으로 나뉘었다(다른 메모나 통신에서 스쿱이란 표현을 들었는데, 국자나 깔때기는 워프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보여요). 우린 노르웨이숲의 보물을 챙겨줬다. 보물은 알파가 제안한 우리만의 비밀이었다. 안녕, 노르웨이숲.


#14

D+3. 처음 사흘은 굴을 팠다(굴은 이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물리적인 기반 시설이나 정보망을 말해요). 굴이 없으면 동물친구들은 활동을 못 하니까. 해님(이전에도 적었지만, 상부의 지령이나 상부 자체를 가리키는 표현이에요)이 사흘 동안 얼굴도 안 비추다가 드디어 비쳤다. 숲은 당혹스러워했다. 위치도 날짜도 안 맞았다(무언가 계획대로 되지 않았나 봐요). 그래도 깔때기를 찾는 놀이는 계속 하기로 했다(깔때기를 찾는단 얘기는, 무언가 워프와 관련된 물질이나 현상을 추적한단 얘기 같아요).


#15

D+185. 알파랑 나는 계속 놀았다. 이제 놀이가 질렸다(이들이 프로젝트에 뭔가 회의감을 느꼈어요). 새 국자를 찾으려고 했는데. 깔때기는 안 보였다(추적하는 워프 관련 대상을 찾는 데 실패한 것 같아요). 이날 마지막으로 해님을 봤다.


#16

D+300?. 해가 4달 넘게 안 뜬다(지령이 없었어요). 종이를 태웠다. 알파는 몸이 많이 안 좋았다. 놀이가 취소될 가능성을 내가 얘기했지만 알파가 화를 냈다(작성자의 성향으로 볼 때, 프로젝트가 취소될 거란 기대를 갖고 말한 건 아닌듯 하나 알파 미어캣은 그 문제에 민감했나 봐요).


#17

RST(용인표준시간, 아시겠지만, 지구의 시간 기준을 참고하여, 듀랑고에서 시간을 재는 방식이에요)란 걸 알게 되었다. 물에서도 나름 시간을 재는 법이 있었다. 개척자들은 결국 방법을 찾아낸다. 날짜를 비교해보니 얼마나 오차가 났는지를 알게 되었다(이들의 프로젝트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목표가 있었고, 그에 따라 실행해야 했었는데, 시간 측정을 잘못 했었던 걸로 보여요). 끔찍하다. 어떤 해님을 보고 이야기한 걸까? D+550일대 정도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난 RST가 내키지 않는다. 내 시간이 편하다. 그게 좀 더 명확하게 떠오른다(작성자가 자기 주관을 강조).


#18

D+619. 이날은 정확히 기억한다. 알파가 죽었다. 양지 바른 곳에 묻었다. 이제 내가 알파가 되었다(지휘관이 죽었고, 작성자가 지휘관을 승계했어요).


#19

D+837. 해가 떴다. 숲이랑 연락이 닿았다. 숲은 동물친구들을 잊어버렸다(잊어버렸단 게, 숲에서 이들이 참여한 프로젝트를 부인한 것으로 생각해요). 미어캣도, 노르웨이숲도, 타조도 기억 못 했다. 그러나 이론의 뼈대는 잡아가는 것 같았다(이론의 뼈대란 게 뭔지 해석하기 어려웠는데, 숲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를 가리키는 것 같아요). 소름이 끼쳤다. 다시 해님은 나타나지 않았다(이전의 통신 두절과 달리 이후로는 완전히 통신을 고의로 끊었단 맥락인 것 같아요).


#20

한 가지 알게 되었다. 물에서 생긴 오차는 숲에서도 생긴다(물은 이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지역을 가리키는 걸로 볼 때, 자신들의 영향력이 숲에도 영향을 준다는 의도로 적었어요). 물살이 수면을 흔들면 바깥의 숲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숲에서도 물 속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오차를 감수해야 한다(정보의 불일치가 있을 거란 의미로 작성한 것 같아요). 수면에 보이는 타조의 모습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 타조알이 보이더라도 울 거 없다. 물 속의 타조는 타조알로 돌아갈 수 없다. 숲엔 타조가 있다. 타조는 물 속에 있다(자신의 호출명 타조를 언급하는 걸로 볼 때, 이 메모를 작성할 땐 감정적이 됐던 것 같아요. 타조알은 자식이나 자신의 과거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고, 물 속에 있단 표현은 자신이 임무를 수행하는 지역에 있음을 강조한 걸로 보여요). 이건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

#21

티 내지 않았지만 다른 동물친구가 나를 알아 보았다(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다른 임무 팀이 더 있었고, 이들은 본래 고립되어 임무를 수행했는데 서로 만나게 되었던 걸로 추정해요). 호랑이는 보험을 들어 놓았다. 알파가 제안한 건 알파의 생각만은 아니었다. 우린 서로 다른 물에 사는 줄 알았다(서로 다른 팀이 같은 임무 지역에 속해 있었던 걸로 보여요, 지역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메모에서 알 수 없었어요). 우린 부둥켜 안고 울었다. 이제 수중생물로 진화해야 했다(물이 이 메모에서 갖는 맥락을 볼 때, 자신들이 임무를 맡게 된 지역에 더 적응해야 한단 의도로 들려요). 같이 숲에서 온 친구가 있으면 반갑다. 이때부터 나도 RST 세는데 익숙해져서 그런가 날짜를 정확히 기억을 못 했다(임무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난 것인지, 개인적인 심경의 변화인진 모르겠지만, 메모 작성자의 태도 변화가 있어요).


#22

몇 년이 지났다. 동물친구들과 만나서 사냥을 다녔다. 물 속 생활도 나름 즐거운 구석이 있다. 어디나 풍부한 양분과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작성자는 태도 변화 이후로 자신의 생활에 잘 적응했던 것 같아요).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 동물친구들은 애써 가능성을 무시했다. 하지만… 소문은 실체가 되고 팔다리가 생겨 커다란 몽둥이를 들고 다녔다. 동물친구 몇이 맞아 죽었다(문장의 표현 방식을 볼 때 살해당했단 걸 강조하고 있어요). 숲에서 괴물이 온 게 분명했다. 괴물의 이름은 모르겠지만 괴물이 숲에서 온 것만은 분명하다(숲에서 일방적으로 이들의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고의로 연락을 중단했어요. 그리고 몇 년이 지나자 프로젝트 참여자들을 찾아내서 살해한 거예요. 숲에서 숨기고 싶어 하는 어떤 사실을 이 과거의 참여자들이 알고 있단 방증이겠죠. 작성자는 메모 작성의 이유에서도 말했지만, 이 사실에 분노를 느꼈어요. 자신들을 버린 수준에서 벗어나 골라내 살해한단 이유예요. 이 메모가 작성된 즈음이 언제인진 알 수 없겠지만, 메모의 작성자 타조도 살해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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