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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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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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사건의 전말
3. 파산
4. 재판
5. 영향
6. 여담
7. 매체에서
8. 재조명



1. 개요[편집]


1985년에 창립되어 2007년에 파산한 미국천연가스 기업. 2001년에 챕터 11 파산 보호 신청(기업의 경우 미국판 법정관리)을 하고 2004년에 파산 보호에서 벗어났으나 2007년에 아예 파산해 버렸다. 한때 미국 7대 기업으로 불릴 정도로 큰 기업이었으며, 본사는 텍사스 휴스턴에 있었다. 2001년까지는 건실한 회사로 알려져 미국 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희대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회사는 파산했다.


2. 사건의 전말[편집]


엔론은 1985년, 인터노스와 휴스턴 내츄럴 가스(HNG)가 HNG 인터노스라는 이름으로 합병한 회사였다. 합병은 형식상 사명이 바뀌는 대등 합병이었지만, 사실 인터노스가 휴스턴 내츄럴 가스를 인수한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인터노스 측 경영진들이 몰락하면서 휴스턴 내츄럴 가스의 CEO였던 케네스 레이가 회장이 되었다.

회사를 건실한 규모로 키울 생각이 있던 레이 회장은 남아있던 부채를 청산하도록 명령했고, CEO인 제프리 스킬링[1]은 회사를 구조조정해서 줄이기보다는 장부상 조작을 택했다. 당시엔 그게 대세이기도 했다. 문제는 스킬링이 택한 방법이 단순히 충당금을 조정하고 감가상각을 늦추는 회색지대가 아닌 대놓고 범죄였다는 것이었다.

천연가스의 생산, 운송, 판매를 직접하는 엔론의 기존 사업 모델은 수익성이 높았지만 성장은 느렸다. 레이와 스컬링은 회사를 전통적인 유틸리티 기업에서 첨단 금융기업으로 탈바꿈하고, 기업 이미지도 대대적으로 교체한다. HNG 인터노스는 사명의 일부를 따 엔론이 되고, 전설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인 폴 랜드가 만든 로고를 채택한다. 동시에 부채는 유령 자회사로 넘어갔고 엔론은 파산하기 전까지 각종 유령회사를 세워서 부채를 넘기기 바빴다. 대외적으로는 건실한 에너지 기업이라고 홍보되었지만 실체는 거대한 빚을 지고 있는 부실기업에 지나지 않았다.

회장인 케네스 레이는 장부만을 보고 회사가 번창할 거라고 믿고 엔론이 각종 사업에 문어발처럼 뛰어들도록 했다. 기존에 하던 에너지 사업 외에도 펄프, 풍력 발전, 통신 및 수도[2]를 비롯한 각종 인프라 사업에 뛰어들었다. 물론 에너지 사업에서도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져서 1992년부터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 다브홀에 무려 30억 달러를 투자해 천연가스 발전소를 지었다. [3] 그 중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던 통신사업은 엔론의 파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엔론은 인수 및 직접 건설을 통해 총 3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광통신망을 보유했는데, 과포화 상태에 있던 미국 내 통신망 사업은 엔론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고 설치한 통신망은 엔론에게 빚만 가져다 주었다.

또한 제프리 스킬링이 맥킨지 특유의 사풍과 컨설턴트 마인드를 엔론 같은 거대 장치회사에 들어와서도 버리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였다. 현장이나 경영의 구체적 실행, 개선보다 거시적이고 창조적인 담론을 만들어서 새로운 혁신을 도입하는 것에 집착했다. 기술 혁신 기업을 연상시키는 Ask Why라는 슬로건과, '우리는 세상을 바꾼다'는 메시지를 담은 마케팅이 그러한 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킬링이 이직해서 최초로 거둔 성과가 천연가스 트레이딩 시장을 만들고 엔론을 초기 시장 지배자로 키운 혁신적 프로젝트였다. 천연가스가 석유 생산의 부산물에서 중요한 상품이 되고, 회사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된 혁신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회사 주요사업에 선물거래를 집어넣은 셈이 된다. 그 외에도 엔론은 기업 신용 비용이나 날씨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만들어내고, 이들을 거래하는 거래소(EnronOnline)도 운영했고, 또 직접 거래했다. 엔론의 수많은 경영 실패 원인 중 하나가 이런 선물투기에 의존했던 수익구조였다.

엔론의 실패는 분식회계뿐 아니라 20세기 말을 풍미한 닷컴 버블과도 연관이 있었다. 당시 닷컴 버블은 온라인 사업에 뛰어 든 사업자들에게 장밋빛 희망을 보여 줄 것처럼 약속했고, 엔론은 '엔론 온라인'이라는 온라인 B2B 사업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온라인 사업이 사람만 많고 수익성이 없다는 것에 있었다. 엔론이나 수많은 파산한 온라인 기업들이 그런 경우였다.

경영진들은 당황했다. 그들은 회계장부를 조작해서 회사가 계속 건실하게 남아 있을 수 있도록 했다. 외부감사였던 아서 앤더슨의 전폭적인 지원[4]하에 그들은 2000년 한해에만 5억 달러의 부실을 랩터 조합이라는 유령회사에 숨겼으며, 월드컴과 짜고 회선 임대 교환거래로 매출을 조작했다. 회선 임대 교환거래에 대해서는 월드컴 항목에 잘 설명되어 있다.

3. 파산[편집]


그러나 그들의 모든 시도는 2001년 3월에 랩터 조합의 정체가 폭로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엔론의 신용등급은 정크 등급까지 떨어졌고, 이것은 80억 달러에 달하는 단기채무의 즉시 상환 요구를 촉발시켰다. 결국 엔론은 2001년 12월 2일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게다가 같은 해 4월의 컨퍼런스 콜에서 한 애널리스트가 "당신들은 사실상 금융 서비스 기업인데, 엔론은 금융 기업 중 유일하게 대차대조표나 현금흐름표를 공개하지 않는 기업이다."라며 재무에 대한 의구심을 가진 질문을 던지자 CEO 제프리 스킬링이 어이가 없다는 듯 실실 웃으며 Asshole이라고 대답하는 초대형 사고를 쳤다. 이 일로 이미 바닥이나 마찬가지였던 엔론의 평가는 땅을 뚫고 처박히게 된다. 엔론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연간 1,000억 달러의 매출[5]을 기록하고 정직원만 22,000명을 고용한 거대기업이었지만, 몰락은 순식간이었다.

주가가 폭락하고 회사가 파국으로 치닫던 2001년이였지만 정크 등급으로 강등된 신용도를 무디스에서 Baa1으로 상향하기도 했고, 심지어 망하기 두 달 전인 10월 9일에는 골드만삭스에서 엔론을 매수 추천주로 선정하기도 했다. 당시 주가가 $33.45였는데 목표 주가로 $48을 냈었다. 실적과 현금흐름간 괴리가 크다는 것을 비롯 여러 의혹으로 시끄러운 엔론이였지만 배당을 꾸준히 지급하겠다 주장하는 등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고 현금흐름도 2002년부터 개선될거란 희망이 있었다. 심지어 엔론은 주가가 10달러 아래로 폭락하고 망하기 직전까지도 자기들은 이익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엔론 주가와 주당순이익 그래프 때문에 주가는 폭락하는 와중에도 중간중간 수십 퍼센트의 강한 반등을 보여주었지만... 거짓으로 쌓아올린 회사였기에 결국 주식은 1년 사이에 90달러에서 20센트로 폭락하며 휴지조각이 되었다.

미국의 노후자금 준비 계획안 중 하나인 401K 때문에 대부분의 사원들은 노후자금으로 엔론 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여러 사원들은 일자리를 잃은 것에서 끝나지 않고 파산하기까지 했다. 오죽하면 이것 때문에 401K 관련 법안들도 수정이 가해져 사원의 노후 자금을 회사가 자사 주식에 몰빵하는 추태는 못 부리게 됐다.

엔론은 2001년 희대의 분식회계 스캔들로 망하기 이전에 이미 전설이 될 만한 행동을 했는데, 바로 2000년 캘리포니아 전력 난으로 이미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의 위엄을 보인 기업이었다. 2000년에 캘리포니아 주에 전력을 공급하는 게 수지가 안 맞는 장사라고 생각한 고위 경영진들에 의해 엔론은 캘리포니아 주에 전력 공급을 차단하다시피 줄였다. 그러자 다른 회사들도 은근슬쩍 전력 공급을 줄였다.

이런 게 가능했던 이유는 1996년에 전력 공급 관련 규제가 확 풀렸기 때문. 미국에서는 각 주마다 전력 공급 회사가 있으며, 그 회사는 발전소들 여러 개를 소유한다. 전력 공급 회사 겸 발전 회사는 주와 계약해서 독점이나 혹은 과점 시장을 얻는 대신 싼 가격에 전력을 공급하길 요구받으며, 사실상 준 공기업이 된다. 가격을 올리려면 아예 주 정부에 허락을 맡아야 한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에서 관련 법이 바뀌면서 규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주와 계약을 맺은, 사실상 준 공기업인 발전과 공급을 겸임하는 회사들을 분리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때 엔론은 캘리포니아 에너지 사업에 끼어들며 여러개의 발전소를 인수했다.

아무튼 4년 동안 캘리포니아 주의 전력 공급회사와 발전회사를 분리시켰으며, 한동안 잠잠했다. 그런데 2000년 들면서 캘리포니아 주 북부와 오레곤 주의 전력 공급을 담당하던 Pacific Gas and Electric Company(PG&E)가 당시 캘리포니아 주에서 정한 전력 공급 금액 상한제 때문에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PG&E는 원래 발전과 공급을 동시에 하던 회사였지만, 1996년에 법이 바뀌면서 상당히 많은 발전소를 처분한 상태였다. 그래서 다른 발전 회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해서 공급해야 했는데, 엔론을 포함한 발전 회사들이 PG&E에게 전력 가격을 높게 부르자 무조건 정해진 가격에 공급해야 하는 PG&E는 큰 경영난을 겪은 것이다.

2000년 4월부터 전력 공급이 확 줄기 시작했으며 2000년 5월에 전력 단가가 폭등했다. 그리고 2000년 8월부터 샌프란시스코 시에서 전력난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2001년 1월에 전력난이 너무 심해져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경보 발령을 냈다. 그동안 전력 가격은 엄청나게 폭등했다. 발전 회사가 전력 공급하는 회사한테 파는 비용이 800%가량 올랐으니 말 다했다. 그리고 엔론은 이 사태를 더욱 부채질하기 위해 일부러 공급량을 더 줄여서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오죽했으면 캘리포니아주의 전력 담당 공무원은 엔론 CEO와 전화를 해서 제발 공급량을 줄이지 말라고 부탁하며, 불법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그런데 엔론 CEO가 한 말이 "캘리포니아에 있는 당신들이 뭘 어떻게 하든 상관없습니다. 나한테는 항상 돈을 벌 방법을 알아낼 똑똑한 인재들이 있거든요"라고 대답했다.

결국 전력 공급 회사 두 군데가 파산 선언을 해버리자 그때서야 정신 차린 캘리포니아 주는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고, 연방 정부에서도 사건을 조사하러 왔다. 그리고 2001년 말에 엔론이 회계 스캔들을 거하게 터뜨리면서 몰매를 맞게 되었고, 그때서야 한시름 놓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재빨리 전력 공급 관련 문제를 바로 잡는다.[6] 2006년에 연방 정부와 캘리포니아주 정부에 의해 그 기간 동안 비상식적으로 높은 전력세를 부과받은 캘리포니아 주민들과 전력 공급 회사에게 과측정된 요금분을 돌려주기 시작했다. 엔론과 다른 공모자들이 그때 벌어들인 이득이 100억 달러가 넘었다. 엔론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이 카르텔에 끼어 있었다는 것이 당국 조사로 밝혀졌다. 이들 중 상당수는 파산했다. 그런데 파산하면서 캘리포니아 주에 돈 없다고 버텨서 결국 15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그러고서 꼴랑 2억 달러만 지급할 수 있었다는 것을 양쪽 다 알았다. 게다가 돈을 내야 하는 엔론 회장 케네스 레이가 심장마비로 죽으면서 합의 자체가 무효화되면서 아무것도 안 냈다. CEO 제프리 스킬링은 1년간의 도피생활 끝에 잡혀서 24년 4개월 형을 선고받는다. 당시 나이 만 50세. 2010년에 소송을 걸어서 일부 형이 감경되어서 징역 14년으로 줄었다. 엔론 재무담당이사(CFO) 앤드루 패스토우는 사법거래를 통해 6년형에 2년 사회봉사를 선고받았다.

대한민국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도 짤막하게 기업의 비윤리적인 면모에 대해 소개할 때 나와있는 일화이다. 2007년에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에 의해 공식적으로 전력 민영화 시에 전력 가격이 대폭 상승할 것이며,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공식 발표가 있었다. 참고로 2007년에는 아직 부시 집권 시기였으니, 부시 행정부도 전력 민영화에 반대한 셈이 되는 것이다.

4. 재판[편집]


Bankruptcy proceeding 및 여타 소송에서 엔론의 법률대리는 미국의 대형로펌인 Vinson & Elkins (V&E)가 담당하였고, 이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1997년 미국 암흑가의 정점인 마피아 위원회 의장으로 지목된 뉴욕 제노비스 패밀리 두목 빈센트 지간테 재판에서 검찰 측 대표를 맡아 일부 유죄판결을 이끌어낸 앤드루 와이스먼 연방검사가 엔론 사태 수사팀장이 되어 조사를 진두지휘했고 30명 넘는 관계자가 기소되었다.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엔론의 핵심 인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판결이 내려졌다.

회장 케네스 레이는 6건의 유죄가 확정되었지만 형량이 선고되기도, 수감되기도 전인 2006년 7월에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부회장 존 클리포드 백스터는 체포되기 전에 자동차 안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CEO 제프리 스킬링은 징역 14년에 벌금 4,500만 달러(2019년 기준 5,707만 달러)를 선고받았다. 그는 연방교도소에서 복역한 후 2019년 2월에 출소했다. 그는 출소와 동시에 블록체인 사업 도전을 선언했다.

또 다른 CEO 앤드루 파스토는 정부 측 증인으로 협력한 대가로 감형 받아 징역 6년을 선고받고 2,380만 달러 몰수에 동의했다. 그는 연방교도소에서 복역한 후 2011년 12월에 출소했다.

5. 영향[편집]


이후 미 의회에서 사베인스-옥슬리법이 제정되게 했다.

높은 놈들의 추태는 세상 어딜 가나 있기 마련이라서 엔론의 경영진들은 알짜배기 부동산, 가령 콜로라도에 있는 광산부지 등을 전부 다 농지로 신고해서 그 땅의 가치를 폭락시켜서 그 땅을 자신의 가족에게 넘기고 난 뒤 몇 년 뒤에 토지 용도를 다르게 바꿔서 처분하여 엄청난 이득을 얻었다.

이 사건은 엔론 - 세상에서 제일 잘난 놈들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다. 또한 이 사건의 소재를 차용하여 코미디 영화인 뻔뻔한 딕 & 제인도 제작되었다. 아예 주인공 친구의 새로운 직장을 "엔론"이라고 해서 웃음을 주었다. "나 이번에 새로 취직했어!" / "어딘데?" / "엔론!" 관객들은 엔론이 미래에 망할 줄 알기에 웃게 되는 건데 일부러 시대도 엔론이 잘 나가는 시점으로 정했다.

놀랍지만 2021년 현재까지 아직 엔론은 존재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ECRC(Enron Creditors Recovery Corp.)라는 이름으로 존속중.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100% 수행하지는 못하고, 단순히 엔론의 남은 자산들을 관리하면서 채권자들에게 배당을 지급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서류상으로만 남아있는 청산법인. 사실 엔론은 자산이 없어서 망한 게 아니라, 현금화가 곤란한 자산들밖에 없었기 때문에 망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인도의 천연가스 발전소와 포틀랜드 수도 회사. 그 자산들은 잠시 동안 적자를 내면서 엔론의 명줄을 재촉했지만, 결국에는 흑자 전환을 하면서 지금은 채권단에게 열심히 돈을 갚아나가는 중이다.[7] 엔론이 진 빚을 다 갚으려면 아직도 멀었기 때문에 당분간 ECRC는 계속 존속할 것이다.


6. 여담[편집]


엔론의 회계부정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기 전에 끝을 맺을 수 있었던 기회가 이미 1996년에 한 번 있었다. 당시 엔론의 부사장이었던 굴드는 엔론의 회계장부가 당대의 기준으로도 상당히 상식 밖이라는 점을 발견하고는 케네스 레이 회장에게 비밀리에 찾아가 보고를 했다. 당시에는 법이 미숙해서 창의적인 회계가 폭넓게 허용되던 편이었다. 그는 회계 자료들과 제프리 스킬링 및 앤드류 패스토우[8]의 행적을 정리한 것을 제시하며 심각한 부정이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하였으나, 케네스 레이는 부하들을 너무 믿었고 또 부하들에게 너무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굴드를 갈궈서 퇴사시켰다고.

이 회사가 부실한 자산을 떠넘기기 위해 세운 유령 회사들의 이름이 좀 독특한 편이다. 최초로 세워진 유령 회사인 츄코는 스타워즈어느 종족을 적당히 변형한 이름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츄코를 세운 이유였던 투자 파트너쉽 이름이 Joint Energy Development Investment, 줄여서 JEDI다. 또한 90년대 중반에 세워진 LJM과 LJM2 조합은 앤드류 패스토우의 아내 이름을 딴 작명 센스. 한국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름을 짓던 회사가 있었긴 했다. 마지막으로 세워진 랩터 조합은 그냥 강해 보이는 이름으로 짓자며 지었다는 후문이 있다. 이 유령 회사는 총 4개로 분리되어 세워졌으며, 합계 5억 달러의 부실자산을 은닉하고 있었다. 엔론에 치명타를 날린 것이 바로 이 회사의 정체가 들통난 것이기도 하다.

직함이 회장이던 케네스 레이가 제일 많이 해 먹었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오히려 제프리 스킬링이 회장님보다 몇 배나 많이 챙겼다. 케네스 레이는 부정행위에도 거의 관여하지 않았으며, 부하들이 신나게 회계장부를 날조하는 동안 친한 정치인들, 특히 가장 친했던 조지 워커 부시랑 식사를 하는 등 미국 중앙정계에 끼어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결국 잠깐이지만 미합중국 내무부 차관을 한 적이 있다. 그가 내무부 차관으로서 의회에서 한 미국 에너지 문제에 관한 연설은 상당한 명연설로 회자되었으나, 본인이 몰락하면서 흑역사화. 그냥 일에 관심이 없었던 모양. 만약 그가 일에 조금이라도 의욕을 가지고 있어서 부하들을 방임 상태에 두지 않았다면 엔론 사태는 없었을 수도 있다. 엔론 직원들이 하나같이 케네스 레이를 마치 내 할아버지처럼 자애롭고 정다운 인격자라고 회상하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그의 업무에 대한 무관심과 지나친 자비심이 부정을 저지르는 부하 직원들을 단죄하지 못하게 한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뭐 본인이 사망한 지금으로서는 진실을 알 수가 없지만.

엔론이 분식회계의 대명사가 되기 전에도 이미지는 별로 안 좋았다. 2000~2001년 캘리포니아 전력 위기의 주범이기 때문인데, 캘리포니아의 전력이 민영화 된 이후, 엔론이 수익을 올리려고 일부러 공급을 줄여서 정전을 일으키고는 전기 가격을 800%나 올려버렸다. 게다가 일부러 정전을 일으키고 있다는걸 알아낸 담당공무원이 불법이니 전기 공급을 줄이지 말아 달라고 사정을 했는데도 대차게 씹어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 일어난 10여차례의 정전으로 하마터면 실리콘밸리가 망할 뻔 했다. 그리고 이 충격으로 캘리포니아의 경제는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게 된다.

엔론의 자회사였던 엔론 에너지 서비스(Enron Energy Services, 이하 EES)가 모회사인 엔론과는 좀 다른 의미로 유명하다. EES는 개인 및 기업고객에게 에너지 절약에 대한 자문과 상담 서비스를 해 주고 요금을 받는 회사였는데...

이 회사의 주된 답변 레퍼토리는 전구를 바꾸세요였다. 이미 고효율 전구를 쓰고 있는지는 아오안. 당연히 이런 식으로 영업을 하니 잘 될 리가 없었고, 이 자회사는 엔론의 몰락을 부채질하게 된다. 만약 이 시절에 지금처럼 인터넷 커뮤니티가 잘 활성화되어 있었다면 컬트적인 인기라도 끌었겠지만...

엔론 사태로 인해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으로부터 감사를 받을 때 회사 내에서 고용인들이 작성한 메일들이 공개되었다. 이 메일들은 자연언어처리 및 사회학 분야 연구자들에게 유용한 실제 데이터로 사용되고 있다. 보통 일반인이 주고 받은 메일 등의 문건은 학계에 있는 연구자들은 구하기 힘들뿐더러, 개인정보 침해 등의 이유로 잘못하면 논란이 되기 십상인데, 합법적으로 공개되어 법적 문제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리소스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 영어 위키백과

한때는 SK그룹과 한국에서 합작사를 운영한 적이 있다고 한다.

미닛 메이드 파크는 원래 엔론 필드(Enron Field)였다. 엔론이 망하자 명명권 계약을 새로 맺게 된 것. 당시에 찍한 엔론 필드의 간판이 내려가는 사진들이 엔론 파멸의 상징처럼 쓰이곤 한다.

누군가가 엔론이 운영중이던 당시의 홈페이지를 되살려두었다. 상세한 사업 내용이나 보도자료 등 당시 엔론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궁금하다면 볼 만 하다.#

7. 매체에서[편집]


패러디영화 슈퍼 히어로에서는 주인공이 어린시절 부모님이 주인공 때문에[9] 돌아가시기 직전에 아빠가 유언으로 "구글이란 이상한 회사에는 투자하지 말고 엔론에 투자하거라." 라고 남긴다. 당연하게도 이후 돈은 거의 다 잃고 부자집 도련님에서 평범한 학생으로 신분이 내려간다.

심슨 가족 시즌 14 에피소드 7에서 에드나에게 차인 스키너가 "지금 나한테 딱 맞는 놀이기구는 무너진 꿈을 타는 것밖에 없을 것 같아" 라고 말하니 호머가 당연하다는 듯이 "아, '엔론 열차'말이구나. 가자고"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다.

미드 베터 콜 사울 시즌 2에서 척 맥길이 기업들의 부정행위의 예시로 월드컴과 같이 묶여서 언급하는데, 작중 배경이 2002년인 것을 생각해보면 적절한 언급인 셈.


8. 재조명[편집]


그런데 엔론 파산의 직접적 원인이 분식회계로 숨긴 부실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당시 엔론의 자산 규모에 비해 분식회계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이 그 근거이다.

경제학자들은 엔론이 금융회사도 아니면서 거대 트레이딩 팀을 갖고 파생상품을 대량으로 거래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00년에 엔론은 단순히 에너지 관련 파생상품뿐 아니라 날씨 파생상품까지 대규모로 거래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미래의 '몇월 며칠 날씨가 어떨지'에 대한 일종의 선물거래를 만들어서 사고 팔았던 거다! 에너지 업계가 날씨에 민감하다 보니 수요가 있을 거라고 선전했다.

비슷한 예로 연료값 급등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원유 선물에 발을 담그는 항공업계가 있다. 하지만 원유와는 달리 날씨 선물은 직접적으로 오고 가는 현물이 없으므로, 사실상 파생상품의 탈을 쓴 사이버 도박판(...)이었다. 거래수수료를 감안하면 네거티브 섬 게임인데 엔론은 자기가 만든 유령회사들로 막대한 자전거래를 해서 여기서 발생한 수수료는 엔론의 수익으로, 손해는 유령회사를 파산시켜서 묻는 방식으로 장부상으론 엄청난 (일시적인) 수익을 올렸다.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기를 고의적으로 일으킨 덕분에 엔론의 그해에 파생상품 거래로 어마어마한 돈을 챙겼고, 그것은 통신 및 기타 분야의 적자를 덮기에 충분한 금액이었다.

엔론은 다음 해에도 파생상품을 대규모로 거래했는데, 하필 그 해에 대사건이 터져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3월에 랩터 조합의 정체가 폭로되어 회계 장부를 재조정했지만, 엔론은 9월 11일 전까지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다른 유령회사들을 자진해서 청산할 정도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파생상품 원인설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미국 의회에서 엔론의 청산 과정을 수십년간 조사한 결과 결론은 분식회계가 엔론에 큰 타격을 준 것은 맞지만 파산까지 이르게 할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었다로 나왔다. 간접적으로 파생상품 원인설이 입증된 것. 9.11 테러블랙 스완이므로 엔론 회사 입장에서는 운이 없었다고도 볼 수 있다. 엔론 사 정도 되는 대기업들은 단순히 분식회계 정도로는 단번에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회사 기초 체력이 있다. 그러나 엔론 분식이 폭로되고 나서 망하기까지 과정은 너무 드라마틱 하고 단기간에 발생했다. 9.11 테러 발생 1달도 안 되어서 파산했으니까...

엔론이 파산하면서 당시 엔론 사의 무능하고 부패한 경영진 뿐만 아니라, 견실하게 회사에 다니던 무려 16만 명이 일시에 실업자로 전락해서 미국 노동부 실업급여 예산에 압박이 가해지기도 했다. 왜냐하면 엔론은 분식회계 사실을 숨기기 위해 신입사원에게도 일반 다른 기업들한테는 볼 수 없는 고연봉, 고복지 혜택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엔론은 당시 미국 전력회사 중에서 다른 회사들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편이었다. 2000년 캘리포니아 정전 사태로 인해 파생상품으로 엔론은 큰 돈을 챙기긴 했지만 본업인 전력사업은 여전히 수익률이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 경영진들은 이것은 직원들한테 고연봉을 지급하기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무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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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맥킨지 컨설턴트에서 10년 만에 디렉터까지 승진한 엄청난 엘리트였다. 엔론에 컨설턴트 해주다가 아예 중역으로 이직한 케이스.[2] 이 부문에서 영업하던 Azurix라는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었다.[3] 당시 인도에서 이뤄진 외국인투자 중 가장 큰 규모였다.[4] 아서 앤더슨은 엔론 외에도 월드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등의 분식회계를 묵인하거나 아예 도와주고 있었다. 답이 없던 이 회계감사법인은 결국 공중분해되어 죄값을 치렀다.[5] 물론 이 또한 거짓이였고 나중에 2000년 실제 매출은 63억 달러에 불과했다는게 들통났다. 엔론을 인수하려다 취소한 바 있고 2002년 파산 직전까지 갔던 Dynegy를 비롯 여러 에너지 기업이 매출 조작을 일삼았지만 엔론의 매출 조작 규모는 독보적으로 거대했다.[6] 여담으로, 전력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주지사는 1999년에 취임한 민주당 출신 그레이 데이비스(Gray Davis)로 앞서 언급한 전력 규제 완화 조치는 전임자였던 공화당 출신 피터 윌슨(Pete Wilson) 때 이루어졌다. 결국 데이비스 주지사는 전력난과 선심성 행정에서 비롯된 재정악화등으로 인해 재선된지 불과 1년여 만인 2003년 11월 주민소환 투표를 통해 탄핵되었는데 그 후임으로 선출된 인물이 바로..[7] 다만 인도 다브홀에 지어진 천연가스 발전소는 2006년 인도의 국영기업인 NTPC와 GAIL에 매각되었고, 이들 기업에 매각된 이후에도 계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엔론이 인도에 발전소를 지었던 1992년 당시 인도의 경제사정은 더욱 열악했는데, 당연히 천연가스는 석탄이나 석유에 비해 원가가 비싸기에 아무도 전력을 구매하려고 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적자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 엔론이 얼마나 아무 생각없이 묻지마 투자를 진행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며, 엔론의 인도 진출 실패는 현재까지도 대기업들의 인도 진출 실패사례를 언급할 때 반면교사 중 하나로 꼭 언급된다.[8] 엔론의 CFO로, MBA 출신. 즉 공인회계사가 아니다. 스킬링이 청사진을 짜면 분식회계 실무는 이 사람이 다 했다.[9] 강도 잡는다고 무모한 짓을 하다가 팀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