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계로 이어지는 구교사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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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SFC, PS판에 수록된 에피소드. 첫 번째 화자로 신도 마코토를 지명하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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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가 처음 이야기를 할게. 내 이름은 신도 마코토, 3학년 D반 소속이야.


모두 구 교사에 가 본 적 있어? 다들 한 번 정도는 가 봤겠지? 출입 금지이고 낡아빠진데다 기분 나쁘지만 모험하기에는 최고지.

낮에도 소름이 쫙 끼칠때가 있다고. 걷다보면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마룻바닥이 삐걱삐걱 울려서 마치 다른 사람이 같이 걷고 있는 착각마저 들게 하지. 그래서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거야. 모두 그런 경험 해 본 적 있지? 없어?

(플레이어), 넌 어때? 구교사에 가 본 적 있어? 어두운 그 복도를 걸어본 적 있냐고?

> 있다

그러냐. 거기는 좋아. 사람이 없으니까 조용하지, 그렇지만 조심하는 게 좋아. 사람은 없지만 귀신은 있다고.

이 건물에 무언가가 있다. 너도 그런 느낌이 든 적이 있잖아?

특히 구 교사 이 층 긴 복도를 지나간 곳에 있는 삼 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그곳에 거울이 하나 있지.

계단 층계참에 있는 거울, 이게 보통 거울이 아니야. 알겠냐?

이제부터 내가 할 이야기는 내가 정말로 겪은 일이야.

구 교사 계단에 있는 거울 이야기라고. 최근에 있었던 이야기인데 말이야. 우리 반에 '요시오카'라는 애가 상담이 있다면서 날 찾아왔어.

요시오카는 언제나 고독해 보이는 음침한 녀석인데, 무슨 영문인지 딱히 친하지도 않은 나한테 상담을 해 달라면서

갑자기 말을 걸어온 거야. 그 상담이라는 건 뭐라고 생각해?


> 없다

없다고? 너, 용기 없는 녀석이구나.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거기 가봐야 하는데 말이야. 거기에는 귀신이 우글거리거든.

담력 시험하기엔 제격이지. 좋아, 조만간 내가 데리고 가 주마.

특히 구 교사 이 층 긴 복도를 지나간 곳에 있는 삼 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거기는 습도가 낮은 건지 여름에도 썰렁해서 마치 냉장고에 들어간 것 같아. 게다가 거기는 해가 들지 않으니까 낮에도 어둡고, 사람도 없으니까 수업을 빼 먹기에도 딱 좋은 곳이지. 겨울에는 너무 춥지만 말이야. 아무튼 그 계단 층계참에 거울이 하나 있어. 전신이 비치는 세로로 긴 거울 하나. 그 거울에 이상한 소문이 있는 거야. 물론 난 믿지 않지만.

아니, 믿지 않았었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겠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 까지는 말이지. 지금부터 그 거울 이야기를 해 줄게.

상당히 오래 전에 우리 반 애들 사이에서 그 거울이 화제가 된 적이 있어. 그 거울 앞을 지나면 이상한 게 보인다거나, 자기 모습이 비치지 않는다거나, 그런 소문이 쫙 퍼졌지. 하지만 난 안 믿었어. 반 애들이 그런 이야기를 할 때도 끼지 않았고 말이야.

그런데 말이지, 어느 날 '요시오카'란 녀석이 내게 상담이 있다면서 온 거야. 요시오카는 늘 고독하고 혼자 있는 음침한 녀석이었어. 말을 나눈 적이 없었지. 눈에 띄지도 않았고 그 녀석이 뭘 하고 있는지 딱히 관심도 없었어. 있는지 없는지 존재감이 희미한 녀석이었지. 그 요시오카가 내게 상담이 있다고 말하는 거야. 아마, 그 녀석이 말을 걸어온 건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을까.

딱히 나도 거절할 이유는 없었고 일부러 상담하러 왔는데 들어줘야 할 것 같았어. 그래서 상담을 들어줬지.

그 녀석은 처음에는 우물거리다가 말하기 어려운 지 더듬더듬 이야기하기 시작했어. 무슨 이야기였을 것 같아?


1. 요시오카의 상담은 연애 문제였다
1.1. 같이 가기로 했다
1.2. 거절했다
1.3. 같이 가길 망설였다
2. 요시오카의 상담은 공부 문제였다
2.1. 무서운 얼굴이 거울에 비쳤다
2.2. 거울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다
3. 요시오카의 상담은 구교사의 거울에 관한 문제였다
3.1. 신도는 약속을 어기고 구교사에 가지 않았다
3.2. 신도는 약속을 지켜 구교사에 갔다
3.2.1. 악마를 만난다
3.2.1.1. 그만두라고 소리쳤다
3.2.1.2. 요시오카의 팔을 잡아당겼다
3.2.2. 요시오카가 죽은 모습이 보였다
3.2.3.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1. 요시오카의 상담은 연애 문제였다[편집]


그 녀석 그렇게 얌전한 얼굴을 하면서 여자친구가 있더라고. 이름은 '메구로 케이코'라고 하던데 상담이라는 게 그 애랑 관련된 거였어.
그 층계참에 있는 거울에는 이상한 전설이 있대. 심야 3시 33분 33초때 그 거울에 양 손을 대고 있으면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다는 거야.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

물론 그 말만 믿고 밤중에 학교에 몰래 숨어 들어가는 녀석은 없어. 게다가 다른 세상으로 간다고 해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아무도 시험해보지 않았지. 그냥 무서운 괴담으로서 일부 사람들에게 전해져 내려오기만 했어.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 보니 아무래도 그녀는 그걸 시험해 보고 싶어 하나 봐. 어느 날 메구로는 요시오카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어.

"학교에 가도 재밌지 않아. 집에서는 부모님이 싸움만 해. 그러니까 그 전설이 진짜라면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어. 혹시 요시오카가 나를 사랑한다면 나랑 같이 다른 세상으로 가 줄래?"

그런 질문을 했대. 그때 요시오카는 뭐라고 대답 했을 것 같아?


1.1. 같이 가기로 했다[편집]


요시오카는 엄청 그 애를 사랑했나봐.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같이 가겠다고 대답했어. 그녀는 무척이나 기뻐했지.
듣고 있던 내가 다 부끄러울 정도라니까. 그래서 두 사람은 밤 중에 학교에 몰래 숨어 들어갔어. 마치 사랑의 도피를 하는 것 같았지.
부모님에겐 비밀로 하고 젊은 두 남녀가 손을 잡고 세상 끝까지 도망을 친다... 뭐 도망치는 곳이 다른 차원이라는 것만 다르지만.

두 사람은 조금도 무섭지 않았어. 그야 그렇겠지. 두 사람은 희망에 가득 차 있었으니까. 점점 그 시각이 다가왔지. 기회는 딱 한 번 밖에 없어.
3시 33분 33초, 1초라도 늦으면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없으니까.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어. 두 사람은 그 순간 거울에 양 손을 갖다 대었지. 하지만 아뿔싸, 요시오카는 조금 늦어버리고 말았어. 요시오카가 보는 앞에서 메구로는 안개처럼 희미해지더니 거울 안으로 빨려 들어갔어. 거기엔 요시오카 한 명만 덩그러니 남아버렸지. 불러도 소리쳐도 대답이 없어. 거울에는 자기 모습밖에 비치지 않아. 요시오카는 이게 꿈이길 빌었지만... 전혀 꿈이 아니었어.

다음날부터 메구로는 사라졌어. 그 후로 요시오카는 매일 밤 학교에 숨어 들어서 그 거울 앞에 선 뒤 시간이 되면 거울에 손을 갖다 댔다고 말했지. 그래도 매번 미묘하게 시간이 어긋난건지 몇 번을 해도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 그래서 고민하다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 내게 상담을 해온거야.

믿어지냐? 진지한 얼굴로 진지하게 내게 다가와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메구로가 학교에 오지 않게 되었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어. 반은 다르지만 그런 이야기는 금방 퍼지니까. 하지만 거울에 빨려 들어갔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어. 행방불명이 되었거나 가출을 했다거나 등교 거부중이라던가 다들 멋대로 떠들어댔지. 사랑하는 메구로가 없어져서 요시오카는 이상해진 거라고 난 생각했어.

"부탁해. 나 무슨 수를 쓰든 메구로랑 만나고 싶어. 분명히 혼자서 외로워하고 있을 거야. 내가 오는 걸 분명히 기대하고 있을 거라고. 제발 도와줘."

그렇게 말하면서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부탁했지. 너무 시끄러우니까 그냥 귀찮아서 아무렇게나 말했지.

"그래, 알겠어. 심야 3시에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

내 말을 듣고는 그 녀석이 기쁜 듯이 헤벌쭉 하더라고.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이 웃는 얼굴로 그때 처음 본 것 같아.
처음이자 마지막인 그 녀석의 미소를. 그래서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얼마 후 나는 그 이야기를 잊어버렸어. 밤이 되어서 슬슬 자려고 하니 문득 요시오카 얼굴이 떠올랐지. 시계를 보니 심야 2시. 가려고 하면 아직 늦지 않는 시간이었어. 그 녀석이 싱글벙글 웃는 얼굴을 떠올리면 왠지 잠이 안오는데 말이야. 하지만 지금부터 학교에 가는 것도 귀찮았지. 게다가 그 녀석이 까먹고 안 왔다면 나만 바보되는 거잖아.
나는 갈지 말지 고민했어. 어떻게 했다고 생각해?

> 학교에 갔다.
역시 마음에 걸려서 가기로 했어. 밤중에 간 학교는 기분 나빴지. 혹시 요시오카가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까 생각했지만 그 녀석은 와있었어. 교문 앞에서 마치 유령처럼 멍하니 서있었지. 손전등도 들고 있었어. 그리고 날 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손전등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거야. 긴장한건지 얼굴이 땀으로 젖어있었고 무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어.

"고마워. 분명히 와 줄거라고 생각했어.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 "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꽉 쥐었지. 나도 참 사람이 좋아서 탈이라니까. 이런 바보같은 이야기를 믿고 일부러 학교까지 와 줬으니까.
밤의 학교는 엄청 무섭다고. 신 교사조차 꺼림칙할텐데 우리가 가는 곳은 구 교사였으니까.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너도 잘 알잖아? 귀신의 집도 그렇게 까지 무섭지는 않았어.

요시오카 녀석은 의외로 배짱이 두둑하더라고. 나조차도 꽤 겁을 먹었는데 그 녀석은 성큼성큼 걸어갔어. 깜깜한 학교를 손전등 하나만 들고 척척 나아가는 거야. 나는 뒤를 따라가는 게 고작이었지. 구 교사에 들어가서도 그 녀석은 조금도 겁내지 않았어.

밤이라면 마룻바닥을 밟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리지. 끼익끼익 유리를 손톱으로 긁는 듯한 소리가 주변에서 울려 퍼졌어. 다른 소리는 안 들리는데 그 소리가 묘하게 귀에 달라붙는 거야. 썩은 나무 냄새도 밤중에는 예민하게 느껴졌어. 그 냄새만이 숨을 쉴 때마다 입안으로 퍼졌어.

"도착했어. 곧 있으면 3시 33분이야. "

갑자기 그 녀석이 발을 멈추고 손전등이 거울을 비췄어. 다른 세상으로 통한다는 거울.

나는 조금도 믿지 않았지만 그 녀석과의 약속을 지켰어. 그건 역시 나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조금 기대를 하고 있었던 건지도 몰라. 다른 세상으로 간다면 한 번 보고 싶어. 그걸 위한 장치가 저 지저분한 거울이라면 확인해보고 싶어. 그런 기대가 조금은 있었던걸까? 나는 요시오카가 지시하는 대로 따랐지.

"나는 양 손을 거울에 뻗고 서 있을 테니까 시간이 되면 소리쳐 줘. 그것만 하면 돼. 부탁할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나는 시계를 바라봤지. 30초 31초, 32초...

"지금이야!"

내 목소리에 맞추어 요시오카는 양 손을 거울로 뻗었어. 그러더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어.

한순간 요시오카의 몸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점점 사라지는 거야. 그리고 그 녀석은 연기가 되어서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갔어. 거기에는 나 혼자만 남았지. 나는 꿈이라도 꾸고 있는 줄 알았어. 하지만 그렇잖아. 눈앞에서 요시오카가 사라졌다고. 그 순간 나는 공포에 휩싸였어. 혼자만 남아버려서 공포가 더욱 커졌지.

나는 한달음에 도망쳤어. 그리고 나는 집으로 도망쳐왔지. 집에 돌아와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써도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어. 그리고 그건 꿈이라고 스스로 되뇌었지. 다음 날 요시오카는 학교에 오지 않았어.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요시오카는 학교에 오지 않았지. 모두들 자기 멋대로 떠들었어. 메구로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거나, 둘은 처음부터 같이 도망칠 작정이었다거나 그런 소문도 들려왔지. 뭐, 어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해. 하지만 진실은 나만이 알고 있어. 지금 두 사람은 거울 속에 있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거야.

두 사람이 거울 속으로 사라졌는데 행복한지 어떤지는 어떻게 아는 거냐고? 물론 알 수 있지.

이 이야기에는 후일담이 있어. 나는 그 후로 요시오카가 걱정이 되어서 층계참으로 간 적이 있었는데 말이야. 그 거울이 있는 층계참에 말이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희미한 기대를 품고 있었어. 묘한 예감이 든다고 할까. 왠지 요시오카랑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요시오카는 거기에 있었어. 거울 속에서 메구로 어깨를 안고 내게 브이 사인을 보내고 있었어. 웃는게 서툰 건지 여전히 진지한 얼굴을 해 가지고 가만히 날 보고 있는 거야. 메구로도 기뻐 보였어.

그러니 그 거울에 이상한 그림자가 비친다는 말을 들어도 무서워 할 필요 없어. 그건 행복한 두 사람이 시시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이쪽 세상 주민들을 비웃고 있는 것 뿐이니까. 지금은 나도 믿어. 이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이 있다는 걸 말이지. 나도 혹시 이쪽 세상이 싫어져서 그때 근사한 연인이 있다면 그 구교사 거울 앞으로 갈 지도 몰라.

어이쿠, 구 교사는 이번 여름방학때 허물어버린다고 했지. 유감이네. 하지만 어딘가에 그런 거울이 또 존재할지도 모르잖아? 찾으면 내게도 가르쳐줘.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곳에 가 볼 테니까 말이야.

이걸로 내 이야기는 끝이야. 다음 이야기는 누가 할래?


> 학교에 가지 않았다.
아니, 난 학교에 가기로 했어. 아무래도 놈이 마음에 걸려서 견딜 수 없었거든.
밤중에 간 학교는 기분 나빴지. 혹시 요시오카가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까 생각했지만 그 녀석은 와있었어. 교문 앞에서 마치 유령처럼 멍하니 서있었지. 손전등도 들고 있었어. 그리고 날 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손전등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거야. 긴장한건지 얼굴이 땀으로 젖어있었고 무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어.

"고마워. 분명히 와 줄거라고 생각했어.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 "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꽉 쥐었지. 나도 참 사람이 좋아서 탈이라니까. 이런 바보같은 이야기를 믿고 일부러 학교까지 와 줬으니까.
밤의 학교는 엄청 무섭다고. 신 교사조차 꺼림칙할텐데 우리가 가는 곳은 구 교사였으니까.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너도 잘 알잖아? 귀신의 집도 그렇게 까지 무섭지는 않았어.

요시오카 녀석은 의외로 배짱이 두둑하더라고. 나조차도 꽤 겁을 먹었는데 그 녀석은 성큼성큼 걸어갔어. 깜깜한 학교를 손전등 하나만 들고 척척 나아가는 거야. 나는 뒤를 따라가는 게 고작이었지. 구 교사에 들어가서도 그 녀석은 조금도 겁내지 않았어.

밤이라면 마룻바닥을 밟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리지. 끼익끼익 유리를 손톱으로 긁는 듯한 소리가 주변에서 울려 퍼졌어. 다른 소리는 안 들리는데 그 소리가 묘하게 귀에 달라붙는 거야. 썩은 나무 냄새도 밤중에는 예민하게 느껴졌어. 그 냄새만이 숨을 쉴 때마다 입안으로 퍼졌어.

"도착했어. 곧 있으면 3시 33분이야. "

갑자기 그 녀석이 발을 멈추고 손전등이 거울을 비췄어. 다른 세상으로 통한다는 거울.

나는 조금도 믿지 않았지만 그 녀석과의 약속을 지켰어. 그건 역시 나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조금 기대를 하고 있었던 건지도 몰라. 다른 세상으로 간다면 한 번 보고 싶어. 그걸 위한 장치가 저 지저분한 거울이라면 확인해보고 싶어. 그런 기대가 조금은 있었던걸까? 나는 요시오카가 지시하는 대로 따랐지.

"나는 양 손을 거울에 뻗고 서 있을 테니까 시간이 되면 소리쳐 줘. 그것만 하면 돼. 부탁할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나는 시계를 바라봤지. 30초 31초, 32초...

"지금이야!"

내 목소리에 맞추어 요시오카는 양 손을 거울로 뻗었어. 그러더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어.

한순간 요시오카의 몸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점점 사라지는 거야. 그리고 그 녀석은 연기가 되어서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갔어. 거기에는 나 혼자만 남았지. 나는 꿈이라도 꾸고 있는 줄 알았어. 하지만 그렇잖아. 눈앞에서 요시오카가 사라졌다고. 그 순간 나는 공포에 휩싸였어. 혼자만 남아버려서 공포가 더욱 커졌지.

나는 한달음에 도망쳤어. 그리고 나는 집으로 도망쳐왔지. 집에 돌아와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써도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어. 그리고 그건 꿈이라고 스스로 되뇌었지. 다음 날 요시오카는 학교에 오지 않았어.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요시오카는 학교에 오지 않았지. 모두들 자기 멋대로 떠들었어. 메구로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거나, 둘은 처음부터 같이 도망칠 작정이었다거나 그런 소문도 들려왔지. 뭐, 어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해. 하지만 진실은 나만이 알고 있어. 지금 두 사람은 거울 속에 있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거야.

두 사람이 거울 속으로 사라졌는데 행복한지 어떤지는 어떻게 아는 거냐고? 물론 알 수 있지.

이 이야기에는 후일담이 있어. 나는 그 후로 요시오카가 걱정이 되어서 층계참으로 간 적이 있었는데 말이야. 그 거울이 있는 층계참에 말이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희미한 기대를 품고 있었어. 묘한 예감이 든다고 할까. 왠지 요시오카랑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요시오카는 거기에 있었어. 거울 속에서 메구로 어깨를 안고 내게 브이 사인을 보내고 있었어. 웃는게 서툰 건지 여전히 진지한 얼굴을 해 가지고 가만히 날 보고 있는 거야. 메구로도 기뻐 보였어.

그러니 그 거울에 이상한 그림자가 비친다는 말을 들어도 무서워 할 필요 없어. 그건 행복한 두 사람이 시시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이쪽 세상 주민들을 비웃고 있는 것 뿐이니까. 지금은 나도 믿어. 이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이 있다는 걸 말이지. 나도 혹시 이쪽 세상이 싫어져서 그때 근사한 연인이 있다면 그 구교사 거울 앞으로 갈 지도 몰라.

어이쿠, 구 교사는 이번 여름방학때 허물어버린다고 했지. 유감이네. 하지만 어딘가에 그런 거울이 또 존재할지도 모르잖아? 찾으면 내게도 가르쳐줘.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곳에 가 볼테니까 말이야.

이걸로 내 이야기는 끝이야. 다음 이야기는 누가 할래?


1.2. 거절했다[편집]


아무리 그녀를 좋아해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 줄 리 없지. 요시오카는 딱 잘라 말했어.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좀 더 현실을 직시하면서 살란 말이야."

그러자 그녀는 눈에 눈물이 고여서 그대로 요시오카 앞에서 떠났어. 그리고 그것이 요시오카가 본 마지막 모습이었지.
그녀는 요시오카가 같이 와 줄거라고 믿었겠지. 그 요시오카에게 배신 당했으니까, 충격이 컸을거야.

다음 날 그녀는 학교에 오지 않았어. 다음날도 그 다음 날도 그녀는 오지 않았지. 처음에는 감기나 꾀병이라고 생각했던 요시오카도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 그리고 학교에서도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지. 메구로가 행방불명이 되었다거나 가출을 했다거나. 그 이야기를 알고 있는 건 요시오카 뿐이었어. 물론 요시오카는 그 거울 이야기를 믿은 게 아니었지. 그래도 죄책감은 느꼈어. 그때 자신이 좀 더 그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 주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가출 따윈 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이지.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어.

감감 무소식이었지. 그래도 요시오카는 그녀를 잊을 수 없었어. 오히려 사라지고 나서 처음으로 그녀가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깨달았어. 만나고 싶어, 그녀를 만나고 싶어서 견딜수 없어.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몰라. 그런 날이 계속 반복되고 어느 날이었어.

요시오카가 멍하니 자기 방 침대에서 누워 있으니 갑자기 공중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는 거야.

"아하하... 아하하..."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는 목소리였지. 기분이 나쁘다기 보다는 기분이 묘해졌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메아리처럼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음량을 조절하듯이 때로는 크게, 때로는 작게 이 세상 존재라고 생각할 수 없는 이상한 목소리였어.

"메구로, 메구로! 어디에 있는거야?"

요시오카는 그 목소리가 누구 목소리인지 금방 알았어. 잊을 수 없는 그녀 목소리였지. 하지만 목소리는 대답해주지 않았어. 요시오카를 무시하듯이 웃기만 했지. 그때 요시오카는 지금까지 잊고 있던 걸 떠올렸어. 그래, 그 거울 이야기야.

처음에는 농담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 거울은 금방 잊어버렸어. 아니, 애써 잊으려고 했던 건지도 모르지.

"아하하... 즐거워. 아하하... 재밌어."

목소리는 정말로 즐거운 것 같았어. 그리고 그건 요시오카를 잊어버린 것 같았지.

"메구로, 넌 정말로 다른 세상으로 가 버린 거야? 그 거울을 지나서 다른 세상으로 가 버린 거야?"

요시오카는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중얼거렸지. 그리고 그대로 금방 목소리는 사라지고 말았어. 그리고 두 번 다시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 요시오카는 메구로를 만나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어. 그리고 그 층계참에 있는 거울 앞에 가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가 보았어. 용기를 내어 그 거울 앞으로.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몇 번이고 가 봐도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거야. 그거야 그렇지. 그 녀석은 벌건 대낮에 갔으니까. 역시 심야 3시 33분 33초에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요시오카는 한숨을 내쉬었어. 하지만 무서웠지. 밤중에 그런 곳을 혼자 가는 게 무서웠던 거야. 그래서 나한테 상담하러 왔는데 말이야. 내가 그런 이야기 믿을 거라고 생각해?

요시오카가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하면 할 수록 나는 우스꽝스럽게 느껴졌어. 웃음을 참느라 필사적이었지.

"부탁해. 함께 가 주기만 해도 돼. 한밤중에 학교에 가다니 혼자라면 무서워서 못해. 부탁이야. 같이 가주라."

나는 슬슬 짜증이 났지. 너무 끈질기게 붙으니까 떼어내기 위해서 아무렇게나 말했어.

"그래, 알겠어. 심야 3시에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내 말을 듣고는 그 녀석이 기쁜 듯이 헤벌쭉 하더라고.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이 웃는 얼굴로 그때 처음 본 것 같아.
처음이자 마지막인 그 녀석의 미소를. 그래서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얼마 후 나는 그 이야기를 잊어버렸어. 밤이 되어서 슬슬 자려고 하니 문득 요시오카 얼굴이 떠올랐지.

시계를 보니 심야 2시. 가려고 하면 아직 늦지 않는 시간이었어. 그 녀석이 싱글벙글 웃는 얼굴을 떠올리면 왠지 잠이 안오는데 말이야. 하지만 지금부터 학교에 가는 것도 귀찮았지. 게다가 그 녀석이 까먹고 안 왔다면 나만 바보되는 거잖아.
나는 갈지 말지 고민했어. 어떻게 했다고 생각해?

> 학교에 갔다.
역시 마음에 걸려서 가기로 했어. 밤중에 간 학교는 기분 나빴지. 혹시 요시오카가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까 생각했지만 그 녀석은 와있었어. 교문 앞에서 마치 유령처럼 멍하니 서있었지. 손전등도 들고 있었어. 그리고 날 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손전등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거야. 긴장한건지 얼굴이 땀으로 젖어있었고 무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어.

"고마워. 분명히 와 줄거라고 생각했어.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 "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꽉 쥐었지. 나도 참 사람이 좋아서 탈이라니까. 이런 바보같은 이야기를 믿고 일부러 학교까지 와 줬으니까.
밤의 학교는 엄청 무섭다고. 신 교사조차 꺼림칙할텐데 우리가 가는 곳은 구 교사였으니까.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너도 잘 알잖아? 귀신의 집도 그렇게 까지 무섭지는 않았어.

요시오카는 배짱이 없었어. 여자애처럼 내게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았지. 무척 기분 나빴다고.

"이제 돌아가자."

구 교사에 들어가니 그 녀석은 급기야 그런 말을 내뱉었어.

대체 누구 때문에 내가 이 시간에 여기까지 온 건데. 게다가 밤 중의 구교사는 나도 무서운데 꾹 참고 와 준거라고.

밤이라면 마룻바닥을 밟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리지. 끼익끼익 유리를 손톱으로 긁는 듯한 소리가 주변에서 울려 퍼졌어. 다른 소리는 안 들리는데 그 소리가 묘하게 귀에 달라붙는 거야. 썩은 나무 냄새도 밤중에는 예민하게 느껴졌어. 그 냄새만이 숨을 쉴 때마다 입안으로 퍼졌어.

"자, 도착했다. 이제 좀 떨어져. "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떨면서 내게 달라붙는 요시오카를 떼어냈지. 마치 테이프 같았어.

"이 거울이지?"

내가 물어보니 그 녀석은 보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어. 정말이지 배짱도 없는 녀석이라니까. 그렇게 무섭다면 여긴 왜 온 거냐고. 기껏 동참해 준 내 입장도 생각 좀 해보란 말이야 진짜.

다른 세상으로 통한다는 거울. 나는 조금도 믿지 않았지만 그 녀석과의 약속을 지켰어. 그건 역시 나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조금 기대를 하고 있었던 건지도 몰라. 다른 세상으로 간다면 한 번 보고 싶어. 그걸 위한 장치가 저 지저분한 거울이라면 확인해보고 싶어.

요시오카는 양손을 거울에 갖다 댄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어. 죽을 만큼 무서웠지만 메구로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거겠지.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 그리고, 드디어 3시 33분 33초가 되었지.

나는 놀랐어. 놀랍게도 거울 속에 한 여자애 모습이 떠오른거야. 메구로였어.

"메구로!"

무심코 요시오카는 목소리를 내었지. 거울 안에 있는 여성은 싱긋 미소 짓고 있었어. 정말로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세상이었지. 그리고 거울 속에서 나타나는 양손이 요시오카의 양 팔을 잡았어. 그 순간, 나는 눈을 의심했지.

지금까지 싱긋 웃고 있떤 메구로의 얼굴이 귀신처럼 무시무시하게 바뀌는 거야. 그리고 거울 속에서 상반신을 내밀더니 요시오카 목을 물어뜯었어.

"어째서 넌 날 배신했어? 난 널 사랑했는데 어째서 같이 오지 않은 거야?"

굵고 거친 목소리는 여자 목소리라고 상상하기 힘들었지.

"그럴 수가... 나는 배신 따위... 하지 않았어..."

요시오카는 괴로운 듯 몸을 떨고 있었어. 목을 물어뜯긴 탓인지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후, 후, 숨이 새어나왔지.

"추워, 아파! 몸이 비틀려서 이 쪽 세상은 아프고 괴로워!"

완전히 변해버린 메구로는 그렇게 소리치더니 단숨에 요시오카를 거울 속으로 끌고 갔어. 마치 수면에 몸을 담그듯이 요시오카 몸은 점점 거울 속으로 들어갔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어. 나는 말리지도 구하지도 못했지. 문득 정신이 들고 보니 나 혼자만 남아 있었어. 주변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해졌지. 나는 도망쳤어. 영문도 모른 채 집까지 도망쳤지.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렸어. 그리고 그건 꿈이라고 스스로 되뇌었지.

다음 날, 요시오카는 학교에 오지 않았어.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요시오카는 오지 않았어. 모두 멋대로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지.

요시오카는 그 거울 속에 있어.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 모르지만 그 거울 안에 가 버린거야. 요시오카를 끌어들인 건 변해버린 메구로였을까? 그게 아니면 다른 차원의 괴물이 메구로의 모습으로 둔갑한걸까? 나는 모르겠어.

요시오카가 자기 방에서 들었다는 메구로의 즐거운 웃음소리. 어쩌면 메구로는 어딘가 다른 곳에서 즐겁게 살고 있을지도 몰라. 그게 아니면 메구로를 배신한 요시오카를 저쪽 세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즐거운 척을 한 걸까. 지금 와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었어.

다만 나도 최근 이상한 목소리가 들리게 되었어. 혼자 멍하니 있으면 웃음소리인지 신음인지 모를 이상한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거야. 그 후로 나는 거울을 보는 게 무서워졌어. 딱히 층계참 그 거울일 필요는 없나봐. 거울이라면 뭐든지 되는 것 같아. 요시오카를 끌고 간 괴물이 언젠가 거울을 들여다보는 나를 끌고 갈 것 같아서 무서워지네.

(플레이어), 너도 조심해. 너도 갑자기 이상한 목소리를 들을 때가 있지? 없다고? 그건 아닐걸. 아직 네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일거야.
귀를 기울여봐. 다른 세상에서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올테니까.

이걸로 내 이야기는 끝이야. 다음 차례는 누가 할래?


> 학교에 가지 않았다.
아니, 나는 가기로 했어. 아무래도 놈이 신경 쓰여서 견딜 수 없었거든.

밤중에 간 학교는 기분 나빴지. 혹시 요시오카가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까 생각했지만 그 녀석은 와있었어. 교문 앞에서 마치 유령처럼 멍하니 서있었지. 손전등도 들고 있었어. 그리고 날 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손전등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거야. 긴장한 건지 얼굴이 땀으로 젖어있었고 무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어.

"고마워. 분명히 와 줄거라고 생각했어.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 "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꽉 쥐었지. 나도 참 사람이 좋아서 탈이라니까. 이런 바보같은 이야기를 믿고 일부러 학교까지 와 줬으니까.
밤의 학교는 엄청 무섭다고. 신 교사조차 꺼림칙할텐데 우리가 가는 곳은 구 교사였으니까.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너도 잘 알잖아? 귀신의 집도 그렇게 까지 무섭지는 않았어.

요시오카는 배짱이 없었어. 여자애처럼 내게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았지. 무척 기분 나빴다고.

"이제 돌아가자."

구 교사에 들어가니 그 녀석은 급기야 그런 말을 내뱉었어.

대체 누구 때문에 내가 이 시간에 여기까지 온 건데. 게다가 밤 중의 구교사는 나도 무서운데 꾹 참고 와 준거라고.

밤이라면 마룻바닥을 밟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리지. 끼익끼익 유리를 손톱으로 긁는 듯한 소리가 주변에서 울려 퍼졌어. 다른 소리는 안 들리는데 그 소리가 묘하게 귀에 달라붙는 거야. 썩은 나무 냄새도 밤중에는 예민하게 느껴졌어. 그 냄새만이 숨을 쉴 때마다 입안으로 퍼졌어.

"자, 도착했다. 이제 좀 떨어져. "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떨면서 내게 달라붙는 요시오카를 떼어냈지. 마치 테이프 같았어.

"이 거울이지?"

내가 물어보니 그 녀석은 보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어. 정말이지 배짱도 없는 녀석이라니까. 그렇게 무섭다면 여긴 왜 온 거냐고. 기껏 동참해 준 내 입장도 생각 좀 해보란 말이야 진짜.

다른 세상으로 통한다는 거울. 나는 조금도 믿지 않았지만 그 녀석과의 약속을 지켰어. 그건 역시 나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조금 기대를 하고 있었던 건지도 몰라. 다른 세상으로 간다면 한 번 보고 싶어. 그걸 위한 장치가 저 지저분한 거울이라면 확인해보고 싶어.

요시오카는 양손을 거울에 갖다 댄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어. 죽을 만큼 무서웠지만 메구로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거겠지.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 그리고, 드디어 3시 33분 33초가 되었지.

나는 놀랐어. 놀랍게도 거울 속에 한 여자애 모습이 떠오른거야. 메구로였어.

"메구로!"

무심코 요시오카는 목소리를 내었지. 거울 안에 있는 여성은 싱긋 미소 짓고 있었어. 정말로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세상이었지. 그리고 거울 속에서 나타나는 양손이 요시오카의 양 팔을 잡았어. 그 순간, 나는 눈을 의심했지.

지금까지 싱긋 웃고 있떤 메구로의 얼굴이 귀신처럼 무시무시하게 바뀌는 거야. 그리고 거울 속에서 상반신을 내밀더니 요시오카 목을 물어뜯었어.

"어째서 넌 날 배신했어? 난 널 사랑했는데 어째서 같이 오지 않은 거야?"

굵고 거친 목소리는 여자 목소리라고 상상하기 힘들었지.

"그럴 수가... 나는 배신 따위... 하지 않았어..."

요시오카는 괴로운 듯 몸을 떨고 있었어. 목을 물어뜯긴 탓인지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후, 후, 숨이 새어나왔지.

"추워, 아파! 몸이 비틀려서 이 쪽 세상은 아프고 괴로워!"

완전히 변해버린 메구로는 그렇게 소리치더니 단숨에 요시오카를 거울 속으로 끌고 갔어. 마치 수면에 몸을 담그듯이 요시오카 몸은 점점 거울 속으로 들어갔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어. 나는 말리지도 구하지도 못했지. 문득 정신이 들고 보니 나 혼자만 남아 있었어. 주변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해졌지. 나는 도망쳤어. 영문도 모른 채 집까지 도망쳤지.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렸어. 그리고 그건 꿈이라고 스스로 되뇌었지.

다음 날, 요시오카는 학교에 오지 않았어.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요시오카는 오지 않았어. 모두 멋대로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지.

요시오카는 그 거울 속에 있어.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 모르지만 그 거울 안에 가 버린거야. 요시오카를 끌어들인 건 변해버린 메구로였을까? 그게 아니면 다른 차원의 괴물이 메구로의 모습으로 둔갑한걸까? 나는 모르겠어.

요시오카가 자기 방에서 들었다는 메구로의 즐거운 웃음소리. 어쩌면 메구로는 어딘가 다른 곳에서 즐겁게 살고 있을지도 몰라. 그게 아니면 메구로를 배신한 요시오카를 저쪽 세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즐거운 척을 한 걸까. 지금 와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었어.

다만 나도 최근 이상한 목소리가 들리게 되었어. 혼자 멍하니 있으면 웃음소리인지 신음인지 모를 이상한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거야. 그 후로 나는 거울을 보는 게 무서워졌어. 딱히 층계참 그 거울일 필요는 없나봐. 거울이라면 뭐든지 되는 것 같아. 요시오카를 끌고 간 괴물이 언젠가 거울을 들여다보는 나를 끌고 갈 것 같아서 무서워지네.

(플레이어), 너도 조심해. 너도 갑자기 이상한 목소리를 들을 때가 있지? 없다고? 그건 아닐걸. 아직 네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일거야.
귀를 기울여봐. 다른 세상에서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올테니까.

이걸로 내 이야기는 끝이야. 다음 차례는 누가 할래?



1.3. 같이 가길 망설였다[편집]


SFC판 : '거절했다'를 골랐을 때와 똑같은 내용으로 전개된다.

PS판 : 요시오카는 신중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메구로의 무모한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메구로는 수락도 거절도 하지 않는 요시오카의 모호한 태도에 실망해서 요시오카도 결국에는 남남일 뿐이라고 비난하고 그 자리에서 도망쳐 버렸다. 두 사람이 그렇게 헤어지고 난 다음, 메구로는 사흘 동안이나 학교에 오지 않았다. 꼭 나흘째 되던 날, 갑자기 메구로가 등교했다. 그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제자리에 앉아 있었다. 요시오카는 메구로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며 이번에야말로 다른 차원의 세계로 함께 떠나자고 말했다. 그런데 그녀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이제 다른 차원의 세계 따위에는 관심이 없으며, 요시오카에게도 관심이 없다고 메구로는 딱 잘라 말했다. 처음에는 메구로가 토라졌기 때문에 저런 폭언을 한 게 아닌가 생각했던 요시오카도, 메구로를 계속 지켜볼수록 그녀가 예전과 달라진 게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요시오카와 신도는 본래 왼손잡이였을 메구로가 지금은 오른손잡이라는 사실을 눈치했다. 요시오카는 저 메구로는 진짜 메구로가 아니라 거울 속 세계의 메구로라고 주장하며, 함께 학교에 가자고 신도를 설득했다. 거울 속으로 들어가야 진짜 메구로를 만날 수 있을 텐데, 겁쟁이 요시오카는 새벽 3시에 혼자 구교사에 가는 게 너무 무서웠던 것이다. 신도는 부탁을 받아들여 요시오카와 함께 구교사로 향했다.

새벽 3시. 요시오카는 구교사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참으로 먼저 올라갔고, 신도는 도중에 요시오카를 놓쳐서 뒤늦게 약속 장소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미리 구교사에 와 있던 누군가가 요시오카를 염탐하는 게 아닌가. 그는 요시오카의 등 뒤를 노리며 조용히 근처에 숨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요시오카는 이미 거울 앞에 도착해 3시 33분 33초를 기다렸다. 때가 되어 의식을 거행하자, 한 여자의 모습이 거울 속에 떠올랐다. 메구로였다. 요시오카가 메구로의 이름을 부르더니, 거울 속 메구로의 이마에서 대량의 피가 뿜어져 나와 요시오카의 온몸을 적셨다. 그 뒤, 메구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신 요시오카의 모습이 비쳤다. 갑자기 나타난 거울 속 세계의 요시오카는 진짜 요시오카의 양팔을 붙잡아 거울 속 세계에 가둬놓고 자신은 거울 속에서 빠져나왔다.

다음 순간, 진짜 요시오카의 등 뒤에 숨어 있었던 사람이 나타난다. 다른 차원에서 온 메구로였다. 메구로는 진짜 요시오카를 가둔 거울을 힘껏 부서뜨려, 진짜 요시오카가 이 세상에 두 번 다시 나오지 못하게 조치했다. 그러고 나서 거울 건너편 세계의 두 연인, 가짜 요시오카와 가짜 메구로는 재회를 기뻐하며 그 자리를 떠난다. 두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신도는 구교사에서 도망치면서 그 날 일은 전부 없었던 것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한다.

이튿날부터는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온 요시오카가 학교에 나와 신도를 감시하고 있다. 신도는 이 자리에서 이 얘기를 꺼낸 걸 그 요시오카가 알았다가는 주인공과 신도 둘 다 무사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면서 걱정한다. 그럼 애초에 기사로 만들지 못할 이야기는 왜 한 거야 진짜 요시오카가 거울 너머에서 진짜 메구로와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면서 신도는 이야기를 마친다.


2. 요시오카의 상담은 공부 문제였다[편집]


요시오카는 진학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T대에 진학하고 싶지 않았지만 내성적인 성격 탓에 부모님에게 거스를 수가 없었다. 자신의 성격이 불만스러웠기에 평소 당당하고 시원스러운 신도를 눈여겨보고 있었고, 어떻게 하면 신도처럼 대범한 남자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신도는 담력을 키우면 성격이 밝아질 수 있다는 개드립소릴 하면서 같이 구교사의 거울로 담력 체험을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신도가 그런 제안을 한 이유는 문예부에 남겨진 기록을 봤기 때문이었다. 그 기록에는 3시 33분 33초에 자신이 쓰는 손거울과 구교사의 거울을 마주 보게 하면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설이 적혀 있었다. 요시오카도 기록을 확인한 후 신도와 함께 구교사로 가기로 했다.

이 부분까지는 SFC판과 동일하지만, SFC판에서 이 선택지를 골랐을 경우에는 구교사의 거울 이야기를 했을 때와 동일한 전개가 된다. 이 뒤는 모두 PS판에서 추가된 루트를 다룬다.

신도와 요시오카는 약속대로 새벽에 구교사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섬뜩한 예감을 느끼며 거울 앞에 도착했다. 약속한 시각 새벽 3시 33분 33초가 되어, 두 사람은 요시오카가 가져온 손거울로 의식을 거행했다. 그 뒤,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2.1. 무서운 얼굴이 거울에 비쳤다[편집]


거울에 비친 것은 섬뜩하게 생긴 끔찍한 악마의 모습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악마는 요시오카가 위를 보면 위를 보고, 말을 할 때는 입을 벌리는 식으로 요시오카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고 있었다. 즉, 그 악마는 요시오카 본인. 신도는 요시오카가 악마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고 그래서 뭐라도 소득이 있었으니 다행이라는 식으로 말해주고 이제 돌아가자고 권했다. 그러나 요시오카는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신도는 그를 내버려 두고 혼자 귀가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신도는 어떤 거울에 대한 소문을 하나 떠올렸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낡고 오래된 거울에 대한 이야기였다. 만약 마음이 비치는 거울이 구교사 계단참에 놓인 그 거울이 맞는다면, 요시오카의 본성은 악마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튿날 신도는 요시오카더러 어젯밤에 어떻게 됐냐고 물었다. 요시오카는 내심 천사가 나오길 기대했지만, 악마밖에 나오지 않아서 실망했다고 푸념했다. 요시오카는 천사에 대한 말은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었다. 신도는 요시오카가 숨기는 게 많아서 성격이 꼬인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인연을 끊었다. 요시오카도 마찬가지로 신도를 두려워하는 눈으로 보면서 이제는 신도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는다고 한다. 요시오카가 말하길, 신도가 돌아가니까 악마가 사라졌다. 이게 무슨 뜻일까? 신도는 주인공에게 내가 무섭냐고 묻는다.

'네'라고 답하면 신도는 주인공에게 너도 네 본성이 궁금하거든 나와 함께 구교사의 거울 앞에 가서 알아보자고 한다. 그러나 그 거울에서 천사가 보이면 조심하라고 주의를 준다. 왜냐면 천사는 곧 죽음을 뜻하기 때문이라며 이야기를 마친다.

'아니오'라고 답하면 신도는 주인공이 기가 세서 가지고 노는 맛이 있겠다고 여기고, 자신의 악마 같은 본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상대가 나타난 것을 기뻐한다. 그리고 날 두려워하지 않는 너 역시 꺼림칙한 본성을 숨기고 있을 거라면서, 그래도 꼭 확인해보고 싶으면 구교사의 거울 앞에 가보라고 말하고 이야기를 마친다.

2.2. 거울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다[편집]


거울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단지 서로를 마주 보는 거울의 무한한 행렬만이 쭉 늘어서 있을 뿐이었다. 자신의 모습이 비치지 않아서 불안해진 신도와 요시오카는 서로에게 말을 걸며 존재를 확인했다. 두 사람은 분명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의식을 섣불리 그만두자니 저주받을 것 같고, 그렇다고 언제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수도 없어서 신도와 요시오카는 하염없이 거울만 쳐다보고 있었다. 얼마 후, 거울이 흔들리면서 거울 속에 신도와 요시오카의 모습이 다시 비쳤다. 신도는 이제 손거울을 치우고 집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 긴장이 풀린 요시오카가 팔에 힘이 빠져 손거울을 떨어뜨려 버렸다. 그러자 신도와 요시오카의 모습은 거울 속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그 날 이후, 두 사람의 모습은 거울에도, 유리에도, 물에도 비치지 않는다. 신도는 세수할 때 거울에 얼굴이 비치지 않는 게 불편할 뿐이지만 요시오카는 노이로제에 걸려 등교를 거부한다고 한다. 신도는 그가 그림자가 없는 인간은 단명한다는 속설을 믿었기 때문이라며 이야기를 마친다. 사는 동안 실컷 놀다 가면 되지 않겠냐는 긴장감 없는 신도의 태도가 일품(…).


3. 요시오카의 상담은 구교사의 거울에 관한 문제였다[편집]


요시오카는 신도를 불러다 놓고 '구교사의 거울은 현세와 영계를 잇는 길'이라는 주장을 했다. 아무리 괴담과 무모한 모험을 좋아하는 신도라도 그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을 리가 없었다. 신도가 이야기를 가볍게 흘려 들으려고 하자, 요시오카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겠다며 신도와 구교사에서 만날 약속을 억지로 세웠다. 평소에 자주 쓰는 거울과 구교사의 거울을 서로 마주 보게 하면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전설을 믿고 두 사람은 야심한 구교사로 향했다.


3.1. 신도는 약속을 어기고 구교사에 가지 않았다[편집]


신도는 약속 장소에 가지도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잠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잠도 오지 않는데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의식이 멀쩡했기에 더욱 무서웠다. 이에 맞춰서 요시오카의 환영이 나타났다. 그는 어째서 약속을 지키지 않았냐고 신도를 추궁하며 괴롭혔다. 그리고 '그 거울은 사실 영계로 가는 거울이 아니다. 그 거울은 손거울과 서로 맞대어 비추고 마음속을 보고 싶은 사람을 계속 생각하면 정말 마음속이 보이는 거울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이튿날 신도가 어젯밤 일이 마음에 걸려 요시오카에게 말을 걸려고 다가갔더니, 그가 별안간 입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는 그 이후로 학교에 두 번 다시 나오지 못했다. 나중에 신도가 확인한 바로는 그 거울은 마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저주하는 거울이었다. 신도의 생각으로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나를 저주하다가, 남을 저주한 대가로 그 녀석도 스스로 저주받은 셈이다'라나? 고작 가위눌리게 하는 대가로 본인이 죽다니 참 수지가 안 맞는 저주다. 어쨌든 신도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 난다.

여담이지만 이 루트의 선택지 중에서 '일단 춤을 춘다'가 있다(…). [1] 만일 이 선택지를 고르면 요시오카의 환영을 본 게 아니라 집에서 잠을 자다가 꿈에서 요시오카를 봤다는 내용으로 바뀌고, 신도는 아무래도 요시오카가 신경 쓰여서 집을 나간다. 그 다음 전개는 신도가 약속을 지키러 구교사에 가는 루트와 동일하다.


3.2. 신도는 약속을 지켜 구교사에 갔다[편집]


신도는 약속한 대로 구교사에서 요시오카와 만났다. 두 사람은 거울 앞에서 의식을 시도하는데, 이때 두 사람에게 불길한 일이 닥쳤다.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3.2.1. 악마를 만난다[편집]


참고로 '신음 소리가 들렸다'를 선택해도 이 루트로 들어온다. 그때는 요시오카가 '우와, 손거울과 거울을 맞대니까 이렇게 많은 거울이 거울 속에 비치네?!!'라는 초딩 같은 개드립을 날리고, 어이가 없어진 신도가 살의를 느끼며 요시오카의 목을 조르는 게 추가로 나온다.[2]

거울 속에서 아름다운 여자의 시체 같은 모습을 한 악마가 나타나, 두 사람에게 손을 마시고 싶다는 이상한 요구를 했다. 요시오카가 손의 피를 마시고 싶냐고 반문하자, 악마는 그 말에 수긍하듯이 묘한 미소로 대답했다. 신도는 악마에게 다가가려는 요시오카를 어떻게 말렸을까?


3.2.1.1. 그만두라고 소리쳤다[편집]

요시오카는 거울 앞에 멍하니 서 있다가 악마에게 팔을 물어뜯겨 중상을 입었다. 신도와 요시오카는 그 거울이 악마를 부를 수 있는 거울인 줄 모른 채 악마를 소환했던 것이다. 요시오카는 엉겁결에 자신의 피를 제물 삼아 소원을 빈 셈이 되었다. 한데 악마는 왠지 요시오카가 아니라 신도에게 소원을 물었다. 요시오카는 곧 죽을 운명이었기에 소원을 들어줄 수 없을 거라 여겼던 모양이다. 그래도 신도는 자신의 이득을 포기하고 요시오카의 곁에 갔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편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악마는 그 말을 소원으로 받아들여 죽음=영원한 안식이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준 후 웃으며 사라졌다며 이야기를 마친다.


3.2.1.2. 요시오카의 팔을 잡아당겼다[편집]

신도는 거울 앞에 멍하니 있었던 요시오카를 뒤에서 끌어당겨서 악마에게서 멀리 떨어뜨렸다. 두 사람은 살아남아 구교사를 탈출한다. 이때 갑자기 교문 앞에서 차가 달려들고, 요시오카의 손은 차 바퀴 사이에 끼었다. 요시오카가 다친 부위는 약지였다. 왜 하필 약지였냐면 약지의 손가락이 심장과 가장 가까웠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도망쳐도 악마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악마와 계약을 맺은 요시오카는 악마를 다시 만나기 위해 거울을 닥치는 대로 찾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거울을 찾아야지만 악마를 다시 만나서 소원을 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신도는 이야기를 마친다.


3.2.2. 요시오카가 죽은 모습이 보였다[편집]


신도보다 요시오카 본인이 먼저 자신이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보고 놀라워했다. 그 얼굴은 보랏빛이었고 마치 익사한 시체처럼 흉측하게 부어 있었기 때문이다. 신도 역시 거울에 비친 그의 얼굴이 기괴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혼자 도망가 버렸다. 이튿날 신도는 역시 요시오카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장례식에 참석했다. 장례식에서 그는 적잖이 놀라고 말았다. 관 안에 안치된 요시오카의 얼굴이 구교사의 거울에 비쳤던 보랏빛 얼굴이었기 때문에……. 신도는 죽어 있어야 할 요시오카가 자신을 저주하듯이 눈을 떠서 노려보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 이후로부터 신도에게는 곧 죽을 사람의 얼굴이 보라색으로 보이는 능력이 생겼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주인공의 얼굴은 어떤지 궁금하냐고 물어보는데, 신도의 눈에는 주인공의 얼굴이 보라색으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남기며,[3] 이야기는 찜찜하게 끝난다. 여기서 신도가 물어볼 때, '가르쳐 달라'라고 대답하면 주인공의 후배 타구치 마유미 시나리오의 플래그가 선다.


3.2.3.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편집]


SFC판 : '요시오카가 죽은 모습이 보였다'를 골랐을 때와 똑같은 내용으로 전개된다.

PS판 : 두 사람은 제때에 의식을 실행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신도는 '역시 소문이라는 게 다 그렇지'라고 생각하면서 거울에 관심을 끊었고, 요시오카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그 뒤에도 영계가 보일 때까지 계속 혼자 의식을 실행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신도에게 요시오카의 부고가 전해졌다. 그런데 사인이 이상했다. 18살에 불과한 요시오카가 노화해서 쇠악사로 죽은 것이다. 신도는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완연한 노인이 된 요시오카의 주검과 담당의의 소견을 보고 나서는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요시오카의 어머니는 신도에게 요시오카가 남긴 유언을 전한다. '그 거울을 보지 마, 생명이 빨려 들어가'.

알고 보니 그 거울이 영계로 이어지는 문이라는 소문이 퍼진 것은 인간의 남은 수명을 빨아들여 죽음에 이르게 해서 생긴 속설이었다. 신도는 소문이라고 만만하게 볼 게 아니라며, 이 학교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발에 챌 정도로 많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를 남기며 이야기를 마친다.

[1] 신도는 작년 체육제에서 춘 춤을 추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왜 그렇게 생각했냐는 말에는 당시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고 대답한다. 물론 이야기를 이어나가다가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주인공에게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을 생각은 있냐며 도리어 성질을 내고 더 이상 이 얘기는 하지 않겠다며 신도가 약속을 지키러 학교로 가는 내용으로 넘어가버리기 때문에(...) 이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2] 이 루트를 탔을 시 신도가 자신은 그 때 처음으로 사람의 목을 조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며, '평범한 고교생에게 찾아온 첫 감각, 그것은 살의. 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끝.'이라는 드립을 시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잠시 있다가 이대로 이야기를 끝낼 생각은 없다며 이후에 일어난 일이 중요하다고 말을 이어나간다.[3] 궁금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든 아니라고 답하든 '모르는 편이 낫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 영 찜찜하다. 만일 보라색이 아니었다면 신도 성격상 넌 멀쩡하니까 걱정 말라고 그냥 솔직하게 말해주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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