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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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금제(禁制)
3. 추구(追求)
4. 침몰(沈歿)
5. 절벽(絶壁)
6. 백주(白晝)
7. 문벌(門閥)
8. 위치(位置)
9. 매춘(買春)
10. 생애(生涯)
11. 내부(內部)
12. 육친(肉親)
13. 자상(自傷)


1. 개요[편집]


이상이 1936년 10월 4일부터 9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한 연작시. 이상이 동경행을 준비하는 동안 마지막으로 정리, 발표한 작품으로 총 12편의 시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들은 자아의 형상 자체를 시적 대상으로 삼아 다양한 시각으로 이를 해체하는 경우가 많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아내와 가족에 대한 자기 생각과 내면 의식의 반응을 그려내는 경우도 있다. 위독에서 볼 수 있는 사물을 보는 시인의 시각과 판단은 오감도의 특이한 자기 투사 방식과 상호연관되어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자신의 병과 죽음에 대한 절박한 인식, 자기 가족에 대한 책임 의식과 갈등, 좌절의 삶을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혐오 등을 말하는 시적 진술이 오감도의 연장선상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상은 위독의 연재를 마친 후 동경행을 택했기 때문에 위독은 그가 국내에서 쓴 마지막 작품이 된다.

결론적으로, 1934년에 발표한 미완의 연작시 오감도는 1936년 역단과 위독을 통해 그 연작의 완성에 도달한 것이 된다.


2. 금제(禁制)[편집]


내가치든개[狗]는튼튼하대서모조리實驗動物로供養되고그中에서비타민E를지닌개[狗]는學究의未及과生物다운嫉妬로해서博士에게흠씬어더맛는다. 하고십흔말을개짓듯배아터노튼歲月은숨엇다. 醫科大學허전한마당에우뚝서서나는必死로禁制를알는[患]다. 論文에出席한억울한髑髏에는千古에는氏名이업는法이다.


내가 치든 개는 튼튼하대서 모조리 실험동물로 공양되고 그 중에서 비타민E를 지닌 개는 학문의 미말과 생물다운 질투로 해서 박사에게 흠씬 얻어맞는다. 하고 싶은 말을 개 짖듯 배앝아 놓던 세월은 숨었다. 의과대학 허전한 마당에 우뚝 서서 나는 필사로 금제를 앓는(患)다. 논문에 출석한 억울한 촉루[1]

에는 천고에는 씨명이 없는 법이다.



3. 추구(追求)[편집]


안해를즐겁게할條件들이闖入하지못하도록나는窓戶를닷고밤낫으로꿈자리가사나워서가위를눌린다어둠속에서무슨내음새의꼬리를逮捕하야端緖로내집내未踏의痕跡을追求한다. 안해는外出에서도라오면房에들어서기전에洗手를한다. 닮아온여러벌表情을벗어버리는醜行이다. 나는드듸어한조각毒한비누를發見하고그것을내虛僞뒤에다살작감춰버렷다. 그리고이번꿈자리를豫期한다.


아내를 즐겁게 할 조건들이 틈입[2]

하지 못하도록 나는 창호를 닫고 밤낮으로 꿈자리가 사나워서 가위를 눌린다. 어둠 속에서 무슨 냄새의 꼬리를 체포하여 단서로 내 집 내 미답[3]의 흔적을 추구한다. 아내는 외출에서 돌아오면 방에 들어서기 전에 세수를 한다. 닮아온 여러 벌 표정을 벗어버리는 추행이다. 나는 드디어 한 조각 독한 비누를 발견하고 그것을 내 허위 뒤에다 살짝 감춰버렸다. 그리고 이번 꿈자리를 예기한다.



4. 침몰(沈歿)[편집]


죽고싶은마음이칼을찾는다. 칼은날이접혀서펴지지않으니날을怒號하는焦燥가絶壁에끊치려든다. 억지로이것을안에떠밀어놓고또간곡懇曲히참으면어느결에날이어디를건드렸나보다. 內出血이뻑뻑해온다. 그러나皮膚에傷채기를얻을길이없으니惡靈나갈門이없다. 가친自殊로하여體重은점점무겁다.


죽고 싶은 마음이 칼을 찾는다. 칼은 날이 접혀서 펴지지 않으니 날은 노호(怒號)하는 초조가 절벽에 끊치려 든다. 억지로 이것을 안에 떠밀어놓고 또 간곡히 참으면 어느 결에 날이 어디를 건드렸나 보다. 내출혈이 뻑뻑해온다. 그러나 피부에 생채기를 얻을 길이 없으니 악령 나갈 문이 없다. 갇힌 자수(自殊)로 하여 체중은 점점 무겁다.



5. 절벽(絶壁)[편집]


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香기롭다. 香氣가滿開한다. 나는거기墓穴을판다. 墓穴도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墓穴속에나는들어앉는다. 나는눕는다. 또꽃이香기롭다. 꽃은보이지않는다. 香氣가滿開한다. 나는잊어버리고再처거기墓穴을판다. 墓穴은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墓穴로나는꽃을깜빡잊어버리고들어간다. 나는정말눕는다. 아아. 꽃이또香기롭다. 보이지도않는꽃이―보이지도않는꽃이.


꽃이 보이지 않는다. 꽃이 향기롭다. 향기가 만개한다. 나는 거기 묘혈을 판다. 묘혈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묘혈 속에 나는 들어앉는다. 나는 눕는다. 또 꽃이 향기롭다. 꽃은 보이지 않는다. 향기가 만개한다. 나는 잊어버리고 재차 거기 묘혈을 판다. 묘혈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묘혈로 나는 꽃을 깜빡 잊어버리고 들어간다. 나는 정말 눕는다. 아아. 꽃이 또 향기롭다. 보이지도 않는 꽃이―보이지도 않는 꽃이.



6. 백주(白晝)[편집]


내두루마기깃에달린貞操뺏지를내어보였더니들어가도좋다고그린다. 들어가도좋다던女人이바로제게좀鮮明한貞操가있으니어떠냔다. 나더러世上에서얼마짜리貨幣노릇을하는세음이냐는뜻이다. 나는일부러다홍헝겊을흔들었더니窈窕하다던貞操가성을낸다. 그리고는七面鳥처럼쩔쩔맨다.


내 두루마기 깃에 달린 정조(貞操) 배지를 내어보였더니 들어가도 좋다고 그런다. 들어가도 좋다던 여인이 바로 제게 좀 선명한 정조가 있으니 어떠냔다. 나더러 세상에서 얼마짜리 화폐 노릇을 하는 셈이냐는 뜻이다. 일부러 다홍 헝겊을 흔들었더니 요조하다던 정조가 성을 낸다. 그리고는 칠면조처럼 쩔쩔맨다.



7. 문벌(門閥)[편집]


墳塚에계신白骨까지가내게血淸의原價償還을强請하고있다. 天下에달이밝아서나는오들오들떨면서到處에서들킨다. 당신의印鑑이이미失效된지오랜줄은꿈에도생각하지않으시나요―하고나는의젓이대꾸를해야겠는데나는이렇게싫은決算의函數를내몸에지닌내圖章처럼쉽사리끌러버릴수가참없다.


분총(墳塚)에 계신 백골까지가 내게 혈청의 원가상환을 강청(强請)하고 있다. 천하에 달이 밝아서 나는 오들오들 떨면서 도처에서 들킨다. 당신의 인감이 이미 실효된 지 오랜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으시나요―하고 나는 의젓이 대꾸를 해야겠는데 나는 이렇게 싫은 결산의 함수를 내 몸에 지닌 내 도장처럼 쉽사리 끌러버릴 수가 참 없다.



8. 위치(位置)[편집]


重要한位置에서한性格의심술이悲劇을演繹하고있을즈음範圍에는他人이없었던가. 한株―盆에심은外國語의灌木이막돌아서서나가버리려는動機요貨物의方法이와있는椅子가주저앉아서귀먹은체할때마침내가句讀처럼고사이에낑기어들어섰으니나는내責任의맵시를어떻게해보여야하나. 哀話가註釋됨을따라나는슬퍼할準備라도하노라면나는못견뎌帽子를쓰고밖으로나가버렸는데웬사람하나가여기남아내分身提出할것을잊어버리고있다.


중요한 위치에서 한 성격의 심술이 비극을 연역하고 있을 즈음 범위에는 타인이 없었던가. 한 주(株)―분(盆)에 심은 외국어의 관목이 막 돌아서서 나가버리려는 동기요 화물의 방법이 와있는 의자가 주저앉아서 귀먹은 체 할 때 마침 내가 구두(句讀)처럼 고 사이에 끼어들어섰으니 나는 내 책임의 맵시를 어떻게 해보여야 하나. 애화(哀話)가 주석됨을 따라 나는 슬퍼할 준비라도 하노라면 나는 못 견뎌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가버렸는데 웬 사람 하나가 여기 남아 내 분신 제출할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



9. 매춘(買春)[편집]


記憶을맡아보는器官이炎天아래생선처럼傷해들어가기始作이다. 朝三暮四의싸이폰作用. 感情의忙殺.

나를넘어뜨릴疲勞는오는족족避해야겠지만이런때는大膽하게나서서혼자서도넉넉히雌雄보다別것이어야겠다.

脫身. 신발을벗어버린발이虛天에서失足한다.


기억을 맡아보는 기관(器官)이 염천(炎天) 아래 생선처럼 상해들어가기 시작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사이펀 작용. 감정의 망쇄(忙殺).

나를 넘어뜨릴 피로는 오는 족족 피해야겠지만 이런 때는 대담하게 나서서 혼자서도 넉넉히 자웅보다 별것이어야겠다.

탈신(脫身). 신발을 벗어버린 발이 허천(虛天)에서 실족한다.


10. 생애(生涯)[편집]


내 두통 위에 신부의 장갑이 정초(定礎)되면서 내려앉는다. 써늘한 무게 때문에 내 두통이 비켜설 기력도 없다. 나는 견디면서 여왕봉(女王蜂)처럼 수동적인 맵시를 꾸며보인다. 나는 이왕이 주춧돌 밑에서 평생이 원한이거니와 신부의 생애를 침식하는 내 음삼(陰森)한 손찌거미를 불개아미와 함께 잊어버리지는 않는다. 그래서 신부는 그날그날 까무러치거나 웅봉(雄蜂)처럼 죽고죽고 한다. 두통은 영원히 비켜서는 수가 없다.



11. 내부(內部)[편집]


입 안에 짠맛이 돈다. 혈관으로 임리(淋漓)한 묵흔(墨痕)이 몰려들어왔나 보다. 참회로 벗어놓은 내 구긴 피부는 백지로도 오고 붓 지나간 자리에 피가 아롱져 맺혔다. 방대한 묵흔의 분류(奔流)는 온갖 합음(合音)이리니 분간할 길이 없고 다물은 입 안에 그득찬 서언(序言)이 캄캄하다. 생각하는 무력(無力)이 이윽고 입을 뻐겨 젖히지 못하니 심판받으려야 진술할 길이 없고 익애(溺愛)에 잠기면 버언져 멸형(滅形)하여 버린 전고(典故)만이 죄업이 되어 이 생리 속에 영원히 기절하려나 보다.



12. 육친(肉親)[편집]


크리스트에 혹사(酷似)한 한 남루한 사나이가 있으니 이는 그의 종생(終生)과 운명(殞命)까지도 내게 떠맡기려는 사나운 마음씨다. 내 시시각각에 늘어서서 한 시대나 눌변인 트집으로 나를 위협한다. 은애(恩愛)-나의 착실한 경영이 늘 새파랗게 질린다. 나는 이 육중한 크리스트의 별신(別身)을 암살하지 않고는 내 문벌과 내 음모를 약탈당할까 참 걱정이다. 그러나 내 신선한 도망(逃亡)이 그 끈적끈적한 청각을 벗어버릴 수가 없다.



13. 자상(自傷)[편집]


여기는 어느 나라의 데드마스크[4]

다. 데드마스크는 도적맞았다는 소문도 있다. 풀이 극북(極北)에서 파과(破瓜)하지 않던 이 수염은 절망을 알아차리고 생식하지 않는다. 천고로 창천(蒼天)이 허방 빠져있는 함정에 유언이 석비(石碑)처럼 은근히 침몰되어 있다. 그러면 이 곁을 생소한 손짓발짓의 신호가 지나가면서 무사히 스스로와 한다. 점잖던 내용이 이래저래 구기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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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髑髏. 죽은 사람의 머리뼈. 해골.[2] 闖入. 몰래 들어감. 침입.[3] 未踏. 아직 밟지 않음.[4] 데스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