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언의 명륜/귀환/종말/1일차

1. 1일차 아침[편집]

분명 일찍 일어났는데, 창 밖에 나타난 것들이 눈을 비비게 만들었다. 아직 잠이 제대로 깨지 않은 줄 알았다.

창 밖에 별의 궁전이 떠 있었고, 별의 궁전 입구에는 사황이 서서 아주 짧게 얘기했다.

「사황」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어, 이렇게 하면 빠르니까 어서 타, 만장정으로 가야 돼.

만장정 안에서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강력한 두 환력이 서로 부딪히고 있었다.

「종한구」 ...... 야오를 데리고 오지 말 걸 그랬네요, 이번에는 특히 번거롭네요.

건너편에는 종야오가 그를 향해 턱을 치켜들고, 마치 먹이를 앞둔 포식자와 같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독불이 연기처럼 그의 상처에서 흩어져 나와 그의 온 몸을 검은 안개로 둘러싸는 것 같았다.

「종한구」 이제 숨기만 하는 것도 안 될 것 같군요...... 부적도 슬슬 묶어두기엔 버거워지는 것 같고, 빨리 야오를 멈출 방법을 찾아야겠군요.

「종한구」 지금 희망을 걸 수 있는 사람이면......

「라게츠」 내——가——왔——다! 모두 물러서!

그가 시간을 벌며 오매불망 기다린 목소리가 밖에 들려왔지만, 예상과는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만장정의 대문이 순식간에 부서졌다. 덕분에 실내에 있던 두 사람은 2초 동안 굳었고, 종한구는 바닥에 놓인 부서진 대문 잔해들을 힐끗 쳐다봤다.

「종한구」 네 사부였다면 좀 더 살살 다뤘겠죠.

「라게츠」 이런 다 부서진 문이 무슨 보물이라고, 나중에 변상할게.

「지휘사」 저건 종야오......?

「종한구」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야오의 체내의 신기가 갑자기 폭주해서 악몽의 독에 삼켜졌습니다.

「종한구」 지금 야오는 너희들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저를 죽여야 하는 것만 기억하겠죠.

「라게츠」 그를 별의 궁전으로 유인해, 지금 온전한 삼청조의 깃털이 있으니, 사부님께서 이 폭주 상태를 억누르실 수 있을 거야.

「라게츠」 하지만 사부님을 대신해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어볼게. 전에도 말했지만, 악몽의 독을 억제하려면 그만한 위험이 따라올 거야. 어떻게 할래?

「종한구」 ...... 야오는 이 세상에 후회했던 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생기지 않길 바라겠죠.

종한구가 시선을 돌려 사황이 점화한 상야등을 주시했다.

「종한구」 저도 격세의 기억이 그 아이의 생각을 얼마나 바꿨는지는 몰라요, 예전에 야오를 오해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종한구」 그래도 한 번 해 보죠.

「라게츠」 그렇게 말해주면 나야 좋지.

라게츠가 손에 든 법장을 휘두르자, 구슬꽃이 빠르게 한 바퀴 돌면서 순식간에 종야오를 겹겹이 묶었다.

「종한구」 오? 며칠 못 본 새에, 벌써 여기까지 성장하셨네요, 라게츠.

「라게츠」 흥, 나는 사부님의 제자야. 전에는 배울 맘이 없었을 뿐이지, 열심히 하면 이렇게 너를 놀라게 만들 수 있다고.

구슬꽃이 종야오를 말아서 문 밖에 있는 별의 궁전으로 옮겼다.

「종한구」 음~ 보아하니 사황도 드디어 결심한 것 같네요. 지휘사 , 우리도 어서 올라타죠.

상황이 촉박한 나머지, 종한구에게 허리춤을 잡혀 안긴 채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별의 궁전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별의 궁전에 발을 내딛자 마자 앞에서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는 환력이 느껴졌다——종야오를 묶었던 구슬꽃은 가루가 되었고, 검은 안개를 감싼 귀신의 모습이 순식간에 종한구와 한 척까지 거리를 좁혀왔다.

사황의 결계는 이미 준비를 끝마쳤고, 보호법진이 두 사람을 떨어뜨려 놓음과 동시에 정화 법진이 허공을 감쌌다.

「사황」 지휘사 , 시작하자.

「사황」 신기의 힘이 부족해──이대로라면 별의 궁전도 함께 무너질 거야.

「사황」 이미...... 억제할 수 없어.

「종한구」 ...... 좋지 않아!

폭주한 신기가 폭발하는 에너지를 퍼뜨리며 종한구와 사황을 뒤로 밀어냈다.

종야오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의 몸에 또 푸른색의 그을린 상처가 새로 생겼지만, 그는 느끼지 못한 듯, 마치 피를 흘리는 것처럼 조금도 서슴치 않고 체내에 있는 악몽의 독을 뿜어냈다.

맹독을 품은 연기와 불꽃이 거대한 거미줄처럼 별의 궁전 사방으로 파고들어왔고, 눈 깜짝할 새에 우리 주변에 있던 방어 법진마저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사황」 ......!

「사황」 오악진형진을 파괴할 수 있다니......

보호해주던 법진이 사라지자, 악몽의 독은 금세 검은 구름이 되어 머리 위쪽부터 덮쳐왔다. 다시 태세를 정비하고 진을 치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

「지휘사」 종야오!!

그러나——

곧 떨어질 죽음의 그림자가 갑자기 멈췄다.

품 안에 있던 종야오가 남긴 호신 부적이 빛을 발하더니, 기이한 화면을 형성했다——

막을 수 없는 악몽의 독의 그림자가, 반딧불같은 미세한 빛에 의해 뒷걸음쳤다.

「종야오」 ............

잠깐 다들 멍하니 있는 사이에, 종야오의 모습이 번개처럼 빠르게 포위망을 빠져나가 별의 궁전에서 뛰어내렸다.

「종한구」 ...... 제가 쫓아가겠습니다, 너희들은 따라오지 마세요.

「지휘사」 뭐!? 지금의 종야오라면 너 혼자서는 안 돼!

「종한구」 안심하세요, 대역술법의 계약이 있는 한, 야오는 절 죽일 수 없으니까요......

「종한구」 반항기가 있는 동생은 제가 잡으러 가야죠.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야오를 반드시 만장정으로 데려올 거예요.

「지휘사」 잠깐, 종한구——

띠리리리. 전술 단말기가 울렸다.

아직 하지 못한 말들은 전술 단말기의 알람음에 의해 나오지 못했다.

「안화」 네가 계속 흑핵을 수집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만.

「지휘사」 지금 종야오에게 문제가 생겨서, 종한구 혼자 쫒고 있어......

이곳의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지만, 안화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안화」 그쪽 상황은 이해했다. 이렇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내가 예상했던 것과 똑같군——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으니, 그쪽에 집중해줬으면 한다.

「안화」 정보 시스템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유해 흔적을 발견했고, 이미 목표 위치를 해저 연구소로 설정해뒀어.

「안화」 정보에 문제가 없는 이상, 그곳에 있는 건 최초의 유해일 테고, 에너지 등급과 위험 정도는 사천왕을 훨씬 높을 거다.

「안화」 그러니 빨리 일반 시민들을 대피소로 대피시켜야 해. 지휘사 , 너는 일단 돌아올 필요는 없고, 계속해서 전력을 보강하고 흑핵을 처리하면서 다음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어.

마음속에는 여전히 불안한 그림자가 드러웠지만, 정중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사」 ...... 알았어, 사황이랑 함께 행동할게.

악몽의 독의 위협을 해결할 수 없었다. 안화의 지시에 따라, 오늘은 계속해서 흑핵을 수집하고, 환력치를 150까지 향상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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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종야오의 신기가 갑자기 폭주했다. 사황과 함께 만장정에 도착했지만 완전하지 않은 삼청조의 깃털로 종야오를 제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위기일발의 상황 때, 종야오가 내게 건네준 부적이 그의 마지막 의식을 일깨웠고, 그는 손을 거두고 별의 궁전을 떠났다.

2. 1일차 밤[편집]

날이 어두워졌다. 별의 궁전 입구에 서서 밖을 바라보니, 등불이 띄엄띄엄 켜져 있는 것이 보였다.

「사황」 아직 많이 남아있네......

사황과 함께 밤바람을 쐬면서, 먼 곳에 있는 등불을 바라봤다.

「사황」 내가 접경도시에 막 왔을 때 말했지, 여기서 많은 사람들의 거의 같은 시간대의 죽음을 봤다고.

「사황」 중앙청에 사람들을 최대한 대피시켜 달라고 부탁해놨어. 여기를 벗어난다고 해서 상황이 많이 나아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작별 인사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은 더 많이 생길 테니까.

「사황」 어떤 사람들은 믿지 않았고, 어떤 사람들은 가지 않으려 했어. 마지막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을 줄은 몰랐지.

「사황」 너까지 마지막을 함께 할 줄은...... 몰랐어.

「사황」 지금까지 너한테 무언가를 시키지 않고 각 사건들로부터 너를 제외했던 건, 네가 스스로 위험할 것을 알고 이곳을 떠나길 바라서였어.

「사황」 하지만 네가 라게츠처럼 그렇게 굳셀 줄은 몰랐지.

「지휘사」 칭찬으로 들리는데.

「사황」 ...... 아니, 이건 칭찬이 아니야...... 감사의 표현이지.

「사황」 최근 며칠도 네 덕이 컸어. 그렇지 않았다면 나 혼자서 할 수 없었을 거야. 흑핵 정화든 삼청조의 깃털을 찾는 일이든 모두 네가 나를 도와준 덕분이야.

「사황」 지휘사 , 부탁이 있어. 내일, 이 도시는 사상 최대의 재앙을 맞이할 거야...... 그 때가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거야. 그러니, 그 때 라게츠를 데리고 여기를 떠나줬으면 좋겠어.

「지휘사」 뭐!? ...... 가야한다면, 너도 같이 가야 돼——

「사황」 너희들은 떠나야 내가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을 수 있어. 이 모든 일이 끝나면, 반드시 너희들을 찾으러 갈게.

「라게츠」 사부님, 그건 실패하시면 우리를 찾으러 오지 못한다는 거잖아요!

「사황」 라게츠...... 분명 종한구를 찾으러 가라고 했는데......

「라게츠」 지휘사가 저를 부른거예요! 그런 일은 전서구를 쓰면 되잖아요! 사부님, 전 이제 강력한 술법을 사용할 수 있어요. 저, 정말로 사부님을 돕고 싶어요!

「사황」 ...... 정말로 나를 돕고 싶다면, 이것을 들고 지휘사 (과)와 함께 도시를 벗어나.

사황은 자신의 법장에서 삼청조의 깃털을 하나 떼어 라게츠에게 건넸다.

「라게츠」 하지 마세요, 온전한 삼청조의 깃털이 아니면 사부님을 어떻게 싸우실려고요!

「사황」 나도 방법이 있어.

「사황」 이 도시에는 재앙을 일으킬 수 있는 변수가 아주 많아. 이 며칠 동안, 나, 너, 그리고 지휘사 가 이미 많이 제거했지.

「사황」 이제 남은 건 지휘사 와 히로, 두 지휘사라는 변수 뿐이야.

「사황」 너와 지휘사 가 떠나야, 나 혼자서 히로라는 미지의 변수에 상대할 수 있어. 만약 그렇지 않으면, 두 변수가 합쳐져서 해결하기 더 어려워질 거야.

「라게츠」 정말...... 인가요?

「사황」 내가 언제 너를 속인 적이 있니?

「라게츠」 아...... 하, 하지만! 그저 변수 때문이라면, 지휘사 혼자 가도 되잖아요. 저는 안 갈래요!

「사황」 바보같은 아이...... 지휘사 (이)가 이 도시의 변수인 것 처럼, 너도 하나의 변수란다......

「사황」 너는 내 남해 일파의 계승 여부에 관계있는 변수야......

「사황」 난 이미 결정했어. 너희들도 바로 가서 준비하도록 하렴.

사황은 말을 끝낸 뒤, 몸을 돌려 별의 궁전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반박할 수도 없고, 말릴 수도 없고, 억지를 부릴 수도 없었다.

지금에서야 나 스스로가 그녀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죽을 날을 바꾸는 것은 하늘을 거스르는 행위나 다름없다. 그녀는 도대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기에, 이렇게 자신이 추구하는 길을 고집하는 걸까.

그녀의 모습도 너무 흐릿하고, 그녀의 생각도 너무 희미하다.

우리 사이의 거리도 너무 멀다......

쿵쿵──쿵쿵쿵──

「라게츠」 이 악덕 상인, 한 번도 말을 지키는 법이 없네. 종야오를 꼭 만장정으로 데려오겠다고 해놓고 말이야.

라게츠는 뾰로퉁한 채로 일을 내팽겨치고는 만장정의 계단에 앉아있었다.

「라게츠」 사부님이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할 때 사라지다니. 이 두 형제, 돌아오면 절대로 용서해주지 않을거야!

「라게츠」 만약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없다면, 정말로 사부님을 도울 방법이 없을 텐데......

라게츠의 어깨를 토닥였고, 그녀를 도와 만장정의 문을 계속 두들겼다.

똑똑──똑똑──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마치 만장정의 문을 두드리는 게 아니라, 이미 콘크리트로 틀어막힌 검은 상자를 두드리는 것 같았다.

「라게츠」 아—— 지휘사 , 들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작아지자, 다른 방향에서도 같은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라게츠」 뒤에서 누가 문을 두드리고 있어!

소리가 나는 위치로 돌아가 보니, 뒷문이 보였다. 굳게 잠긴 문 앞에는 만장정의 로봇 인형 남매가 지키고 있었다.

똑똑——똑똑——인형의 행동은 단조롭고 정확해서, 규칙적으로 기이한 리듬의 소리를 만들어냈다.

「라게츠」 이건 뭐 하는 거야? 너희 점장은?

「이스터」 점장? 누구?

「릴리스」 이해하지 못했어요.

「라게츠」 종한구라고, 너희들의 주인 말이야! 그 녀석이 밤에 만장정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단 말이야!

「이스터」 주인? 기억 탐색. 관련 단어 없음.

「릴리스」 검토 완료, 부유한 사장——

「릴리스」 저희는 주인이 없는 인형이에요. 우리를 거두고 싶나요.

인형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며, 여전히 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었다.

「라게츠」 저 남매들 기억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거 아니야?

「지휘사」 너희들 정말 종한구랑 종야오가 돌아온 거 못 봤어? 정말 그 형제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드디어 인형의 시선을 끌었다. 그들이 이곳으로 시선을 옮길 때, 드디어 조금 다른 표정을 지었다.

「이스터」 내장 메모리 검증. 신분 : 지휘사.

「릴리스」 숨겨진 명령이 적용, 백업된 메모리를 덮어씁니다.

「이스터」 그 그들은

「릴리스」 지금

「이스터&릴리스」 ............

「라게츠」 ...... 다, 다운된 거야?

「지휘사」 인형을 고칠 수 있는 곳을 알고 있어! 빨리 이 남매들을 데리고 가자——

......

만장정은 다시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마치 밤과 하나가 된 것처럼.

인형 남매를 수리점에 데려온 후, 종한구와 종야오의 실마리도 여기서 끊겼다.

전술 단말기에 있든 그들의 위치도 사라졌다. 마치 인간 세상에서 사라진 것처럼.

이렇게 안절부절 밤을 새우며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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