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물탱크실 주부 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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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엄마의 실종
3. 사건과 수사의 전개 과정
3.1. 당시 수집된 물증과 정황증거들
3.2. 무시된 증거 ①증거 ②
3.3. 무시된 증거 ③
3.4. 무시할 수 없는 증거 ⑤: 시신 발견
3.4.1. 경찰: 강씨의 시신은 이곳에 없었을 것이다
3.4.2. 전문가 의견
3.4.2.1. 시신은 처음부터 물탱크실에 있었다
3.4.2.2. 범행목적은 돈인가, 살인인가
3.5. 무시된 증거 ④: 남편이 범인이다
3.5.1. 일반 강도살인과는 다르다
3.5.2. 남편 송씨는 장애인이지만 확실히 범인이다?
3.5.3. 남편 송씨의 당시 알리바이
3.6. 재차 무시된 증거 ③, 증거 ④
4. 증거 해석 방향의 차이
5. 처음부터 잘못된 수사의 방향
5.1. 심증(心證)의 위험성
5.2. 결론
6. 남은 가족들의 망가진 삶
7. 관련 영상
8. 이후
9. 둘러보기


1. 개요[편집]


2002년 6월 28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현 서원구) 수곡동의 한 빌라의 옥상 물탱크실에서, 23일 전 실종된 43살 강정숙(이하 강씨)[1]의 시신이 발견된 미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의 어설픈 초동 수사로 인하여 사건 발생 이후 2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범인은 검거되지 않은 채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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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숙(《그것이 알고 싶다》 814화에서)

2. 엄마의 실종[편집]


6월 5일 오후 5시, 강씨의 아들, 당시 고등학교 1학년 송군은 하교 후 집에 왔다. 그런데 거실에 있던 소파는 제자리에서 한참 나와 있고, 식탁 의자는 넘어져 있었으며 전화선은 뽑혀 있었다. 특히 거실은 엉망이었는데, 빨래도 돌리지 않아 세탁기엔 빨랫감이 그대로 담겨져 있고, 부엌엔 저녁 준비를 하다 만 흔적[2]만 남아 있었다. 평소 꼼꼼한 강씨의 성격을 생각하면 있기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여동생 송양도 돌아와 엄마를 함께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3. 사건과 수사의 전개 과정[편집]


남매는 밤새 베란다에 나란히 앉아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렸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다음날인 6월 6일 실종신고가 접수되었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자택 내부는 수사하지도 않은 채, '접수해놓겠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이하 인용된 남편 송씨과 당시 담당 수사관 등의 증언은 2011년 8월 20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814화에서 인용된 것이다.


3.1. 당시 수집된 물증과 정황증거들[편집]


강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과 발견된 후의 증거들은 다음과 같다.

증거 ① 강씨는 2002년 6월 5일, 오후 3:30에서 오후 5:00 사이에 없어졌다.

증거 ② 당시 마루의 붙박이장 앞에 소파가 있었는데, 소파는 제자리에서 한참 나와 있고, 붙박이장이 열려 있었다. 식탁 의자는 넘어져 있었으며 전화선은 뽑혀 있었다. 세탁기엔 빨랫감이 그대로 담겨져 있고, 부엌엔 반찬거리가 다듬어져 있었다.

증거 ③ 2002년 6월 5일, 오후 5:22, 강씨의 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은행에서, 강씨의 카드로 누군가가 돈을 인출했다. 그리고 오후 5:33, 버스 터미널의 현금지급기에서 또 한 차례 돈을 인출했다. 2002년 6월 7일, 오전 11:20분, 그는 또 한 차례 돈을 인출하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1천만 원을 인출했다. 첫 번째 인출 시, 가족들도 처음 보는 남자의 모습이 은행 CCTV에 찍혔다.

증거 ④ 강씨가 없어진 그 시간 동안, 남편 송 씨는 현장에 없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었음이 증명되었다.

증거 ⑤ 2002년 6월 28일, 강씨의 집 위층 물탱크실에서 강씨의 부패한 시체가 발견되었다.

증거 ⑥ 시체와 함께 발견된 강씨의 소지품은, 현금 인출에 사용되었던 카드휴대전화를 제외하면 모두 그대로였다.

증거 ⑦ 실종 당일 집전화로 통장의 잔고를 여러 번 확인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실종된 지 이틀 간, 강씨의 휴대폰이 청주시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것이 실시간 기지국 추적으로 확인되었다.

증거 ⑧ 집 현관은 억지로 열려고 한 흔적이 없다.

증거 ⑨ 사건 당일, 강씨의 집과 같은 건물에 사는 세입자들 중 요란한 소리나 싸우는 소리, 비명 등의 소음을 들은 사람은 없다.


3.2. 무시된 증거 ①증거 ②[편집]


사건 당일, 강씨의 아들이 집에 왔을 때 본 집안의 모습은 이러했다.

거실에 있던 소파는 제자리에서 한참 나와 있고, 식탁 의자는 넘어져 있었으며 전화선은 뽑혀 있었다. 특히 거실은 엉망이었는데, 빨래도 돌리지 않아 세탁기엔 빨랫감이 그대로 담겨져 있고, 부엌엔 반찬거리가 다듬어져 있었다. 저녁상을 차리던 도중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2002년 6월 5일, 바로 경찰로 간 가족들의 신고에, 경찰은 접수해놓겠다고만 하고 집 내부를 수색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후 사건을 예감한 가족들이 재차 신고하여 실종이라며 수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강씨의 실종을 ‘단순가출’로 치부했다. 당시 사건 현장에 남아있었을 수도 있는 증거는 이때 모두 없어져버린 것이다.

3.3. 무시된 증거 ③[편집]


강씨의 남편 송씨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1991년 6월 25일에 교통사고가 났거든요. 그래서 병원에서 만 5년을 있었어요. 4년 몇 개월을. 약 5년 있었는데, 그 동안에 한 번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나중에는 심지어 집 팔고 우리 집 가까이 와 가지고, 병원 근처 와서 방 하나 얻으면서 낮에는 제 곁을 지키고…


아내 강씨는 남편과 아이들을 헌신적인 사랑으로 보살폈고, 남편은 아내에게, 아이들은 엄마에게 항상 고마워하며 끔찍이도 위하고 있었다. 이는 뒤에 좀 더 자세히 서술되어있지만, 주변사람들과 친지들을 통해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게다가 그의 아내 강씨는 단 한 번도 연락 없이 집을 비운 적이 없던 사람이었기에, 가족들은 강씨가 실종된 직후부터 범죄를 예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혹시나 했던 것인지 통장 내역을 확인해본 결과 범죄라고 생각되는 점이 또 발견되었다. 남편의 말에 따르면,

통장이, 카드가 우리 가족통장으로, 내 이름으로 돼 있어요. 다. 그거를 은행에 조회를 해봤더니, 통장에서 카드로 1천만 원 빼간 게 있더라고. 우리 집사람은 1백 원짜리 하나도 진짜 벌벌벌 떨고 써요. 그리고 더군다나 이 돈은 내 남편 몸하고 바꾼 돈인데, 이 돈을 어떻게 쓰느냐, 우리는 돈 없으면 죽는다. 그런 생각을 항상 하고, 나한테 얘길했기 때문에, 1천만 원이라는 돈을 갑자기 찾아갈 리가 없어요.


강씨의 실종 그날, 바로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이 확인되자 남편은 즉시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그러나 경찰은 바람 나서 도망갔을 것이라는 막말을 하며 신고를 묵살해버렸다. 며칠 있으면 들어올 테니 신경 쓰지 말라면서. 결국 남편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자택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현금이 인출된 가경동의 한 은행에 직접 찾아가서 6월 5일 오후 5시 22분부터 한 번에 70만원씩, 수차례에 걸쳐 현금 1천여만 원이 인출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씨가 사라진 그날 오후 5시 22분부터 6월 7일 오후 12시까지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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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의 카드로 돈이 인출된 기록

가족은 직접 은행을 찾아가 관계자에게 사정한 끝에 CCTV를 보게 됐는데, 20~30대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강씨의 카드로 마구잡이로 돈을 인출하고 있었다.[3]

이제야말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거라는 희망으로 남편은 이 사실을 경찰에게 알렸으나, 경찰은 여전히 수사를 시작하기는커녕 '이 남자하고 놀러가려고 돈 찾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우겼다. 남편이 아내는 40대 중반이고 사진 속 남자는 기껏 해봐야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인데 무슨 가느냐고 항의했지만, 누구 시켜서 심부름 시킬 수도 있지 않느냐며 계속해서 억지를 썼다.

대체 경찰은 무슨 근거가 있어서 강씨가 가출했으리라고 그렇게 확신했을까?

그때 이 사건이 벌어지기 이전에 무슨 일이 많았느냐면, 바람난 아줌마들이 내연남하고 가출을 한 거예요. 그런 일이 많았어. 하필이면 이때. 내가 옆에서 이렇게 볼 때, 에이, 또 바람나서 나갔는데. 며칠 있으면 돌아오지, 뭐. (웃으며) 그렇게 나도 그냥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근데 다른 형사도 그렇게 알았던 거야. 그게… - 당시 사건 담당 형사의 증언


그러니까 합리적인 근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그냥 편견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자신이 틀렸(을 수 있)다는 물증 앞에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확증편향인지부조화로 인해 계속 말을 바꾸며 끝까지 우겨댔던 것이다.

결국 CCTV에 찍힌 남자의 얼굴로 전단지를 만들어, 시내 곳곳에 붙이고 다니며 애써야 했던 건 당시 실종된 강씨의 가족들이었다. 경찰은 전혀 움직이려 하지 않았고, 그 결과 범인이거나 최소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그 남자에게 도주할 시간을 주게 되었으며,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날려버린 것이다.

3.4. 무시할 수 없는 증거 ⑤: 시신 발견[편집]


경찰은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가족들은 불안해하면서도 전단지를 붙이며 강씨와 CCTV 속 그 남자를 찾으려 애쓰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다.[4]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집에서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집에서 무언가 썩는 듯한 악취가 진동하고, 집 앞 복도에 구더기가 끓기 시작한 것이었다. 강씨의 실종 23일이 지난 6월 28일, 송군은 악취의 근원을 찾다가 옥상의 물탱크실 앞에까지 왔다. 문 앞에 구더기가 들끓으므로 물탱크실 안이 근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상하게 여겨 조심스레 올라가 본 송 군이 물탱크실 안에서 본 것은, 심하게 부패된 어머니 강씨의 시신이었다.

그때 내가 사거리 신호 받고 있었어요. 근데 우리 아들한테 전화가 왔는데, 막 울면서 소리지르는 거예요. 엄마 발견… 사체 발견됐다고, 자기가 발견했다고… - 강씨의 남편 송씨


사건은 집안 어디에선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시신이 발견된 이후에서야 비로소 수사에 착수한 경찰의 의견은 이와 좀 달랐다.

3.4.1. 경찰: 강씨의 시신은 이곳에 없었을 것이다[편집]


당시 수사반의 전체 의견은 아니었을지는 몰라도, 경찰의 일각에서 나온 추리는 이러했다.

2002년 6월 5일, 강씨의 실종이 최초 신고되었을 때, 경찰은 이를 단순가출로 단정 지었다. 그리고 증거 ③, ⑦, ⑧, ⑨는 그런 심증을 가지고 있던 그들에게는 그 심증이 올바르다는 근거로 해석되었는데, 이 바탕에는 남편 송씨가 범인이라는 그들의 심증이 결정적이었다. 이는 강씨의 시신이 발견된 이후에도 해석의 세부사항만 바뀌었을 뿐, 남편 송씨가 범인이라는 경찰의 확신은 흔들리지 않았다.

증거 ③ - 경찰은 시신 발견 전에는 강씨의 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남자를 강씨의 내연남이거나, 강씨 혹은 그 내연남이 심부름을 시킨 사람으로 해석하였다. 시신 발견 후에는, 남편 송씨가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공범 등으로 하여금 돈을 인출하게 했다고 해석했다.

증거 ⑦ - 시신 발견 전에는, 경찰은 강씨의 휴대폰이 켜진 채로 청주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을 강씨의 가출 근거로 판단하였다. 시신 발견 후에는, 남편 송씨가 공범 등을 시켜서 아내가 살아있다고 위장하려는 행위로 보았다.

증거 ⑧ - 강씨의 집 현관에는 억지로 열려고 한 흔적이 없다는 것을 경찰은 남편 송씨나 강씨가 문을 열어줄 정도로 면식이 있는 사람이 범인이라는 증거로 보았다.

증거 ⑨ - 사건 당일, 경찰은 소음을 들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면식범이거나, 남편 송씨가 범인이라는 증거로 해석했다.

그리고 당시 사건 담당 수사관들 중 일부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고 한다.

강씨는 남편 송씨, 혹은 송씨의 공범이 밖으로 데리고 나가 살해한 후, 수사망을 속이기 위해 다시 물탱크실에 시신을 갖다놓았을 것이다. 송씨는 아들과 딸 등의 시선을 가리거나 다른 데로 돌릴 수 있었을 것이므로, 직접 혹은 공범으로 하여금 이들에게 들키지 않고 강씨의 시신을 옮겨 놓을 수 있었다. 그래서 시신이 뒤늦게 발견된 것이다. 남편 송씨가 범인임이 확실하다.


3.4.2. 전문가 의견[편집]


당시 모친의 참혹한 시신을 보고 송군은 큰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말 없이 오열했다고 한다. 이 일이 큰 트라우마가 되어 몇 달 동안 실어증을 앓았고 사건에 대한 일부 기억마저 잃어버렸다.《그것이 알고 싶다》 814화 제작 당시, 취재진은 전문가의 협조를 얻어 송 군을 대상으로 실종된 당일부터 시신을 발견한 순간까지의 최면 수사가 진행되었다.

최면을 통한 송군의 기억역행은 실종 당일날까지는 잘 되었지만 당일 모친이 실종된 시간부터 송군이 심각하게 고통을 호소해서 중단되었다. 당시 전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의 박주호 경장의 말에 따르면, 학교에서 하교하는 그 순간으로 유도를 하자 당시 심한 충격을 받았던 송군의 정신적 방어기제가 그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송군에게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하고, 이후 재시도로 일부나마 몇 가지 밝혀내었다.

3.4.2.1. 시신은 처음부터 물탱크실에 있었다[편집]

최면수사를 통해 밝혀진 송 군의 기억 일부에 따르면,

1) 당시 강씨의 시신은 반바지에 티에 앞치마를 한 상태였다.
2) 머리가 산발이 됐고, 형태를 알아볼 수가 없이 많이 부패했다.

앞치마까지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강씨는 당시 저녁식사를 준비하던 도중에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시체가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다면, 왜 강씨의 시신은 실종된 지 23일이 지나서야 발견됐을까? 실제 송군은, 강씨가 실종된 2002년 6월 5일과 그 이후에도 집 주변을 샅샅이 뒤지면서 옥상 물탱크실도 확인했다. 그리고 혹시나 하여 물탱크와 옆의 벽 사이로 손도 넣어보았으나 아무 것도 찾지 못했었다.

당시 경찰 일각에서 나온 추리대로 (남편 송씨의 공범, 또는 강씨의 내연남일 수도 있는) 범인이 밖에서 강씨를 살해한 후 몰래 시신을 이곳에 옮겨놓았고, 그래서 처음에는 없었다가 뒤늦게 발견되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당시 송씨와 아들, 딸은 강씨의 일로 신경이 온통 곤두서 있었는데, 범인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강씨의 시신을 그리로 옮겨놓을 이유가 있었을까? 남편 송씨를 용의자로 보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완전히 방향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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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재현한 물탱크실의 모습

《그것이 알고 싶다》제작진은 사건현장 사진을 바탕으로 물탱크실을 재현하고, 강씨와 체격조건이 거의 유사한 여성의 협조를 얻어 실험해보았다. 당시 강씨의 시체가 발견됐을 때의 모습과 뒤의 벽에 남은 강씨의 머리카락과 시신 부패액의 흔적 등을 보면, 처음 강씨의 시신은 물탱크 뒤의 벽과 물탱크 사이에 반쯤 서있는 듯한 자세로, 마치 끼워 넣어진 듯 있었다고 보인다. 이를 재현해보니, 물탱크실 문을 열어서 안을 이리저리 들여다봐도 안에 뭔가 있는 줄 알 수 없었다. 사건 당일 송 군이 시신을 발견하지 못함도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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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재현해본 당시의 현장

사건현장의 사진에 남은 물탱크 뒷벽 머리카락과 부패액의 흔적을 보면, 시신이 뒷벽과 물탱크 사이에 끼어있다가 부패하자 부패액이 윤활액처럼 작용하여 미끄러져 상대적으로 공간이 더 넓은 옆으로 쓰러진 듯하다. 부패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는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데, 이것이 송군이 맡은 악취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부패하여 악취가 번지고 엄청난 구더기가 끓자, 송군이 이상하게 여기고 올라가서 물탱크실 문을 열었을 때야, 옆으로 쓰러진 강씨의 시체를 비로소 발견할 수 있었던 것.

시체는 처음부터 물탱크실에 있었을 것이다. 시신 발견 당시, 물탱크 아래에서 강씨의 소지품이 카드를 제외하고는 그대로 다 있었고(증거 ⑥), 강씨의 카드로 현금이 처음 인출된 시각이 실종 직후인 2002년 6월 5일 오후 5시 22분이었음이 이를 뒷받침한다. (증거 ③) 현금인출은 그 후로도 여러 번 있었지만, 경찰이 무시하고 넘어간 것은 단순가출이라는 심증을 확신하고 단정한 탓이었다.

경찰은 잘못된 심증을 확신하고, 연이어 어이없이 대응하였다. 당시 사건 담당 형사의 말에 따르면, 없어진 강씨의 휴대전화를 실시간 기지국 추적을 해봤는데, 전원이 켜진 채 며칠 동안 청주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이 확인됐다고 한다.(증거 ⑦) 그러나 경찰은 강씨가 내연남과 바람났거나 하여 가출했다고 확신했기에, 강씨가 아직 청주 시내를 떠나지 않은 듯하니 곧 돌아올 거라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휴대전화가 꺼진 후로 모든 단서는 끊겼다. 휴대전화를 추적해서 범인을 찾을 수 있었을 기회도 경찰이 날려버린 것.

3.4.2.2. 범행목적은 돈인가, 살인인가[편집]

부녀자가 혼자 있는 집에 누군가 침입해서 살인하고 돈을 빼앗아 달아났다. 단순하다면 단순한 사건이지만, 일반적인 강도살인과는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시신이 발견된 장소이다. 대개 돈을 빼앗기 위한 강도살인 현장에서는 시신이 대부분 사건현장에서 발견된다. 목적한 돈을 손에 넣으면 한시바삐 그 현장을 벗어나고자 하는 게 범죄자의 심리이다. 반면, 강간을 목적으로 한 살인이거나 원한 등으로 살인 자체가 목적이라면, 범인은 자기 흔적인 시신을 감추는 데에 필사적이 될 수밖에 없다.[5]

그런데 이 사건은 그 어느 쪽도 아니다. 돈을 노리고 들어온 듯한 범인이 시신을 감춰버렸다. 그런데 감춘 장소는 물탱크실. 시신이 발견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곳이다. 즉 치밀하게 살인흔적을 감추려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잠시 동안이나마 시간을 벌어야만 했던 사람이 범인이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유족들 말에 의하면, 물탱크실 문을 열어볼 사람들은 가족밖에 없지만, 물탱크실이 거기 있는 줄은 세입자들은 대부분 알 것이라고 한다. 당시 경찰은 옥상으로 난 계단 옆에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물탱크실이 있음을 아는 사람들을 일단 용의선상에 올렸다고 한다. 세입자들 모두 경찰조사를 받았고, 수배 중에 있는 사람들 두세 명이 걸렸다고 한다. 그중 CCTV에 찍힌 모습과 비슷한 사람이 있었지만, 알리바이가 증명되어 혐의를 벗었다.

표창원 前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에 의하면,

이 사건의 핵심은 돈으로 보이고요. 돈을 노린 누군가가 피해자 집에 침입을 해서, 혹은 들어와서 피해자와 조우하고, 그리고 피해자로부터 카드와 카드 비밀번호를 습득한 뒤에, 고의였건 고의가 아니었건 피해자가 사망하게 되고, 범인은 상당히 당황한 상태에서, 어쨌든 어느 시간 동안, 일정 시간 동안, 시신이 발견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그런 어떤 절박감을 느꼈을 테고요. 그런 상황에서 집 내부, 방 내부에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시도해봤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마 방 안팎의 위치를 살펴보다가 발견한 것이, 아마 옥상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물탱크 저장고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보입니다.


이런 추론은 상기(上記)한 증거 ②의 원인을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송군과 가족들의 말에 의하면, 그 붙박이장은 일종의 창고로, 집에서 안 쓰는 물건들을 넣어두는 곳이었다. 그 문을 열려면 앞에 놓인 소파를 끄집어내야 한다. 그렇다면 범인은 처음엔 그곳에 시신을 유기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에 가득 찬 물건들 때문에 포기하고 집 주변을 뒤지다가 발견한 곳이 바로 옥상 물탱크실이였을 것이다.

이렇듯 시신이 23일이 지난 후에야 발견되고 범인도 끝내 잡히지 않았던 것은 범인이 치밀하게 계획해서가 아니다. 잘 안 쓰는 물탱크실이라는 특징과 경찰의 졸속수사가 겹쳐진 탓이었다. 이는 범인에게는 행운이었고, 유족들에게는 비극이었다.

사실 이 어느 쪽인지 애매한 범행 패턴 때문에 수사가 혼선을 빚었다. 일반적인 강도살인에서는, 대표적인 강도 살인마 정두영이 그러했듯, 그냥 죽이고 가능한 빨리 사건현장을 탈출한다. 왜냐하면 대낮에 집 밖에 시체를 들고 나온다는 것 자체가 정말 위험하기 때문이다. 만약 강도가 목적이고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면, 당황해서 도망치기가 일반적이지, 시체를 빌라 옥상 물탱크실까지 끌고 가서 몰래 숨겨야겠다는 발상을 하는 강도는 거의 없다. 대낮에 빌라라면 잡상인이나 배달 등 여러 사유로 들락날락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낯선 남의 집에서 시신을 밖으로 끌고 나와 무거운 시신을 끌고 힘겹게 계단을 올라 옥상까지 가서 숨겨 놓는다? 옥상 물탱크실 구조나 빌라의 구조를 잘 모르는 강도가 이런 위험천만한 행각을 벌이는 사례는 거의 없다. 게다가 어차피 물탱크실 숨겨봐야 완전범죄도 아니고 단지 발견될 시간만 좀 늦출 뿐인지라, 그만한 위험을 감수하고 대낮에 시체를 빌라 옥상까지 끌고 가서 숨겨놓는다는 발상 자체가 특이한, 혹은 해괴한 사례이다. 그래서 경찰은 남편을 용의자로 의심했고, 여기서 심하게 꼬여버렸다. 경찰들은 많은 강도 사건을 다루느라 나름 강도들의 패턴을 알고 짬밥도 있는데, 일반적인 사례와 심하게 어긋나다 보니, 강도가 아니라 빌라 내부 구조를 잘 아는 자의 소행으로 짚어 첫 단추를 잘못 잠근 것이다.

그렇다고 남편이 죽여서 물탱크실에 숨겨놨다는 것도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정말 원한 등으로 인한 계획살인이라면 계속 '실종'으로 보이도록(이 사건의 경우 아예 단순 가출로 볼 정도였다.) 시체를 더 발견되기 힘든 방법으로 유기하지, 발견되는 거 시간문제인 옥상 물탱크실에 버려두듯 방치한다는 발상은 분명 상식적이지 않다. 물탱크실 유기는 잠시 시간을 벌자는 의도이므로 단순 강도일 가능성이 높다.

3.5. 무시된 증거 ④: 남편이 범인이다 [편집]


그러나 사건 수사 당시 경찰은 남편 송씨가 범인이라는 심증을 확신하였다. 그렇기에 이 모든 증거들을 남편이 범인이라는 근거로 해석했다.

3.5.1. 일반 강도살인과는 다르다[편집]


당시 사건 담당형사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이제까지 계속 강도사건도 보고, 살인사건도 많이 잡고 그렇게 해왔지만, 돈을 빼앗을 거 같으면 꽁꽁 묶어놓고 돈만 빼앗아 가지, 죽이기까지 안 해요 강도범들은. 내 감각이니까.


수사관들의 감과 경험에 따른 추리로는, 이 사건은 돈을 노린 단순강도가 아니었다. 그런 추리에 바탕을 두고 지목한 용의자는 피해자의 남편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댄 판단근거라고는 고작 '경찰서에 계속 들락날락했다.'는 것과 '우리 눈에는' 그렇다는 것뿐이었다. 기자가 억울하니까 그런 거 아니냐고 반론하자, 형사는 오히려 계속 실실 웃어대며 '진짜 억울한 사람은 거기 오지 않는다.'면서 사실상 아무 근거 없이 자신의 편견만으로 단정짓는 태도를 보여주며, 피해자의 유족을 비웃기까지 했다. 과연 형사가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된다.

3.5.2. 남편 송씨는 장애인이지만 확실히 범인이다?[편집]


그러나 송씨는, 왼팔이 없고 다리에도 운동장애가 있는 중증 지체장애인으로서, 혼자 힘으로는 거동도 힘든 상태라 범인으로 의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당시 시신으로 발견된 강씨의 체중은 54 kg이었다. 그리고 남편은 전술했듯 한쪽 다리가 불편하여 걷기도 쉽지 않고, 한 팔도 잘려나가 1급 지체장애 판정을 받은 사람이다. 혼자 거동하기도 쉽지 않은 사람이, 장애가 있는 다리와 한 팔로, 누구에게도 들키거나 소리 등을 남기지 않고 54 kg짜리 시신을 끌고, 계단 14칸을 올라가서 시신을 물탱크실로 옮겨놓았다? 과연 쉬운 일이였을까?

물론 송씨가 1급 지체장애라 해도 아예 불가능하다고는 할 수 없다.(공범과 같이 옮기는 것도 가능하니) 그리고 경찰이 제시한, 송씨가 용의자인 이유는 이러했다.

1) 해당 사건이 일어난 건물은 복도식 원룸 구조라서 방음이 잘 되지 않는다.
2) 탐문조사 결과, 사건 당일, 시끄러운 소리나 여자 비명소리 등 소음을 들은 세입자가 없다.
3) 현관을 억지로 연 흔적 또한 없었던 것으로 보아, 그날 그 집을 찾아온 사람은 피해자 강씨가 경계하지 않고 문을 열어줄 정도로 아는 사이이거나, 그 집 열쇠를 가진 누군가였을 것이다.
4) 시체가 발견된 물탱크실 위치를 잘 알법한 사람일 것이다.
5) 여기에 범행동기를 더해본다면, 남편 송씨가 용의자로 좁혀진다.

또한 경찰은 사건 즈음 채팅 등 인터넷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하던 아내 강씨와 남편 송씨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변 가족들과 친지들은 가족들 간의 사이는 무척 돈독했고, 별 문제가 없었다고 증언한다. 강씨가 활동하던 인터넷 동호회의 회원의 증언도 경찰의 주장과 달랐다.

강씨가 활동하던 인터넷 동호회는 청주지역 돼지띠 모임이었다. 가족의 생계를 떠맡았기에 외출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강씨에게는 인터넷 동갑모임에서 만난 친구들과 채팅으로 수다를 떨기가 유일한 낙이었다는 것. 강씨가 실종된 당일에도 강씨와 수다를 떨던 인터넷 모임의 친구가 있었다. 대화 도중, 강씨가 아들의 도시락을 준비해야 해서 채팅방을 나가야 한다고 한 것이 살아있는 강씨와의 마지막 대화였다.

3.5.3. 남편 송씨의 당시 알리바이[편집]


그렇다면 강씨가 마지막 채팅을 마친 그 시각과, 아들 송군이 귀가하여 강씨가 없음을 확인하는 사이 언젠가가 범행시각이었음이 분명하다. 사건 당일, 강씨가 채팅에서 자주 이야기하던 친구들과 마지막까지 채팅을 했던 시각이 오후 3시 30분, 그리고 당시 아들 송 군이 그날 7교시까지 수업을 듣고 집에 온 시각이 오후 4~5시 사이. 다시 말해, 강씨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다면, 오후 3시 30분에서 4~5시 사이, 최대 1시간 30분 사이에 일어났다는 뜻이다.

그 시간 동안 남편의 알리바이가 입증되지 않으면, 경찰의 추리는 별 다른 허점이 없다. 그러나 송씨의 말을 인용하면,

정수기 판매하고 여자 속옷, 기능성 속옷하고 화장품 같은 걸 판매를 했었는데, 그 당시에 그 사람들, 같이 다니는 사업자들하고 같이 일행하고 다닌 거, 그런 걸 다 말씀을 드렸어요.


확인 결과, 남편의 말은 사실로 증명되어 그의 알리바이는 확실해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경찰은 남편에 대한 의심을 풀지 않았는데, 물증은 없지만 심증(心證)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3.6. 재차 무시된 증거 ③, 증거 ④[편집]


이후 경찰은 남편 송씨에만 수사력을 집중했고, 가족들은 경찰의 근거없는 표적수사로 인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시선으로 큰 피해를 입으며, 몇 차례나 이사를 다녀야만 했다. 시간은 흐르고, 사건을 담당하던 수사관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거나 은퇴하여 경찰의 의심은 거둬진 셈이 되었지만, 동시에 수사도 중지되다시피 했다. 2011년,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 즈음, 이에 답답해진 가족들이 수차례 경찰을 찾아가서, 2002년 사건 당시 가족들이 찾아서 경찰에 제출했던 그 CCTV 자료를 활용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2011년 당시, 청주 흥덕경찰서 형사과장의 답변은 "그런 게 있는지는 모르겠다."였다.

가족들이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진과 함께 재차 요구하자, 경찰은 9년 전, 가족들이 찾아서 경찰에 넘긴 증거인 2002년 6월 5일, 강씨의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는 사람의 모습이 찍힌 은행 CCTV자료를 경찰 자료실에서 꺼내주었다. CCTV에 찍힌 모습은 누가 봐도 강씨의 남편 송씨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자신들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거의 발악을 했다. 끝끝내 남편에 대한 의심을 철회하지 않은 것이다.

4. 증거 해석 방향의 차이[편집]


확실한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심증에 확신을 품고 수사하면, 여러 정황증거들이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되어 추가증거나 진범을 놓치는 등 사건을 미궁에 빠뜨리게 될 위험이 크다.

이 사건에서 수집된 물증과 정황증거들이, 심증이나 보는 시각 등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 정리해보면,

증거해석과 수사방향의 차이
당시 사건 담당 경찰
수사원칙, 혹은 다른 전문가들의 반론
증거 ① 강씨가 없어졌다
시신 발견 전: 요즘 아줌마들이 내연남과 가출하는 일이 잦다. 이건 그냥 단순 가출이니 수사할 필요 없다.
실종 등 범죄와 관련된 사건일 수도 있으니, 한 번 수사해본다.
증거 ② 거실이 엉망진창이다
시신 발견 전: 단순 가출이니 이런 걸 굳이 조사할 필요는 없다.(그리고 실제로도 조사하지 않았다.)
시신 발견 후: 남편 송씨가 강도로 위장하려고 공범 등을 시켜 꾸민 일이다.
강도이거나 납치범일 수도 있으니, 일단 현장을 조사하여 가능한 모든 증거를 수집해두어야만 한다.
증거 ③ 강씨의 카드로 돈이 인출됐고 인출하는 사람도 찍혔다
시신 발견 전: 강씨가 내연남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심부름을 시켜 돈을 인출했을 것이다.
시신 발견 후: 남편 송씨가 범행은폐를 위해 공범에게 시킨 것이다.
강씨의 카드가 분명하므로, 이 남자는 분명히 의심스럽다. 일단 추적하여 긴급체포 후 조사하고, 증거가 없으면 사과하고 석방하면 된다.
증거 ④ 송씨의 알리바이는 확실하다
진범인 송씨 자신은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며 알리바이를 만들고, 범행과 현금인출은 공범에게 시켜서 자신은 용의선상에서 벗어나려 했다.
송씨의 알리바이가 확인되었으니, 일단 그 남자를 추적하여 체포하는 데에 주력한다.
증거 ⑤ 물탱크실에서 시신 발견
물탱크실의 위치를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남편 송씨가 유력하다.
시신을 숨기려다가 우연히 물탱크실의 위치를 알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발적인 범행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증거를 더 확보한다.
증거 ⑥ 카드, 휴대전화 외는 그대로였다
송씨가 강도로 위장하기 위해 공범 등을 시켜 빼간 것이다. 돈을 노린 단순 강도라면,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지는 않는다.
단순강도가 강도살인으로 변하는 일이 없지는 않다.
증거 ⑦ 전화통화와 휴대전화 위치
시신 발견 전: 강씨가 가출했다는 증거이다.
시신 발견 후: 남편 송씨가, 자신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인데 왜 굳이 전화로 확인하겠느냐는 논리로,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공범 등을 시켜 확인전화를 하게 했을 것이고, 자신이 범인임을 숨기기 위해 공범으로 하여금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게 했을 것이다.
송씨가 범인일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나, 전화로 통장내역 등을 확인한 사람. 그리고 강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확보하면, 모든 의문이 해결될 가능성이 높으니, 이 사람을 최우선적으로 추적하여 확보한다.
증거 ⑧ 문이 억지로 열린 흔적이 없다
집 열쇠를 가지고 있거나, 강씨가 경계하지 않고 문을 열어줄 사람일 것이다. 남편 송씨가 유력하다.
면식범이거나 남편 송씨일 가능성도 있지만, 이 시각 송씨의 알리바이는 확실하다. 다른 용의자 수사에 집중한다.
증거 ⑨ 사건 당일 소음을 들은 사람이 없다
면식범이거나 강씨가 전혀 경계를 하지 않을 사람이 기습했다는 증거이다. 남편 송씨가 유력하다.
남편 송씨의 알리바이는 확실하고, 지체장애라서 강씨를 순식간에 소리 없이 제압했을 가능성도 희박하므로, 용의자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 칼을 들거나 협박을 했다면 피해자가 아무 소리도 못 냈을 수도 있다.

5. 처음부터 잘못된 수사의 방향[편집]


같은 물증과 정황증거가 보는 시각에 따라 완전히 방향이 달라진다. 특히 증거 ③에 대한 해석 차이는 크다.

5.1. 심증(心證)의 위험성[편집]


파일:external/image.fmkorea.com/8a94f3ba9e9c17c6cd37e56d20cdfaf6.jpg
2002년 6월 5일 오후 5시 22분, 강씨의 카드로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한 남자의 모습

이때 찍힌 남성은 분명 남편 송씨의 모습이 아니다. 그런데《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진이 어렵게 만났다는 당시 사건 담당 수사관의 말에 의하면,

(CCTV에 찍힌) 돈 인출하는 애 행동거지가, 어딘가 종속되어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고 돈을 찾는다 하더라도, 그게 만약에 예를 들어서 강도범이라면, 그날 바로 당일에 가서 그렇게 죽여 놓은 상황에서 당일에 가서 바로 안 찾거든.


이 모든 것이 (남편 송씨가) 강도로 위장하기 위한 치밀한 연극일지도 모른다는 게 경찰의 얘기였다. 그런데 강씨가 사라진 그 시각, 강씨네 집 전화 통화기록에서, 카드회사 콜센터로 누군가가 전화를 했던 기록이 발견되었는데, 강씨의 신용카드와 마이너스 통장까지 모조리 조회하였다. (증거 ⑦)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인 이수정 교수의 말에 따르면,

남편이 진범이라면 그 은행의 잔고는 뭐 하러 전화를 해서 알아봤으며, 지금 신용대출을 한 흔적들 이런 거는 가족들의 어떤 갈등으로, 오랜 기간 동안 앙심을 품고 있던 자가 계획적으로 벌인 범죄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남편이 누군가를 시켜 아내를 살해하고, 강도로 위장하기 위해 전화로 계좌조회를 하고, 일부러 그 누군가로 하여금 CCTV에 얼굴을 노출하게 했다고 주장한다. 사실이라면, 이는 추리소설의 트릭을 연상케 하는 주도면밀함이다.

일견 아주 그럴듯한 추리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는 것이, 前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였던 표창원의 의견이다.

피해자 시신이 위치한 장소와 살해된 방법 등을 본다면, 처음부터 목적이 살인이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 않느냐. 그리고 피해자 시신을 적극적으로 끝까지 유기한 것도 아니고, 아예 보란 듯이, 전시하듯이 방치한 것도 아니고, 자기와 가까운 곳에 (시신을) 두고자 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범인은 거의 없습니다. 추리소설 내에서라면 모르지만요.


경찰의 추리, 즉 범인인 남편 송씨가 애초부터 아내 강씨를 살해할 의도를 갖고 이 모든 것을 계획했다는 것과는 대치된다. 애초부터 살인이 목적이었다면, 더 치밀하고 발견되기 어려운 방식으로 유기하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각되고 가장 먼저 송씨 자신이 의심을 받게 될 물탱크실에 시신을 숨길 리가 없다는 것이다. 섣부른 심증으로 수사방향이 잘못된 건 아닐까. 표창원의 의견을 좀 더 인용해보자.

상당히 명확한 흔적과 증거들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마치 조작된 것인 거 같은, 대단히 복잡한 것인 것처럼 여겨지는 그런 오류가 발생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수사의 방향이 잘못 책정이 되게 되면, 초기에 할 수 있는 조치들은 못하게 되고. 그로 인해서 상당히 심각한, 수사에 난항이 초래되는 그런 경우들이 있거든요.


5.2. 결론[편집]


사건이 발생한 당시에는,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이 진행 중이라 국민들의 관심은 오로지 월드컵뿐이었다.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저녁 9시 뉴스의 메인에 나와야 할 정도의 사건이었고 그렇게 공론화되길 원했지만, 월드컵 열풍이 휩쓰는 와중에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사건은 흐지부지되었다.[6] 또한 경찰은 자신들의 경험과 감만 믿고 초기에는 단순가출이라며 수사를 하려 하지 않았고, 시신이 발견된 후에는 진짜 중요한 CCTV 속 인물은 제쳐놓고 남편 송씨가 범인이라며 엉뚱한 방향으로만 수사를 진행함으로서 범인이 시간을 벌고 도주할 수 있게 도와주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수사는 종료되었다. 애초에 진전도 없이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한 셈이니 해결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이 사건은 여러가지로 허술한 점이 많다. 당장에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강씨의 휴대전화를 끄지도 않고 돌아다녔다. 이 사람만 추적했어도 모든 의문이 풀렸을지도 모른다. 경찰의 추측이 전부 사실이더라도 이 사람을 추적하지 않은 것 자체가 빼도박도 못할 실책이다. 하다못해 경찰의 추측대로 공범일 수도 있지 않은가? 단순 가출이었더라도 추적하여 강씨의 신변을 확보했어야 했다. 그게 수사기관의 의무다.

《그것이 알고 싶다》 814화의 말미에서 김상중은 당시 경찰의 태도를 이렇게 요약했다.

피해자 강씨가 실종됐을 때, 경찰은 단순가출로 판단하고 수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의 거듭되는 수사요청에 경찰은, 오히려 피해자 강씨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 거라며, 가족들에게 상처만 주었습니다. 가족들이 CCTV에 찍힌 용의자의 모습을 직접 찾아서 경찰에게 주었는데도, 경찰은 그 용의자 대신에 아버지의 혐의만을 쫓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진짜 범인은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홀연히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한마디로 수사기관이 의무를 다하지 않은 허술한 수사로 인해 진범을 멍청하게 보내주고 미제사건으로 만들어버린 경찰 이름에 먹칠을 한 최악의 수사인 동시에 경찰 수사 역사상 최대의 수치이자 흑역사였다. 또한 경찰은 자기들이 초동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걸 덮는데 급급했으며, 이 사실들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자 경찰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엄청난 비난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유족들한테 끝내 위로금이나 사과는 커녕 자기들이 잘못했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이에 대해 언급을 꺼리거나 변명하기에 바빴다.[7] 이 사건을 다룬 방송에서 나온 형사들과 범죄 전문가들도 기가막히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을 정도였다.

6. 남은 가족들의 망가진 삶[편집]


경찰의 잘못된 수사 속에서 남편 송씨는 범인을 대신해서, 아내를 살해한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꼬리표를 달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6차례나 이사를 다녀야만 했다. 당연히 이들 모두에게 이 사건은 깊은 상처로 남아있고, 이전과 달리 남은 가족들은 서로 마음의 문을 닫게 되었다. 그나마 남편 송씨에게 위안이 되는 점은, 아들과 딸 둘이 그런 비극을 겪었음에도 씩씩하게 잘 자라주었다는 것이다.

7. 관련 영상[편집]




8. 이후[편집]


2011년, 강씨의 딸이 다음 아고라에 재수사 요청 서명 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 사정을 알아서였는지 2011년 8월 20일 SBS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814회 '주검으로 돌아온 엄마의 한 달'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을 크게 다루어 다시 한번 대중에 알렸고, 2011년 8월 말, 경찰도 재수사를 결정했다. 하지만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이를 입증할 명확하고 뚜렷한 증거가 없는 실정이다. 거기다 2002년 당시와 별로 달라진 점이 없는 데다가, 오래된 사건인 만큼 수사에도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와 수사관들은 은퇴했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등 사실상 수사는 중단된 상태이다.

이 사건은 2000년 8월 1일 이후 발생하여 공소시효가 영구중단되었지만, 범인을 특정할 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기에 영구미제로 남을 공산이 커 보인다. 사실 공소시효가 있건 없건, 살인범의 절대다수는 15년은커녕 1년도 지나기 전에 무조건 잡히는데, 이는 초동수사가 제대로 되고 증거를 충분히 수집했기 때문이다. 역으로 보면, 공소시효가 없어도 증거가 부족한 사건은 영구미제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경찰의 안일한 대응과 뒤이은 졸속수사 탓이다.

그나마 범인의 모습이 잡혔기 때문에 해결의 가능성이 다른 미제사건들보다는 커서 다행이다. 용의자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청주흥덕경찰서, 182, 1566-0112로 제보해주길 바란다.

9. 둘러보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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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59년생.[2] 반찬거리가 다듬어져 있었다.[3] 링크의 뉴스에서는 경찰이 CCTV를 확보한 것처럼 나오지만, 오보이다. 이를 처음 알아내고 입수한 이들은 가족들이었다.[4] 이때 강씨의 막내딸 송양은 차라리 바람나서 도망간 거였으면 좋겠다, 멀리서라도 그만 살아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시신을 발견한 날까지도. 실종 약 한 달째 되던 날 아들 송군은 꿈 속에서 엄마와 자신과 여동생과 함께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는데 갑자기 엄마가 "누군가 나를 쫓아와서 가야 한다"며 나갔다고 한다. 즉 이때 이미 엄마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을 수도 있다.[5] 강도살인의 경우 대부분 범인과 피해자가 모르는 사이이기 때문에 시신 처리보다 도망치는 게 먼저이고, 반대로 살인 자체가 목적인 경우 단순 쾌락살인을 빼면 면식범이니 본인이 용의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고 강간살인의 경우 정액 등 본인의 흔적이 남게 되기 때문이다.[6] 이 때문에 이 가족들은 이 월드컵을 잊고 싶은 악몽이라고 할 정도였다.[7] 당장 그알에서 당시 사건 형사나 수사 관계자들 태도만 봐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