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의 인과/꿈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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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학 캠퍼스[편집]
1.1. 일하며 공부? 취미?[2] 번역이 난해한데 원문은 "勤工俭学?还是爱好?" 로 앞글자는 사자성어 근공검학(일하면서 배운다)다. 일을 하는 건 배우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단순한 취미인가? 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편집]
번역이 난해한데 원문은 "勤工俭学?还是爱好?" 로 앞글자는 사자성어 근공검학(일하면서 배운다)다. 일을 하는 건 배우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단순한 취미인가? 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일하며 공부? 취미? |
「히로」 음...... 이제 조심해서...... |
실린더에 담긴 내용물을 비커 벽면에 따라 부었다. |
「지휘사」 이거 아까 수업 끝난 후에 남은 자재 아닌가...... |
「히로」 맞아. 실험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서. |
「지휘사」 중요한 건, 방금 선생님이 수업에서 이 용액들은 아주 위험하니까 사용할 땐 선생님이 옆에서 봐줘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
「히로」 ...... 귀찮게 구네, 다른 사람한테 안 들키면 되는 거잖아. 내 실험은 절대로 문제가 생길 리 없어. |
「히로」 수업에서 남은 자재로 실험을 하는 건 당연히 규율 위반이지만...... 난 이 재료들을 살 돈이 없어. 너도 이 실험 용품들이 얼마나 비싼지 알고 있지? |
「지휘사」 ...... |
비록 현실 세계의 히로는 여러 업적을 쌓아올린 연구자 이지만, 이렇게 그가 연구에 대해 열광적인 모습은 정말 예상 외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같은 반 학생 몇 명이 걸어 들어왔다. |
「남학생」 히로, 너 아직도 실험실에 있었어? 어, 그 자재들은...... |
히로는 고개를 들더니, 갑자기 당황한 듯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
「히로」 정말 미안! 수업에서 한 실험을 조금만 더 해 보고 싶었는데, 재료가 너무 비싸서...... 그래서 수업이 끝난 후에 남은 자재를 다시 이용한 거야...... 선생님께는 비밀로 하면 안 될까? 안 그러면 수업에 못 올지도 몰라. |
「남학생」 아니, 이렇게까지 안 해도 돼! 우린 절대 이야기 안 할 테니깐. |
「남학생」 히로는 정말 고생 많이 하네...... 하지만 위험하니까 조심해서 다뤄야 해. |
「히로」 알았어, 고마워. |
「남학생」 괜찮아, 그럼 우린 갈게! |
히로는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얼굴의 미소는 천천히 사라졌고, 다시 실험대로 돌아와 실험을 시작했다. |
1.2. 천재 연구실[편집]
천재 연구실 |
「히로」 여기가 도시에서 과학 연구 순위가 가장 높은 대학인가...... 확실히 근사하긴 해도...... 특별한 건 없어보이네. |
「히로」 내가 찾는 교수님 실험실이 바로 여기에 있어. |
「지휘사」 말은 그렇게 해도, 속으로는 그 유명한 교수님을 뵙고 싶은 거지? |
「히로」 ...... 흥. |
「히로」 실례합니다, 혹시 이론 물리 방향의 교수 연구실에 어떻게 가는 건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
「지나가는 학생」 앞 건물 5층에 있어요. 정확히 어떤 교수님을 찾으시는 건가요? |
「히로」 딱히 어느 분만 찾아뵈려는 건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저 혼자 가서 찾아볼게요. |
「히로」 5층...... 바로 여기야. 각 연구실 문에는 해당 교수님의 이름이 걸려 있지. |
「히로」 일일이 문을 두드려야 하나...... 아예 모든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버렸으니. |
「여학생」 혹시 교수님 찾으려고 온 거야? |
「히로」 ! |
「여학생」 응? 이상하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너 여기 학생 아니지? |
「여학생」 혹시 이론 물리학에 지원한 대학원생이니? |
「히로」 그게...... 저 아직 나이가 어려서, 하지만...... 그쪽에 흥미가 있기는 해요. |
「여학생」 그렇구나, 미리미리 준비하는 건 좋은 일이지! 정말 적극적이네! 아니면 이 누나가 조언 하나 해 줄까? |
「여학생」 비록 난 옆에 수학 계열이긴 하지만, 친구 덕분에 물리학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 좀 있다가 연구실 친구가 나오면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거야. 지금은 공통적인 것부터 이야기하자. |
「여학생」 그러니까, 혹시 어느 교수님이랑 접촉했다던가 그런 거 없어? 대학은 우리 학교에서 다녔던 거야? |
「히로」 음...... 아직 대학을 가지 않았는데...... |
「여학생」 응??? 그럼 지금 바로 대학원생이 되기에는 너무 이른 거 아니야? 어쩐지 너무 어려 보인다 했네, 난 또 소년반인 줄...... |
「히로」 선배님도 어려 보이는데요. |
「여학생」 헤헤, 내가 바로 소년반에서 올라온 사람이거든. 순전히 수학에 관심이 있어서 말이야. |
「여학생」 레이튼도 정말이지 하마타면 졸업 못 할 뻔했어, 다행히 에이든 교수님이 그의 재능을 알아봐 준 덕분에 지금처럼 뛰어난 연구원이 될 수 있었던 거지. |
철컥——문이 열리고 점잖고 고상해 보이는 남학생이 걸어 나왔다. |
「레이튼」 칼린, 오래 기다렸지? 미안, 실험이 방금 끝나서. 이분은......? |
「칼린」 미래에 우리 학교 대학원생이 되고자 하는 친구야! 아직 대학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조금 이르긴 하지만—— |
「레이튼」 넌 여전히 다른 사람을 동생처럼 보는 걸 좋아하는구나, 네 생각보다 나이가 많을지도 모르는데. |
「레이튼」 안녕, 난 레이튼이라고 해, 에이든 교수님의 조수지. 그리고 칼린의 친구이기도 하고. |
「히로」 안녕하세요, 레이튼 선배. 저는 히로입니다. |
「지휘사」 (어쩐지 익숙한 이름이다 했는데, 저쪽 세계에서 들어본 이름이었구나......) |
「히로」 들어본 게 정상이지. 이 학원은 학술계의 권위를 상징해. 그리고 에이든 교수님 또한 명성이 자자하신 분 중 하나신데, 그런 교수님의 조수라니...... |
「히로」 ...... 이 사람들은 모두 나와 나이 차도 크게 나지 않는데도, 벌써 연구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천재 예비군들이야. |
왠진 몰라도 히로는 어딘가 쓸쓸한 말투로 내게 설명해 주었다. 그런 히로를 위로할 겨를도 없이 맞은편의 남학생에 의해 말을 꺼내지 못했다. |
「레이튼」 너 혹시 이론 물리학에 관심이 있어? 구체적으로 마음에 드는 과목이나 교수님은? |
「히로」 사실 전 이미 다차원 공간에 대한 연구 논문을 완성했고, 에이든 교수님을 비롯해서 다른 교수님들께도 이미 이메일로 보냈어요. |
「히로」 오늘 여기에 온 것도 그분들과 직접 만나서 의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 위해 온 거고요. |
「레이튼」 우와...... 나이에 비해 정말 대단한걸, 너도 한 번 소년반에 신청해 봐. |
「히로」 ...... 시도는 해 봤는데, 아직 답장을 받지 못 했어요. |
「레이튼」 ...... 그랬구나, 마안. 하긴 다차원 공간에 대한 연구는 현재 개척하기 어려운 방향이라...... 이건 네 재능과는 관련없어. |
「히로」 (역시, 평범한 사람의 처지를 들으면 천재는 이런 동정 어린 표정을 드러내지.) |
「지휘사」 ...... |
「레이튼」 한 번 에이든 교수님이랑 얘기를 나눠 봐, 그 분은 절대 재능 있는 사람을 놓치지 않으니깐. |
레이튼은 가볍게 웃으며 에이든 교수님의 문을 두들겼다. |
「레이튼」 교수님, 바로 돌아와서 죄송합니다! |
「레이튼」 혹시 히로라는 학생의 논문은 받아 읽어보셨나요? 다차원 공간에 대한 연구 말이에요, 이 친구가 논문 내용을 교수님과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 합니다. |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한 남성의 목소리가 짧게 대답했다. |
「에이든 교수」 그건 논할 가치가 없어, 레이튼. 지금은 연구에 있어 중요한 시기야, 방해하지 말렴. |
「히로」 ......! |
그는 마치 얼굴에 귀싸대기를 맞은 것 처럼, 문이 닫힐 때 까지 머릿속이 계속 윙윙 울렸다. |
「레이튼」 ...... 미안, 교수님은 연구 결과가 나올 즈음에는 정말 삭막해 지시거든. |
「레이튼」 괜찮다면, 내가 그 논문을 봐도 괜찮을까? 나랑 논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도 괜찮잖아? 교수님은 아마 지금은 볼 시간이 없으실 테니...... |
「히로」 (아무런 의미도 없어...... 그 누구도 길가의 하찮은 진흙 위에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식물이 있는지 없는지 거들떠보지도 않지.) |
「지휘사」 히로...... |
히로는 건성으로 레이튼과 칼린과 이야기를 나눈 후, 예의 바르게 작별인사를 했다. |
「히로」 정말 웃기는군...... 것 봐, 지휘사 . |
그는 눈부신 복도에 잠시 서 있다가 고개를 돌려 묵묵히 이곳을 떠났다. |
1.3. 옛날 대학 캠퍼스[편집]
옛날 대학 캠퍼스 |
여긴 대학 캠퍼스다. 마음대로 돌아다녀 보자. |
...... |
...... 코인 하나를 발견했다! |
가 아니라, 그냥 병뚜껑일 뿐이었다...... |
음, 이 상표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30년 전에도 이 브랜드가 있었구나! |
「히로」 넌 이게 그렇게 신기해? |
「지휘사」 그게 아니라...... 잠깐만, 버리지 마! |
「히로」 이 음료는 어디든 팔고 있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가자. |
2. 동방거리[편집]
2.1. 가난한 소년 히로[편집]
가난한 소년 히로 |
집안의 등불 몇 개를 켜 봤다. 반응이 없다. 문을 열어보니, 역시 밖에 연체 통지서가 붙어있었다. |
「지휘사」 설마 히로...... 이번 달 전기 요금 내는 걸 까먹은 거야? |
「히로」 시끄러워, 굳이 말 안 해도 보여. |
히로는 손에 들고 있던 지갑을 열었다. 동전 하나가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자 지갑이 텅 비었다. |
「지휘사」 ...... |
「히로」 ...... |
「히로」 봐, 난 그냥 빈곤한 학생일 뿐이라고. |
「지휘사」 그건 굳이 나한테 강조하지 않아도 돼! 아무튼, 오늘 요금을 내지 않으면 오늘 저녁부터는 불빛 없는 날이 시작될 걸. |
「히로」 불끄고 밤을 보낸 셈 치지 뭐. |
「히로」 ...... 하지만 너랑 같이 밤에 불 끄고 보내긴 싫어. 가서 요금 카드를 충전해야겠어. |
줄지어 선 인파를 따라 현금인출기 뒤에 서서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시간이 상당히 흐른 후에야 겨우 도착했다. |
「편의점 점원」 학생 안녕하세요. 카드 주시겠어요? 수도세와 전기세는 얼마나 충전해 드릴까요? |
「히로」 2만원이요. |
「편의점 점원」 네..... 학생, 카드에 돈이 부족하네요. |
「히로」 어...... |
「히로」 ...... 그럼, 만 원이요...... |
「히로」 됐다, 수도세와 전기세는 처리했어. 저녁은 컵라면으로 떼워야겠네. |
「지휘사」 이 정도로 빈곤한 거야!? 한창 키 클 때 잘 못 먹으면 키가 안 큰다고. |
「히로」 그럼, 네가 봤던 미래의 난 키가 어땠는데? |
▶ 작고 뚱뚱한 수박
▶ 지중해로 변함
「히로」 ...... |
「지휘사」 아, 너 방금 손 떨었지? 맞지? |
「히로」 아니거든?! 돌아가자! 오늘 저녁은 직접 국수를 해 먹어야겠어! |
히로는 몸을 돌려 집 방향으로 걸어가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머리를 짚었다. |
2.2. 소년 대장부[편집]
소년 대장부 |
실험동의 오픈 시간까지는 아직 더 기다려야 했다. 대문 밖에서 몇 걸음 서성이다가 히로는 결국 교문 밖의 구멍가게로 향했다. |
「지휘사」 결국 날씨가 더워서 시원한 음료 하나 사려고 간 거구나? |
「히로」 시원한 음료 같은 건 실험실에서도 만들 수 있어. |
평소처럼 아메리카노, 계산이요. |
「지휘사」 조심해! |
「빨간머리 소년」 으하하! |
열 살 전후의 아이 두 명이 가게로 뛰어들어왔다. 선두에 선 아이가 흥분한 듯 뒤에 있는 아이를 끌며 냉장고로 향하다가 결국 히로와 부딪혔다. |
히로는 안경을 집어 들고 눈을 비볐다. |
「빨간머리 소년」 죄송해요! 형 괜찮죠? |
「히로」 괜찮아. |
「빨간머리 소년」 정말 괜찮은 거 맞죠? 그럼 우리 갈게요. |
「빨간머리 소년」 이거면 되겠지? 걔한테 선물이랑 아이스크림 주면서 미안하다고 하면 괜찮을 거야. |
「남자 아이」 샤슈, 정말로 이거면 될까? 걔가 날 무시할 것 같은데...... |
「빨간머리 소년」 괜찮을 거라니까! 왜 이렇게 여자애한테 쩔쩔매는 거야? 나랑 같이 낚시 게임하던 삼촌도 아줌마가 부르면 엉덩이에 불이 나도록 뛰어가더라, 나랑 같이 더 놀아도 좋을 텐데. |
빨간머리 소년은 옆의 남자아이에게 중얼거리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
「빨간머리 소년」 어쨌든, 난 커서 절대 여자한테 매달리지 않을 거야! 나중에 내가 주도권을 가질 거야, 삼촌저럼 게임하다가 도중에 가야 한다면 얼마나 불쌍하겠어! |
「지휘사」 저기, 히로! 너 방금 빨간머리 소년이 한 말 들었어? |
「히로」 들었어, 왜? |
「지휘사」 넌 절대 그 아이처럼 되면 안 돼! |
「히로」 ...... 켁! 콜록 콜록...... 대체 뭘 멋대로 생각하는 거야! |
「히로」 사람은 모두 변해, 우연한 기회나 인연 또는 깊은 생각을 겪으면서 과거에 했던 대부분의 말들을 지키지 않게 된다고. |
「히로」 당연히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은. 하지만 그런 사람은 정말 적어...... |
빈 음료수 컵을 쓰레기통에 던졌다. 히로는 시계를 한 번 본 뒤에 바로 가게를 떠났다. |
2.3. 옛날 동방거리[편집]
옛날 동방거리 |
이곳은 동방거리다. 몇십 년 전의 동방거리의 모습은 의외로 현재와 별 차이가 없었다. |
...... 지갑을 발견했다! |
옆에 계신 할아버지가 잃어버린 거겠지, 돌려주자! |
「히로」 쳇. |
「지휘사」 가끔은 선한 일을 해도 괜찮잖아. |
「히로」 공공장소에서 귀가 안 좋은 어른에게 소리쳐서 창피당하는 건 네가 아니라고. |
3. 시가지[편집]
3.1. 무한한 적막[편집]
무한한 적막 |
구식 전화기의 벨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히로는 표시된 번호를 보고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가만히 서 있었다. |
「지휘사」 안 받을 거야? 어쩌면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잖아. |
「히로」 ...... |
「지휘사」 전화 내용은 엿듣지 않을 테니 안심해. |
「히로」 그거랑은...... 상관없어. |
「히로」 나야, 히로. |
「히로」 알았어. 학교 쪽은 내가 처리할게, 장례식엔 늦지 않게 갈 거야. 그리고...... |
「히로」 ...... 아버지랑 어머니는 오셔? |
히로는 발 밑의 마루를 쳐다보며 신발 굽으로 바닥을 문질렀다.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
「히로」 알았어, 갈게. |
전화가 끊겼다. |
「히로」 할머니 장례식이야. 저번 주에 돌아가셨어. 부모님이 이혼하신 후부터 계속 할머니가 날 키워주셨거든. |
「지휘사」 ...... 미안. 내가...... 아픈 곳을 찌른 것 같네. |
「히로」 별 거 아니야...... 아쉬운 건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손자가 크게 성공하는 모습을 못 보여줬다는 거야. |
「히로」 ...... |
「히로」 난 이제 책을 볼 거니까 너 하고 싶은 거 해. 만약 네 세계로 돌아갈 거면 나한테 말해 줘. |
소년은 아무 말 없이 책상 앞에 앉아 고개를 숙였다.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
3.2. 몰두[편집]
몰두 |
나무 그늘 아래의 돌의자에 빛이 군데군데 내렸다. 히로는 자신이 들고 있는 책의 절반은 읽은 상태였다. |
갑자기 눈 앞에 다른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 우연히 빛을 일부 가려버렸고, 그는 고개를 들었다. |
「여학생」 축하해, 히로! 너 또또또 장학금 탔구나—— |
「히로」 일부러 찾아와줘서 고마워. |
말을 끝내고 나서 히로는 다시 고개를 떨궜다. 여학생의 흥겨운 말투와 히로의 차분한 대답이 대조적이었다. |
「지휘사」 히로, 다른 사람이 널 위해서 특별히 축하해 주러 왔는데, 기쁘다는 표현을 해 줘야 하지 않을까? |
「히로」 ...... 표현할 게 없는데. |
「여학생」 응? 무슨 말이야? |
「히로」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
「여학생」 난 전설 속의 장학금 달인이 보고 싶었어! 몇 번 만나고 나면 성적이 오른다고 하더라, 헤헤. |
「히로」 그건 세간의 터무니 없는 소문일 뿐이잖아...... |
「여학생」 또 다른 사람이 믿는 미신도 허락 안 하는 거야? 나 간다 가~ |
히로는 예의 바르게 그녀에게 방긋 웃으며 그녀를 떠나보낸 후 다시 손에 든 책을 주시했다. |
「지휘사」 진짜, 나도 한 번에 알아봤는데, 히로 넌 정말 다른 사람의 마음을 하나도 모르는구나. |
「히로」 알면 또 어떤데,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야. |
「히로」 너도 마찬가지야. 내 생각을 방해하지 마. |
그는 책 속의 글자에 빠져들었는지, 방금 있었던 일들을 모두 잊어버린 것 같았다. |
3.3. 옛날 시가지[편집]
옛날 시가지 |
이곳은 시가지다. 마음대로 돌아다녀 보자. |
...... 사람이 많고 시끌벅적하다. |
「지휘사」 경전철역 부근은 진짜 많이 변했네. 이 가게들, 이 간판들 모두 익숙하지 않은걸. 이곳에서도 황금우산 그룹을 볼 수 있을까? |
「히로」 방금 네가 말한 건 다 뭐야? |
「지휘사」 우와! 나한테 부딪히지 마! 아야...... 진짜 아프잖아! |
「히로」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서 갑자기 멈춰 서면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이상하게 생각할 거 아니야...... |
「지휘사」 우리 아이스크림이 떨어졌네. |
「히로」 내 아이스크림이 떨어진 거야. |
「히로」 됐다...... |
4. 연구소[편집]
4.1. 옛날 연구소[편집]
옛날 연구소 |
「히로」 여긴 곳곳에 CCTV가 있어서 평소엔 들어갈 수 없는 곳이야. 다 봤으면 가자. |
5. 항구도시[편집]
5.1. 길가의 고양이[편집]
길가의 고양이 |
학교 옆 오솔길을 지나갈 때, 작은 종이상자가 벽에 놓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상자 안에서 털이 보송보송한 작은 머리가 나와 있었다. |
「고양이」 야옹—— |
「지휘사」 저것 봐, 버러진 고양이야! |
「히로」 ...... |
히로가 종이상자 앞에 앉자, 고양이는 야옹거리면서 양 발로 히로의 손가락을 잡으려 했다. |
「고양이」 야옹—— |
「지휘사」 고양이가 널 정말 좋아하는 것 같은데? 데려가서 키우는 건 어때? |
「히로」 ...... 못 키워. 너무 어려, 하루 종일 돌봐야 할 텐데 내겐 그럴 시간이 없어. |
「히로」 그리고 난 이런 작은 동물은 전혀...... |
「지휘사」 하지만 네 손가락은 여전히 고양이랑 함께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
「히로」 ...... 그, 그건 얘가 너무 세게 잡아서 그런 거야! |
「히로」 학교에는 착한 사람이 많아. 이렇게 귀여운 고양이라면 분명 다른 누군가가 데리고 가겠지...... |
「히로」 난 이제 수업에 가야 한다고. 어이, 꼬맹이, 빨리 놔. |
「고양이」 야옹——...... |
「히로」 빨리——빨리 놔! |
수업이 끝난 후 히로는 다시 돌아왔지만 종이상자는 보이지 않았다. |
「지휘사」 너 역시 후회하고 있지! 일부러 길을 돌아올 정도면! |
「히로」 ...... 그저 누군가가 고양이를 데려갔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던 것 뿐이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
「지휘사」 계속 걱정한 건 너잖아. |
「히로」 음, 다음에 충분한 경제능력이 갖춰졌을 때엔 이런 작은 동물을 데려올 수도 있을 거야. |
「히로」 더 이상 이런 빌어먹을 이유로 포기하지 않을 거야. |
「지휘사」 힘 내, 개와 고양이 둘 다 키우는 행복한 날을 하루라도 빨리 이뤄 내야지. |
「히로」 또 무슨 농담을...... |
5.2. 옛날 항구도시[편집]
옛날 항구도시 |
이곳은 항구도시다. 30년 후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이곳은 개발이 막 시작됐을 것이다. |
새롭게 자리잡은 쇼핑센터는 마치 세공을 하기 전의 진주와도 같았다. 적지 않은 가게들은 아직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된 술집은 이미 입주가 끝난 것 같았다. 저 멀리서 간판 위에 네온사인을 볼 수 있었다. |
「지휘사」 안에 사람들이 많네. 오늘 저녁에 열리는 밴드 공연이 유명한가 봐. 어, 저기 정장을 입은 남자가 방금 날 쳐다봤어. |
「히로」 가자, 야쿠자를 건들면 안 돼. |
6. 구 시가지[편집]
6.1. 꿈의 형상[편집]
꿈의 형상 |
「냉담한 여학생」 죄송한데 여기가 만등술집 맞죠? 간판이 잘 안 보여서요. |
「히로」 여기 맞아요. 이 술집은 나이제한이 없어요. |
「냉담한 여학생」 네, 여기란 말이죠. 어이, 너희 둘, 아직 안 들어오고 뭐 해? |
「교복을 입은 남학생」 케헥, 제발 그만해, 화 좀 식혀봐. 우린 네가 화낼 것 같아서 미리 지원한 거란 말이야...... |
「교복을 입은 남학생」 근데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화나 있네...... |
「냉담한 여학생」 지금은 이것도 못해, 저것도 못해, 근데 예전에 날 속이고 진학 지원을 넣는 건 참 과감하네? |
「냉담한 여학생」 내가 보기엔 지금 가장 좋은 방법은 너희 둘 다 처벌하는 거야. 한 1년 정도는 냉정하게 장래를 생각해 보는 거지. |
「냉담한 여학생」 너희들 진짜로 이렇게 결정한 거야? 되돌릴 여지가 없는 거지? |
「교복을 입은 남학생」 그냥 경찰학교에 지원하려는 것 뿐이잖아, 우리가 무서운 일이라도 꾸밀 것처럼 말하지 마...... |
「빨간머리 남학생」 경찰은 클라이브의 꿈이잖아. 같이 축하해주자, 사브리나. |
「빨간머리 남학생」 걱정 마, 나중에 분명 너한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될 테니까. |
「사브리나」 ...... |
「사브리나」 너희 둘, 두고 봐. |
「빨간머리 남학생」 야 잠깐, 너 충동적으로 지원을 바꾸지 말라고. |
「사브리나」 왜, 너희가 경찰학교에 지원하는 건 꿈이고, 내가 지원하는 건 충동적인 거야? |
「빨간머리 남학생」 말이 그렇다는 거지...... |
「사브리나」 됐어, 난 안 갈 거야. 하지만 너희 둘, 다음에 볼 때 날 실망시키지 말라고. |
옆 테이블이 축배를 들 때, 히로도 마침 오늘 저녁의 아르바이트를 다 끝냈다. |
「히로」 꿈이라. 꿈을 이야기 할 때엔 눈에 빛이 가득하지, 정말 이상주의자들이네. |
「지휘사」 하지만 정말 부럽네...... |
「지휘사」 그럼 히로는? 매번 볼 때마다 넌 방에서 밤새 문헌을 뒤지고 있던데, 너도 분명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거 아냐? |
「지휘사」 히로의 꿈은 과연 뭘까? |
「히로」 ...... 모든 꿈이 빛을 발하진 않아. |
「히로」 난...... 아마, 바다 밑의 깊고 깊은 소용돌이 같은 거겠지. |
6.2. 옛날 구 시가지[편집]
옛날 구 시가지 |
10여 년 전 유행했던 옛 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건축물들이 즐비한 이곳은 구 시가지다. 다른 곳과 비교해서 무척 낡아 보였다. |
길을 따라 도서관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강아지와 산책하는 노부부들을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그들의 곁을 지나갈 때면 행복함이 가득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
「지휘사」 이곳은 오히려 옛날이 더 번화했네. |
「히로」 응, 확실히.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시청도 있었다고 들었어. |
「지휘사」 와......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나면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니, 조금 아쉽네. |
「히로」 천재지변이나 인명 사고는 예측하기 어렵다잖아. 다른 곳에 가 보자. |
7. 항구[편집]
7.1. 뜨거운 커피, 동전[편집]
뜨거운 커피, 동전 |
「히로」 일단 좀 쉬자. |
「지휘사」 겨우 쉬네...... 오전 내내 논문만 썼는데, 머리 안 어지러워? |
「히로」 이 정도는 별 거 아니야. 전에 도서관에서 연달아 밤을 샌 적도 있어. |
「히로」 가서 마실 것 좀 사 온 다음에 계속해야겠네. |
히로는 의자에서 일어나 자동판매기 앞으로 걸어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뜨거운 커피가 그려진 버튼을 눌렀다. |
「지휘사」 히로는 캔 커피 하나 마실 때에도 망설임이 전혀 없구나...... |
「히로」 내 유일한 기호 식품을 뺏으려고 하지 마. 이 캔커피는 연하고 향이 없긴 해도 정신을 차리게 하는 데엔 상당히 좋다고. |
히로는 자판기 옆에 쭈그려 앉아 캔 음료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문득 우측에서 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약간 오른쪽으로 돌렸다. |
「여학생」 ...... 너...... |
긴 머리카락을 지닌 여학생이 책상 모퉁이에 앉아 전화를 하고 있었다. 비록 입을 막고 있었지만, 울음소리마저 막을 수는 없었다. |
「여학생」 그건 내가 디자인한 작품이잖아! 네가 그 때 참고만 하겠다고 해서 보여준 건데...... |
「여학생」 너 어떻게...... 흑...... 그 그림을 네가 그린 거라고 할 수 있어, 사람이 왜 이렇게 못됐니...... |
「히로」 네가 지금 무슨 생각 하는지 다 보여. 쓸데없이 참견하지 마. |
「지휘사」 하지만——지금 그녀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너 뿐이잖아, 히로! |
「히로」 그런 식으로 남을 이용하면 안 되지. 이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어. 나라면 차라리 검찰에게 가서 그녀의 걸 베낀 사람을 신고했을 거야. |
「히로」 ...... 하지만...... 지금은. |
히로는 음료를 들고 그녀의 옆에 멈춰섰다. |
「히로」 ...... 받아. |
그는 여학생의 손에 커피를 살포시 올려놓았다. 떨리는 두 손은 기댈 수 있는 곳을 찾게 되었고, 히로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자리를 떠났다. |
7.2. 옛날 항구[편집]
옛날 항구 |
이곳은 항구다. 오늘은 출항하는 배가 없는 모양이다. 부두 근처에는 식당이 몇 개 있었는데, 간판을 보니 모두 해산물을 파는 곳인 것 같았다. 배에서 막 하역한 인부들은 근처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있었고, 바닥에는 적지 않은 빈 술병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
「지휘사」 정말 오랜만에 보는 오징어 구이네! |
「히로」 난 야식 먹을 생각 없어. |
「지휘사」 이번에 놓치면 앞으로 먹기 어려울 거야. |
「히로」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지휘사」 (항구 구역이 하루빨리 회복되었으면 좋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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