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스 슬러그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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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편집]
덤블도어, 봉급 올려줘야 해!
(I'll want a pay rise, Dumbledore!)[3]
멀린의 턱수염 같으니![4]
(Merlin's beard!)
해리 포터 시리즈의 등장인물. 6권에서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마법약 교수로 처음 등장한다. 본편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되지 않은 슬리데린 출신 인물 중의 한 명이다.
2. 일대기[편집]
풀네임은 '호러스 유진 플라쿠스 슬러그혼'으로 유서 깊은 슬러그혼 가문의 외동아들로 태어나 부유한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마법부 산하 국제 마법 협력부의 높은 관리였으며 강경한 순수혈통주의자는 아니었지만[5] , 호그와트에 입학하면 '제대로 된' 친구들을 사귀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나 학창 시절 친구들 중 몇 명은 재능있는 머글 출신이었던 것으로 보아 가문의 가르침을 글자 그대로 따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만의 엘리트주의를 잣대로 삼아 친구를 사귀었는데 눈에 띄는 재능이나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관심을 표했으며 유명한 친구들의 후광을 받는 것을 즐겼다. 어렸을 때부터 유명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녔는데, 마법부 장관을 세례명으로 부르며 장관의 집안과 친분이 있다는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심지어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물론 호그와트에 입학하자마자 우수한 학생으로 두각을 드러냈을 정도로 본인의 능력 자체가 뛰어났던 것 또한 사실이다. 뛰어난 능력, 유명 인사들에 대한 존경심, 아들이 마법부에 몸담기를 원했던 부모님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정치에 관심을 가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6] 그래서 호그와트의 마법약 교수직을 제안받았을 때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 호그와트 교수직도 고위직이라면 고위직이지 결코 낮지 않은 직장이라 가족 또한 기뻐했던 듯.[7]
뛰어난 외모, 비범한 재능, 매력을 갖춘 학생이었던 톰 마볼로 리들을 매우 총애했다. 톰 리들의 아첨과 회유에 넘어간 슬러그혼은 그에게 금지된 어둠의 마법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만다.[8] 소설에서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롤링에 의하면 동료 교수였던 덤블도어는 슬러그혼에게 톰 리들에게 휘둘리지 말라고 경고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지나치게 신뢰했던 슬러그혼은 덤블도어의 경고를 피해망상 정도로 치부해버렸고, 톰 리들이 호그와트를 수석으로 졸업하는 순간까지도 그에게 푹 빠져있었다.
그러나 호그와트를 졸업한 톰 리들이 좋은 기회와 제안들을 거절하고 종적을 감춰버리자 크게 실망한다. 연락조차 없는 몇 달이 흐르고 나서야 톰 리들이 보였던 친밀감과 애정이 전부 가짜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9]
몇 년 후, 마법 세계에 볼드모트 경이라는 이름을 가진 어둠의 마법사가 등장한다. 처음에 슬러그혼은 그가 자신의 제자라는 사실을 알아보지 못했다.[10] 그러나 진실을 알게 된 슬러그혼은 공포에 질렸다. 볼드모트가 어둠의 마법 방어법 교수직을 얻고자 호그와트에 방문했을 때, 자신을 찾아와 친분을 내세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사무실에서 숨어 있었을 정도였다.[11]
1차 마법사 전쟁이 발발한 후 볼드모트가 불멸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슬러그혼은 볼드모트가 호크룩스를 만들었다고 확신하게 되었고,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과 두려움에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불안함을 필사적으로 숨겼다.
볼드모트가 갓난 아기였던 해리 포터를 공격하려다 오히려 몰락해버리자 그 누구보다 기뻐했다. 볼드모트가 죽었다는 것은 그가 호크룩스를 만들지 못했음을 의미하므로 자신이 무고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슬러그혼이 기쁨에 겨워 자신도 모르게 띄엄띄엄 뱉어낸 정보를 통해 덤블도어는 슬러그혼과 톰 리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짐작하게 되었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지만 정신을 차린 슬러그혼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며칠 후, 반세기 동안 교수로 일했던 그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호그와트를 떠난다.
은퇴 후, 슬러그혼은 그동안의 수고와 짐에서 벗어나 기분 좋은 생활을 즐기기 위해 돌아가신 부모님의 집을 거처로 삼았다. 그 후 10년간, 지하 저장고와 서재를 즐기면서 가끔 슬러그 클럽의 옛 회원들을 찾아가거나 만남의 날 행사를 개최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그리워했고, 앞으로 유명 인사가 될 어린 학생들이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초조해했다.
비슷한 시기에 그는 볼드모트가 아직 살아 있으나 육신을 가지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는 볼드모트가 하나 혹은 그 이상의 호크룩스를 만들어 냈음을 의미하므로 슬러그혼은 또다시 두려움에 휩싸인다. 불면증과 두려움에 시달리던 그는 볼드모트가 함부로 침입하지 못하는 곳이자, 덤블도어가 있을 호그와트를 떠난 것이 현명한 행동이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편, 트리위저드 시합이 끝난 후, 해리 포터가 의심스러운 정황 하에 시합에서 살아남았고, 같은 참가자[12] 의 시신을 갖고 돌아와서는 부활한 볼드모트가 그 참가자를 죽였다고 주장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마법부와 언론 모두 해리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지만 슬러그혼은 믿었다. 시합이 끝난 지 3일째 되던 날 밤에 이에 대한 확신을 심어 줄 일이 벌어지는데, 죽음을 먹는 자인 코번 약슬리가 슬러그혼의 집에 몰래 찾아와 그를 회유하거나 억지로라도 끌고 가려고 했던 것이다. 슬러그혼은 재빨리 안락의자로 변신하여 약슬리의 눈을 성공적으로 피했고 몇 가지 물건[13] 만 겨우 챙긴 채 도망쳤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는 정처없이 떠돌았다. 친구들의 집에 머물 경우 그들이 자의적으로든, 협박에 못 이겨서든 그를 배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로 주인이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운 머글 집에 숨어 지냈다.[14] 볼드모트가 자신을 죽음을 먹는 자에 편입시키려고 하는지, 아니면 볼드모트의 약점을 밝히는 것을 막기 위해 죽이려고 하는지[15] 알 수 없었기에 슬러그혼은 불안 속에서 매우 고된 나날을 보냈다.
자신의 힘으로 죽음을 먹는 자들은 따돌릴 수 있었지만 덤블도어로부터 도망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덤블도어는 버들레이 배벌톤 마을의 한 머글 집에서 위장하고 있던 슬러그혼을[16] 기어코 찾아내어 교수직을 제안한다. 슬러그혼은 그 날 현재 호그와트를 넘어 영국 마법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학생이자 본인이 가장 애정했던 학생 중 한 명인 릴리 에반스의 아들이기도 한 해리 포터를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저항하던 슬러그혼은 안전한 거처가 제공된다는 유혹, 그리고 톰 리들을 뛰어넘는 매력을 가진 해리를 거부하지 못하고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는 와중에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톰 리들이 호크룩스에 대해 질문을 했던 날에 대한 가짜 기억을 만들어 두는 치밀함까지 보인다.
호그와트의 마법약 교수로 다시 부임한 슬러그혼은 슬러그 클럽을 재창단하여 요즘 시대의 재능있는, 혹은 집안이 좋은 학생들을 모으고자 했다. 덤블도어의 예상대로 그는 해리 포터에게 매료되었다. 그 후 펠릭스 펠리시스를 사용한 해리에게 톰 리들과의 진짜 기억을 넘겨주게 된다.
그리고 덤블도어의 죽음 이후, 호그와트는 볼드모트와 죽음을 먹는 자들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슬러그혼은 계속 마법약 교수로서 순수 혈통과 혼혈 학생들을 가르치기만 하면 볼드모트가 자신에게 더 이상 끔찍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는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도 캐로우 남매의 폭력적인 학칙을 절대 따르지 않았으며 학생들을 최대한 돌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호그와트 전투가 일어난 밤, 그는 슬리데린 학생들을 호그와트 바깥으로 안전하게 피신시키면서 도망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호그스미드에 도착한 후, 찰리 위즐리와 함께 마을 사람들을 독려하여 지원군을 모았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그들을 이끌고 전장에 나타났다. 게다가 미네르바 맥고나걸, 킹슬리 샤클볼트와 함께 볼드모트와 해리의 일대일 대결 직전, 볼드모트를 마지막으로 대적한 세 명 중의 한 명이기도 했다. 볼드모트에게 맞서서 목숨을 걸고 용감하게 싸움으로써 과오를 씻어내고자 한 것이었다. 이러한 용기있는 행동은 호그와트 전투 이후 알려지게 되었고 세베루스 스네이프, 레귤러스 블랙의 행보와 더불어서 수백 년 동안 슬리데린 기숙사를 따라다녔던 어두운 낙인을 지워내는 데에도 크게 일조했다.[17] 이후에는 정확히 얼마인지 알려지지 않은 시간 동안 교수직을 수행하다 완전히 은퇴한 슬러그혼의 초상화는 슬리데린 휴게실에 걸리게 된다.
결혼을 하지 않았고 독신으로 살았다. 자식이 없어서 슬러그혼 가문은 방계로 이어지게 된다.
3. 특징[편집]
재능이 있는 제자들만 특별 대우를 해주는 슬리데린 특유의 재능우월주의와 능력주의 기질이 강하지만, 그래도 재능만 있다면 출신성분에 상관없이 챙겨주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절대로 넘지 않는, 미워할 수 없는 재능과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사실, 슬러그혼 본인도 재능이 출중한 인물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학생들을 선별하고 뛰어난 재능을 알아보는 것에도 비범한 재주가 있다. 그러나 슬리데린 출신 치고는 드물게 순수혈통파가 아니라서, 머글 혈통 학생이라도 재능이 뛰어나기만 하면 아껴주고 순수혈통일지라도 재능이 없으면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는[18] 능력주의적인 면모를 보인다.
전자의 예로는 릴리 에반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더크 크레스웰을 들 수 있으며, 후자의 예로 론 위즐리[19] , 드레이코 말포이[20] 등이 있다. 덕분에 엘리트가 된 제자들과 연이 깊은 듯하다.
엘리트의 재능을 가진 제자들을 아끼기는 해도, 그렇다고 다른 제자들을 아주 냉대하는 건 아니고 선생으로서 학생에게 당연히 해야 할 만큼은 한다. 마커스 벨비의 경우도 영화판에서나 이후 셔틀로 부려먹는 모습이 나오지, 원작에서는 그 이후 딱히 교류가 없었을 뿐 그냥 평범한 교수와 학생 관계로 지냈다. 별 신경 안 쓰던 론 위즐리도 한 여학생이 보낸 사랑의 묘약에 중독되어 오자 군말없이 빠르게 진단하고 해독제를 주었으며, 론이 사랑의 묘약 부작용으로 실연과 비슷한 감정에 시달리자 못 이기는 척 덤블도어에게 주려고 마련해놓은 제법 비싼 술을 따서 건네주기도 한다. 헤르미온느 또한 슬러그혼의 엘리트 지상주의를 안 좋게 보긴 했어도, 평소 수업이나 태도에는 별 말이 없었다.
원작에선 옷의 단추가 터질락 말락 할 정도로 뚱뚱하고, 바다코끼리를 연상 시키는 웃기게 생긴 두꺼운 수염을 길렀다고 나오지만, 영화에선 덩치가 좀 크고 말끔히 면도한 노신사로 나왔다.
처음에는 호레이스 슬러그혼이라고 번역됐는데 20주년 개정판에서 원래 영어식 발음대로 호러스 슬러그혼으로 수정되었다.
4. 작중 행적[편집]
4.1. 친목의 달인[편집]
1930년대부터 1981년까지 근 50년을 호그와트에서 마법약 교수 겸 슬리데린 사감을 지낸 원로 교수. 몰리 위즐리의 언급에 따르면 알버스 덤블도어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부임했다고 하며, 덤블도어와 격의없이 대화하는 친구 사이이기도 하다. 6권 시작 시점에서 이미 둘 다 백 살 넘긴 영감님들인 마당에 동갑내기나 다름 없는 셈이다.[21][22][23]
사실은 덤블도어를 피해다니면서 숨어있었는데, 불사조 기사단의 연이은 죽음과 호그와트에 부임한 어둠의 마법 방어법 교수들이 불의의 사고 등으로 이듬해에 학교를 떠나거나 죽음을 당하는 징크스를 보고 두려워서 교수직을 거부하느라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해리 포터의 설득 아닌 설득에 넘어가면서 해리가 6학년이 되던 해에 호그와트로 복직하여 기존에 하던 마법약 수업을 다시 맡게 된다. 슬러그혼은 하는 일의 특성상, 사망률이 높은 불사조 기사단을 언급하면서 찝찝하게 여겼지만, 해리가 호그와트 교수라고 해서 굳이 기사단에 들어갈 필요는 없으며, 볼드모트가 두려워 하는 단 한 사람인 덤블도어가 교장으로 있는 한, 마법사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호그와트라는 것을 언급했다. 거기에 마법부와 자주 접촉하고 보호받던 어밀리아 본즈의 사망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다소 속물적인 위인으로[24] , 재능이 있는 학생들만 편애해 자기 밑에 두려고 하는 경향이 심하다. 총애하는 학생들을 모아 슬러그 클럽(Slug Club)이라는 친목 클럽을 만들어 연줄을 이어준 뒤 보답으로 선물을 받는 걸 좋아한다. 6권 이전 이 모임의 회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진 인물들은 톰 마볼로 리들, 릴리 에반스, 더크 크레스웰, 레귤러스 블랙 등이 있다.[25]
그가 주로 받는 선물들은 슬러그혼이 좋아하는 음식인 파인애플 설탕절임[26] 1상자, 고블린 연락 사무소 차기 하급 직원 추천 기회 등이 있다. 그런데 호그와트 교수 월급이 파인애플 설탕절임 사기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박봉일 리는 없을 테고, 고블린 연락 사무소 하급 직원 추천도 그냥 호그와트 교수 이름으로 추천서만 써주면 될 정도의 자리일 테니, 슬러그혼 교수의 목적은 자신이 키워서 출세한 학생이 감사의 의미로 주는 선물이긴 하나 그 값어치보다는 제자들이 자기를 잊지 않고 계속 챙겨준다는 사실 자체를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27] 직접 영광을 잡기보다는 남에게 기회를 주고 거들먹거리며 대가를 챙기는 식이다. 이에 해리는 커다랗고 살찐 거미가 통통한 파리들을 거미줄로 당기는 모습을 연상했다. 어찌 보면 슬리데린 기숙사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출세의 명예욕과 권력욕에 집착하는 부분에서 정확히 부합하는 특징이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자들을 좋아하는 사람답게 첫 만남부터 해리 포터를 알아보고 엄청난 관심을 보인다. 덤블도어가 슬러그혼을 포섭할 때 해리를 데려간 이유가 해리의 존재 혹은 품성이 호러스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며, 그래서 호러스 역시 이런 방식으로 자기를 설득할 순 없다며 툴툴거리기도 한다. '살아남은 아이'이자 '선택받은 자'인 해리는 그야말로 슬러그혼에겐 가장 귀중한 보석이나 다름없는 존재였으므로 덤블도어 역시 그를 신뢰하되 경계하라고 일러주기도 한다. 호그와트 급행 열차에서 해리, 블레이즈 자비니, 지니 위즐리, 네빌 롱보텀, 마커스 벨비 등을 슬러그 클럽으로 초대한다.
본격적인 학기 시작 후에도 해리에게 매우 상냥하게 대해주고, 마법약 첫 시간에서 해리가 혼혈 왕자의 마법책을 보고서 반 아이들 중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마법약을 만들어내자 감탄한다. 이후로도 이어진 해리의 마법약 제조 실력에 아예 대놓고 편애를 하며, 매 수업 시간마다 해리의 빛나는 재능에 대해 침을 튀겨가며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다. 해리가 릴리의 재능을 이어받아 마법약 제조에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났다고 오해를 하고 있다.
해리는 사실 마법약 과목을 그렇게 잘하지 못해서 스네이프 교수 시절에는[28] 단 한 번도 마법약 수업에 고득점을 받아보지 못했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꿈도 못 꿨을 대접을 받고는 내심 좋아하면서 컨닝페이퍼나 다름없는 혼혈 왕자의 책에 집착하는 계기를 주기도 했다.
4.2. 돌이킬 수 없는 실수[편집]
이런 그에게 치명적인 실수를 한 어두운 과거가 있었으니, 총애하던 제자 톰 마볼로 리들에게 호크룩스에 대한 정보를 흘린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덤블도어가 그를 마법약 교수로 초빙하려한 건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를 캐내기 위해서기도 했다. 덤블도어는 강제로 기억을 받아냈지만, 이 사실을 수치스럽게 여긴 그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쫓아버렸다"는 조작된 기억을 건넸다. 그러나 조작이 너무 허접했던 나머지 해리마저 조작된 기억을 펜시브에 넣기 전부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아챌 정도였다. 기억이 반쯤 굳은 것처럼 병에서 잘 나오지 않았고, 원래 기억 속으로 들어가면 그 일을 직접 겪는 듯 아주 선명한데, 갑자기 짙은 안개가 끼면서 천둥치는 듯한 큰 목소리만 들리는 현상이 2번 있었다.[29] 볼드모트를 확실하게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진실을 알아내는 게 급선무였지만, 슬러그혼이 덤블도어에게는 절대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덤블도어는 해리에게 슬러그혼의 실제 기억을 얻어내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사실 볼드모트는 슬러그혼을 찾아오기 전부터 호크룩스에 대해 기초적인 것은 다 아는 상태[30] 였고 슬러그혼이 실제 기억 속에서 얘기해준 것은 그저 굉장히 위험한 어둠의 마법이자 영혼을 쪼개는 것이며, 어떻게 해야 영혼이 쪼개지는 것인지에 대한 대답 정도였다. 그러면서 "그런 짓을 하느니 죽는 게 낫다"며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끔찍한 죄악임을 거듭해서 강조했다. 톰 리들 역시 자신이 어디까지나 학문적인 목적으로 질문하는 것임을 거듭 강조하며 슬러그혼을 안심시키려 했음에도, 주문조차도 모른다며 가르쳐주지 않았고 또한 답변을 해주는 내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리들이 정말로 슬러그혼에게서 듣고 싶었던 것은 '호크룩스를 여러 개 만들면 그 마법사는 어떻게 되는가?'에 관한 견해였고 이는 책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정보이기에 그만한 값어치가 있었던 것이다. 대화를 나누던 도중 볼드모트는 영혼을 가장 강력한 마법의 숫자인 '7'조각으로 쪼개면 어떨까 라며 슬쩍 떠보았고, 이에 슬러그혼은 당연히 "한 사람 죽이는 것도 끔찍한데 어떻게 7조각으로 나눌 생각을 하냐"며 기겁했다.[31][32][33] 그리고는 호크룩스에 대한 대화를 시작한 것 자체를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며, 더 이상의 정보를 주지 않은 채 아무데도 얘기하지 말라고 입단속을 시킨 뒤 볼드모트를 내보냈다. 하지만 슬러그혼의 이러한 반응을 보는 것만으로 볼드모트는 호크룩스를 더 많이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었다.[34]
볼드모트가 호크룩스를 만드는데 완벽한 마법의 숫자인 7에 집착하고 있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아주 중요한 정보다. 이 시점에서 덤블도어는 이미 해리가 마지막 호크룩스라는 것을 어느정도 예측하고 있었고, 이것이 볼드모트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현재 만들어진 호크룩스가 몇개인지 확인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덤블도어는 이미 호그와트 설립자의 유품 중 3개가 호크룩스로 되었다고 확신하고 있었고, 그렇다면 일기장과 반지를 제외한 나머지가 무엇이며 몇개가 있는지를 특정 지으려면 이 기억이 필요했다. 따라서 해리가 행운의 물약으로 이 기억을 얻어내고 온 그날밤, 바로 내기니를 포함한 7개의 호크룩스가 무엇인지 특정지을 수 있었고, 이것으로 말미암아 7권에서 해리 3총사가 비록 어디있는지는 몰라도 이 호크룩스들을 찾아다닐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 슬러그혼은 이 때의 일을 일생일대의 흑역사로 여겨, 해리가 덤블도어의 지시를 받고 처음 부탁하러 왔을 때는 호크룩스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당황해서는 덤블도어가 시킨 거냐고 반문하더니 아무것도 모른다고 얼버무렸고, 그 다음부터는 해리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미리 자리를 뜨는 식으로 피해다녔다. 결국 몇 번의 실패 끝에 해리는 행운의 마법약 펠릭스 펠리시스의 힘을 빌리기로 결심한다.
이후 슬러그혼은 해리에게 초대받아 해그리드의 아라고그 장례식에 참석한다. 그러나 장례식에 간 진짜 목적은 애크로맨투라인 아라고그의 독액을 빼내려는 것이었다. 애크로맨투라의 독액은 1파인트(약 500ml)에 100갈레온이라는 엄청난 값어치가 있는 물건이기 때문이다.[35] 애크로맨투라가 워낙 위험한 동물이라 살아 있을 때 이 독액을 빼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장례식에 참여한다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아라고그에게서 독액을 추출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것. 결국 아라고그의 시체에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는 척하면서 독액을 실컷 빼냈다.[36][37] 안 그래도 슬픔으로 반쯤 제정신이 아니던 해그리드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동안 그렇게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는데 직접 이렇게 찾아와 준 것이 매우 고마워서 슬러그혼에게 후한 대접을 해주었고[38] , 둘이 대작을 하다 슬러그혼은 필름이 끊길락 말락할 정도로 만취한다.
이 때 해리는 행운의 마법약 펠릭스 펠리시스의 힘을 빌렸고[39] , 그렇게 만취한 슬러그혼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접근한다.
그렇게 슬러그혼은 해리에게 진짜 기억을 넘겨주게 된다.[41]해리는 펠릭스 펠리시스가 시키는 대로 거짓말을 했다. "교수님은 저희 엄마를 좋아하셨죠?"
"좋아했느냐고?" 슬러그혼의 눈가에 다시 한 번 눈물이 차올랐다. "릴리를 만나 보고 그 아이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그렇게 용감하고... 그렇게 재밌는 아이가... 정말로 끔찍한 일이었다..."
"하지만 릴리의 아들은 도와주려고 하지 않으시잖아요." 해리가 말했다. "엄마는 저한테 목숨을 주셨는데, 교수님은 저한테 기억 하나 내주지 않으려고 하시잖아요."
(중략) 해리는 눈물이 가득 고인 슬러그혼의 눈을 끈질기게 바라보았다. 마법약 교수는 눈을 돌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말하지 말거라." 그가 속삭이듯 말했다. "그런 일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물론 그게 널 돕는 일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 기억은 아무 쓸모가 없을..."
"쓸모가 있어요." 해리가 분명하게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님한테는 정보가 필요해요. 저한테도 필요하고요."
해리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펠릭스 펠리시스는 그에게 아침이 되면 슬러그혼이 이 이야기를 하나도 기억하지 못할 거라 말해 주고 있었다. 해리는 슬러그혼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면서 앞으로 약간 몸을 기울였다.
"저는 '선택받은 자'예요. 제가 그자를 죽여야 해요. 저한텐 그 기억이 필요해요."
슬러그혼의 얼굴이 더욱더 창백해졌다. 그의 반짝이는 이마가 땀으로 번들거렸다.
"네가 정말로 '선택받은 자'라고?"
"네, 물론이에요." 해리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럼... 해리 얘야... 넌 엄청난 걸 요구하고 있는 거야... 사실상 나한테 그자를 없애는 걸 도와 달라고 요구하는..."
"릴리 에번스를 죽인 마법사를 없애고 싶지 않으신 거예요?"
"해리, 해리, 물론 나는 그러고 싶지만..."
"교수님이 절 도와줬다는 걸 그자가 알까 봐 두려우신가요?"
슬러그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제 어머니처럼 용감해지세요, 교수님..."
슬러그혼은 통통한 손을 들어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눌렀다. 잠시 그는 덩치만 큰 아기처럼 보였다.
"자랑스럽지가 않은 내용이라..." 그가 손가락 사이로 속삭였다. "그... 그 기억이 보여 주는 것들이 부끄러워서... 내가 그날 엄청난 과오를 저지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슨 짓을 하셨는지는 몰라도 그 기억을 저한테 주시면 다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있어요." 해리가 말했다. "아주 용감하고 고귀한 행동이 될 거예요."
(중략) 슬러그혼과 해리는 깜빡거리며 타오르는 촛불 너머로 서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길고 긴 침묵이 흘렀지만 펠릭스 펠리시스는 해리에게 그 침묵을 깨뜨리지 말라고, 그저 기다리라고 말해 주었다.
그때, 슬러그혼이 아주 천천히 주머니에 손을 넣어 마법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다른 쪽 손을 망토 속에 집어넣더니 자그마한 빈 병을 꺼냈다. 슬러그혼은 여전히 해리의 눈을 들여다보며 마법 지팡이 끝을 자신의 관자놀이에 갖다 댄 다음 잡아당겼다. 그러자 은색을 띤 기억의 실이 마법 지팡이 끝에 길게 딸려 나왔다. 그 기억은 밝은 은빛으로 빛나며 점점 더 길게 늘어나다가 마침내 끊겨서 마법 지팡이 끝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슬러그혼이 그 기억을 병에 집어넣자 그것은 병 속에서 기체처럼 소용돌이치면서 돌돌 말렸다가 퍼졌다. 슬러그혼은 떨리는 손으로 병을 코르크 마개로 막고는 그것을 식탁 너머 해리에게 건넸다.
"정말 고맙습니다, 교수님."
"너는 착한 녀석이야." 슬러그혼 교수가 말했다. 그의 살찐 뺨 위로 흘러내린 눈물이 팔자 콧수염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넌 릴리의 눈을 쏙 빼닮았어... 그 기억을 보고 나서도 그저 날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만은 말아 다오..."[40]
그러더니 그 역시 두 팔에 고개를 묻고 깊은 한숨을 내쉰 다음 잠들어 버렸다.
영화에서는 취하긴 했지만 정신이 어느 정도 멀쩡한 상태에서 대화했는데[42] , 릴리가 꽃이 든 어항을 주고 그 꽃이 물고기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추가되었고 그 어항에서 물고기가 사라진 날 릴리가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추가되었다. 해당 장면을 보면 슬러그혼이 자신이 아끼던 애제자가 자신에게 그런 물고기를 선물했지만 어느 날 다시 꽃잎이 되어 사라졌다고 얘기한다. 그 꽃잎은 바로 백합(lily) 꽃잎이었다면서 애제자의 이름과 동시에 그 애제자의 최후를 언급한다.[43][44]
4.3. 호그와트 전투에서[편집]
7권에서 호그와트에서 죽음을 먹는 자들과 전투가 벌어졌을 때 모든 교수들이 전투를 진두지휘하자 겁을 먹고 망설이다가 결국엔 떠난 줄 알았으나[45] , 그의 학생들과는 달리 지원군을 이끌고 호그와트로 돌아왔다. 그 지원군들은 대부분 호그와트 학생의 학부모들 + 찰리 위즐리. 거기다 3:1이지만 그 볼드모트와 직접 전투를 치렀다.[46][47] 볼드모트와 싸운 나머지가 킹슬리 샤클볼트, 미네르바 맥고나걸인 걸 미루어보면 최후의 전쟁 당시 호그와트 진영 최정예 전력 중 한 명인 것은 분명하다.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전투에 참전했으며[48] 플리트윅, 몰리 위즐리와 함께 보호 마법으로 방어막을 치며, 역시 볼드모트에게 덤벼들며 전투가 끝난 이후 플리트윅, 스프라우트 교수들과 한 숨 돌리는 모습이 나온다.[49] 이후에도 슬리데린 사감으로서 잘 살다가 은퇴한 모양이다.[50]
5. 평가[편집]
능력 면에서는 그 덤블도어조차 "자네의 놀라운 재능을 고문 등에 사용하려고 죽음을 먹는 자들이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작중에서 마법 능력으로는 영국 국내 최상위로 평가받는 모습을 보여줬고, 실제로 볼드모트가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도 했었다.
미리 대비했을 수도 있지만, 덤블도어에게 조작된 기억을 가볍게 건네주기도 했고, 덤블도어 본인도 이에 대해 의심은 할 지언정 본인이 직접나서더라도 확실한 기억을 캐내는건 장담하기 힘들다며 대신 해리를 보내 해리가 필사적으로 노력해 간신히 자백시키는 등 귀찮은 과정을 거쳐내야 했을 정도였다. 일단 덤블도어가 베리타세룸과 레질리먼시에 대한 대책은 있다고 언급한 만큼 오클루먼시와 마법약 제조 분야에 대해선 최상위급 숙련도를 가지고 있음이 확실하고, 아직 어리다지만 재능하난 걸출했던 해리나 덤블도어도 꿰뜷어보지 못할 정도의 변환 마법 실력자기도 하다.[51] 물론 덤블도어의 실력과 인맥을 총동원한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러지 못 할 정도로 당시 호러스의 사회적인 위치가 중요하기도 했다.
좋게 말하든 나쁘게 말하든 극단적인 인간군상이 많은 해리포터 세계관을 통틀어보아도 호러스는 주조연들 중 제일 현실적인 등장인물이며[52] , 이는 곧 작중에서 가장 전형적인 선한 슬리데린의 인물상으로 드러난다.[53][54] 슬리데린에 뽑힐만큼 야망도 있고 야망을 이루기 위한 행동도 서슴지 않지만, 자기 분수와 능력을 알고 무리한 야망을 꾸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야망을 이루더라도 지켜야할 선은 있다"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사실상 이 점이 작중에 나온 타락한 대부분의 슬리데린과 호러스의 제일 큰 차이점이다. 야망을 가지되 선은 지키며, 사회의 규범은 따르되 그것을 위해서 자기희생만을 부르짖지도 않는다.
재밌는 점은 작중에서 호러스는 '모든 기숙사의 이념에 어느정도 해당하는 행위와 반대되는 행위'를 모두 벌여왔다는 점이다. 자신의 치부를 알릴 용기가 없어서 톰 리들에 대한 진실을 여태껏 숨겨왔지만 결국 스스로의 치부를 직시하고 잘못을 인정하여 목숨을 걸고 최종전에 나섰으며 (그리핀도르), 상술한대로 진실을 수십년간 속여온데다가 박애보다는 편애에 가까운 면모를 보였지만 자신이 인정한 아이들에 한해서나마 머글과 순혈을 차별하지 않고 고루 아끼는 모습을 보여줬다.( 후플푸프) 또한 스스로 지식의 끝을 볼 생각없이 현재에 안주하며, 오히려 지식을 얻고자 노력하는 이들을 지원하여 그들과 관계를 맺는데만 집착했지만 이때껏 어느 쪽에도 노려지지 않고 살아남았을 정도로 재치와 임기응변이 뛰어났고 특기분야에 한해서는 덤블도어조차 함부러 건들기 힘들다며 인정할 정도의 능력은 있었다. (래번클로), 또한 순혈조차도 제 눈에 안들면 거리낌없이 무시하는 반면 작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신의 야망이 일절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모습을 보여준다. (슬리데린) 이런 모습또한 호러스가 단 하나의 감정에 치중되지 않고 살아오며 다양한 감정을 품을 수 있단 점에서 그의 인간성을 엿볼 수 있다.[55]
사실 스네이프는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은 대놓고 구박하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해리한테는 이런 차별이 지나칠 정도였는데, 호러스는 마음에 드는 학생을 편애할지언정 다른 학생들을 대놓고 차별하거나 하진 않았다. 우대는 하지 않을 지언정 모두 같은 '학생'으로서의 대우는 해줬다. 인사를 하면 받아줬고 수업중 질문을 하면 질문에 대한 답변도 확실히 해주었다. 한마디로 선생으로서의 기본적인 예우는 챙겨준 것. 당장 스네이프가 해리가 마음에 안든다고 온갖 박해를 다 한걸 비교하면 이정도면 양반이다. 아무리 편애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사적인 관계에서 친근하게 다가섰을 뿐 공적으로는 선생과 학생으로서의 선은 지켰다. 수업에서 해리를 편애하는 모습은 다들 자신의 수업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와중에 해리 혼자 성공하는 등 실제로 걸출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지, 그가 단지 자신의 클럽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낀건 아니었다.
또한 그는 사회의 권력자들이 자신의 지인이라는 걸 신나게 떠들 정도로 즐기는 반면, 본인 스스로는 결단코 사회의 통념에 갇혀있지 않았다. 순혈주의, 종족차별주의등 순혈들사이에서 흔했던 모든 고정관념을 무시했고 오로지 자신의 눈과 자신의 지식을 통해 사람을 구분했다. 이는 슬리데린과 순혈들 사이에선 눈에 띌 정도로 드문 면모였다. 그러면서도 종종 이런 사상에서 아예 벗어나지 못하는 면모도 보이는데,[56][58] 이는 작가인 J. K. 롤링 본인도 보여줬던 모습이기도 하다.[59]
작중 등장한 교수들 중 해리에게 제일 잘해준 교수도 이 사람인데, 거의 해리의 팬이라 할 정도로 해리를 몹시 편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3권에서의 리무스 루핀이나 맥고나걸 교수도 해리에게 잘 해주기는 했지만, 이 인물처럼 해리의 팬으로 보일 정도로 노골적으로 편애하지는 않았다.[60] 적어도 교사와 학생의 위치는 지키는 상식을 보여주었지만, 슬러그혼의 해리에 대한 태도는 분명 속물적인 그의 욕망과 관계가 크다. 즉, 작중 해리에게 가장 잘해주다 못해서 교사의 적절한 태도를 다소 잃을 정도로 대했다 봐야 할 것이다. 이는 그의 속물적인 부분과도 연관된다.[61] 덤블도어도 이는 슬러그혼의 가장 큰 인간적인 약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기억 속에서 호크룩스라는 개념 자체를 그다지 좋게 보지 않은 것과, 영혼을 나누는 건 둘째치고 여러 사람을 죽인다는 생각만 해도 경악한다는 점에서 근본은 역시 선한 인물이라는 걸 볼 수 있다. 호크룩스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 걸 수치스럽게 여겼다는 점도 그렇고. 조작된 기억으로 은폐한 것과 제대로 된 기억을 넘기길 거부한 게 잘한 건 아니지만 이 역시 자신이 큰 죄악을 저질렀다는 죄책감에서 기인한 행동이다. 자신의 신변에 대한 위협이 있을까봐 겁을 먹은 이유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기억을 바꾸고 사임까지 한 원인은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생각한 수치심이었다. 이후 해리와 독대하게 되었을 때도 안절부절 하지 못하며 작중 슬리데린 출신 인물로선 거의 최초로 죄책감을 보여준다.
기억을 은폐한 뒤 행적을 감추는 등 소극적이고 겁이 많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마지막 전투에서 결국엔 지원군을 이끌고 전투에 가담하고 그 볼드모트에게 직접 덤벼들어 전투를 벌였다는 건 그간의 공포와 수치를 극복하고 자신의 잘못을 고치려는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또 다른 속물적인 인물인 코닐리어스 퍼지와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장래가 유망한 학생들을 편애하고 친목질로 인해 학생들을 일종의 장기말로 본다는 지적도 있기는 하지만(재능이 없거나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학생에겐 무관심하고 없는 사람 취급해버린다거나), 적어도 자기가 인정한 학생에 대해서는 진심 어린 애정을 쏟은 사람이다. 해리에게 조작되지 않은 기억을 넘길 때, 해리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진심으로 슬퍼한 점에서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다. 사실 재능이 없어 보이는 인물에게는 관심이 없을 뿐이지 막 대하지는 않으며, 학생들을 자신을 위해 '이용'한다기보다는 재능을 발휘하도록 이끌어준 다음 그걸 자랑하는 걸 좋아하는 것 뿐이라 장기말로 본다고 하긴 힘들다.[62] 자신의 도움으로 대성한 전 제자들이 무언가 챙겨주는 것으로 이득보는 것들이야 많겠지만, 이런식으로 제자들이 보답해주는걸 굳이 마다하는 스승이라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별개로 슬러그혼의 '유능한 인재를 알아보는 눈'은 재능을 넘어서 거의 천부적인 감각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본편 시점에서 교수로 복귀한 이후, 새롭게 찾아낸 될성부른 나무가 될 떡잎들을 살펴보자면, 거의 대부분 대성을 했다. 해리 포터는 워낙 '살아남은 아이'로 널리 알려져 있으니 못 찾는게 바보라고 해도 지니 위즐리 같은 경우 다른 인간관계는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저 박쥐귀신 주문 잘 쏜 것 하나로 초빙을 했는데 훗날 예언자 일보 기자가 된다. 네빌 롱보텀은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재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슬러그혼은 어쨌든 자신의 인맥줄에 초대를 했고, 한때 조교 및 조교수 자격으로 슬러그혼의 동료로서 생활하다 결국 호그와트의 전임교수로 성공한다.[63][64] 심지어 첫 초대는 아니었지만 해리 포터의 절친이라는 점과 릴리 에반스를 연상시키는 뛰어난 재능을 보고 초대한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는 아예 마법부 총리가 되는 기염을 토하는데 성공한다. 볼드모트를 마법부 총리 재목으로 보았던 슬러그혼은 결국 헤르미온느를 통해 '자신의 제자가 총리가 되는' 꿈을 이룬 셈이다.
다만 무관심하게 본체만체하는 것도 썩 인격적인 대접은 아니며, 스네이프 등등의 교수들처럼 대놓고 폭언이나 독설만 안했을 뿐 이것도 차별인 건 확실하다.[65] 유명인사 삼촌을 둔 마커스 벨비라는 학생을 만찬에 초대했다가 알고보니 핏줄로만 친척인 사이로, 정작 그 유명인사와 교류는 거의 없다는 점을 알자마자 표정이 갑분싸가 되며 먹을 것조차 안 내주는[66] 등의 대접은 무례한 것이 맞다. 차라리 다음부터 다시는 안 부르든가 할 것이지 그 순간부터 바로 병풍 취급하는 건 대체 뭐란 말인가. 그것도 눈앞에 있는 사람 면전에서 대놓고 말이다.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는 행동이다.
또 살아남은 아이인 해리와 전교 1등인 헤르미온느는 극진하게 대하지만 론 위즐리는 이름조차 기억 못한다. 실제로 이 때문에 론은 두고두고 기분이 상했었고 헤르미온느나 해리와 싸우기도 했다.[67][68] 특히 눈에 보이는 재능에만 관심을 갖고 내면의 인성이나 친화력과 같은 숨겨진 재능에는 무신경한 경향이 있는데 이 때문에 마법부 내의 친화력 갑이자 훗날 부장까지 승진하고 마법부 장관 며느리와 오러 부장을 사위로 두고 가족 전체가 유공자 집안인 아서와 해리와 같이 여러 고난을 겪으며 마법부 장관 아내를 두고 성공한 기업인이 된 데다[69] 개구리 초콜릿 카드에 등재되기까지 한 업적을 세운 론과 같은 인재를 푸대접하는 실책을 저지르기도 했다.[70]
다만 론의 경우는 푸대접이나 무시를 했다기보단 그저 특별대접을 해주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 이름을 기억 못했다는 것이 지적되는데, 따지고보면 교수들 중에 학생들 이름을 일일이 다 기억하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으며 슬러그혼 입장에선 딱히 문제아도 아니고 우등생도 아닌 지극히 (자기 수업에선) 평범한 학생인 론의 이름을 기억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이 양반은 덤블도어보다 몇 살 아래일 뿐인 노인이다. 은퇴했다가 복귀한 노교수가 학생 이름을 기억 못하는 게 푸대접이라고 하긴 힘들다. 추가로 론의 이름을 기억 못할 뿐 (이름을 잘못 부를지언정) 인사는 하거나 평범한 학생을 대하듯 대접을 한다. 즉 차별을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을지언정 스네이프처럼 대놓고 불이익을 주거나 모욕을 하는 케이스와는 다르다.[71][72]
한편으로 그렇게 인맥을 만들고 유망주 눈도장을 찍어서 본인이 노리는 목표가 무엇인지 하면, '파인애플 설탕절임' 이나 '도깨비 연락 사무소의 하급직원 추천 권리' 등등 사소한 성의나 받는 정도에 그친다. 즉, 제자들과의 인맥을 통해서 본인이 어떤 실질적인 이득을 노리는 케이스는 또 아니라는 것이 이 인물을 한층 독특하게 만드는 점이다. 그보다는 상대에 대한 관심만 있다면 옛 스승에게 안부인사를 할 때 부담없이 챙길 수 있는 작고 사소한 선물 정도, 말하자면 재능있는 제자들을 자랑할 때 "이 녀석이 졸업하고 수십년이 지났지만 내가 좋아하는 간식도 잊지 않고 잘 챙겨준다" 라는 자랑거리 떡밥 정도로 보는 것이 더욱 적절할 것이다. 결국, 자신이 키워낸 재능이 있는 제자들이 성공하여 감사의 표시를 하는 모습을 보며 교수로 일하는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며, 흔히 성공한 사람들이 느끼는 자아실현의 욕구와 명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저런 선물을 챙기는 목적은 그 선물 자체의 가치가 주는 이득보다는 상대와 자신 사이에 관심과 호의, 유대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증거에 더욱 비중을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인물이 (자신을 잊지 않고 챙기는 제자에게) 그 반대급부로 줄 수 있는 것 역시 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농담조이긴 하지만, 톰 리들에게 "난 마법부에 연줄이 있으니 나하고 계속 연락하고 사소한 선물을 챙기면(=나와의 인맥을 유지하면) 마법부에서 출세길이 빨라질 것이다" 라고 말할 정도이다. 사실 슬러그혼의 짬밥, 마법 실력, 집안, 인맥, 능력, 연줄 등등을 생각할 때 슬러그혼은 더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지위에 오르려고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충분히 좋은 자리를 차지할 만한 능력이 있다.
사실, 정말로 권력을 쫒는 성격이었다면 호그와트 교수 노릇을 하느니 마법 정부의 어느 고관자리라도 진작에 꿰차고 있었을 것이다. 작중 묘사를 봐도 슬러그혼은 호그와트 교수라는 직책을 좋아하며, 타인을 볼 때 일종의 권력요소를 따지는 반면에 정작 본인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출세와 권력에 대한 욕구가 그렇게 크지 않아 정치 싸움을 싫어하고 자유롭게 유유자적하며 지내는 것에서 꽤 홀가분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형적인 권력에 집착하고 헛된 명예에 집착하다가 인생이 망해버린 덜로리스 엄브리지나 코닐리어스 퍼지하고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슬러그혼이 원했던 것은 권력보다는 교수로서 유능한 제자를 키워내는 명예에 대한 욕구 혹은 존경에 대한 욕구로 자아실현을 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것에 가까운 것으로 보는 편이 옳다. 속된 말로 말하자면, "사회에서 잘 나가고 힘 센 놈이 내 친구이고 내 제자다. 즉 저 사람들을 키워낸 나는 누구보다도 위대하다" 처럼 스스로 명예욕과 권력욕을 과시하는 맛에 사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영국 마법사 사회에서 잘나간 사람들 상당수가 호그와트 출신이다. 그리고 호그와트 출신이라면 이 사람의 얼굴을 1번 이상은 만나야 하고 그 중에 슬러그혼의 눈에 든 이들은 슬러그혼이 어떻게든 연을 만들려고 할 것이고 그 연을 만들려는 것이 겉으로는 스승이 제자에게 잘 대해주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니까 제자쪽에서도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 근데 슬러그혼의 눈에 든 이들은 다들 능력이 좋은 아이들이라 호그와트 졸업 후 고위직에 앉을 가능성이 높다. 즉 오러, 마법부 장관, 마법부 총리 같은 자리에 슬러그혼의 인맥들이 앉는다는 소리다. 그런데다가 슬러그혼이 마음만 먹으면 그 인맥들을 확실하게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고 파벌을 만들면 마법부 고위직들은 대강 슬러그혼 파벌이 장악한 셈이 된다. 게다가 능력이 있는 사람만 끌어들이니 총리가 교체되든 장관이 교체되든 그냥 다 슬러그혼 파벌이다.
당연히 슬러그혼 파벌의 숨겨진 보스 슬러그혼은 비록 자신이 정치권력과 거리가 먼 호그와트 교수에 불과해도, 실제로는 영국 마법사 세계의 숨겨진 1인자가 된다. 마치 비선실세와 비슷해 보이지만 비선실세가 특정 1인을 뒤에 두고 한다면 이 경우는 특정 1인 정도를 넘어선 수준이다. 근데 또 실제로는 자기가 파벌 만들고 권력을 장악한건 아니라 뭐라 못하고 뭐라 못하니 적이 없고 그런데 또 슬러그혼과 친했던 이들은 다 출세한데다 이제 막 마법 정부 직원이 된 사람 2명과 고참 1명이 있다고 가정할 때 고참 1명은 슬러그혼과 알고 지냈다. 그리고 신참 2명 중 1명은 슬러그혼에게 인정받아서 그를 좋게 기억하고 있고 다른 1명은 슬러그혼과 데면데면한 관계였다고 가정하면, 고참 쪽은 둘이 능력이 비슷하다면 전자 쪽을 더 총애할 것이다.
게다가 몰라도 슬러그혼이 사람 보는 눈은 좋아서 슬러그혼이 눈에겨본 사람들은 어느쪽으로든 잘나간 사람들이니 '슬러그혼 교수님이 잘 대해준 사람'은 "그만큼 그 사람이 잠재력이 있는 사람이니까 잘 줬다"라는 의미가 된다. 뜻하지 않게 슬러그혼이 추천하여 새로 부임한 사람은 능력이 있을지에 대한 지표도 될 수 있는 셈이다. 즉. 슬러그혼과의 친분은 상급자와 친분을 만들수도 또 실력에 대한 신용을 주는 일종의 스펙이 될 수도 있다. 결론은 만들어놓으면 좋은게 슬러그혼과의 친분이다.
즉, 슬러그혼은 분명 속물적인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당장의 얄팍한 이익을 보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자신을 중심으로 일종의 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 네트워크 구성원 간의 인맥을 통해서 서로에게 이익을 주고받게 하면서 결속력을 단단히 하여 표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일종의 '배후의 거물', 또는 '흑막의 거물' 이 되는 것이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런 인맥과 영향력을 통해 직접적인 이익을 얻으려 드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뒤에서 영향력과 권력을 확장하는 것 자체가 목적으로 보이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무슨 뒤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비선실세 같은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며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이고, 슬러그혼 교수님 어서오세요." 하고 대접해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 분이 호그와트에서 저를 가르치시고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이십니다." 하고 소개해줘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그 자체를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마법사 사회란 머글 사회에 비해 작은 규모라서 한번 이런 사실이 밝혀지면 온 마법사 사회의 사람들이 알기도 쉽다. 한 마디로 최소한 영국 한정으로는 가는 곳마다. "저 분이 유명한 사람을 가르친 선생이라지?" 라는 식으로 알아봐준다.
게다가 높은 이름값 덕분에 예를 들면 누군가가 "아이고, 슬러그혼 교수님. 옆집에 사는 고위직 출신 OOO를 잘 가르치셨다죠? 그럼 저희 아이들도 잘 키워주십시오" 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물론 철저한 능력주의자인 슬러그혼이 그것을 마냥 받아들일지는 의문이지만, 일단 재능만 확실하다면 슬러그혼도 "당연하죠. 제가 댁의 자제분을 OOO처럼 훌륭히 가르쳐보겠습니다." 라고 할 것이다. 그러고 다시 그 아이가 자라서 훌륭한 마법사가 되면 "내가 저 아이를 훌륭한 인재로 키워냈다" 같은 자부심을 갖는 것이다.
게다가, 슬러그혼은 돈도 많고 집안의 뒷배경도 빵빵한 사람이니까 굳이 머리 아프게 싸움질하는 정치권력이 없더라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생을 재미있고 보람차게 살아가는 것이다. 결국 교육자로서의 유능함과 직업의 만족도는 최고로 높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일종의 덕업일치와도 가까운데 슬러그혼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자체를 즐기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교육자로서 능력은 좋아보인다. 그와 친분이 쌓인 제자들이 그를 좋게 보는 것을 바라보면, 가르치는 능력이든 아니면 아이들을 이끄는 능력이든 어느 쪽으로 보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사람이긴 하다는 건데 이 자질을 놓고 보면 호그와트 교수라는 직책은 그의 적성에 잘 맞는 자리이다.
그래서 슬러그혼은 (특히 영화판에서) 개그 캐릭터스러운 모습을 자주 보이는 데 비하면 상당히 복잡하고 독특한 욕망을 가진 인물이며, 그가 속한 슬리데린 기숙사의 목표가 '권력과 야망' 임을 생각해 보면 그저 힘만 세고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상대방을 죽이거나 굴복시키는 것밖에 없었던 볼드모트같은 유치한 인물보다 훨씬 세련된 방향으로 슬리데린의 특징과 그 욕망을 구현해보이는 인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소년 모험물인 해리 포터 시리즈의 특성상 별로 돋보이기 힘든 인물이긴 하지만, 정치극화같은 장르에선 적군으로 나오면 최종 보스, 아군으로 나오면 주인공이 존경하는 대스승급의 입지를 충분히 차지했을 만한 인물이다.
물론 슬리데린 출신의 인물치고는 야망이 작아보인다고 하는 경우도 있으나, 야망이 곧 출세로 고위직에 오르는 것이나 직접적인 권력의 획득만을 의미하리라는 법은 없다. 예를 들면, 볼드모트는 권력욕에 미쳐 온갖 만행을 저지르다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는데, 이런 야망이야말로 유치하고 멍청한 야망이라고 비웃음당해 마땅할 것이다. 반면 슬러그혼의 야망은 '유능한 제자를 알아보고 키워내는 것'이며, 그를 통해 자신의 재능과 통찰력을 입증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아 명예욕을 충족시키면서 사회에 대한 영향력까지 얻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 야망은 꽤 훌륭히 충족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적을 만들지도 않았다. 자신만의 이상을 폭력적으로 실천하려다가 망해버린 볼드모트의 야망에 비하면 훨씬 세련된 형태의 야심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슬러그혼이 사소하다면 사소한 명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겁이 많고 신중하며 소시민적인 성격이 한 몫한 걸로 보인다. 정치라는 것은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본인이 아무리 잘해봤자 필연적으로 적이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적이 늘어난다는 것은 평화롭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목표였던 소시민같은 슬러그혼 입장에선 그렇게 달가운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온갖 거물들과 연줄이 있는데 정작 본인은 그닥 정치에 관심없는 교수' 라면 '배후의 숨겨진 거물' 이라는 권력욕은 충족시킬 수 있으면서도 '굳이 적으로 돌려봤자 이득도 없는데 괜히 거물들과 사이만 틀어지는 사람' 이 되면서 볼드모트나 죽음을 먹는 자들같은 미친놈들이 아니고서야 적대할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유유자적하고 평화롭게 잘 먹고 잘 살면서 권력욕도 충족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생이 된다.
과거 기억에서는 톰 리들에게 "넌 20년 지나면 마법 정부 총리가 되어있을 거다. 하지만 난 마법부에 연줄이 있으니 나한테 계속 파인애플 설탕 절임만 보내준다면 15년이 걸리겠지만." 하고 농담조로 말한 적도 있다.[73] 이런 걸 보면 유능한 제자들을 장기말로 봤다는 표현도 어느 정도는 맞다.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잘 보이면, 마법 정부 총리쯤은 연줄로 어떻게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배후의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 다른 지위도 아니고 마법 정부 전체를 통솔하는 총리 자리를 연줄로 어떻게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영향력이 상상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은 재미있게도, 그의 오랜 동료인 알버스 덤블도어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면모를 보인다는 것이다. 덤블도어 역시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총리는 물론 마법계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권력자가 될 수 있었음에도 호그와트 교수로 자신의 정체성을 한정하는 삶을 살았는데, '자신이 직접 권력을 가지면 권력과 함께 정적도 생겨난다' 라는 패널티를 두려워한 슬러그혼과 달리 정반대로 덤블도어는 권력욕이 강하고 정적을 두려워하지도 않지만, 권력을 손에 넣은 이후부터 자신의 폭주가 두려워서 스스로 자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점이 다르다.
결국, 슬러그혼이 원하는 것은 세상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실질적인 권력보다는 남들이 자신을 존중하고 대접해주는 사소한 권력이었으며 그것을 학벌 라인을 만드는 교수 생활을 통해서 즐기려고 했다면, 한때는 그린델왈드와 의기투합하기까지 할 정도로 세상을 신념대로 변혁하고자 하는 엄청난 야심가였던 덤블도어는 그런 자신의 야욕을 절제하기 위해서 교수 생활을 해왔다. 그런 점에서 보면 사실 '학생을 장기말로 썼다'는 건 덤블도어 쪽도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어쩌면 이런 면에선 덤블도어가 슬러그혼보다 더 심하다고 볼 수도 있고, 두 사람 모두 그 본성을 마지막까지 지니고 있었다.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덤블도어는 해리 포터의 인생과 생사의 큰 그림을 자기 마음대로 짜놓고 해리를 그 판 위에서 놀아나게 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덤블도어는 그 방향성이 자신만의 허영심이 아니라 자신이 아끼는 제자에 대한 애정이었을 뿐이다.
즉, 덤블도어는 죽을 때까지 마키아벨리스트였고 슬러그혼은 속물적이고 꼰대스런 구석을 최종권까지 떨치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들 모두에게 타인은 어느 측면에서 자신의 목적[74] 을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았을지언정, 결코 타인을 수단으로만 여기지 않고 자신의 욕망보다 소중한 어떤 가치를 평생 잊지 않았다.
예시로 덤블도어는 타인을, 심지어 해리조차 그 스네이프가 경악할 정도로 이용했다. 그 스네이프가 해당 부분에서 "그 아이를 언젠가 도축할 돼지처럼 키워온 거냐?" 라며 화를 내지만 이에 대해 덤블도어는 "자네가 언제부터 그 애를 그리 걱정했냐?" 라고 비꼬듯이 응수한다. 하지만 그러면서까지 이루려고 한 대의를 위해 덤블도어는 자신의 목숨까지도 던졌다. 바로 그래서 그들이 냉정한 마키아벨리스트 혹은 꼰대스런 속물임을 부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훌륭한 행동을 했다고 할 수 있는 이유이자, 그들의 영리한 제자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기도 하다.
슬러그혼 본인은 스네이프마냥 학생들을 갈궈대고 괴롭히지는 않는다지만, 분명히 학생들을 능력 위주로 편애하고 차별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다. 슬러그혼 교수를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아라고그 장례식 에피소드 직전 장면에 스프라우트 교수의 협조를 받아서 마법약 수업재료를 충분히 얻어가며 하는 대화에서도 알 수 있듯 수업시간에는 교보재를 충분히 마련하고서 어린 학생들이 실수해도 윽박지르지 않고 언제나 충분한 교보재 여분으로 재기회를 부여하는 태도를 보인다. 다시 말하면 수업시간에 언제나 제자 육성 측면에서만큼은 교수로서 모범적 태도를 보이는 면도 분명 존재하는지라 슬러그혼 본인 기준에서는 '충분히 기회를 줬으니 재능이 드러나는 사람을 인정하는게 맞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작중 모습들을 보면 가장 현실적인 인물임과 동시에 비록 속물이긴 해도 결코 악인이라고 할 수 없는, 그런대로 '적으로 돌리면 귀찮아지고 아군이면 든든한 우군' 이 되어줄 정도로 괜찮은 사람인 듯 보인다. 슬러그혼은 자신의 이득을 그 무엇보다도 중시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사리분별을 무시하지는 않고 준수하긴 하는데다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절대로 안 넘는 인물이니까 말이다. 이는 스네이프와는 다른 모습으로서, 긍정적인 면모와 부정적인 면모를 극명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학생들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 이라는 스네이프와 슬러그혼의 공통적인 문제점에 대해 주인공인 해리는 전자에 대해 피해자 입장이지만 후자의 경우 수혜자에 속한다는 차이 덕에 좀 더 나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전술했듯이 스네이프는 슬리데린이 아닌 학생들을 막 차별하고 괴롭히지만 슬러그혼은 재능이 있거나 유명인사를 둔 제자들만 편애할지언정 자신의 편애 대상이 아니라고 해도 박대하지는 않는다.
또한, 슬러그혼처럼 교육자로서 재능있는 학생을 키워내고 대성하도록 만드는 일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슬러그혼은 도가 심해서 재능이 없는 제자들을 너무 홀대하는 것이 문제일 뿐 비전 자체는 교수로서 나름 건전하다. 사실 모든 제자들을 자식처럼 아끼는 맥고나걸마저도 재능있는 제자한테 뭐 하나라도 더 지원하려는 경향은 약간이나마 있다.[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