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역사비교언어학 (문단 편집) == 역사 비교 언어학은 과학인가? == 사료에 묻혀 살고, 인간의 언어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혹은 연구를 통해 인접한 인문학 간의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역사 비교 언어학은 인문학 그 자체로 보일 지도 모른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조어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이나 환경 등의 고고학적, 문화학적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음은 사실이고 인간의 문화를 연구한다는 인문학의 정의에도 부합하다. 하지만 역사 비교 언어학을 고리타분한 학자들이 하는 케케묵은 피상적 어원론의 중언부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순전히 오해에 불과하다. 역사 비교 언어학은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하는 엄연한 과학이다. 물론 이 진술은 과학에 조예가 없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큰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이다. 혹자라면, 역사 비교 언어학이 과학이라면 끝에 가선 결국 수학으로 환원되어 버릴테니 역사 비교 언어학은 수리 역사 비교 언어학이라 불려야 하고, 나아가 반(反)헤겔적인 사고에 입각한 재구(Reconstruction)가 이루어져야 한다 애먼 주장을 펼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과학이란 동음이의어에서 발생한 착각에 불과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입각한 과학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과학'''(科學) [명사]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 넓은 뜻으로는 학(學)을 이르고, 좁은 뜻으로는 자연 과학을 이른다. 위에서 알 수 있듯, '과학'이란 단어에는 뜻이 두 가지 이상 있다. 언중들이 사용하는 '과학'은 좁은 의미로 '자연과학'이다. 자연을 연구하는 물리학과 화학과 천문학 등등 여러 학문들은 과학이다. 자연을 연구하기 때문이다. 말로야 "인간은 자연에 귀속된 존재이고 (촘스키언을 흉내내자면) 언어 또한 언어기관으로 환원될 수 있으니, 언어의 변화를 연구하는 언어학은 언어기관의 사용을 연구하는, 즉 현재의 인간 이전에 선험적으로 존재하던 자연을 연구하는 학문이다."라고 하며 과학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허나 이런 말장난은 아쉽게도 언제까지나 말장난에 불과한 법이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결국 모든 인문학은 과학으로 소급될 텐데,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분리할 이유가 있겠는가? 역사비교언어학을 명실상부 과학이라 부를 수 있는 까닭은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한 연구를 하기 때문이다. 과학은 비단 자연과학이 아니라,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한 학문을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역사비교언어학은 가설-연역적 모델(hypothetico-deductive model)에 충실한 연구를 한다. 과학은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하여 '관측 가능한 현상에 대한 검증 가능한 예측(Testable predictions of an observable phenomena)'을 하는 학문이고, 가설-연역적 모델은 흔히 말하는 관찰-가설-입증-이론을 무한히 반복하는 방법론이다. 이를 이제 역사 비교 언어학적으로 설명하자면, 두 개의 임의의 언어의 대응을 찾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물론 수많은 방법론이 존재하겠지만 대응을 찾는 예상 가능한 방법론은 다음과 같다. 절대 다음 방법론이 유일한 방법론이라는 뜻은 아니다. (1) 의미가 같은 (혹은 모종의 근거를 통해 선정된) 어휘 간 대조 (관찰) (2) 어형 비교를 통한 임시의 규칙 도출 (가설) (3) 임시로 도출된 대응 통한 어형 예측 (입증) (4) 성공적인 대응 발견 (이론) (5) 실패 시, 성공적인 발견이 이루어질 때까지 (1)에서부터 (3)까지를 반복 (2)과 (3)번 과정에서 높은 통찰력과 직관, 경험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대응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찾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이는 여느 과학에서든 동일하다. 여기서 발견된 대응은 'A → B / _C'와 같은 식으로 기술된다. 수식과도 유사하다. 물론 항상 이러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이러하다. 역사 비교 언어학은 구조주의가 세계를 지배하던 20세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유를 규명하는 현대 언어학에 비해 과정을 기술하는 데에 조금 더 중점을 둔다. 이는 과학적 방법론의 난점이기도 하지만 이미 수천 년 전에 사라져버린 언어의 화자가 말하는 음성이 담긴 음성 파일이 고고학자에게 발견될 일도 없거니와, 물리학 대학원생의 우연한 발견이 타임머신의 발명으로까지 이어질 일은 유감스럽게도 없다. 대응을 통한 규칙 발견이나 재구는 엄연히 추측과 추론의 영역이기 때문에 교차 언어적, 언어 일반적 설명으로 개연성을 얻을 뿐이지 완벽한 원인 설명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한 언어 혹은 소수의 언어에만 특수하게 존재하는 변화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경향성에만 의존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경향성은 언제나 경향성에 불과하다. 가능성은 주지만 진리치에 도달할 근거로 삼을 수는 없을 일이다.] 물론 과거 존재했던 음운 규칙(공시적)이나 음운 변화(통시적)에 대한 음성적 원인 규명을 시도하는 경우도, 또 이에 성공하는 경우도 꽤나 존재하지만 이는 현존하는 언어를 통해 규명하는 것이지 이미 사라진 언어를 재료로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공룡 수의학이 발생할 수 없는 것처럼 실증적인 역사 음성학은 그 자체로 언어도단이다. 역사 비교 언어학에서의 주 목표는 '규칙의 기술'이지 규명이 아니다. 가령 기록적으로 연속적인 모 언어와 그 언어의 고어에서 r → p라는 굉장히 생소한 변화를 관측했다고 해보자. 또, 해당 변화가 그 언어에서 발생하기까지 500년 시간차가 있었지만 그 사이 기록은 전무하다고 가정해보자.[* 역사언어학에서 기술되는 변화는 대부분 결과론적이다. A → B라는 변화는 중간과정이 있었을 수도, 없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출발점과 종착점만 기술하는 것이다. 만일 A → A1 → B라는 연속적인 변화를 기술하더라도 A → B와는 정보량의 차이만이 있을 뿐, 결과적으로 A가 B로 변했다는 본질적인 의미의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변화의 원인을 규명하려면 500년간 존재해온 변화의 중간 과정이나, 해당 언어의 음성 자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역사 언어학자가 이런 것들을 구할 수 있을까? 사료를 발굴하기란 고고학자들의 몫이고, 음성기록장치가 발명되기 이전에 소멸해버린 언어의 음성적 자료를 얻기란 타임머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얼토당토않은 일이다. 비탄하며 아무리 연구실 인근 땅을 파도 고고학적 지식이 전무할 역사 언어학자에게 사료나 기록이 적힌 유물이 발견될 확률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고고학자나 지질학자, 고생물학자가 아니라면 땅을 파도 돈(연구비)은 나오지 않는다는 옛말에는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되새기며, 일단 규칙을 적고 보자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규명보단 기술에 초점을 두던 20세기 구조주의 언어학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런 점이 역사비교언어학을 비과학적인 학문으로 만들진 않는다. 명쾌한 정답이란 난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역사비교언어학은 언제나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해 임의의 형태를 예측 가능한 대응과 변화를 찾는 데에 중점을 둔다. 그러니 응당 과학이라 불려야 할 일이다. 혹자는 규칙이나 대응 없이 현대 어형의 유사성에만 주목하는 논의(주로 칼럼)를 보고, 역사 비교 언어학은 비과학적인, 실로 인문학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어원이나 의미 변화를 논할 때에 (경향성은 존재할지언정) 일반적인 규칙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그런 건 역사비교언어학에서도 어원론이란 분야이다. 현대 어형만 비교하여 단순히 의미적 유사성이나 임의의 공통점으로 어원을 공유한다고 하는 등의 논의는 [[유사언어학]]으로 부르자는 사회적 합의가 이미 존재한다. 그런 어슬프되 이해하기 쉬운 논의를 하는 인물들은 대개 역사언어학 전공자가 아니다. 다양한 방법론이 존재하는 역사 비교 언어학이지만, 피상적인 결과물만을 보고 피상적인 논의를 이어나가며,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것은 학문은 유사 학문이라 불리기 마련이다. 역사비교언어학의 방법론에서 벗어나 과학적 방법론을 지키지 않는다면 역사비교언어학이 아니다.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