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시]][[분류:프랑시스 잠]] [include(틀:프랑시스 잠)] [include(틀:프랑시스 잠/시/열네 개의 기도)] == 개요 == == 내용 == [br] ||'''{{{+2 }}}'''{{{#!wiki style="text-align: center" {{{+3 '''마지막 소망을 위한 기도'''}}} {{{-2 프랑시스 잠}}} }}} ---- 주여, 어느 날에야 나는 소설에서처럼 여름 햇살이 은빛으로 물들인 숲의 이끼 밟고서 약혼녀를 순결한 결혼식으로 인도할 수 있나요. 그때면 아이들도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 비틀거리며 정중하게 예복 갖춘 다정한 어른들을 뒤따를 것입니다. 진지한 이마에는 정적이 서리서리 감돌 것이고, 늙으신 부인네는 가슴 옷 밖으로 드리워진 긴 금목걸이를 하릴없이 만지작거릴 것입니다. 짙은 느릅나무에선 깨새들이 한껏 축제에 기뻐 들뜬 솔직한 마음들과 함께 우짖을 것입니다. 주여, 나는 시인 아닌 순박한 장인이 되겠습니다. 나는 너도밤나무의 불그레 향기로운 장작을 팰 것이고, 아내는 창가에 앉아 말벌이 미친 듯이 윙윙대고 있는 메꽃들이 파르라니 떨어지는 가운데 바느질에 애정을 흠뻑 쏟을 것입니다. 나는 지금 복잡하고 교묘한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주여, 나의 삶은 당신을 찬미하는 기도가 될 것이고, 나의 나날은 나의 유쾌한 대패로부터 꽃 피듯이 하늘로 울려 퍼지는 ‘주일’의 종으로 옮겨 갈 것입니다. 나는 아이들한테 티티새에게 물을 주라 이를 것이고, 푸른 개암나무에 소나기가 미소처럼 매달아 놓은 초록 진주에 싸여 티티새가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그 새가 날게 되는 날 우리는 티티새를 놓아 줄 것입니다. 나는 또한 애들에게 “새해가 되었구나, 오늘 저녁엔, 손자들이 보내 준 기쁜 사연을 읽어 가면서 단단하게 반짝이며 주름 잡힌 이마를 숙이고는 몸을 떨 할머니께 편지 써야 한다.” 고 이를 것입니다. 나의 삶은 소리가 없을 것이고, 죽음은 영광이 없을 것입니다. 내가 묻힐 무덤도 마을 사람이나 흰옷 입은 국민학교 아이들처럼 단촐할 것입니다. 수수한 돌에 있는 내 이름만이, 주여, 내 아이들에게 말을 할 것이고 그러면 아이들은 내 무덤 앞에서 기도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 주여, 어느 날엔가 나를 탐문하러 오는 시인이 있어 마을을 지날 때면, 사람들이 그에게 “모르는데요.” 라고 대답할 수 있게 하여 주소서. 하지만.... (아니, 주여, 내 말을 거두소서....) 무덤에 묻힌 이의 이름을 알고 있는 한 부인이 있어 꽃다발을 바치려고 내 무덤 어딘지 물으러 오면, 내 아들은 일어나 누구냐 묻지 말고 눈물 흘리며 내 묻힌 곳으로 부인을 인도하게 하여 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