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識者 == 학식, 지식, 견문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에도 쓰였을 정도로 오래된 한자 어휘지만 현재도 여전히 많이 쓰인다. 오늘날에는 '식자층'이라는 형태로도 많이 사용된다. [[지식인]]과도 의미가 비슷하다. == 植字 == typesetting === [[인쇄]] 과정에서의 식자 === [[프린터]]나 [[복사기]]가 없었던 옛날에는, 문서를 여러 부 인쇄하려면 목판이나 활판을 만들어야 했다. 활판을 만드려면[* 판을 짠다고 해서 조판([[組]][[版]])이라고 한다.], 우선 인쇄할 문단 모양의 틀을 준비한 뒤, 문서의 글자 하나하나에 해당되는 [[활자]]를 틀에 끼워넣어야 했다. 이렇게 틀에 활자를 끼워넣는 과정을 글자([[字]])를 심는다([[植]])고 해서 식자(植字)라고 한다. 활판인쇄의 식자는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예를 들어 10포인트 크기의 글자 1천 자가 들어간, [[A4]] 종이 1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인쇄한다고 해 보자. 단 1페이지 분량의 이 문서를 인쇄하기 위해, 활판인쇄에서는 1천 개의 활자를 일일이 끼워넣는 식자 작업이 필요했다. 게다가 글자 간격이나 행 간격을 조절하고 싶다면 활자를 일일이 이동시켜 줘야 했고, 폰트 크기를 바꾸려면 다른 크기의 활자를 준비해서 끼워야 했다. 게다가 활자들은 [[도장(도구)|도장]]처럼 좌우가 뒤집혀 있기 때문에, 작업자가 숙련되지 않았다면 실수하기 십상이었다. 이 모든 과정이 사람 손을 엄청나게 타는 일이었고, 때문에 옛날에는 식자 작업만 담당하는 식자공([[植]][[字]][[工]])이라는 [[직업]]이 있었다. 이들은 [[신문사]]나 [[인쇄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일종의 기술자였다. 식자작업은 수 천 개의 자모가 서가 진열대 처럼 배열된 활자 케이스 문선대에서 해당 내용에 필요한 활자를 뽑아서 모으는 문선(文選) 작업 (즉 활자 뽑기) 과 뽑은 활자들을 식자틀에 차례로 줄 맞춰 적당히 배열해서 한 페이지 분의 활판을 만드는 조판(組板) (페이지 짜기) 작업으로 구성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서는 20세기 초 [[라이노타입]]이라는 조판기계가 제작되어, 식자 작업이 매우 편리해졌다. 하지만 [[한자]]와 [[한글]][* 한글은 표음문자긴 하지만 초성+중성+종성이 결합되어 한 글자를 이루고, 글자마다 초성, 중성, 종성의 위치와 모습이 조금씩 바뀐다는 점 때문에 일종의 [[완성형]]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을 사용하는 [[한중일|한국, 중국, 일본]]에서는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그 대신 이 3국에서는 인화지에 글자가 들어간 [[필름]]을 대고 한 글자씩 감광시키는 사진 식자[* 사식(寫植)이라고도 했다. 영어로는 Phototypesetting.] 방식이 더 빨리 보급되었다. 화면에 보이는 내용 그대로 바로 출력이 가능한 현대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당시로서는 [[금속활자]]가 차지하는 부피와 무게를 수천 분의 일로 줄여 준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그 이후엔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와 결합한 사진식자기인 전산사식([[電]][[算]][[寫]][[植]]) 이 등장하기도 했다. 알파벳을 사용하는 미국 등 서구에서는 일찍 디지털화 되어 글자꼴 폰트 정보를 필름이 아닌 컴퓨터 메모리에 저장해 바로 오프셋 인쇄용 사진필름에 전사하는 방식이 나오며 품질과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LinoType 이나 CAT phototypesetter 대표적이다. CAT 는 초창기 Unix Troff 등 인쇄할 텍스트 내용에 여러 문자 수식이나 페이지 배치 명령어 등 인쇄에 필요한 정보를 더한 markup 언어의 발전을 촉진했다 하지만 필름기반 사진식자기가 등장한 후에도 한국에서는 활판 자체로 인쇄할 종이에 바로 찍는 광고지 등 소량 인쇄물이나 따로 두꺼운 종이에 물리적인 요철을 만들어야 하는 지형(紙形) [* 납 활자를 두껍고 딱딱한 종이판지에 찍어 활자 요철을 남기고 그 지형에 납을 부어서 활자의 요철이 통채로 새겨진 납판(연판 鉛板)을 만들어 인쇄한다. 인쇄가 끝난 연판은 녹여서 재활용하고 종이 지형은 출판사가 나중에 재판을 찍을 수 있도록 보관한다. ] 제작 과정을 거쳐 대량인쇄를 하는 소설책 등 출판물, 일간 신문의 윤전기등은 여전히 납활자에 의존했다. 그래서 인쇄물을 자세히 보면 종이가 납활자에 눌린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한국에서는 사진식자 방식은 고급인쇄물인 [[오프셋 인쇄]] 등 일부에서만 잠깐 쓰이다가 바로 다음에 설명하는 쿽익스프레스로 넘어가서 사진식자는 한국에선 자리잡지 못했다. 하지만 1980년대 [[Macintosh(컴퓨터)|매킨토시]]와 [[쿽 익스프레스]]로 대표되는 [[DTP]]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조판 과정 전체를 [[컴퓨터]] 하나로 전부 처리할 수 있게 된다. [[WYSIWYG|컴퓨터 화면에 보이는 그대로]] 바로 인쇄를 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이러면 당연히 식자라는 작업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 DTP는 전통적인 활판인쇄를 빠르게 대체하였고, 이제는 아무리 오래되고 영세한 [[인쇄소]]라고 해도 활판인쇄는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아무리 낡은 장비를 쓰는 영세 인쇄소라도 30년 묵은 [[Power Macintosh|파워 매킨토시]]와 [[QuarkXPress|쿽 3.3k]]를 쓸지언정 활판인쇄기는 안 쓴다.] 이에 따라 식자 작업은 서서히 그 자취를 감췄고, 식자를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식자공"이라는 단어도 잊혀지게 되었다. === 아마추어 만화 번역에서의 식자 === 외국어 만화의 이미지 파일([[스캔본]] 등)에서 글자가 나오는 부분을 지운 뒤, 번역자에게 한국어 번역문을 받아서 만화 이미지에 삽입하는 작업을 뜻한다. 어원은 당연히 1번 문단의 식자 작업에서 나왔다. [[번역팀]] 문서에서도 나오는 내용으로, 역자([[譯]][[者]])는 번역하는 '사람'을 뜻하지만 식자([[植]]'''[[字]]''')는 텍스트를 바꾸는 '작업,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역자 누구, 식자 누구'보다는 '번역 누구, 식자 누구'가 옳은 표기이다. 하지만 한자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현대 한국어의 특성상, [[번역팀]]에서 식자 작업을 하는 사람 자체를 그냥 "식자"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번역과 식자를 혼자서 하는 경우 역식자 라고 부른다. 속된 표현으로 식자 작업을 '식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식자는 역자보다 구하기가 더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루마루]]에서도 식자 확보에 주력하던 모습이 보였으며, 지금 활동하고 있는 대다수의 번역팀에서도 '역자들이 만든 역본은 넘쳐나는데 그걸 처리해 줄 식자를 구하기가 힘들다'라고 하는 팀들이 많기 때문. 번역은 해당 외국어만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면 식자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반면 식자는 이미지 보정이나 리드로잉, 그리고 기본적인 포토샵 능력까지 번역에 비해서 갖춰야 할 역량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존재하는 작품들도 장편은 거의 없고 주로 원본 만화, 동인지, 웹코믹의 대사만 바꾸는 짤방이나 단편 등이 많다. ==== 요구되는 기술 ==== [[포토샵]] 같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의 사용 능력을 갖춰야 한다.[* 사실 [[그림판]]으로도 기본적인 식자는 가능하긴 하다.] 경우에 따라 직접 아트를 그려 메꿔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반투명 말풍선이나 배경글 등.] 그림 실력도 어느 정도 갖추면 좋다. 또한 대사에 맞게 폰트를 바꿔가며 작업해야 하니 상황에 따라 적절한 서체를 사용할 수 있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실제 업계에서 식자, 조판 역할을 하는 전문 프로그램은 '''포토샵이 아니다''', 포토샵은 어디까지나 사진 수정, 편집을 위한 프로그램이고, 출판 원고를 만드는 것은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와 [[인디자인]], 오토데스크, [[코렐드로우]] 같은 [[DTP]] 프로그램이다. '포토샵으로 만들어서 업체로 주면 바로 인쇄 들어가나보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줘 봐야 거기서는 포토샵으로 만든 이미지 파일(psd, jpg, tif...)을 그냥 쓰는 게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로 불러다가 수정하고 인디자인에서 다시 전부 편집해야 한다. 코렐드로우는 벡터 제작/편집 프로그램이면서 자체에 조판 기능까지 다 들어 있는데, 업체에서는 코렐드로우를 거의 안 쓰고 주로 일러스트레이터와 인디자인을 쓰니 제작자는 그냥 같은 어도비의 프로그램이라 호환이 잘 되는 포토샵 파일(.psd)로 주면 된다. 가능하면 포토샵에서 일러스레이터로 데이터를 보내서 글자까지는 넣어서 ai 파일로 주는 게 낫다. ==== 주로 쓰이는 프로그램 ====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식자들이 포토샵을 사용하지만, 다른 프로그램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식자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 [[어도비 포토샵|포토샵]] * [[GIMP]][* 포토샵의 가격에 부담을 느껴 무료 프로그램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는 국방망 PC에서 사용하다가 사회로 넘어와서 쓰는 사람들.] * [[클립스튜디오]] *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일러스트레이터]] * [[PaintTool SAI|사이툴]] * [[EzPhoto|이지포토]] * [[그림판]][* 대부분의 번역팀에서 권장하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결과물의 퀄리티가 영 좋지 않기 때문.] * [[식붕이툴]][* 텍스트 파일에 적어놓은 번역을 포토샵 등의 프로그램에 손쉽게 복붙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식자 보조 툴이다.] [[분류:동음이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