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언어학]] [include(틀:문법)] [목차] == 개요 == {{{+1 Semantic transparency}}} 의미 투명성이란 언어 [[의미론]]에서 다루어지는 개념 중 하나이다. 다른 말로 의미 불투명성(semantic opacity)이라는 말도 쓴다. == 정의 == 둘 이상의 형태소로 이루어진 [[복합어]],[* complex word. 이때의 복합어는 접사 등등을 통해 만들어진 [[파생어]], 단어 대 단어로 합쳐진 [[합성어]]를 아우른 개념이다. [[합성어]](compound word) 문서에서도 보듯 국내 논문 중 compound word를 복합어로, complex word를 합성어로 쓰는 것들도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구 등에서 각각의 형태소를 통해 의미를 얼마만큼 파악할 수 있는지에 관한 개념이다. 가령 복합어의 의미가 각 형태소의 의미를 합친 것과 동일하다면, 각 형태소의 뜻을 아는 이들은 복합어의 의미도 금세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각 형태소의 의미들과는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면 형태소들의 의미를 아는 게 복합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전자처럼 각각의 형태소를 통해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을 "투명하다"라고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불투명하다"라고 한다. 물체가 투명하면 그 안의 것이 훤히 보이듯이 투명한 복합어도 그 의미가 훤히 파악된다는 식의 비유이다. === 광의의 의미 투명성 === 복합어가 아니어도 특정 단어를 보고 의미를 얼마나 파악해낼 수 있는지 여부를 의미 투명성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김정남 2007: 3)[* 김정남(2007), 의미 투명성과 관련한 국어의 제 현상에 대하여, 한국어 의미학, 22(), 1-23.[[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054325|#]]][* 인용에서는 언어학 개념 중 하나인 '수월성'을 [excellence\](훌륭한 정도)의 의미로 사용하는 이들도 있고 [easiness\](쉬운 정도)로 사용하는 이들도 있음을 예로 들고 있다. '수월하다'라는 단어가 1번 뜻("그는 스스럼없이 수월하게 말을 받고 대답하고 하였다."=능숙하다)과 2번 뜻("김 대리가 맡은 일은 수월하지 않았다."=쉽다)을 모두 지녀 이러한 중의성이 발생한다.]. 이 경우 딱 보고 의미를 알아낼 수 있는 단어는 투명한 것이고 그렇지 못한 단어는 불투명한 것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외래어]]는 고유어보다 전반적으로 의미 투명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투명성 개념에서 투명한 복합어들은 이 의미로도 투명하다. 여기서는 이러한 의미의 투명성은 광의의 투명성으로 언급하겠다. [[이름과 실제가 다른 것]] 문서에도 이를 다룬 내용이 있다. == 예시 == 관용어구는 의미적으로 불투명하다. 애초에 투명하게 쓰이는 구는 그냥 구일 뿐이다. 자주 쓰이다 보니 (관용에 따른) 특수한 의미가 생겨 각각의 형태소만으로는 의미를 유추할 수 없게 된 것을 관용어구라고 부른다. [[고유명사]] 역시 기본적으로 불투명하다. 각각의 구성 형태소는 일반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그것을 합쳐봤자 일반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특정 개체를 지시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으므로 불투명해진 것이다. 꼭 복합어가 아니더라도 광의의 투명성으로 보았을 때에도 고유명사는 지칭 대상이 줄어들었으므로 불투명하다. [[한자어]]에서 구성 한자의 의미가 약화되는 것도 언중들이 한자어로부터 각 한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불투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령 '가죽혁대' 같은 것은 '혁대'(革帶)의 '혁'(革)이 "가죽"을 의미하므로 [[겹말]]인데, '가죽혁대'와 같은 말을 쓰는 이들은 '혁대'로부터 "가죽"의 의미를 얻어내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김정남 2007: 7). 이러한 현상에는 [[한글전용]]으로 인해 한자가 문장에 표기로써 출현하지 않는 것도 한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겹말의 사용은 불투명해진 한자어에 같은 의미의 말을 부연해 다시금 투명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티셔츠 같은 데 써져있는 문구 같은 것은 대체로 (광의의 의미로) 불투명하다. 사람의 옷에 쓰인 글자들은 대체로 아름다움을 목적으로 하지 의미 전달을 목적으로 하진 않기 때문이다. 의미를 대번에 알 수 있는 문구를 써놓으면 오히려 움직이는 광고판 느낌을 주어 어색함을 준다. 그래서 가끔 외국 배우들이 이상한 의미의 한국어 문구가 써져있는 옷을 입은 모습이 개그 [[짤방]]으로 돌아다니곤 한다. 그들에게는 해당 표현들의 의미가 외국어여서 불투명한 반면 짤방으로 소비하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너무 투명해 이질감을 주는 것이다. 옷에 쓰여진 글자여도 [[제복]] 등에 쓰여진 직위/성명 표시 등 의미 전달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들도 약간 있다. == 의미 투명성과 어휘화 == 복합어에서 어휘화(lexicalization)가 이루어졌는지 기준으로 작용하곤 한다. 두 형태소가 붙어서 단순히 합을 나타낸다면 임시로 붙은 상태일 뿐이다. 그러나 두 형태소가 형태소 각각의 의미의 합 이외의 의미를 나타낸다면 결합이 더욱 긴밀해진 셈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의미적 융합이라 하며 해당 복합어들을 융합 복합어라 한다. 이러한 융합이 일어난 복합어들은 불투명하다. 한국어를 비롯한 많은 언어에서는 의미가 얼마나 융합되었는지가 [[띄어쓰기]]의 기준으로도 작용한다. == 유사 개념 == 언어학에서 투명성이라는 개념은 대체로 [[의미론]]에서 쓰이기 때문에 그냥 'transparency'라고도 한다.[* 물론 구글 같은 데 transparency라고 치면 정말 공학적으로 투명한 것들만 잔뜩 나오기 때문에 semantic를 붙여야 한다(...).] 간혹 [[형태론]]에서도 형태론적 투명성을 언급하곤 한다. 그것은 복합어의 형태로부터 각각의 구성 형태소를 쉽게 분리해낼 수 있는지 여부에 관련된 개념이다. 가령 '삭월세'(朔月貰)라는 형태였다면 삭(朔)/월(月)/세(貰)를 분리해낼 수 있지만 '[[사글세]]'는 형태상의 융합(amalgamation)이 일어나 각 형태를 분리할 수 없다. 이때 '사글세' 같은 형태를 불투명한 형태라고 한다. 표기가 얼마나 음성과 1:1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표기 심도]]도 '표기 투명성'이라고 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