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한국어 용언]][[분류:동음이의어]] [include(틀:다른 뜻1, other1=EBS 번안명이 '파다'인 네모바지 스폰지밥의 인물, rd1=다람이(네모바지 스폰지밥))] [목차] == 개요 == 한국어의 동사 중 하나이다. 표면을 긁어서 깊게 들어가는 행위를 가리킨다. == 역사 == >굳 ᄑᆞ고 블 퓌우니 >(구덩이 파고 불 피우니) >---- >'''《[[월인천강지곡]]》 <상22>''' 15세기 [[한글]] 자료에는 [[아래아]] 'ᄑᆞ다'로 나타난다. 어간 'ᄑᆞ-'의 [[성조]]는 [[거성]]으로 방점까지 표기하면 '·ᄑᆞ-'이다. 중세 한국어 시절에 'ㅡ/ㆍ' 어근 용언들은 '-아/어', '-오/우' 결합형에서 'ㅡ/ㆍ'가 탈락하는 일이 빈번하므로[* 현대 한국어에서도 '뜨다', '끄다' 등 'ㅡ' 어근 용언들은 여전히 그렇다('떠, 꺼'). 'ㆍ' 어근 용언은 사라졌기 때문에 볼 수 없을 뿐이다.] 표기상 '파', '포'도 자주 나타난다. 이후 제1음절 아래아가 [[ㅏ]]로 변화하는 일반적인 변화에 따라 오늘날처럼 '파다'가 되었다. == 결과 목적어 구문 == 결과 목적어 구문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 땅을 파다 / 굴을 파다 '파다'는 두 목적어를 모두 취할 수 있는데 살펴보면 의미 구조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땅을 파다'에서 '땅'은 '파다'의 [대상]이 된다. 한편, '굴을 파다'에서 '굴'은 '파다'의 [대상]이 아니라 '파다'라는 행위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다.[* 즉, '땅'은 '파다'라는 행위 이전에도('파기 시작할 때') 이미 존재해있지만, '굴'은 파기 시작한 순간에는 존재하지 않고 다 파야지만 그 결과로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것을 포괄하여 결과 구문(resultative construction)이라고 하는데,[* 아래 설명할 결과 목적어 구문 외의 결과 구문으로는 '그녀는 탁자를 깨끗하게 닦았다(She wiped the table clean)' 같은 것이 있다. 이 역시 '닦다'라는 행위가 다 이루어진 결과 '깨끗하다'라는 상태가 나타난 것이다. [[https://s-space.snu.ac.kr/bitstream/10371/86362/1/2.%202231645.pdf|김경학(2005:517)]] 단, 결과 보어라는 문법 공간이 존재하는 영어, 중국어와는 달리 한국어에는 이러한 용법이 문법화되어있지는 않고, '-게/[[도록]] 하다'가 결과적 함축을 갖는지도 의문을 갖는 시선이 있다.. 이러한 결과의 의미는 [[상(언어학)|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 이 경우에는 특히 목적어가 결과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결과 목적어(resultative object) 구문이라고도 한다.[* 심지영(2016:182)에서는 이를 '산출구문'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파다' 외에도 이러한 결과 목적어 구문이 가능한 동사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생일날, 어머니가 __케이크를 구우셨다__. 1. 김 작가는 올해 두 편의 __소설을 썼다__. 1. 지방정부는 교통편의를 위해 __터널을 뚫었다__. 1. 우리는 급히 (여행) __가방을 싸서__ 제주도로 떠났다. 1. 철수는 요즘 새 __여자 친구를 사귀었다__. 1. 김수녕 선수가 이번에는 __10점을 쏘았습니다__. 1. 아이가 __즐거운 꿈을 꾸는지__ 자면서 웃고 있다 … (심지영 2016:184) 특히 '[[뚫다]]'는 목적어의 의미 자질이 [공간을 막고 있는 것]/[새로 생겨난 공간]으로 '파다'와 유사하기 때문에 구문을 꽤나 공유하고 있다. 가령 '굴'은 '굴을 파다', '굴을 뚫다'가 모두 가능하다. 오직 차이가 있다면 '뚫다'는 [관통]을 대체로 전제하는 한편, '파다'는 그렇지는 않다는 점뿐이다. == 용법 == * '''[대상] 류 목적어''' * '''[[땅]]을 파다''' 아래 [대상]류 목적어가 들어가는 경우 "땅에 구덩이/굴을 파다" 식으로 '땅'에는 처격 '-에'가 결합한다. * '''<신체 부위>([[귀]]/[[코]]/[[손톱]]/[[발톱]] 등)를 파다''' [긁어서 떼어내다] 주로 노폐물([[귀지]], [[코딱지]])이 있는 [[귀]]나 [[코]]를 목적어로 자주 쓴다. * '''<특정 분야>를 파다''' [열중하다] -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전공]]을 파다', '[[책]]을 파다'의 예가 실려있다. 다른 의항의 '진상을 파다', '일을 파다'도 유사한 의미로 보인다. * '''[[호적]]을 파다''' [제거하다] * '''[결과] 류 목적어''' * '''[[우물]]을 파다''' * '''[[굴]]을 파다''' * '''[[구덩이]]를 파다''' * '''[[도장]]을 파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유사 의미의 구문으로 '글을 파다'도 실려있으나 근래의 사용 빈도가 높지는 않다. 그밖에도 딱딱하여 무언가 긁어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것(ex. [[벽]] 등)을 목적어로 '파다'가 쓰이곤 한다. 근래에는 [[방(인터넷 용어)|방]], [[계좌]] 등을 '파다'를 써서 표현하곤 한다. 아직 격식적인 표현은 아니고 구어에서만 주로 쓰인다. 위에서 소개한 결과목적어 구문으로 쓰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앞서 '파다'와 '뚫다'가 비슷하다고 했는데, '계좌를 파다'와 '계좌를 뚫다'도 유사한 의미로 함께 쓰인다. [[오타쿠]] 행위는 흔히 '파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요즘 파는 것이 ~~ 이다" 식으로 표현하곤 한다.[* 사실 오타쿠로서 매진하는 행위가 굴을 파는 것과 이미지가 유사하기는 하다.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 편에서도 오타쿠를 일본이라는 규격 사회의 틀에서 개개인이 땅으로 파고드는 행위라고 묘사한 바 있다. [br][[파일:digging.jpg|width=600px]]] 위 '<특정 분야>를 파다' 류로 해석할 수 있다.[* 비슷한 의미로 '[[버닝]]하다'라는 말도 쓰인다.] 행위의 특성상 [도구]를 대체로 늘 상정할 수 있다. 기본 의미라고 할 수 있을 '땅을 파다' 류는 (맨[[손]]으로도 팔 수는 있겠지만) 당연히 [[삽]]으로 파기 마련이다. 신체 부위를 파는 경우 파내는 도구는 거의 대부분 [[손가락]]이다. 귀를 파는 것은 [[귀이개]]일 수도 있겠다. 이렇듯 도구는 상정이 가능하지만 너무나 직관적으로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문장 표면에는 거의 출현하지 않는다. 그냥 '코를 팠다' 이러지 굳이 '손가락으로 코를 팠다'라고는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감이 없어서 수그러드는 성격을 '땅 파고든다', '(땅 밑으로) 파고드는 성격' 식으로 표현하곤 한다.[[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042206.html|#]] 한편 '파고드는 성격'은 "몰입을 잘 하는 성격"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냉장고]]에 쌓아둔 음식들을 조금씩 먹어나가는 것을 '냉장고 파먹기'라고 한다.[* 큰따옴표 검색 결과 40만 건(2023년 3월 13일).] 과거 목판 인쇄에서는 글자를 지울 때 판에 써진 글자를 통째로 파내고 그 자리를 [[https://m.blog.naver.com/smilebosun/30153337758|매목]](埋木)으로 메꾸는 식으로 처리하곤 했다. 때문에 간혹 '지우다'의 의미를 나타내기도 하는데, "호적을 파내다"도 그 일종이다. == 활용/파생 == '파인', '파여 있다'는 직접적으로 긁어낸 것이 아니고 단지 모양새가 쑥 들어간 것도 지칭할 수 있다. (ex. "목이 깊게 파인 드레스") 합성어로 '파고들다', '파먹다', '파[[묻다]]', '파내다', '파헤치다' 등이 있다. 이 중 '파고들다', '파헤치다'는 위의 용법 중 [열중하다]의 의미로 자주 쓰인다.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다', '진상을 파헤치다' 등. '파내려가다'도 아직 표준어로 등재되진 않았으나 자주 사용되는 합성어이다.[* 때문에 '파내려가다'는 현행 규정으로는 '파 내려가다'로 써야 한다.[[http://www.bookeditor.org/editorplaza/sub5/bread.php?id=821&code=bepsub5&bookid=&start=0|#]] 다만 그렇게 쓰면 식물 '[[파]]'가 내려가는 것처럼(?) 순간 잘못 보일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 유사/관련 어형 == '팔다'의 활용형과 형식이 겹치곤 한다. 가령 과거 관형형 전성어미 '-ㄴ'이 결합한 '판'은 '팔다'에 동일한 어미가 결합한 것과 형식이 동일하다. 명사형 전성어미 '-ㅁ'이 결합한 것은 '팜', '팖'으로 표기상 차이가 나는데, [[팜]] 문서에서도 보듯 '팔다'의 의미로 '팜'을 쓰는 경우가 꽤 많다. 오히려 '파다'는 '팜'이라고 할 때가 별로 없다. '-ㅂ니다' 결합형 역시 '팝니다'로 동일하다. [[중세 한국어]]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일어난다. '팔다' 역시 '·ᄑᆞᆯ다'로 성조(거성)와 모음([[아래아]])가 동일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과는 달리 '-디'(오늘날의 '-지) 앞에서도 'ㄹ'이 탈락했기에 '·ᄑᆞ·디'는 현대 한국어로 '파지'에 대응될 때도 있고 '팔지'에 대응될 때도 있다. 중세 한국어에서는 어근이 평성인 'ᄑᆞ다'는 "포개다", "거듭하다"를 의미했다 > ᅀᅭᄒᆞᆯ __포__ ᄭᆞᆯ오 안ᄌᆞ며(__累__裀而坐) >---- > '''《[[삼강행실도언해]]》, <효2> ''' '[[묻다]]'[埋]는 의미상 '파다'와 깊은 관련이 있다. 땅에 무언가를 묻으려면 일단 땅을 파서 공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위에서 보듯 '파묻다'로 합성되어 쓰인다. == 외국어 == 일본어는 주로 [ruby(掘,ruby=ほ)]る에 대응된다. 한국어와는 달리 명사형 ほり도 널리 쓰인다. 인명으로도 자주 쓰이는데 이에 관해서는 [[호리]] 참고. 堀江(ほりえ, [[호리에]])도 인명으로 자주 쓰이는 단어 중 하나인데 뜻은 "(사람이) 파낸 강", 즉 [[운하]]를 의미한다. [[오사카시]]의 [[도톤보리강]] 역시 도톤이라는 사람이 판(호리) 강이어서 그러한 이름이 붙었다. 영어로는 dig에 해당된다.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유명해진 [[버로우|burrow]]도 "땅을 파다"라는 의미이다. 주로 [[지렁이]]나 [[두더지]]처럼 땅 속에 파고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비유적 용례도 그렇지만(She burrowed her face into his chest. -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다 등) 들어가지 않고 들추는 의미일 때도 있다(She burrowed in the drawer for a pair of socks.). 한자 중 '파다'를 나타내는 글자는 '[[掘]]', '[[鑿]]' 등이 있다. 이 두 글자는 합쳐서 '[[굴착기|굴착]]'(掘鑿)이라는 한자어를 이룬다. 중세 한국어에서 한문 원문에 '鑿'이 나오면 대체로 '파다'를 써서 언해되는 편이다. == 동음이의어 == '파다(播多)하다'는 "널리 알려진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주로 '[[소문]]이 파다하다'의 구문으로 쓴다. 네이버 한자사전에는 순우리말 '[[바다]]'를 波多로 적은 예가 실려있다. 고금석림(古今釋林, 1789)에서 "波多. 本朝. 俗稱海爲波多, 今訛爲바다."가 언급된다. == 참고 문헌 == * 김경학(2005), 결과구문의 통사의미특성과 사건구조, 어학연구, 41(3), 517-541. * 심지영(2016), 한국어 결과구문 연구: 한·중 대조 및 한국어교육의 관점에서, 서울대학교 박사학위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