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슬램(지진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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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British_Grand_Slam_bomb.jpg


1. 개요
2. 개발
3. 실전
4. 평가
5. 여담



1. 개요[편집]


22,000lb MC bomb 'Grand Slam'. 제2차 세계 대전영국지진폭탄. 톨보이의 설계상 원형이기도 하며, 안 그래도 흉악했던 톨보이보다 2배 이상 강력한 폭탄이다.

2. 개발[편집]


톨보이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본디 이 폭탄의 설계자인 반스 월리스는 애초에 톨보이 따위의 아담한 물건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그가 처음 제시했던 지진폭탄은 중량이 자그마치 10톤 가량으로 그랜드슬램의 스펙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하지만 당시 생소한 개념이였던 지진폭탄이라는 점과 운송, 투발수단이 당장은 딱히 없어 해당 폭탄 전용 폭격기인 빅토리 폭격기를 개발해서 투하하자는 계획 등의 현실의 벽에 막혀 어쩔 수 없이 초기 제안에서 사이즈를 대폭 축소하여 제작한 게 톨보이였던 것.

이후 톨보이가 각 전역에서 떨구는 족족 혁혁한 전과를 올리면서 월리스의 지진폭탄 개념은 단순한 책상머리의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 실전에서 충분히 통용되는 걸 입증했다. 그러던 중 콘크리트를 떡칠한 일부 목표물이 톨보이의 폭격을 견뎌내면서 좀 더 강력한 폭탄을 만들 필요가 생겼고, 이에 월리스는 다시금 초기 제안을 제시한다. 이미 톨보이로 지진폭탄의 위력을 확인하고 재미도 톡톡히 본 영국군은 이번엔 별다른 이의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2차 대전에서 가장 강력한 재래식 폭탄 "그랜드슬램"을 개발했다. 개발 결과 나온 폭탄은 길이 7.7m, 중량 10t에 폭약 6t으로 당연히 상식적(?)인 수준으로 스펙이 조정된 톨보이보다 배로 흉악한 물건이었다 역시 세상 흉악한 건 전부 영국이 만든다.정상고도에서 투발 시 추진체 없이도 폭탄이 표적에 도달할 때의 자유낙하속도가 음속에 가까운 마하 0.94에 이를 정도였다.

처음에 그랜드슬램이 한 번 빠꾸먹은 건 영국군이 바보거나 머리가 굳어서가 아니고, 실제로 그랜드슬램을 제작하고 나서도 운용상 여러모로 무시 못할 문제가 있었다. 상술했듯 원래는 미국의 B-36 수준의 엔진 6개짜리 초대형 전용 폭격기를 새로 만들자고 할 정도의 덩치였고, 그건 할 수 없어서 그나마 당시 영국군이 보유한 폭격기 중 가장 적재 중량이 컸던 랭커스터 폭격기에 달려고 생각은 해봤지만 수납이 안 되고 중량 문제도 있어, 결국 그랜드슬램을 장비하기 위해 불필요한 장비 떼고, 연료도 적게 싣고, 아예 외부에 폭탄을 매달 수 있도록 별도의 장비를 만드는 등 이거 하나 매달려고 아득바득 기체를 개조해야만 했다. 쉽게 말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만 갖추게 만든 상태로, 비행기를 구성하는 부품이 동체+엔진+외피+조종계통+폭탄설비+연료가 끝이다. 이딴 마개조를 해대서 띄우는 대삽질을 한다 해도 설계상의 투하고도는 커녕 중저고도에서도 빌빌대니 이 폭탄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크고 무거운 물건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보통 폭격기가 노리는 장소는 당연히 중요시설일테니 대공망이 갖춰져 있을 것이고 주변에 출격가능한 공군이 있을테니 가능하면 높게 날려고 하기에 대부분의 폭격기는 폭격 시작시 정밀도를 위해 고도를 낮추기 전까지는 쭉 고고도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랜드슬램을 장착하려고 갖은 개조를 하고 나면 고고도로 날기가 힘들었기에 가다가 대공포나 전투기에 요격당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무작정 폭격기의 희생을 감수하고 들이박든가, 아니면 좀 안전하게 운용하고 싶다면 사전에 주변 대공진지랑 싹 다 날려버리고 제공권을 확실하게 확보하는 전략적인 노력이 선결과제로 들어온다.

파일:external/static.thisdayinaviation.com/Avro-Lancaster-B-Mk.I-special-PB996-YZ-C-No.-617-Squadron-Fl.-Ofc.-P.-Martin-drops-Grand-Slam-at-Arnesberg-19-March-1945-1-IWM.jpg
그랜드슬램을 위한 랭커스터 B I 스페셜 모델. 그나마 리틀 보이팻 맨은 폭탄창 안에도 들어갔고, B-29의 기본 폭장량(폭탄창 한개당 4.5톤으로 도합 9톤)으로도 탑재가 가능했지만, 이건... 핵무기에도 그랜드슬램과 비슷한 사례가 있다. 소련의 실험용 폭탄이며 지금까지 실기폭실험에 동원된 폭탄 중 가장 위력이 강한 수소폭탄인 차르 봄바.

한마디로 아주 못 던질 물건은 아니었지만 "폭탄 하나 쓰겠다고 이렇게까지 오버를 해야 하는거냐, 이렇게 오버할 만큼의 가치가 있느냐"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고,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성능 검증도 안 된 만큼 이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 당연히 거부했던 것이다. 그런데 다운그레이드된 톨보이를 직접 써보니 아주 효과가 좋아서 쏠쏠히 써먹으며 폭탄 하나 던지겠다고 이렇게까지 오버할 가치가 있음을 충분히 입증했다. 물론 여기서 끝났다면 '톨보이면 되는데 뭐하러 그보다 더한 놈이 필요할까?'라는 이유로 개발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겠지만, 나치 역시 폭탄이 날아오는대로 가만히 맞고만 있는 바보는 아니어서 톨보이로는 못 뚫게끔 콘크리트 벽을 더욱 두껍게 만드는 등 대응책을 강구를 했기에 톨보이보다 더한 놈의 필요성이 생겨버리면서 그랜드슬램의 개발을 착수할 수 있었던 것. 이후 첫 실전을 치르는데...

3. 실전[편집]


그랜드슬램은 그 이름답게, 데뷔전에서부터 화끈하고도 화려했다. 데뷔 첫 상대는 독일 베스트팔렌(Westfalen) 지방의 도시인 빌레펠트(Bielefeld) 인근 실트에셰(Schildesche) 지역의 육상 철교(Schildescher Viadukt)였다. 톨보이 폭격도 견뎌냈던 놈이라서 그랜드슬램이 투입되었고 투하된 폭탄은 철교에서 수 미터 벗어난 지점에 떨어졌다.

헌데, 분명 빗맞았는데도...

파일:external/www.bergenbelsen.co.uk/C_005086.jpg
그랜드슬램의 자비심 없는 폭발력이 일대의 지반을 싸그리 무너트리면서 철교 교각까지 동시에 폭삭 내려앉았다. 위의 사진을 보면 큰 웅덩이 주변에 상대적으로 아담한(?) 물웅덩이 몇 개가 보이는데, 그게 이전에 톨보이가 떨어진 흔적이다. 물론 이후 다른 철교도 비슷한 꼴을 당했다.

저런 초대형 폭탄을 하늘에서 투하하자 땅 속 깊숙히 박힌 뒤 폭발했고, 그러자 지반을 지탱하던 기반암층이 부분적으로 부서지면서 지반까지 약해져버렸다. 이러니 그 위에 구조물을 세워도 지반이 버티지 못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 복구하려면 저만한 강도의 지반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현대의 기술력으로도 땅에 파이프를 박고 콘크리트를 채워넣어 보강해야 하는 돈도 시간도 자원도 제법 잡아먹는 힘든 작업이니 전쟁 중이었던 당시에는 정말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보면 된다.

독일군도 이 사실을 알았기에 1944년 12월 1일 이 구간을 동쪽으로 크게 우회하는 임시 복선철도(The Gummibahn)를 만들어 놓았고, 폭격 후 다리가 끊어졌을 때도 이 쪽으로 운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원래 구간이 복복선이었기 때문에 복선으로 건설된 임시선로의 운송량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 육상 철교는 종전 후인 1947년 목재와 철재로 무너진 부분만 복구하여 열차가 다녔는데, 임시복구 형태라 두 개의 복선 철교 중 하나만 복구하여 이 쪽은 가벼운 열차만 운행했고 무거운 열차는 한동안 임시 우회선로로 다녔다. 그러다 복구가 안 된 다른 쪽 복선 철교를 1964년에 콘크리트교로 다시 만들면서 우회선로는 폐지되었다. 이어 임시복구했던 철교도 종전한지 무려 40년이나 지난 1985년에서야 완전히 복구를 마쳤다.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640px-U-Boat_Pen_Grand_Slammed.jpg
그랜드슬램에 직격당한 브레멘의 발렌틴 U보트 생산기지. 실오라기 같이 보이는 게 철근이다! 작정하고 톨보이 같은 강한 폭탄의 폭격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해 1945년 3월 폭격 당시 90% 완공된 상태였다. 그런데 그랜드슬램이 4.5m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가 지붕을 완전히 날려버렸다.사진 출처 동쪽 구획은 7m의 철근 콘크리트를 떡칠해놔서 버틸 수 있었지만 하필 4.5m를 발라놓은 서쪽 구획에 떨어지는 바람에 저 난리가 난 것. 그랜드슬램이 관통하기 전에 기폭된 탓에 시설 내의 인부들은 살아남았지만, 결국 기지는 완공되지 못한 채 버려졌고 4주 후에 영국 육군 제30군단이 점령했다. 이 폭격으로 21형 유보트의 최종조립라인이 끝장난 탓에 종전까지 투입가능한 21형은 4척밖에 완성되지 못했다.

독일군은 톨보이에 온갖 공들여 만든 군사용 강화구조물이 싸그리 다 박살나기 시작하자 콘크리트를 더 처발라 방어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책을 마련했는데, 기껏 없는 살림에 돈을 퍼부어가며 톨보이를 막기 위해 강화했더니 그랜드슬램 맞고 쿠크다스마냥 박살나서 엎어지는 어이가 터지는 상황에 몰렸다. 2차대전 중 투입된 그랜드슬램은 총 41개로 주로 교량과 항구의 고가교(Viaduct) 폭격에 사용되었다. 덩치와 무게, 그리고 무유도폭탄이라는 한계상 특정한 건축물을 정확히 명중시키는 정밀타격은 무리였지만 그랜드슬램에게 그딴 건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다. 역으로 그 덩치와 무게 덕분에 정타를 내지 못한다 해도 적당히 근처에 떨어지기만 하면 교량이나 고가교를 최소한 일시적으로, 잘 박히면 반영구적으로 사용 불가능할 정도로 지반을 붕괴시키기에 충분한 폭발력과 지진효과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1945년 4월 25일 히틀러의 별장 중 하나인 베르크호프(Berghof)를 산사태마냥 뒤엎어버렸는데, 이유는 뚜렷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영국 공군은 폭격할 만한 중요 시설이 하나도 없는 뉘른베르크를 단지 나치당 전당대회가 열렸던 유명한 지역이라는 이유로 폭격한 전력이 있다 보니 아마 이 곳도 단지 히틀러의 소유라는 이유로 얻어맞은 것으로 보인다. 히틀러의 소유인 데다 그 특별한 상징성으로도 폭격할 이유는 충분하다. 히틀러의 별장은 히틀러가 유독 튼튼하고 오래가도록 만들라고 지시하고 감독한 데다 국가원수가 이용하는 곳이므로 나름대로 방공설비를 갖춘 곳으로 일반 폭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곳이었다.

이렇게 2차대전의 중후반을 활약한 지진폭탄은 태평양 전쟁에서도 사용할 예정이었는데 미군쪽에서는 B-29를 개조해서 탑재하려고 하였지만[1] 원자폭탄의 활약과 일본의 항복으로 무산되었다. 당연히 미국은 미국답게 더더욱 크고 아름다운 T-12 클라우드메이커라는 흉악한 폭탄을 만들었다.

4. 평가[편집]


폭탄 하나 던진다고 폭격기를 개조까지 하면서 써야 하냐라는 의문에 충분히 제 값을 하는 것으로 답해주었지만, 나온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주 고객(?)인 독일과 일본이 항복하는 바람에 본격적으로 활약하지 못하고 종전을 맞은 비운의 병기. 허나 적은 실전 기회에도 불구하고 그 목적에 맞는 위력을 통쾌하게 보여준, 그야말로 짧고 굵게 뚫고 간 병기라 할 수 있겠다.

현대에 와서도 MOP등의 초대형 폭탄이 실전배치 되는 것을 감안하면, 그랜드 슬램의 족적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대한민국이 고위력 현무 탄도미사일을 공개했는데 이쪽은 탄도미사일 주제에 탄두 중량이 무려 9톤에 육박하는 물건으로, 그랜드 슬램보다도 흉악한 물건이다.

5. 여담[편집]


미얀마를 배경으로 한 람보 4: 라스트 블러드에서 람보가 M18A1를 사용한 부비트랩으로 땅 속에 박혀있던 톨보이 불발탄을 기폭시켜서 개를 풀어서 추적해오던 정부군 병사 십여명을 폭사시킨다. 다만 전체적인 생김새는 그랜드슬램을 닮았다. 커다란 폭발과 함께 엄청난 충격파로 주변의 나무가 쓰러지는 묘사를 볼 수 있다.

대체역사소설 내 독일에 나치는 필요없다에서 영국이 천황이 숨어있는 벙커를 갈아엎을 때 1발을 투하해 흉악한 성능답게 벙커에 숨어있던 천황과 시종들을 몰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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