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영원한 7일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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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 손에 든 건 전단지야?


...... 그냥, 그냥 폐지일 뿐이야. 이따가 버릴 곳 제대로 찾아서 버릴 거야.


라비는 손에 든 종이를 구긴 다음 아무렇게나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흥! 지금 업무 시간인데, 넌 왜 여기서 한가하게 놀고 있는 거야?


라비는 다시 화제를 돌렸다. 이 때 라비 옆에 서 있던 아미트는 물고있던 전단지를 급하게 내 손에 쥐여줬다.


아미트ㅡㅡ!


고마워, 아미트.


크르렁...


공원에 새로 야간 회전목마를 지었구나...... 라비, 가서 타고 싶어?


......

나는 이런 애들이나 가는 놀이기구에는 관심 없거든.

학교 끝나고 길에서 파는 인형 머리 장식을 끼고, 가족들과 함께 회전목마를 타고, 나중에 유원지에서만 파는 솜사탕을 먹어야 하는 그런 지루하고 제멋대로인 일에는 전혀 관심 없다고.


그럼 이 전단지는?


분명 아미트가 회전목마를 타고 싶어서 그렇겠지. 그럼 너 혼자가, 나 찾지 말고.


쿠워어!


...... 알았어 알았어! 내가 같이 가줄게.

지휘사 , 우선 확실히 말해두는데, 회전목마는 내가 타려는 게 아니야. 그냥 아미트랑 함께 가주는 거 뿐이지.


그럼, 나도 같이 가도 돼?


응?!

지휘사도 유원지 안 가봤어?

그럼...... 너도 껴줄게. 하지만 너무 신나게 놀아서 다음날 정신을 못차리고 나한테 같이 반성문 써달라고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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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파는 풍선 장식을 쓰고, 라비는 깡충깡충 뛰며 앞장섰다.

이날 밤 중앙공원은 유난히 왁자지껄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회전목마의 조명등이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었고, 거리마다 웃음이 가득했다.


라비, 솜사탕 줄게.


이런 물건은 어디서 사 온 거야. 내가 필요 없다고 말했지? 하지만 이미 샀으니 그냥 두는 것보다 먹어치우는 게 낫겠네. 자, 한 사람당 하나씩.

...... 빨리 받아! 그래서 솜사탕 두개 산 거 아니야? 그리고 이 풍선으로 만든 모자, 내가 왜 이걸 꼭 쓰고 있어야 하는 거야? 이건 3살짜리 애들이나 하는 거지, 나랑 상관없거든.


라비가 쓰면 귀엽잖아.


...... 나한테 귀엽다고 하지 마.

그리고, 그리고, 왜 네 머리 위에도 풍선 모자가 있는 거야......


라비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시선은 옆을 지나가는 가족들을 향했다. 그들은 다양한 색상의 풍선 모자를 쓴 채, 웃고 떠들며 손잡고 지나갔다.



이렇게 보니 더 가족 같다

라비의 가족이 되고 싶으니까


......

그럼 내 손 잡아.

너 못 본거야? 다른 사람들은 다 이렇게 걷고 있다구...... 내 가족이 되고 싶다면서. 그럼 이것부터 해야, 최소, 최소 우리가 가족 같아 보여야 하잖아.


크르렁...


라비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서.


라비의 손을 잡았고, 그의 손은 점차 따뜻해졌다. 라비는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어, 이곳에서는 그의 표정이 잘 안 보였다.


라비, 웃고 있어?


...... 안 돼? 난 웃으면 안 돼? 웃는 게 불만이라면, 안 웃을게.


라비는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다. 속마음을 들키자 속사포처럼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손은 더 세게 잡았다.


라비......

왜 솔직하지 못한거야?

라비

왜냐면, 어떤 말은 하고 나서 거절당할 수도 있으니까. 지휘사 , 무슨 느낌인지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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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면 표현해봐

라비

왜? 어차피 아미트 말고는 들을 사람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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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라비의 가족이 되고 싶다는 건 내 진지한 생각이야. 그래서 라비의 기분이 나한테 아주 중요해.


...... 응, 알았어.

야야야! 갑자기 그렇게 꽉 잡지 마랄고! 손 부러지겠어!


회전목마는 어둠 속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며, 휘황찬란한 장면이 점차 흐릿해져 큰 아우라가 되었고, 음악 소리와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한데 뒤엉켰다. 라비는 눈을 뜬 채 간절해 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라비, 우리 회전목마 탈까?


내가...... 될까......


주의사항에 보면 키가 1.4m가 안 되는 어린이는 보호자가 함께 타야 한대. 내가 있으니까 괜찮아.


누구 키가 1.4M가 안 된다는 거야?! 그리고, 나는 키 걱정하는 게 아니라, 나는...... 난......


라비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한쪽 회전목마에는 어린아이들이 부모의 품에 안겨 즐겁게 타고 있었다.


내가 너를 안고 있을게.


그러면 부끄럽지 않아?


회전목마는 멈춰 섰고, 다음 사람들이 탈 차례가 되었다.


분명 난 애도 아니고, 너도 그렇게 믿음직한 어른이 아니잖아.

하지만, 여기엔 너밖에 없으니...... 그럼, 날 안고 올라가! 아미트 너도 와!


말이 끝나자마자 라비는 앞장서서 들어갔다. 자진해서 리본이 달려있는 커다란 목마를 골라, 작은 손과 다리를 움직여 단번에 기어올라갔다.


꼬마친구, 혼자서 타면 안 돼요.


아니야, 난 혼자가 아니야, 나 나도 보호자가 있어.

...... 지휘사 , 빨리 와!


라비가 뾰로통한 채 손을 흔들었다.


...... 그리고 나 회전목마 처음 타는 거야.

지휘사 ,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된다!


이 밤, 불빛은 공원 전체를 비췄다. 멈추지 않은 축제 음악 속에서 라비는 목마에 앉아 한 바퀴 한 바퀴 회전했다.

진정한 기쁨은 지금의 웃음소리처럼, 이곳저곳에서 또렷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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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와.

여기는 커피도 없고 좋은 차도 없어, 뜨거운 물 밖에 없는데 괜찮아? 맞다, 아미트가 숲속에서 견과를 많이 찾아왔는데, 배고프면 먹어도 돼.

...... 아, 귀찮아. 도대체 뜬금없이 왜 온 거야? 여긴 손님 받는 곳이 아니라고!


라비는 불평을 하며, 나무로 된 천장에서 물컵을 찾았고, 몇 없는 견과를 접시에 담아 책상에 놓았다. 꼭 신나서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 같았다.

그가 견과를 꺼내 손님에게 대접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정말 신나 보였다.


야, 아몬드도 깔 줄 모르는 거야? 그건 이 작은 망치로 살살 두드리고, 껍질에 있는 틈으로 벌리면 된다고.

응응, 그렇지, 바로 그렇게.


껍질을 깐 구운 아몬드를 손바닥에 올려 라비에게 주었다.


응? 나한테 왜 줘?



라비 좋아하는 거 아니야?

첫 번째 아몬드를 너에게 줄 거야


...... 이건 분명 내가 너한테 준 건데.


아, 그럼 내가 다음에 견과 사줄까? 그럼 이건 치운다.


잠시만, 누가 안 먹는데?!

견과를 봐서라도 내가 억지로 네 마음을 받아줄게. 하지만 다음에 또 오면, 나 대신 아주아주 많은 견과를 까야 될 거야.

라비 지금 또 놀러 오라고 초대하는 거야?


내...... 내가 언제! 나는 단지 도와달라고 했을 뿐이야, 너랑 얘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알았어, 꼭 다시 올게.


...... 흥.


창문 앞에 서 있던 아미트가 갑자기 라비 곁으로 왔다.


쿠워어!


아미트, 왜 그래?

...... 밖에 비 와? 큰일이네, 어제 말린 솔방울이 아직 밖에 널려있는데. 빨리 거두지 않으면 이번 달에 먹을 솔방울이 없어.


말을 끝내자마자 라비는 민첩하게 책상을 넘어 아미트와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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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뒤를 쫒아가 보니 그들은 한창 쩔쩔매며 땅 위에 넓게 펼쳐진 솔방울을 회수하고 있었다. 껍데기를 보니 이미 햇볕에 잘 말려있었다.


이따 정말 비 오는 거야?


아미트의 판단이 틀릴 리 없어. 구름의 흐름을 보니, 한 시간 뒤에 비가 올 거야.

떠돌아다녔을 때, 날씨를 제때 판단하지 못해서 사전이 비 파할 곳을 찾지 못하게 돼서 감기라도 걸릴 때 아주 곤란했어.

움직이지도 못하고...... 의사도 찾지 못하고...... 갈아입을 깨끗한 옷도 없고......

야, 너 그거 무슨 표정이야, 내 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나는 태어났을 때 부터 떠돌이 경험은 충분히 쌓았고, 그런 바보 같은 떠돌이들이랑은 다르다고.

만약 나라면 바람이 불던 비가 오던, 설사 가끔 폭풍이나 해일을 마주치더라도, 똑같이 살아남을 수 있어.

만약 어느 날 다른 사람이 말한 거처럼 세계가 멸망한다면 날 찾아와. 나랑 아미트는 견과아 아주아주 많아서, 너 한 명 정도는 받아줄 수 있어.

그럼 라비한테 부탁할게

라비

네가 그랬잖아, 내 가족이 되겠다고....... 그렇다면, 널 돌보는 것도 내가 해야지.

그런데, 오해는 하지 마. 너랑 아미트가 항상 나를 귀찮게 구는 것보다, 난 그래도 혼자인 게 더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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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다신 떠돌아다니게 하지 않을게

라비

무......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내가 밖에서 얼마나 자유로운데, 네가 신경 안 써도 돼.

그리고, 네가 언제까지 신경을 써 줄 거라고...... 아미트처럼 귀찮은 녀석은 이미 하나로도 골치 아프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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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렁......


알았어 아미트. 견과 창고를 정리하기 전까지는 가출하지 않을거야.


라비는 광주리에 가득한 솔방울을 들고, 앞이 안 보여서 그런지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내가 도와줄게.


어? 너한테 이런 힘이 있었냐?

말했지, 날 어린아이로 보지 말라고. 지휘사 는 그저 길 안내만 하면 된다니까ㅡㅡ야! 내가 말하는 사이에 내 견과를 가져가지 말라고!


네가 들을 수 있는 거 나도 알아. 내가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


......

넌 정말 이상해. 분명 손님으로 왔으면서, 굳이 일을 하겠다고......


라비가 그러지 않았어? 여기선 손님 접대 안 한다고.


내가 그랬어?

어...... 어쨌든, 아까랑 지금은 달라! 예절상 손님은 얌전히 소파에 앉아 차 마시고 디저트나 먹으면 되는 거 아냐?


라비도 사교 예절을 따지는구나. 이런 건 중요하지 않아.


엄청 중요해.

그게 너라면, 더 중요해! 넌 우리 집에 처음 놀러오는 거잖아. 근데 어떻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겠어. 어쨌든 안돼!


라비는 무의식적으로 한바탕 소리친 후, 그제서야 자신이 좀 전에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듯 했다.


............

아,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웃지 마! 손에든 견과나 내려놔! 아님 화낸다!


더 이야기 하다가는 라비가 부끄러움에 기절할지도 모른다.


그래 그래 그래, 힘들다. 라비가 좀 도와줄래?


흥, 좀 전까진 센 척 하더니. 일찍 말하지 그랬어.


라비는 얼굴을 붉히며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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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트, 왜 너밖에 없어?


크르렁...


못 알아듣겠다.

아미트도 서로 소통이 안 된다는 걸 알았는지, 손짓으로 나를 방으로 데리고 갔다. 발자국 소리 때문인지, 침대 아래에 있던 사람은 금방 눈치를 챈 듯했다.


아미트, 나 좀 그만 귀찮게 해. 이번에는 절대 말 안 들을 거야.


라비의 목소리는 우울해 보였다.


나야, 라비, 왜 그래?


지휘사 ? 어떻게 온 거야...... 됐어, 빨리 돌아가. 오늘은 안 나갈 거야.


쿠워어!


아미트는 침대 밑으로 고개를 집어넣어 살포시 라비의 옷을 물어 발버둥 치는 라비를 끌어냈다.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아미트! 이거 놔아! 아, 아파.


라비는 살짝 부은 볼을 감싸고 있었다. 말할 때 발음도 정확하지 않았다. 이건 아마...... 치통인가? 그는 잔뜩 화간 난 채 아미트를 노려보면서 침묵했다.


라비......

입 벌려 보여줘

라비

보지 마, 넌 치과의사도 아니잖아.

지휘사

대체 어떻게 됐나 좀 보게. 만약 염증이라도 생긴 거면 계속 아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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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통인 거야?


네가 보고 나면 바로 집에 갈 수 있는 거야? 아니면 나한테 말 걸지 마.


쿠워어!


아미트, 혹시 나를 돌봐달라고 지휘사 가 보낸 거 아냐? 의외로 신기사인 나보다 지휘사 의 말을 더 따르단 말이지. 알았어, 그만 재촉해.


지휘사 , 딱 한 번만 보여줄 거야. 아ㅡㅡ


라비는 입을 벌렸다.


음, 라비 이갈이 하는구나. 이제 막 나기 시작한 치아가 유치를 밀고 있어서 염증이 났네. 원래 치아를 뽑아버리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


이 뽑기......

난...... 싫...... 어......! 가기 싫어!!


라비는 막무가내로 침대 가장자리를 꽉 껴안았다.


난 아플까 봐 무서워하는 게 아니야! 그냥, 그냥....... 치과에서 쓰는 전기 드릴은 팔뚝만큼 두꺼운 비늘을 쓰니까, 그건 너무 비정상적이잖아.



이건 또 어느 프로그램에서 본 거야?

전기 드릴이 어떻게 있겠어!


어쨌든 난 본 적 있어.

프로그램은 과장을 좀 하잖아. 사실 그런 물건은 없어.


만약에 진짜면? 너랑 아미트가 나를 치과에 데리고 갔는데 만약 사람들이 나를 묶고 내 치아를 부수면 어떡해?

아야......


라비는 말 하는 도중 혀로 입 안 어딘가를 건드렸는지,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 보는 게 좋겠어.


안 가......


너가 자꾸 이러면 아미트가 걱정할 거야.


테이블에는 아직 손도 안 댄 밥과 반찬들이 있었다. 보아하니 분명히 이가 아파서 라비는 밥도 못 먹었을 것이다.


쿠워어!


아미트......

알았어, 딱 한 번만 갈 거야. 정말로 치료할 수 있다면...... 주머니에 아직 견과가 많이 남아있으니 낭비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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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왔어.

치과에는 전기 드릴도 없었고 바늘도 없었어...... 그냥 잇몸에 약을 좀 바르더니 아무 느낌도 없이 이 뽑더라.


역시 TV프로그램은 애들을 속인다니까.


자기가 속았으면서...... 그러나 라비 같은 삐딱한 아이에게는 적당히 듣기 좋은 말은 해 주는 게 필요하다.

라비는 TV에 안 속다니, 정말 대단한걸.


헤헤, 안 그랬음 내가 어떻게 치과에 갔겠어.


잇몸에 바른 마취약이 아직 남아 치통의 위기에서 잠시 벗어난 라비는 거울 앞에 서서 새로 바뀐 자신의 치아를 열심히 관찰했다.


아주 고르게 났어. 의사 선생님이 이게 다 견과를 자주 먹은 덕분이래.

그러니 지휘사 , 너도 견과 많이 먹어.


근데 나는 진작에 이갈이를 했는데.


그래? 한 번 봐봐.


그 말을 듣고 입을 살짝 벌려, 라비에게 미소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어때?


음......

보기 좋네......


라비는 시선을 잠시 피하더니, 이내 다시 정신을 차린 듯 했다.


난 치아를 말한 거야, 오해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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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사의 치유능력이 일반 사람들과 다른 건지, 좀 전까지 심각한 치통을 겪은 라비는 얼마 되지도 않아 벌써 빠르게 체력을 회복했다.

이 순간 라비는 큰 견과류 봉지를 안고 오물오물 씹고 있는데, 두 볼이 빵빵했다.

정말 귀여워

라비

다·들·리·거·든!

난 하나도 안 귀여워. 지휘사 는 항상 이런 말로 잘 보이려고 하더라. 설마 부탁한 일이 있는 거야? 그럼ㅡㅡ거절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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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집어보고 싶어.......

라비

그냥 생각만 하면 되잖아. 왜 이렇게 금방이려도 만지려고 하는 거야!

경고하는데, 내 얼굴 꼬집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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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라는 사람이 하루 종일 우리 집에 있고, 이럴 때 보면 꼭 아미트 같네.

어떨 때냐고? 당연히 참견하는 거지. 원래도 아미트가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르나 피곤했는데, 지금 너까지 그러잖아......

왜 지붕에서 자면 안 돼?! 왜 삼시 세끼 견과를 먹으면 안 돼?! 왜 스쿠터를 훔쳐 타면 안 돼?! 왜 아미틑 항상 이런 걸 못하게 하는 건데?!

...... 아, 그 항상 게으름 신관, 가끔 그녀석 스쿠터를 타고 공원에 가서 낮잠 자던데, 그 때마다 차를 길가에 세워두더라고.

하지만 아미트가 못 타게 해. 내가 조금만 가까이 가도, 아미트는 계속 잔소리를 해서,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라비는 스쿠터 타고 뭐 하게?


바닷가에 가려고......

이상한가? 나는 줄곧 들판으로 떠돌아다녀서, 제대로 된 바다를 본 적이 없어. 예전에 일부러 항구에 가 봤는데, 거기는 그저 커다란 연못 같더라고......

진정한 해변이라면 적어도 모래사장과 햇빛은 있겠지. 그러니까 아주 먼 곳으로 가야 돼, 걸어서는 가지 못한다고.


다음에 내가 라비 데리고 바닷가에 갈게.


...... 그래도 돼? 지휘사 일로 바쁜 거 아니야?

목적지만 알려주면 충분해. 나 혼자서도 갈 수 있어. 아무리 멀어도 괜찮아. 접경도시에 오기 전에 나는 이곳저곳 떠돌아다녔으니까. 돌아갈 집도 없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


이제 내가 있잖아?

내가 같이 갈게


...... 음, 알았어. 그럼 같이 가자.


크르렁......


아미트도 같이 가고 싶어? 그렇게까지 말했으니, 내가 데리고 가 줄게.

조용히 해. 나는 바닷가에 가서 기쁜 게 아니라, 견과를 많이 먹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그래. 이건 지휘사랑 아무 상관없어.


쿠워어!


으아아, 말 하지 마.

지휘사 , 아미트 말 듣지 말라고.


난 못 알아들어.


그럼 됐어.


아미트는 도대체 무슨 말을 했을까? 라비에게 직접 물어보면 분명 말 안 해주겠지.


표정에 다 쓰여있거든, 너 지금 아미트가 무슨 얘기 했는지 물어보고 싶지?

포기해, 아미트의 말은 나만 알아듣고, 난 절대로 너에게 말해주지 않을거야. 최소, 최소한...... 지금은 아니야.


그럼 언제 알려줄 거야?


라비는 고개를 숙여 잠시 고민했다.

너 일어서 봐.

아, 나보다 이렇게나 크다니......


라비는 아직 어리잖아.


...... 흥, 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내가 얼마나 지나야 될 지 모르겠지만, 금방 너보다 훨씬 커질 거야!

그 때가 되면 너에게 말해줄게.


그렇구나. 견과를 먹으면 키 큰다는데.


!!!

알았어.

별로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그러니 기다려야 해!


그 날 이후, 라비는 매일 견과를 두 배로 먹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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