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백야극광)

　안녕하세요. 선생님. 솔직히 전 이곳이 정말 마음에 든답니다. 전에는 어딜 가든 외모 때문에 수군거림을 듣거나 절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는 사람들이 있었죠... 걱정하지 마세요. 전 괜찮으니까요. 조금 불편하긴 해도 크게 신경 쓰진 않아요. 오히려 가끔 남을 불편하게 만들까 걱정이 돼서 그렇죠.
　제 부모님은 특별한 아인족 혈통을 가지고 계셔요. 그래서 보시다시피 제 외모는 스컹크처럼 생기게 되었죠... 혹시 스컹크를 아시나요? 음, 아무래도 모르시는 것 같군요. 듣자하니 17년 동안 콜로서스에서 혼자 지냈다던데, 사실이었나 보네요! 괜찮아요. 모르셔도 괜찮으니까요. 어쨌든 조금 독특한 동물이라는 점만 아시면 돼요. 제 꼬리에 있는 이 캔들을 보세요, 전부 특별한 용도가 있답니다... 이런, 오늘은 시간이 다 됐네요. 다음에 더 자세하게 말씀드릴게요!

어렸을 때, 제 체질 때문에 확실히 곤란한 일이 많았어요. 제 몸에선 독특한 냄새가 났거든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전 친구가 없었어요... 다행히 전 열등감을 품지 않았고, 혼자 지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남한테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을 테니까요. 그렇죠?
아, 하지만 아주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어요. 딱 하나 유독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일자리를 구하는 일이었죠. 저처럼 특이한 체질이라면 어딜 가든 사람들이 싫어할 테니까요. 어쩔 수 없죠. 그래서 전 직접 보호복을 하나 만들었고, 방독면까지 써서 제 온몸을 꽉 감쌌어요. 이렇게 하고 나니 문제가 해결됐죠. 에? 제 꼬리에 있는 캔 말인가요? 이것도 제가 발명한 거예요. 제 능력을 낭비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차라리 이렇게 독가스를 저장해 두면 싸울 때 사용할 수 있지 않겠어요?
아무튼 지금은 무서울 게 없어요. 굳이 있다면 이 옷이 너무 눈에 띈다는 점이랄까... 음, 그래도 괜찮아요!　

제가 움브라톤에서 태어났다는 걸 아시나요? 제가 움브라톤에서 자라긴 했어도, 이런 체질적인 원인 때문에 줄곧 혼자인 게 익숙했거든요. 게다가 제가 살던 곳의 사람들은 아마 절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제 몸에 아인족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인지, 제 코는 놀라울 정도로 민감해요. 그래서 그런 독특한 냄새에 특히 민감하답니다. 그러다가 전 시간이 날 때마다 움브라톤 주변의 교외로 나가서 특별한 냄새를 찾곤 했어요... 비록 외부인의 눈에는 제가 무척 이상해 보였겠지만,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남들이 뭐라고 말하든 전 상관하지 않아요.
제가 움브라톤 출신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뭐, 그게 어떻겠어요. 저도 제가 움브라톤 사람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걸요. 전 그저 지금처럼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모험가 용병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안 그런가요?　

제가 이 일을 얼마나 오래 했냐고요? 그건 저도 기억이 까마득하네요. 아마 부모님을 떠나서 혼자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겠죠? 젊을 땐 자유와 스릴을 추구하기 마련이고, 저처럼 머물 곳이 없는 방랑자에게 제일 적합한 직업은 역시 용병이죠.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되고, 좋아하는 일까지 할 수 있으니, 저한테 가장 어울리는 일인 셈이죠!
비록 좋아하는 일이라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점점 더 몸이 피로를 느끼고 있어요... 아마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겠죠. 이런 위험한 일은 이제 제게 잘 맞지 않아요. 그래서 지금은 덜 위험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있어요.
...음? 뭐라고요? 제가 아직 젊다고요? 휴, 몸은 아직 괜찮지만,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거든요. 죽는 게 조금 무서워졌어요. 그래서 요즘은 제 오랜 친구인 코르곤한테 무슨 좋은 직업이 없나 계속 물어보고 있어요. 마침 섬을 건설할 일손이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이번 일을 마치면 그쪽으로 떠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