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백야극광)

하이~ 조종사, 뭐 하고 있어? 한가해? 할 일 없으면 내가 《위대한 탐험가 루비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줄까? 어때? 위대한 탐험가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냐!
자, 이야기는 18년 전으로 돌아가서... 어느 날, 레디젤 사막의 어느 왜건 안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어요. 하늘을 찌를 듯 울리는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씩씩한 목소리다. 이 애는 반드시 큰 인물이 될 거야!」라고 칭찬했대요... 응! 맞아! 그 아기가 바로 나야. 뭐? 과장이 심하다고? 아하하... 너 탐험 이야기 같은 거 읽어본 적 없지? 위대한 탐험 이야기에는 항상 적당한 문학적 수식이 있는 법이라구, 아하하하.

우리 엄마는 레디젤 렌치 멤버였어. 그래서 철이 들었을 때부터 난 레디젤 렌치의 동료들이랑 같이 지냈어. 하지만 규칙 없는 녀석들 속에서 살아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어. 언제 어디서나 누군가의 주먹에 실수로 얻어맞거나 하지 않게 조심해야 하고, 다들 잊어버려서 사막 한가운데 남겨지지 않게도 조심해야 해... 그런 환경에 단련된 덕분에 난 어릴 때부터 싸움이나 운전, 사냥을 할 수 있게 됐어... 대단하다고? 너도 같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분명히 할 수 있었을 거야!
어릴 때 내 가장 큰 즐거움은 다들 즐겁게 먹고 마신 뒤에 손짓발짓을 곁들이며 말해주는 이야기를 듣는 거였어. 조니 아저씨의 낙타 요리 100선, 암귀를 베는 100가지 비기, 백야성 병사와 지혜, 용기를 겨루는 100가지 화술... 근데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끌렸던 건 역시 위대한 탐험가 젬 이야기야. 그 젬이란 사람은 아스트라 대륙의 모든 곳을 다녀봤다고 하더라고.

그때 난 탐험가 젬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루 종일 끈질기게 어른들을 따라다녔어. 그러다 보니 다들 이야깃거리가 바닥나 버려서, 새로운 탐험 이야기는 더는 들을 수 없게 돼버렸어. 그래서 지루해진 난 언젠가는 나도 위대한 탐험가가 될 거라고 상상할 수밖에 없었어... 근데 왜 굳이 「언젠가」일까? 그런 생각이 들고나니까, 난 번쩍하고 깨달았던 거야. 그 길로 엄마한테 메모를 남기고, 가방을 메고 탐험을 떠났어...
혼자서 끝없는 사막을 걷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할 수 있겠어? 하나도 안 무서워. 그때 난 내가 사막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낙타가 된 것만 같았어. 정말 자유롭고 상쾌하다구! 그리고 길을 가다가 좋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은 날 미지의 유적을 탐험하러 데리고 가 주겠다고 약속했어! ...그래, 네가 걱정한 게 맞았어. 그 뒤로 정신을 차렸을 때 난 「좋은 사람」한테 납치돼서 어느 범죄 조직에 팔려 있었어. 축축한 어두운 방 안에는 아이들이 잔뜩 잡혀 있었고... 거기서 난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루즈를 만났어.

엄마랑 레디젤 렌치 사람들 덕분에 붙잡혀 있던 아이들은 모두 무사히 풀려났어. 그리고... 내가 상처 하나 없는 걸 보고 난 엄마는 날 호되게 혼냈어. 휴, 그제서야 난 탐험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알았지 뭐야!
그러다 어느 날 고철더미에서 「보물찾기 놀이」를 하다가 우연히 금속 배트 하나를 발견했어. 난 이 배트를 무기로 삼고 항상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어. 근데 레디젤 렌치의 대장이 그걸 보더니 나한테 그러더라고. 이 배트는 오래전에 탐험가 젬이 남겨둔 거라고 말이야. 세상에, 이건 정말 운명 아니겠어? 이건 분명히 이 루비가 다음 세대의 위대한 탐험가가 될 거라는 예언이 확실하다니까! 그래서 난 언젠가는 온 세계를 여행하는 위대한 모험가가 되겠다고 결심했어!
그 뒤로 난 탐험에 필요한 온갖 지식과 기술을 열심히 배웠어. 그리고 마침내 몇 년 뒤에... 엄마가 날 위해 개조해 준 차에 열쇠를 꽂고, 시동을 걸고, 탐험의 여행을 시작했어... 근데 백미러에 비치는 엄마의 모습이 점점 작아지는 걸 보니까 눈물이 날 것 같았지 뭐야. 만약 차에 숨어 있던 루즈를 못 봤으면, 진짜로 울어버렸을 거야. 뭐, 아무튼 그렇게 이 《위대한 탐험가 루비의 여행》엔 등장인물이 한 명 더 늘어나게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