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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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편집]
박완서의 소설 미망을 원작으로 하여 드라마로 리메이크한 작품. 1996년 MBC에서 방영되어 채시라, 최불암, 홍리나, 김수미, 전광렬, 김상중, 최주봉 등이 출연하였고 극본은 작가 임충(각색 겸임), 연출감독은 드라마PD 이재갑이 맡았다. 방영 기간은 1996년 10월 23일 ~ 1997년 5월 1일.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6.25 전쟁까지, 개성의 거상 전처만과 손녀 태임, 그리고 태임의 아들 대까지, 격동의 시대를 겪으며 6.25 이후 개성이 북한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태임의 집안이 몰락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 줄거리[편집]
조선 후기 개성에서 가난한 소작인의 아들로 태어난 전처만은 자수성가하여 거상이 된다. 부인과의 사이에 아들 셋을 낳았는데[1], 장남이 총명하고 배포가 있어서 큰 기대를 걸었지만 일찍 사망함에 따라 장남의 유복녀이자 첫 손주인 태임을 아끼며 후계자로 키워 나간다. 상술이 부족한 차남 전부성은 청포전에서 장사를, 장삿속에 통달한 삼남 전이성은 인삼 농사를 맡는다.
어느 날 태임은 거리에 나갔다가 사진사에게 학대당하며 구경거리로 몰락한 고아 종상을 목격하고, 종상을 집의 머슴으로 데리고 온다. 양반 출신으로 총명했던 종상은 전처만 소유의 상가에서 심부름꾼으로 일하다가 서울로 가서 주경야독하는 고학생이 된다.[2][3]
그 후 태임은 경성부로 유학을 떠나고 성인이 되어 개성으로 돌아온다. 종상의 친구이자 큰 부잣집 아들인 승재는 말을 타고 시가지로 들어오는 양장을 입은 태임을 보고 반한다. 승재는 그 길로 동해랑으로 들어 전처만에게 결혼승낙을 받으려 한다.
한편, 개성의 상권을 장악하려는 일본인 하야시와 조선 상인의 대표격인 전처만은 대립하게 되고, 전처만은 부하들을 시켜 하야시가 아끼는 검을 동강이 치며 경고한다. 이후, 전처만이 산책을 나갔을 때 하야시 일당이 뒤에서 습격하여 전처만은 중상을 입고, 유언으로 "동해랑의 주인은 태임이"라며 후계자로 태임이를 지목하고 세상을 뜬다.
여자라는 점과 나이가 어리다는 점 때문에 할아버지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후계자가 되는게 불확실했던 태임은[4],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으며 부하들에게 "이놈 저놈 가릴 것 없이 벌집을 만들어놓게"라며 총으로 무장하게 한 다음 하야시와 그 부하들을 정말 벌집으로 만드는 사이다 장면을 연출한다.[5] 그리고 이 일로 할아버지의 상단을 완전히 장악하여 명실상부한 새 주인이 된다.
그런데 하야시는 사실 안 죽었다. 안 죽고 불구가 되어 돌아와서 태임을 향한 복수를 꿈꾼다.
이후 태임과 의사가 된 종상은 결혼하게 되고, 딸 여란과 아들 경우를 낳는다. 훗날 여란은 경성으로 유학 가게 되는데 보호자 역할을 하던 승재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여란은 일본인들의 죽창에 찔려 승재가 보는 앞에서 죽게 된다. 종상은 일본인들에게 고문당해 죽고 만다.
한편 태임의 어머니와 머슴 사이에 태어난 태임의 이부동생 태남은 독립투사의 딸 진달래와 결혼해 아들 경국과 딸 경순을 낳는다. 하지만 경순은 달래가 임신 중에 큰 충격을 받아 그 영향으로 정신에 장애를 가진 채 태어났으며, 어머니 달래가 물에 들어가 죽은 후 계모로 들어온 혜정에게 각별한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지만 결국 일본인들에게 죽게 된다.[6]
노인이 된 후 태임과 승재는 재회하지만 둘 다 독립운동을 지원한 것이 총독부에 발각되어 쫒기게 되고, 결국 승재가 태임을 위해 시간을 끌다가 등에 총을 맞고 사망한다.
해방 이후 6.25 전쟁가 벌어져 개성이 북한군의 수중으로 떨어지자[7] 태임과 태남의 자식들은 남쪽으로 피란가고, 늙고 병든 태임은 태남 및 혜정과 개성에 남게 된다. 태임의 아들과 태남의 아들은 남쪽에서 개성 인삼의 명맥을 이을 생각으로 한밤 중에 전선을 넘어 개성으로 잠입하여 묘삼 종자를 가져가려 한다. 그러나 태남은 땅덩어리가 남북으로 두쪽 난 것도 억울한데 묘삼마저 갈라지게 할 수 없다며 묘삼을 못 가져가게 한다. 태임 아들과 태남 아들은 태남의 고집에 막막해하다가 혜정이 훔쳐가라고 귀뜀해주자 몰래 묘삼 종자를 가져가고, 태남은 뒤쫓아가 젊은 시절 특기였던 돌팔매질을 하지만 빗나간다.[8] 태남에게 사연을 들은 태임은 노환으로 자리보존한 와중에도 아들과 조카의 배짱에 흐뭇해하며 웃는다.
두 젊은이는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두 번 다시 태임과 태남을 못 볼거라 한스러워 한다. 그리고 태임은 그날 밤 태남에게 아이들이 돌아갔느냐고 물은 뒤 자신의 인생을 회상하며 임종을 맞는다.
3. 원작과의 차이점[편집]
큰 줄거리는 소설과 거의 같지만 세부적인 부분은 꽤 많이 다르다.
우선 개성의 자수성가형 거상(巨商) 전처만(최불암)이 일본인 하야시(최주봉)에게 피살되는 장면이 원작보다 비중있게 다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전처만의 손녀이며 주인공인 태임(채시라)이 하야시에게 복수하는 내용, 하야시가 살아남아 다시 태임에게 음모를 꾸미는 내용이 들어가는 등 각색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원작소설에서는 박승재(전광렬)가 그저 태임과 태임의 남편 이종상(김상중)에게 열등감과 질투심을 잔뜩 갖고 있는 비열한 어그로꾼으로 나오지만, 드라마에서는 보다 입체적이고 멋진 캐릭터로 각색됐다. 박승재는 젊은 시절에 태임을 보고 첫눈에 반했는데 글솜씨가 없어서 친구 이종상에게 대신 러브레터를 써달라고해서 보내는 꼼수로 사랑을 얻으려고 하다가 태임에게 들켜서 차인다.(...) 결국 태임이 자기 친구 종상과 결혼하자 충격을 받지만 남자답게 깨끗이 물러서고 종상과도 친구로서의 관계를 유지한다. 세월이 흘러 태임과 종상 부부의 딸 여란이 자기가 사는 서울로 유학을 오자 보호자 역할을 해주다가 그만 여란과 사랑에 빠진다.[9] 하지만 여란은 박승재의 눈앞에서 일본경찰에게 죽고, 그 뒤로 박승재는 겉으로는 친일 고위관료로 일하면서 실제로는 독립운동가들에게 몰래 조선총독부의 기밀을 알려준다. 훗날 노인이 된 후에 첫사랑 태임과 재회하는데, 두 사람이 그동안 각자의 방법으로 몰래 독립운동을 지원한걸 경찰이 눈치채서 위험해진다. 그러자 박승재는 태임을 먼저 기차에 태워 피신시키고 자신은 태임을 위해 시간을 끌다가 이미 출발한 기차에 뒤늦게 따라 타려고 뛰어가지만, 일본경찰이 쏜 총을 등에 맞고 죽는다.[10] 원작에 비해 가장 좋은쪽으로 버프를 받은 인물이라 할 수 있다.
4. 논란[편집]
방영 당시 화제가 되면서 논란을 일으킨 부분이 있다. 전처만의 큰며느리이며 태임의 어머니인 머릿방아씨(홍리나)가 오랜 청상과부 생활을 하다가 머슴과 간통을 저질러[11] 임신하여 몰래 사생아를 출산했다.[12] 그런데 머슴이 나 몰라라하고 떠나버리자[13] 멘탈에 문제가 발생하여 낮에는 시어머니에게 온갖 구박 다 받으며 살고, 밤에는 보자기 하나 머리에 뒤집어쓰고 돌아다니며 아무 외간남자들과 난교를 벌이는 장면이 충격적이다 못해 엽기적이기까지 한 묘사이다.
이 장면은 시청률만 의식한 개연성 없는 전개라며 시청자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머릿방아씨는 며느리의 불륜과 출산을 눈치챈 시어머니(일용엄니로 유명한 김수미 분)의 음모에 걸려서 밑이 빠진다. 즉, 자궁 일부가 질 밖으로 빠져나온 상태로, 현대에는 병원에서 '골반장기탈출증'이라고 하는 질병이다.[14] 그런 몸으로는 걸어다니는 것조차 지장이 있고 어쩌다가 성관계를 가지려해도 통증과 냄새 등 여러가지 문제로 큰 어려움이 있는데, 어떻게 이 남자 저 남자와 닥치는대로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제작진이 "밑이 빠졌다"는 말의 뜻을 알긴 아는 거냐, 그저 시청률을 올리려고 앞뒤 안 맞는 자극적인 정면을 넣었다 등등의 비판이 나왔다.[15]
원작자인 박완서도 원작소설에서는 머릿방아씨가 머슴의 아들을 출산하고 시어머니의 음모로 밑이 빠진 후에 수치심 때문에 우물에 몸을 던져 자살하는데, 드라마에서는 뜬금없이 이 남자 저 남자 전전하며 사는 걸로 나오는 것에 당혹했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드라마 제작진은 절대로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했다. 여자에게만 정조를 강요하고 재혼을 금지했던 그 시대 사회질서에 대해 머릿방아씨가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저항한 거라고 해명했다.
5. 등장인물[편집]
- 최불암: 전처만 역
- 김수미: 전처만의 부인 홍씨 역
- 홍리나: 머릿방아씨(손씨) 역
- 채시라(아역 권해광): 전태임 역
- 김상중: 이종상 역
- 전광렬: 박승재 역
- 강문영: 박승재의 부인 역
- 최재성: 손태남 역
- 최주봉: 하야시 역
- 나경미: 전태임의 딸 이여란 역
- 정성모: 전이수 역
- 전현: 전태임의 아들 이경우 역
- 김서라: 혜정 역
- 김민희: 진달래 역
- 조상구: 박승재를 죽이는 일본형사[16] 역
- 강인덕, 박영태: 태임의 부하 역
- 정승호 : 전이수의 아들 전분열 역
- 조미령 : 전이수의 후처 역
- 이영후 : 진달래의 부친,손태남의 장인 역
- 김학철 : 박승재의 직장 상사 역
6. 여담[편집]
원작소설과 마찬가지로 개성에 대한 고증이 잘된 편이다. 일례로 태임이 종상에게 서울에 내려 왔다는 표현을 쓰는데. 서울에 내려간다고 하는 표현은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에서 새 왕조의 수도인 한양을 인정하지 않았던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또한 태임과 종상의 혼례를 올릴 때, 신부가 다른 지방에서처럼 족두리를 쓰지 않고 꽃관을 쓰는 풍습도 재현했다.
극중에서 최불암과 김수미는 부부로 등장하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드라마에서 이웃지간으로 출연했고 극중에서도 아내가 따로 있었는데도 김회장이 아예 본처를 버리고 일용엄니와 외도해서 결혼했다(...)라는 우스개소리까지 나돌았다. 이 드라마에 비해서 전원일기가 꽤 오랫동안 방영하였고 배우들도 고정적으로 배역에 출연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 모양이다.
그리고 여명의 눈동자에서 비련의 연인으로 나왔던 채시라와 최재성이 미망에서는 아버지가 다른 남매로 나온 것도 화제거리였다. 채시라는 주인공 태임으로, 최재성은 태임의 어머니 머릿방아씨가 친정 머슴인 재득과의 사이에 낳은 사생아로 한창 양아치짓을 하고 다니다가 누나 태임의 꾸짖음으로 반성하고 훗날 독립운동에 투신하는 걸로 나왔다.
그리고 극중 모녀지간으로 나오는 홍리나와 채시라는 실제로는 1살 차이 언니동생하는 절친한 사이다(...). 그리고 채시라보다 4살 많은 최재성이 채시라의 동생으로 나왔다.
한편, 김주승이 캐스팅 물망에 올랐으나 출연료 문제 때문에 파기하고 SBS 형제의 강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울러, MBC는 <미망> 후속으로 24부작 미니시리즈 신데렐라를 편성할 예정이었지만 당초 내 안의 천사 후속 KBS 2TV 월화 미니시리즈로 기획된 <4월의 키스>가 KBS 측에서 "기획의 참신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데 이어 작가 개인사정으로 편성이 취소되자 KBS는 첫사랑 후속으로 예정됐던 폭풍 속으로를 <내 안의 천사> 후속으로 변경시키는 한편 <폭풍 속으로> 자리에 서민 드라마인 파랑새는 있다를 집어넣었으며 이 때문에 MBC는 <신데렐라>를 <파랑새는 있다>와 비슷한 형식의 드라마이자 당초 사랑한다면 후속으로 기획된 내가 사는 이유와 편성을 맞바꿨다.
[1] 부인 소생 아들들과 별도로, 노년기에 둔 첩인 강릉골 해주댁에게서도 따로 늦둥이 아들 전후성을 두게 된다.[2] 공교롭게도 종상의 아버지는, 전처만이 어렸을 때 소작농인 전처만 집안이 농사짓던 땅의 주인이었다. 그래서 전처만은 종상의 출신을 알고 하필 자기네 상가에 들어왔느냐며 떨떠름해한다.[3] 원작 소설에서는 두 집안의 악연이 자세히 드러난다. 종상은 부모가 50살이 넘어 낳은 늦둥이라 귀한 대접을 받았는데, 아들(전처만의 막내 동생)을 낳은지 얼마 안 되었던 전처만의 어머니가 종상의 유모가 되었다. 전처만 어머니는 종상을 돌보면서 몰래 친아들에게 젖을 물리곤 했는데, 친아들이 전염병에 걸리자 종상 부모의 엄명으로 친아들에게 가지 못하고 종상 곁에만 있게 되었고 결국 친아들은 죽었다. 이 일로 어린 전처만은 큰 충격을 받고 종상의 아버지에게 증오심을 품게 되었는데, 그걸 눈치챈 종상 아버지가 전처만의 눈빛이 불손하다며 눈을 파내라는 명령을 내린다.(종상 아버지가 원래 그토록 잔인한 사람이 아니지만,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자기도 모르게 발악처럼 명령을 내렸음) 그러자 전처만의 아버지가 아들 대신 자기 눈을 바치겠다며 스스로의 눈을 찔러 전처만을 구해낸다.[4] 그럴 수 밖에 없는게, 할아버지 전처만의 아들들이자 태임에게는 숙부가 되는 사람들이 둘이나 있으니, 당시 시대상으로는 그 숙부들 중 한 명이 전처만의 뒤를 이어 상단의 주인이 되는게 맞는 것이다.[5] 바장한 느낌의 배경음악이 흐르면서 태임의 부하들이 하야시를 습격하는 장면과 태임이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번갈아가며 나오는데, 매우 인상적임.[6] 일본 경찰이 불시에 들이닥쳐 처녀들을 정신대로 차출할 때라, 혜정이 불안한 마음에 '너 혼자 있을 때 낯선 사람이 찾아오면 짚단 속에 숨어 있어라'라고 일렀다. 경순이 혼자 있을 때 일본 경찰이 찾아와 온동네를 뒤지고 다니자 경순이 짚단 속에 숨었는데, 하필 그 경찰들은 조선인들이 식량공출을 피해 숨긴 곡식을 찾으러 온 사람들이었다. 경찰들이 곡식을 찾느라 뽀족한 꼬챙이로 짚단을 쑤시면서 본의 아니게 경순을 죽이게 된다. 이 에피소드는 원작 작가 박완서의 고향에서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7] 개성은 38선 이남이라 6.25 전쟁 이전에는 남한 영역이었다. 휴전 협상 때 휴전선이 개성 아래로 그어져서 북한 영역이 되고 말았다.[8] 도망치는 아들과 조카를 굳이 뒤쫓거나 다시 돌을 던지지 않는다. 남쪽에서 개성 인삼의 명맥을 이어보겠다는 젊은이들의 의지를 인정하고 자신의 시대가 끝났음을 받아들인 것이다.[9] 원작 소설에서는 여란이 일본으로 유학갔다가 같은 개성 출신인 유부남 청년과 동거하고 임신하여 아이를 낳는다. 다행히(?) 청년의 아내가 순순히 이혼을 해줘서 정식 결혼을 하지만. 그 때까지 나라의 독립과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큰 역할을 하기를 꿈꾸었던 신여성으로서의 삶을 잃고 지극히 평범한 주부가 된다. 당시 신여성들의 실제 상황과 한계를 잘 보여주는 설정이라 할 수 있다.[10] 이 때 태임 역의 채시라가 떠나가는 기차에 탄 상태라 박승재를 돕지도 못 하고, 어서 오라며 팔을 뻗고 애타게 박승재를 부르다가 결국 박승재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광경을 보며 "박 선생님" 하고 부르며 울부짖는 연기가 인상적이다.[11] 지금의 기준으로는 간통이 아니다. 머릿방 아씨의 남편은 오래 전에 사망했고 머슴은 원래 미혼이니, 싱글인 두 남녀가 성관계를 가진 것 뿐이다. 하지만 그 시대 풍습으로는 머릿방아씨가 평생 수절해야 하는 입장이라, 머슴과의 관계는 간통으로 간주된다.[12] 참고로 머릿방아씨는 그 시대의 희생자다. 가난한 집 딸로 태어나 돈에 팔리다시피해서, 중병에 걸려 곧 죽을 게 확실한 전처만 큰아들의 아내가 되었다. 전처만이 곧 죽을 큰아들의 후손을 얻고자 무리해가며 결혼을 추진했다. 남편은 머릿방아씨를 임신시키고 얼마 안 되어 죽었고, 그 후 태어난 아이가 유복녀인 태임이다.[13] 이 머슴은 이후에 거지꼴이 다 되어서 나타나며 생물학적 아들인 태남을 멀리서 몰래 지켜보기도 하다가 결국 정식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 다음 죽고 만다.[14] 시어머니가 출산 사실을 숨기고 있던 며느리에게 무거운 궤짝을 들어 옮기라고 명령했다. 궤짝이 꼼짝도 하지 않자 더 힘을 주라며 계속 강요하고, 며느리는 억지로 힘을 주느라 출산하고 얼마 안 된데다가 산후조리도 못해 성치않은 자궁의 일부가 몸밖으로 나와버린 것. 20세기 초중반까지도 가난한 집안 여자들 중에는 이런 식으로 밑이 빠지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노인들이 종종 '옛날에는 애 낳자마자 밭에 나가 일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옛날에는 가난 때문에 산후조리를 충분히 못하고 집안일이나 밭일을 하며 힘을 주다가 밑이 빠지는 일을 겪었다. 의학도 발달하지 못했고 또 가난으로 병원에 갈 수도 없어서 평생 그런 상태로 살게 된다.[15] 이런 비판과는 별도로, 밑이 빠지는 일을 직접 겪거나 혹은 그런 사람을 본 세대인 당시 할머니들은 머릿방아씨 역을 맡은 홍리나의 연기력에 감탄했다. 홍리나가 어기적거리며 걷는 모습이 밑이 빠진 사람의 모습과 똑같다는 반응이었다.[16] 기차역에서 박승재(전광렬)의 저격으로 중상을 입지만, 동귀어진하여 박승재를 쏴죽이고 자신도 죽음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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