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겐에어 301편 추락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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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사건 사고 요약표
발생일
1996년 2월 6일
유형
조종사 과실, 정비 실수(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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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위치
도미니카 공화국 푸에르토 플라타
북동쪽 16km 지점 부근
탑승인원
승객: 176명
승무원: 13명
사망자
탑승객 189명 전원 사망
기종
Boeing 757-225
항공사
버겐에어
기체 등록번호
TC-GEN
출발지
그레고리오 루페론 국제공항
1차 경유지
캐나다 갠더 국제공항
2차 경유지
베를린 쇠네펠트 국제공항
도착지
프랑크푸르트암마인 국제공항
1. 개요
2. 사고 경과
3. 사고의 원인
4. 사고 이후


사고 2개월 전, 바르셀로나 엘 프라트 국제공항에서 촬영된 사고기.


1. 개요[편집]


중요 비행 계기가 오작동 하는데도 그냥 이륙했다가 결국 추락한 사고의 대표 사례로 볼 수 있는 사고다.

1996년 2월 6일,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버겐에어 301편이 그레고리오 루페론 국제공항을 이륙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해상에 추락한 사고다. 이 사고로 승객 176명을 포함해 탑승자 189명 전원이 사망했다. 승객들은 독일인(167명)이 대다수였지만 폴란드인(9명)도 소수 타고 있었다. 승무원은 튀르키예(11명)와 도미니카 공화국(2명) 국적이었다.

사고기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푸에르토 플라타에서 출발하여 캐나다의 갠더와 독일 베를린을 거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는 정기 항공편이었다. 기체 소속사가 좀 애매한데, 편명은 버겐에어 301편이지만 정확히 버겐에어 소속이라 보긴 좀 어려운 면이 있다. 터키 항공사인 버겐에어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항공사인 알라스 나시오날레와 협약을 맺고 이 항공사를 통해 도미니카 지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고, 사고기는 알라스 나오날레가 임차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고기 기종은 보잉 757-225.


2. 사고 경과[편집]


2월 6일 오후 11시 42분, 이륙을 위한 활주가 시작되었다. 비행기 기장은 자신 쪽에 있는 속도계가 이상 작동하는 것을 발견했지만 그냥 이륙하기로 한다. 부기장 쪽의 속도계는 정상 작동하고 있었다.

비행기는 지면에서 떠올라 상공을 향해 상승해갔다. 이 때 기장 쪽의 속도계는 350 노트를 표시하고 있었는데, 물론 이는 잘못된 값으로서 실제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이 잘못된 속도 정보로 인해 치명적으로 오작동 하게 된 장비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오토파일럿(자동운항장치). 오토파일럿은 기장 쪽 속도계와 연결된 계측기로부터 속도 정보를 입력받게 되어 있었고, 따라서 잘못된 속도 정보가 오토파일럿으로 입력되고 있었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잘못 판단한 오토파일럿은 기수를 들고 엔진 출력은 낮춰서 속도를 줄이고자 한다. 부기장 쪽의 속도계는 200 노트라는 낮은 속도를 표시했고 그나마도 점차 줄어 들었음에도 비행기에서는 과속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마하 근접 경고, 러더 경보 등의 추가적인 경보도 덤으로 울리기 시작했다.

비행기는 결국 오토파일럿이 대처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고 그에 따라 오토파일럿은 자동 해제되었다.[1] 경보의 원인을 찾기 위해 차단기를 점검한 후, 조종사들은 치명적인 실수를 한다. 속도를 줄이기 위해 출력을 줄인 것이다! 즉각적으로 757의 조종간이 떨리기 시작했다. 스틱 쉐이커가 발동한 것이다. 스틱 쉐이커는 비행을 위한 최소 속도 이하로 속도가 떨어져서 비행기가 실속할 위험이 있을 때 발동되는 중대한 경보다. 그런데, 몇초 후, 다시 과속 경보가 울려 혼란을 가중시킨다.

아마도 부기장과 교대조종사는 실속에 빠질 위기였음을 알아차렸던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은 기장에게 실속 위기라 말하려고만 했을 뿐, 자신의 조종간을 움직인다든가 하는 식으로 직접 개입하려 하지는 않았다. 기장이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잠시 후 기장은 비행기의 추력을 최대로 올려 실속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러나 비행기의 기수가 계속 들려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올려놓은 추력에 걸맞는 충분한 공기가 엔진으로 흘러가지 못했고, 그 때문에 왼쪽 엔진이 꺼져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오른쪽 엔진은 최대 출력으로 작동 중이었고, 힘의 균형을 잃은 비행기는 스핀에 빠져든 후 곧 뒤집어져 버렸다. 11시 47분, 지상접근경보장치에서 경보음이 울렸고, 8초 후, 기체는 대서양에 추락했다. 생존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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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버전 C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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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SB 애니메이션과 당시 추락 40초 전 블랙 박스와 CVR 기록(4분 41초 부터)이다.
아래는 CVR 녹음이다.

DEP: 310, Squawk 3700.

RDO: Standby.

CAP: Yükselmiyor, Ne yapabiliriz? (기장: 상승하고 있지 않아? 우리 어떻게 하지?)

F/O: Düşmeyi önleyelim. Ìrtifamız iyi. irtifayı seçiyorum efendim. (부기장: 수평비행을 해야돼요. 고도는 좋아요, 고도를 고정하고 있어요.)

CAP: Seç, sec. (기장: 선택, 선택.)

F/O: Irtifa kilitli. (부기장: 고도 고정.)

F/O: Tamam, beş bin feet. (부기장: 오케이, 5000 피트.)

CAP: Itme kolları, it, it, it, it! (기장: Thrust 레버, 출력, 출력, 출력, 출력!)

F/O: Geriye bırak. (부기장: 출력 줄입니다.)[2]

CAP: İt. Çekme, Çekme, Çekme, Çekme, Çekme, Çekmeyin! (기장: 출력, 출력 줄이지 마!(x6))

F/O: Tamam. Aç, aç. Açık efendim. Açık. (부기장: 오케이, 올립니다, 올립니다. 올렸습니다, 올렸어요!)[3]

CAM3: Efendim, çekip çikarın.(저, 기수 올리십시오.)[4]

CAP:Ne oluyor ya? (기장: 도대체 무슨 일이야?)

F/O: Ben Bilmiyorum. (부기장: 저도 몰라요.)

GPWS: SINK RATE

GPWS: WHOOP! WHOOP! PULL UP!

GPWS: WHOOP! WHOOP! PULL UP!

F/O: Böyle yapalım. (부기장: 저희 이렇게 해봐요.)

GPWS: WHOOP! WHOOP! PULL UP!

End of recording (녹음 끝)



3. 사고의 원인[편집]


도미니카 공화국 정부는 사고 조사 후, 사고 원인은 다음과 같다고 밝혔다.
  • 스틱 세이커가 발동됨은 곧 실속에 빠진다는 뜻임을 조종사들이 알지 못했던 것.
  • 조종 불능이 시작된 때, 복구 절차를 이행하지 못했던 것.
조종사들이 절차대로 하지 않은 것이 추락의 직접적인 원인이긴 한데, 애시당초 계기반이 잘못 작동하게 만든 것 또한 문제다. 사고를 조사했던 조사반은 속도 측정에 필요한 세 개의 피토관 중 하나가 막혀 있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다만 세개의 피토관 중 어느 하나도 회수할 수 없어서 무엇이 관을 막고 있었는지는 결국 확증할 수 없었다.

조사관들은 아마도 말벌들이 피토관 내에 집을 지었고, 그 때문에 관이 막혔던 것으로 추측했다. 사고기는 25일간 비행을 하지 않았는데 그 기간 동안 피토관을 덮어 놓지 않았고, 따라서 말벌들이 피토관 내에 집을 지을 수 있었던 것 같다.[5]

4. 사고 이후[편집]


2개의 속도계가 분명히 다른 값을 보이는데도 규정을 무시하고 이륙을 강행한 것이 당연히 문제시 되었다. 이를 막기 위한 훈련과 절차가 강화되었다.

사고기의 조종석 음성기록(CVR)에 부기장과 교대 조종사가 기장의 행위를 미온적으로 반대한 것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생과 사가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이는 분명히 문제가 되는 것이다. 둘은 나이와 경력의 차이가 컸는데[6], 따라서 이 같은 상황에서 낮은 직급의 조종사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절차와 훈련이 강화되었다. 부기장 자리에는 기장 자리의 것과 똑같은 조종간이 달려 있고, 부기장 또한 자격을 갖춘 조종사다. 부기장이 말로만 기장에 반대하지 않고 직접 자신의 조종간을 움직였더라면 기수를 낮춰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7]

이 사고 및 관련 소송은 버겐에어의 평판을 깎아 먹었다. 꼭 이 때문은 아니겠지만, 버겐에어는 같은 해에 파산했다.

약 8개월 뒤, 역시 757을 쓰는 페루항공 603편이 비슷하지만 훨씬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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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래 오토파일럿은 비정상적인 데이터가 계속 전송되는 등의 상황에서는 스스로 해제되게 되어 있다. 오직 전송되는 값에 기반해 비행기를 조종하는 오토파일럿이 잘못된 정보에 의존한다면 매우 위험하기 때문.[2] 부기장은 기장이 출력에 대해 말한 것만 듣고 엔진 출력이 올라가면 실속이 증가할 것이므로 출력을 줄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3]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미 늦었는데, 이때 기수가 높이 들려 엔진에 공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출력을 올리게 된 이후 왼쪽 엔진의 출력이 무출력 상태 수준인 절반으로 내려가 좌우 엔진의 출력 불균형이 생겨 기체가 균형을 잃게 된다.[4] 역시 결과적으로는 소용이 없다. 일정 이상 속도에서 기수를 들어야 실속에서 회복이 가능한데 출력을 최대로 한 상태에서 좌측 엔진의 출력이 망가져 이때는 기수를 올려도 실속은 멈추지 않는다.[5] 이렇게 비행기 내부에 이물질(특히 생물이나 생물이 만들어놓은 것)이 들어가서 비행기 사고가 날 위험은 예로부터 높기 때문에 원래 비행기를 관리하는 사람들은 그 주변도 꼼꼼하고 깔끔하게 정리한다. 비행일정이 끝나고 엄체호를 닫을 때 엔진 인테이크 커버와 피토관 커버를 무조건 장착하게 되어있고, 실제로 공항 등지에 세워져있는 비행기들마다 엔진을 비롯한 구멍이란 구멍을 다 커버로 씌워놓은 것도 이 사고와 같은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다.[6] 기장은 64세에 비행시간은 24,750시간인 조종사였으나, 부기장은 38세에 비행시간은 3,500시간, 그중에서도 757기를 비행한 것은 71시간이었다. 터키에도 연장자를 공경하는 문화가 있다.[7] 대한항공 801편 추락 사고대한항공 8509편 추락 사고에서 똑같은 분석이 제시된 바 있다. 결국 조종실의 위계질서에 눌린 부기장이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못한 것이 공통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