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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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의 악보를 복원한 시대연주

1. 개요
2. 상세
3. 가사
4. 여담




1. 개요[편집]


보허자(步虛子)은 국악의 한 곡으로, 정악에 속하는 한국의 전통 음악이다.

낙양춘과 함께 두 개 밖에 전래되지 않은 오리지날 당악으로, 북송 때 전래된 음악인 사악을 가사로 한 곡이다. 지금은 많이 향악화되었다. 아명은 장춘불로지곡(長春不老之曲).


2. 상세[편집]


원곡은 총 7장으로 되어 있었는데, 현행 악보에서는 원곡의 1장, 3장, 4장만 뽑아 총 3장 구성으로 연주한다. 편성은 당악 편성으로 당피리, 대금, 해금, 당적, 편종, 편경장구을 갖추어 연주한다. 당악이므로 黃이 E플랫이 아니라 C로 내려간다. 음계는 황종평조로 黃-太-仲-林-南의 5음음계로 향악화되었다.

정악중에서 전무후무하게 사용처도 많고 파생곡도 무지 많다. 보허자는 왕세자의 거동 때 출궁악으로 사용했고, 궁중에서 파티를 열 때 반주음악으로도 사용하고, 무용 반주음악으로도 사용했다. 보허자 반주를 하는 무용(정재)도 수두룩빽빽인데, 고종때의 기록만 보아도 무려 여섯 종류의 춤에 사용했다고 한다.

이른바 환입(도드리)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도드리형식의 환두와 환입부분을 변주한 파생곡으로 밑도드리(수연장지곡)과 웃도드리(송구여지곡}, 천년만세의 계면가락도드리, 양청도드리, 우조가락도드리 등이 있다.


한편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위주로 연주하는 현악 버전 보허자가 있는데, 이 보허자를 '보허사' 또는 '황하청(黃河靑)'이라고 한다. 전단 후단으로 나뉜다거나 하는 것은 보허자와 같지만 장수가 7장으로 구분되어 있는 점이 다르다.

궁중 정재 중 장생보연지무의 반주 음악으로 사용할 때는 '수악절 창사[1]'라는 노래가사를 1장과 2장에 얹어 부른다. 조선 말기에 가사를 새로 지어 바꿨다.


3. 가사[편집]


본래 노랫말은 이러하다. 송나라에서 지은 걸로 추정되나 지은이가 잊혔다.

(전단)

벽연롱효해파한(碧烟籠曉海波閑) 푸른 연무 휘감은 새벽녘, 바다 물결 조용한데

강상수봉한(江上數峯寒) 강가의 두어 봉우리 차갑도다

패환성리(珮環聲裏) 패환 소리 울리면서

이향표락인간(異香飄落人閒) 기이한 향내 인간 세상에 날려 떨어지니

미강절(弭絳節) 빨간 부절[2]

을 드리우며

오운단(五雲端) 다섯 빛깔 구름이 단문

(후단)

원연공지가화서(宛然共指嘉禾瑞) 뚜렷하게 가화의 상서로움 함께 가리키시고

개일소(開一笑) 한 번 웃음 지으시다가

파주안(破朱顔) 활짝 크게 웃으시네

구중효궐(九重嶢闕) 구중의 궐문에서

망중삼축고천(望中三祝高天) 임금님 우러르고 그리며 하늘 향해 삼축 하노니

만만재(萬萬載) 만만년 장수하시어

대남산(對南山) 남산과 마주 하소서


조선 말기에 새로 지은 노랫말이다.

(전단)

천문해일선홍(天門海日先紅) 바다에 뜨는 해 먼저 붉도다

강사옥부(絳紗玉斧) 붉은 모래 옥 도끼

서기이융(瑞氣怡融) 서기가 서로 엉겨

승천가 주천악 (承天歌 奏天樂) 하늘노래 이어서 하늘음악 아뢴다

금봉은아 일총총 (金鳳銀鵝 一叢叢) 황금봉황 은거위 총총히 날고

양란채 무회파 (楊蘭茝 舞廻波) 향기로운 난초, 물결따라 춤추네

세세류 담담풍 (細細柳 澹澹風) 가느다란 버들잎 담담한 바람이여

(후단)

구중춘색 반도연(九重春色 蟠桃宴) 구중궁궐 봄이 깊어 반도연 잔칫자리

나삼엽엽 무일편(羅衫葉葉 舞一遍) 비단소매 잎잎이 한바탕 춤이로다

재배진삼고 (再拜陳三顧) 다시금 절하고 세가지 소원을 비옵나니

일고 성수무강 (一顧 聖壽無疆) 첫째는 전하께서 만수무강 하시옵고

이고 조야청안 (二顧 朝野淸晏) 둘째는 조야가 맑고 또한 평안하고

삼고 구천악 구여송 (三顧 句天樂 九如頌) 셋째로 천악을 따라서 구여송을 노래하라


4. 여담[편집]


가야금을 아주 잘 타는 악사가 있었다. 어느 날 비몽사몽간에 하늘에서 아주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려오길래 저도 모르게 가야금을 뜯으면서 그 음악소리를 따라갔다. 집을 나가 산을 넘고 들을 건너는데, 배도 다리도 없는 강에 그 길이 가로막혔다. 악사는 어쩔 줄 모르다가 들고온 가야금을 물에 띄워 그 위에 타고(!) 강을 건넜다. 그렇지만 강을 다 건넜을 때는 그 음악은 끊겨 있었다. 터덜터덜 집에 돌아와 기억에 의존해 그 음악을 고르니 앞뒤 없는 어중간한 곡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걸음이 헛되었다 해서 '보허자'라고 이름을 붙였다.

- 《장춘불로》


일본인 국악연구가 이가라시 테자부로(五十嵐悌三郞)가 보허자와 관련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일화는 이가라시가 소개하기 이전에는 어디서도 나타나지 않았고, 이가라시 본인도 출전을 밝히지 않아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북송의 사악에다 관악편성의 음악인데 뜬금없이 가야금이 등장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 그렇다고 당시 이가라시의 학식이나 직위로 보아서 그걸 완전히 창작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1] 隨樂節唱詞, 음악을 따라 부르는 노랫가사라는 뜻[2] 한나라에서 사절이 빨간 부절을 지녔다는데 여기서는 상제의 부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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