뵐케의 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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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 대전공군이 창설되고, 독일 제국군 최초의 에이스 오스발트 뵐케(Oswald Bölcke)는 신참 파일럿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8가지 항공전 노하우를 전수하였다.

이는 육/해군 항공대로 시작한 공군의 역사가 100여년이 넘어가는 현대에도 파일럿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뵐케의 금언

1. 태양을 등지고 적이 눈치채기 전에 적기보다 높은 고도에서 하강하며 공격하라.

2. 공격이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하라. 기회가 왔다면 끝장을 봐라.

3. 사격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적기가 눈 앞에 보일 때만 하라.

4. 항상 적을 주시하고, 적의 작전에 속지 않도록 하라.

5. 어떤 상황에서 공격하더라도 적기의 뒤쪽에서 공격하라.

6. 적기에게 공격을 받게 되면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적기에 대항하라.

7. 적의 점령지를 비행할 때는 항상 돌아오기 위한 생각을 하라.

8. 전투편대를 위한 조언: 항상 편대를 이루어 공격을 시작하고, 편대전이 벌어지면 한 대의 적기에 여러 대가 공격하지 말라.


위의 뵐케의 금언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태동기의 조종사들은 비행기 몰 줄만 아는 민간인에 지나지 않았다. 가뜩이나 공군, 항공대 등을 하늘의 기사쯤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세계적으로 만연했기 때문에 기사도와 낭만을 좇아 들어온, 또는 창설한 지휘관이나, 조종사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치사하고 야비한 놈이 이긴다는 적자생존의 법칙을 무시한, 또는 치사한 놈을 나쁜 놈으로 생각하고 감정적으로 싸우는 조종사들이 많았고, 이는 전투의 비효율을 불러왔다.

각 항목마다 해석을 달자면 다음과 같다.

  1. 태양은 하늘에서 시야를 방해하는 구름과 동시에 둘뿐인 장애물이다. 태양의 광량은 대부분의 물체를 가리기에 충분하며 이 장애물을 이용해 자신을 숨기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위치 에너지는 운동 에너지로 1:1 전환되기에 순간적으로 속력을 엄청나게 올릴 수 있다. 따라서 상대보다 높은 고도를 확보하면 상대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 도망가는 적을 쫓아서 끝장내든지 전장에서 이탈하는 등 상황에 따라 활용하기 쉽다.

  1. 기사도 따윈 집어쳐. 어차피 적과 대화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물론 몇몇 사례에서 기총이 고장났거나 엔진에 이상이 생긴 적기를 고이 보내주는 등 대인배스러운 대처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1] 사실 아주 바보 짓은 아닌게, 어차피 전장에서 이탈하려는 피탄된 기체는 더 이상 위협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여유를 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말짱한 적을 대놓고 놔주고도 살아있는 바보는 없다. 또한, 당시 전투기의 대체로 빈약한 총탄 탑재량을 생각하면 이미 무력화된 적에게 확인사살을 한답시고 총알을 낭비했다가 쌩쌩한 다른 적에게 쓸 총탄이 부족해 내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다.

  1. 당시의 유일한 무장은 1~2정의 기관총이었으며 탄약 적재량도 한정적이라 막 쏘다간 금방 바닥났다. 하늘에서는 거리를 대조할 지형지물이 없기 때문에 적기가 먼데도 꽤 가깝게 느껴지기 쉽다.[2] 또한 먼 거리에서 쏘게 되면 이 당시 전투기들 기체 특성상 비행 중에 많이 흔들려서 총알이 퍼져버려 맞지도 않거나 설령 맞아도 급소에 들어간 게 아니면 피해가 거의 없어서 하나마나고, 일단 사격을 시작하면 위치가 드러나기 때문에 멀리서부터 쏴서 멍청하게 자기 위치를 밝히면 유효타를 낼 만큼 근접하는데도 방해가 된다. 적기가 일단 내 위치를 알고 방어기동을 시작하면 피곤해지는 건 당연지사.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몰타의 매라고 불린 에이스 조지 F. 벌링처럼 기총 유효사거리 밖에서 예측사격으로 적기를 때려잡는 괴물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파일럿에겐 먼 나라 이야기. 이런 종류의 금언은 일반적인 파일럿들을 대상으로 하고, 또 그래야 한다.[3]

  1. 하늘에서도 매복공격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다수의 적과 싸우면 보통은 죽는다. 17대 1이 남자의 로망이라지만 공중전은 넓은 3차원 공간에서 벌어지는 것이라 화망에 벌집이 되는게 정상이다.[4] 그리고 적기와 나의 기체 스펙을 꿰고 있어야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고 적절한 기동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1. 등짝을 보자 데드식스 참조. 적의 후방은 가장 쏘기 쉬운 부분이며, 적이 기동을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대응하기 쉽다. 현실은 워 썬더 아케이드 모드처럼리얼리스틱 모드만 되어도 슈팅 레티클이 나오지 않는다. 이 법칙의 예외는 방어 기총을 다수 무장한 폭격기를 상대하는 경우인데, 독일군 조종사들이 B-17의 후방 기총을 피하고 그나마 내구도가 약한 조종석을 노리기 위해 아예 전면에서 헤드온을 건 사례처럼 매우 특수한 경우로 제한된다. 이것조차도 적의 약점이 데드 식스가 아니라 데드 제로가 되었을 뿐이므로 너무 엇나간 건 아니다.

  1. 항공기는 수직이착륙기나 회전익기를 제외하곤 뒤로 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대부분 정면에 화기가 집중된단 소린데 뒤를 잡혀 무조건 도망친다는 것은 적에게 내 등짝을 무방비하게 보여준다는 뜻이다. 또한 내가 견제하지 않는 적은 여유롭게 내 등짝을 두들길 수 있다. 물론 1차대전기에는 싱크로나이즈 기어가 늦게 발명되어서 후방기총이 달린 기체가 더 많았지만, 2인승이라서 굼뜨기도 하고 후방의 적 상대로는 적극적으로 피하는게 힘들다. 공격받았을 때 사용하는 방어기동이라는 기동법도 있는데, 이는 무조건 적을 피해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적기가 내 6시 방향을 조준하기 어렵도록 목숨을 걸고 회피하거나 역으로 뒤를 잡는 상황을 만드는 게 목적이다. 선빵당했을 때 가만히 죽기 싫으면 모든 방법을 사용하여 되받아쳐야 하고, 정 도망치고 싶더라도 이렇게 받아치면서 기회를 보지 않으면 손쉽게 등짝에 바람구멍이 난다.

  1. 항속거리 안에서 활동 및 적지에선 적을 주의할 것을 의미한다. 비행기의 연료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항속거리를 감안하는 것은 전투기 조종사의 기본이다. 영국 본토 항공전포클랜드 전쟁같이 이걸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가 비행기가 제대로 귀환 못한 사례는 실제 전쟁사에서 심심찮게 나왔다. 뵐케가 살아있던 당시에도 적지 비행장에서 항공기가 추가투입될 가능성도 높았고 대공포화가 없던 것도 아니었기에 적지에서는 살아돌아가기 위해 조심해야 하는 것은 변함없었으나,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지상에서 대공포대공 미사일 사격까지 날아오므로 더더욱 중요해졌다.

  1. 팀플레이의 중요성과 생각없는 일점사 자제. 2번의 기사도 얘기와 충돌하는 것 같아보이지만 그런 낭만주의적인 이유가 아니다. 비행기는 전차가 아니기 때문에 계속 앞으로 갈 수밖에 없으며 일반적인 전투기는 공격도 앞으로만 한다. 물론 예외는 있다 따라서 2기가 동시에 1기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으면 서로가 서로의 사선과 진행 경로를 향해 돌진하는 꼴이라 서로를 맞추거나 공중충돌할 위험이 늘어난다. 이 말을 한 뵐케부터가 소수의 적기에게 다수의 아군기로 공격을 가하는 상황에서 아군기 뵈메 소위와의 공중충돌로 사망했다. 뵐케가 자신의 금언을 어기고 1기에게 다수의 항공기가 사격하는 상황이었다는 건 아니지만, 좁은 공역에서 다수의 기체가 전투기동을 하는 것이 얼마만큼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 게다가 적도 2기 이상일 때 이 짓을 하면 남는 적 1기는 아주 안전하게 아군 후방을 노릴 수 있다. 따라서 한 적을 같이 노리더라도 보조를 맞춰서 연이어 공격하고, 다른 동료의 등을 잘 지켜주고, 아군 오사나 충돌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물론 일격이탈과 에너지 파이팅 위주의 공중전으로 변화된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적기 한 대를 두 대가 노리는 전법인 루프트바페의 로테(Rotte)나 타치 위브 같은 것이 주류가 되지만, 이것도 뵐케가 말하려던 것처럼 둘이서 동시에 하나를 쫓는 것이 아니라 미리 계산된 비행을 통해 연속적으로 공격하는 개념이다. 여전히 그런 계획 없이 한 기체를 나란히 추격하는 것은 금기.


사실 따지고 보면 지상전에서는 기본 개념인 사항들을 다시 말해준 것일 뿐이긴 하다. 하지만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조종사들에게는 적절한 조언이다. 공중전이란 것 자체가 막 태동한 생소한 분야로, 기본개념이 정립되던 시기였으니까. 당시의 기체 수준에 걸맞는 도그파이트의 정수를 짚은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군인이 전투에 임해야 할 때 지녀야 하는 자세를 잘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뵐케는 1916년 서부전선에서 사망하였고, 그의 뒤를 이어서 막스 임멜만과 붉은 남작 이라고도 불리는 만프레트 폰 리히트호펜이 등장하면서 공군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편대전술과 조직, 편제를 갖추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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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지어 프랑스의 대에이스 조르주 긴메르(Georges Guynemer)는 기체가 온전하던 에른스트 우데트를 총탄 한번 안 쏘고 무력화시키고도 살려주는 호구짓 대인배 면모를 보였다.은혜를 원수로 갚은 우데트[2] 이에 대해 이후 붉은 남작은 이렇게 말했다. '조준경에 적기가 다 안 들어올 정도로 근접했을 때 쏴라.'[3] 역사상 가장 많은 격추수를 보유한 에리히 하르트만이 바로 이 원칙의 신봉자로 20m~30m 거리에서 사격을 가하는 전법으로 352기 격추를 달성했다. 다만 하르트만의 경우는 너무 근접해서 문제였다는 평을 받는다. 저러다가 적기의 파편을 맞고 손실을 입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4] 1차원인 직선에서는 앞과 뒤의 두 적만 상대하면 된다. 2차원인 면에서는 전후좌우로 자신을 둘러싼 적을 상대해야 한다. 3차원인 공간에서는 여기에 위아래까지 더해져 왼쪽 앞 위나 오른쪽 뒤 아래 같은 곳에서까지 공격이 들어온다. 2차원의 포위만 당해도 활로를 뚫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고생을 해야하는데 3차원의 포위면 목숨 건지기도 쉽지 않다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