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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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역사
2.1. 일본 제국 시기
2.2. 비국민으로 불리던 대상
2.3. 전후 시기
3. 매체에서
4. 비슷한 사례
5. 관련 문서


1. 개요[편집]


비국민(/ひこくみん, 히코쿠민)이란 '국민의 자격이 없는 자'라는 뜻으로, 일본 제국 시기 이른바 '황국신민으로서 본분과 의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을 이르던 멸칭이다. 일본 내지인(본토인)은 물론, 일본 제국의 식민지인에게까지 이러한 요구는 적용되었기 때문에 조선대만, 괴뢰국이던 만주국에서도 신민(臣民)으로서의 본분과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비국민으로 불렸다.


2. 역사[편집]



2.1. 일본 제국 시기[편집]


이 멸칭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1930년대 후반 국가총동원법이 내려진 뒤부터다. 일본의 귀족과 군부 위정자들은 황국으로 대표되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전하기 위해, 식민지를 포함한 일본 국민의 애국심을 선동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태평양 전쟁이 격화되자 모든 공공 행정, 사법, 교육 시스템은 오로지 정부에 충성하고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우익세력은 정부의 억압을 비판하는, 이른바 불순분자를 격리, 차별하고 증오하기 위해 국민(신민)의 자격이 없는 놈=외세의 첩자와 동급 프레임을 만들어 냈다.

사회에 이 낱말이 지닌 함의는 무시무시했는데, 비국민으로 불리는 순간 이지메는 예약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의 행동방식과 사상을 통제할 목적으로도 자주 사용되었다. 조금이라도 정부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이 비국민 놈!"이라고 윽박지른다든지. 즉, 당대 일본의 광적인 전체주의 그 자체를 함축한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맨발의 겐' 등의 만화에서 그 당시 비국민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데, 나카오카 겐아버지가 제국주의와 전쟁을 반대한 일로 마을 사람들에게 비국민이라는 야유를 받았다.

전혀 비국민이라 불릴 만한 일이 아닌데도 비국민이라 부르며 매도하는 남용 사례 또한 보고되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단지 체질에 안 맞아서 급식에 나온 우유를 먹지 못한다는 이유로[1] 초등학생이 교사로부터 비국민 소리를 듣는 미친 짓까지 자행된 적도 있다. 심지어 이 사건은 전쟁 도중도 아니고 전후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다.


2.2. 비국민으로 불리던 대상[편집]


  • 일본 제국의 침략전쟁을 반대한 사람들
    • 일본 제국의 식민·점령지 및 위임통치령의 주민들 중 정부, 총독·통감부의 민족 말살 정책에 순응하지 않은 사람들 및 이들을 지원해 준 본토 사람들
  • 영미권 등 적성국과의 교류를 추구한 사람들[2]
  • 서양인들 중 연합국에 속한 군인과 민간인들[3]
  • 천황을 신으로 믿는 국가신토를 거부한 사람들
  • 일본인 교사의 전시 교육에 반항한 학생들
  • 일제의 징병제 하에서 일본군 징병을 피하거나 비리를 써서 걸린 사람들
    • 징집거부징집을 피해 추적받는 사람들
    • 비리를 써서 징집을 면제받거나 편한 곳에서 복무하다 걸린 사람들[4]
  • 학교도 안 다니고 일도 하지 않는 자들
  • 기타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동원이 힘든 사람들 및 집단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5]


2.3. 전후 시기[편집]


결국 패전 이후에는 방송금지 단어가 되어서 투장 다이모스에서 미와 사키모리가 밤 성인을 볼 때마다 입버릇처럼 달던 '비국민이다!'라는 대사는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에서 '외계인이다!'라고 수정되었다.[6] 방송금지 말이 되는 판에 현대 일본의 일상생활에서는 당연히 입에 담으면 극우주의자를 넘어 정녕 우파 성향 시민들 상대로도 인성 말아먹은 사람으로 멸시받는다.

그러나 현실은 비국민이라는 용어만 금기시될 뿐 정작 주류 사회에 반대하는 소수의 목소리를 사실상 비국민 취급해서 여전히 탄압하고 있다.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KADOKAWA 매거진이 운영하는 웹 매거진 사이트 코너인 '토미노 류의 토미노(トミノ流のトミノ)'에 올린 칼럼을 통해 2020 도쿄 올림픽 개최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비국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쟁 중 전시 체제에 반대 의견을 내세운 사람에게 사용된 말로 배신자라는 뉘앙스가 매우 강한, 듣기 싫은 말이죠. 다만 나 정도의 연배[7]

라도 비국민이라고 불린다는 것의 아픔이나 어려움은 잘 모릅니다. 전쟁물 따위를 읽다가 비국민이라는 낙인이 찍혔을 때의 무서움 같은 것은 상상만 하지 실감은 나지 않죠. 그리고 얼마 전, 비슷한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뭐냐고요? 도쿄 올림픽이 결정된 그 날입니다. 그 일본 열도가 들떠있는 분위기, 야단법석 일색의 분위기를 봤을 때, 지금 올림픽에 반대하면 비국민으로 불릴 것이다, 이것의 몇 배나 강한 배척감, 이른바 따돌림이라는 것이 전시 중의 비국민이라는 말에 있을 거라 실감하고 있어요. 바로 말하면 나는 도쿄 올림픽에 찬성하지 않아요. 20년 안에 동일본 대지진 정도의 지진이 있을지도 모르고, 후쿠시마의 원전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을 테니까요.[8]

하지만 그런 걸 무심결에라도 말해버리면 비국민이라고 규탄받을 것은 확실하죠. (후략)


3. 매체에서[편집]


  • 반전 만화 '맨발의 겐'은 일본 제국 시기를 묘사하기에 등장하고 주인공인 겐의 아버지가 전쟁에 반대해서 겐의 집안 전체가 주변 사람들에게 '비국민'으로 불리며, '비국민'으로 불린 사람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상세히 묘사된다.


  • 애니메이션 마기 신드바드의 모험에서 파르테비아 제국의 티손 마을 사람들이 전쟁의 광기에 빠져들면서 전쟁에 비협조적이던 신드바드 일가게 이 말을 사용했다. 이후 전개에서 파르테비아 제국의 황제가 폐위되고 바르바롯사가 이끄는 독립국민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우성인종주의를 주장하고 일을 안 하는 자, 정권에 반항운동을 일으킨 자들을 열악종이고 비국민이라 하면서 숙청하는 것으로 나온다. 멘발의 겐처럼 일단 '군국주의의 광기'를 비판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되는 듯하다.

  • 애니메이션 와시오 스미는 용사다에서 패션쇼를 할 때 노기 소노코에게 드레스를 입히려고 하자 와시오 스미가 부끄러워하면서 "안 된다고, 그런 비국민으로서의 차림을!"이라는 대사를 했는데, 스미가 옛날 일본의 역사에 관심이 많고 밀덕의 기질이 있는 캐릭터라 이 대사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 게임 하프라이프 2는 작중 외계 세력인 콤바인지구를 정복한 세계라는 설정으로, 여기서 콤바인 자신들의 통제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시민을 지칭하여 반시민(Anticitizen)으로 분류하며 동시에 탄압 대상이 된다. 즉, 반시민은 시민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맥락에서 비국민과 궤를 같이 한다. 한편, 이 반시민 중에서는 조직화되어 활동하는 저항군(Resistance) 내지는 반군(Rebel)의 형태가 있는데, 영어 원명은 이렇지만 한국어 번역에서는 예의 용어에서 따와 '반시민군'으로 절묘하게 번역하였다.

4. 비슷한 사례[편집]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자유 프랑스 측에서 프랑스를 해방할 경우, 소극적이거나 생계를 위해서 나치 부역자들에 한해서 권리[9]를 박탈하는 죄인 국민(혹은 공민)부적격죄를 만들었다. 1943년부터 구체화되었고, 1945년 8월부터 각지에 공민재판소가 세워져 약 5만명에 가까운 인사들이'민족적 자존의 결여'라는 판결 기준으로 공민권박탈형을 선고 받았지만 1953년에 사면령이 내려졌다. 이 법은 적극적인 나치 부역자들과는 전혀 다른 민사 재판으로 제정한 이유는 "사형과 구금형으로만 부역자들을 처벌하기엔 애매한 부역자와 배신자들이 많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민족적 자존의 결여 항목이 기소의 기준이었는데, 문제는 단순하게 친독일적 발언을 넘어서서 독일인과 연애를 하거나 성관계를 맺었어도 기소되었듯이 당시 기준으로도 정도가 과한 경우가 많던 것.[10] 이는 훗날은 사면령이 내려진 원인이 됐다.
2021년 9월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수한 뒤 자기들의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들이나 자기들에게 저항한 하자라족같은 소수민족 주민들은 모조리 비국민으로 여긴다.
현재 푸틴 정권 및 침략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모두 \'이노아겐트(Иноагент)'[11]로 싸잡아 부르며 이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불이익을 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푸틴 정권이나 자칭 '특수 군사 작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이노아겐트'로 불러달라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다. 사례 1[12] 사례 2[13]


5. 관련 문서[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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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당불내증은 사실 매우 흔한 일이다. 해당 문서 참조.[2] '소년 H'라는 영화를 보면 이 시대를 배경으로 양복가게를 하는 주인공 가족의 고충이 절실히 드러나 있다.[3]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이 포로 학대를 저지른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4] 정작 국민들을 비국민으로 낙인 찍게 만든 일본 군부에서는 자기 자식들을 조금이라도 더 후방에, 더 편한 보직에 배치하기 위해 갖은 비리를 다 동원했다. 뇌물은 기본이었고, 사관학교 선·후배라는 인맥을 이용하여 자기 자식들은 전부 후방으로 빼내었다. 예외적인 사례가 도미나가 교지의 아들로 이 아들은 '견부호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버지와는 달리 상당히 용맹했다고 한다. 문제는, 그 용맹함 때문에 카미카제에 자원해서 출전했다는 거지만.[5] 이 영향은 지금도 남아서, 일본은 아직까지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일제 시절과는 달리 대놓고 차별하거나 멸시하지는 않지만, 껄끄럽게 여기는 정도의 경향은 남아 있다. 또, 집단문화를 중시하는 경향 역시 아직까지 남아서 개인주의가 발달한 일본임에도 마츠리 등에 강박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6] 해당 애니메이션은 패전하고도 30년이 넘게 지난 1970년대 후반에 제작된 애니메이션이지만, 미와 사키모리 자체가 군국주의적이고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해당 애니메이션에서 이러한 대사를 사용한 의도가 마냥 비국민이라는 용어에 대해 비판 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7] 이 할배는 1941년(쇼와 16년)생이시다.[8] 결국 이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대지진이나 추가적인 대규모 원전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대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대유행으로 올림픽이 1년 연기되었기 때문이다.[9] 선거권, 피선거권, 투표권 박탈부터 노조 가입 금지, 교사 임용금지, 은행 지점, 본부장 금지 같은 직업제한으로 시작해서 세금의 10%를 증가시키는 식으로 확대되었다.[10] 다만 사형 등 중형이 많아서 그렇지, 인구 대비 처벌대상자는 프랑스가 오히려 다른 나라보다 적은 편이었다.[11] 'Иностранный агент(외국 요원)'의 줄임말. 다시 말해 이 말은 해당 인물을 타국의 스파이로 간주한다는 매우 무서운 단어이다. 소련 특유의 "내 편 아니면 적" 심보가 부활했다.[12] 1980-90년대 소련을 휩쓸었던 디바이자, 현재도 러시아의 국민 가수라는 말을 듣는 알라 푸가초바(Алла Пугачёва)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 푸가초바의 현 남편인 막심 갈킨은 러시아의 연예인으로 전쟁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는데, 푸가초바는 이에 항의하면서 그러려면 자신도 이노아겐트로 불러달라며 글을 게시했다.[13] 러시아의 유명 여가수인 젬피라(Земфира)의 2023년 노래 '丕쿠(PODNHA: 조국Родина의 러시아판 야민정음)'. '젬피라'는 개전 직후는 전쟁에 반대하는 의사를 밝히고 해외로 도피하여 현재도 파리에서 거주하고 있다. 노래 시작 부분에 보면 '이 노래는 이노아겐트인 젬피라 탈가토브나 라마자노바가 만들었으며 이노아겐트적 활동에 연관되어 있다'며 러시아의 무차별적인 이노아겐트 지정을 비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