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유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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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自由民主制 / Illiberal democracy

1. 개요
2. 설명
3. 사례
4. 관련 문서



1. 개요[편집]


비자유 민주주의( / Illiberal democracy)란 비교정치학의 개념으로서, 형식적으로는 민주주의이나 실질적으로는 부분적인 형태로만 자유가 허용되는 형태의 정치 체제를 지칭한다. 특히 조지프 슘페터자유민주주의 이론을 악용, 선거만 존재한다면 민주주의라 볼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민주주의를 뜻한다.

단순하게 비자유주의(Illiberalism)이라고도 한다. 형식상으로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독재 국가[1]나 민주주의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국가에서 주로 발견된다.

반민주주의(半民主主義, Semi-democracy) 즉 혼합 체제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데 반민주주의는 민주주의권위주의를 혼합한 체제이나 안정적인 체제를 말하며 대표적으로 싱가포르가 있다.


2. 설명[편집]


비자유민주주의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시민의 헌법적 권리에 대한 제도적 제한으로 나타나는 정치 체제를 의미한다.[2] #

1997년 미국의 정치 저널리스트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가 포린어페어스[3]지에 투고한 기사에서 처음 제안되었으며, 이후 비교정치학의 개념으로 정착되어 활발한 학술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지켜보면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로 당선된 정부"가 인종주의자파시스트, 분리주의자로 이루어져 있고 공개적으로 평화와 화합을 방해한다면, 과연 자유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뒤이어 전 세계의 사례를 분석하면서, "비자유 민주주의라는 불편한 현상페루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까지 또 시에라리온에서 슬로바키아까지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자라나고 있다."고 평했다. #

비자유 민주주의는 간단하게 자유주의 없는 민주주의 정도로 정의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몇 가지 결함이 있는 자유민주주의부터 선거를 치를 뿐인 독재 체제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을 포함한다. 예컨대 민주적 절차에 의해 사회 구성원 다수가 동의하는 가치관의 효력이 발휘되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경우도 비자유 민주주의의 예시가 될 수 있고, 대중 선동과 언론 탄압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억압하더라도 일단 선거만큼은 민주적으로 치른다면 역시 비자유 민주주의로 분류할 수 있다.

유의어로 준민주주의(semidemocracy)가 있으나 엄밀하게는 다른 개념이다. 비자유민주주의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지지만 시민의 권리가 억압되는 체제를 의미하고, 준민주주의는 자유롭지만 공정하지 않은 선거가 이루어지는 체제를 의미한다.[4] # 선거가 공정하지 못하지만 시민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하는 체제는 자유 준민주주의(liberal semidemocracy) 혹은 허용적 준민주주의(permissive semidemocracy)라 불리고, 선거는 공정하지만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체제가 비자유 민주주의이다.

같은 원리로, 북한, 중국, 베트남, 라오스, 쿠바, 에리트리아, 캄보디아처럼 제대로 된 야당(관제야당 제외)이나 선거가 존재하지 않는 일당독재 국가들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브루나이같은 절대군주제 국가들은 애초에 선거를 통해 집권세력을 선출하는 것이 아니므로 비자유 민주주의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자유롭지 못하고 야당의 활동이나 언론의 독립적인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비자유 민주주의라는 관점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 관련하여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노르베르토 보비오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동전의 양면"이라 지적하며,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에 의해서 보장되고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에 의해서 보장된다고 평했다. 거꾸로 말하면 자유주의 없는 민주주의는 공산주의나 파시즘처럼 망하고, 민주주의 없는 자유주의는 폭주한다는 주장이다. 파리드 자카리아 역시 나폴레옹 3세 치하의 프랑스, 빌헬름 2세독일, 다이쇼 데모크라시일본 등 세 가지의 역사적 사례를 들어 민주적이지만 평화를 존중하지 않고 시민의 자유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없는 국가는 언제든 폭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 사례[편집]


권위주의 이념인 유신 시대의 한국식 민주주의를 제외하고[5] 제6공화국 이전의 대한민국의 정치체제와 에르도안 치하의 터키가 내세우는 '보수적 민주주의(Muhafazakâr demokrasi)', 푸틴통합 러시아당이 내세우는 '관리 민주주의(суверенная демократия)'를 예로 들수 있겠다. 물론 공산국가가 내세운 인민민주주의도 비자유민주주의에 포함된다.

헝가리의 우익대중주의자인 오르반 빅토르는 대놓고 비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고 있다. 그 외에도 미국9.11 테러 이후 제정한 애국자법도 마찬가지로 비자유민주주의의 하나의 사례로 지목되며 비판되곤 한다.

비자유 민주주의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의 당사국들과 더불어 1997년 기준으로 페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시에라리온, 슬로바키아 등을 비자유 민주주의의 예시로 꼽았다. 아시아-태평양 연안에서는 파푸아뉴기니필리핀을 예시로 꼽으며, 아시아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민주보다 자유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

3.1. 유럽, 라틴아메리카[편집]


  • 강봉구는 2006년 러시아의 탈소비에트 과정을 연구한 논문에서 "푸틴 시대 러시아 민주화의 상태는 최소민주주의만 작동되고 있는 비자유 민주주의이며, 옐친 시대의 민주적 무질서에서 민주적 질서로 이행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 당시는 푸틴이 연임을 통해 두번째 대통령 임기를 수행하던 시절이라 푸틴의 독재가 지금처럼 강고하지 않았다.

  • 헝가리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상기하였듯이 비자유 민주주의를 추구한다고 직접 선언했다. # 굳이 본인의 선언이 아니더라도 터키의 레제프 에르도안 정권이나 폴란드 법과 정의당 정권과 함께 비자유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예시로 분류된다.

  • 터키에르도안 정권도 비자유 민주주의의 '교과서적인 예시(textbook example)'로 꼽힌다. CNN CBC 에르도안은 분명 민주적인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고, 부정선거가 이루어진다는 명확한 물증도 없지만, 터키를 점점 세속주의에서 멀어지고 시민의 자유를 제약하는 방향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


3.2. 아시아[편집]


  • 대니얼 벨(Daniel A. Bell), 데이비드 브라운(David Brown), 카니쉬카 자야스리야(Kanishka Jayasuriya), 데이비드 존스(David M. Jones)의 공동 연구에서는 태평양 연안 지역의 비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을 분석하였다. 여기에는 권위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던 대만, 금권정치가 횡행하는 말레이시아, 리콴유 일가의 준독재가 지속되는 싱가포르 등이 예시로 꼽혔다. #[6]

  • 인도네시아 역시 민주적 집권 절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소수민족 및 이방인에 대한 제도적 차별 등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모습으로 인해 비자유 민주주의의 사례로 꼽혔다. #

  • 크시슈토프 브제흐친(Krzysztof Brzechczyn)은 코로나19 판데믹 대처 과정을 두고, '공산주의 이후 체제(post-communist)'로 중국을, '자유주의적 귀족정(liberal autocracy)'의 예로 싱가포르마카오를, '비자유 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의 예로 대만대한민국을 각각 꼽았다.[7] 구체적으로 중점을 두어 설명한 대만의 사례를 보면, "감염자들을 핸드폰 사용 기록을 통해 전산적으로 감시하고, 사람들이 방역 수칙을 어기고 각자의 주거지에서 벗어나지 않는지 직접 확인"했던 것을 비자유 민주주의라는 근거로 제시했다. #

3.2.1. 대한민국의 상황[편집]


대한민국 제6공화국의 성립에 의한 군부독재의 종식과 민주화 이후 현대 대한민국대한민국 헌법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규정하고 있는 등 법제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지만, 이러한 헌법과는 별개로 현실정치의 상황을 보면 현대 한국의 주요 정당과 역대 정부는 민주화 이후의 상황에 한정하여 보더라도 모두 완전한 자유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 이유는 남북한의 대치라는 안보 환경의 특수성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대한민국의 주요 정치세력들이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사전적 의미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선 생각보다 그다지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계 정당은 자유민주주의를 긍정한다고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유민주주의를 비판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모습을 보이는 정당이 많고, 보수정당은 자유민주주의와 비자유민주주의가 혼합된 방어적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기에 역시 사전적 의미의 자유민주주의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진보정당들은 아예 자유민주주의를 이념적으로 부정하고서 시작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전적으로 우호적인 관점을 가지는 정당이 사실상 없다.

정치학계의 경우, 대한민국을 대상으로는 아직 활발하게 논의되는 개념은 아니다. 구글 스콜라 '비자유민주주의' 검색 결과만 보더라도, 국내 연구자들이 러시아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타국의 사례를 연구한 논문은 많으나 정작 한국 근현대사에 적용한 연구 결과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파리드 자카리아1990년대 이전의 대한민국대만, 태국과 함께 자유 준민주주의(liberal semidemocracy)로 꼽으며, 민주주의보다 자유주의에서 더 강점을 보인다고 평했다. 또한 당대 기준 지역 내의 유일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일본을 포함하여,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같은 자유 독재국가(liberalizing autocracy)들에서도 민주보다 자유를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8] 자유보다 민주에서 더 뚜렷한 강점을 드러내는 현 대한민국[9]과는 다소 상반되는 평가.

유종성의 한국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에서 "보수세력은 냉전·분단체제의 역사적 경험으로 안보와 반공을 명분삼아 겉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도 권위주의를 정당화했으며, 진보세력은 언론개혁에 대한 비자유주의적 접근과 함께 명예훼손죄 남용, 인터넷 표현의 자유 제한, 선거운동 자유의 제한[10] 등을 지속·강화하며 자유민주주의를 경시 또는 배척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서술하며, 관련 키워드로 비자유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를 제시하였다.

상기하였듯, 크시슈토프 브제흐친(Krzysztof Brzechczyn)은 코로나19 판데믹 대처 과정을 두고 대한민국을 대만과 함께 '비자유 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의 예로 분류하였다. # 방역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희생한다는 관점으로, 과거 프랑스의 언론사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기사가 나왔던 바 있다. 다만 대한민국의 종합적인 정치사회적 면모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코로나19 방역에 한정한 이야기이고, "민주주의 내에서는 자유민주주의보다 비자유 민주주의가 오히려 판데믹 대처에 더 유리한 점이 있다"는 문장도 함께 적시되었음을 유의.

이외에 Towards a Model of Illiberal Democracy에서도 대한민국 현대사를 두고 사례 분석을 하고 있으나 직접적으로 어떠한 결론을 내지는 않았다.


4. 관련 문서[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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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체사상이나 나치즘처럼 민주주의를 완전 부정하는 공화정도 있다.[2] As described by Fareed Zakaria, “illiberal” democracy occurs when free and fair elections combine with systematic denial of constitutional rights.[3] 국내에는 김대중리콴유아시아적 가치 논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4] Elections that were free but not fair—when only one candidate had a realistic prospect of winning, when any major candidate or party was effectively prevented from winning, or when elected leaders were obliged to share effective power with or cede it to nonelected groups—are considered to be “semidemocratic.”[5] 한국식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유신 시대에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권위주의 이념으로서 이름과 달리 민주주의적 요소가 없는 이념이었기 때문이다. 비자유민주주의의 경우에는 부분적인 형태로나마 약간의 자유를 명목상 허용할 때도 있지만, 한국식 민주주의는 그와는 거리가 있었다.[6] 이 연구는 1990년대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아직 민주화 도정에 있던 대만이 비자유민주주의의 예시로 거론되었다.[7] Singapore and Macau could be classified as illiberal autocracies, and Taiwan and South Korea – as illiberal democracies.[8] Indonesia, Singapore, and Malaysia are examples of liberalizing autocracies, while South Korea, Taiwan, and Thailand are liberal semi-democracies. Both groups, however, are more liberal than they are democratic, which is also true of the region's only liberal democracy, Japan; Papua New Guinea, and to a lesser extent the Philippines, are the only examples of illiberal democracy in East Asia.[9] 2021년 민주주의지수 기준 선거 과정의 정당성 9.17/10, 시민의 자유 7.94/10. 선거 과정의 정당성으로는 대만(10/10)에 이은 아시아 2위이고, 시민 자유로는 아시아 3위이다.[10] 한국 선관위는 선거운동기간을 정해두고 정치인의 정책발언, 시민운동단체의 활동, 언론의 보도 내용 하나하나에 전부 선관위가 유관해석을 내려서 규제하는 등 정치활동에 수많은 제약을 가하고 있다. 여론조사도 선관위가 공개전에 전부 사전심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