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메아리/사죄/3일차

1. 3일차 아침[편집]

만약 당신이

「세라핌과 함께 조사를 계속한다」(을)를 선택할 시

......

「지휘사」 아니야, 됐어.

「지휘사」 지금은 아직 해명할 수 없는 일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 세라핌은 그냥 세라핌이야.

「세라핌」 그렇구나.....

「세라핌」 맞아, 기억이 군데군데 빠져 있다고 해도, 내가 다른 사람이 되지는 않아.

「세라핌」 모래화 사건의 배후의 비밀을 찾고 싶은 거잖아? 중앙청으로 가지 않더라도,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따라와.

세라핌의 집으로 끌려갔다.

눈앞에 보이는 난잡하게 어질러진 방. 세라핌은 신속하게 화면 앞에 앉아 이어폰을 귀에 끼운 뒤, 키보드를 두들겨 생방송 프로그램을 열었다.

「팬」 핌짱——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생방송 하는 거야? 생방송 알림을 보자마자 엄청 놀랐다구....... 안 믿겨져.

「팬」 인터넷에서 말야, 핌짱이 바로 히로 지휘사가 말한 그 세라핌이라는 소문이 퍼진 거 있지. 포럼과 커뮤니티에서 난리가 났어......

「팬」 모래화 사건이 정말 핌짱과 관련있는 거야?

「세라핌」 히로가 지목한 건...... 확실히 내가 맞아. 하지만 안심해 모두들, 모래화 사건은 나랑 전혀 관련 없어.

「세라핌」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나를 모함하려 하는 모양인데, 결국 마지막에 웃는 자는 나 핌짱이라고!

「세라핌」 그래서 말인데, 지금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 내 누명을 벗어야 돼. 모두가 나를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

「팬」 그놈들 핌짱을 음해하는 게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 반격할 때가 됐군!

「팬」 ...... 그런데, 우리가 뭘 하면 될까?

「세라핌」 모두는 모래화 사건의 실마리를 좀 찾아 줬으면 좋겠어. 힘들겠지만, 꼭 확실한 실마리가 아니더라도 돼, 소문 같은 거라도 좋아.

「세라핌」 모래화 사건과 관련이 있는 정보면 다 괜찮아. 중요한 정보건 아니건 상관없이 전부 핌짱의 메일함에 넣어줘!

「지휘사」 잠깐만, 전부?! 다 볼 수 있겠어?

「세라핌」 분명 엄청난 물량이 밀려 들어오겠지만, 모두의 메일이라면 괜찮아! 핌짱이라면 분명 다 읽을 수 있어.

「세라핌」 모두가 항상 핌짱에게 보내준 성원을 기억하고 있어. 이번에도 잘 부탁해.

「세라핌」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증명해 주자!

「세라핌」 아무리 작은 힘이더라도, 모이면 분명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걸 말이야.

「세라핌」 반격이야...... 지금부터 우리들의 반격을 시작하자.

마지막 말이 끝나기 무섭게, 라이브 화면에 흐르는 코멘트는 순식간에 화면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흘러 넘쳤다.

스크린 너머로도 저마다의 가슴 속 벅참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눈앞의 세라핌은 자신의 작은 주먹을 어루만졌다. 마치 아주 귀중한 보물을 쥐고 있는 것처럼.

그 눈동자에 넘쳐흐르는 카리스마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도 모르게 그녀를 뒤따르게 만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술 단말기에는 세라핌의 생방송이 켜져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슬쩍 ‘좋아요’를 눌렀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팬들에 섞여 있으니, 아무도 신경쓰지 않겠지.

생방송이 끝난 후, 세라핌은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세라핌」 이제 우리도 움직여야 돼. 우선 구역 조사부터 시작하자, 뭔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세라핌」 팬들도 모두 열심히 도와주고 있는데,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나도 함께 어깨를 맞대고 싸워야 돼.

「세라핌」 너도 나랑 함께 가. 방금 나에게 좋아요를 눌러 준 사람이 너잖아.

「지휘사」 어떻게 알았어?

「세라핌」 알아서 맞혀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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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제 3일.
세라핌 사진에 대한 조사 결과물을 받고, 그녀가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도시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그녀가 모래화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될 순 없다. 그녀를 놓아준 것이 틀린 선택이 아니기를.

2. 구역 조사[편집]

2.1. 대학 캠퍼스 순찰[편집]

「카지」 그랬구나, 무슨 일이었는지 이해했어. 민중을 이용해서 싸우다니, 너무 비겁해!

「카지」 질질 끌 필요 없이, 내가 곧바로 이 일을 검도부 사람들에게 알릴게, 걔냬마저 속아 넘어가선 안 돼!

「세라핌」 너 쿠키는 괜찮아?

「카지」 응? 쿠키?

「카지」 으악——내 쿠키가! 어쩐지 방금 탄 내가 난다 했어!!

「카지」 역시...... 다 타버렸잖아...... 일단 포장하자.

「세라핌」 ..... 그걸 누가 어떻게 먹어......

「카지」 반박 못 하겠네.....

「세라핌」 쿠키는 왜 만드는 거야?

「카지」 그게 말야, 실은 최근 검도부에서 합숙 훈련이 있었거든.

「카지」 처음에는 다들 합숙 훈련의 강도가 너무 높아서, 내가 정한 기준에 맞추기 어렵다고 했어.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도 포기하지 않고, 다들 자신의 목표를 향해 부단히 노력했지.

「카지」 그래서, 나도 사람들에게 뭔가 보답을 해 주고 싶어서 말이야.

「지휘사」 보답이 맞기는 한 건가......

「세라핌」 알았어, 레시피 나한테 줘 봐.

「카지」 세라핌은 쿠키를 만들 줄 알아?

「세라핌」 레시피 대로 한다면 문제는 없어.

「세라핌」 하지만 너도 같이 해야 돼, 네 마음이 들어가야 하니까.

카지가 세라핌에게 레시피를 준 후, 거품기를 잡고는 무사처럼 옆에 서 있었다.

「세라핌」 버터랑 설탕이 하얗게 될 때까지 섞어 봐.

「세라핌」 검을 휘두르는 것처럼 하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휘저어 주는 거야.

「카지」 그랬구나!

「세라핌」 다시 안에다가 달걀 두 개. 골고루 저어.

「세라핌」 ...... 날달걀 두 개.

「카지」 삶은 달걀이 아니라?! 미안해. 잠깐, 찾아보고 올게!

「세라핌」 강력분이랑 박력분 붓고, 잘 저어봐.

「세라핌」 강력분이랑 박력분이야. 아무거나 집지 말고 글루텐 함량 잘 봐봐.[1] 원문인 중국에선 "고 글루텐"과 "저 글루텐"으로 읽어서 높은 곳과 낮은 곳에 있는 게 아니라는 식으로 태클을 건다.

「카지」 미안, 바로 바꿀게!

「세라핌」 혼합액을 짤주머니에 넣고, 원하는 모양대로 짜 봐.

「카지」 소금이랑 조미료는?

「세라핌」 그런 건 필요 없어.

「카지」 아무래도 안주 과자는 좀 넣어야겠지?

「세라핌」 포기해......

카지는 의혹을 가진 채, 베이킹 불판에 쿠키를 많이 짜서, 불판을 오븐에 넣었다.

약 30분 후, 오븐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카지」 다 구웠다!

「카지」 평소에 구운 거랑은 색이 좀 다르네...... 냄새가 정말 좋아! 단맛도 적당하고!

「카지」 이런 건 빨리 줘야 해, 바로 검도부로 가자! 지휘사 랑 세라핌도 같이 가자!

「검도부 후배」 너무 힘들다...... 후, 더 이상 못 휘두르겠어......

「검도부 후배」 안 되겠어...... 검도부장이 없으니까 몸이 움직이질 않아......

「검도부 후배」 오늘 할당량까지 아직 멀었어요. 더, 더 노력해야 하는데...... 안 되겠어, 저도 너무 지쳤어요!!

「검도부 선배」 그러고 보니, 부장은?

「검도부 후배」 우리 힘내라고 선물 만들어 온대!

「검도부 선배」 선물이라...... 설마 그거 가져오는 건 아니겠지, 마왕의 성에서 가져온 것 같은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그......

「검도부 후배」 암흑 쿠키! 서, 설마요......

「카지」 모두 연습 잘하고 있어? 내가 쿠키를 좀 구워왔어.

「검도부 후배」 말하니까 바로 왔네?!

「검도부 후배」 아하하, 부장, 방금 다른 걸 좀 먹어서 배는 안 고파.

「검도부 선배」 음...... 이렇게 생겼구나! 아...... 배부르다, 연습이나 계속해야겠어!

「카지」 아, 미안해. 분명 이번에는 저번보다 쿠키를 제대로 구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얘기하면서 카지는 얼음 낚시할 때 미끼를 내리듯 쿠키가 담긴 봉투를 들었다.

「검도부 후배」 잠깐만! 내가 먹을게!

「검도부 후배」 마...... 맛이 멀쩡해! 쿠키 맛이야!! 맛있는 쿠키!!

「카지」 잠깐, 맛이 멀쩡하다는 건 뭐야!

「검도부 후배」 정말? 나도 먹을래!

「검도부 선배」 음, 생각해 보니 못 먹을 정도로 배부르진 않네. 빨리 나도 하나 줘.

「카지」 정말 못 말리는 애들이라니까. 얘도 해줬어, 세라핌. 너희들에게 먹을 걸 만들겠다고 하니까, 바로 도와주더라.

「검도부 후배」 검도부장 혼자서 못 만들 것 같다 했더니......

「검도부 선배」 역시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하는 건 아니구나.

「검도부 후배」 응? 세라핌? 지금 인터넷에서 한창 논란 중인 그 세라핌?

「세라핌」 맞아.

「카지」 그런데 지금 넷상에서 도는 그건 다 거짓말이야! 세라핌은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야.

검도부원들이 서로의 얼굴을 잠깐 쳐다봤다.

「검도부 후배」 그랬군요. 검도부장이 요리에 손재주가 없다는 걸 용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나쁜 사람일 것 같진 않아요.

「검도부 후배」 네티즌들이 다 그렇지 뭐, 조금이라도 책잡을 게 있으면 물고 뜯잖아.

「검도부 선배」 우리도 한 몫 거들어 줄게.

「카지」 좋아! 세라핌 있잖아, 이 기회에 한 번 검도부에 가입해 보는 건 어때?

「세라핌」 그건 괜찮아......

「카지」 정말 칼 같구나! 하지만 나중에라도 마음이 바뀐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말만 해. 내가 도와줄게, 학교 안에서 홍보하는 것밖에 못 해주겠지만 말이야.

「지휘사」 정말 고마워, 카지.

「세라핌」 ...... 고마워.

2.2. 시가지 순찰[편집]

「레이」 유감이지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어.

「지휘사」 에?

「레이」 너희들이 나를 찾아오고자 한 건 좋은 판단이야.

「레이」 하지만 너희들 잊었나 본데, 난 중앙청의 신기사이면서도 황금우산 그룹의 대표야. 내가 하는 모든 언행과 행동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그룹 전체의 것이지.

「레이」 때문에 내 도움은 받을 수 있지만, 먼저 너희들이 나에게 증거를 제출해야 해.

「세라핌」 무슨 증거?

「레이」 네가 무고하다는 증거.

「레이」 한 걸음만 잘못 내디뎌도 다시는 못 돌아올 수도 있어. 신중한 선택들이 오늘날의 황금우산을 만들어 놓은 거야. 너희들을 도와줄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먼저 너희들이 정말 무고한지 직접 판단해야겠어.

「지휘사」 하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르면, 한 사람의 죄를 입증할 수 없는 상황이면 무죄로 여겨야 하는 게 맞잖아.

「레이」 맞는 말이야. 하지만 그건 법정에서의 논리지.

「레이」 오늘의 너희들은 확실히 무죄야, 히로는 증거를 내놓지 못했고, 단지 여론만으로 너희들을 비난하는 것 뿐이니까.

「레이」 하지만 만약 내가 너희들을 변호하는데 어느 날 히로가 증거를 꺼낸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

「레이」 물론 "내가 변호할 당시엔 무죄였다"라고 둘러댈 순 있겠지만, 이걸 누가 믿어줄까? 황금우산의 명예가 얼마나 훼손되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손을 들어주겠어?

「레오스」 ... (귀빈들을 입구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레이는 몸을 돌려 느릿한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바로 그 때——

「세라핌」 잠깐만!

「세라핌」 난 지금 범인이 누군지도 모르고, 내 무죄를 증명할 방법도 없어.

「세라핌」 하지만 범인이 누군지 확실하게 밝혀내고,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할 거야. 그게 아무리 험난한 길이여도.

「세라핌」 다만 지금 나한테는 피의자라는 수식이 붙어서, 제대로 행동할 수가 없어. 내 무죄 증명까진 안 해줘도 돼, 그냥 시간만 좀 벌어주면 되니까.

「세라핌」 ...... 부탁할게.

세라핌은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의 뒷모습을 향해 깍듯하게 허리를 굽혀서 절했다. 공기가 한순간 가라앉더니,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잠시 후, 레이가 고개를 돌렸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그녀의 금빛 눈동자가 유달리 눈에 띄었다.

「레이」 단지 시간을 벌어다 줄 뿐이라면, 얘기를 못 들어줄 것도 없지.

「지휘사」 정말 다행이다——

「레이」 그 전에,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세라핌」 말해.

「레이」 일단 하나, 만약 범인이 거물이라고 해도, 넌 끝을 볼 생각이 있어?

「레이」 급하게 대답할 것 없어.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한기를 느끼고, 우주를 이해하면 할수록 인류가 얼마나 하찮은지 체감하게 되지. 마찬가지로, 파면 팔수록 네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도 많이 있을 거야.

「레이」 잘 생각해 봐, 만약 상대가 너를 없애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넌 계속해서 그 어둠을 걷어낼 거야?

「세라핌」 그럴 거야.

「레이」 그렇군. 그럼 다음 질문, 만약 범인이 네가 신세를 졌던 사람이라면, 그래도 계속할 거지?

「레이」 설령 예전에 너를 구해줬던 사람이 너에게 눈 감아 달라고 애걸복걸을 해도, 너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를 법의 심판대 위에 올려놓을 거지?

「세라핌」 ...... 올려야지.

「레이」 마지막 질문이야. 만약, 너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범인이라면, 그래도 너는 계속할 거야?

「레이」 난 너를 알아본 적이 있어. 실제로, 황금우산에서 너와의 합작을 기획한 적도 있었고 말이야. 결국 무산됐지만.

「레이」 넌 친구라 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 테고, 중요한 사람도 몇 없을 거야.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이 네 마음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겠지.

「레이」 만약 네가 그 사람을 반드시 감옥에 보내야 할 날이 온다면, 마음을 굳건히 먹고 결단을 내릴 수 있겠어?

「세라핌」 ......

「레이」 잘 생각해 봐.

「세라핌」 난, 내 손으로 그 사람을 직접 감옥에 처박을 거야.

「세라핌」 범인이 누구든 간에, 난 그렇게 할 거야.

「레이」 알겠어. 레오스, 이 사람들을 VIP 룸으로 데려가.

「레오스」 ... (두 분은 따라오십시오.)

레오스를 따라 밝은 빛으로 가득한 방으로 들어왔다. 책상 위에는 따뜻한 홍차와 꿀케이크가 놓여져 있었다.

다 먹고 나자, 레오스가 우리를 데리고 황금우산 회사에서 떠났다.

떠날 때 쯤, 쇼핑몰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서 실시간 인터뷰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기자」 히로 씨가 세라핌 양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 레이 아가씨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레이」 사건의 당사자인 두 인물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답하기는 어렵습니다.

「레이」 하지만, 저는 인터넷 상의 사람들이 세라핌 양에 대해 근거 없는 질책을 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바입니다.

「레이」 어느 한 쪽이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기 전까지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어느 쪽 입장만 보고 결론을 내리기엔 많이 이릅니다.

「지휘사」 정말 레이답네......

「세라핌」 오늘 밤에도 생방송은 킬 거야. 기대를 저버릴 순 없으니까 더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어?

「세라핌」 그러니까——

팔목이 붙잡혔고, 세라핌이 고개를 젖혀서 나를 바라봤다.

「세라핌」 나랑 같이 장비 사러 가자.

2.3. 시가지 순찰[편집]

세라핌과 함께 근처 쇼핑몰의 1층에 "디지털 전자제품"이란 표지가 있는 곳으로 왔다. 얼마나 둘러봤을까, 세라핌은 자신이 필요한 장비를 어느 정도 찾았는지 이것저것 고르기 시작했다.

「세라핌」 그런 거였구나, 이거에...... 이것도 가져가고......

「지휘사」 무슨 차이가 있다고...... 내가 보기엔 다 똑같은데? 이런 흔한 마이크는 안 되는 거야?

「세라핌」 그건 가동 코일형 마이크야. 무대랑 KTV에서 쓰는 거 말이야.

「세라핌」 이건 소형 다이어프램 콘덴서 마이크인데, 원음을 그대로 살려주지만 생방송에 꼭 맞지는 않아.

「세라핌」 사야 하는 건 대형 다이어프램 콘덴서 마이크인데, 소리에 일정한 왜곡이 생기지. 하지만 왜곡 후의 소리는 원음보다 더 부드럽고 풍부해서, 생방송에 사용하기 제격이야.

「지휘사」 그럼 이거는? 생긴 것도 비슷한데?

「세라핌」 그건 합창할 때나 사용하는 알루미늄 테이프 마이크고.

「세라핌」 열심히 외울 필요는 없어, 난 이미 골랐거든. 전에 라이브 할 때 추천받은 게 있는데, 지금 사용하기 가장 좋은 라이브용 마이크야.

「세라핌」 그 외에도, 사운드 카드도 더 좋은 걸로 바꿔야 돼. 저걸로 해야지, 음...... 젠장, 왜 저렇게 높은 곳에 둔 거야.

까치발 들고 두어 번 뛰어도 닿지 않자, 이런 작은 동작이 부끄러웠는지 세라핌은 손을 내리고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세라핌」 뭘 보고만 있는 거야...... 진열대 위에 있는 저것 좀 내려줘.

「지휘사」 예예...... 자, 여기.

「지휘사」 우와...... 이거 가격이 너무 비싸잖아, 예산을 얼만큼 잡은 거야, 이거 사면 넘어가는 거 아냐?

「세라핌」 충분해. 음? 가격표가 어디 있어?

「지휘사」 보지도 않고 즉답한 거구나, 너 예산도 안 보고 충분하다고 대답한 거지 지금......

「세라핌」 최상의 것을 구현하려면 최상의 장비를 쓰는 게 당연하잖아, 가격을 왜 봐.

「지휘사」 세라핌은 생각보다 직업정신이 투철하구나, 이런 거에 아는 것도 많고.

「세라핌」 생방송도 정말 쉬운 일이 아니야, 뭐든지 다 공부하고 익혀놔야지.

「세라핌」 내 소신도 지켜야 하고, 진행도 잘 할 줄 알아야 돼. 그래야 항상 응원해 주는 팬들한테 떳떳하게 있을 수 있지.

「세라핌」 게다가, 지금은 보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었잖아.

「지휘사」 응? 나 말하는 거야?

「세라핌」 계산하고 온다.

세라핌과 함께 필요한 장비들을 구매한 후, 같이 세라핌의 집으로 왔다.

집에 돌아 오자마자 세라핌은 봉투를 들고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장비를 교체하기 시작했다. 그 작은 몸뚱아리가 책상 밑으로 들어가 쉬지 않고 바쁘게 움직였다.

「세라핌」 선이 왜 이렇게 엉켜있어!

「세라핌」 이럴 줄 알았으면 선 정리 용품도 살 걸 그랬네. 어서 떨어지라고, 이 녀석들아.

「세라핌」 포트가...... 안 맞네? 개조 좀 해야겠다.

「세라핌」 지휘사 , 드라이버 좀 가져와——

「지휘사」 드라이버? 어딨는데?

「세라핌」 어디에 뒀더라...... 기억이 안 나. 방에서 네가 직접 찾아 봐.

「지휘사」 알았어.

...... 착각인가, 세라핌이 나의 존재에 완전히 익숙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방 안을 열심히 탐색하려던 그 때, 책상 위에 놓인 익숙한 편지를 발견했다.

당시 의뢰할 때 맡긴 세라핌 사진이랑 유사했다. 발신자가 언제 중앙청 숙사에 잠입했는지 짐작도 안 가듯, 이번에도 소리소문 없이 세라핌의 방에 왔다 간 듯 하다.

「지휘사」 !! 세라핌, 와서 이 편지를 봐!

「세라핌」 누구 거길래 그렇게 흥분하고 그래?

「지휘사」 슌이야——처음에 나더러 히로를 조심하라고 했던 그 사람 말이야, 이 편지 안에 히로의 연구소 거점의 위치가 담겨있어.

「세라핌」 그럼 뭘 꾸물거리고 있는 거야!

「지휘사」 수량이 좀 많은데......

「세라핌」 하나하나 순서대로 조사하다 보면 언젠간 찾겠지!

세라핌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마지못한 듯이 덧붙였다.

「세라핌」 음...... 도움이 될 만한 신기사를 데려와, 만약 위험한 거라도 있으면 내가 널 지켜주지 못할지도 모르잖아.

「지휘사」 나도 그렇게 생각해......

세라핌에게 분노의 발길질을 당했다.

「지휘사」 내 말은, 그러니까 이 말은 내가 해야 됐다고 생각한다고, 만약 위험한 거라도 있으면 내가 널 지켜줄 수 있어야 하잖아. 저번에 연락했던 동료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세라핌」 그럼 우물쭈물 있지 말고, 지금 당장 출발해!

2.4. 연구소 순찰[편집]

「세라핌」 후...... 더 빨리......

「지휘사」 더, 더, 더, 더 이상은 못 뛰겠어——

「세라핌」 고개 떨구고 뛰면 괜찮을 거야.

「세라핌」 거의 다 왔어......

「지휘사」 앞에 봐!

"쿵" 소리가 났다. 모퉁이 부분에서 세라핌이 다른 사람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오로시아」 아파...... 너희들 뭐야?

「로나크」 오로시아, 신경 꺼. 일이 먼저다.

「세라핌」 잠깐!

「세라핌」 이 연구소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텐데, 너희들이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세라핌」 아니지...... 지금 여기로 온 게 아니라, 이제 나가는 거잖아?

「세라핌」 너희들, 여기서 뭘 가져가려는 거야?

「오로시아」 호호...... 그건 말해줄 수 없겠네. 하지만, 설마 너희들이 이곳을 찾아올 줄이야. 역시 히로 어르신의 말씀이 옳았어......

「세라핌」 증거, 너희들이 갖고 있는 거지?

「오로시아」 참 조심성 많은 아가씨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손에 있는 건 너희들이 원하는 증거가 아니야, 그냥 "자료"지.

「세라핌」 다 똑같아! 너희는 나한테 죄를 뒤집어 씌웠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범행을 필사적으로 숨기기까지 했어. 나한테는 그게 바로 너희들의 "범행 증거"라고!

「세라핌」 이 순간만을 위해 기다려 왔어, 너희는 비열한 목적을 위해 모든 일을 나한테 덮어 씌웠지.

「세라핌」 하지만 나도 순순히 당해줄 희생양이 아니야. 아니, 차라리 잘 됐어, 상대가 너희라면 나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으니까.

「세라핌」 내놓지 않을 거라면, 빼앗는 수밖에!

전투승리

「오로시아」 호호...... 유감이네. "이기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이런 룰이 나한테까지 적용되는 건 아니거든.

「오로시아」 필요하면 가서 찾아보든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붉은 리본으로 포장된 작은 하드 디스크가 먼 곳으로 던져졌다.

세라핌은 곧바로 그 방향으로 달려갔고, 오로시아는 반대 방향으로 물러났다.

하드 디스크는 일정 거리를 굴러가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세라핌」 어디갔어...... 어디야......

「세라핌」 분명 이 근처에 떨어졌는데.

「지휘사」 세라핌. 여기와서 이것 좀 봐봐.

「세라핌」 이건......

작고 까만 파편이 바닥에 있었다.

파편을 따라가자 노출된 회로 기판, 부서진 단자, 끊어진 표시등이 보였다. 큰 것은 대략 손바닥 반만해 보였고, 작은 건 손톱보다도 작았다.

끌어모아서 다시 맞추고 싶어도 그럴 모양새가 아니다.

「세라핌」 ......

「세라핌」 어떻게 이럴 수가...

「지휘사」 일단 최대한 끌어모아서, 레이첼에게 무슨 방법이 없는지 물어보자.

「레이첼」 음...... 손상이 너무 심한데, 완전 복구까진 못 하겠네.

「레이첼」 안 그래도 빠진 부품도 많은데, 그나마 가져온 것도 망가진 부분이 많아.

「레이첼」 그래도 일부 복구해 보면 시도는 할 수 있겠네.

「지휘사」 부탁할게.

「세라핌」 ...... 부탁이야.

「레이첼」 그렇게까지 안 해도 어차피 도와줄 건데 뭐. 이게 히로의 연구 자료라면, 분명 재미있는 내용도 많이 담겨있을 거 아냐.

레이첼은 자신의 도구상자를 들고 하드 디스크 파편 위에서 끊임없이 움직였다.

파편을 끼워 맞추는 건 불가능하기에, 그는 하드 디스크의 주요 칩을 직접 복원한 뒤, 기계에 넣어 해석하고 있었다.

「레이첼」 음..... 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 있는데, 뭐부터 들을래?

「세라핌」 좋은 소식.

「레이첼」 좋은 소식은, 하드 디스크에 아직 꽤 많은 자료들이 남아 있는데, 완전히 손상되진 않았다는 거야.

「세라핌」 ...... 나쁜 소식은?

「레이첼」 나쁜 소식은 이 부분의 내용이 너무 적어서, 너희들에게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다는 거야.

「레이첼」 복구된 정보는 3가지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어. 첫 번째는 물론 유해화 연구인데, 내용이 많긴 해도 지금 너희들에겐 쓸모가 없을 거야.

「레이첼」 두 번째가 관건인데, 아마 히로는 암암리에 인체 실험을 감행한 것 같아. 연구 데이터로 봤을 때, 모래화와 연관성이 있었어.

「세라핌」 역시.

「세라핌」 이 부분의 내용을 빼낼 수 있을까? 그러면 증거가 생기는 셈이잖아.

「레이첼」 되지. 하지만 이걸로 히로가 모래화와 연관된 인체 실험을 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도, 정작 실험 결과에 대한 내용이 손상됐어. 히로가 모래화의 주범이라는 증거로는 부족할 거야.

「세라핌」 괜찮아. 그거면 충분해.

「세라핌」 마지막 하나는?

「레이첼」 파일 하난데, 기본적으론 거의 훼손됐어.

「세라핌」 ...... 괜찮아, 이미 얻은 증거로도 충분히 히로의 말이 거짓이라는 건 폭로할 수 있어.

「세라핌」 그러면 사람들에게 내가 무고하다는 걸 증명할 수도 있을 테고, 팬들도 이 일 때문에 다른 사람이랑 다툴 필요도 없을 거야.

「세라핌」 내 팬들이 항구 구역에서 악수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 기회를 빌어서 설명해 주고 싶어.

「세라핌」 항구 구역까지 가는 건 좀 번거롭겠지만, 지금은 그게 가장 효과적일 거야.

「세라핌」 시간이 별로 없어, 빨리 준비하자.

3. 3일차 밤[편집]

밤이 오자, 세라핌은 또다시 방에서 생방송을 송출했다.

「세라핌」 오늘은 다들 대단하네! 돌아와서 메일함을 살펴보니까, 거의 꽉 찼더라.

「세라핌」 그럼 오늘 밤 핌짱은 멋있는 셜록·핌짱으로 변신해서, 현장에 숨겨진 단서를 모조리 찾아줄게!

「세라핌」 이제 팬들이 보내준 메일을 즉석에서 읽고, 단서를 같이 공유해 줄 테니까, 모두 다 함께 이 메시지의 신뢰성을 분석해 보자.[보이스] 협력해 준 모두의 마음에 답해서 단서를 찾아보고자 해. 지금부터 모두의 메일을 읽고 정보를 공유해 줄 테니까, 다 같이 그 정보의 신뢰성을 분석해 보자!

「세라핌」 그럼, 시작 시작!

「세라핌」 "며칠 전 참혹한 모래화를 당한 피해자 A는 포럼에서 알 수 없는 도움 요청을 업로드 했는데, 자신이 미행당하고 있다고 주장했어."

「세라핌」 "래트 사육기지의 판매원 B씨는 얼마 전 이상한 주문을 받았다는데, 마치 어떤 사람이 대량의 실험용 쥐가 필요한 것 같았대."

「세라핌」 "점장 C 씨는 다음과 같은 단서를 제공했어 : 모래화 현상이 발생한 곳에서 중앙청 신기사 달비라가 길 건너편으로 가는 걸 봤는데, 수상쩍어 보였어."

「세라핌」 점점 사건의 진상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

「세라핌」 "지금 농산품 시장에서 채소를 사던 전직 주부 D 씨는 최근 모래화 사건과 흑문의 불안정함 때문에 채소 값이 20%나 올랐다며 울분을 토했어."

「세라핌」 "익명을 요구한 E 선생이 말하길, 중앙청 지휘사의 히로가 샤워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히로가 비위생적인 남자라고 했어."

「세라핌」 진실이 다시 우리랑 멀어지고 있네......

세라핌이 냉정하게 몇 마디 내뱉고, 팬들이 보내온 메일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메일의 양이 많다 보니, 세라핌은 최대한 모든 메일에 리액션을 취하면서 가끔씩 시청자와 토크를 나누기도 했다. 결국 방송이 끝난 무렵에는 완전 녹초가 되어 있었다.

「세라핌」 끝났다. 이제야 제대로 된 추측을 해볼 수 있겠네.

「지휘사」 생방송에서는 왜 못 하는 거야?

「세라핌」 모처럼 열심히 찾아 준 단서니까, 내가 제대로 된 리액션을 취해주길 바랄 거야. 반응해 주는 데에만 힘을 쏟아 부었으니, 추리할 겨를도 없었지. 이제야 조용히 생각해 볼 수 있겠네.

「세라핌」 단서가 좀 모인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르겠어.

「세라핌」 아무튼 일단 정리부터 하면 되겠지. 불필요한 단서는 버리고, 남은 단서들로 분류 정리하면......

「세라핌」 중앙청 거, 군부 거, 흑문 거, 모래화 거, 다른 신기사들 거......

「세라핌」 보자......

「지휘사」 용의자라도 나왔어?

「세라핌」 용의자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용의자 한 트럭이야. 다들 보기에 마냥 무고해 보이지도 않고, 너에 대한 단서도 많이 왔어.

「세라핌」 들어볼래? 예를 들면, 네가 여러 신기사들과 아주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제본데......

「세라핌」 부인 안 해도 돼, 오늘 오후에 나랑 함께 나갔을 때, 넌 아주 많은 신기사들과 인사를 나눴잖아?

「지휘사」 그거랑 그거랑 같은 맥락이 아니잖아!

「세라핌」 그냥 좀 생각났을 뿐이야. 지금 가장 혐의가 짙은 사람은 따로 있어.

「세라핌」 이거 봐, 중요한 단서들은 모두 중앙청을 가리키고 있어, 게다가 어떤 사람은 직접 달비라도 목격했다잖아.

「세라핌」 하지만 달비라는 그냥 평범한 신기사일 뿐이니, 이런 음모를 만들 만한 능력까진 없을 거야.

「세라핌」 중앙청의 권력자, 안화 앙투아네트의 행방이 묘연해진 지금,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히로 뿐이야!

「세라핌」 달비라도 히로와 가까운 관계라는 것이, 내 추리의 뒷받침이야.

「지휘사」 다른 증거는 없어? 조금 억지 같아서...... 달비라가 모래화와 관련이 있다는 걸 증명하지 못하면, 달비라와 히로와의 관계도 증명 못 하잖아......

「세라핌」 조금 억지긴 한데, 애초에 우리한테 있는 단서도 별로 없잖아! 이곳저곳 순찰하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흘렸어!

「세라핌」 이것도 지휘사 의 잘못이라고? 네가 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이 지경까진 안 왔을 텐데.

「세라핌」 잘 반성해주길 바라 지휘사 . 아니, 반드시 잘 반성해야 해. 아무튼 적어도 99.25%의 확률로 원인은 너한테 있는 거니까.

「지휘사」 소수점 두 자리까지 콕 찍어서 말해야 돼?!

「세라핌」 아무튼, 지금 낼 수 있는 결론 그거밖에 없어. 아직 억측의 영역에 있다고는 해도, 히로는 확실히 의심스러워. 이번 일이랑 히로는 뗴어놓을 수 없다고 직감이 말해주고 있어.

「지휘사」 지금 결론을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고 봐.

「세라핌」 솔직히 증거가 충분하진 않지만, 지금 가장 의심가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어.

「세라핌」 그리고 만약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라면, 왜 이번 일을 나한테 뒤집어 씌울려고 하는데?

「지휘사」 아무튼 좀 침착하고 다시 잘 생각해 봐. 난 먼저 들어갈게.

「세라핌」 어...... 기다ㄹ...... 흥.

「세라핌」 네가 순찰할 때 자꾸 다른 사람이랑 얘기해서 이렇게 된 거잖아.

「세라핌」 계속 나랑 함께 있었으면, 분명 더 많은 단서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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