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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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전문
3. 오적
3.1. 재벌
3.2. 국회의원
3.3. 고급공무원
3.4. 장성
3.5. 장차관
4. 줄거리
5. 특징


1. 개요[편집]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럈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 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겄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 이야길 하나 쓰겄다


五賊

시인 김지하1970년 사상계에 발표한 풍자시. 재벌,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을사오적에 빗대 1970년대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부정부패와 비리를 해학적으로 풍자하였다. 당연히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그 후폭풍은 엄청나서 김지하를 필두로 사상계의 편집진들이 줄줄이 고문을 당했으며 결국 사상계는 이 사건을 빌미로 강제로 폐간되었다.

2. 전문[편집]


[오적 전문]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 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겄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길 하나 쓰것다.
옛날도, 먼 옛날 상달 초사훗날 백두산아래 나라선 뒷날
배꼽으로 보고 똥구멍으로 듣던 중엔 으뜸
아동방(我東方)이 바야흐로 단군아래 으뜸
으뜸가는 태평 태평 태평성대라
그 무슨 가난이 있겠느냐 도둑이 있겠느냐
포식한 농민은 배터져 죽는 게 일쑤요
비단옷 신물나서 사시장철 벗고 사니
고재봉 제 비록 도둑이라곤 하나
공자님 당년에고 도척이 났고
부정부패 가렴주구 처처에 그득하나
요순시절에도 시흉은 있었으니
아마도 현군양상(賢君良相)인들 세상 버릇 도벽(盜癖)이야
여든까지 차마 어찌할 수 있겠느냐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겄다.
남녘은 똥덩어리 둥둥
구정물 한강가에 동빙고동 우뚝
북녘은 털빠진 닭똥구멍 민둥
벗은 산 만장아래 성북동 수유동 뾰죽
남북간에 오종종종종 판잣집 다닥다닥
게딱지 다닥 코딱지 다닥 그 위에 불쑥
장충동 약수동 솟을 대문 제멋대로 와장창
저 솟고 싶은 대로 솟구쳐 올라 삐까번쩍
으리으리 꽃궁궐에 밤낮으로 풍악이 질펀 떡치는 소리 쿵떡
예가 바로 제별(狾䋢), 국회의원(獪狋猿), 고급공무원(跍礏功無獂), 장성(長猩), 장차관(瞕矔)이라 이름하는,
간뗑이 부어 남산하고 목질기기가 동탁배꼽 같은
천하흉포 오적(五賊)의 소굴이렷다.
사람마다 뱃속이 오장육보로 되었으되
이놈들의 배안에는 큰 황소불알만한 도둑보가 겉붙어 오장칠보,
본시 한 왕초에게 도둑질을 배웠으나 재조는 각각이라
밤낮없이 도둑질만 일삼으니 그 재조 또한 신기(神技)에 이르렀것다.
하루는 다섯 놈이 모여
십 년 전 이맘때 우리 서로 피로써 맹세코 도둑질을 개업한 뒤
날이 날로 느느니 기술이요 쌓이느니 황금이라, 황금 십 만 근을 걸어놓고 그간에 일취월장 묘기(妙技)를 어디 한번 서로 겨룸이 어떠한가
이렇게 뜻을 모아 도(盜)짜 한자 크게 써 걸어놓고 도둑시합을 벌이는데
때는 양춘가절(陽春佳節)이라 날씨는 화창, 바람은 건듯, 구름은 둥실
저마다 골프채 하나씩 비껴들고 꼰아잡고
행여 질세라 다투어 내달아 비전(泌傳)의 신기(神技)를 자랑해쌌는다.
첫째 도둑 나온다 제별(狾䋢)이란 놈 나온다
돈으로 옷 해 입고 돈으로 모자 해 쓰고 돈으로 구두 해 신고 돈으로 장갑 해 끼고
금시계, 금반지, 금팔찌, 금단추, 금 넥타이핀, 금 카후스 보턴, 금박클, 금니빨, 금손톱, 금발톱, 금작크, 금시계줄.
디룩디룩 방댕이, 불룩불룩 아랫배, 방귀를 뽕뽕 뀌며 아그작 아그작 나온다
저놈 재조봐라 저 제별(狾䋢)놈 재조 봐라
장관은 노랗게 굽고 차관은 벌겋게 삶아
초 치고 간장 치고 계자 치고 고추장 치고 미원까지 톡톡 쳐서 실고추 과 마늘 곁들여 낼름
세금 받은 은행돈, 외국서 빚낸 돈, 왼갖 특혜 좋은 이권은 모조리 꿀꺽
이쁜 년 꾀어서 첩 삼아 밤낮으로 작신작신 새끼 까기 여념 없다
수두룩 까낸 딸년들 모조리 칼 쥔 놈께 시앗으로 밤참에 진상하여
귀뜀에 정보 얻고 수의계약 낙찰시켜 헐값에 땅 샀다가 길 뚫리면 한몫 잡고
천(千)원 공사(工事) 오원에 쓱싹, 노동자 임금은 언제나 외상 외상
둘러치는 재조는 손오공 할애비요 구워삶는 재조는 뙤놈 술수 뺨치겄다
또 한 놈이 나온다.
국회의원(獪狋猿) 나온다.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 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
털투성이 몽둥이에 혁명 공약 휘휘 감고
혁명 공약 모자 쓰고 혁명 공약 배지 차고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 들고 대갈일성, 쪽 째진 배암 샛바닥에 구호가 와그르르
혁명이닷, 구악(舊惡)은 신악(新惡)으로! 개조(改造)닷, 부정축재는 축재부정으로!
근대화닷, 부정선거는 선거부정으로! 중농(重農)이닷, 빈농(貧農)은 이농(離農으로!
건설이닷, 모든 집은 와우식(臥牛式)으로! 사회정화(社會淨化)닷, 정인숙(鄭仁淑)을, 정인숙(鄭仁淑)을 철두철미 본받아랏!
궐기하랏, 궐기하랏! 한국은행권아, 막걸리야, 주먹들아, 빈대표야, 곰보표야, 째보표야,
올빼미야, 쪽제비야, 사꾸라야, 유령(幽靈)들아, 표도둑질 성전(聖戰)에로 총궐기하랏!
손자(孫子)에도 병불염사(兵不厭詐), 치자즉(治者卽) 도자(盜者)요 공약 즉(公約卽) 공약(空約)이니
우매(愚昧) 국민 그리 알고 저리 멀찍 비켜서랏, 냄새난다 퉤 -
골프 좀 쳐야겄다.
셋째 놈이 나온다 고급공무원(跍礏功無獂) 나온다.
풍신은 고무풍선, 독사같이 모난 눈, 푸르족족 엄한 살,
콱다문 입꼬라지 청백리(淸白吏) 분명쿠나
단 것을 갖다주니 쩔레쩔레 고개 저어 우린 단것 좋아 않소,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말구
어허 저놈 뒤 좀 봐라 낯짝 하나 더 붙었다
이쪽 보고 히뜩히뜩 저쪽 보고 헤끗헤끗, 피두피둥 유들유들 숫기도 좋거니와 이빨 꼴이 가관이다.
단것 너무 처먹어서 새까맣게 썩었구나, 썩다못해 문들어져 오리(汚吏)가 분명쿠나
산같이 높은 책상 바다같이 깊은 의자 우뚝나직 걸터앉아
공(功)은 쥐뿔 없는 놈이 하늘같이 높이 앉아 한 손으로 노땡큐요 다른 손은 땡큐땡큐
되는 것도 절대 안 돼, 안 될 것도 문제 없어, 책상 위엔 서류뭉치, 책상 밑엔 지폐뭉치
높은 놈껜 삽살개요 아랫놈껜 사냥개라, 공금은 잘라먹고 뇌물은 청(請)해먹고
내가 언제 그랬더냐 흰구름아 물어보자 요정(料亭)마담 위아래로 모두 별탈 없다더냐.
넷째놈이 나온다 장성(長猩)놈이 나온다
키크기 팔대장성, 제 밑에 졸개행렬 길기가 만리장성
온몸에 털이 숭숭, 고리눈, 범아가리, 벌룸코, 탑삭수염, 짐승이 분명쿠나
금은 백동 청동 황동, 비단공단 울긋불긋, 천근만근 훈장으로 온몸을 덮고 감아
시커먼 개다리를 여기 차고 저기 차고
엉금엉금 기나온다 장성(長猩)놈 재조 봐라
쫄병들 줄 쌀가마니 모래 가득 채워놓고 쌀은 빼다 팔아먹고
쫄병 먹일 소돼지는 털 한 개씩 나눠주고 살은 혼자 몽창 먹고
엄동설한 막사 없어 얼어죽는 쫄병들을
일만 하면 땀이 난다 온종일 사역시켜
막사 지을 재목 갖다 제 집 크게 지어놓고
부속 차량 피복 연탄 부식에 봉급까지, 위문품까지 떼어먹고
배고파 탈영한 놈 군기 잡자 주어패서 영창에 집어놓고
열중쉬엇 열중열중열중쉬엇 열중
빵빵들 데려다가 제마누라 화냥끼 노리개로 묶어두고
저는 따로 첩을 두어 운우어수(雲雨魚水) 공방전(攻防戰)에 병법(兵法)이 신출귀몰(神出鬼沒)
마지막 놈 나온다
장차관(瞕矔)이 나온다
허옇게 백태 끼어 삐적삐적 술지게미 가득 고여 삐져나와
추접무화(無化) 눈꼽 낀 눈 형형하게 부라리며 왼손은 골프채로 국방을 지휘하고
오른손은 주물럭주물럭 계집 젖통 위에다가 증산 수출 건설이라 깔짝깔짝 쓰노라니
호호 아이 간지럽사와요
이런 무식한 년, 국사(國事)가 간지러워?
굶더라도 수출이닷, 안 팔려도 증산이닷, 아사(餓死)한놈 뼉다귀로 현해탄에 다리 놓아 가미사마 배알하잣!
째진 북소리 깨진 나팔소리 삐삐빼빼 불어대며 속셈은 먹을 궁리
검정 세단 있는데도 벤쯔를 사다놓고 청렴결백 시위코자 코로나만 타는구나
예산에서 몽땅 먹고 입찰에서 왕창 먹고 행여나 냄새날라 질근질근 껌 씹으며
켄트를 피워 물고 외래품 철저 단속 공문을 휙휙휙휙 내갈겨 쓰고 나서 어허 거참 달필(達筆)이다.
추문듣고 뒤쫓아온 말 잘하는 반벙어리 신문기자 앞에 놓고
일국(一國)의 재상더러 부정(不正)이 웬말인가 귀거래사(歸去來辭) 꿍얼꿍얼, 자네 핸디 몇이더라?
오적(五賊)의 이 절륜한 솜씨를 구경하던 귀신들이
깜짝 놀라서 어마 뜨거라 저놈들한테 붙잡히면 뼉다귀도 못 추리것다
똥줄 빠지게 내빼 버렸으니 요즘엔 제사 지내는 사람마저 드물어졌것다.
이리 한참 시합이 구시월 똥호박 무르익듯 몰씬몰씬 무르익어가는데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나라 망신시키는 오적(五賊)을 잡아들여라
추상같은 어명이 쾅,
청천하늘에 날벼락 치듯 쾅쾅쾅 연거푸 떨어져 내려 쏟아져 퍼부어싸니
네이- 당장에 잡아 대령하겠나이다, 대답하고 물러선다
포도대장 물러선다 포도대장 거동 봐라
울뚝불뚝 돼지코에 술찌꺼기 허어옇게 묻은 메기 주둥이, 침은 질질질
장비 사돈네 팔촌 같은 텁석부리 수염, 사람 여럿 잡아먹어 피가 벌건 왕방울 눈깔
마빡에 주먹혹이 뛸 때마다 털렁털렁
열십자 팔벌리고 멧돌같이 좌충우돌, 사자같이 으르르르릉
이놈 내리훑고 저놈 굴비 엮어
종삼 명동 양동 무교동 청계천 쉬파리 답십리 왕파리 왕십리 똥파리 모두 쓸어모아다 꿀리고 치고 패고 차고 밟고
꼬집어 뜯고 물어뜯고 업어메치고 뒤집어 던지고 꼰아 추스리고 걷어 팽개치고
때리고 부수고 개키고 까집고 비틀고 조이고
꺾고 깎고 벳기고 쑤셔대고 몽구라뜨리고
직신작신 조지고 지지고 노들강변 버들같이 휘휘낭창 꾸부러뜨리고
육모방망이, 세모쇳장, 갈쿠리, 긴 칼, 짧은 칼, 큰칼, 작은칼 오라 수갑 곤장 난장 곤봉 호각
개다리 소다리 장총 기관총 수류탄 최루탄 발연탄 구토탄 똥탄 오줌탄 뜸물탄 석탄 백탄
모조리 갖다 늘어놓고 어흥 -
호랑이 방귓소리 같은 으름장에 깜짝, 도매금으로 끌려와 쪼그린 된민증들이 발발
전라도 갯땅쇠 꾀수놈이 발발 오뉴월 동장군(冬將軍) 만난 듯이 발발발 떨어댄다.
이놈
네놈이 오적(五賊)이지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날치기요
날치기면 더욱 좋다. 날치기, 들치기, 밀치기, 소매치기, 네다바이 다 합쳐서
오적(五賊)이 그 아니냐
아이구 난 날치기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펨프요
펨프면 더욱 좋다. 펨프, 창녀, 포주, 깡패, 쪽쟁이 다 합쳐서
풍속사범 오적(五賊)이 바로 그것 아니더냐
아이구 난 펨프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껌팔이요
껌팔이면 더욱 좋다. 껌팔이, 담배팔이, 양말팔이, 도롭프스팔이, 쪼코렛팔이 다 합쳐서
외래품 팔아먹는 오적(五賊)이 그 아니냐
아이구 난 껌팔이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거지요
거지면 더더욱 좋다. 거지, 문둥이, 시라이, 양아치, 비렁뱅이 다 합쳐서
우범 오적(五賊)이란 너를 두고 이름이다. 가자 이놈 큰집으로 바삐 가자
애고 애고 난 아니요, 오적(五賊)만은 아니어라우. 나는 본시 갯땅쇠로
농사로는 밥 못 먹어 돈벌라고 서울 왔소. 내게 죄가 있다면은
어젯밤에 배고파서 국화빵 한 개 훔쳐먹은 그 죄밖엔 없습넨다.
이리 바짝 저리 죄고 위로 틀고 아래로 따닥
찜질 매질 물질 불질 무두질에 당근질에 비행기 태워 공중잡이
고춧가루 비눗물에 식초까지 퍼부어도 싹아지없이 쏙쏙 기어나오는건
아니랑께롱
한마디뿐이겄다
포도대장 할 수 없어 꾀수놈을 사알살 꼬실른다 저것봐라
오적(五賊)은 무엇이며 어디 있나 말만 하면 네 목숨은 살려주마
꾀수놈 이 말듣고 옳다꾸나 대답한다.
오적(五賊)이라 하는 것은 재벌, 국회의원(獪狋猿), 고급공무원(跍礏功無獂), 장성(長猩), 장차관(瞕矔)이란 다섯 짐승, 시방 동빙고동에서 도둑시합 열고 있오.
으흠, 거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다. 정녕 그게 짐승이냐?
그라문이라우, 짐승도 아조 흉악한 짐승이지라우.
옳다됐다 내 새끼야 그 말을 진작하지
포도대장 하도 좋아 제 무릎을 탁 치는데
어떻게 우악스럽게 처 버렸던지 무릎뼈가 파싹 깨져버렸것다, 그러허나
아무리 죽을 지경이라도 사(死)는 사(私)요, 공(功)은 공(公)이라
네놈 꾀수 앞장서라, 당장에 잡아다가 능지처참한 연후에 나도 출세해야겄다.
꾀수놈 앞세우고 포도대장 출도한다
범눈깔 부릅뜨고 백주대로상에 헷드라이트 왕눈깔을 미친 듯이 부릅뜨고
부릉 부릉 부르릉 찍찍
소리소리 내지르며 질풍같이 내닫는다
비켜라 비켜서라
안 비키면 오적(五賊)이다
간다 간다 내가 간다
부릉 부릉 부르릉 찍찍 우당우당 우당탕 쿵쾅
오적(五賊) 잡으러 내가 간다
남산을 훌렁 넘어 한강물 바라보니 동빙고동 예로구나
우뢰 같은 저 함성 범같은 늠름 기상 이완대장(李浣大將) 재래(再來)로다
시합장에 뛰어들어 포도대장 대갈일성,
이놈들 오적(五賊)은 듣거라
너희 한같 비천한 축생의 몸으로
방자하게 백성의 고혈 빨아 주지육림 가소롭다
대역무도 국위손상, 백성원성 분분하매 어명으로 체포하니 오라를 받으렷다.
이리 호령하고 가만히 들러보니 눈 하나 깜짝하는 놈 없이 제 일에만 열중하는데
생김생김은 짐승이로되 호화찬란한 짐승이라
포도대장 깜짝 놀라 사면을 살펴보는데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이게 어느 천국이냐
서슬 푸른 용트림이 기둥처처 승천하고 맑고 푸른 수영장엔 벌거벗은 선녀(仙女) 가득
몇십 리 수풀들이 정원 속에 그득그득, 백만 원짜리 정원수(庭園樹)에 백만 원짜리 외국(外國) 개
천만 원짜리 수석비석(瘦石肥石), 천만 원짜리 석등석불(石燈石佛), 일억 원짜리 붕어 잉어, 일억 원짜리 참새 메추리
문(門)도 자동, 벽도 자동, 술도 자동, 밥도 자동, 계집질 화냥질 분탕질도 자동자동
여대생(女大生) 식모 두고 경제학박사 회계두고 임학(林學)박사 원정(園丁)두고 경영학박사 집사두고
가정교사는 철학박사 비서는 정치학박사 미용사는 미학(美學)박사 박사박사박사박사
잔디 행여 죽을세라 잔디에다 스팀 넣고, 붕어 행여 죽을세라 연못 속에 에어컨 넣고
새들 행여 죽을세라 새장 속에 히터 넣고, 개밥 행여 상할세라 개집 속에 냉장고 넣고
대리석 양옥(洋屋)위에 조선기와 살쩍얹어 기둥은 코린트식(式) 대들보는 이오니아
선자추녀 쇠로 치고 굽도리 삿슈 박고 내외분합 그라스룸 석조(石造)벽에 갈포 발라
앞뒷퇴 널찍 터서 복판에 메인홀 두고 알 매달아 부연 얹고
기와위에 이층 올려 이층 위에 옥상 트고 살미살창 가로닫이 도자창(盜字窓)으로 지어놓고
안팎 중문 솟을대문 페르샤풍(風), 본따놓고 목욕탕은 토이기풍(風), 돼지우리 풍(倭風)당당
집 밑에다 연못파고 연못 속에 석가산(石假山), 대대층층 모아놓고
열어재킨 문틈으로 집안을 언 듯 보니
자개 케비넷, 무광택 강철함롱, 봉그린 용장, 용그린 봉장, 삼천삼백삼십삼층장, 카네숀 그린 화초장, 운동장만한 옥쟁반, 삘딩같이 높이 솟은 금은 청동 놋촉대, 전자시계, 전자밥그릇, 전자주전자, 전자젓가락, 전자꽃병, 전자거울, 전자책, 전자가방,
쇠유리병, 흙나무그릇, 이조청자, 고려백자, 꺼꾸로 걸린 삐까소, 옆으로 붙인 샤갈,
석파란(石坡蘭)은 금칠액틀에 번들번들 끼워놓고,
내리닫이 족자는 사백 점 걸어두고, 산수화조호접인물 (山水花 鳥蝴蝶人物) 팔천팔백팔십팔점이 한꺼번에 와글와글,
백동토기, 당화기, 왜화기, 미국화기, 불란서화기, 애태리화기, 호피담뇨 씨운 테레비, 화류문갑 속의 쏘니 녹음기, 대모책상 위의 밋첼 카메라, 산호책장 곁의 알씨에이 영사기, 호박필통에 꽂힌 파카 만년필, 촛불 켠 샨들리에, 피마주 기름 스탠드라이트, 간접직접 직사곡사 천장바닥 벽조명이 휘황캄캄 호화율율.
여편네들 치장 보니 청옥 머리핀, 백옥 구두장식,
황금 부로취, 백금 이빨, 밀화 귓구멍마게, 호박 밑구멍마게, 산호 똥구멍마게,
루비배꼽마게, 금파 단추, 진주 귀걸이, 야광주 코걸이, 자수정 목걸이, 싸파이어 팔지
에어랄드 발찌, 다이야몬드 허리띠, 터키석 안경대.
유독 반지만은 금칠한 삼 원짜리 납반지가 번쩍번쩍 칠흑암야에 횃불처럼 도도무쌍(無雙)이라!
왼갖 음식 살펴보니 침 꼴깍 넘어가는 소리 천지가 진동한다
소털구이, 돼지콧구멍볶음, 염소수염튀김, 노루뿔삶음, 닭네발산적, 꿩지느라미말림,
도미날개지짐, 조기바톱젓, 민어 농어 방어 광어 은어 귀만 짤라 회무침,
낙지해삼비늘조림, 쇠고기 돈까스, 돼지고기 비후까스, 피안 뺀 복지리,
생율, 숙율, 능금, 배 씨만 발라 말리워서 금딱지로 싸놓은 것, 바나나식혜, 파인애플화채, 무화과 꽃닢 설탕 버무림,
롱가리트 유과, 메사돈 약과, 사카린 잡과, 개구리알 수란탕, 청포우무, 한천묵, 괭장망장과화주, 산또리, 계당주, 샴펭, 송엽주, 드라이찐, 자하주, 압산, 오가피주, 죠니워카, 구기주, 화이트호스, 신선주, 짐빔, 선약주, 나폴레옹 꼬냑, 약주, 탁주, 소주, 정종, 화주, 빼주, 보드카람주(酒)라!
아가리가 딱 벌어져 닫을 염도 않고 포도대장 침을 질질질질질질 흘려싸면서 가로되
놀랠 놀짜로다
저게모두 도둑질로 모아들인 재산인가
이럴 줄을 알았더면 나도 일찍암치 도둑이나 되었을 걸
원수로다 원수로다 양심(良心)이란 두글자가 철천지 원수로다
이리 속으로 자탄망조하는 터에
한 놈이 쓰윽 다가와 써억 술잔을 권한다
보도 듣도 맛보도 못한 술인지라
허겁지겁 한잔 두잔 헐레벌떡 석잔 넉잔
이윽고 대취하여 포도대장 일어서서 일장연설 해보는데
안주를 어떻게나 많이 쳐먹었던지 이빨이 확 닳아 없어져 버린 아가리로
이빨을 딱딱 소리내 부딪쳐가면서 씹어뱉는 그 목소리 엄숙하고 그 조리 정연하기
성인군자의 말씀이라
만장하옵시고 존경하옵는 도둑님들!
도둑은 도둑의 죄가 아니요, 도둑을 만든 이 사회의 죄입네다
여러 도둑님들께옵선 도둑이 아니라 이 사회에 충실한 일꾼이니
부디 소신(所信)껏 그 길에 매진, 용진, 전진, 약진하시길 간절히 간절히 바라옵고 또 바라옵니다.
이 말 끝에 박장대소 천지가 요란할 때
포도대장 뛰어나가 꾀수놈 낚궈채어 오라 묶어 세운 뒤에
요놈, 네놈을 무고죄로 입건한다.
때는 노을이라
서산낙일에 객수(客愁)가 추연하네
외기러기 짝을 찾고 쪼각달 희게 비껴
강물은 붉게 타서 피 흐르는데
어쩔꺼나 두견이는 설리설리 울어쌌는데 어쩔꺼나
콩알 같은 꾀수묶 어 비틀비틀 포도대장 개트림에 돌아가네
어쩔꺼나 어쩔꺼나 우리꾀수 어쩔꺼나
전라도서 굶고 살다 서울 와 돈 번다더니
동대문 남대문 봉천동 모래내에 온갖 구박 다 당하고
기어이 가는구나 가막소로 가는구나
어쩔꺼나 억울하고 원통하고 분한 사정 누가 있어 바로잡나
잘 가거라 꾀수야
부디부디 잘 가거라.
꾀수는 그길로 가막소로 들어가고
오적(五賊)은 뒤에 포도대장 불러다가 그 용기를 어여삐 녀겨 저희 집 솟을대문,
바로 그 곁에 있는 개집 속에 살며 도둑을 지키라 하매, 포도대장 이 말 듣고 얼시구 좋아라
지화자 좋네 온갖 병기(兵器)를 다 가져다 삼엄하게 늘어놓고 개집 속에서 내내 잘 살다가
어느 맑게 개인 날 아침, 커다랗게 기지개를 켜다 갑자기
벼락을 맞아 급살하니
이때 또한 오적(五賊)도 육공(六孔)으로 피를 토하며 꺼꾸러졌다는 이야기. 허허허
이런 행적이 백대에 민멸치 아니하고 인구(人口)에 회자하여
날 같은 거지시인의 싯귀에까지 올라 길이 길이 전해오겄다


3. 오적[편집]



3.1. 재벌[편집]


첫째 도둑 나온다
狾䋢(재벌)이란 놈 나온다
돈으로 옷해 입고 돈으로 모자해 쓰고 돈으로 구두해 신고 돈으로 장갑해 끼고
금시계, 금반지, 금팔지, 금단추, 금넥타이 핀, 금카후스보턴, 금박클, 금니빨, 금손톱, 금발톱, 금작크, 금시계줄.
디룩디룩 방댕이, 불룩불룩 아랫배, 방귀를 뽕뽕뀌며 아그작 아그작 나온다
저놈 재조봐라 저 재벌놈 재조봐라
장관은 노랗게 굽고 차관은 벌겋게 삶아
초치고 간장치고 계자치고 고추장치고 미원까지 톡톡쳐서 실고추 파 마늘 곁들여 날름
세금 받은 은행돈, 외국서 빚낸 돈, 왼갖 특혜 좋은 이권은 모조리 꿀꺽
이쁜 년 꾀어서 첩삼아 밤낮으로 작신작신 새끼까기 여념없다
수두룩 까낸 딸년들 모조리 칼쥔놈께 시앗으로 밤참에 진상하여
귀띔에 정보 얻고 수의계약 낙찰시켜 헐값에 땅샀다가 길 뚫리면 한몫 잡고
千(천)원 工事(공사) 오원에 쓱싹, 노동자임금은 언제나 외상외상
둘러치는 재조는 손오공할애비요 구워삶는 재조는 뙤놈숙수 빰치겄다.


3.2. 국회의원[편집]


또 한 놈이 나온다.
국회의원(匊獪狋猿) 나온다.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 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
털투성이 몽둥이에 혁명공약 휘휘감고
혁명공약 모자쓰고 혁명공약 배지차고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들고 대갈일성, 쪽 째진 배암샛바닥에 구호가 와그르르
혁명이닷, 舊惡(구악)은 新惡(신악)으로! 改造(개조)닷, 부정축재는 축재부정으로!
근대화닷, 부정선거는 선거부정으로! 重農(중농)이닷, 貧農(빈농)은 離農(이농)으로!
건설이닷, 모든집은 臥牛式(와우식)으로! 社會淨化(사회정화)닷, 鄭仁淑(정인숙)을, 정인숙을 철두철미하게 본받아랏!
궐기하랏, 궐기하랏! 한국은행권아, 막걸리야, 주먹들아, 빈대표야, 곰보표야, 째보표야,
올빼미야, 쪽제비야, 사꾸라야, 幽靈(유령)들아, 표도둑질 聖戰(성전)에로 총궐기하랏!
孫子(손자)에도 兵不厭邪(병불염사), 治者卽(치자즉) 盜者(도자)요 公約卽(공약즉) 空約(공약)이니
遇昧(우매)국민 그리알고 저리멀찍 비켜서랏, 냄새난다 퉤 -
골프 좀 쳐야겄다.


3.3. 고급공무원[편집]


셋째 놈이 나온다
跍礏功無獂(고급공무원) 나온다.
풍선은 고무풍선, 독사같이 모난 눈, 푸르족족 엄한 살,
콱다문 입꼬라지 淸白吏(청백리) 분명쿠나
단 것을 갖다주니 쩔레쩔레 고개저어 우린 단것 좋아 않소,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말구
어허 저놈 뒤좀 봐라 낯짝 하나 더 붙었다
이쪽보고 히뜩히뜩 저쪽보고 헤끗헤끗, 피둥피둥 유들유들 숫기도 좋거니와 이빨꼴이 가관이다.
단것 너무 처먹어서 새까맣게 썩었구나, 썩다 못해 문드러져 汚吏(오리)가 분명쿠나
산같이 높은 책상 바다같이 깊은 의자 우뚝나직 걸터앉아
功(공)은 쥐뿔 없는 놈이 하늘같이 높이 앉아 한손으로 노땡큐요 다른 손은 땡큐땡큐
되는 것도 절대 안돼, 안될 것도 문제없어, 책상위엔 서류뭉치, 책상 밑엔 지폐뭉치
높은 놈껜 삽살개요 아랫놈껜 사냥개라, 공금은 잘라먹고 뇌물은 請(청)해먹고
내가 언제 그랬더냐 흰구름아 물어보자 料亭(요정)마담 위아래로 모두 별 탈 없다더냐.


3.4. 장성[편집]


넷째 놈이 나온다
장성(長猩)놈이 나온다
키 크기 팔대장성, 제밑에 졸개행렬 길기가 만리장성
온몸이 털이 숭숭, 고리눈, 범아가리, 벌룸코, 탑삭수염, 짐승이 분명쿠나
금은 백동 청동 황동, 비단공단 울긋불긋, 천근만근 훈장으로 온몸을 덮고 감아
시커먼 개다리를 여기차고 저기차고
엉금엉금 기나온다
長猩(장성)놈 재조봐라
쫄병들 줄 쌀가마니 모래가득 채워놓고 쌀은 빼다 팔아먹고
쫄병 먹일 소돼지는 털한개씩 나눠주고 살은 혼자 몽창먹고
엄동설한 막사 없어 얼어 죽는 쫄병들을
일만하면 땀이 난다 온종일 사역시켜
막사지을 재목갖다 제집크게 지어놓고
부속 차량 피복 연판 부식에 봉급까지, 위문품까지 떼어먹고
배고파 탈영한 놈 군기잡자 주어패서 영창에 집어놓고
열중쉬엇 열중열중열중쉬엇 열중
빵빵들 데려다가 제마누라 화냥끼 노리개로 묶어두고
저는 따로 첩을 두어 雲雨魚水(운우어수) 攻防戰(공방전)에 兵法(병법)이 神出鬼沒(신출귀몰)


3.5. 장차관[편집]


마지막놈 나온다
장차관(瞕搓矔)이 나온다
허옇게 백태끼어 삐적삐적 술지게미 가득고여 삐져나와
추접無比(무비) 눈꼽낀 눈 형형하게 부라리며 왼손은 골프채로 국방을 지휘하고
오른손은 주물럭주물럭 계집젖통 위에다가 증산 수출 건설이라 깔짝깔짝 쓰노라니
호호 아이 간지럽사와요
이런 무식한 년, 國事(국사)가 간지러워?
굶더라도 수출이닷, 안 팔려도 증산이닷, 餓死(아사)한놈 뼉다귀로 현해탄에 다리 놓아 가미사마 배알하잣!
째진 북소리 깨진 나팔소리 삐삐빼빼 불어대며 속셈은 먹을 궁리
검정세단 있는데도 벤쯔를 사다놓고 청렴결백 시위코자 코로나만 타는구나
예산에서 몽땅 먹고 입찰에서 왕창 먹고 행여나 냄새날라 질근질근 껌씹으며
켄트를 피워 물고 외래품 철저단속 공문을 휙휙휙휙 내갈겨 쓰고 나서 어허 거참 達筆(달필)이다.
추문 듣고 뒤쫓아 온 말 잘하는 반벙어리 신문기자 앞에 놓고
一國(일국)의 재상더러 不正(부정)이 웬 말인가 귀거래사 꿍얼꿍얼, 자네 핸디 몇이더라?


4. 줄거리[편집]


판소리의 형태를 계승한 서사시의 일종으로 크게 다음과 같은 줄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1. 오적 소개

옛날도 먼옛날 상달 초사훗날 백두산아래 나라선 뒷날

배꼽으로 보고 똥구멍으로 듣던 중엔 으뜸

아동방(我東方)이 바야흐로 단군 아래 으뜸 으뜸가는 태평 태평 태평성대라

그 무슨 가난이 있겠느냐 도둑이 있겠느냐

포식한 농민은 배터져 죽는 게 일쑤요

비단옷 신물나서 사시장철 벗고 사니

고재봉 제 비록 도둑이라곤 하나[1]

공자님 당년에도 도척[2]이 났고

부정부패 가렴주구 처처에 그득하나 요순 시절에도 시흉은 있었으니

아마도 현군양상(賢君良相)인들 세상 버릇 도벽(盜癖)이야 여든까지 차마 어찌할 수 있겠느냐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겄다.


2. 포도대장에게 오적을 체포할 것을 지시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나라 망신시키는 오적을 잡아들여라

추상같은 어명이 쾅,

청천 하늘에 날벼락 치듯 쾅쾅쾅 연거푸 떨어져 내려 쏟아져 퍼부어싸니

네이— 당장에 잡아 대령하겠나이다, 대답하고 물러선다


3. 꾀수가 오적으로 오인받아 고문을 받음[3]

애고 애고 난 아니요, 오적(五賊)만은 아니어라우. 나는 본시 갯땅쇠로 / 농사로는 밥 못 먹어 돈벌라고 서울 왔소. 내게 죄가 있다면은

어젯밤에 배고파서 국화빵 한 개 훔쳐먹은 그 죄밖엔 없습넨다.

이리 바짝 저리 죄고 위로 틀고 아래로 따닥

찜질 매질 물질 불질 무두질에 당근질에 비행기 태워 공중잡이

고춧가루 비눗물에 식초까지 퍼부어도 싹아지없이 쏙쏙 기어나오는건 아니랑께롱


4. 꾀수가 오적들의 거처를 밝힘

꾀수놈 이 말듣고 옳다꾸나 대답한다.

오적(五賊)이라 하는 것은 재벌, 국회의원(匊獪狋猿), 고급공무원(跍礏功無獂), 장성(長猩), 장차관(瞕搓矔)이란 다섯 짐승, 시방 동빙고동에서 도둑 시합 열고 있오.[4]


5. 오적을 체포하기 위해 포도대장이 출동

오적(五賊) 잡으러 내가 간다

남산을 훌렁 넘어 한강물 바라보니 동빙고동 예로구나

우뢰 같은 저 함성 범같은 늠름 기상 이완 대장(李浣大將) 재래(再來)로다

시합장에 뛰어들어 포도대장 대갈일성,

이놈들 오적(五賊)은 듣거라

너희 한같 비천한 축생의 몸으로

방자하게 백성의 고혈 빨아 주지육림 가소롭다

대역무도 국위손상, 백성 원성 분분하매 어명으로 체포하니 오라를 받으렷다


6. 포도대장이 매수[5]당해 오적의 주구가 되고 엉뚱한 꾀수가 체포육적

이리 속으로 자탄망조하는 터에

한 놈이 쓰윽 다가와 써억 술잔을 권한다

보도 듣도 맛보도 못한 술인지라

허겁지겁 한잔 두잔 헐레벌떡 석잔 넉잔 (중략)

포도대장 뛰어나가 꾀수놈 낚궈채어 오라 묶어 세운 뒤에

요놈, 네놈을 무고죄로 입건한다.


7. 오적과 포도대장이 벼락을 맞고 급사[6]

어느 맑게 개인 날 아침, 커다랗게 기지개를 켜다 갑자기

벼락을 맞아 급살하니

이때 또한 오적(五賊)도 육공(六孔)으로 피를 토하며 꺼꾸러졌다는 이야기. 허허허



5. 특징[편집]


내용이 워낙 파격적이다 보니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는 점이지만 오적은 문학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쓱 읽어만 봐도 일반적인 현대시와 다른 몇 가지 독특한 점들이 있는데
  • 함축적인 운율미가 대부분인 현대시와는 달리 한국 고유의 전통 시가인 가사, 판소리, 타령의 형식을 빌렸다는 점
내용적으로 보자면 이 시는 군부독재에 대한 비판을 목적으로 쓰였지만 형식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명맥이 끊긴 한국의 고유 시가를 부활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연구자들의 견해도 존재한다.
오적 전문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화자 본인은 이야기 바깥에 존재하는 '전달자'다. 아예 구절 중간에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건 구전된 이야기'라고 못박았을 정도다.
  • 풍자와 조소를 통하여 적극적으로 화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한문을 이용한 언어유희.
파일:ojeok_hanja.jpg
이 시에 등장하는 다섯 풍자 대상을 한자로 적은 것.
보면 알겠지만 전부 한자에 '개 견(犬)'과 원숭이 부수가 들어간 한자로 바꾸어 놓았다.
김지하는 오적을 한자어로 표기하면서 의도적으로 ‘개 견(犬)’을 변(犭)으로 하여 ‘개’를 연상하게 하고 또 ‘원숭이(오랑우탄)’를 뜻하는 단어를 만들어(조어(造語)) 사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재벌의 재(財)는 미친개 제(狾), 국회의원의 회(會)는 간교할[7] 회(獪), 의(義)[8]는 개 으르렁거릴 의(狋), 원(員)은 원숭이 원(猿), 고급 공무원의 원(員)은 돼지 원(獂), 장성의 성(星)은 성성이(오랑우탄) 성(猩), 차관의 차(次)는 개미칠 차(犭差)를 차용하는 식이다(송영순, 2007)

민플러스, 김지하 <오적> 필화사건 2
  • 잦은 의성/의태어 및 비속어 사용.
혁명이닷, 구악(舊惡)은 신악(新惡)으로!
개조(改造)닷, 부정 축재는 축재 부정으로! / 근대화닷, 부정 선거는 선거 부정으로!
중농(重農)이닷, 빈농(貧農)은 잡농(雜農)으로!
...
손자(孫子)에도 병불염사(兵不厭邪)[9], 치자즉도자(治者卽盜者)[10]요 공약즉 공약(公約卽空約)[11]이니 [후략]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오적은 '새로운 운문 양식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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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63년의 10월 19일 고재봉 살인 사건을 말하는 걸로 보인다. 당시 고재봉은 박모 중령의 공관병이었는데 물건 하나를 훔쳐 나오다가 식모에게 걸려 7개월의 감옥살이를 한 후 이에 앙심을 품고 관사로 찾아가 일가족을 모조리 살해했는데 정작 박모 중령이 아니라 당시 관사로 새로 이사 왔던 이득주 중령 가주와 식모를 죽여 버렸다. 체포되 후 사형을 선고받았고 1년 뒤 집행되었다.[2] 盜跖 혹은 盜蹠. 공자 당시 유명한 도적. 하필 선인으로 유명했던 유하혜라는 동생이 있어 지금까지도 심심하면 두 배로 까인다. 시대 잘못 타고나서 한 번, 형제 잘못 타고나서 한 번. 다만 이름의 한자가 훔칠 도, 발바닥 척(跖) 혹은 밟을 척(蹠)인 것을 근거로 가상의 인물이라는 설도 있다.[3] 그리고 이 과정에서 포도대장에 무대뽀로 꾀수를 오적이라 하는데 시대를 감안하면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반대파 탄압하던 세대를 풍자했을 수 있다.[4] 보면 알겠지만 해당 단어를 지칭하기 위해 원래 쓰이는 한자 대신 부수로 개 견(犬)이 들어간 한자들을 집어넣어서 비꼬았다. 즉 인간에 탈을 쓴 짐승이란 뜻이다.[5] 당연하지만 이건 당시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던 경찰과 사법부에 대한 통렬한 야유다.[6] 전통적으로 벼락은 천벌을 의미한다. 즉 오적과 포도대장이 그 악행으로 하늘의 분노를 사 천벌 받고 죽은 것.[7] 간사하고 교활할.[8] 국회의원의 의는 본래 의논할 의(議)가 옳다.[9] 병사를 움직여 전쟁을 할 때는 적군을 속이는 것을 싫어해서는 아니 된다. 전쟁에서는 모든 방법으로 적군을 속여서라도 이겨야 한다는 뜻.[10] 다스리는 자(治者)는 도둑놈(盜者)이다.[11] 선거 공약(公約)은 공염불(空約, 직역하면 '텅 빈 공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