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비브

어떤 소리가 가장 듣기 좋냐고? 그거야 당연히 현상수배 전단을 「쓰윽」 찢어갈 때랑 보수를 받았을 때 나이티움이 「딸랑」거리는 소리 아니겠니?
오해하지 마. 난 돈에 눈이 먼 사람은 아니야. 그저 현상수배 임무를 받고, 완수해서, 보수를 받는 걸 좋아할 뿐이니까. 그렇게 명확한 목표가 있고, 상황을 분석해서 계획을 수립하고, 최선을 다해 이행해서, 보수를 받아내는 그 과정 말이야. 그 모든 과정을 순조롭게 마치고 두툼한 나이티움 주머니를 손에 넣었을 때, 귓가에 들리는 그 「철그렁철그렁」 소리, 그 즐거움이란! 그런 느낌은 레디젤 사막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얼음물 한 잔을 마시는 것보다 더 상쾌하다니까!
물론 방금 말한 그런 과정들이 항상 그렇게 간단하고 순조롭진 않아.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다양한 임무를 받으러 돌아다니게 됐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현상금 사냥꾼이 되어 있더라고. 그리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날 이런 식으로 평가하곤 해. 내가 이 일을 찾은 게 아니라, 현상금 사냥꾼이란 이 직업이 날 찾아온 거라고 말이야.　

내가 말했었지? 난 현상금 사냥꾼이라고. 주로 레디젤 사막 근처에서 활동하고 있어. 하지만 난 항상 술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여자들이랑은 달라. 내가 술을 좋아한다는 점만 빼면 말이야. 게다가 내 옷차림을 보면 다른 점을 알 수 있겠지?
난 귀족 가문 출신이야. 흠흠, 오해하진 마. 난 백야성 출신이 아니라 페테르부르크의 지배 가문 중 하나인 브론스키 가문에서 왔어. 그곳의 귀족들도 사실 백야성의 귀족과 다를 게 없어. 차이점이라면 그저 하늘이 아니라 땅에 산다는 것뿐이겠지.
아무튼, 내가 어릴 적에 루미나틱스에 대한 재능을 드러냈을 때, 아버지께선 백야성의 기준에 따라 내게 많은 요구를 하셨어. 그리고 귀족의 언어, 예법과 각종 지식 같은 교육도 받도록 하셨지. 승마술이나 술에 대한 지식도 그때 배운 거야.
그렇게 아버지와 브론스키 가문은 줄곧 내가 백야성에 가길 원했지만, 난 현상금 사냥꾼이 되어 진리의 결사에 가입했어. 그 이유라면... 이야기가 좀 길어질 것 같으니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말해줄게.　

내가 페테르부르크를 떠난 건 「그 녀석」 때문이었어. 당시 브론스키 가문은 이미 몰락했지만, 내게 가문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소망 같은 건 없었어. 어쩌면 애초에 난 「전형적인」 귀족이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었을 테니까.
그 뒤로 난 오직 「그 녀석」을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대륙을 돌아다녔어. 첫해엔 열정이 넘쳤지. 힘겨운 여정도 마다하지 않았고, 약간의 소식만 들려도 밤낮 가리지 않고 조사를 다니곤 했어. 하지만 내 말 「안나」는 그걸 견디지 못하고 병에 걸리고 말았어. 그제서야 난 깨달은 거지. 어릴 적부터 나와 함께해줬던 이 명마도 어느새 이렇게나 노쇠해졌다는 걸 말이야... 그래서 난 당분간 「그 녀석」을 찾는 걸 포기하고 「안나」 곁에 머물렀어. 「안나」가 마지막 숨을 내쉴 때까지... 진을 잔뜩 마시면서 취기로 슬픔을 마비시키던 난 「안나」를 묻어줄지를 고민하고 있었어. 그때 내 앞에 그 여자가 검은 책을 들고 나타났어. 바로 그 진리의 결사의 리더 말이야.
난 그녀가 「안나」의 주변을 몇 바퀴 걷는 걸 지켜봤고, 그녀는 「안나」에게 속삭였어. 그 순간 「안나」가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시 활기를 되찾았어.
「안나」를 다시 살려낸 건, 나를 살려낸 것이나 다름이 없었어. 그래서 난 그들과 함께하기로 했고, 그렇게 난 진리의 결사의 일원이 되었던 거야.　

사실 난 「진리의 결사」의 이념에 대해선 잘 몰라. 내가 그들과 함께하는 건 그저 내게 베풀었던 은혜를 갚기 위해서일 뿐이야. 그리고 그들의 힘을 빌려 「그 녀석」을 찾을 생각이었어. 하지만 나중에 나도 알게 됐어. 진리의 결사가 날 일원으로 받아들인 건 내가 현상금 사냥꾼으로 활동하면서 쌓은 인맥을 이용하기 위해서였어. 그렇게 보면 우린 서로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야.
내가 「그 녀석」에 대해 여러 번 말했으니까, 이제 이름을 말해줄 때도 됐겠네. 내가 찾는 녀석은 바로 스모키야. 스모키는 페테르부르크의 다른 한 지배 가문의 일원이야. 흥, 우리 가문의 영향을 받아서인진 모르겠지만, 녀석은 어렸을 때부터 나와 경쟁 상대였어.
13년 전, 우리 가문은 백야성의 어느 귀족 가문과 동맹을 맺을 계획이었어. 상대의 조건은 루미나틱스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보는 거였고 말이야. 일종의 심사라고 할 수 있겠지. 아무래도 백야성은 혈통과 재능을 중시하는 곳이니까. 그래서 그때 내가 선발됐었어. 브론스키 가문에선 내가 루미나틱스에 가장 재능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백야성의 귀족을 만났을 때, 갑자기 스모키가 나타나서 심사를 망쳐버렸어. 그리고 날 더 화나게 만든 건 그 녀석이 루미나틱스에 상당한 재능을 보여줬고, 그 귀족들이 백야성에 자길 초대하자 면전에 대고 그걸 거절했다는 거야! 심지어 그 녀석은 그 뒤로 가문도 저버리고, 그렇게 페테르부르크를 떠나버렸다고!
그 소식을 들은 나도 페테르부르크를 떠났고, 그때부터 그 녀석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어. 이건 페테르부르크나 내 가문을 위한 게 아니야. 난 그저 그 녀석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고 싶을 뿐이야.　

제인은 증언자로서 자신이 본 모든 것을 기록하기로 했다.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녀에게 도움을 청해보길.
물론 모든 정보는 당사자의 허가를 받은 것들이다.

기록 코드: 진리의 결사-007
기록 대상: 제네비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