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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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 졸업반 ) · 설정 ( 역사 · 천국 ) · 평가 · 웹툰


진 성음
소설 일러스트
웹툰
나이
20세
국적
진천 제국
학력
새로운 별을 받는 자 3위
종교
무종교
소속
진천 제국 황족
가족관계
부 진강


1. 개요
2. 소개
3. 작중 행적
3.1. 마법학교 졸업 편
3.2. 라둠 편
3.3. 안드레 미궁 편
3.4. 무한의 마법사 편
3.5. 별 편
3.6. 선악공애 편
4. 외모
5. 위상
6. 사용 기술


1. 개요[편집]


판타지 소설 무한의 마법사의 등장인물


2. 소개[편집]


공간에 대한 강박은 그녀를 진천 최고의 요술사로 만들어 준 특별한 깨달음에 기인이다. 세계 최고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상아탑에서 성음을 후보로 지정 당했다.

3. 작중 행적[편집]



3.1. 마법학교 졸업 편[편집]


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유망주 10인의 명단에서 3위. 진 성음(20세) : 89.2퍼센트, 특이 사항 : 언로커-에테르 파동으로 언급됬다.

진천 제국의 황성, 염라 시녀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팔각 정자에서 명상에 잠겨 있던 여자의 눈이 번쩍 뜨였다. 진천의 황제 진강의 열세 번째 딸, 진성음이었다.

정면을 노려보는 시선은 강철처럼 단단했고 고집스럽게 다문 입은 불꽃처럼 붉었다.

지금 가도록 하마


성음이 나설 채비를 하자 시녀들이 각자의 옥목걸이에 새겨진 숫자만큼 거리를 벌렸다. 10보에서 1천 보까지 정해진 거리는 성음에게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하는 것으로, 만약 한 걸음이라도 더 들어오게 되면 그날로 경을 치게 된다.

근위부장 오가 철갑 소리를 내며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성음의 미간이 꿈틀했다. 23보로 물러서라 말했다. 오는 생각한다. 만나는 모두에게 거리를 매기는 성음이지만, 근위대의 부장으로서 자리를 이탈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성음이 코웃음을 치는 순간, 오는 어느새 자신이 그녀로부터 23보 떨어진 곳에 있음을 깨달았다.

오늘 황제가 그녀를 부른 이유도 세계 최고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상아탑에서 성음을 후보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성음은 근위 병사에게도 하나씩 거리를 매겼다.

근거는 알 수 없으나 듣고 있으면 묘하게 납득이 가는 느낌으로 미루어 보건대 어떤 기준이 있는 건 분명했다. 오와 마찬가지로 병사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자 성음이 노기를 드러내며 눈을 치켜떴다.

유일하게 10보를 허락받은 시녀가 황급히 고했다. 에테르 파동을 말한 동시에, 성음이 정신을 집중하자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풍경의 형태마저 인지 바깥으로 밀려났다.

진성음이 ‘축지.’라 말하자, 황제의 파동을 느낀 그녀가 마법을 시전하자 4킬로미터 거리가 구겨지면서 황룡전의 풍경이 밀려들었다. 다른 풍경이 이질적으로 맞닿아 있는 상태에서 성음의 다리가 공간의 경계선을 넘어섰다. 그렇게 단지 한 걸음을 옮기는 것으로, 그녀는 진천 제국의 황제를 알현했다.

성음의 위치가 황룡전으로 완전히 넘어오자 구겨졌던 공간이 펼쳐지면서 풍경이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자주 보는 풍경은 아니지만 몇 번 당한 적이 있는 근위대가 예외 없이 검의 손잡이를 붙잡으며 “공주 마마! 황제 폐하를 알현하기 위해서는 법도를 지켜야 하옵니다!”라고, 소리쳤다.

성음은 눈조차 깜박이지 않았다. 딸이 아버지를 만나는 것뿐이라 말하고, 근위대장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다가오자 성음의 손이 들렸다. 에테르 파동-나곡을 사용하여, 근위병들이 나곡의 힘에 뒤틀려 사라졌다.

진성음 기술을 써 완벽한 밀실상태로 소리가 퍼져 나갈 공간이 없기 때문에 누구도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을 수 없게 만들었다. 진성음은 아버지, 제가 두려우십니까라고 말하고, 진강은 세상에 딸을 두려워하는 아비도 있더냐라고 말한다.

하오면 어찌하여 병력을 두시는지, 묻자 중저음의 목소리로 성음아라고 말하자 황룡전을 흔들었다. 네, 아버지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진강은 세상은 넓고 인간은 많다. 천하를 얻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단순하게 만들 필요가 있지. 네가 내 딸이든 혹은 그 무엇이든, 황제에게 엎드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한다.

여전히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는 성음을 내려다보며 진강이 네가 꿈꾸는 천하를 진천이 품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진성음은 천하의 문제가 아니라 저 자신의 문제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진강은 고개를 끄덕이고, 시간을 주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잊지 말거라.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도 단순한 것이 복잡한 것을 이긴다라고 말한다.

쩍 하고 공간이 갈라지면서 성음의 주위로 200명의 근위병들이 에워싸고, 1보 앞에 서 있는 근위대장이 성음의 목에 칼날을 들이댔다. 공간의 강박이 깨지자 성음이 매서운 눈초리로 진강을 노려보았다.

“상아탑의 시험을 치르는 것을 허락한다. 열심히 해 보려무나.”

“흥!”

성음이 홱 하고 몸을 트는 것과 동시에 근위대장의 칼날이 뱀처럼 휘어지더니 그의 사타구니 쪽을 겨누었다. 황제 앞에서 추태를 보인 것에 분노한 근위대장이 성음을 뒤쫓았으나, 진강은 그냥 보내줬다.


3.2. 라둠 편[편집]


쯔오이에 의하면, 다른 두 경쟁자들은 이미 합격에 근접해 있다고 한다. 또한 쯔오이는 진성음에 대해 언급하는데, 진성음은 지목하는 주민도 있기는 한데, 나는 그 애의 카르는 좀 별로라고 하고, 강직하기는 한데 좀 빠르다는 느낌이라 말한다.

얼마 전에는 별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도 했다고 한다. 총 27명이 투표해서 나네가 1등을 차지했고, 무려 17명이 지지했다. 2등은 진성음. 9명이 지지했다. 3등은 시로네로 1명이 지지했다.


3.3. 안드레 미궁 편[편집]


키도가 상아탑 후보 세 사람 중에서 누구에게 투표할 거야라고, 묻자 아마도 나네나 진성음에게 한 표를 주지 않았을까라고 언급된다. 그리고 우오린은 나네에게는 파괴적인 경험이 있고, 진성음에게는 의심하지 않는 강직함이 있다. 물론 둘 다 빠르다라고 말한다.

우오린이 세계3대미궁을 소개할때, 진성음에게는 진천 제국의 강력한 병사들이 있다. 바로 직속 호위 부대 삼보三步. 그녀의 세 걸음 앞에까지 다가갈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자들로, 실력은 초일류라고 시로네에게 알려줄때 언급된다.

시로네가 다른 경쟁자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냐고 물어봤을때 우오린은 그들도 아직 확실하게 결정하지는 않았어. 다만 위치상으로 봤을 때 진성음은 제시카로 들어갈 것 같아라고 말한다. 진성음은 언로커라고, 마법은 에테르 파동으로 공간을 지배하는 능력. 반경이 넓은 건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는다고 추가로 대답한다.

진성음이 제시카에 도착했을 때에도 거대한 피라미드를 둘러싸고 수많은 텐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상인들이 가판대를 열어 그들의 편의를 제공했으며, 그보다 멀리에는 몰튼 왕국의 유적복원사업부의 건물이 보였다. ‘삼보’의 대장 문경의 말에 진성음은 정갈한 숨소리를 내며 제시카의 피라미드를 바라보았다.

문경이 상아탑의 테스트를 치를 시간이라 말하자, 성음이 뒤를 돌아보자 삼보의 20명을 포함한 200명의 친위대가 일제히 무릎을 구부렸다. 진성음이 너희들은 이곳에 남거라. 나 혼자서 충분하다고 하자 문경이 고개를 저어 아니 될 말씀이라고, 황녀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결코 아니나, 제시카는 파렴치한 헌터들이 들끓는 곳이라고 괜히 피곤한 수작에 휘말려 심기를 어지럽히지 마소서라고 대답한다.

성음의 눈에 노기가 담겼다. 애지중지 다루어야 하는 꽃이 아니라고, 비열한 계략도, 남정네들의 수작도 내가 이겨 내야 할 일.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상아탑의 후보라 할 수 있겠느냐라고 항변한다. 문경은 삼보만라이도 곁에 두라고 말한다. 성음은 누구의 말에도 쉬이 고집을 꺾지 않는 성격이지만, 스스로 인정한 세 걸음에게는 매몰차게 대하지 못했다.

진성음은 삼보의 인원들만 나를 따르라고 했고, 벅찬 감동에 눈물을 글썽거린 문경이 땅에 피가 나도록 머리를 찧었다. 성음은 무심하게 문경을 내려다보았으나, 눈빛에서는 잠시 동안 봄날의 훈풍이 지나가는 듯했다.진천 제국의 황녀가 피라미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제시카의 피라미드로 들어간 성음 일행은 구름이 떠 있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인공 하늘이었다. 삼보의 대장인 문경이 끝없이 뻗어 나간 지평선을 가리키며 정말 넓은 곳이군요. 소문이 과장된 게 아닙니다 말했다. 성음은 나에게 크기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에테르 파동을 깨달은 진성음에게 공간이란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무한의 고무줄 같은 것이었다. 문경이 라 에너미가 있을까 묻자, 성음이는 세상 전부를 뒤지면 된다 말한다. 라 에너미가 존재하기만 한다면 결국에는 그녀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거인의 도시도 십 보면 충분할지니……라 말하고, 성음이 정신을 집중시키자 에테르의 파동이 전달되면서 수많은 물체들이 감지되었다.

“우선은 일 보.”


에테르 파동-축지를 사용하며, 전방의 풍경이 구겨지듯 밀려들면서 4킬로미터에 가까운 거리가 순식간에 눈앞으로 밀려들었다. 2개의 풍경이 이질적으로 맞붙은 경계선 바깥에서 일단의 무리가 무기를 꺼내 들고 성음을 노려보았다. 한 걸음으로 제시카의 첫 번째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나는 진천 제국의 황녀, 진성음이다. 이제부터 제시카는 내가 점령할 것이니 협조를 부탁한다.”


삼보의 근위대가 근엄한 표정으로 대답을 기다리는 가운데 진을 치고 있던 헌터들이 눈을 깜박거렸다. 헌터의 리더가 어깨를 들썩거렸다. 그리고 비웃었다. 물론 성음의 말을 믿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미궁 제시카에서 바깥의 칭호 따위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헌터의 살기를 느낀 삼보의 병사들이 병장기를 꺼내 드는 그때 성음이 손을 옆으로 펼치며 나아갔다. 하지만 진성음 내 싸움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헌터들이 성음에게 뛰어들어 검을 휘둘렀다. 수십 자루의 검이 섬광처럼 휘둘리고. 베기가 끝나는 동시에 리더를 제외한 헌터 전원의 목이 뎅겅 떨어져 나갔다. 리더는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했다. 분명 성음을 베었어야 하는 검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각자의 뒤편에서 나타나 자신의 목을 베어 버린 것이다.

헌터들을 처리한 성음이 창백한 얼굴로 몸을 떨고 있는 리더에게 걸음을 옮겼다. 아는 사실을 말해라, 솔직하게 정보를 공유하면 목숨은 살려 주마라고 협박한다.리더는 몰살당해 버린 동료들의 시신을 살피더니 체념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여기는 거인의 유적로 그들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제시카는 동심원처럼 퍼지는 10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경계를 넘을수록 구조물의 규모는 커진다. 6단계부터는 다시 작아진다고 하는데 확인은 못 했다고 한다. 다만 발굴되는 고대 병기의 질은 월등히 높아질 것이라고 높임말을 쓰며 대답한다. 진성음은 고대 병기는 관심 밖이다. 다만 10개의 구역이라는 것은 일화의 술을 나타내는 것 같구나라고 말한다.

성음이 리더를 지나치며 말했다.

“약속대로 목숨은 살려 주마.”

살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목이 잘린 동료들을 보고 있자니 모든 것을 잃었다는 게 실감이 났다. 1년 동안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형제보다 깊은 신뢰를 쌓았건만, 웃기려고 한 것도 아니고 자기들 손으로 목을 쳐서 죽어 버리다니. 부아가 치밀었다. 바닥에 떨어진 검이 유혹하듯 손잡이를 내밀고, 자신도 모르게 두 발이 땅을 박찼다. 성음의 정수리 위로 날아오른 리더가 검에 혼을 담아 수직으로 내리찍는 순간.

에테르 파동-나곡으로 공간이 굴절되면서 그 속에 담긴 칼날의 중앙 부분이 산처럼 높게 휘어졌다. 검을 휘두른 자세로 바닥에 착지한 리더는 성음의 키만큼 휘어 버린 칼날을 눈에 담으며 몸을 떨었다.

리더는 개죽음을 기다리며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성음은 동료들이 죽어서 원통한 것인가 묻고, 성음이 천천히 몸을 돌리자 리더가 울상으로 변한 얼굴을 치켜들었다.

“죽여라!”

“아니.”

성음이 리더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짚었다.

“살아라.”

리더의 얼굴이 멍해졌다.

“내가 너를 죽이지 않겠다고 했다. 복수를 하든, 복수를 위해 평생을 >바치든, 나는 너를 죽이지 않는다. 그것이 진천의 황녀, 진성음이니라.”


어떤 위해를 가하더라도 절대로 죽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천하에 진성음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몸을 일으킨 성음이 에테르 파동으로 다음 경계선을 감지하고 축지를 시전했다.

공간이 또다시 밀려들고, 제시카를 탐색하기 위한 두 번째 발걸음이 내디뎌졌다. 고무줄이 튕기듯 풍경이 제자리로 되돌아가는 것을 보며, 리더는 마음속의 원망을 깨끗이 씻어 냈다. 복수 따위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미궁 제시카. 최종 10단계의 영역으로 나뉘어 있는 거인의 도시에서 진성음은 6단계의 경계선 앞에 도착했다. 내로라하는 조직들이 10년을 준비해도 이루어 내지 못한 성과였고, 미리 이곳을 선점하고 있던 볼케이노 탐험대 200명은 자존심이 상했다. 세계3대미궁 중의 하나인 제시카의 인류 최고 탐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그들의 실력은 단연 업계 최고였다.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열 섬광포에 삼보의 대원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볼케이노가 장착하고 있는 어깨 갑옷은 키트라는 고대 병기로, 중앙의 렌즈에서 열 섬광포를 출력하는 무기였다. 100명에 달하는 볼케이노의 대원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포격을 해 대자 일대가 초토화되었다.

이곳에 파묻혀 있는 고대 병기는 천국의 신민들이 사용하는 시그나나 엑스드 같은 원시적인 기술이 아니었다. 현대의 기술로 구현이 불가능한 현상들이 성음을 위협하는 상황에 문경은 심장이 벌렁거렸다.

상아탑 후보 중에서 전투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실전 경험은 태부족. 생의 대부분을 황성에서 보낸 그녀가 날고뛰는 전투의 프로를 상대로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연무를 뚫고 전진한 문경은 볼케이노의 적진 한복판에 오롯이 서 있는 성음을 발견했다.

스스로 뛰어든 것이 분명했고, 패착이었다.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른 200명의 대원이 성음을 향해 열 섬광포를 갈기자 문경은 정신이 나갈 정도로 아찔했다. 먼발치에서나마 평생 성음을 따라다녔던 문경은 그녀가 감각보다 빠른 공격을 접한 적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끝났다!”라고 볼케이노의 간부가 외치는 것과 동시에 성음의 눈에서 고요한 빛이 일렁거렸다.

에테르 파동-대나곡으로 마치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물체처럼 섬광들이 자연스레 휘어지더니 성음을 크게 휘감으며 회전했다 성음이 살며시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2보까지는 주마.”

두 손을 내밀자 거창하게 휘몰아치던 섬광이 모조리 손바닥 사이로 모여들었다. 세계의 풍경이 실타래가 엉킨 듯 뒤죽박죽으로 일그러지더니 급기야 천연의 색채로 일렁거렸다. 인간의 머리로 분석할 수 없는 공간의 얽힘 속에서 문경은 삶의 방향성마저 상실한 기분이었다.

성음이 두 팔을 벌리자 열 섬광포의 입자들이 마치 삼투압 현상처럼 풍경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피해라라고 볼케이노의 리더가 소리쳤으나 그를 포함한 대원들은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피할 수 없다라고 성음의 공간에 방향성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력한 열기가 하늘을 강타하자 200명의 대원들이 피 한 방울 남기지 못하고 순식간에 증발했다.

성음은 1명은 살려 두어야겠지라고 말하고, 성음은 키트의 통제권을 잃고 이리저리 날고 있는 리더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공간을 뛰어넘어 발목을 붙잡고 끌어내리자 리더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땅에 처박혔다. 다리가 부러진 채로 꿈틀거리는 그에게 다가간 성음이 표정을 감추고 물었다.

“아는 것을 모두 말해라.”

리더가 피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성음과 삼보는 운석이라도 추락한 듯 거대한 크레이터가 펼쳐진 정경을 바라보았다. 미궁 제시카의 최중심지였다.“무언가가 추락한 것 같군요.”문경의 목소리가 심각한 이유는 크레이터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볼케이노를 전멸시킨 성음이 강압적으로 안내역으로 세웠지만 어차피 그도 중심지에 도착한 것은 처음이었다.

볼케이노의 리더 지스는 말했다. 소문에 의하면 제시카는 아주 오래전, 이미르의 어금니가 추락한 지역이라는 설이 있다.

“어금니? 고작 이빨 하나가 추락한 것으로 이런 구덩이가 파였단 말인가?”

묻자, 문경은 고문서에 의하면 이미르는 1만이 넘는 육체를 흡수한 거인이라고 합니다. 거체의 상태에서 어금니가 뽑혔다면 질량 또한 상당히 크겠다고 말한다.

직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문경이 불쾌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직스는 천국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 일화의 술은 인간을 녹여 거인을 만드는 술법이다. 그리고 이미르는 일화의 술 10단계에 도달한 전무후무한 거인이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라고 말했다

성음이 무심한 태도로 물었다. 직스는 일화의 술에 들어가는 인간의 숫자는 대략 8명에서 10명이다. 그런 거인들이 다시 10명이 모여 다음 단계의 거인으로 탄생하는 거지. 이런 계산에 의하면 일화의 술 10단계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인간의 숫자는 100억 명에 이른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성음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만약 그렇다면…… 그런 자의 어금니를 뽑아 버린 것은 어떤 사건인가 묻지만, 직스는 알 수 없는 일이지. 역사 이전의 누군가가 이미르와 한판 제대로 붙었는지도 나직히 대답한다.

문경이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성음이 고개를 들었다. 인공 하늘이 생기기 전의 진짜 하늘에서, 이미르는 어떤 존재와 사투를 벌였을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어금니가 뽑혀서 이곳에 추락했고, 충격파로 미루어 보건대 모조리 쓸려 나갔을 터. 그렇게 문명이 사라진 곳에 거인들이 피라미드를 지어 이미르를 기리고 있었던 것이다. 유적에 남은 것은 오직 하나, 이미르의 어금니였다.

직스의 눈빛이 아련하게 변했다. 직접 이룬 것은 아니지만 동료들도 이제는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겠지라고 말하며 죽여라라고 말한다. 동료들을 죽인 성음을 따라 여기까지 온 이유는 오직 볼케이노의 사업을 완수하기 위해서였다.

“아직 여정을 끝내기에는 이르다.”

성음이 크레이터로 발길을 옮겼다.

“이미르의 어금니. 그게 무엇인지는 눈으로 확인해야 하지 않겠는가?”


문경이 혹시라도 변괴가 생길까 우려스럽다고 하자, 성음은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안 된다고 성음이 혀를 차며 문경을 돌아보았다. 고작 이빨 하나가 두려우면 어떻게 상아탑 테스트를 치르겠느냐? 내가 알기로 후보 중의 1명은 이미 천국에도 다녀왔다고 들었거늘이라 대답한다.

황성을 떠나기 전에 진천우주국의 안찰이 찾아와 이렇게 일렀었다. 성음과 안찰의 대화에서 시로네라는 자는 강하다, 단지 이기고 지고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고 안찰이 말한다. 그리고 여태까지 마마가 싸워야 했던 자들과 전혀 다른 기질을 가진 인간이라 알려준다.

부러질지언정 구부러지지 않는 것이 마마의 심성. 또한 절대로 부러지지 않기에 대단한 것이지요. 가히 천 번 단련한 강철 소나무. 하지만 시로네라는 자는 결코 마마를 부러뜨리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알려준다. 안찰은 시로네를 경계하고, 절대로 간격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된다고 강직히 말한다.

회상에서 벗어난 성음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성음의 고집을 꺾을 수 없는 문경이 한숨을 내쉬며 뒤를 따르고, 직스도 삼보와 함께 크레이터로 들어갔다. 직경 2킬로미터의 구덩이는 깊이만 따졌을 때도 수백 미터에 달했고 마치 깔때기처럼 구덩이가 좁았다.

볼케이노의 가설이 사실로 드러나는 광경을 지켜보는 직스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이미르의 어금니는 대체 어디에……”성음이 중얼거리는 그때, 크레이터가 거칠게 진동하면서 동서남북의 흙이 밑으로 빨려 들기 시작했다. 다가오지 마라고 성음이 일행을 정지시킨 가운데 지면이 꺼지는 자리에서 4개의 거대한 동상이 솟아올랐다.

직스가 문경을 말렸다. 직스는“기다려! 저건 욜이다! 시험의 관문이야! 가까이 다가가면 우리도 율법에 붙잡히게 돼!”라고 말한다. 참고로 여기서 천사의 율법에 헤라라는 이름이 있듯, 천국에서는 거인의 율법을 욜이라고 부른다.

천천히 솟아오른 4개의 동상이 마침내 지면을 벗어나 10미터 높이까지 떠올랐다. 태아처럼 몸을 웅크린 자세로 성음을 내려다보는 그들의 얼굴은 야수를 닮았고, 기다란 뿔이 이마에 박혀 있었다.

-그대는 우주를 건너는 존재인가?

철로 만든 몸을 부르르 떨면서 내는 소리가 심장을 직접 두드리는 듯했다.

거인이냐고 묻는 것이라면 아니라고 하겠다. 하지만 우주를 건널 수 있냐고 묻는 것이라면……

성음이 소매로 입을 가리며 비웃음을 지었다.

“너희들이 할 수 있는 걸 내가 왜 못하겠니?”


4개의 동상에 달린 기다란 뿔에서 강력한 섬광이 튀어나와 성음을 강타했다. 피할 수 없는 율법의 발동에 성음의 몸이 빛에 휩싸인 채로 떠오르더니 엄청난 섬광을 토해 냈다. 엄청난 충격이 성음에게 밀려들더니 그녀의 의식을 까마득한 우주 저편으로 날려 버렸다. 그녀가 살고 있는 행성이 눈에 보이는 것은 찰나에 불과했고, 이내 시커먼 어둠 속에 촘촘히 별들이 박힌 우주의 정경이 펼쳐졌다.

끝없이 날아가고 있다. 의식이 가히 빛의속도로 멀어지는 관성 속에서 성음은 막대한 스케일의 공포를 깨달았다. 거대한 우주에 비하면 인간 또한 먼지에 불과 다시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확신이 느껴질 정도로 광활한 거리

‘그리고 이것이…….’

욜의 섬광에 휩싸여 있던 성음의 몸이 수직으로 세워지더니 꽃잎 같은 입술이 살며시 열렸다.

“나의 일보一步이니라.”


에테르 파동-무간도로 사용하며, 성음이 튕겨 나간 우주 저편에서부터 공간이 구겨지면서 본체를 향해 밀려들었다. 마침내 확인한 그녀의 일보에, 문경이 어깨를 부르르 떨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진성음의 한 걸음은 우주를 건넌다. 절대로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되었는가?”


성음이 지상에 착지하자 침묵을 지키던 4개의 동상이 바닥을 뚫고 내려갔다. 동시에 중심부에서 하얀 것이 빠르게 튀어 올라 성음의 앞으로 떨어졌다. 직스가 눈을 빛내며 이미르의 어금니라 소리쳤다. 남의 신체가 몸에 닿는 것을 싫어하는 성음은 공간을 고정시켜 먼발치에서 지켜보았다. 사람의 것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작은 어금니 하나가 인공 태양에 반짝거리고 있었다.

이미르 정도의 거인이라면 이빨 하나로도 새로운 개체를 만들 수 있기에 문경이 황급히 칼을 빼 들었다. 한참이 지나도 반응이 없자 직스가 의견을 냈다. 이미르는 천국의 군대에서 유일하게 전장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 아마도 그의 의지가 재탄생을 막는 것 같다라 말한다. 자존심이 상한 성음이 어금니를 던지자 직스가 황급히 두 손으로 받았다.

라 에너미는 이곳에 없어서, 안타깝지만 다음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처음부터 3개의 미궁을 전부 탐색하는 전략은 오직 진성음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거리상으로는 안드레가 가깝지만 별을 뛰어넘는 성음에게는 어차피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성음이 지평선 너머를 돌아보며 말했다.

“시로네를 만나러 가겠다.”


3.4. 무한의 마법사 편[편집]



“이곳이 안드레인가? 의외로 별것 아니군.”

지상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시로네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이면 세계의 오르막길을 따라 지상으로 올라가자 처음 보는 인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동양인으로 외모와 차림새를 보건대 동방의 인물들이었고, 여성의 뒤편으로 수십 명의 병사들이 따르고 있었다.

시로네는 저 걸음걸이는 굉장하다 평한다. 마법사의 안목으로 느껴지는 것은 선두의 여성을 기준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거리감이었다. 문경이 인간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시로네도 미궁 탐색이 끝난겅이냐고 묻는다. 성음은 어리석구나, 문경이라 말한다.

극단적으로 공간을 끌어당겨 제시카에서 안드레로 단번에 넘어온 성음 일행이었다. 성음의 커다란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20미터 떨어진 시로네에게도 또렷이 보였다. 진성음은 문경에게 감각에 잡히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어쌔신이 물체 동화 능력 이퀄라이징으로 기척을 감추는 것은 문경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영역, 진천 제국의 황녀를 보호하는 무사에게는 가당치도 않은 말이었다. 성음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그렇다면 말해 보렴. 지금 내 마음이 어떤 색인지 알 수 있겠느냐? 맞힌다면 포상을 내리마.”

진실로 받고 싶은 포상이었으나 문경은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의미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 내가 직접 보여 주마.”

전방으로 몸을 돌린 성음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모습을 드러내라, 마음에 깃든 자여.”

성음의 팔이 좌에서 우로 움직이자 현실의 공간이 정사면체로 큼직하게 떨어져 나갔다.


삼보는 물론이고 말미에서 지켜보고 있던 직스마저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마치 과일의 단면도를 보는 것처럼, 현실의 공간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 전혀 새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시로네를 발견한 삼보의 일원들이 동시에 칼을 꺼내 들고 싸울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여전히 눈빛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금발의 소년이 암살자였다면 삼보가 아닌 누구라도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다. 초에니 바르도, 생과 사의 경계를 오가는 자 진성음은 시로네의 기술에 담겨 있는 밀교의 진의를 단번에 파악했다.

“그대가 아리안 시로네인가?”


평소보다 상기되어 있는 성음의 목소리가 문경에게는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다. 시로네 또한 미소를 짓는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시로네는 생각한다. 그렇구나. 이것이 상아탑 후보의 수준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지만, 현실과 이면의 공간을 분리시킨 것만으로도 확신할 수 있었다.

“진성음.”

상아탑 후보 간의 첫 번째 대면이었다.

진성음이 소문으로 듣던 것과는 다르구나고 말했다. 확실히 그랬다. 조금 더 따듯한 느낌일 줄 알았는데 가히 자신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냉철한 눈빛을 가진 소년이었다. 그를 지켜보고 있으면 불안했다. 마치 폭발 직전의 농축된 섬광처럼,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발산할 것 같은 창백한 기질이었다.

성음은 시로네를 보고 무언가에 거의 도달한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건드리면 터질 테지만, 이 정도까지 왔으면 건드리지 않아도 터질 확률이 높았다. 상아탑의 후보인 시로네여, 나는 진천 제국의 황녀이자 요술사인 진성음이라 자기소개한다.

성음이 걸음을 옮기자 문경의 눈썹이 꿈틀하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거리를 측정했다.
‘이십 보’성음은 모두에게 거리를 매긴다.

“나 또한 너에 대해 들었다. 질투도 나고, 짜증스럽기도 하고, 어쩌면 조금은 기대했을지도…….”


‘십오 보’

시로네에게 다가가는 속도는 아직 일정했다. 진성음은 시로네에게 많이 위태로운 것 같은데, 무슨 이유가 있겠지. 그런 것으로 실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네가 나의 경쟁자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구나라 말한다.

‘십 보’

이제부터 초인의 경지였다. 진성음은 시로네에게 하지만 나 또한 누군가의 이해 속에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너를 보고 있노라면…… 계속 말한다.

‘오 보’
여기에서 성음의 걸음이 멈췄다. 솔직히 화가 난다고 말을 하며 미간을 찡그리고 투덜거린 성음이 다시 시로네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사 보’
성음은 상아탑 후보에게 상아탑이란 어차피 의미가 없는 것. 내가 정말로 기대했던 것은…… 말하며,

‘삼 보’
문경의 눈이 부릅떠졌다. 시로네에게 내 평생 처음으로 나와 나란히 걸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라 말한다.

이 보!’
문경은 좌절했다. 성음은 말한다 시로네, 너의 카르도 분명 대단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와 나란히 걸을 수는 없을 것 같구나 말을 이어하고, 성음의 걸음이 마침내 멈추는 순간, 삼보의 무사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일 보를 주마”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성음의 검지가 시로네의 미간을 겨누었다.

“내가 너보다 한 걸음 앞선다.”

진성음의 얼굴을 바로 앞에서 바라보고 있는 시로네의 시야를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시로네는 이게 진성음이구나 생각하고, 상아탑 주민들이 말한 그대로였다. 안드레에 오기 전이라면 성음의 말에 발끈했겠지만, 이제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시로네가 카르가 어쨌다느니……라고 말하자, 성음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시로네가 미소를 지으며 옆으로 비켜섰다.

“그 한 걸음, 끝까지 지켜야겠다면…….”

그리고 이어진 길을 돌아보며 말했다.

“먼저 지나가시길.”

“……,”

성음의 눈꺼풀이 빠르게 깜박거렸다.

리안이 심검을 깨닫기 10분 전. 시로네가 옆으로 비켜서면서 성음의 손가락은 공허한 허공을 가리켰다. 민망해진 그녀가 슬그머니 팔을 내렸다.

성음은 먼저 지나가라고 의문을 표하며, 안찰은 없는 것과 부딪칠 수는 없는 법이라고 했지만, 시로네는 분명 성음의 눈앞에 있었다. 시로네에게 너는 도망치는거라며 이런식으로 무마하는거라 추궁하자, 시로네를 향해 돌아선 성음이 더욱 단호한 몸짓으로 시로네의 미간을 가리켰다.

“내가 너보다 한 걸음 앞선다. 사실을 인정한다면 순순히 패배를 시인해라.”

시로네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숙였다.

“졌습니다. 당신이 저보다 위예요.”

“아니야!”


성음은 화가 났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야!라고 강하게 소리치며 성음이 생각했던 승리라는 것은, 최고의 자리라는 것은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 시로네에게 최고의 요숫사의 자리 빼앗기게 된것이라고, 이렇게 쉽게 포기할 거면 대체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달렸는지 묻는다.

무엇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라 생각하자, 시로네는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시로네가 두 손을 가슴에 얹었다.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서지.”


성음은 정신이 아찔했다. 시로네는 말한다. 목숨을 걸고, 그렇게 이기고 이겨서 힘들게 여기까지 왔지만……. 사실은 싸우고 싶지 않았다.

시로네는 성음과 싸운다거나, 카르 수치를 올린다거나. 왜? 그냥 내가 한 걸음만 물러서면이라 말하며, 아무도 불행하지 않아. 어쩌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네가 한 걸음을 양보해 준다면 말이야라고 이어서 말한다.

“한 걸음을…… 양보해?”


성음은 시로네와 나란히 걷는 상상을 했다. 성음은 아니야라 외치며 시로네의 옆에 문경이, 문경의 옆에 삼보의 무사들이, 다시 그 옆으로 전 인류가 손을 맞잡고…….성음의 삶을 부정하는 상상이었다.

그렇게 쉬울 리가 없다고, 누군가 이용하고 너를 밟고 증명하려고 할 거라 말한다. 전체를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로네는 도망치겠다는 뜻이 아니고, 오히려 나는 더욱 적극적으로 싸움에 임할 거라 말한다. 그리고 하지만 더 이상 있지도 않은 허상을 위해 싸우고 싶지는 않아라 대답한다.

“함께 싸우자. 허상이 아닌 모두의 행복을 위해.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없는 것과 부딪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비로소 안찰의 말이 뇌리의 장막을 꿰뚫었다. 시로네가 내민 손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성음이 천천히 팔을 움직였다. 이 손을 잡기만 하면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동등해지는 것이다. 그 생각이 성음의 마음을 가로막았다.

“거절한다, 이상론자여.”


시로네의 말은 누구나 꿈꾼다는 점에서 옳지만, 아무도 해낼 수 없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었다.

“너에게 일 보를 주었다고 착각하지 마라. 나는 나의 길을 걸을 것이다. 세상을 구해야 한다면 이 진성음이 해내면 되는 일이다. 그것이 최고의 사명.”


성음이 차갑게 몸을 돌렸다. 라 에너미는 없으니 마지막 남은 미궁으로 들어가 나네를 제압하겠다라 말하자, 그때 안드레 밖에서 찢어질 듯한 파공음이 들렸다. 삼보의 무사들이 동시에 몸을 돌렸다. 문경은 지시를 내리지 못했다.

소리가 들린 직후 묵직함을 느낀 직스가 주머니에서 이미르의 어금니를 빼냈다. 묘하게도 전보다 무거워진 기분이 들었다.“으아아아아!” 급기야는 사람의 힘으로 들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직스의 어깨가 빠지면서 쿵 하고 주저앉았다.

바닥에 손등을 찍은 채로 비명을 질렀으나 삼보의 어느 누구도 접근하지 못했다. 우득 소리를 내며 직스의 다섯 손가락이 모조리 꺾이더니 이미르의 어금니에 말려들었다. 우득. 우득. 손부터 시작된 뒤틀림이 전신으로 퍼지는 흉악한 광경에 직스가 신음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그때.

수백 개의 뼈가 모조리 부러지는 소리를 내며 이미르의 어금니 쪽으로 엉겨 붙었다. 사람의 몸통만 했던 살점의 덩어리가 계속 압축되자 성음의 에테르를 통해 파도 소리가 들렸다. 성음은 중력파로 물러서라 외치고, 그래서 문경은 피해야한다고 하자, 닥쳐라 나는 절대로 도망치지 않는다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우주의 어떠한 세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존재감으로 시공간에 못 박혀 있는 것이다. 어금니에서 시작된 재생이 얼굴을 이루고, 어깨선을 따라서 빠르게 육체가 재생되었다. 3미터에 가까운 신장에 넓은 어깨. 듬직한 아래턱에, 그보다 두꺼운 목선을 따라 통나무처럼 굵은 팔뚝을 구부리고 있었다.

상아탑 후보가 둘이나 있는데도 이미르는 관심 없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미르가 걸음을 옮기자 쿵 하고 천장이 울렸다. 삼보의 무사들이 거리를 벌리는 가운데 이미르는 시로네와 성음을 번갈아 살폈다. 이미르는 시로네와 성음에게 괜찮군, 하지만 재미없들 것들이라고 말했다.

성음은 그대가 이미르인가 물어보고, 가장 먼저 진성음이 발걸음을 옮겼다. 말을 이어 과연 왕이라는 칭호답게 단단한 모습이고, 듣자 하니 100억 명의 인간을 흡수했다고 하던데 읊자 이미르의 얼굴이 무섭게 구겨졌다. 이미르는 다음 말에 따라서 수명이 달라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듣고 싶지 않은 얘기를 꺼내지만 않는다면, 이미르는 순순히 다시 잠에 빠질 용의가 있었다.

“그 100억 명, 내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있겠느냐?”


이미르의 눈이 뒤집어지고 그의 투기가 차오르면서 미궁의 천장에서 후두두 먼지가 떨어졌다. 삼보의 무사들이 튀어 나갔다. 제국의 최고 정예답게 속도는 전광석화였으나 이미르와 눈이 마주친 순간 깨달았다. 부서진다고, 마음이 먼저 삼보의 머리를 깨부수고.

뒤이어 이미르의 신적초월-심권, 주먹이 사방팔방으로 휘둘리자 삼보 18명의 얼굴이 수박처럼 터져 나갔다. 얼굴 없는 18명의 무사들이 쓰러지는 가운데 이미르의 마음에 강타당하지 않았던 유일한 1명이 있었다.

이미르가 간만에 괜찮은 반응인데라고, 대사를 치며 이미르가 호탕하게 입가를 찢으며 그를 향해 주먹을 치켜들자 대석이 온 힘을 다해 상체를 젖혔다. 맞지 않았고, 초인적인 시력으로 간격을 재고 검을 치켜세우는 그때, 이미르의 주먹이 펑 소리를 내며 삼보의 부대장인 대석을 죽인다.

마치 여태까지는 몸 풀기였다는 듯 이미르가 어깨를 휘휘 돌리더니 성음을 돌아보았다. 성음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인간은, 생물은 정신이 있기에 위대한 것이 아니었던가를 생각하며, 대석의 죽음을 받아들인 문경이 성음의 삼 보 앞을 가로막으며 검을 치켜들었다.

시로네는 성음에게 도망칠 수 있으니, 지금 이곳을 빠져나가라 말한다. 하지만 성음 결국 말뿐이었나라고 말하고 성음이 눈을 가늘게 뜨고 쏘아붙였다. 시로네는 내가 막을거고 내 미궁이니 부하를 데리고 물러나라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성음의 능력으로도 이미르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성음은 저 거인을 데려온것 나라며, 성음이 문경을 지나쳐 이미르에게 다가갔다. 내가 책임진다며 말을 이어서 했다. 시로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르가 땅바닥을 내리찍으며 몸을 날렸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지반이 붕괴되고, 이미르의 육체가 무서운 속도로 성음에게 쇄도했다.

성음은 에테르 파동-극장을 사용하며, 에테르가 진동하면서 그녀를 중심으로 공간이 물결처럼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미르의 웃음소리가 짓쳐 들었다. 공간의 파장을 급류로 표현한다면 이미르의 존재감은 급류를 둘로 가르는 바위처럼 맹렬했다. 성음은 밀어내야 생각하지만, 이미르의 몸에서 퍼지는 중력파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성음이 입술을 짓깨물었다.

이미르는 묘한 기술을 쓴다며,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라고 한다. 진동의 폭은 가히 세상의 끝과 끝. 거리를 측정할 수 없이 흔들리는 이미르 중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자와 눈을 마주친 순간. 성음은 깨달았다.

맞았다, 마음이 먼저 때려서 피할 수 없다고, 찰나가 극한으로 늘어난 시간 속에서 이미르의 주먹이 미간을 향해 느리게 날아들었다. 생물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일격에 성음의 육체는 어떤 식으로도 기능하지 못했다. 짧은 순간에 깃들 수 있는 생각은 그것이 전부였고, 마침내 이미르의 주먹이 성음의 일 보를 뚫는 그때.

시로네가 시불상폭매로 시간파로 공간파를 상충시킨 시로네가 에테르 파동을 역류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너도나도 철벽을 넘는 상황에 자존심이 무너진 성음이 이모탈 펑션을 극한으로 확장시켰다.

에테르 파동-초극장. 시로네가 다시 멀어졌으나 이미르만큼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밀릴 듯 밀리지 않던 주먹이 다시금 대기를 통째로 밀어내며 성음에게 다가왔다. 무한으로 확장되는 의식 속에서 성음의 자아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려는 그때 시간의 시소가 수평을 되찾기 시작했다.

빛의 속도로 퍼지는 에테르 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거슬러 오는 누군가가 있었다. 성음은 말도 안 돼라고 생각하고, 이제는 성음의 고개가 이미르의 주먹보다 빨랐고, 그녀의 눈에 흑백의 마법진을 펼친 시로네가 보였다. 시로네가 발할라 액션을 발동하자 성음의 허리를 붙잡고 몸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이미르의 주먹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풍압이 땅을 모조리 밀어 버리며 전진하더니 동굴의 깊숙한 곳에서 펑 하고 파공음이 터졌다. 이미르의 얼굴이 무섭게 구겨졌다. 심권이 깨진 것이다. 허공을 가른 이미르의 주먹이 부르르 울었다 생각의 속도로 심권을 내질러도 그의 육체는 약간의 균열도 없을 만큼 단단하다. 하지만 육체의 행위가 결과에 어긋났을 때 생기는 마음의 타격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성음을 붙잡고 땅을 뒹군 시로네가 인상을 찡그렸다. 1만 9천 명의 시간을 모조리 끌어들여서 성음의 초극장을 뛰어넘었으나 본체가 받는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여태까지 수많은 강적들을 상대했지만 육체의 힘으로 시공간을 뒤틀어 버린 자는 처음이었다.

에테르 파동이 사라지면서 공간이 되돌아오자 문경이 성음의 안위를 살폈다. 마침내 눈에 들어온 것은 성음의 위에 엎드리고 있는 시로네의 모습이었다 문경이 경악에 잠긴 그때, 성음의 눈꺼풀이 천천히 열렸다 조금 전의 기억을 상기할 겨를도 없이 성음은 비현실적인 광경에 눈을 깜박거렸다.

시로네의 얼굴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시로네의 무게가 피부를 누르고 민망한 자세로 쓰러져 있는 것이 전해지는 순간 영롱한 지혜도 차가운 이성도 사라지고, 알 수 없는 충격만이 머릿속에 휘몰아쳤다.

“너너너, 너너너너……!”

“가가가, 감히! 내, 내 몸에……!”

이토록 심하게 말을 더듬는 성음을 문경은 처음 보았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로네가 성음을 들어 안고 순간 이동을 시전해 이미르와 거리를 벌렸다. 정신 차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순간 이동의 짧은 시간 동안 이미르의 존재를 되새긴 성음이 시로네를 떠밀며 일어섰다. 성음은 상대를 과소평가했을 뿐이라며 말하고, 과연 상아탑 후보다운 판단력이었으나 홍시처럼 달아오른 얼굴은 숨기지 못했다

한 번도 타인의 손길을 허용하지 않았던 그녀였기에 아직도 시로네의 무게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성음은 경쟁자에게 도움을 받다니라고 생각하고, 그렇다고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의 호의를 배은망덕으로 갚을 수도 없으니 속이 타들어 갈 뿐이었다.

성음의 정신을 되돌린 것은 생물의 한계를 초월한 듯한 이미르의 투기였다.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 듯 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린 이미르를 주시하며 시로네가 말했다. 조심해 여기서 해치우지 않으면이라 말하고, 성음은 알고있다 대답하며 성음의 눈빛이 평소의 예기를 되찾았다.

이미르의 눈이 부릅떠지는 순간, 시로네와 성음은 전신이 뒤틀리는 기분을 느꼈다. 엄청난 프레싱 여태까지 경험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눈의 기술이었다. 고요하게 땅바닥이 붕괴되는가 싶더니 이내 굉음을 터뜨리며 이미르의 육체가 사라졌다.

단순 시폭감으로는 피할 수 없는 속도였고, 시로네의 머리 위에 발할라 액션의 마법진이 떠올랐다. 인과를 역전시키는 연산이 끝났으나 과부화가 걸리는 바람에 스피릿 존이 휘청, 흔들렸다. 1만 9천 명의 시로네가 겪고 있는 사건도 허무하게 사라져 버릴 터였다

리안에 심타에 의해 시로네는 피하게 되고, 리안은 이미르 싸우게된다. 그리고, 이미르가 돌아서자 성음을 지키고 있던 문경이 칼을 빼 들고 소리쳤다. 그의 말이 중간에 끊어지고, 시로네와 성음도 충격을 받은 눈으로 이미르의 어깨 너머를 향했다.

리안이 심적초월을 발동하고, 이미르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시로네와 진성음, 리안과 키도의 협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지르는 주먹에 동굴 벽이 퍽퍽 터져 나갔다. 그렇게 리안이 이미르 대치중일때 성음이 시로네에게 발을 묶을 테니 공격해라라고 말하자, 대답 대신 털썩 무릎을 꿇는 소리가 들렸다.

성음이 돌아보자 시로네가 이를 악문 채로 두 손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성음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시로네의 얼굴이 창백함을 넘어 투명하게 빛나는 순간, 1만 9천 세계의 입구가 동시에 진동하기 시작했다. 공겁의 수레바퀴가 끝나 가고 있었다.

리안과 이미르의 초인적인 전투는 이제 마지막 종착지를 앞두고 있었다. 이미르의 권격이 질풍을 일으키면서 안드레의 벽을 거침없이 무너뜨렸다. 동굴의 천장이 무너지면서 시로네가 웅크리고 있는 자리에 커다란 바위가 떨어졌다. 에테르 파동으로 공간을 왜곡시켜 낙뢰를 밀어냈으나 미봉책일 뿐이었다.

성음은 빨리 일어나라고, 위험하다 소리치지만, 시로네는 성음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어떤 개념인지도 모른 채 머릿속이 특유의 깨달음으로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무릇 통찰은 무지에서 지성에 도달하는 다리를 놓아 주는 역할이지만, 지금은 1만 9천 개의 통찰이었다.

어느 방향으로 뻗어도 하나의 진리에 도달할 것 같은 기분이었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도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성음이 어금니를 깨물고 끙 하는 소리를 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창백한 얼굴이지만 성음의 눈에는 세상을 폭파시킬 듯한 섬광이 언뜻 스쳤다.

이미르와 리안의 전투는 가히 천상계에서 싸우는 무신들이 지상에 강림한 것과 같아서, 조만간 안드레의 미궁 전체가 아래로 쏟아져 내릴 터였다. 이미르는 리안의 전투력에 불충족하여 이미르가 시로네에게 완전히 돌아서자 성음이 흠칫 놀라며 소리쳤다.

“빨리 일어나라! 싸우든 도망치든 해야 할 거 아냐!”

결정을 내린 성음이 에테르 파동을 시전했다. 시로네의 공간을 왜곡시킨 성음은 여전히 투지를 담은 시로네의 눈빛을 보았다. 이런 식으로 데려가서는 안 된다. 에테르 파동을 해제한 성음이 시로네에게 달려가 그의 어깨를 붙잡아 끌었다.

이미르가 시로네와 성음에게 다가가며 리안의 이상은 시로네라며 그렇다며 부숴 주지라고 말한다. 리안이 어떤 생물과도 다른 근육의 형태가 목을 타고 올라가면서 얼굴근육까지 흉악하게 비틀어 버리자,

성음이 스스로의 거리를 없애고 시로네를 잡아끄는 모습에 문경은 넋을 잃었다. 시로네는 나는 괜찮다고 나직히 말하고, 시로네가 초췌한 안색으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성음은 저 검사도 죽었다고, 너를 지켜 줄수 없다고 하자, 시로네가 쓴 웃음을 지으며 내 검이 깨졌으며 나도 죽는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도깨비' 성음의 머릿속에 퍼뜩 떠오른 생각이었다.

리안이 이미르는 소멸시켰으나 시로네의 상태는 전보다 더욱 악화되어 있었다. 성음은 덜컥 두려웠다. 어쩌면 이대로 하얗게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리고 시로네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음이 키도가 리안을 업는걸 보자, 나서려는 그때

나네가 등장하였다. 상아탑 후보 중에서 가장 정보력이 월등한 성음이 시로네의 앞을 막아섰다.

“달리아, 아니 사이키델릭 나네. 그렇게 부른다지?”

“이름이야 아무려면 어떤가?”


비로소 상아탑 후보 3명이 한자리에 모인 상황이었고, 세 사람 모두 시작과 달라져 있었다. 나네는 성음이 막아서고 있는 시로네를 향했다. 나네의 깊이는 성음도 이미 파악했지만 관철시킨다는 점에서는 시로네보다 편했다.

시로네는 성음에게 그만둬, 상대가 안 된다고 말하였다. 성음을 무시하는 발언이 아니었다. 시로네와 만난 시간은 짧았지만, 적을 고르라면 그녀는 나네를 선택할 터였다.

“너는 좋은 사람이다. 부디 나를 대신해 상아탑에 들어가서 꿈을 펼치도록 해라.”


문경이 나네를 공격하자, 문경의 시야가 오색찬란한 빛으로 물들더니 나네로부터 20미터 떨어진 지점의 바닥을 내리쳤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성음이 나네를 향해 몸을 날리고 있었다. 성음은 내 부하를 모독하지 마라고 말하며, 공을 깨달은 나네에게 모독이란 감정은 존재하지 않으나 성음의 능력은 흥미로웠다.

“멋진 깨달음이다.”

“흥! 높은 곳에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에테르 파동-대나곡으로 그녀와 나네의 주위를 이루는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방향성이 완벽하게 뒤틀렸다. 자, 무엇이든 해 보아라라고 말하며, 어떤 공격이든 나네에게 들어갈 터였다. 나네가 두 팔을 내밀어 서로 다른 수인을 맺자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시커먼 검이 나타났다.

대나곡으로 휘어진 공간이 모조리 검에 빨려 들고. 무형의 검이 정수리 위로 높게 치솟더니 강력한 진동을 일으켜 에테르 파동을 교란했다. 나네가 너그러운 표정으로 합장하자 오색찬란한 수천 개의 검이 광배에 활짝 펼쳐졌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저절로 떠오른 의문은.‘신인가?’ 빛의 검이 가장 먼저 찌르고, 이어서 각각의 개념을 담은 검들이 성음을 난도질했다. 생명이 꺼진 상태에서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시로네의 모습이었다.

죽은줄 알았으나 찰나의 순간에 두 사람이 머물고 있는 것은 생과 사의 경계선, 초에니 바르도였다. 극락왕생이 실패했음에도 나네의 마음에는 일말의 파문도 일지 않았다.

설법이 검화로 발동되면서 시커먼 검이 이면 세계의 장막을 뚫고 시로네와 성음을 겨누었다. 쇄도하는 검을 노려보며 시로네는 폭발의 감각을 막고 있던 것을 깨달았다. 이모탈 펑션. 정신이 무한의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발할라 액션이 또 한 번의 원인과 결과를 역전시켰다

세상에 내놓으면 어느 자리에서도 최고를 다툴 5명이건만, 나네의 한 걸음에 일제히 물러섰다. 강하거나 그런 수준이 아니고 뭐라 형용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1만 9천 개의 십자가가 안드레의 미궁을 가득 채우고, 정말로 심각한 것은 현재 미궁에 있는 시로네의 육체 또한 같은 형태로 빛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성음은 비로소 깨달았다. 성음이 공간을 지배하듯 시간을 지배하는 시로네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1만 9천 개의 세계를 떠도는 상태로 자신의 일 보를 뛰어넘었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경악스러웠다. 수많은 세계의 입구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면 동굴의 지반이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아니, 그런 수준이 아니야.’


애초에 시공의 감옥이라 불린 이유를 상기하면 시간과 공간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버릴 터였다. 성음이 눈을 부릅뜨고 에테르 파동을 시전하려는 그때 나네가 무심히 시공의 감옥이라 중얼 거렸다. 나네가 설법 종을 꽂히려고 하자,

성음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맑은 물처럼 투명해지고 있는 시로네의 육체를 바라보며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종終이 꽂히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도 나네의 깨달음을 부정하는 또 하나의 의견이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성음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어리석었어.”

강한 것도, 약한 것도, 모두 생명의 윤회를 끝없이 맴도는 한낱 주사위 놀음에 불과.

그렇기에 시로네는 생명 그 자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시켜 우주의 소멸을 막아 내고 있었다.

“안 돼.”


성음이 고개를 저으며 울먹거렸다. 찬란한 의지로 나네의 진리를 막아 내고 있지만 결국 시로네는 무한으로 퍼져 버릴 터였다.

“안 돼! 시로네!”

성음이 달려가 빛으로 퍼져 버린 공간을 허우적거렸지만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성음이 서글픈 눈빛으로 주위를 감싸고 있는 투명한 공기를 돌아보았다. 어디에도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그렇게 거대한 정신이 되어 세상에 완벽히 스며들어 버린 것이다.

키도가 가리키는 전방에, 미약한 빛의 입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었다. 1만 9천 개의 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해방되자 빛의 무리가 사람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성음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가 아니야.”


공겁의 삼매에서 시작된 이모탈 펑션이 각각의 세계를 깨트리며 거슬러 올라오는 것이었다. 무한으로 퍼져 있던 정신이 다시 육체를 이루면서 시로네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기다리던 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지고한 정신에서 생물로 격하되는 과정은 당사자에게 끔찍했다.

시로네의 또렷한 눈빛을 확인한 성음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말, 말도 안 돼. 저건…….”


불가능한 일이다. 무한으로 확장된 정신이 되돌아올 수 없다는 것은 같은 언로커인 성음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유일한 방법을 떠올린 성음이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시로네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무한의 마법사.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 누구도 짐작할 수 없지만, 진천우주국의 수장은 실제로 존재했던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시로네와 나네가 대치하고, 마침내 제19000번 세계까지 폭발하면서, 안드레의 갇혀 있던 시공간이 완벽하게 해방되었다. 시공간이 뒤죽박죽으로 뒤섞이며 모두를 집어삼키려는 그때 성음이 에테르 파동을 시전했다. 그녀가 펼친 공간의 장벽 너머로 시공간을 초월한 수많은 사건들이 중첩되기 시작했다. 시공간의 폭풍에 휩쓸렸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모두가 성음의 공간 바깥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그때, 사건의 뒤섞임 속에서 고고하게 서로를 마주 보는 시로네와 나네의 모습이 언뜻 스쳤다. 카르 수치가 완벽에 가까운 나네는 시로네가 시공의 폭풍에 휩쓸리지 않는 이유를 짐작했다. 시공간을 차단하는 빛이 거대한 구체로 확장되자 시공의 폭풍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나네는 시로네가에게 야훼인가 묻고, 대치한다. 시로네를 뚫을 기세로 날아온 파破가 공간 속에 얼어붙자 성음의 눈이 충격에 흔들렸다. 시간을 멈췄다고 말한다. 스케일 마법의 공간 계열에 에테르 파동이 있다면 시간 계열의 정점은 스톱이라 할 것이다.

시로네가 나네를 막게되고, 성음이 시로네에게 다가오며 팔을 내밀자 리안의 대직도가 공간을 뛰어넘어 손에 잡혔다. 그것을 리안에게 던진 그녀가 말했다.

“앞으로 인류는 거대한 적에 대항해야 한다. 진천 제국의 황녀로서 좌시할 수는 없는 일. 고향으로 돌아가 아버지께 말을 전해 주마.”

“상아탑으로 가라. 네가 우리의 삶을 유예시켰으니,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상아탑.”


애초부터 상아탑의 별이 되는 것에 집착한 후보는 아무도 없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모두 함께 싸우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무한의 마법사라는 전대미문의 경지에 오른 시로네조차 나네의 대업을 완벽하게 막아 낼 수 없었다. 어느 한쪽으로 승부가 나지 않는 이상 수많은 희생이 따를 것은 자명한 일.

시로네가 상아탑으로 가겠다하자, 성음이 고개를 끄덕이고 내가 데려다주겠다 말한다. 에테르 파동이라면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상아탑으로 직행할 수 있을 것이다.

진성음이 에테를 파동을 펼쳐졌다 북극까지 공간을 끌어당긴 성음이 축지를 시전하자 세 사람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코로나 왕국에 도착하였다. 상아탑에 접근할 수 없어다고 하고, 축지를 시전한 것과 동시에 상아탑의 느낌이 사라지면서 좌표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일종의 비상 탈출과 같은 느낌으로 그나마 감각에 걸린 장소에 도착한 게 바로 여기였다.

공간을 다루는 자가 있는가라 생각하며, 예전 같으면 믿을 수 없었겠지만 시로네와 나네, 이미르를 상대한 지금은 생각이 달랐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성음의 견문이 넓어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평온을 되찾은 시로네가 미소를 짓자 성음의 뺨에 살며시 홍조가 피었다. 다정한 사람이라 생각하고,안찰이 했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이 사람과는 싸우고 싶지 않아라고 마저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만큼 시간의 제약을 받는 지금의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

성음은 나에게 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 묻게 되고, 마치 상대를 거리로 측정하는 성음의 강박이 시간으로 변한 것 같은 말에 시로네는 웃음이 터졌다. 시로네는 네가 아니었다면 북극에 도착하는 데에만 10일은 넘게 걸렸을거라 이야기 한다.

성음이 수줍게 웃으며 물러섰다. 네가 준 10일이란 시간을 그때 쓰도록 하겠다라고 말하고,

“약속한 거야. 10일.”

이제는 시로네도 성음의 성격을 알고 있기에 부언하지 않고 승낙했다.

“알았어. 내 10일을 줄게.”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나도 너에게 내 영 보를 주겠다.


“응?”


시로네가 되물었으나 성음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문경과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시로네는 영 보라는 것은 아마도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자는 뜻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3.5. 별 편[편집]


하비츠가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하루에 1명씩 낳게 하면 돼라고 망언을 하자, 간도가 벌떡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진천의 황제 진강이 테이블을 내리쳤다. 대리석으로 깎은 무거운 테이블이 무섭게 흔들리자 진천 제국을 대표하는 5명의 대장군, 오룡장의 얼굴이 굳었다.

성음 또한 나네와 맞서 싸운 공을 인정받아 청룡부대의 대장군으로 성전에 들어온 상태였다. 하비츠가 망언을 뱉자 여달이 육체에 힘을 밀어 넣고, 성음이 그보다 빠르게 에테르 파동을 시전해 움직임을 막았다. 여달의 눈에 입술을 깨무는 성음이 보였다.

‘하비츠와 우오린의 싸움이다. 괜히 진천에 화살이 겨누어지면 전부 덮어쓰게 되는 거야.’

삼황계라는 3개의 기둥, 먼저 움직이는 쪽이 협공을 당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3.6. 선악공애 편[편집]


한 점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처럼 구겨지는 공간 속에서 1명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로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성음이었다. 상아탑 후보로 함께 경쟁했던 진천 제국의 황녀 진성음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마족과의 전쟁으로 전보다 얼굴이 초췌했으나 강인한 기백만큼은 여전했다. 리안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한 그녀가 시로네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상아탑에 다녀오는 길이라 알려준다 그리고 이곳에 시로네가 있을러갈고 해서 말한다. 시로네는 상아탑은 왜라고 묻자 입술을 말아 문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이내 강인한 표정을 드러내며 시로네의 앞에 납작 절을 했다.

“우리를 도와 다오! 진천을 구해 줘!”


시로네와 리안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시로네가 성음을 일으켜 세웠다. 대체 무슨일이냐고 묻자, 성음의 눈에 살기가 깃들었다. 지옥의 군대가 해상을 완전히 장악했고. 제8군단장 미투라. 바다를 지배하는 악마라고 알려준다. 진천으로서는 그를 막아 낼 방법이 없다고 강하게 내뱉는다.

10대 군단장의 이름에 시로네의 표정이 변했다. 성음은 마계는 열리지 않았다고 하고, 네가 카샨을 구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제발 도와 다오라고 말한다. 성음이 다시 절을 하려고 들자 시로네가 황급히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시로네가 말을 흐리자 리안이 곁눈질을 했다.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아탑의 지휘부가 중부 대륙을 침범하는 마족을 최고 위험 요소로 평가해 주기를. 성음은 네가 무엇을 신경을 쓰는지 태성에게 들었다고 한다. 성음의 눈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해상권을 장악하면 진천은 곧바로 구스타프를 칠 것이다. 지옥의 군대의 본진이라 할 수 있지. 거기서 우리가 승기를 잡을 수만 있다면 중부 대륙에서 싸우고 있는 지옥의 군대도 구스타프로 복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진천을 도와준다면, 우리도 너를 돕겠다. 아니, 내가 어떤 수를 써서라도 방법을 찾을 테니…….”

“알았어.”


리안이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시로네의 뒤에 서자 성음이 에테르 파동을 시전했다. 성음이 고맙다고 말하며, 시로네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가는 순간, 세 사람이 산중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진천 제국 동해, 성음이 공간을 왜곡시켜 도착한 곳은 백사장이 보이는 근해 상공이었다. 태양 빛이 내리쬐는 백사장을 경계로 진천의 군대와 지옥의 군대가 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그들의 소음이 한데 뒤엉켜 백색소음처럼 고막을 찌르는 가운데 시로네가 바다를 돌아보았다. 먼바다에 범선 크기의 마수들이 보였다. 백사장 쪽에서는 촉수가 달린 괴물들이 수 미터 높이에서 병사들을 내리찍고 있었다.

하늘에서 살폈기에 알 수 있는 사실은, 해안가가 점령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이었다. 진천이 여태까지 막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지옥의 군대와 비견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물량 공세였다. 창처럼 긴 부리를 가진 마족들이 날개를 펄럭이며 성음에게 날아들었다. 성음이 에테르 파동을 시전하자, 성음이 공간을 굴절시키자 풍경이 복잡하게 얽히더니 마족들의 부리가 동료들의 몸을 관통했다.

수백 마리의 마족들이 동시에 바다로 추락하는 것을 지켜본 성음이 시로네를 돌아보았다. 성음은 이곳 바다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면 진천은 멸망하고 말 거라고 말했다. 시로네에게 진천의 가치는 타국과 동등했지만, 전략적으로 봤을 때는 그 이상이었다.

리안이 대직도의 손잡이를 붙잡고 출격할 준비를 하는 그때, 성음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부탁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야. 네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병사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성음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휘저어 에테르 파동을 시전했다. 마치 양탄자가 구겨지듯 풍경이 당겨지더니 황성 염라의 정경이 빠르게 밀려들었다. 숲과 건물이 급류처럼 흐르고, 두꺼운 벽을 관통하자 관료들이 모여 있는 대전이 나왔다.

군사들이 둘로 나뉘어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떠드는 소리 또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성음이 시로네와 리안을 뒤에 달고 용상으로 걸어갔다.

턱을 괸 채로 군사들의 의견을 듣고 있던 진강이 시선만 움직여 이쪽을 보았다. 제국이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음에도 황제의 눈빛에서는 불안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겁에 질린 모습보다는 훨씬 대하기 좋았기에, 시로네는 상아탑의 별임에도 진천의 예법을 따랐다.

시로네가 상심이 크다고 말하자, 진강이 망하며 망하는 거이라 말한다. 시로네가 동해로 가겠다고 하자, 자네가 해야 할 일은 성음이 말해 줄거라 말한다. 진강이 성음을 돌아보자 그녀도 복잡한 눈빛으로 아버지와 눈을 마주쳤다.

“많은 시간을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성음이 포권했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 옥체를 보존하소서.”


진강은 시로네에게 아버지로서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부탁이었다. 성음의 뜻을 존중해 달라고 말한다. 시로네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성음이 에테르 파동을 시전해 자리를 옮겼다. 대전이 밀려나면서 성음이 머무는 궁전에 도착했다.

삼보의 대장 문경이 마중을 나왔다. 상아탑 시험에서 안면을 익혔으나 어째서인지 밤새 운 것처럼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그러고 보면 주위의 시녀들도 모두 성음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친구와 할 애기가 있다고 숙소를 내어 달라 말을 한다.

문경이 삼 보의 거리에서 뒤를 따르고, 다른 시녀들도 저마다의 위치에서 성음을 안내했다. 공간에 대한 결벽은 시로네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곁에 바짝 다가갈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영 보를 허락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같이 있었기에 문경도 시로네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문경은 아가씨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물러설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점이라는 게 서글펐다

문경이 숙소를 열자 단정하게 정리된 별채에 원탁과 침대가 놓여 있는 방이 나왔다. 성음의 취향대로였다. 성음은 리안을 돌아보았다. 이미르의 분신을 쓰러뜨린 무위에 놀란 적도 있지만, 지금은 그보다 훨씬 성장해 있었다. 어쨌거나 진천 제국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었기에 성음은 그에게도 거리를 매겨 주었다.“0.1보.” 시로네와 똑같은 거리는 아무래도 내줄 수 없었다.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시로네와 리안, 성음이 원탁에 둥그렇게 앉았다. 성음은 사과를 하고, 성음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과거를 회상했다. 나에게 줄 수있는 시간 얼마나 되나고 말한다.

성음은 잊어버리라고 하고, 단 하루만 나에게 시간 내어달라고 한다. 리안이 흐음 하고 신음 소리를 내고, 시로네가 눈을 깜박거렸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시로네는 성음의 말을 곱씹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전쟁이 한창이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고 있다. 하지만 진천도 마찬가지였기에, 성음의 제안에는 이유가 있으리라 여겼다.
시로네가 물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충분하잖아. 아니, 애초에 나하고 보내는 하루가 왜 중요하다는 거야?”

성음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밝힐 수 없는 이유는, 진천 제국의 안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음이 시로네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성음은 나에게 하루를 주면, 내가 어떤 수를 써서든 너에게 더 큰 시간을 벌어다 준다고 말했다. 음의 강직한 성품을 알고 있기에 말에 대해서는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단지 이유를 듣지 못했다는 게 걸리기는 했지만, 이러는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성음의 얼굴이 급격히 밝아졌다. 시로네가 생각해 둔 일이냐고 묻자, 성음이 아련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돌이켜 보니, 나는 아무 데도 가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다고 말한다.

시로네는 죽을 생각이구나 생각하고, 그렇지 않고서야 상아탑 후보군에 오를 정도의 성음이 갑자기 이럴 이유가 없었다. 그녀의 카르가 얼마나 높은지 알고 있기에, 시로네는 일단 그녀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성음이 시로네의 뒤에 서 있는 리안의 눈치를 보았다. 그녀에게서 어떤 각오를 느낀 것인지, 리안은 테이블에서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았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고마움을 표시한 성음이 에테르 파동을 시전했다. 두 사람의 육체가 공간 속으로 빨려 들고, 어느새 전혀 다른 풍경이 드러났다. 작은 폭포가 있는 계곡이었다. 바위에 걸터앉은 성음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영 보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거리를 두며 살았나 싶어라고 말하며, 시로네가 성음의 옆에 앉았다. 이제부터 바뀌면 되지. 전쟁이 끝나면, 모두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말한다 역시나 설득은 불가능했다.

“말해 줘.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읍.”

시로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음이 상체를 가깝게 기울이더니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시로네의 눈이 크게 뜨이고, 한참 후에 성음의 입술이 떨어졌다.


폭포 소리만이 들렸다. 미안하고 말하며, 성음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성음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감도 없지 않았다. 순수하기 때문이리라

성음은 화제를 바꿨다. 함께 경쟁했지. 상아탑의 별을 두고. 너와 나 그리고 나네라고 이야기 하며 너는 박애로, 나네는 공으로. 각자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관철시켰지. 이런 말 하면 우습게 들리겠지만, 가끔은 너희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시로네는 너도 충분히 강하잖아. 그리고 지금도 세상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한다. 시로네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다. 평생의 소원을 풀어야 하니까. 한 군데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성음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하루면 충분하다고 대신 부탁이 있다고 말한다. 성음이 시로네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느다랗게 뻗은 손가락을 바라보던 시로네가 천천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마지막에 가서 이 손을 놓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백사장에 고즈넉한 파도가 몰아쳤다. 지옥의 군대가 세계 전역을 휩쓸고 있기 때문일까, 풍경만이 전부인 지금의 고요함이 짜릿했다. 바다 너머를 바라보는 성음의 얼굴은 시로네가 보기에 바다보다 아름다웠다

공간은 허구라고 나라는 존재를 지워 버리면 우리가 사는 세계의 크기 또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었지 성음은 시로네를 돌아보았다. 시로네는 하루를 보내고 나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 묻지만 성음은 말을 돌렸다.

시로네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라 묻고 나를 닮은, 하지만 나보다는 내 낭군을 쏙 빼닮은이라 말하자 시로네는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아이들을 보러 가고 싶다고 대답을 듣기도 전에 성음이 시로네의 손을 붙잡고 에테르 파동을 시전했다. 도착한 곳은 염라의 놀이터였다.

귀족 부인들이 구석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가운데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염라 밖은 전쟁이 한창이지만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은 그저 해맑았다. 시로네와 성음이 놀이터에 들어갔음에도 부인들은 제국 황녀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염라에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남아 있다는 것이 성음에게는 한없는 기쁨이었다.

그녀가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무언가 말을 건네더니 공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서툰 아이들을 상대로 가차 없이 스파이크를 내리치는 모습에서 시로네는 실소가 터졌다. 성음은 아이들에게는 거리를 매기지 않았다.

장씨 아이가 아줌마가 하자 황당한 표정을 지은 성음이 장씨의 아들의 머리에 꿀밤을 쥐어박았다. 이마를 부여잡은 장씨의 아들이 성음의 뒤편에 숨어 있는 아이들을 노려보았다. 부모의 계급 때문에 말은 못 해도, 미운 시선까지 숨기는 것은 아이들에게 무리였다.

장씨 부인에게 시로네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성음이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아이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다. 원체 표독스러운 장씨 부인이 벌떡 일어나 시로네의 뺨을 후려쳤다. 철썩 소리가 나며 돌아간 것은, 시로네가 아닌 장씨 부인의 얼굴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화도 내지 못하는 그때, 성음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자의 말에 따르라고 말하고, 고개를 돌린 장씨 부인의 얼굴이 성음을 보자마자 경악에 물들었다. 성음을 실제로 본 것은 수백 미터 바깥에서지만, 귀족의 눈은 황제의 핏줄을 잊을 수 없다.

장씨 부인이 아들을 데리고 떠나자 다른 부인들도 황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성음이 시로네에게 말했다. 우리도 그만 가자. 이 정도면 충분히 즐긴 것 같다라 말했다.

성음은 내 얘기르 들으며 너는 선택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하고, 성음이 한숨을 내쉬었다.

“시로네, 마족들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이걸 막을 수 있다면, 너는 무슨 일이든 하겠지?”

“당연하지.”

“만약 내가 이 전쟁을 이길 수 있는 굉장한 것을 생각해 냈다면 어떨까? 너는 나와 혼례를 치를 수 있니?”

“그래.”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시로네의 각오에 불가능한 상황 따위는 없었다. 시로네의 공간이 박탈되고, 홀로 멀어지는 성음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남았다.

-안녕. 시로네.

이미 성음은 자리를 떠난 뒤였다. 광익을 펼치고 하늘로 올라간 시로네는 염라를 향해 최고 속도로 날았다. 성음에 비하면 느린 속도였다. 안찰는 시로네에게 심령권을 닫힌다는 알려주고, 성음이 어떻게되는지 알려주었다.

성음은 심령권을 닫히면 영원히 끔찍한 지옥 속을 헤매게 된다를 말한다.

성음은 대전에 놓인 관처럼 생긴 시커먼 기둥. 사방으로 전선이 연결되어 있고 벽면에서는 푸른 전기가 번쩍번쩍 타올랐다. 광천성이라 이름 붙인 기둥의 문이 열리자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 공간이 나왔다.

진천의 모든 관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나 어느 누구도 성음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오직 진천의 황제 진강만이, 영원한 지옥행을 택한 딸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버지.”

“꼭 승리하십시오.”


삐딱하게 앉아 머리를 기댄 채, 진강은 말이 없었다. 참괴한 결과를 모두가 알고 있기에, 성음도 더 이상의 정을 남기지 않고 차갑게 걸음을 옮겼다. 광천성에 들어가자 덜커덩 문이 닫혔다. 성음이 이모탈 펑션을 완전히 개방하면 광천성은 행성 전체의 공간을 정밀하게 장악한다.

그 상태에서 심령권을 닫고 바다를 사이에 둔 구스타프와 진천 제국의 거리를 0으로 만드는 것. 그렇게 하여 육상을 통해 진천의 병력이 구스타프의 수도를 급습하는 전략이었다.

성음이 이모탈 펑션을 개방하자, 진천우주국의 관리들이 광천성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접하고 보고를 올렸다. 1초의 망설임도 없는 딸이 자랑스러웠고, 비로소 진강의 얼굴에 감정이랄 것이 드러났다. 그 감정은, 괴물처럼 일그러진 그의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분노한 자의 것이었다.

영원히 지옥에서 헤매고 있을 딸에게, 마족들의 끔찍한 시체를 계속 보내 줄 것이다. 정신 수치가 상승해 보고가 계속되는 와중에 대전의 문이 쾅 하고 부서지며 시로네가 들어왔다. 순식간에 주위를 살핀 시로네의 눈에 성음은 보이지 않았고 시커먼 관이 서 있었다.

광천성으로 돌진한 시로네가 기둥에 손을 대고 힘을 주려는 그때. 진강이 버럭 소리쳤다. 동시에 성음이 빠진 진천의 대장군, 오룡장이 각자의 병기를 들고 시로네를 포위했다.

시로네:“그만두세요. 제발. 평생을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아요.”

진강:“나도, 성음도, 죽기 직전까지 후회하겠지. 아니, 성음은 죽을 수도 없다.”

진강:“후회 따위가 어쨌다는 거냐?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내가, 내 딸이 감당하고 가는 거야!”

시로네:“미쳤어.”


진강이 손을 내밀어 저자를 끌어내리라 말하자, 오룡장의 대장 여달이 자신의 무기인 굉장곤을 휘두르며 시로네에게 돌진했다. 타임 바이브레이션을 이용해 최단거리로 여달을 쓰러뜨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천장이 무너지며 리안이 시로네의 옆에 착지해 허리를 틀었다. 대직도가 가로로 그어지고, 진천 최고의 고수들인 4명이 동시에 물러섰다. 천장이 얹혀 있는 형태였고, 그 위력과 정밀함에 오룡장의 전의가 급속히 꺾였다.

관리가 이모탈 펑션 개방이 완료라고 진천우주국의 직원이 소리치는 순간, 시로네가 광천성에 다가가 소리쳤다.

“성음! 기다려! 안 돼!”


웅 소리를 내며 광천성의 굉음이 줄어들었다. 관리들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진강의 얼굴에도 일순 이성이 깃들었다. 시로네가 말을 건네는 그때, 완전히 밀폐된 광천성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진천우주국의 관리가 소리쳤다. 뒤늦게 달려온 안찰이 무릎을 꿇고, 오룡장도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시로네는 무한의 마법사였다. 야훼의 빛이 괄하게 퍼지면서 시로네의 정신이 무한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정보가 얽히는 느낌이 가히 거대했으나, 시로네는 성음을 놓치지 않았다. 정신체의 상태이기에 피아를 특정할 기준은 없다. 다만 시로네의 느낌으로 표현하자면 이면 세계로 향하는 성음의 손을 붙잡은 게 확실했다.

지옥의 불길이 이글거리는 입구에서 성음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와 주었구나, 시로네. 너답다라고 성음이 말하며, 시로네는 아무리 세상이 지옥 같아도 누군가가 이렇게 되는 건 틀린거라 대답했다.

성음이 고개를 저었다. 무한의 마법사가 아니라고, 돌아갈 생각도 없다고 말한다. 시로네는 성음의 손을 더욱 세게 잡았다. 정신 레벨에서 일어나는 느낌에 불과하지만, 성음은 미소를 지은 듯했다.

성음은 나네를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시로네는 네가 돌아오면 그럴게. 너를 이렇게 보내면, 남아 있는 사람들은 살 수가 없게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성음은 그렇지 않다고 하며, 지옥을 없애지 못하는 한, 부처와 야훼는 영원히 대립하게 될 것이기에.

성음의 정신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시로네는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 더 이상 해체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분해된 그녀가 시로네의 정신에서 벗어났다.

성음의 마지막 말이 들렸다.

-존경한다, 시로네.


4. 외모[편집]


옆으로 찢어진 커다란 눈은 고양이처럼 사나웠고, 힘을 주어 다문 입술은 >산딸기처럼 붉었다.

동방의 여자들이 흔히 그렇듯 체구는 작았지만 목이 길어 비율이 >아름다웠고 두 주먹은 언제나 굳게 쥐인 채였다.

‘강철의 여인.’


5. 위상[편집]


성음의 능력은 현상이 존재하는 판 자체를 뒤틀기에 강력한 것이다.


천하무적

문경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였다.

‘공간을 휘어 버리면 어떤 공격도 무용지물. 천하일통을 이룰 사람은 진천의 진성음이다.’- 문경


마법에 조예가 깊은 건 아니지만, 바다를 접어 버릴 정도로 공간을 조작하는 마법사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진성음.’

만의 하나 가능하다면 그녀밖에 없을 것이다. - 오젠트 가이


6. 사용 기술[편집]



  • 에테르: 오직 암흑인 세상에서 수면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듯 수많은 떨림이 전해져 왔다. 물질이 공간을 짓누르는 것으로 중력이 발생한다면 빈 공간조차 무언가로 채워져 있다는 얘기로 그녀가 언로커로서 깨달은 것은 공간 그 자체를 이루는 베이스, 즉 에테르였다.

  • 에테르 파동: 에테르 파동이란, 시공간 중에서도 공간 역장을 흔드는 능력이다. 그래서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공간을 지배하는 능력으로, 정신을 집중하자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풍경의 형태마저 인지 바깥으로 밀려난다.
  • 에테르 파동-축지: 전방의 풍경이 구겨지듯 밀려들면서 거리가 순식간에 눈앞으로 밀려들었다.
  • 에테르 파동-나곡: 공간이 뒤틀리면서 상대의 몸이 소용돌이처럼 휘어지더니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 에테르 파동-대나곡: 마치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물체처럼 섬광들이 자연스레 휘어지더니 성음을 크게 휘감으며 회전했다, 주위를 이루는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방향성이 완벽하게 뒤틀리게 된다.
    • 대나곡의 요동: 볼케이노를 끝장낸 기술이다
  • 에테르 파동-무간도:
  • 에테르 파동-극장:에테르가 진동하면서 그녀를 중심으로 공간이 물결처럼 밀려나기 시작한다
  • 에테르 파동-초극장: 이모탈 펑션을 극한을 확장시켜 그녀를 중심으로 공간이 물결처럼 밀려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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