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클론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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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에 써있는 Giftgas는 독일어독가스라는 뜻이다.
선물가스가 아니다.[1]

Zyklon B(보통 Cyclon B나 Cyclone B)[2]독가스로 이용된 전적이 있는 살충제다. 성분 조성은 사이안화수소(청산가스), 안정제, 경고용으로 집어넣은 에틸 2-브로모아세타이트, 그리고 가스 흡수제인 규조토이다. 깡통을 열면 규조토 과립이 들어있었고 이 과립에 사이안화수소가 스며있었기 때문에, 그냥 사용하고자 하는 곳에 과립을 쭉 끼얹어주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일반적으로 깡통 하나에 약 1kg의 약물이 액화 상태로 있었다.

독일 과학자들(발터 헤어트, 브루노 테슈, 게르하르트 페터스, 프리츠 하버)의 공동 개발품으로, 개발될 당시에는 마굿간 같은 곳의 살충제 및 구서제(驅鼠劑, 쥐 잡는 약)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그 살인적인 독성은 나치에게 영어식으로 GIFTGAS였고 이걸 이용해 제대로 미친 짓을 했다. 참고로 공동 개발자 중 한 명인 하버는 다름아닌 유대인이다! 자기가 만든 가스로 자기 민족이 학살당하게 된 셈.[3]

나치의 주요 절멸수용소는 아우슈비츠, 트레블링카, 헤움노, 베우제츠, 마이다네크, 소비보르 여섯 군데였고 좀 더 규모가 작은 트로스테네츠 수용소도 있었다. 이 중에서 치클론 B는 아우슈비츠, 마이다네크 수용소에서만 사용되었다. 아우슈비츠와 버금가게 악명 높았던 트레블링카 수용소(희생자 70~90만 명), 베우제츠(희생자 60만 명), 헤움노, 소비보르 수용소에선 고물 전차 등에서 떼어온 엔진을 공회전시켜서 나오는 부산물인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학살을 시행했고, 절멸수용소에서 사망한 약 320만 명 가운데 120만 명 정도가 치클론 B로 죽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대부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일부는 대규모 총살로 희생되었다. 석유난을 겪었던 나치 독일에서 학살용 독가스로 치클론 B가 의외로 많이 쓰이지 않았던 이유는 후술하듯이 치클론 B가 비싸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당시 유통기간이 겨우 3개월 이내라서 독일군의 수송능력 문제로 쓰지도 못하고 폐기되는 가스 깡통이 많았다. 아우슈비츠에서 유독 많이 치클론 B가 많이 쓰였던 이는 수용소 바로 옆 공장에서 유대인 강제노동을 통해 자급이 가능했기 때문...

시장에서 쓰는 상품과는 다르게 나치는 약물이 독극물임을 알려주는 경고제[4]인 에틸 2-브로모아세타이트를 약물에서 빼버렸다. 이것은 당시 독일법 상으로도 금지였지만, 처형자들이 "가스 냄새"를 맡고 난동을 벌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거하고 납품하라고 주문했다. 제작사에서는 어디에 쓰려고 그러는지 뻔히 알면서도 항의라고는 "특허 문제가 걸릴 수 있다"고 딱 한 번 했다고 한다.

치클론 B를 이용한 처형은 1941년 소련군 포로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되었다. 이후로는 유대인을 처형하는데 주로 이용하고, 소련군은 가스도 아깝다고 그냥 굶겨 죽인 경우가 태반이다. 나름 비싼 물건이라 가스 아낀다고 규정보다 덜 넣기도 했는데, 그 때문에 즉사하지 않은 유대인이 산 채로 화장터로 실려가 타 죽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쥐: 한 생존자의 이야기에서도 "그나마 샤워장에서 끝을 본 사람들은 나았어. 살아남은 사람들은 산 채로 무덤 속으로 뛰어들어야 했거든."이라고 말한다.

이 유독물의 특허권을 소유하고 전쟁 중에 제조해 납품한 독일의 화학 카르텔인 이게파르벤은 전후 연합국에 의해 사라졌다. 당시 세계 시가총액 4위의 카르텔이었다. 카르텔이라는데서 알 수 있듯, 카르텔을 설립했던 주요 기업들은 전후에도 세계 굴지의 화학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BASF[5], 아그파, 바이엘[6], 획스트[7]등이 해당 기업.

개발자 가운데 한 사람인 브루노 테슈[8]와 이 물질을 대량 학살로 쓰도록 한 기술자 칼 바인바허는 전후 영국군에게 체포되어 헤이그 육전 조약 제46조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고, 이후 군사 재판에서 사형 판결을 받은 후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럼에도 홀로코스트 허구설을 주장하는 자들은 아우슈비츠에서 이것을 쓰지 않았다고 우겼는데 1994년 크라쿠프 법의학 연구소가 한 실험에서 실제로 이것을 썼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걸 만드는데 관여했던 Degesch라는 회사는 다른 회사로 합병되었지만 브랜드로는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지만 지금도 생산 중이다! Degesch의 후속 회사인 Detia-Degesch와 체코 회사인 Adezin 두 회사가 생산하고 있다. 다만 이제는 이름을 바꿔서 "Cyanosil" 또는 "Uragan D2"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 물론 용도는 원래 목적인 살충제 및 구서제이다. 선박이나 대형 창고 등 일일히 관리하기 어려울 만큼 넓거나 복잡한 구조를 가진 장소에서 곤충이나 작은 동물을 빠르고 확실하게 조지는 데에는 사이안화수소 만한 물건이 없기 때문에 아직도 꾸준히 수요가 있는 물건이다. 기계 장치와도 반응하지 않고 빨리 증발해버리기 때문에 소독이 끝난 뒤 뒷처리도 용이하고. 당연하지만 현재 생산되는 물건은 위에서 말한 경고제를 넣어서 판매한다.

치클론 B의 미친 존재감에 가려져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치클론 A"라는 물건도 있긴 했다. 이 녀석은 물과 반응해야 사이안화수소를 뿜어냈기 때문에 사용하기 많이 번거로웠고, 제1차 세계 대전 때 전쟁무기로 쓰였기 때문에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사용이 금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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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ift는 영어로는 '선물'이란 뜻이지만 독일어로는 '독'이라는 뜻이다. 일종의 거짓짝인 셈. 덧붙여서 독일어로 선물은 Geschenk.[2] 정확히는 클론 라고 읽는다. IPA 기호로 쓰면
[tsykloːn ˈbeː]
[3] 물론 저걸 만들 당시 하버는 자기 친척들이 자기가 만든 독가스로 학살당할 거라고는 꿈에서도 생각 못했던 상황이었다. 사실 프리츠 하버는 문서에서도 나와있듯이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자각이 없었다. 당시 많은 유대인들은 유대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지 않았다.[4] Warning Agent. 특유의 냄새나 최루 작용 등으로 무색무취한 독성물질, 혹은 위험물질의 존재를 알리고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물질. 흔히 접할 수 있는 예를 들자면 본디 무색무취인 도시가스에 냄새나는 메르캅탄을 집어넣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휘발유에 넣는 착색제, 농약에 넣는 구토제도 같은 목적.[5] 라인 공업지대를 대표하는 화학기업[6] 아스피린, 바이엘 레버쿠젠으로 유명한 거기 맞다[7] 현재는 인수합병을 거듭하여 사노피-아벤티스[8]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직접 만들고 생산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위 사진에서 (Tesch) &\ Stabenow라고 쓰여 있고 깃발 모양 무늬가 있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이 회사는 다른 이게파르벤 관련 기업들과 달리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