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파 임페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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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파 임페노르
Califa Impenor

파일:칼리파.png
파일:공작가 참살 사건.jpg
첫 등장
공작가 참살 사건 당시
파일:스티그마.jpg
파일:살육의 스티그마.jpg
평소 모습[1]
살육의 스티그마

프로필
이름
칼리파 임페노르
연령
불명
가족 관계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2]
신분
임페노르 공작 영애 → 임페노르 공작
기타
살육의 스티그마 보유

1. 개요
2. 대사
3. 작중 행적
3.1. 회귀 전
3.2. 회귀 후
3.2.1. 회귀 직후
3.2.2. 초반
3.2.3. 음독 사건
3.2.4. 황실 자선 연회
3.2.5. 실종 사건
3.3. 외전
3.4. 특별 외전



1. 개요[편집]


<적기사는 눈먼 돈을 좇지 않는다>의 등장인물. 임페노르 공작가의 영애. 백금발, 유리색 눈동자를 가진 미녀다. 살육의 스티그마[3] 소유자로 항상 검은 상복 드레스에 검정 베일을 쓰고 다닌다.

참극으로 몰살당한 임페노르가의 유일한 생존자. 비운의 공작 영애. 복수의 화신. 상복의 참살자.

공작가 습격 사건으로 인해 가족들을 모두 잃었다. 다행히 칼리파는 습격 당시 오페라를 보러 가 있었기에 참사는 피할 수 있었으나 오페라가 취소되어 집으로 돌아오니 가족들이 모두 죽어있는 충격과 공포의 광경을 보게 된다. 칼리파를 발견한 침입자들 역시 그녀를 죽이려 들었으나 이 때 칼리파의 등에 살육의 스티그마가 나타나고, 검 한 번 쥐어본 적 없는 공작 영애는 그렇게 침입자들을 모두 도륙한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상복과 미사 베일을 벗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이후 임페노르 공작가의 방계 가문들은 공작가의 일원들을 침입자가 아닌 그녀가 죽인 것이 틀림없다며 누명을 씌워 그녀를 끌어내리려고 했고, 그녀는 결국 공작가에서 쫓겨나게 된다.

공작가에서 쫓겨난 그녀는 습격 사건의 범인을 잡아 죄를 묻기 보다는 범인을 직접 죽이는 쪽을 택했고, 제르멜이 그녀에게 입단 권유를 하자 그녀는 고민 끝에 유디트의 말[4]을 듣고 마음의 결정을 내린다. 칼리파는 가족의 목숨 위에 '복수'라는 가치를 놓았고 흑기사단에 들어갔다.


2. 대사[편집]


제안을 한 건 제르멜 단장이지만, 내 등을 밀어준 건 유디트니까.


네가 나와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난 변함없이 너의 친구야.[5]


당신이 날 데리고 떠난다면...... 떠나서 내 팔다리를 자유롭게 풀어준다면. 나는 주저 없이 목을 맬 거예요. 당신과 함께 살 바에야 그렇게 할 거야. 죽는 건 내 자유잖아. 그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



3. 작중 행적[편집]



3.1. 회귀 전[편집]


회귀 전 칼리파는 일족의 복수를 위해 제르멜의 스카우트를 받은 유디트와 함께 흑기사를 선택했고, 임무를 위해 오랜 시간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리고 몇 년 뒤 유서도 남기지 않은 채 자살했다. 이유는 불문.[스포일러]


3.2. 회귀 후[편집]



3.2.1. 회귀 직후[편집]


회귀 직후 칼리파는 친구들과 입단할 기사단을 고민한다. 그녀는 백기사단에 들어갈 것이라는 레이먼에게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며 일침을 날렸고 자신은 흑기사단에 들어갈 것이라고 의사를 밝혔다.

유디트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칼리파는 무작정 걷는 유디트의 뒤를 묵묵히 따라갔다. 칼리파는 혼란스러워 보이는 유디트에게 괜찮냐고 물었고, 괜찮지 않은 것 같다고 답하는 유디트가 혼란을 다스릴 때까지 가만 기다려주었다. 그녀는 유디트가 묻는 것에 침착하게 대답해주었다. 오늘 날짜와 기사단 입단 결정까지 남은 시간, 바닥을 기는 유디트의 평판까지. 대답을 들은 유디트의 눈이 흔들리고 울 것 같이 변하자 칼리파는 유디트의 팔을 덥석 잡아 상냥하게 말해주었다.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나는 네 편이라고. 곧이어 흑기사단에는 입단하지 않겠다는 유디트에 진심이냐 물었다. 유디트의 눈에는 확고함이 담겨 있었고 칼리파는 의아해했다. 칼리파는 말주변이 없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칼리파의 진심에 유디트는 감정에 북받쳐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칼리파는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길래 이러는 건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때가 되면 말해주겠거니 싶어, 질문 대신 자신이 검은 손수건을 건네주었을 뿐.

그날 밤, 비올레와 함께 유디트의 방으로 찾아가 한 방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유디트가 움직이는 소리에 잠에서 깼고 청구서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무릎을 모아 고개를 숙인 유디트를 조용히 보듬어주었다.

3.2.2. 초반[편집]


훈련소 생활을 끝낸 칼리파는 친구들과는 달리 홀로 흑기사단에 입단한다. 흑기사는 흑기사 전용 숙소를 쓰는 것이 원칙이라 비올레, 유디트와 함께 지내던 숙소를 퇴실 처리했다. 점심 휴식 시간에는 그들을 보러 연무장에 오기도 했다.

이후 비올레의 훈련을 도와주는 유디트를 보러 적기사단 연병장에 방문했다. 루이가 그녀를 보고 공대하며 인사를 했으나[6] 칼리파는 공대할 필요 없다며 거절했다. 곧이어 그들을 탐탁치 않아하던 프레릭을 포함한 상급 적기사들이 시비를 걸어왔고[7], 동시에 치마에 거적때기 뒤집어쓴 주제에 기사나며 그녀를 모욕했다. 루이가 칼리파를 변호하려했으나 프레릭은 개의치 않았다. 싸우는 소리를 들은 유디트가 으름장을 놓고 페온이 그들에게 양파를 가지러 가자면서 싸움은 일단락되었다.


3.2.3. 음독 사건[편집]


유디트와 외출을 나갔다가 커틀릿을 사 온 비올레는 칼리파에게도 나눠주기 위해 그녀를 찾았다. 하지만 칼리파는 상태가 영 좋지 않았고 그녀는 급히 유디트를 불렀다. 유디트는 회귀 전 겪었던 흑기사단에서의 기사 생활을 떠올리며 칼리파의 상태를 살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 헐떡이는 숨소리, 불규칙한 숨 속에서 나는 메스꺼운 냄새. 그 냄새를 맡자마자 그녀는 칼리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했다. 유디트는 비올레에게 레몬과 물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유디트는 침대에 걸터앉아 칼리파의 베일을 벗겼고[8], 칼리파의 의식을 확인했다.[9] 유디트는 서랍에서 바늘을 꺼내 칼리파의 열 손가락을 땄다. 칼리파의 손에서 검붉은 피가 울컥 쏟아졌고, 유디트의 예상대로 칼리파는 독을 먹었다는 게 확실해졌다. 칼리파가 먹은 것은 무색무취의 마비 독을 가진 아리마 열매[10]로, 섭취하면 특유의 메스꺼운 냄새가 난다. 15분 후 비올레가 레몬과 물을 가져오자, 유디트는 레몬의 가장 연한 부분을 칼리파의 입안에 물려주고 물을 흘려보냈다. 이윽고 1시간 뒤, 칼리파의 독은 완전히 해독되었으며 그제야 둘은 한숨을 놓았다. 둘은 흑기사단의 숙소로 돌아가려는 칼리파를 눕히며 자고 가라고 권했고, 칼리파는 반강제로 비올레의 침대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3.2.4. 황실 자선 연회[편집]


광룡 폭주 사건이 진압된 후 열린 연회가 열렸다. 너도나도 연회장에서 춤을 추고 광룡 폭주가 무사히 진압된 것에 대해 찬사를 내뱉던 중, 정원에서 감정 섞인 실랑이가 들려왔다. 즐겁게 파티를 즐기고 있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소리를 들은 유디트는 정원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정원에서는 칼리파와 2황자 에드워드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녀는 빈정거리며 에드워드에게 약혼 관계는 예전에 끝났다고 말했다. 그녀는 누가봐도 날이 서 있는 상태였다. 유디트는 당혹을 감출 수 없었다. 이에 에드워드는 미련이 아니라 그녀를 돕고 싶은 것이라 말했고, 칼리파는 조롱 섞인 웃음을 내뱉었다. 억눌린 분노가 조금씩 새어나왔고, 그녀는 에드워드에게 마음 속에 쌓아 놓은 원망을 토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칼리파의 부모와 동생이 모두 죽었을 때, 칼리파에게 남은 것은 약혼자인 에드워드밖에 없었다. 그녀는 황자궁으로 찾아가 제발 도와달라며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칼리파가 거지처럼 황자궁 밖으로 쫓겨나는 동안 그저 기다려 보라고만 했다. 그녀는 끝까지 그를 믿었건만 들려온 것은 파혼 소식이었다. 에드워드가 파혼을 선언한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에 이르러, 에드워드는 칼리파에게 자신이 도와줄 테니 흑기사단을 나오라고 말했고, 칼리파는 거절했다. 타인을 향한 원망 가득한 한 마디 한 마디는 섬뜩하기까지 했다. 그리고는 파혼한 그보다 자신을 황자궁 밖으로 끌어냈던 제르멜이 훨씬 낫다고 소리쳤다. 두 사람은 잔뜩 흥분해 유디트의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항상 잔잔한 호수같은 분위기의 칼리파와 낮고 무덤덤했던 2황자. 두 사람이 이렇게 흥분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살인이라는 단어를 끔찍하게 여겼던 칼리파가 흑기사단에 굴러들어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공작가 참살 사건의 주범을 찾기 위해. 그리고 그곳에서 버텼던 이유도 단 하나다. 점점 세간이 잊어가는 참살 사건의 범인을 끝까지 추적하기 위해. 그런 그녀에게 제르멜은 범인을 찾아 죽이라며 뒷수습은 모두 자신이 해줄테니 흑기사단에 들어오라 권한다. 절박했던 칼리파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었고, 그녀는 아직도 그 지옥 속에서 발버둥치고 있었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칼리파를 보며 인내심이 바닥난 에드워드는 다시 약혼해 주겠다며 칼리파의 손목을 우악스럽게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칼리파가 놓으라며 몇 번이고 소리쳤으나 그는 듣지 않았고 결국 풀썩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들은 유디트는 엿듣는 것을 멈추고 달려갔다. 유디트를 발견한 에드워드가 성가신 기색을 숨기지 않고 축객령을 내렸지만, 유디트는 에드워드의 행동을 비꼬았다. 그리고 그가 화를 내기도 전, 칼리파가 붙잡힌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얼굴을 일그러뜨린 그는 유디트에게 돌아가라며 소리쳤지만 도리어 칼리파가 그에게 소리쳤다. 손목이 자유로워진 칼리파는 에드워드에게 돌아가야 할 사람은 당신이라며 유디트 쪽으로 다가갔고, 유디트는 재빨리 칼리파를 등 뒤로 숨겼다.

에드워드는 이를 갈며 나중에 다시 오겠노라 으름장을 놓았다. 동시에 유디트를 씹어 먹을 듯 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발걸음 소리가 점차 멀어지자 칼리파는 그제서야 차분함을 되찾았다. 유디트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등을 돌려 칼리파에게 2황자가 정말 약혼자였는지 물었다. 그러나 칼리파는 고개를 저으며 옛날 일이라 부정했다. 그녀의 베일이 고갯짓을 따라 흔들렸다. 그녀는 사람이 한 번 커다란 일을 겪고 나면 다른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며 2황자와 약혼한 것도, 파혼당한 것도 모두 옛날 일이라 말하며 유디트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며 주저앉았다.[11] 칼리파는 유디트에게 벌벌 떠는 손을 내밀며 손을 잡아달라 부탁했고, 유디트는 칼리파의 검은 장갑을 벗겨낸 다음 손을 잡았다. 그녀는 자신이 세상에서 버림받은 것 같다고 한탄했다.

그녀는 유디트에게 자신의 감정을 아낌없이 털어놓았다. 언뜻 들으면 독백처럼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텅 빈 상자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남은 건 복수밖에 없다며 또다시 다짐했다.


3.2.5. 실종 사건[편집]


베르크스 수성전으로 바쁜 유디트에게 편지가 한 통 날아오는데, 그 편지에는 수도의 소식이 적혀 있었다. 눈을 뜬 이세에피나 오스카 베리타스 2황녀. 칼리파 임페노르 실종.

시작은 칼리파가 에드워드 2황자의 궁에 들른 것부터였다. 흑기사단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녀에게는 두 가지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첫 번째는 배속 변경 통보였다. 유디트의 부탁을 받은 올가 오스카 베리타스 황녀가 칼리파를 청기사로 들이겠다는 임명장을 보냈고, 두 번째는 에드워드의 편지였다.[12]

과거 임페노르 공작가 습격 사건이 일어나기 전, 그녀와 에드워드는 약혼한 사이였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했으며 에드워드는 칼리파를 위해서라면 계승권을 포기하고 공국으로 독립할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습격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칼리파가 도와달라며 자신을 찾아왔을 때, 그녀를 내쳤고 그들의 사랑도 그곳에서 멈추게 되었다.

칼리파는 에드워드의 편지를 태우려 했으나 차마 그러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랑했었던 사람의 편지였으니. 칼리파가 에드워드의 궁에 도착하자 시종들은 허둥지둥 그녀를 내실로 안내했다. 칼리파와 동행한 비올레도 함께. 오랜만에 온 에드워드의 궁은 그녀가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어느 곳을 보아도 그와의 추억이 선명했다. 자신을 내친 그가 원망스럽고 야속했지만, 어떻게든 저를 붙잡기 위해 편지를 보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어지러웠다. 자신이 에드워드의 궁까지 온 것도 감정의 잔재 때문이었으니까.

내실을 돌아다니던 칼리파는 그녀가 에드워드에게 직접 조향해 선물한 히비스커스 향수와 향수를 담았던 나무 보관함을 발견했다. 에드워드는 향에 민감한 그녀와 달리 무슨 향이든 좋다는 말을 하며 칼리파의 얼굴을 빤히 보았고, 칼리파는 그런 에드워드가 재밌어서 코가 마비될 때까지 취미로 만든 향수를 들이댔다. 향수란 본디 취향이 아니라면 손도 대지 않는 물건이다. 그런 물건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것은 그의 미련을 의미했다. 향수를 내려놓고 나무 보관함을 집어든 칼리파는 익숙하게 레버를 세 번 당겨 열었고[13], 그 안에 들어있던 사랑의 연문을 펼쳐보았다. 그러나 보관함에 든 것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정체 모를 검붉은 액체가 담긴 병 몇 개와 로제타어로 된 편지.

공녀 칼리파는 식견을 넓히기 위해 로제타어를 배웠었고, 회화나 작문은 어려울지언정 편지 따위는 술술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편지의 내용은 가히 상상도 못할 내용이었다.

황녀. 용. 마법진. 파기. 계획. 변경. 지원금. 신전. 전쟁.

비올레는 칼리파의 안색을 보고 의아한 얼굴로 다가왔다. 그녀는 황량한 마음과 달리,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곧바로 깨달았고, 편지를 비올레에게 쥐여주며 자기 대신 올가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그걸로는 부족하다 생각되었는지 보관함 속 내용물을 몽땅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가지 않으려는 비올레를 보며 칼리파는 경령이 일어날 것 같은 얼굴로 애써 웃었다. 칼리파는 오팔궁으로 곧 따라갈 테니 어서 가라고 비올레의 등을 떠밀었다.

비올레가 나가자마자 문이 열렸고, 칼리파는 재빨리 옷장 속으로 숨었으나 그녀의 상복 드레스 끄트머리가 여닫이 문틈에 끼고 말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알베르트 1황자와 에드워드 2황자였다. 둘은 말다툼을 하며 들어왔고 알베르트가 에드워드를 추궁하며 에드워드의 죄를 물었다. 알베르트는 에드워드의 옛 연인 칼리파까지 들먹이며 에드워드를 몰았고 눈이 돌아간 에드워드는 촛대로 알베르트의 머리통을 수차례 내려찍었다. 이를 문틈으로 지켜보던 칼리파는 공포에 질려 필사적으로 숨을 막았다. 에드워드는 알베르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는 머리를 거칠게 쥐어뜯었고, 누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내실 문을 꽉 잡은 채 제르멜을 데리고 오라며 소리쳤다. 시종은 보통 화가 난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칼리파를 다른 곳으로 모실지 물었다. 어리둥절한 에드워드는 시종에게 되물었고, 시종은 칼리파가 에드워드의 편지를 받고 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에드워드는 푸른 눈을 번뜩이며 시종을 물렸고, 짐승처럼 내실을 탐색했다. 그러다 흐트러진 나무 보관함을 발견했고, 보관함 속 내용물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 발광하듯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소리 질렀다.[14]

에드워드가 금고에 숨겨둔 용의 피까지 사라졌는지 확인하는 순간, 제르멜이 내실의 문을 두드렸다. 내실로 들어온 제르멜은 알베르트의 시신을 보고는 비아냥거렸고, 커튼을 잡아뜯어 시신을 가렸다. 에드워드는 제르멜에게 누군가 칼리파를 사칭해 편지를 가져갔다고 소리쳤고, 제르멜은 데샹에게서 약탈해온 전지의 스티그마를 이용해 편지를 가져간 범인을 보았다. 이윽고 제르멜은 에드워드에게 축하의 인사[15]를 건네며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옷장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제꼈다. 옷장 속에서 칼리파는 기절도 마음대로 못한 채 숨죽여 울고 있었다.

에드워드는 기절한 칼리파를 안아들고 자신의 궁과 신전 지하로 연결된 통로를 내달렸다. 정신을 차린 칼리파가 몸을 들썩였지만 손발은 묶여있었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져 있었다. 에드워드는 단검으로 자신의 손가락에 피를 내어 마법진을 발동시켰고, 로제타로 갈 준비를 했다. 칼리파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재갈 때문에 입가가 쓰린 것이라 생각한 그는 재갈을 풀어주었다. 칼리파는 차가운 목소리로 에드워드에게 물었다. 지하 통로에 쌓아둔 돈을 가지고 로제타로 갈 거라는 에드워드에게 제국을 팔아먹을 만큼 많은 돈만 있으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건지, 1황자를 때려죽인 일이 없어지는 건지, 자신의 가족들도 그가 죽인 건지. 여러 가지를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전부 제르멜이 한 짓이라는 것이었다.[16] 칼리파는 에드워드에게 비겁하다며 비난했다. 미련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이제는 공포만이 남아 그녀를 짓눌렀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칼리파를 집착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진저리 치는 칼리파를 무시하며, 소중하게 그녀를 껴안았고,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발버둥치던 칼리파는 묶인 양손에 단검 자루가 닿은 것을 느꼈다. 여기서 칼리파는 왜 자신에게 살육의 스티그마가 생긴 것인지 알아차렸다.[17] 그녀는 에드워드의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들어 발목의 결박을 잘라내고, 에드워드와 대치하며 뒷걸음질쳤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자신만만하게 걸어와 칼날을 맨손으로 쥔 뒤, 단검을 던져버렸다. 그녀는 에드워드를 죽이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죽이지 못한다면 자신이 죽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한 칼리파는 처음으로 목 매는 법을 떠올렸다. 지치고, 원통한 상황에서 헤어날 방법은 죽음뿐이라고 생각한 칼리파는 에드워드에게 "당신이 날 데리고 떠난다면...... 떠나서 내 팔다리를 자유롭게 풀어준다면. 나는 주저 없이 목을 맬 거예요. 당신과 함께 살 바에야 그렇게 할 거야. 죽는 건 내 자유잖아. 그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라고 말했다.

그 순간, 황금빛 에테르가 칼리파와 에드워드의 사이를 갈라놓듯 지면을 세차게 긁었다. 칼리파는 에드워드의 손을 뿌리치며 유디트에게 달려갔다. 유디트는 에드워드에게 현실을 말해주며 단념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반성은커녕 오히려 유디트에게 못 본 척 하라며 바들바들 떨었다.[18] 그는 유디트에게 제국을 팔아넘길 돈을 주겠다며 설득했으나, 그것은 유디트의 화만 돋울 뿐이었다.

그때, 마법진이 빛나더니 기류와 셴이 튀어나왔다. 퇴로가 완전히 막힌 것을 알아차린 에드워드는 유디트 쪽으로 몸을 날리며 칼리파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번개처럼 달려온 기류가 그의 몸을 걷어찼다. 키야 유디트 위험할 뻔하니 바로 튀어나가는 것 보소. 기류에 의해 바닥을 뒹군 에드워드가 절절하게 칼리파의 이름을 불렀고, 칼리파는 그를 외면했다. 수년 전 그가 그녀를 외면했던 것처럼. 에드워드는 제 눈빛을 피하는 칼리파를 마주하고서야 현실을 받아들였다.

사건이 종결되고 임페노르 가의 비극의 진상이 만천하에 공개되자 공작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칼리파를 다시 후계자로 받아들였다. 허나 그것만으로 상처입은 칼리파의 마음을 되돌릴 리가 없었다. 칼리파는 후계자가 되는걸 거부했고 유일한 후계자가 사라진 임페노르 공작가는 빠르게 입지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칼리파는 자신의 미래를 되찾기위해 움직였다.

3.3. 외전[편집]


외전에서 칼리파는 지방 할머니댁에 내려가 있었다. 그곳에서 루이가 추천해준 상담 선생님과 함께 상담을 받았고, 심심할 때마다 향수를 만들며 지냈다. 그러던 중 할머니가 저택을 처분하게 되면서 수도로 올라오게 되었다. 소식을 들은 유디트와 비올레, 레이먼, 루이는 리본 축제[19][20] 때 칼리파가 향수를 파는 것을 도와주기로 한다.[21]

수도로 올라온 칼리파가 비올레에게 리본 축제를 통해 윌리엄이 얻은 정치적 이득과 여론을 읊어주는 동안 비올레는 짜게 식어갔다. 칼리파는 그런 비올레를 발견하고는 민망함을 감추지 못하며 사과했다. 이에 비올레는 칼리파에게 심심했느냐며 이해했다.

두 사람은 수레형 가판대에 향수를 세우고 주변을 리본으로 장식했다. 그러나 유디트가 그렇게 세워 두면 손님이 잡고 훔쳐 갈 수도 있고, 누가 가판대를 치고 가면 향수병이 떨어져서 깨질 수도 있다며 눕혀서 깔아놓자고 권했다. 칼리파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워두면 잘 보이니 좋을 줄 알았단다. 칼리파는 축제를 준비하며 새삼스레 감탄했다. 지방에서 보내던 밤은 매번 조용해서, 이렇게 곳곳에서 들뜬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은 오랜만이라 들뜨기도 했다. 직접 만든 향수를 파는 것도,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것도 기쁘고 즐거웠다.

준비가 끝난 가판대를 내려다보니 꽤 그럴듯했다. 리본으로 장식된 향수는 한데 모여 각자의 향을 은은하게 내뿜고 있었다. 비올레는 기지개를 펴며 뿌듯하게 웃었고, 그런 친구를 바라보는 칼리파도 따라 웃었다. 곧 칼리파는 무언가를 찾더니, 예쁘게 포장한 선물 상자 하나를 비올레에게 내밀었다. 상자는 비올레의 머리칼과 눈동자를 연상시키는 푸른빛이 도는 보라색 리본이 매어져 있었다. 상자 속에는 칼리파가 직접 만든 향수가 있었고, 향수병에도 상자와 똑같은 색 리본이 달려 있었다. 칼리파는 비올레와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한 향기를 조합했다며 향기가 취향이 아닐 수 있다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녀는 아침에 핀 수선화처럼 곱게 웃어보였고 비올레는 크게 감동했다는 얼굴로 향수를 받아들었다. 칼리파는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다면 더 예쁘게 준비할 걸 그랬다며 소소하게 반성했다. 손부채질로 향기를 맡아본 비올레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리고는 칼리파에게 자신과 같이 살자며 와락 껴안았다. 그때, 심부름을 갔다가 돌아온 유디트가 비올레와 칼리파를 보고 연애질하는 거냐며 못마땅해했다. 이에 유디트와 비올레가 자기도 끼워달라, 네가 끼면 질척한 삼각관계가 된다, 자긴 쌍방향 순정이 좋다며 다투기 시작했다.백합백합 이를 보던 칼리파가 상냥하게 술 마셨냐며 묻는 게 압권.

유디트와 비올레가 옥신각신하는 사이, 유디트는 비올레가 꼭 쥐고 있는 선물 상자를 보고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칼리파가 자신의 선물도 준비했다는 데에 30만 골드를 걸겠다고 외쳤다. 칼리파는 짧게 갈등했다. 당연히 준비했지만, 없다고 했을 때 유디트가 토라지는 모습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유디트의 성질을 돋워도 혼나지 않을 소수의 인물 중 하나였다. 결국 장난기가 발동한 칼리파는 비올레를 껴안으며 둘만의 비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칼리파의 예상과는 다르게 유디트는 정말 상심한 얼굴을 하며 시무룩해졌다. 연기임을 간파하지 못한 칼리파는 깜짝 놀라며 선물을 건네주었고, 유디트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선물 상자를 받았다. 유디트의 상자에는 노란색과 상아색 레이스 리본이 달려있었고, 리본은 유디트의 마음에 꼭 들었다. 유디트와 비올레는 칼리파가 알려준대로 향수를 뿌렸다. 그러자 두 향기가 마구 섞여 한동안 코가 아팠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 뒤, 유디트는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자신도 삼각관계에 끼워달라고 말했다. 우와 이거 기류가 알면 진짜 기절할 소린데. 비올레는 그럼 사각 관계가 되는 거냐며 다른 이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넘겼다.

세 사람은 가판대 꾸미기를 마무리하고, 손님에게 시향용으로 향수를 뿌려줄 용도로 쓸 흰 종이로 꽃을 접었다. 이윽고, 근무를 끝낸 레이먼과 루이가 합류했다. 본격적으로 판매를 하기 위해 비올레는 종이 봉투에서 정체불명의 물건을 하나 꺼냈고, 유디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비올레가 준비한 것은 토끼 귀가 달린 유행 지난 모자였다. 결국 유디트는 강아지 귀 머리티를 한 레이먼과 함게 가판대 수레를 끌고 홍보에 나섰다. 비올레는 수레를 쫓아온 아이들에게 종이꽃을 나눠주었고, 칼리파는 그 꽃에 향을 입혀주었으며, 루이는 거스름돈을 책임지고 맡았다. 칼리파가 만든 향수는 가격이 비싼 편이었으나, 축제 분위기에 들뜬 사람이 많아서인지 기대 이상으로 팔렸다.

왁자지껄한 축제 전야제를 보며 칼리파는 잠시 상념에 잠겼다. 그녀는 아직도 종종 에드워드를 생각했다. 그가 좋아하던 히비스커스 향을 맡을 때면 지난의 악몽이 되살아나 울음을 그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좋아했던 향료를 잔뜩 써서 향수를 만들었다. 향료가 모조리 동이 나도록,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향처럼 자신의 잡념도 사라지기를 바라며 더 떠오를 일이 없도록 만들고 또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향수가 하나둘 팔릴 때마다 그녀는 후련함과 섭섭함이 교차했다. 그녀는 아픔에서 마냥 도망치는 법을 몰랐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곳이 그녀가 있어야 할 자리고, 돌아오길 잘했다는 것. 둘 뿐이었다.


3.4. 특별 외전[편집]


칼리파는 지방에 있는 할머니의 저택과 수도에 있는 자신의 저택을 오가고 있었다.[22] 근래에는 할머니의 임종이 다가오고 있는 지라 지방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으나, 지방에 있을 때는 직접 조향을 하며 향수를 만들고[23], 수도에 있을 때는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간단한 동화책을 쓰곤 했다.

그녀는 르왈흐메이 후작 부인이 된 유디트의 초대를 받아 르왈흐메이 저택에 방문하기로 했다. 지방에서 지내던 중 그녀가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다며 유디트에게 편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유디트는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칼리파가 직접 도움을 요청할 정도라면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문제일 게 분명하다며 두말없이 답장을 썼다.

황궁으로 출근한 유디트는 이든에게 임페노르가의 마지막 상속 재판이 다음 주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임페노르 공작가 참살 사건의 범인이 칼리파가 아닌 제르멜이라는 것이 밝혀진 뒤, 칼리파는 가문의 후계자로 다시금 인정받았다. 오명을 벗은 칼리파였으나, 그녀는 부모의 유산과 사업체 일부를 물려받기만 하고 가문을 잇는 것은 거부했다.[24] 이는 생각보다 큰 문제였다. 공작가는 개국 공신 가문으로 황가 이상으로 정통성에 구애되는 가문이다. 오점으로 남은 그녀가 실은 무결하다는 게 밝혀지자, 지금이라도 칼리파를 설득해서 공작위에 앉혀야 한다는 주장과 새로운 후계자를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공작가 내부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공작가의 위세는 온데간데 없었고, 누굴 후계자로 삼아도 칼리파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오죽하면 칼리파의 이름이 신문에서도 자주 나올 정도였을까. 사태가 대화로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귀족 재판이 열린 것이다. 재판은 한쪽의 불복으로 상고의 상고를 거듭해서 결국 최종심까지 왔다. 어긋난 톱니바퀴처럼 임페노르 공작가의 혼란은 상당했다.

그러나 최종 재판을 앞두고 후계자의 증표인 가주 반지와 도장을 도난당했다. 이든은 칼리파를 다시 공작가로 모시자고 주장하는 쪽에서 벌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를 알게 된 반대파는 임페노르 공작가의 가주 반지와 도장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는 안 될 말이었다. 가문의 주인임을 뜻하는 가주 반지와 가문의 결정을 뜻하는 도장은 저택에 불이 나서 속옷 바람으로 나올 때도 챙겨오는 물건이다. 그걸 얼빠지게 도둑맞은 것도 모자라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것은 다른 가문에서 후계자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너도나도 나서서 도장을 무효화해 달라고 할 수 있는 건덕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든은 칼리파가 가주 반지와 도장을 가지고 있는데 유디트에게 물어봐달라고 부탁했다. 이든이 직접 물어보기엔 황실이 칼리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주었기 때문이었고, 유디트는 가볍게 수락했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유디트는 칼리파의 저택으로 향했다. 칼리파의 저택 근처에는 놀이터가 있었고, 그곳을 지나던 유디트는 친구들과의 추억을 회상했다.[25]

칼리파의 저택에 도착한 유디트는 저택 문의 문고리와 걸쇠가 망가진 채로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고 조심스레 저택 안으로 발을 들였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저택에서 그녀는 자연스레 캅자루에 손을 얹었고, 인기척을 느낀 유디트가 번개처럼 검을 뽑아 휘둘렀다. 둔탁한 쇠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고, 유디트는 자신을 공격한 사람이 칼리파가 아님을 확신했다.[26] 칩임자와 몇 합을 겨뤘을까, 그녀는 죽이는 것보다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27] 유디트는 순식간에 침입자를 제압했고, 그의 품 속에서 튕겨져 나온 반지 하나를 발견했다. 유심히 반지를 보던 유디트는 많이 본 문장에 기억을 더듬었다.

제압당한 침입자는 자신의 이름이 레녹스라는 것과 동시에, 임페노르 공작가의 기사라고 밝혔다. 유디트는 심문 끝에 레녹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밧줄로 묶어두기로 결정했고, 겁에 질린 레녹스는 칼리파 아가씨를 뵈러 왔다고 실토했다. 그리고 문은 자신이 오기 전에 이미 부서져 있었다고 말했다.[28] 유디트는 레녹스에게 도장의 행방을 물었고, 레녹스는 가주 반지와 도장을 훔친 것을 인정하며 도장은 칼리파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레녹스 역시 다른 이들처럼 칼리파를 범인으로 생각했으나 진상이 밝혀지면서 큰 충격을 받은 그는 모셔야할 영애 곁에 있어주기는커녕 방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품고 이를 속죄하기 위해 칼리파를 다시 공작가로 모시고 싶다고, 그녀에게 마음만 있다면 이번에야말로 그녀의 검이 되겠다 소리쳤다. 그러나 이미 루이와 레이먼이 칼리파에게 가문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했지만 칼리파는 임페노르의 성을 지고 있는 것은 부모님에게서 받은 것이기 때문이라며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녹스는 임페노르의 직계인 그녀가 어떻게 공작가와 무관할 수 있냐며 버럭 화를 냈다. 유디트의 눈빛이 싸늘해지며 레녹스의 정곡을 찔렀고 결국 그는 입에 재갈이 물렸다.

그때, 저택 바깥 문가 근처에서 여러 명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들은 임페노르 공작가의 기사였고 레녹스와는 반대의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들이었다. 도난당한 반지와 도장을 찾기위해 난입한 이들은 유디트가 반지를 보이자 도장의 행방을 추궁하지만 유디트는 대답 대신 이들이 칼리파 집의 자물쇠를 부순 이들이란 걸 확인한 뒤 다짜고짜 덤벼들었다. 빗속에서 유디트는 여섯 명의 기사를 철저하게 굴복시켰다. 순식간에 이들을 제압한 유디트는 이번 일로 불만이 있다면 흑기사단장 유디트 르왈흐메이를 찾으라는 말과 함께 또 이런일이 벌어진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자신들을 때려눞힌 상대가 구국의 영웅이란 사실을 알게된 여섯 기사들은 완전히 기가 죽어버렸다. 상황이 정리될 무렵 때마침 르왈흐메이 후작가의 마차가 올라왔다. 곧 마차에서 칼리파가 내렸고, 그녀는 마부를 통해 엇갈린 걸 알자마자 달려온 것 같았다. 유디트는 칼리파에게 가주 반지를 쥐어주며 자세한 이야기는 레녹스와 여섯 기사에게 들으라고 말해주었다. 상황을 짐작한 칼리파는 레녹스에게 왜 유디트를 돕지않았냐고 나무랐다. 유디트에게 결박당한 레녹스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었지만 유디트의 눈빛에 항변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 했다.

유디트와 칼리파는 레녹스를 데리고 르왈흐메이 저택으로 향했고, 칼리파는 꽁냥꽁냥한 르왈흐메이 후작 부부[29]를 보며 보기 좋다며 웃었다. 칼리파와 유디트는 레몬 티를 마시며 이야기를 본격적인 꺼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칼리파에게 마지막 작위 상속 재판에 참여해 달라는 편지가 물밀 듯이 밀려오고 있었다는 사실과, 공작가에서 직접 사람이 찾아왔다는 것. 그렇게 한창 정신없을 때, 우편으로 레녹스가 보낸 도장이 도착했단다. 안 좋은 예감이 든 칼리파가 곧장 유디트에게 연락했으나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현재 칼리파의 신분은 매우 애매했다. 작위를 거부했으나, 부모가 물려준 영지와 성을 가지고 있었으니 평민이 아니다. 상당한 재산을 가진 여성이지만, 기사나 경비를 고용하지 않고 혼자 지내는 시간도 상당했다. 유디트는 칼리파의 안전을 걱정했으나, 칼리파는 유디트가 걱정하는 점과 동시에 작위를 이를까 생각하고 있다며 편지를 보낸 이유를 밝혔다. 여전히 그녀는 자신을 쫓아냈던 임페노르 공작가가 원망스러웠다. 그때의 그녀가 바랐던 것은 작위나 재산 따위가 아닌 그녀의 결백을 믿어줄 가문, 그녀의 방파제가 되어줄 연인, 그녀의 무죄를 증명해 줄 기적이었다. 칼리파는 에드워드의 역거운 연극이 끝났으니 영원히 피해자로 남고 싶지 않다며 자신을 위해 보란듯이 잘 살아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이후 그녀는 새로운 임페노르 공작가의 가주로서 흑기사단장의 부관을 지원한 레녹스에게 추천서를 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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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소에도 기사단복이 아닌 검은 상복 드레스를 입고 검정 베일을 쓴 채로 활동한다. 이는 가족들이 괴한에게 살해당한 뒤, 절대 상복을 벗지 않겠다고 다짐한 결과로, 훗날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상복 드레스를 벗고 예복 차림으로 청문회에 참석한다.[2] 모두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이는 임페노르 공작가 참살 사건으로 불리며 칼리파가 흑기사단에 입단하는 계기가 된다.[3] 살육의 스티그마를 사용하면 사람을 거리낌 없이 죽일 수 있으며, 타인을 죽일 때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4] 피 값은 피 값으로 갚는 게 이치입니다. 반드시 복수하세요, 칼리파 경.[5] 회귀 직후, 어느 기사단에 입단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는 유디트에게 한 말이다.[스포일러] 사실 칼리파가 가지고 있는 살육의 스티그마를 빼앗으려 제르멜이 그녀를 죽이고 자살로 위장한 것이었다.[6] 루이 역시 귀족 출신이기에 귀족적인 예법이 몸에 배어 있던 탓이었다.[7] 요즘 신입은 연병장 구석에서 희희낙락하니 팔자가 좋다며 자기 때는 100미터 밖에서부터 선임이 보이면 달려와 칼인사를 했다며 빈정거렸다.라떼는 말이야[8] 평소라면 베일을 벗기긴커녕, 몸에 손대는 것조차 질색하던 칼리파가 잠잠했다.[9] 유디트가 자신의 말이 들리면 손가락을 두 번 굽히라고 하니 느리게 왼손 새끼손가락이 움직였다.[10] 아리마 열매는 마비 독 성분이 매우 강해서 엄지손톱만큼 먹어도, 성인 서넛이 열두 시간 가까이 나동그라질 정도인데 살구처럼 생겨서 뭣 모르고 먹었다가 목숨을 잃기 딱 좋다고 한다.[11] 훈련소 시절, 칼리파는 맨바닥에 앉는 것을 머뭇거리다가 비웃음을 샀었다. 그러나 이제는 황성의 한가운데에서 주저앉을 줄 알게 되었고 유디트는 이 변화가 썩 달갑지 않았다.[12] 사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에드워드를 사칭한 제르멜이었고 편지는 그가 쳐 놓은 덫일 뿐이었다.[13] 세 번 당겨야 열리는 이유는, 향수를 선물할 당시 에드워드와 칼리파가 키스한 횟수가 세 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번인 이유를 들은 에드워드는 "네 번으로 설정했어야지. 오늘 나머지 한 번을 할 건데."라고 개드립쳤다.[14] 나무 보관함을 여는 방법은 오로지 둘만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15] "축하드립니다, 황자님. 드디어 당신의 소원이 이루어졌군요. 언제나 꿈꾸셨지 않습니까, 그녀가 당신에게 돌아오기를"이라고 말한 것을 보아 전지의 스티그마로 칼리파를 본 것이 확실했다.[16] 에드워드가 황위에 오르길 바란 제르멜이 공국으로 독립하겠다는 에드워드의 말을 듣고는 다른 생각을 하면 주변인을 해칠 것이라는 협박의 의미로 임페노르 공작가를 도륙한 것이다.[17] 칼리파는 어린 시절 장난삼아 개미 한 마리 죽여보지 않은 자신에게 어째서 살육의 스티그마가 나타난 것인지 의아해했으나, 지금에서야 스티그마로 가족의 복수가 아닌, 제국의 악마를 죽이라는 의미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18] 이때 유디트는 칼리파의 취향이 고쳐 쓰는 사람인가 잠시 생각했다. 그래,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야. 그거 지지야, 지지.[19] 3황자 윌리엄이 자신의 대공위 임명식 날, 일일이 직접 고른 리본 151개와 150개의 선물을 준비했다. 그는 선물 하나하나에 손수 리본을 묶었다. 남은 리본 1개는 자신의 손목에 묶으며 자신의 아내인 세리아에게 자신이 선물이라며 스스로를 바쳤다. 3황자도 정상은 아니야 이후 수도의 온갖 물건에 리본이 달리기 시작했고, 대공이 된 윌리엄은 아낌없이 음식과 재화를 풀며 축제를 열기로 했다. 이 축제가 리본 축제라고 불리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20] 리본 사건을 들은 칼리파는 황위 다툼의 패배자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킨 결정적인 이벤트라며 영리한 방식이라고 정치적으로 해석한 반면, 유디트는 검집에 리본 달아도 되냐는 후임들 때문에 넌더리를 냈다.[21] 또한 칼리파는 리본 축제에서 향수가 많이 팔리면 향수 가게라도 열고 싶다고 했다. 이야 역시 공녀님 스케일[22] 칼리파는 오욕을 씻은 뒤에도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았다.[23] 리본 축제 때, 직접 만든 향수를 가판대에 진열해놓고 유디트, 비올레, 레이먼, 루이와 함께 팔았다. 꽤 비싼 가격이었지만 축제의 분위기 때문인지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24] 이를 들은 사람들은 그녀가 진정으로 복수하는 법을 모른다며 혀를 찼다. 적법한 후계자가 지금이라도 공작가로 돌아가서 작위를 받고, 저를 멸시했던 이들을 모두 쫓아내야 한다고, 최고로 잘나고 멋진 남편을 들여서 떵떵거리며 살아야 한다고 나불거렸다.[25] 아이들이 깔깔거리는 소리가 저택까지 들리자 소란스럽지 않겠냐고 칼리파에게 물었고, 그녀는 혼자서 조용히 지내는 건 해봤으니 이젠 괜찮다며 일부러 이곳으로 골랐다고 했다. 이 말은 들은 루이와 유디트는 입 다물고 걸레질을 했고, 레이먼과 비올레는 부지런히 가구를 옮겼다.[26] 유디트는 레이먼이라면 모를까 칼리파는 이런 장난을 칠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다.[27] 유디트 본인의 집이었으면 모를까, 그곳은 칼리파의 집이었기 때문이다.[28] 거짓이라면 자신의 귀를 자르겠다고 한 걸 보아 거짓은 아닌 듯 하다.[29] 유디트가 비를 맞으며 여섯 기사를 상대하느라 쫄딱 젖는 바람에 씻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기류가 칼리파와 레녹스를 맞이했다. 유디트는 기류에게 손님을 응대해줘서 고맙다고 했고 기류는 그녀의 볼에 키스를 하며 별 것 아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