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의 사생활

옷방에 세워진 전신거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서툰 가위질로 마구 잘라놓은 머리카락, 창백한 뺨과 깡마른 소년이 서 있었다. 다듬은지 오래돼 나선형으로 뻗은 손톱이 누르스름했다. 모공에 낀 거뭇한 때와 굵은소금처럼 머리카락에 달라붙은 각질, 똥 자국이 얼룩진 회색 팬티. 열여섯 살, 어쩌면 열여덟살. 나이조차 가늠할 수 없는 나는 그리마보다 흉물스러웠다. 이런 몰골로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었다. 쓸모 있는 인간이 되려면 습기를 떨거내고 건조한 세계로 뛰어들어야 했다. 서둘러 패딩을 걸치고 바닥에 널브러진 엄마 잠옷 바지를 끼워 입었다. 그런 다음, 베란다 창문을 열고 몸을 날렸다. 죽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란 생각뿐이었다.

<킬러의 사생활>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