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와 '틀리다'의 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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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구별
3. 설명
4. 문제점
5. 예시
6. 옛 혼용례
7. 원인
7.1. 일본어 잔재설
7.2. 의미론적 관점
7.3. 사회 영향설


1. 개요[편집]


자주 틀리는 한국어 단어로, 혼동해서 쓰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현대 표준어가 정립되고 교육수준이 크게 올라간 21세기 현대 한국에서도 이 2개를 혼동하는 사람의 비율이 청년보다 중년층 이상에선 여전히 높다. 두 단어 뜻이 다르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후에는 적잖이 줄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건 변함이 없는 상태이다.
  • 다르다: 같지 않다. (어떤 대상을) 비교할 때 쓰인다. 그러므로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을 때 쓴다. (같다)
  • 틀리다(=어긋나다): ①옳지 아니하게 되다. 잘못되다.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을 때 쓴다. 주로 판단할 때. (맞다) ②방향이 꼬이게 돌다. 나사나 열쇠 따위가 돌다. \'틀다'의 피동사.

영어로 하면 더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다. '다르다'는 'different'이고, '틀리다'는 'wrong'이다.

2. 구별[편집]


옳고 그름(正誤)을 가릴 수 있는 때에 '틀다'나 '틀렸다'를 쓰고, 그럴 수 없으면 '다르다'나 '달랐다'를 쓴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엄연히 서로 다른[1] 단어이며, '다르다'를 쓸 자리에 '틀리다'를 쓰면 틀리는[2] 것이다.[A]

더구나 '틀리다'와 '다르다'는 그 서술어로 만들 수 있는 문법 구조부터가 다르다. '틀리다'는 서술의 대상이 하나만 명기되어도 되지만, '다르다'는 서술의 대상과 그 비교 대상이 반드시 같이 명기되어야 된다. 두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명백하게 된다. '틀리다'의 완료상은 '틀려 있다'.

영어로 생각하면 \'err(not fit)'명사형 'error'와 \'different(not the same)'명사형 'difference'로 확연히 구별된다.

간단히 하여 \'틀리다' 자리에 \'잘못되다(wrong)'를 넣어서 의미가 통하면 올바른 사용이 된다.


3. 설명[편집]


'다르다'를 쓸 자리에 '틀리다'를 쓰는 일이 압도적으로 많고[3][4], 그 반대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반의어인 '같다'를 쓸 자리에 '맞다'를 쓰는 경우나 그 반대 역시 드물다. 국립국어원 국어사전에 '틀리다'가 '다르다'를 포함한다고 오해한 글이 있는데, 국립국어원에서는 '틀리다'를 '다르다'의 뜻으로 써도 된다고 한 적이 없다. 이는 사용자가 국립국어원 국어사전의 내용을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우리가 다르다는 뜻으로 '틀리다'를 사용할 때는 형용사로서 쓰는 것인데, 형용사로서의 '틀리다'는 국립국어원에서 절대적으로 부정하며, '잘못되다'의 뜻과 '틀어지다'의 뜻의 동사로서의 '틀리다'만 인정한다. 참고. 그러기에 시간별로는 '틀다'나 '틀렸다'를, '틀린'이 아닌 '틀리는'을 써야 맞 것도 있다. <맞다> 문서 참고.

국립국어원의 규칙과는 어긋나지만 실제 언중이 '틀리다'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내용을 혼동하는 일은 없다. 비교 대상이 있는 '틀리다'(예: 이 그림과 저 그림은 틀리다.)는 'different'의 의미를 가지며, 비교 대상이 없는 '틀리다'(예: 너의 대답이 틀렸다.)는 'wrong'의 의미를 가진다 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추가로 '다르다'의 어근인 '다르-'를 /달르-/로 발음하기도 하는데(달르고, 달르네 등), 이는 역형성인 셈이다.

4. 문제점[편집]


엄연히 다른 두 단어를 혼용하여 사용하므로

1. 기본적으로 각 단어의 의미를 살리지 못하는 문제.
  • 예를 들어 화자가 부사어 \'다르게'를 이용해 청자를 타인과 비교하여 칭찬해주려는 목적으로 말을 할때 잘못하여 "너는 James와는 틀리게 아주 잘했다!"란다면 올바른 서술이 아닐뿐더러 청자(제삼자 포함)는 '잘못하면서 잘했다.' 내지는 'James를 잘못되게 했다'고 오해할 수 있다.[5]
2. 잠재적으로 생각의 다양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6]


5. 예시[편집]


  • 올바른 예시
    • 다르다
      • 민수와 영수는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
      • 이건 차원이 달라![7]
    • 틀리다
  • 틀린 예시
    • '리보솜'과 '리소좀'은 틀린 거야 → '리보솜'과 '리소좀'은 다른 거야. (국어(교과) 예문)
    • 틀린 그림 찾기다른 그림 찾기[8]
    • 역시 우리는 틀려. → 상대방과 비교 우월함을 표현하면서, 스스로를 부정하는 아이러니.
    • 피부 색깔, 말은 모두 틀려도 → 룩셈부르크의 후반부 가사 중. 이 다음 가사가 '우리는 자랑스러운 인간이다'여서 모순이 되어버린다. 말과 피부 색깔에는 정답이 없다.
  • '틀리다'와 '다르다'를 명백하게 구별하는 예시
    • \'다름'과 \'틀림'은 서로 달라서 이 둘을 혼용하는 것은 틀린 것이다.[A]
    • \'회색분자'를 '중도파'라 말하면 틀린 표현이며, '회색분자'를 다르게 말하면 '박쥐'이다.
  • 간혹 '틀리다'와 '다르다'가 복수 인정되는 것도 있다. 물론 두 경우에 뜻은 각각 다르다.
    • '우리 둘은 얼굴이 틀리다'와 '우리 둘은 얼굴이 다르다'의 두 문장에서 두 명의 얼굴이 둘 다 가관이면 '얼굴이 틀려먹었어'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이 '틀리다'는 동사이므로 '틀렸다'로 바꿔야 옳다.
    • 이것과 저것은 틀렸어. - 대개 '이것과 저것은 달라.'로 고쳐야 옳지만, 규칙/규율 위반 같이 부정적인 두 개가 이것과 저것이면 아주 잘못되지는 않았다. 즉, 이것과 저것 둘 다 잘못된 상황이라고 하면 올바른 표현이다.
    • 신발짝이 틀렸다. 젓가락이 다르다. - 젓가락, 신발처럼 똑같은 모양의 여러 물건이나 대칭의 물건이 짝을 이루어 기능을 발휘하는 경우. 다른 짝을 지으면 본래의 기능에 문제가 있어 잘못된,틀린 것이 된다. 이와 같은 인과관계(짝이 달라서 틀림)이면 둘 다 사용해도 괜찮지만, 원인을 강조하고 싶으면 '다르다'를, 결과를 강조하려면 '틀리다'를 써야겠다.


6. 옛 혼용례[편집]


과거 용법이 현재와 달리 명확히 구별되지 않았으며, 현재의 혼용례와 마찬가지로 '다르다'를 쓸 자리에 '틀리다'를 쓴 것이 확인된다. 이때는 '틀리다'를 '다르게 되다'의 뜻으로도 쓴 듯하며 ②의 뜻과 유관한 듯하다.
  • 숙향전: "초왕에게 그 족자를 보이고 오랑캐 출신의 종과 비교하여 보였더니, 그 그림과 종의 얼굴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으니"
  • 옹고집전: "이것도 염문하와 하나라도 틀리오면"
  • 콩쥐팥쥐전: "젓가락 짝이 틀린 것은 그렇게 똑똑히 아시는 양반이 사람짝이 틀린 것은 어째서 그토록 모르시나요?"


7. 원인[편집]



7.1. 일본어 잔재설[편집]


일제강점기 전에 쓰인 한글 기록들에 이미 '틀리다'와 '다르다'의 의미가 혼용례가 발견되어 근거가 희박하다.

일본어에서는 '틀리다'와 '다르다'의 혼용이 더 심해서 '다르다'와 '틀리다'가 똑같은 '違う(치가우)'로 표기된다. 이를 번역할 때는 '다르다'와 '틀리다'의 의미를 문맥에 맞게 번역해야 한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틀리다'에 해당하는 단어로 '間違う(마치가우)'가 있긴 한데 이것도 어차피 '違う(치가우)'에서 파생된 거라 엄격히 구별되지 않는다. '틀리다'의 다른 표현으로 'ダメ(다메)'가 있고 '다르다'의 의미로는 '異なる(코토나루)'가 따로 있긴 하다.

이 때문에 '틀리다'와 '다르다'가 혼동되는 것이 일본어의 영향인가 추정도 하지만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

한 연구[9]에 따르면 1920년에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조선어사전[10]에서는 표제어 '틀니다(틀리다)'를 '틀어지다'와 같다고 적었는데, '틀어지다'의 첫 번째 뜻을 '상이(서로 다름)'로 적었다. 또한 1898년에 나온 매일신문의 자료에서도 "그 위인도 듯든 말과 대단히 틀리는지라 김쇼사가 분함을 익이지 못 하야"라는 글을 볼 수 있다. 이를 볼 때 이미 19세기의 한국 어중이 '틀리다'를 '다르다'의 의미로 쓰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일본어 잔재설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違う'는 '틀리다'와 같은 동사이다.

'틀리다'는 위에도 적혀 있듯이 '다르게 되다'의 뜻으로도 쓰였을 수도 있고, 이는 방향, 나사, 열쇠 따위가 돈다는 뜻과도 유관해 보인다.

'틀리다'와 '다르다'의 용례를 구별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진 이후로 웹상에서 '違う(치가우)'를 무조건적으로 '다르다'로 번역하는 경우가 있는데, 경우에 따라 틀린 번역이 될 수 있다. '틀리다', '다르다', 나아가 '아니야' 등으로 한국어의 문맥에 맞게 번역해야 맞는다.


7.2. 의미론적 관점[편집]


의미론적 관점과 옛 용례에서 보면 한국어는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의 뇌에서 '다른 것'과 '잘못된 것'의 개념이 모호한 것이 아니다. 둘은 의미가 확실히 구별된다. 단지 실생활에서 '틀리다'라는 단어의 의미가 '다르다~잘못되다'에 걸쳐 쓰여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즉,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별하지 못한다 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국립국어원에서 정한 표준 규범을 따르지 못하는 것이며, '틀리다'의 의미를 '잘못되다'로 한정시켜야 한다는 말에 그친다.

종합적으로 말하면, 한국어에서 'different'와 'wrong'이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확대해석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는 한국어에서 '다르다'와 '잘못되다'의 의미가 뚜렷이 구별된다. 주목할 것은 '틀리다'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언가가 서로 맞지 않다(다르다)'와 '무언가가 어떤 이치에 맞지 않다(잘못되다)'라는 두 가지의 의미로 폭넓게 사용되는 것이다.


7.3. 사회 영향설[편집]


이 단어 하나 때문에 한국 사회 자체가 '다른 것'이 '그른 것'이 되어 배척되는 사회가 된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소수자들에 대하는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경계하려고 하는 말이지, 진짜로 그러는 건 아니다.[11] 말이 사람의 사고·행동을 결정한다는 이론은 학계의 주류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신발과 젓가락의 예에서 보듯이, 짝이 맞지 않으면(즉 '다르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므로 '틀린' 것이 된다는 데서 시작해 점차 의미가 확장되었다는 설도 있다. 즉, '다르다'와 '틀리다'의 의미 혼용은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기에 단합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개성보다는 동질성을 미덕으로 보던 전근대의 사회상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12]

아니면 위에서 언급했듯, 사회적 영향이 아니라 '틀리다'의 의미가 '두 사물이 맞지 않다'와 '어떤 이치에 맞지 않다'에 걸쳐 있는 단어인데 현대로 오면서 '잘못되다'라는 의미로만 좁혀진 상황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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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석: '같지 않은'[2] 해석: '옳지 않게 되는'[A] A B 이 문장은 이 문제를 명확하게 설명하면서 차이점을 나타내는 좋은 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르다'/'틀리다'를 못 구별하는 다수는 이 문장이 뭔소린지 알 수가 없다. 그들의 생각에는 이음동의어가 계속 반복되기 때문. 이 둘의 구별을 차이 없는 구별로 오해할 수도 있다. 이 문장의 이해에 문제가 없으면 두 어휘가 다름을 잘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개념 확인용 테스트 문장으로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다.[3] 대표적인 예시로 아예 '틀린그림찾기'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다른 그림 찾기와 '틀리다'를 자주 잘못쓰기로 유명한 김성모가 있다.[4] '틀리다'에 '다르다'의 의미가 섞여서 사용되기 때문이다.[5] 다만 ②의 뜻이면 '옳게 틀리다'도 그르지 않다.[6] <언어적 상대성> 문서의 '상세' 부분 참고.[7] 영어로는 'It's another level'. 비교 대상을 명시하지 않았을 뿐이지, 역시 비교를 나타낸다.[8] 전자를 이름으로 하는 게임(Hidden Catch)이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틀린 그림 찾기"를 보통명사처럼 사용한다. 원래는 '서로 다른 부분 찾기'가 옳다. 이유는 다른 그림 찾기 문서 참조.[9] <틀리다 의미 오용(誤用)의 언어학적 제(諸)고찰> 박병선, 인문학연구, 2013년 제24권 293~323쪽.[10] 정식 뜻풀이 사전이 아닌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번역어를 실은 사전이다.[11] 이래서 이 주제로 나오는 공익 광고나 캠페인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12] 실제로 한국인들 중에서도 민주화 후에 태어난 청년층은 구별을 거의 잘 하며, '다르다'를 '틀리다'로 쓰는 사례는 전체주의 가치관을 교육받은 중장년층 이상으로 갈수록 증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