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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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판금 갑옷과의 차이
3. 예시
3.1. 로마의 로리카 세그멘타타(Lorica Segmentata)
3.2. 가야의 판갑


1. 개요[편집]


판갑(板甲, laminar armour)은 길다란 금속판 몇 개를 이어붙여 만든 갑옷이다.

동서양의 다양한 문화권에서 고대부터 사용되었으며 찰갑, 어린갑과 함께 오래된 3가지 형태의 갑옷 중 하나이다.

판금 갑옷(plate armour)와는 구분되는 경우가 많으며 로마 제국로리카 세그멘타타가 바로 이 판갑에 속한다.



2. 판금 갑옷과의 차이[편집]


플레이트 아머, 혹은 판금 갑옷은 넓게 보면 판갑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세한 측면에서 차이가 있고 유럽 외 다른 문화권에서 비슷한 갑옷이 나온 적이 없기에 굳이 양자를 비교하는 서술을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면에서 플레이트 아머가 상위호환이며 판갑은 원시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트 아머는 15세기부터 등장했다. 아직은 기술력과 노하우가 부족했던 14세기의 트랜지셔널 아머 시기를 거쳐 노하우가 축적되어, 통짜 철판만으로 인체 전체를 덮을 수 있는 로보캅 같은 형태로 진화했다. 인체공학적 설계로 만들었기에 관절을 움직이기 편했고, 거의 전신을 뒤덮을 수 있어 기밀성과 방어력은 차원을 달리한다. 열처리된 강철을 사용해서 같은 철판이라도 기존의 판갑보다 훨씬 방어력이 우수했던 것은 덤.

즉 설계적으로건 소재적으로건 판금갑옷이 훨씬 상위호환이다.

반면 판갑은 고대의 물건이고 길다란 철판을 이어붙이는 식으로 만들었는데 기술력이 부족해 전신을 커버하지 못하고 몸통 등 일부분만 커버했다. 게다가 유연한 관절을 만들지 못해 입고 움직이기가 매우 불편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가야의 갑옷을 보면 팔다리 부위가 없고 몸통만 보호하는 조끼 형태인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당시에는 강철을 만드는 기술도 부족해 겉보기엔 비슷한 철판 같아도 판갑의 방어력은 판금 갑옷보다 떨어진다.

결국 판갑은 고대의 갑옷 중에는 방어력이 가장 뛰어났지만 무겁고 비싸며 불편하다는 단점 때문에 발전된 형태인 경번갑이나 두정갑이 나온 후로는 사라지게 된다.

판금갑옷은 수백년 후에 나온 놈이니 제외하면, 판갑은 (동시대의 다른 갑옷들과 비교해) 유연성을 희생하고 방어력을 강화한 형태다. 다만 방어력 면에서도 찰갑이 서로 다층방어를 이룰때 판갑은 철판 단일구조라 손상이 더 컸다던가 하는 면모도 있다.

3. 예시[편집]



3.1. 로마의 로리카 세그멘타타(Lorica Segmentata)[편집]


파일:Lorica_Segmentata.jpg

자세한 것은 로리카 항목 참고.

로마의 갑옷 중 가장 유명한 갑옷으로,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로리카 세그멘타타가 가장 멋지다는 인식이 있어서 로마군을 묘사한 조각상 대부분이 이 갑옷을 입은 형태이다.

하지만 상징성과는 별개로 갑옷의 성능은 그다지 좋지 않았는지 제식 채용된 기간이 길지는 않았다. 제정 시기 1세기에 등장해 2세기 무렵에 사라져 약 100~200년 남짓한 기간 밖에 쓰이지 않았으며, 실제로는 사슬 갑옷인 로리카 하마타나 찰갑인 로리카 스쿠마타가 더 오래, 많이 쓰였다.

3.2. 가야의 판갑[편집]


파일:GayaironarmorFINAL.jpg

가야의 판갑 또한 나쁘지 않은 갑옷이었지만 방어력은 찰갑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하는데 삼국시대 고구려(북방)계 찰갑은 부품수가 많고 관리가 힘들었지만, 다층구조에 의한 충격 완화 효과로 화살에 대한 방어력이 남부식 판갑에 비해 높았다. 찰갑의 경우 몇겹으로 겹쳐진 철편, 그리고 가죽으로 충격을 분산 흡수한다. (참조 영상) 영상을 보면 판갑은 뚫렸지만, 찰갑은 화살을 일정 수준 방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두정갑도 유사한 이유로 단갑보다 방어력이 높은데, 영상에서 화살이 철판 한장은 뚫었지만 같은 철판으로 만든 두정갑은 뚫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1]

제철 규모가 현대에 비해 극히 작고 기술력이 떨어져 그 품질 균일성을 확보하지 못했을 4~5세기경의 철판과 철편으로 만든 판갑과 찰갑이라면 더욱 심한 차이가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찰갑의 방호력에 대한 실험이 아래 글이 지적하듯 실제 전투 상황의 장거리 사격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지의 여부를 반영하지 못한 것은 옥에 티이다. 화살의 운동에너지는 강궁이라도 약 180J 정도이며[2] 거리가 늘어나거나 곡사할 경우 더 떨어지게 되는데, 이 상황에서 판갑으로 화살을 막았을 때와 찰갑으로 화살을 막았을 때 어느 수준의 방호가 가능한가의 여부는 불명확한 만큼 찰갑이 모든 상황에서 우월하다거나 판갑이 아예 못쓸 물건이라고 보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디펜스 코리아[3] 신재호의 기고문에서는 해당 실험이 지닌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아래는 그 일부.
아래 사진은 KBS 역사 스페셜에서 2000년 1월22일 방송한 실험 장면으로 복원한 고구려 화살촉이 가야 판갑(板甲, 일명 단갑)을 관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용한 화살촉은 뾰족한 화살촉이다. 서울 구의동에서 출토된 고구려 화살촉의 강도(탄소량 평균 0.51%)를 참조하여, 이에 준하는 초강을 사용하여 화살촉을 제조했다. 판갑은 가야 갑옷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야에서만 사용한 갑옷은 아니며 이른 시기의 신라나 백제에서도 사용한 갑옷이다. 또한, 백제나 가야의 원군, 용병, 혹은 동맹군 자격으로 한반도상에 출전했을지도 모르는 왜군들도 이러한 판갑을 주된 갑옷으로 사용했다. 따라서, 아래 사진에 보이는 실험 결과는 삼국시대의 전투에서 고구려군을 상대했을 이름모를 판갑 전사(板甲 戰士)의 죽음을 재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실험은 개인은 추진하기가 어렵고, 언론사나 공영 연구기관 정도는 되어야 실험이 가능한데, 공영방송인 KBS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칭찬할 만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기병사격을 재연하기 위해 먼거리에서 사격하지 못하고, 가까운 거리 (5m 이내)에서 사격했다는 사실이다. (현재 원거리에서 국궁 기병사격을 잘하는 인물이 없다) 실전적인 의미가 있는 거리 (50~70m 이상)에서도 관통할 수 있는지, 근거리라면 넓적한 화살촉도 판갑을 관통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보았으면하는 아쉬움이 있다.


3.3. 일본 갑옷[편집]


파일: hishitojidou.jpg
파일:yokohagidougusoku.jpg
파일:hotokedougusoku.jpg
일본에도 판갑과 같은 형태의 갑옷이 존재했다. 고대에는 단갑(短甲)이라는 형태의 갑옷이 존재했는데 가야 판갑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후 경번갑, 쇄자갑, 찰갑 등에게 조금씩 밀려났지만 전국 시대까지도 꾸준히 존재했으며 특히 전국 시대의 대표적인 갑옷인 당세구족의 경우 판갑 형태의 갑옷이 상당히 유행했다.

파일:nanbandougusoku.jpg

서양과 교류하면서 아예 서양식 판금 갑옷, 정확히는 근세의 흉갑과 투구가 흘러들어와 일본식으로 개조되어 사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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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론, 찰갑이 화살을 막아냈을 때 착용자에게 가해지는 충격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타박상이나 골절 문제도 어느 정도 감안하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2] 현대 무기와 비교하자면 보통 권총에 쓰이는 파라벨럼 탄이 약 500J 정도이고 소총탄은 4자릿수로 그보다 훨씬 높다.[3] 디펜스 코리아가 망해버렸기 때문에 원문 출처 링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