펙트

　맞아! 저 바퀴는...... 엄밀히 말하자면 저건 굴레의 바퀴인데 표면상으로는 내 것이 맞아. 하지만 정! 말! 싫! 은! ......녀석이라고! 싸울 때는 확실히 유용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겠지만, 항상 나를 「따라」 다녀서 정말 공란하단 말이야! 가끔 어쩔 수 없이 저걸 지고 마을을 통과할 때마다 저 가시들이 바퀴 주변을 기어 다닌다고...... 아무래도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자길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니까...... 그리고 저것 때문에 내가 마을에서 쉬려고 할 때마다 사람들이 날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는데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
　하지만 막상 설명하려 해도 복잡한 문제긴 한데...... 어쩌면 날 쳐다보는 사람이 더 이상한 사람일지도 모르잖아? 그럼 사실 나도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닐까?

혹시 「헌터스톤」, 아직 잊지 않았지? 저 거대한 바퀴 말이야! 이야기를 듣고 싶어? 정확히 말하자면 나와 녀석의 이야기긴 한데...
내가 어렸을 때, 암귀가 우리 마을을 공격했어. 아버지는 날 데리고 이곳저곳으로 피난을 갔고, 그러다 우연히 한 유적을 지나게 됐어. 그땐 이미 해가 지고 있었고, 어렸던 나는 지쳐서 더는 걸을 수가 없었고 말이야... 우린 그 이상한 유적에서 밤을 보낼 수밖에 없었지. 그리고 밤이 깊었을 때, 난 깜짝 놀라서 잠에서 깼어. 유적 안의 한 신상이 빛나는 걸 봤거든... 난 영문도 모른 채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소원을 빌었어... 부디 전쟁이 빨리 끝나게 해달라고, 그리고 나와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힘을 달라고 말이야...
...신은 정말로 내 소원을 이뤄주셨어. 다음 날, 「헌터스톤」이 내 뒤에 나타났거든. 무척 단단해서 파괴할 수도 없고, 힘도 아주 강했어. 처음에 난 무척 기뻤지만, 그러다가 어느 순간... 녀석을 떼어놓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거야! 내 말은 그러니까, 잠깐 내려놓고 혼자 쉬고 싶어도, 순식간에 날 쫓아온다는 거지! 게다가 이렇게 크고 눈에 잘 띄는 물건이라니... 내가 아무리 저걸 버려둬도, 순식간에 「달려」와서 날 따라잡는데, 달리는 방식도 엄청 이상하다니까! 너도 그걸 보면 분명히 그렇게 말했을 거야! 대체 뭐 때문에 저게 날 따라다니는지 정말 모르겠어... 비록 가끔 사람들이 「펙트와 저 바퀴는 성격이 완전히 똑같다」는 말을 하지만... 내가 어딜 봐서 저런 녀석이랑 똑같다는 건데!　

난 사실 정말로 저 「헌터스톤」을 떼어버리고 싶어... 비록 저게 나한테 준 힘에 대해선 고맙게 생각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정말 녀석이 싫어. 무슨 방법을 써도 떼어낼 수 없고, 부술 수도 없거든. 그리고 난 내 힘이 나 자신에게서 오는 건지... 아니면 전부 저 「헌터스톤」 덕분에 얻은 것인지도 잘 모르겠어.
그러다가... 그 이상한 소문을 듣게 됐어... 「유물」에 극도로 집착하는 어떤 조직이 있는데, 이름이... 진리의 결사라던가? 특히 그 조직을 이끄는 신비한 지도자, 그 사람은 빅토리아 씨라고 하는데, 아름답고 우아한 데다가, 뭐든지 다 안다는 소문이 있어! ...난 「유물」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헌터스톤」은 내가 유적에서 「주운」 거니까, 어떻게 보면 「유물」이 아닐까? 그래서... 그 사람은 뭐든지 다 안다고 했으니까, 「헌터스톤」을 뗄 방법도 알지 않을까 생각했어!
아무튼 그땐 우선 「진리의 결사」에 가입하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싶었지. 그게 맞을 거라고 말이야!　

난 내가 원하던 대로 진리의 결사에 가입했고 빅토리아 님의 말을 들었어. 「펙트는 '원석' 같은 존재일 뿐, 결사에 가입하도록 한 것은 '진리'의 결단」이라고 말이야. 음, 사실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날 칭찬한 거겠지!
빅토리아 님을 처음 만났을 땐, 비록 소문대로 정말 예쁘고 우아하고 뭐든지 알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난 소문만큼 「신비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난 그 사람이 정말 빅토리아 님 본인인지도 의심이 되기 시작했어. 그래서 질문을 좀 했을 뿐인데, 주변에 있는 이상한 사람이 나한테 막 뭐라고 하더라고! 하지만 이것도 내가 「진리」를 추구하는 방법이니까, 내가 잘못을 인정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그러고 보니 진리의 결사에서 가지는 믿음은 전부 빅토리아 님이 믿는 그 칠흑의 서의 내용인 것 같았어. 그건 「예언」이 담긴 성서라고 들었는데, 사실 난 그것도 조금 의심스럽긴 했지만, 빅토리아 님은 의심도 「예언」의 일부라고 하시더라고. 언젠가는 진리가 실현되는 때가 올 테니까, 난 그저 기다리면 된다고 말이지...
그 진리의 결사에 가입한 지도 이제 꽤 시간이 지났어. 「헌터스톤」에 대해서는 이미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빅토리아 님의 말을 믿고 싶어.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헌터스톤을 떼어버릴 날이 올 거라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