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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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프롤로그
3. 줄거리
4. 여담



1. 개요[편집]


Die letzten Kinder von Schewenborn(독일어 원제)
The Last Children of Schewenborn(영어)

독일의 소설가 구드룬 파우제방이 1983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핵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다. 독일이 통일되기 전에 쓰인 작품이라서 서독을 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 파우제방은 대표작인 이 소설 외에도 뉴클리어 아포칼립스를 다룬 작품을 여럿 쓴 적이 있다. 1987년에 발표된 <구름>은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 사고 이후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이야기로, 발표 연도를 보면 짐작이 가겠지만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2006년에 영화화도 되었는데 대한민국에서는 2011년에 <클라우드>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2012년에는 원자력 사고 41년 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면서 오랫동안 낫지 않는 방사능의 후유증을 그린 <핵폭발 그 후로도 오랫동안>이라는 작품을 발표했는데 역시 연도를 보면 알겠지만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집필 계기였다고 한다.


2. 프롤로그[편집]


태초에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니라

그로부터 몇백만 년 뒤

사람들은 마침내 더할 나위 없이

현명한 생물로 진화했다.

사람들이 말했다.

지금 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는 누군가?

우리들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 책임지자.

사람들은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인류 최후의 7일이 시작되었다.

첫째 날 아침,

사람들은 선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원했다.

그들은 하느님을 닮은 모습이 아닌

완전한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뭔가 기댈 것이 필요했던 사람들은

자유와 행복을

돈과 발전을

계획과 안전을 믿었다.

하지만 자신의 안전을 위해

사람들은 자신이 딛고 있는 땅 밑에

미사일과 핵탄두를 가득 채웠다.

둘째 날,

공업 지대의 강물에선 물고기 떼가 죽었고

새들은 화학 공장에서 나온 독성 가득한 매연 때문에

산토끼들은 도로에서 내뿜는 납 성분의 매연 때문에

애완견들은 소시지 속의 예쁘고 붉은 색소로 인해

청어들은 바다로 새어 든 기름과

바닥에 가라앉은 쓰레기 때문에 죽어 갔다.

그 쓰레기는 방사능 물질이었다.

셋째 날,

들풀이

나뭇잎이

바위 틈의 이끼가

정원의 꽃들이 말라 죽었다.

사람들이 날씨를 조작하고

인위적인 계획에 맞추어 비를 뿌린 게 화근이었다.

비를 뿌려 주는 계산 장치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을 뿐인데

문제를 발견했을 땐 이미

아름다운 라인 강물이 말랐고

드러낸 강바닥에는 바지선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넷째 날,

40억 인구 가운데 30억이 사망했다.

일부 사람들은 세균에 의한 질병으로 사망했다.

그 세균은 다음 전쟁을 위해 사람들이

저장고에 준비해 둔 것이었는데

누군가 저장고 잠그는 일을 깜빡해

세균이 밖으로 유출된 것이다.

이제는 어떤 약도 소용이 없었다.

세균이 오랜 세월 핸드크림과 돼지 기름 등에

섞여 들어가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누군가 식량 창고의 열쇠를 숨겨 버린 까닭에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

그러자 그들은 자신의 행복을 책임져 주지 못한

하느님에게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느님은 사랑이 충만한 분인데

우리에겐 왜 이러는 거죠!"

다섯째 날,

마지막 남은 사람들이 빨간 단추를 눌렀다.

자신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졌다고 느낀 것이다.

불길이 지구를 휩싸고 산과 들이 불타고

바다에서는 뜨거운 수증기가 올라와 증발하였다.

도시마다 검게 그을린

콘크리트 골조들이

연기를 내뿜으며 서 있었다.

하늘 위의 천사들은

붉게 변한 푸른 별이 더러운 갈색이 되었다가

결국 잿빛으로 변해 가는 걸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 10분 동안 천사들은 노래를 멈추었다.

여섯째 날,

빛이 사라졌다.

먼지와 재에 가려 해가 보이지 않았고

달과 별도 보이지 않았다.

미사일 격납고 속에서 살아남았던

마지막 바퀴벌레마저

엄청난 열기 때문에 죽고 말았다.

마지막 날,

고요함이 찾아왔다.

마침내 지구는 황향하고 텅 빈 채

말라비틀어진 땅의

크고 작은 틈 사이로

칠흑 같은 어둠만 드러내고 있었다.

죽은 사람들의 영혼은

망령이 되어 혼돈 위를 떠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땅속 깊은 곳, 지옥에선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책임졌던 사람에 과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들려왔고,

그 웃음소리는 천사들이 합창하는 곳까지

울려퍼졌다.

- 요르크 친크


창세기를 뒤집은 구성의 시. "빛이 있으라"를 시작으로 하루마다 창조가 이어진 결과 천지창조가 이루어지던 창세기와는 달리 하루마다 인류 문명이 파국을 맞으며 지구의 마지막을 거대한 폭발이 장식한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경으로 비교하자면 이집트를 몰락시킨 10가지 재앙을 다뤘던 출애굽기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첫째 날은 원래 창세기의 여섯째 날, 아담하와가 창조되어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라는 축복을 받고, 하나님이 창조된 세상의 모습에 흡족해하는 내용을 뒤집었다. 신에 의해 창조된 인간들은 생육하고 번성한 나머지 신을 믿지 않기로 한 대신 황금만능주의를 비롯한 각종 사상을 물신주의적으로 믿게 되었으며, 동시에 "안보를 위해 무장을 갖춰야 한다"는 논리로 핵무장을 실시하게 된다.

둘째 날은 원래 창세기의 다섯째 날과 여섯째 날, 새와 물고기와 짐승들[1]을 창조한 내용을 뒤집었다. 물에서 번성했어야 할 물고기는 바다에 흘러든 기름과 바다 밑에 깔린 방사능 물질 때문에, 궁창을 날던 새와 땅에 창조된 산토끼는 화학 공장과 도로에서 내뿜는 매연 때문에, 인간이 '다스리던' 애완견들은 소시지 속 붉은 색소 때문에 죽어간다.

셋째 날은 원래 창세기의 넷째 날, '하늘의 궁창'에 해와 달을 창조하여 밤낮과 계절을 주관시켰던 내용을 뒤집었다. 인간은 두 큰 광명체를 무시한 채 인공날씨 기술을 손에 넣었지만, 사소한 버그 때문에 독일의 수운과 용수를 책임지는 그 라인강이 말라 버릴 정도로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고 만다.

넷째 날은 재앙으로 남은 인구 40억 중 30억이 사망했다는 점에서, 원래 창세기보다는 상술한 10가지 재앙에 가까운 내용. 그 중 일부는 생화학전을 대비해 만들어진 세균이 강력한 내성을 얻는 바람에 팬데믹으로 발전했으며 또 다른 일부는 누군가 식량 창고를 독점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아사했다. 그제서야 동요하던 사람들은 하나님에게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한다.

다섯째 날은 원래 창세기의 첫째 날과 둘째 날, 천지창조지구멸망으로 뒤집었다. 피해망상에 시달리던 마지막 생존자들이 빨간 단추를 누르자 지구는 핵의 불길에 휩싸이고, 천사들은 지구의 마지막을 지켜보다가 10분간 노래를 멈춘다.

여섯째 날은 그 유명한 빛이 있으라빛이 사라졌다는 내용으로 뒤집었다. 극심한 핵겨울로 지구의 하늘이 완전히 가려졌으며, 그 질긴 바퀴벌레조차 이미 핵폭탄의 열기로 멸종했다.

마지막 날은 마침내 지구가 하나님의 영 대신 죽은 인간들의 혼령이 지구였던 별 위를 떠돌아다니는, 천지창조 이전의 혼돈하고 공허한 상태로 되돌아간 모습. 아이러니하게도 지옥에서는, 그 웃음소리가 천국에 들릴 정도로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책임졌던' 인류의 이야기가 악마들 사이에서 떠들썩했다고 한다.

3. 줄거리[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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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80년대독일연방공화국. 아빠 클라우스, 엄마 페르바트, 누나 유디트, 주인공 롤란트(1인칭 화자이기도 하다), 동생 케르스틴으로 이루어진 5명의 주인공 가족은 쉐벤보른이라는 작은 마을[2]에 있는 할아버지 집에 가다가 근처의 대도시인 풀다(Fulda)[3]에 핵폭탄[4][5]이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가까스로 도착한 할아버지 댁에서 피난 생활을 시작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자들이 온다고 풀다로 쇼핑하러 갔다가 그대로 핵폭발에 직격당해 즉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뒤의 지옥같은 상황을 안 보고 한 번에 끝났으니 차라리 잘 된 일일지도.

이후 산자락에 가려져 있어 그나마 피해가 적었던 쉐벤보른으로 방사능에 피폭된 피난민들이 몰려온다. 피난민들은 병원으로, 숲으로, 거리로 몰려오고 살아남기 위해 약탈방화를 저지른다. 사태 초기에는 연방군 응급구조대와 해외원조를 기대했으나 끝내 아무도 오지 않자 주민들도 약탈에 동참하기 시작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자병과 티푸스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살아남은 간호사들과 의사들은 격무에 시달린 끝에 약이 모두 떨어지자 도망치거나 병에 걸려 비참하게 죽거나 절망에 빠져 자살한다. 주인공 롤란트는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물을 먹여주고 마지막 호소를 들어 주는 일을 하다가 피난민 병원에서 끔찍한 화상으로 죽어가는 여인의 간청으로 여인의 두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온다.[6] 엄마는 이들을 보며 희망을 되찾아 고아들을 한 버려진 성으로 데려가 돌봐 주었다. 한편 아빠는 집에 남아 땔감과 식량을 마련하고 물을 긷는 등 찾아올 겨울을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세 남매 중 주인공의 어린 동생 케르스틴은 전염병으로 죽고 주인공보다 더 많이 방사능에 노출되었던 누나 유디트는 에 걸렸으나 치료를 받지 못해 죽었다. 겨울이 찾아오자 식량이 떨어지고 가족 모두 티푸스를 앓게 된다.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아이들을 돌볼 힘이 없어진 롤란트는 버려진 성을 찾아가 문을 열고 고아들에게 더 이상 돌봐줄 수 없으니 이제 스스로 살아남으라고 선언한 뒤 다시는 성을 찾아가지 않는다. 다리를 잃어 천천히 굶어죽을 순간만을 기다리던 아이의 간청으로 롤란트는 그를 죽인다.

피폭될 당시 임신하고 있었다가 산달이 다가오자 불안해진 엄마의 고집으로 원래 살던 프랑크푸르트의 집으로 돌아갔더니 프랑크푸르트 역시 핵폭탄을 맞은 것인지 그저 회색 평야만이 펼쳐져 있다. '프랑크푸르트'라는 간판만이 눈에 파묻혀 있는 섬뜩한 장면이다! 간신히 쉐벤보른으로 돌아왔지만 조부모님의 집을 맡겨 뒀던 이웃 아주머니가 다른 남자와 소녀까지 데리고 아예 들어앉아 버렸고 할 수 없이 눈 오는 바깥을 떠돌다가 산 속 고성에 자리를 잡는다. 엄마는 손발이 없어 팔다리 끝이 뭉툭하고 눈이 없는 기형아[7][8]를 낳고 과다출혈로 사망하고 결국 주인공과 아버지만 가까스로 겨울을 넘긴다.[9]

4년 후 쉐벤보른은 최악의 고비를 수 차례 더 넘긴 끝에 아주 약간이나마 질서를 되찾는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뼈빠지게 일해야 하고 단호하게 행동하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굶어죽고 병들어 죽지만 마을 의회가 재건되어 살인과 약탈은 명목상으로나마 금지되고 쥐 사냥과 전쟁 전 비축물자 탐사 같은 새로운 산업이 등장한다. 아버지는 읽고 쓰는 법과 간단한 수학을 가르치는 학교를 열고 주인공은 아버지가 가르치던 반을 하나 물려받아 교사가 된다. 부모들은 변변치 못한 식품이나 의류라도 자발적으로 수업료 삼아 가져다 주지만 물자가 부족하고 생활이 너무 어려워서 아이들은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한다. 그리고 어린이들 역시 극도의 허무주의에 빠져서 주인공 같은 어른 세대를 거의 멸시하고 기아와 병과 혼돈에 찌든 상태. 주인공의 아버지도 교사로 일하다가 10대 여학생에게 위선자라는 비판을 받고 원자병에 걸린 어린 학생이 분필을 던지며 '살인자!'라고 절규하자 교직을 그만둔다. 그 아이는 며칠 가지 않아서 병으로 죽고 만다.

과일 나무들은 쭈글쭈글하고 시커먼 열매를 맺고 들판엔 곡괭이가 아니면 파낼 수도 없는 엄청나게 튼튼한 잡초가 자라는 등 전체적으로 암울하지만 그나마 감자는 잘 자라서 감자만 잔뜩 심고 있다. 마름병이라도 퍼지면 끝장이다 사람이고 짐승이고 싹 죽어나가는 막장 상황에서도 멧돼지는 번성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몸에도 점차 방사능 후유증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음을 암시하면서 소설은 결말을 맺는다.


4. 여담[편집]


작중 배경이 되는 쉐벤보른은 원래 동-서독의 접경지대 근방이다. 하지만 소설에는 동독이고 서독이고 그런 거 없이 사이좋게 멸망해서 주민들이 장벽을 마구 넘나든다.[10][11] 알프스 지역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떠나지만 돌아온 사람이 없어서[12] 진위는 검증되지 않았다. 주인공 가족은 고향 프랑크푸르트는 멀쩡하단 말을 믿고 갔다가 현실은 시궁창임을 알고 개고생만 하다가 돌아와서 그런 뜬소문을 믿지 않게 된다. 그리고 어디선가 적십자에서 지원을 나왔다는 카더라 통신도 돈다.[13] 주인공 일행은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동독까지 갔다 오지만 어느 동독 사내를 만나서 여기나 거기나 개판이라는 말만 듣고 돌아온다.[14] 떠돌이들의 말로는 오히려 주인공의 마을이 그나마 재앙을 가장 잘 버티고 살아나고 있는 편이라고 한다.

아동을 대상으로 써진 책임에도 불구하고 심하게 절망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심지어 한 고아 무리의 아이가 어른 세대를 비난하며 나무에 목을 매 자살하는 장면까지 묘사되어 있다.[15] 사실 동심 파괴 문서를 참조해 보면 알겠지만 아동용 TV프로들, 심지어 어릴 적에 읽었던 고전 동화 중에도 잔혹하거나 염세주의를 표방한 내용들을 담고 있기는 하다. 다만 이 책의 대상은 진짜 아동보다는 청소년 대상이라 봐야 한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 바가 있다.

“거룩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쉽고 재미있는’ 소설들만 어린 독자들에게 선물하고 싶지 않다. 세상은 ‘거룩하고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착한 일이 언제나 보상을 받는 게 아니며, 나쁜 짓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처벌을 받는 게 아니다. 그리고 모든 문제가 결국에는 해피엔드로 끝나는 게 아니다. 청소년 독자들이 많은 생각과 함께 격렬한, 심지어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요구하는 주제들을 접했으면 하고 기대한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이 책의 내용은 청소년이 읽기에도 매우 충격적이다. 폭발 이후 의사와 간호사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마을에 마지막 남은 의사마저 결국 절망에 빠져서 자살한다던가, 피폭된 노부인이 1천 마르크 지폐가 가득한 가방을 쥐고 병원 사람들에게 돈을 건네며 치료해 달라고 애원하지만 아무도 돈을 받지 않고 의사들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장의사들에게 자신만큼은 시체 구덩이에 던지지 말고 무덤을 만들어 달라고 애원하지만 결국 죽어서 끝내 시체구덩이에 던져지거나, 자기 옆의 시체를 보고 주인공이 비명을 지르자 어떤 사람이 '여기도 저기도 다 시첸데 뭘 새삼스럽게 구니?'라고 면박을 주고, 담배를 피우다 옆의 드럼통을 연료와 함께 온통 태워 버린 청년을 다른 누가 즉시 죽이질 않나[16], 훌륭한 스포츠카를 가진 청년이 도대체 무슨 의미로 그러냐는 물음을 들으면서도 말없이 웃기만 하면서 매일 심혈을 기울여 차를 관리하다 해가 쨍쨍한 날 끌고 나와 인파 앞에서 신나는 음악을 큰 소리로 틀고 한참 빙빙 내달리다가 연료가 거의 바닥나자 쓰레기 더미로 돌진해서 차와 함께 폭발하고, 전쟁 이후에도 그나마 제일 부유하던 사람 하나가 자기 집에서 몇 번 도둑질을 한 고아 무리의 리더[17]를 때려죽이고 자랑하자 마을 사람들이 합심해서 전재산을 약탈하고 그 충격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되는 등[18]... 틀렸어 이제 꿈이고 희망이고 없어. 어린 나이에 읽었다가는 한동안 우울감에 시달리고 정신적 후유증을 간직할 수도 있는 작품. 성적으로 관대한 독일의 작품인 만큼 선정적인 묘사도 있다. 피난민 병원에서 화상을 입은 여자아이가 청바지 하나만 입고 윗도리는 벌거벗고 있다가 주인공이 바라보자 봉긋한 가슴을 부끄러운 듯 가린다던지.

작중에서 주인공의 엄마는 핵전쟁 이전 시대의 따듯한 도덕, 동정, 인간존엄, 희망을 대표하고 아빠는 핵전쟁 이후의 차가운 생존욕구, 결단력, 현실주의, 이기심을 대표한다. 작품 초중반부에는 엄마가 활발하게 가족과 이웃을 돕고 별 일 아니라는 듯 유쾌하게 행동하고 아빠는 "이미 전부 오염돼서 아무 것도 먹어도, 마셔도, 만져도 안 된다. 사실 숨조차 쉬어선 안 된다. 하지만 그럼 죽겠지." 같은 우울한 말만 해 대는 훼방꾼으로 나오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엄마가 성의 고아들을 돕기 위해 비축 식량을 탕진하는 동안 아빠는 묵묵히 식량과 식수, 땔감을 구하려 노동하고 약탈까지 참여하는 등 점차 두 인물을 비추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하더니 끝내 엄마는 헛된 희망 때문에 가족과 자기 자신을 파멸시킨 반면 아빠는 아내를 잃고 제 혈육까지 죽이는 끝끝내 눈 뜨고 못 볼 참상까지 다 겪어가며 살아남는다. 그럼에도 말미엔 아빠 역시 희망을 찾아 아이들을 교육하며 살아간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사실 인간은 기계가 아닌지라 약간의 긍정적인 마인드라도 없다면 밑도 끝도 없이 포기하게 되므로 어쩔 수 없다.

원래 '핵전쟁이 일어났어요'야 신난다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적이 있다. 재발간하면서 이상한 제목을 포함한 일부 부분의 번역이 바뀌고 삭제되었던 부분이 추가[19]되는 등 수정이 있었던 듯. 다만 작품 서두에 등장하는 시의 번역은 재발간 이전 판이 더 나은 느낌.

한국판의 삽화는 초기는 손창섭씨가 맡았는데 특유의 거칠면서 섬세한 화풍으로 핵을 맞은 지옥을 나름대로 섬뜩하게 표현했다.

이 소설뿐만 아니라 8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뉴클리어 아포칼립스물들은 전체적인 스토리나 결말이 비슷한 양상을 띄는데 1983년 미국 ABC 방송에서 제작해 방영한 TV영화 "그 날 이후", 1984년 영국에서 방영한 TV영화 "Threads"가 대표적이다. 당시 아동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긴것도 똑같다

[1] 새와 물고기는 다섯째 날, 짐승은 여섯째 날에 창조되었다.[2] 허구의 도시지만 작가가 모델로 삼은 곳은 자신이 거주하는 풀다의 북서쪽에 있는 슐리츠(Schlitz)라는 마을이라고 한다.[3] 독일 중부 헤센 주에 있는 실존하는 도시. 여담이지만 실제 냉전 시대의 풀다는 '풀다 갭(gap)'이라는 고유명사가 있을 정도로 소련군의 주 공격축선으로 손꼽히던 곳이기도 했다.[4] 소련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행길에 듣는 뉴스에서 미소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가족들은 '이번에도 정치가들이 해결하겠지'라고 말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작중 묘사로 볼 때 동독 부분이 같이 날아가 국경선이 유명무실해지고 이탈리아나 평소에 눈엣가시였던 폴란드까지 다 같이, 어쩌면 전 유럽을 날려 버린 듯하다.[5] 아마 미국과 소련 간의 철저한 상호확증파괴가 벌어진 듯. 다만 동구권 군사력의 주 담당이었던 동독과 폴란드까지 날아간 걸 보면 미국도 핵을 발사했거나 소련의 핵 발사 시스템에 오류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또 주인공 가족이 길을 가다가 만난 피난민들 중에 체첸 사람이 있는 걸 보면 미국이 상호확증파괴로 소련까지 날려 버린 듯하다.[6] 여자아이의 이름은 지르케, 남자아이의 이름은 옌스.[7] '제시카 마르타'라고 이름붙였다. 마르타는 핵폭탄에 맞아 죽은 할머니의 이름이다.[8] 어둠 탓에 아기가 기형아였음을 몰랐던 롤란트는 아기를 위해서라면 살인이라도 불사하겠노라고 독백한다. 만약 아기가 멀쩡히 살아남았다면...[9] 태어난 기형아는 아버지가 어머니와 같이 묻는다. 집을 빼앗았던 아주머니와 동거하던 남자도 겨울 동안 굶어죽으면서 결국 집을 되찾고 혼자 살아남은 소녀는 롤란트와 아버지가 서로 동의하고 새 가족으로 받아들여 함께 생활하게 된다.[10] 국경의 철조망이 파괴되어 있고 전차가 지나간 무한궤도 자국 등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핵 공격 직후에는 생존한 병력들 간의 교전이 벌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다 의미 없는 일이었지만.[11] 베를린 주위로는 돌멩이 하나 제대로 남은 게 없다고 하는데 핵 공격으로 그냥 증발해 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12] 사실 이게 내용에 비극을 더하는데 영세중립국 스위스가 핵전쟁을 피해 정말로 잘 살고 있고 그래서 사람들이 안 돌아오게 된 것이라면 주인공 일가족은....[13] 실제로 재해 상황에 교통 및 통신이 두절될 경우 이런 루머가 돌기 마련이다. 이 소설과 비슷하대 핵전쟁 이후의 미국을 그린 전쟁, 그날의 경우는 하와이는 방사능이 없어서 낙원이다, 알래스카는 아직도 식량을 자급한다는 등의 소문이 미국 전역에 퍼진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물론 실제로는 그런 거 없다. 우주전쟁 영화판에선 유럽은 조용하다! 아니다, 유럽이 제일 먼저 초토화되었다! 라면서 온갖 소문이 설왕설래한다.[14] 공식적 통일은 없었지만 이미 이쪽이나 그쪽이나 정부도 다 날아가버렸으니 통일이 된 거나 다름없다(...)는 말도 듣는다.[15] 인근 고성 지하실에 자리를 잡아 도둑질과 구걸로 살아가던 아이들과 함께 살던 안드레아스라는 소년이다. 두 다리를 잃어 유모차에 타서 다른 아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지냈는데 결국 시간이 흘러 무리가 뿔뿔이 흩어지자 눈이 펑펑 내리는 와중에 방치되어 3일 동안 눈만 핥아 먹으며 이불을 찢어 자신의 목을 맬 밧줄을 꼬았다. 안드레아스가 자살하려는걸 눈치 챈 롤란트는 너 완전히 미쳤구나라고 소리치면서 밧줄을 빼앗지만 곧 안드레아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과 이미 비참해질 대로 비참해진 안드레아스가 더 살고 싶지도 않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밧줄을 목에 건 그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 눈을 감고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면서 유모차를 벼랑으로 밀어준다. 시신은 직접 수습해 동굴에 안치했는데 고아 무리 이야기와 안드레아스의 자살은 작중 가장 분위기가 어둡고 황량한 장면이기도 하다.[16] 대낮에 보는 눈들이 가득한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임에도 살인자를 체포하거나 처벌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17] 서로 동갑이자 무리에서 가장 연장자였던 소녀 2명이 공동 리더였는데 1명은 흑인, 1명은 백인이고 이름은 니콜로 같았다. 흑인 니콜이 먼저 죽었고 이때의 피해자는 백인 니콜.[18] 이런 상황에서 돈이 아무리 많아 봤자 의미가 없는 만큼 이 재산이라는 것은 식량이었다. 이 사람의 집 지하실에는 엄청난 양의 통조림 등의 보존 식품이 보관되어 있었는데 이것을 전부 약탈당한 것. 참고로 리더의 죽음을 계기로 힘겹게 버텨나가던 고아 무리는 염세에 빠져 하나둘씩 조용히 죽어나간다. 혼자는 화장실조차 못 가는 안드레아스도 니콜이 죽자 무리가 와해되면서 3일 동안 엉덩이가 짓무를 대로 짓물러 버렸고 자살을 행했다.[19] 핵폭발로 인해 부모를 잃은 고아들의 이야기는 '핵전쟁이 일어났어요'에서는 어느 정도 삭제된 부분이 있지만 '핵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에서는 그대로 나온다. 물론 이 책에 해피엔딩인 부분이 나올 리가 없으니 기대하진 말자. 고아들 중에서 리더 역할을 하던 여자아이 둘 중 하나는 아이들을 위해 햄을 훔치다가 그 주인에게 머리를 맞아 죽고 다른 여자아이들과 남은 고아들은 전염병, 추위, 굶주림 등으로 죽거나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개중 나이가 꽤 되었던 안드레아스는 위의 각주대로 밧줄에 목을 매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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