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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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ity therapy

1. 설명
2. 상세
2.1. 바로 지금, 당신의 행동, 그에 대한 책임
2.2. 선택과 통제
2.3. 욕구 - 행동 - 평가 - 계획: WDEP
2.4. 처벌이 아닌, 스스로 깨닫게 하기



1. 설명[편집]


1964년에 윌리엄 글래서(W.Glasser)[1]라는 상담사가 자신의 논문에서 제안한 상담기법. 본래 글래서는 정신분석 치료를 배운 상담가였지만, 언제부턴가 정신분석 치료의 한계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마침내는 그것과 결별한 뒤 자기만의 독창적 기법을 창안했다. 이후 한 대안학교에서 자신의 치료기법을 적용해 보아서 나름 성공적이라는 게 밝혀지자 자신 있게 이를 공개했다고.

현실치료의 가장 큰 메시지를 좀 과격한 방식으로 꼽자면, "찌질하게 책임을 회피하려 하지 말고, 네가 한 행동이 무엇이고, 결과가 무엇이고,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 현실을 직시해!"(…) 라고 할 수 있다. 메시지가 메시지인 만큼, 이는 비행청소년이나 학업부진, 무책임하고 방만한 일상을 영위하는 사람, 히키코모리,[2] 게임 폐인,(…)[3] 근시안적으로 눈앞의 즐거움만 좇는 사람들, 소위 "오늘만 사는 사람들", 기타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지 못할 인생살이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인지치료처럼 내담자의 정신머리(?)를 바로잡아 주는(…) 그런 게 아닐까도 싶겠지만, 사실 메시지가 그렇다는 거지 상담과정 자체는 그렇게 따박따박하게 진행되는 건 아니다.(…) 여기서도 상담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정신분석 치료에서 상담가는 신비주의적이고 중립적인 촉진자이고, 행동주의 치료에서 상담가는 체계적인 분석가이자 치료사이며, 인간 중심 치료에서 상담가는 누구보다도 인간적이고 따스하며 서로 간담상조(肝膽相照)하는 친밀한 사람이고, 의미치료에서 상담가는 누가 누구를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을 만큼 보잘것없는 한 인간에 불과하다. 대조적으로, 현실치료에서 상담가는 마치 너그럽고도 단호한 교사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4] 너그러운 교사가 학생에게는 기본적으로는 친절하지만 학생이 뭔가를 잘못하면 단호하게 붙잡아 주듯이, 우호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내담자가 현실로부터 도피하려 하면 현실을 직시하도록 붙잡아 준다. 훌륭한 교사가 제자를 포기하지 않듯이, 현실치료 상담가는 내담자를 포기하지 않는다.

현실치료는 그 대전제로서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보고 있으며, 당사자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그 책임이 어디로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흔히 현실치료는 정신병은 없다는 식의 반정신의학적 전제를 깔고 간다는 얘기가 퍼져 있지만, 이는 사실 앞서 말한 "행동에 대한 책임" 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정신질환자들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없는 존재이며 이는 현실치료의 관점에서는 엄연히 이레귤러(?)이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는 상담의 진행이 불가능하며, 다른 종류의 기법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현실치료 기법이 필요한 상황이라도 다른 기법으로도 내담자가 책임을 질수 있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다. 예를 들면 내담자의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거나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면 인간 중심 치료가 책임감 형성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인지치료와는 달리, 상담가는 내담자의 현실도피적 태도나 근시안적 태도에 대해서 문제삼거나 논박하지 않는다. 내담자가 상담가를 논박하려고 할 때에조차도 내담자의 링에서 신속히 내려와야 한다. 예를 들어, "아, 좀 내버려 둬요! 내가 마음대로 살겠다는데! 당신이 나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그래요!" 라고 내담자가 소리친다면, 상담가는 예컨대 "맞아요, 선생님께서 무책임하게 사는 걸 굳이 원하신다면 제가 더는 필요가 없겠죠? 그런 생활에는 선생님이 전문가시니까." 라고 흔쾌히 대답할 수 있다. 이는 보통 역설적 기법이라고 불리는 테크닉인데, 요지는 상대방의 속을 살살 긁자는 게 아니라 내담자가 예측할 수 없었던 뜻밖의 반응을 보임으로써 내담자가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2. 상세[편집]



2.1. 바로 지금, 당신의 행동, 그에 대한 책임[편집]


현실치료가 정신분석과 가장 크게 다른 점 중 하나는, 그 구체적 기법에 있어서 과거나 미래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5] 정신분석 치료에 있어서 내담자는 5세 이전의 유년시절로 어떻게든 되돌아가야 하며, 당시의 생애사는 이후 전생애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치료는 바로 지금, 당장 눈 앞의 현실, 내가 맞닥뜨린 세계, 내가 헤쳐나가야 할 문제에 집중한다. 여기서 벗어나서 구구절절한 과거의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제재받게 된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현실치료의 입장에서 이런 건 일종의 "변명"(…)에 가깝다. 또한 남 탓을 한다거나 일시적 감정으로 원인을 돌리는 것 역시 제재 대상이다.

현실치료는 주어진 문제 상황에서 내담자가 취한 행동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책임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할 것을 중시한다. 똑같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중에 이 내담자는 이러한 행동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그 행동에 뒤따라오게 될 결과가 무엇인지를 확인시키고 그 책임을 온전히 감당하게 하는 것이다. 어렵게 말해서 그렇지, 대놓고 말하자면 현실부정을 하지 못하게 하고 책임감을 길러 주는 것이다.


2.2. 선택과 통제[편집]


현실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내담자로 하여금 현재를 통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즉 내담자가 자신의 삶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내담자는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고, 이 선택은 자신의 내부로부터 나오는 동기화의 결과이다. 이 점에서 현실치료는 행동주의 치료와 대조될 수 있다. 현실치료와는 달리, 행동주의 치료는 어떤 행동이 외부의 자극의 결과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글래서는 자신의 생각을 따로 "선택 이론"(choice theory)이라고 정리하였다.[6]

인간의 내부로부터 나오는 동기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뇌 속에서부터 일어나는 다섯 가지의 욕구(need)로 나누어질 수 있다. 이는 각각 권력, 사랑, 생존, 자유,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욕구 이야기가 나온 만큼 매슬로우(A.Maslow)의 욕구계층이론과도 좋은 비교가 될 수 있다. 글래서가 분류한 욕구들은 욕구계층이론의 2~4단계 계층, 즉 "안전 욕구", "소속 욕구" 와 "존중 욕구" 에 해당한다. 아무튼 전체적인 조망을 환원하자면, 결국 다섯 가지의 욕구들이 한 인간의 삶을 통제해 가게 되는 셈이다.


2.3. 욕구 - 행동 - 평가 - 계획: WDEP[편집]


이처럼 욕구는 인본주의적 접근 외에도 현실치료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WDEP 상담모형[7]에서 욕구는 전체 사이클을 가동하는 첫 출발점이자 참조점이 된다. 기왕 나온 김에 좀 더 언급하자면, WDEP는 다음과 같은 양상으로 흘러간다.


  • 원하는 것(Want):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지금의 당신의 삶을 어떻게 바꾸기를 원합니까?"
글래서의 5가지 욕구와 관련하여, 상담가는 이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최상최적의 자기 모습이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한다. 외부의 실제 세계는 지각(perception)을 거쳐서 내부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최고의 내용들이 모여 좋은 세계(quality world)를 구성하게 된다. 대다수의 내담자들은 현실이 좋은 세계와 크게 괴리가 있기 때문에 내원하는 경우이다.


  • 행동하는 것(Doing): "그렇다면,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상담가는 지금 현재 내담자가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디로 이끌려 가고 있는지를 일깨워 준다. 내담자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를 확인하고 직시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자신이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여기서 내담자가 살펴보아야 할 것은 전행동(total behavior)이라는 것으로, 개인이 행동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생리적 반응을 보이는 모든 것들이다.


  • 평가하는 것(Evaluating): "그렇다면, 당신의 지금 행동은 당신이 원하는 것에 비추어 보아서 도움이 됩니까?"
상담가는 이제 내담자에게 왜 언행이 불일치하는 것인지를 자신이 선택하는 행동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자신이 원하는 것에 비추어 서로 일치하는지를 질문하게 된다. 내담자는 자신이 가는 방향과 선택하는 행동들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직시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자신이 무책임한 행동의 결과로부터 도피하려 했음을 인정하게 된다. 이는 현실치료의 WDEP 사이클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 계획하는 것(Planning):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상담가는 이제 내담자가 현실을 직시하고 개선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대안을 찾도록 돕는다. 목표는 내담자의 좋은 세계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물론, 현실치료는 책임을 매우 매우 매우 강조하므로,(…) 스스로 다짐한 바를 큰 소리로 읽게 하거나, 자기와의 서약서에 자필 서명을 하게 한다거나, 계획 불이행 시 책임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한다거나 하는 후속 조치가 동반된다. 좋은 계획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단순성, 실현 가능성, 측정 가능성, 즉시성, 통제 가능성, 일관성, 그리고 이행성이다. 이를 다시 "SAMIC3" 라고도 부른다.[8]

어쩌면, 이 사이클은 유념하고 있다가, 간혹 스스로가 굉장히 무기력하다고 느껴지거나 시간을 헛되이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정말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긴박감이 들 때, 너무 무책임하게 청춘을 허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이 밀려올 때 자문자답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2.4. 처벌이 아닌, 스스로 깨닫게 하기[편집]


이렇게까지 하더라도 사람이 쉽게 바뀌진 않으므로(…) 종종 계획을 어기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처벌을 해야 할까? 현실치료에서는 처벌을 하지 않는다. 도리어 처벌은 행동주의 치료의 기법에 속하며, 현실치료에서 처벌은 금지되어 있다. 사실, 계획을 어긴다 하더라도 상담가는 절망하거나, 불신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비아냥거리거나, 비난해서는 절대 안 된다. 위에서도 여러 번 서술되었지만, 상담가는 내담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다시 WDEP 사이클을 돌리면 되는 것이다.

현실치료에서 내담자가 계획을 어겼을 때 상담가가 개입할 길은 별로 없다. 그 후폭풍과 불이익, 모든 책임은 온전히 내담자가 자기 것으로 감당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상담가는 내담자에게 "이는 부당한 것이 아니며, 자신의 책임 방조로 인해 부메랑처럼 돌아온 결과" 임을 인식시키고,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뒷수습을 하는 가운데 자신이 무엇을 깨달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음" 을 강조한다. 평소 같았다면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 가까운 타인이 뒷수습을 해 주고 그 책임을 대신 분담해 주었을지 모르지만, 이제 이들이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의 결과를 뼈저리게 체험함으로써 이대로는 정말 안 되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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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엄격한 가풍에서 자라서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말라는 가르침을 항상 받았다고 한다. 성장 후에는 잠깐 공돌이로 뛰다가(화공학 엔지니어) 뒤늦게 자기 길을 발견하고 상담심리학에 뛰어들었다.[2] 물론 어떤 상담이든 다 그렇지만 내담자 본인이 개선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스스로의 방콕 상황에 만족한다면 상담은 진행될 수 없다.[3] 나이가 들어 경제활동 및 사회생활을 해야 함에도 사회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게임에만 도피적으로 몰두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므로 오해 없기를 바란다.[4] 애초에 글래서 본인이 상담가가 지켜야 할 첫째 대원칙으로 "원만한 관계를 형성할 것" 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상담사가 내담자와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기도 전에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있다.[5] 이 점에서는 게슈탈트 치료와도 동일하다. 물론 처방 자체는 그쪽과 현격히 달라지지만...[6] 당연히, 미시경제학의 선택 이론과는 서로 다르다.[7] Wubbolding, 2001.[8] Wubbolding,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