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의 365일

덤프버전 :


1. 책 소개
2. 등장인물
3. 줄거리
4. 결말
5. 에필로그
6. 여담
7. 주요 대사



1. 책 소개[편집]


유난히 벚꽃이 희던 새 학기 첫날, 열일곱 생일을 맞은 평범한 소년 소야는 특별반에서 일반반으로 내려온 옆자리 소녀 히나를 만나고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히나와의 설레는 하루 끝에 소야를 기다리고 있던 건 집 앞 우편함 속 블랙 레터. 색채를 하나씩 잃어가다 결국 죽음에 이르는 무채병을 통보하는 편지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 날 교실에서 우연히 편지를 주운 히나에게 비밀을 들켜버린 소야. 두렵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남은 1년 동안 사귀어주기라도 할 거냐는 분풀이를 하고 만다. 그런데 그때, 미소를 띤 히나에게서 돌아온 뜻밖의 대답. “넌 왜 나와의 1년을 약속한 걸까?”


2. 등장인물[편집]


신도 소야: 주인공
다치나미 히나: 여주인공
야댜 가케루: 주인공의 죽마고우
리카 : 주인공의 죽마고우[1]


3. 줄거리[편집]


하루하루 따분한 일상을 보내던 신도 소야.
가케루와 같은 반이 되어 기쁜 마음으로 새로운 학급에 들어간다.
새로운 학급에 들어서서 바로 옆자리인 다치나미 히나를 만난다.[2][3]
어느 날 집에 돌아가던 소야는 집에 온 블랙레터[4]를 받게된 후 좌절감에 쌓이며 지내다
학교에 두고온 블랙레터를 가지러 학급에 들어서는데 거기서 다치나미 히나가 자신의 블랙레터를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게된다.[5]
그렇게 또 다시 좌절감에 쌓인 신도 소야는 다치나미 히나에게 자신의 비밀을 보았냐며 애꿏은 히나에게 화를 낸다.
그렇게 여러 한 소리 하다 흥분한 상태로 히나에게 "내가 이렇게 불쌍해서, 나랑 사귀어주기라도 할꺼야?" 라며 고백 아닌 고백(?)을 하게된다
그리고 돌아온 뜻밖의 대답, "알겠어, 너의 여자친구가 되어줄게" 라며 1년간 계약연애를 하게된다.


4. 결말[편집]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
반전따윈 없다. 365/365일에 소야는 결국 전날[1] 히나와 같이 하룻밤을 보내고 자신이 그동안 히나를 위해 써왔던 노트를 두고 히나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며 그대로 편안히 눈을 감는다.[2]


[스포일러2]
신도 소야가 8살일 적 무렵,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던 중 벚꽃이 흩날리는 걸 보곤 자신에게 사쿠라나가시[1] 를 알려주고 다시 만나자며 자신에게 인사한 소녀가 있었지만 그대로 잊혀졌다.[2]


그리고 7년 뒤...
다치나미 히나가 자신이 어렸을 적 사쿠라나가시를 말해줬던 소년이 있었다고 말하며, 그게 너라는 사실을 밝힌다.[3]


[스포일러3]

사실 다치나미 히나도 무채병 환자였다. 의사인 아버지의 컴퓨터를 본 히나는 무채병인 소야의 이름 밑 자신의 이름에도 무채병에 걸린 사람으로 적혀있었다는 걸 알게된다.[1][2]
그리고 자신이 죽기 전, 소야가 자신을 위해 써줬던 노트를 보며 "나도 많이 좋아해" 라고 써놓은 뒤, 소야의 이마, 볼, 입술에 차례대로 입맞춤을 하며 그대로 눈을 감는다.[3][4][5][6]


5. 에필로그[편집]


히나가 그동안 자신의 심정을 쓴 일기가 담겨있다.[6]
[스포일러]

4월 6일

개학식. 너를 만났다. 옆자리였다. 내가 좋아했던, 너와 잘 어울리는 그 색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4월 7일

너와 사귀기로 했다.

편지 사건은 우연이지만, 타이밍이 좋았다. 처음 키스할 때 심장이 툭 튀어나올 뻔했던 건 혼자만의 비밀이다.


4월 14일

너와 사귄 지 일주일째. 비탈길에서 따라잡아 너와 나란히 걸었다. 네 손에 들린 손수건은 연분홍색이었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5월 6일

사귄 지 한달이 지났다. 네 표정이 계속 어두웠다. 가족에게 밝힐지 말지 고민이라고 해서, 나는 둘 다 옳을 수도 그를 수도[1]

있다고 대답했다.


5월 15일

너의 소꿉친구라는 여자애[2]

가 나를 불러냈다. 불려 나간 것도, 뺨을 맞은 것도 다 처음이었다. 그 애는 네가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나처럼

그런데 내가 그 자리를 빼앗았다. 나도 계속 좋아했으니까.

너는 기억을 못하고, 나도 말할 마음이 없지만, 내 감정의 무게는 그 애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네가 구하러 왔다. 잠짓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실은 무서웠다. 너는 히어로처럼 멋있었다.

좋아한다고 말해줘서 기뻤다.

어쩌면 그 애 앞이라서 얼떨결에 거짓말을 했을지도 모르는데, 그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지는 나도 참 단순하다.


6월 3일

네 시야에서 빨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까지 볼 수 있는 색깔이 둘 다 하늘색이라니 굉장한 우연이다. 혹시, 운명? 그저 운명이라 치부하고 싶지는 않다.

죽음은 차근차근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다.


7월 2일

기말고사. 색채 감지 검사 빼고는 완벽했다.빨간 색 계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결과는 아빠에[3]

게 가니 상관 없다 싶었는데, 덜컥 겁이 났다. 너는 몹시 힘들어 보였다. 괜찮다고 여러 번 말해주었다. 괜찮다니 뭐가 괜찮다는 걸까?

거짓말이다. 나도 무섭다. 사실은 하나도 안 괜찮다. 이미 알고 있던 현실이 갑자기 존재감을 드러낸 게 무서워 네 등에 팔을 둘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괜찮다는 말로 얼버무리며 나 자신을 세뇌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말이 네 마음을 구할 수 있다면 나는 몇 번이고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 함께 웃으며 지내자. 죽음의 그림자 따위 보이지 않게.


7월 7일

소나기를 만났다. 빨간색 계열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점점 초조해진다. 무채병은 진행되고 있고, 나는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내가 아빠 같은 연구자라면, 너를 살릴 수 있으려나. 하지만 이 병은 내가 의사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때쯤이면 너도 나도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없겠지.


7월 12일

내일은 불꽃놀이 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엄마랑 같이 유카타를 사러 갔다. 한 번 밖에 못 입는데 사달라고 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엄마는 울 것 같은 얼굴로 괜찮다고 했다.

어리광을 피우는 건가 싶으면서도 지금은 그냥 그러기로 했다. 짙은 남색에 물색 꽃무늬가 그려져 차분한 느낌이 드는 걸 골랐다. 더 예쁜 옷도 있다고 했지만, 나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네 눈동자에 예쁘게 비치고 싶으니까.


7월 13일

네가 고백하면서 키스했다. 내가 정말 좋다고 했다. 계약 연애, 뭐 그런 식으로 시작했지만 진짜가 되었다. 기뻤다. 정말 행복했다. 한 여름밤에 꾼 꿈만 같았다.

하지만 아니다. 이건 현실이다. 만약 꿈이라면, 하늘에 떠오른 불꽃이 전부 보였을 테니까. 실제로 내 눈에는 그라데이션을 넣은 회색빛으로 보였다.분명 네 눈동자에도 똑같이 비쳤겠지.

어째서, 함께할 시간이 조금밖에 없는 걸까. 어째서,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는 걸까. 어째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걸까.

언제 끝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죽음이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며 무섭지 않다고 허세를 부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8월 2일

너는 거짓말을 못한다. 그렇게 말하면 너는 "역시 그런가?" 하고 묻는다. 너는 솔직하다. 너의 그런 점이 좋다. 나와 달리 뭘 잘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다.

여름방학 때는 같이 놀라 가자고 약속했다. 더운 걸 싫어하고 수영도 못 하니까 여름을 즐길 만한 장소는 못 가겠지만,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다 좋다.

어딜 가든 분명 즐겁고 행복할 테니까.


9월 1일

새 학기. 문화제 배역을 정했는데, 어쩌다 내가 신데렐라로 뽑혔다. 앞에 나서는 건 별로야, 왕자 역은 야다[4]

겠지,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네가 손을 번쩍 드는 모습을 보고는 기뻐서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너는 몹시 거북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좀처럼 볼 수 없던 표정이라 진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10월 4일

리카와 문화제를 구경했다. 재미있었다. 돌아다니다가 빨간색이 안 보여서 난처해하는 너를 보고 불쑥 말을 걸었는데 나 역시 보이지 않았다.[5]

리카가 도와줘서 살았다.

연극은 예정대로 끝이 났지만, 무대 한쪽에 서서 끝까지 날 지켜보고 있는 네 표정을 보면서 나는 벌렁대는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아냐, 이게 아냐. 내가 원한 건 이런 결말이 아니야. 너와 맺어지지 않는 해피 엔딩 따위는 필요 없다. 로미오와 줄리엣 같다더니, 정말 그랬다. 그 두 사람도 끝끝내 죽어버리니까. 우리처럼.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죽음을 넘어서는 건 불가능하다. 드레스를 입고 고통스럽게 춤을 췄다.[6]


11월 20일

나의 열일곱 번째 생일이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네가 수족관에 데려가줘서 몹시 기뻤는데, 우연히 아빠를 만나는 바람에 네 병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키고 말았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너는 나를 용서해주었고, 8년 전에 미하나다 공원에서 만났던 일도 기억해냈다.

죽고 싶지 않다던 너. 나도 죽고 싶지 않아, 너와 미래를 함께하고 싶어. 너를 두고 가는 일은 없어. 나도 죽으니까.

이제는 색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괜찮아. 너를 두고 미래로 가지 않을게, 갈 수 없어.

네가 준 선물이 짙은 회색이어서 아마도 빨강일 거라 예상했다. 보이지 않고 나서부터는 멀리했는데, 너는 그 색이 내게 잘 어울린다고 했다.

아아, 고백해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말할 수 없다.

보이지 않으면서 거짓말을 했다. 그렇지만, 즐거웠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에 네게서 받은 은목걸이는 제법 비싸 보였는데, 이제 곧 죽으니 저금 따위 남겨놔봤자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나도 뭐든 주고 싶었지만, 네가 물건을 남기길 싫어해서 고심했다. 결국, 네 목이 추워 보이던 게 생각나서 머플러를 선물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샀다.

네가 좋아했다. 잘 골랐다고 생각했다.


3월 25일 [7]

종업식. 너도 나도 오늘이 학교에 가는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른다. 학급 단체 사진에는 웃는 얼굴로 찍혔다. 너는 어색하게 웃었지만, 그게 너다운 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까지 웃으며 지내자고 너와 약속했다. 안녕이라는 말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죽음과 맞서던 너도 나처럼 조용히 죽음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손을 흔들며 헤어질 때마다 이 순간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싫다. 네 옆에서 좀 더 웃으며 지내고 싶다.


3월 30일

미하나다 공원에 벚꽃이 활짝 폈다. 내 눈에는 새 하얗게 보여도 분명 예쁘겠지. 8년 전에 너와 만난 공원의 벚꽃.그 날의 기억이 이제는 떠오르지도 않는 색을 에쁘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거의 매일 만나던 네가 내일은 못 만난다고 하기에 나도 내일은 이것저것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너의 집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날엔 이 노트에 기록하지 못할 것 같다.


4월 6일[8]

목욕을 마쳤다. 너는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 사이에 써야지,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케이크는 생각 보다 잘 만들어졌다. 오므라이스는 까맣게 탔다. 너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릇을 싹 비웠는데, 괜찮을까.

가끔 얼핏얼핏 색깔이 보인다. 점심때 네가 말했던 일이 내 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작별할 시간이 머지않은 걸까.

너보다 먼저 눈 감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내가 잘 숨겼으려나,너는 여전히 눈치채지 못했을까.[9]

나는 끝내 답을 알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되겠지.


가족에게

아빠, 무채병 진단 결과가 나왔을 때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난 머지않아 하늘이 어떤 빛깔을 띠고 있는지 모르게 될 거야. 나무들이 무슨 색인지도, 사랑하는 사람이 뺨을 발그레 물들이며 수줍게 웃어도 알아보지 못하겠지. 그러니까,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그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을 함께 보고 싶어. 온 세상이 흑백의 지배를 받는 그날까지.

그렇게 말하면서 학급 변경 신청서를 내밀었잖아. 설마 내가 그러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는지 아빠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고.

하지만 그게 내가 원하는 거라고 하니까 아빠는 일반반으로 옮기는 걸 허락해줬어. 아무것도 묻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묻지 않았어.

다만, 그날 아빠가 눈물을 삼키던 모습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아. 아빠가 우는 걸 처음봤거든. 그건 내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말해서 흘린 기쁨의 눈물이었을까, 아니면 현실을 각오한다는 의미였을까, 아마 둘 다였겠지?

그렇게 내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 아빠가 허락하지 않았으면, 난 소야와 이렇게 시간을 보내지 못했을거야.

난 아빠의 뒤를 이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고싶었어. 내가 무채병에 걸릴 줄도 모르고. 아빠가 날 낫게 하려고 연구중인데, 치료 약이 완성되기 전에 세상을 떠나서 미안해. 딸을 구하지 못했다고 평생 후회하게 만드는 건 아닌 지 모르겠네.

엄마랑 여동생도, 꼭 행복해야 해. 난 남겨진 이들의 아픔은 잘 모르지만, 먼저 떠나서 미안해. 17년 동안 고마웠어.


리카와 야다에게

리카, 공부하기 싫어도 열심히 해. 너와 좀 더 정정당당하게 마주하지 못해서 아쉽고, 미안해. 앞으로 어른이 돼서도 행복하게 살길 바랄게. 나랑 친구해줘서 고마웠어.

야다도 공부 좀 하고. 미래가 있으니까, 언젠가 쓸데가 있을거야. 항상 재밌는 말로 모두를 즐겁게 해줘서 고마워. 소야의 절친이니 나도 널 좋아하게 될 거라 예상은 했지만, 넌 정말 멋진 사람이더라. 부디 행복하게 살아줘.


마지막으로 소야에게

네가 이 일기를 보게 되는 일은 없을거야. 왜냐하면, 내가 끝까지 꽁꽁 숨길 거니까. 그러니까 이건 그냥 혼잣말이라고 여겨줘.

혹시나 착오가 생겨서 보게 되더라도 부디 용서해주면 좋겠어. 계속 거짓말로 숨겨왔던 걸.

난 무채병이었어. 우연히 아빠의 환자 리스트가 눈에 들어왔는데, 네 이름 밑에 적힌 내 이름까지 봐버렸어.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무채병이 발병했거든. 그래서, 내가 먼저 죽을까 봐 줄곧 두려웠어.

처음에는 무슨 색깔이 안 보이는지 몰랐어. 그런데 새 학기 첫날 교실 창문으로 야다와 네가 교문 앞에서 애기하는 걸 지켜보다가 알아차렸어.

내가 처음 볼 수 없게 된 색은, 8년 전 내 눈동자에 새겨진 뒤로 지워지지 않았던 너의 머리카락 색이었거든.

햇빛을 받아 반짝이던 연갈색 머리카락이 어린 마음에도 참 부러웠던 게 생각나. 그래서 그 색을 못 보게 됐을 때는 너무 슬펐어. 모처럼 같은 반이 됐는데 다시는 네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볼 수 없다니 말이야.

"너, 머리카락 색깔이 참 예쁘다."

이렇게 말했을 때 사실은 보이지 않았어.

파란색 이름을 가진 너와 빨간색 이름을 가진 나.

그런데 신은 우리에게서 색을 빼앗아 갔어. 괴로웠지? 힘들었지? 슬펐지? 고통스러웠지?

그래도 함께여서 다행이었어. 혼자서는 견디지 못했을거야.

우리는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워지고 이별할 시간이 다가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래가 있는 척 했잖아. 그건 너무 슬픈 일이지만, 그런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는 마음이 편했어.

내일이 있다고 믿을 수 있었으니까.

소야를 만나고 나서 세상은 색채와 빛으로 넘쳐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함께 지낸 시간들, 우리가 갔던 장소들, 눈으로 본 것들, 하나도 잊지 않았어.

그리고 감정에도 색이 있다는 걸 알았어. 네 덕분에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됐거든.

너는 내 삶의 희망이었어. 미래를 믿을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존재였지. 나를 만나준 것, 사랑해준 것, 받아들여준 것 다 고맙고, 내 인생에 나타나줘서 고마워.

네가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라 좋았어.

너라면 화가 나더라도 분명 용서해줄 거야. 내가 너무 앙큼하다고? 그렇지만 뻔히 보이는 걸? 내 생각만 해서 미안해.

신도 소야. 착하고 솔직해서 거짓말을 못하던 너. 난 마지막까지 웃고 있으니까 너도 웃어줘. 죽는 건 두렵겠지만 너와 함께라면 괜찮아.

하지만, 할 수 있다면, 다시 태어나서 너와 연인이 되고 싶어. 그때는 거짓말로 감추지 않을게. 평범하게 만나서 사랑을 나누자.

죽음 따위 상상도 하지 말고 당연한 일상을 보내며 어른이 되어서는 못 했던 일들을 잔뜩 하자.

쭉 함께할 수 있다면, 결혼해서 가족을 이루는 미래를 상상해도 될까? 네 머리카락 색을 닮은 아이가 태어났으면 좋겠다.

그냥 마음대로 상상해봤지만,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건 나도 다 알아. 1년이란 시간은 긴 듯하면서도 짧았어. 그래도 우리가 죽음을 받아들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지.

이제 상상은 그만할게. 남은 건 현실뿐이지만, 너와 함께라면 문제없어. 너는 남겨지는 걸 염려하고 나만 혼자 미래로 가버릴까 봐 슬퍼했지만, 괜찮아.

이제 끝이야. 저항도 끝. 무서워서 인정하긴 싫지만, 죽음이 가까이 왔으니 솔직히 말해도 되겠지? 내가 이번 생에서 이루고 싶었던 마지막 소원을 적으면서 이 일기를 맺을게.

마지막 날에, 같이 가자.


마지막 기록

오전 6시, 알람 소리에 눈이 떠졌다.[10]

아직 잠이 덜 깬 머리로 어젯밤부터 가방에 넣어두고 한 번도 꺼내보지 않은 스마트폰을 찾으려고 침대에 누운 채 손을 휘휘 저었다.

손끝에 닿은 딱딱한 금속 물체가 그것인 것 같아 집어 들었다. 화면에 불이 켜지고 환한 빛이 눈을 찔러 나도 모르게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손가락을 눌러 알람을 끄고, 여전히 빛을 내뿜는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부재중 전화가 다섯 통. 문자가 세 건. 누가 보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5분에 한 번씩 네 번, 너의 절친[11]

에게서 걸려온 착신 이력이 남아 있었다. 맨 마지막 전화는 너의 소꿉친구였다. 아빠가 보낸 문자가 한 건. 나머지는 전화를 걸었던 두 사람이 보낸 문자였다.

또 다시 스마트폰이 부르르 떨리면서 네 절친의 이름이 떠올랐다. 받을 마음이 털 끝만큼도 없어서 그대로 전원을 껐다. 스마트폰을 가방으로 홱 던지고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너는 옆에서 자고 있었다.

아니, 잠든 사람처럼 생을 마감하고 있었다. 손으로 만져봐도 더는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그저 싸늘하게 식은 시신이 거기 누워있을 따름이었다.

어쩜 이렇게 행복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 아빠가 무채병은 사후 경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무채병 환자는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한다.

이러고 있으면 네가 당장이라도 눈을 뜨고 나를 보며 웃어줄 것 같지만, 두 번 다시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더 이상 네 목소리가 내 귀에 닿을 일은 없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르는 체 했다. 이별의 순간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걸 모르는 척 외면하면 내일이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무심코 내 귓가로 손을 가져가니 작은 꽃잎이 떨어졌다.

벚꽃이었다.

손으로 꽃잎을 집어서 네 귓가에 꽂았다. 이 색깔은 그 날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네 머리카락에 가장 잘 어울릴 테니까.

"고맙고,.... 미안해."[12]

일어나서 침대 밖으로 나오니 바닥에 꽃잎이 흩어져 있었다. 놀라서 맨발로 꽃잎을 피하듯 걸음을 옮겼다.

책상 위에 늘어선 연하늘색 노트를 왼쪽부터 차례대로 훑어보았다. 꼬깃꼬깃한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꾹 참고 읽었다.

네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제대로 알고 싶었다. 죽을 힘을 다해 읽어내려가다가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렀다.

종이를 가득 채운 사랑의 말에 입가가 스르르 풀렸다. 펜을 쥐고 빈 공간에,

"나도 정말 좋아해."

라고 적어 넣었다. 너에게 닿지는 않겠지만 형태를 남기고 싶었다.

창 밖에는 그쳤던 비가 어느새 다시 내리며 벚꽃 잎을 흩뿌리고 있었다.

"사쿠라나가시"

너도 같은 말을 했으려나 확인할 길은 없었다. 네 입술은 다시는 열리지 않을 테니까.

"있잖아."

침대로 다가가 내가 원레 누워 있던 네 옆자리로 파고들었다.

"네가 좋아"

그러자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네 머리카락 색이 시야에 들어왔다. 내 마음을 빼앗은, 포근한 봄의 색.

"네가 정말 좋아."

너의 이마에, 뺨에, 입술에 차례차례 입을 맞추었다.

"사랑해"

네가 저세상에서나마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다. 사랑에 빠진 한 소녀가 계속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죽음과 맞섰던 또 하나의 이야기를.

네 손을 꽉 쥐었다. 엄습하듯 찾아온 나른한 기운에 몸을 맡기며 눈을 감았다.

한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눈물이 내가 마지막으로 느낀 온기였다.



6. 여담[편집]


  • 일본 작가 유이하의 첫 데뷔작품이라고 한다.[7]

  • 인스타그램 광고에 많이 떴던(..) 책이다.

  • 일본 작가 유이하의 작품 중 첫 번역본이다.

  • 모든 책이 다 그렇지만, 이 책은 특히 결말부분을 조금이라도 먼저 알고있으면 재미가 70% 반감된다.

7. 주요 대사[편집]


"네가 보는 세상에서 색이 전부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예쁜 모습으로 남고 싶거든."

-다치나미 히나-


"벚꽃은 너를 위한 색이야."

-신도 소야-


"손으로 꽃잎을 집어서 네 귓가에 꽂았다. 이 색깔은 그날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네 머리카락에 가장 잘 어울릴 테니까."

-다치나미 히나-


"사쿠라나가시, 비가 와서 벚꽃이 떨어지는 거, 그걸 사쿠라나가시라고 한대."

-다치나미 히나-


"봄 바람이 불면서 시야에 색이 입혀졌다. 구름 한 점 없는 남빛 하늘에 별이 빛나고 창백한 달빛이 방 안을 부드럽게 감싼다. 베란다 난간에는 연분홍색 꽃잎이 떨어져 있고 새까만 아스팔트 위로는 분홍색 양탄자가 살짝 떠 있는 듯 깔려 있었다."


[스포일러]

난 머지않아 하늘이 어떤 빛깔을 띠고 있는지 모르게 될 거야. 나무들이 무슨 색인지도, 사랑하는 사람이 뺨을 발그레 물들이며 수줍게 웃어도 알아보지 못하겠지. 그러니까,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그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을 함께 보고 싶어. 온 세상이 흑백의 지배를 받는 그날까지.[1]

[2]

- 다치나미 히나


파일: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__CC.png 이 문서의 내용 중 전체 또는 일부는 2023-11-25 19:16:09에 나무위키 나와 너의 365일 문서에서 가져왔습니다.

[1] 주인공을 오랫동안 좋아했다.[2] 공부 잘하는 학생만 모인 특별반에서 나왔다고 한다.[3] 얼굴이 아주 아름답다고 한다.[4] 무채병을 통보하는 편지[5] 소야가 제일 먼저 보지못하게 된 색은 진분홍색이었는데, 책 초반에서 "이번 봄은 유난히 벚꽃이 하얗네." 라는 문장이 있다.[6] 첫 문장은 "쭉 거짓말을 했다."[7] 고등학교때 구상하고 쓰고 대학생 때 완성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