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싱턴 "해바라기 꽃밭"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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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편집]


“밸런타인데이”——익숙하면서도, 한편 낯설기도한 기념일이다.

나의 먼 학창시절에도, 이 기념일을 수차례 겪어왔다.

기업의 상술에 놀아나는 어리석은 청소년들이, 일 년에 한 번 있는 이 기회에 자신의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초콜릿을 선물한다. 그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나 또한 초콜릿을 받은 적이 있다. 그 후에 답례도 했었지만, 그때의 나는 “사랑”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아니, “좋아한다”는 감정에 있어서,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졸업 후 입대할 때까지, 나는 철저하게 이 기념일과 인연이 없는 생활을 이어왔다.

원래 나에게 “사랑”이나 “좋아한다“라는 개념은 모두 허무한 것들에 불과했다. 항구에 배치되어 '그녀'와 함께 지내며, 나는 비로소 그 의미를......

여성의 목소리: "사령관님? 무슨 생각하시나요?"

렉싱턴: "아니면, 초콜릿을 좋아하시지 않는 건가요?"

제독: "(쓴웃음) 그건 아니야……"

원래라면, 올해 밸런타인데이도 무난한 하루가 될 것이었지만. 눈앞에 놓인 그녀의 선물에 의해 모든 것이 바뀌었다.

렉싱턴: "저는 또 사령관님이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고민하시는 줄 알았어요."

제독: "어떻게 거절하겠어. 네가 나에게 주는 건데. 그냥 오늘이, 나에게 조금 특별한 날이라서 그래. 그래서……"

렉싱턴: "(작은 소리로) 오늘이 아니라면, 초콜릿을 줄 이유도 없는 걸요."

제독: "아……?"

렉싱턴: "이제 화상회의를 해야 하니, 가능한 한 서둘러서 준비를 해주시길 바라요."

렉싱턴: "필요한 서류는 이미 오른쪽 서랍에 넣어두었으니 기억해주세요. 저는 다른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그녀는 나에게 경례를 하고서,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마치 자신의 기분을 들키기 싫어서 급히 떠난 것처럼 보였다.

——그 완벽한 렉싱턴도, 부끄러워하기도 하는구나.


회의가 끝난 후, 친한 친구가 나를 불러 세웠다.

제독A: "어이, 일 중독자. 오랜만이야. 시간이 흘러도 넌 아직도 여전하구나."

제독: "내 다크서클이 보이지 않아?"

제독A: "그래, 수고가 많아. 그러니 우리 일 중독자 씨께서는 항상 'ACE'를 받을 수 있는 거겠지."

제독: "(머리를 가로저으며) 그건 내 공이 아니야. 전선에서 싸우는 건 그녀들이고, 난 그저 그녀들을 위해 작전 계획을 세웠을 뿐이니까."

제독A: "겸손하기까지. (작은 소리로) 그건 그렇고. 너도 알고 있어? 본부의 보급물자 목록에 '새로운 것'이 나타났데."

제독: "(궁금해 하며) 그것이 왜?"

제독A: "(가까이하며) '반지'래."

제독: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반지가 왜 이상한데?"

제독A: "반지 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지. 하지만, 결혼반지라면?"

나는 순간 멍해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머릿속에서 갑자기 렉싱턴의 모습이 스쳤다.

제독A: "왜 그래? 갑자기 말을 하다 말고. 설마 네가——!"

제독: "……그런 일은 없어."

제독A: "(웃으며) 그렇겠지. 만약 정말이라면, 청첩장 보내는 거 잊지 마."

제독: "(쓴웃음) 축의금이 적으면 올 생각도 마."

제독A: "하하. 오늘은 이만 하자. 다음에 또 만나자, 친구. 몸조심하고."

제독: "너도 몸조심해."

그의 홀로그램 영상이 사라졌다.

방 안은 갑자기 정적이 흘렀지만, 내 마음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결혼반지……

머릿속에 다시금 렉싱턴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웨딩드레스 차림이었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꽃다발을 든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평소와 같은 미소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제독: "……기다렸어?"

맙소사...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

.

.

재무실.

아이라: "저기, 다시 말해주실 수 있나요? 방금, 보급 물자 중에 '서약의 반지'가 있냐고 물으신 건가요?"

제독: "……그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나는 재무실에 있었고, 재무관을 겸하고 있는 아이라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이런 나의 행동은, 분명 그녀가 보기에도 이상해 보이겠지.

아이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상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실 것 없어요."

제독: "어라?! 어떻게 내 생각을 읽은 거야?!"

아이라: "(손짓하며) 지휘관님의 마음 속 생각은 전부 얼굴에 쓰여있어요.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요."

그녀는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더니, 단정하게 안경을 바로잡았다.

아이라: "다시 지휘관님의 질문으로 돌아가죠, 그 '서약의 반지'에 관해서라면, 그것은 100% 결혼반지를 본 따서 제조되었어요."

아이라: "동시에, 지휘관분들이 파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저희는 다이아몬드의 수량 통제를 통해 적당히 값을 조정——"

제독: "(서두르며) 그런 것을 묻고 싶었던게 아니야."

아이라: "(조금 주저하며) 그러면 무엇이 궁금하신 거죠? 아, 알겠어요."

그녀는 손뼉을 치더니, 얼굴에 또 웃음기가 돌았다.

아이라: "그 반지는 '서약'의 증표예요. '서약'의 내용에 관해서는, 저도 알 수 있는 부분이 없네요."

아이라: "분명, 지휘관과 그녀 사이의 '서약'이겠죠."

“서약”

제길, 그 말을 듣자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군인이고, 전장에서도 겁을 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걸까……

아이라: "참, 먼저 알려드려야 할 것이 있어요. 반지는 일정 이상의 주문이 들어오면 제조업체에 단체주문을 넣는데, 만약 급하시다면 업체에 개인 주문을 보낼 수도 있어요."

제독: "(급히 손을 내저으며) 그렇게 급하지는 않아."

아이라: "그냥 가능하다는 것뿐이고, 별 다른 뜻은 없어요. (손에 든 단말기를 조작하며) 그 업체의 온라인 예약주소는 지금 보내드렸어요."

아이라: "그리고, 작년 연차를 어서 쓰지 않으시면, 이번 달 말에 소멸할 거예요."

제독: "(머리를 긁적이며) 연차가 있었구나."

아이라: "(한숨) 무슨 말을 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이라: "하지만, 이제 다음으로 하실 일은 이미 결정하셨겠죠?"

제독: "난……"

[선택1: 렉싱턴을 찾아간다.]

제독: 그래, 결정했어.

내면의 선택을 직시해야지.

계속해서 미루기만 하면, 이 마음속 어지러움은 더욱 혼잡해질 것이다.

나는 훈련장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항공모함의 훈련 프로그램에서 점수를 매기는 심판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일을 방해할 수는 없으니, 옆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잠시 후.

렉싱턴: 사령관님, 오래 기다리셨나요?

제독: 괜찮아. 바쁜 일은 끝났어?

렉싱턴: 네. 하지만 사령관님이 훈련을 참관하러 오실 줄은 몰랐어요.

제독: 아니, 널 보러 온 거야.

렉싱턴: 앗……?

그녀는 나의 말을 예상치 못한 듯 했다. 사실, 나도 내가 말을 더듬지 않고 한번에 말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렉싱턴: (숨을 깊이 들이마쉬고) 그럼……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나요?

제독: 그... 나와 함께... 휴, 휴가를 가줬으면 하는데...

(제길, 금세 긴장해버렸다.)

렉싱턴는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평소의 그녀로 돌아왔다.

렉싱턴: 저에게 사령관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신건 처음이에요. 저는... 기뻐요.

제독: 그... 그럼?

렉싱턴: ——만나는 장소와 시간을 잠시 후에 알려주세요.

렉싱턴: (앞머리를 단정히 하며)……제 생각엔, 저희 모두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제독: (머리를 긁적이며) 아, 그렇구나. 나는... 집무실에 먼저 돌아갈게.

렉싱턴: (미소를 지으며) 네, 일이 잘 풀리기를 빌게요.

그녀의 웃음은 나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겨울의 눈처럼 녹아내렸다.

이제, 집무실로 돌아가서 그 서류들을 해치워야 겠어.

[선택2: 새러토가를 찾아간다.]

제독: 그래…… 그렇겠지.

직접 렉싱턴을 찾아가는 것은... 그녀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이 두려웠다.

……차라리 새러토가를 찾아가서- 그녀에게 렉싱턴에게 말을 전해달라고 하는 것이 낫겠지.

체면은 상하겠지만, 어색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이 방법 밖에 없었다.

출격 임무가 없을 때면, 새러토가는 수리공장에 가서 일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그녀를 찾았을 때, 그녀는 BTD의 날개를 조정하는 것을 돕고 있었다.

내 부탁을 들은 후, 그녀는 평소와는 달리 눈썹에 주름이 잡혔다.

새러토가: (허리에 손을 얹고서) 사령관, 정말 그것이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해?

제독: (당혹) 왜? 뭔가 이상한 점이 있어?

새러토가: (한숨을 쉬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어떻게 제3자에게 전달할 수가 있어... 사령관, 연애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제독: 하지만... 내가 면전에서 아무 말도 못할 바에는, 차라리...

새러토가: 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둔한 건 아니라고, 바보 사령관. 하지만, 나를 찾아온 것만 해도 큰 진보라고 해줄게.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뒤에 있는 작업대에 몸을 기댔다.

새러토가: 난 사령관이 그 마음을 영원히 가슴 속에 묻어둘 줄만 알았어.

제독: ……넌 알고 있었어?

새러토가: (한숨을 쉬며) 바보가 아니라면 언니에 대한 사령관의 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 게다가, 언니가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고……

새러토가: 후, 알았어. 결국, 이것도 언니의 행복을 위한 거니까.

제독: 고마워, 새러토가。

새러토가: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면, 데이트 당일에 겁먹고 움츠러들지 마.

그녀가 다가와 닿을 듯이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새러토가: 기억해, 용감하게 출격하는 거야! 후회할 일은 남기지 않고!

제독: ……난 할 수 있어!

역시 자매라고 해야 할까? 새러토가도 사람에게 적극성을 불어넣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나는 더 이상 움츠러들 수만은 없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바로——



2. 2[편집]


드디어 그 날이 왔다.

——내가 렉싱턴에게 약속한 날이.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옷장에서 졸업식 때 입었던 사복을 꺼냈다. 첫 약속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전히 제복을 입고 있다면 분명 이상할 것이다.

준비를 마친 후, 나는 항구를 떠나 그녀와 약속한 장소인- 정류장에 도착했다.

나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그녀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에 조금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만약 그녀가 나보다 일찍 도착했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을 불러놓고 늦게 온다면, 얼마나 어색할까...

만날 장소를 이곳으로 정한 것은 버스를 타야만 그 “장소”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해바라기 꽃밭이 있었다.

렉싱턴은 해바라기 꽃을 좋아했다.

그녀는 항구의 꽃밭에 특별히 해바라기 꽃을 심는 구역을 만들었고, 집무실 안에도 몇 송이 심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그녀의 해바라기 꽃에 대한 사랑은 분명 진심이다. 그것은... 지금 나의 심정과 동일하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외투 안감 주머니에 있는 그 “작은 함”를 만지작거렸다. 만약, 오늘 내가 예상했던 대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마지막 카드가 될 터였다.

내 마음을 담아서……

제독: 후——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지금은, 차분히 기다리는 수밖에.

여성의 목소리: 사령관님, 일어나세요~

제독: ——‼!

이 목소리는… 렉싱턴이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렉싱턴: 사령관님, 오래 기다리셨나요?

눈앞의 그녀는, 정말 눈이 부셨다.

一파란 색 계통의 원피스는 그녀의 눈처럼 새하얀 피부를 돋보이게 했고, 레이스로 꾸민 투명한 숄은 그녀의 오묘한 분위기를 더했다. 마치, 속세에 나타난 요정 같았다.

렉싱턴: (다가서며)사령관님? 괜찮으신가요?

제독: 난 괜찮아! 미안, 잠깐 졸았어……

렉싱턴: 사과해야 하는 건 저예요, 사령관님. 제가 일찍 도착했다면 잠에 드실 일도 없었을 거예요.

그녀는 정말로 자책하는 듯, 고개를 숙였다.

이런...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선택1: 그녀를 위로한다.]

제독: 렉싱턴, 들어봐! 이건 내 잘못이니까, 넌 잘못이——

내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녀가 말을 가로챘다.

렉싱턴: (고개를 숙이며) 사령관님은, 일의 경중과 무관하게 언제나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시는군요.

제독: ……나는 항구의 사령관이니, 모든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해.

렉싱턴: (한숨을 쉬며)또…… 항구 밖에 있어도, 여전히 고집이 강하시네요.

고개를 든 그녀의 눈에, 약간의 슬픔이 묻어났다.

그녀는... 왜 슬퍼하고 있는 거지?

렉싱턴: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당신은 항구의 사령관입니다. 하지만 사령관이라는 신분 뒤에 있는 “당신”은, 누구인가요?

제독: 그건…… 생각해본 적이 없어.

내 대답을 들은 그녀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마치 무언가에 찔리는 듯 했다.

렉싱턴: ……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분명... 내가 일을 그르친 것 같다.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어야 하는데.

버스의 경적 소리가 우리 사이의 정적을 깨뜨렸다.

제독: ……가자.

렉싱턴: ……네.

버스 안에 있는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생각해보자.

더 이상... 그녀를 슬프게 할 수는 없다.

[선택2: 그녀를 껴안는다.]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렉싱턴: 사, 사령관님……?

나는 그녀를 껴안았다.

제독: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너는 잘못한 것 없어.

나는 잠시 거리를 벌려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뺨은 눈에 띄게 홍조를 띠었다. 초점을 잃고 흔들리던 그녀의 눈빛이 드디어 나에게 향했다.

눈동자 속에, 서로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제독: 내 마음 속에서, 넌 언제나 완벽해.

렉싱턴: 사령관님……

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의 온도가 올라간 느낌이 들었다.……

다음으로, 해야할 것은——

나의 시선이, 그녀의 입술에 고정되었다.

제독: ……

버스의 경적 소리가 우리 사이의 정적을 깨뜨렸다.

렉싱턴: (말을 더듬으며) 아… 버스가 왔네요.

제독: 어……그래. 가자.

나는 손을 풀어 그녀를 놔줬다. 그녀는 모자의 챙을 낮추어 얼굴을 가리더니, 앞서서 버스에 올라탔다.

(빠른 심장박동 소리)

내가 해냈구나……!

제길... 가슴팍이 아플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린다……

버스 안에 있는 동안 마음을 가라앉혀야겠다.

성공적으로 첫 발걸음을 내디뎠으니, 다음으로는——



3. 3[편집]


방송음: 이번 정류장은 XX, XX입니다. 내리실 분은——

정류장에 도착했다.

처음부터 버스에는 승객이 몇 명 없었기 때문에, 이곳까지 오는 동안 버스 안에는 오직 나와 렉싱턴만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뒷자리에 앉았고, 나는 그 앞에 앉았다.

왜 떨어져있냐면...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나는 잡념을 떨치려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먼저 버스에서 내려 문에서 그녀를 기다리자, 머지 않아 그녀가 문으로 나왔다.

내가 멈추어 기다리는 것을 보고, 그녀는 조금 놀란 듯이 걸음을 멈추었다.

나는 웃으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렉싱턴: 아,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맞잡았다.

제독: (다행이야, 그녀가 거의 회복된 것 같아.)

나는 그녀의 동작에 맞추어 손을 꼭 잡았다- 그녀의 두 발이 안전하게 땅에 닿으면서 내 임무도 끝이 났다.

이어서, 나는 스스로 손을 놓았다.

렉싱턴: 아……

그녀의 짧은 “아”라는 탄식에서, 약간 아쉬움이 느껴졌다.

제독: (내가 너무 생각을 많이 한 걸까……)

렉싱턴: (궁금해하며) 사령관님, 여기는?

제독: 우리의 목적지는 이쪽이야, 나만 따라오면 돼.

렉싱턴: 네, 길 안내를 부탁드릴게요.

따스한 미풍이 길가의 잡초를 스치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이 작은 길을 따라 내려가면, 해바라기 밭에 닿을 수 있다.

제독: (너무 조용해.)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먼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계속 이렇게 앞뒤로 걸어가기만 한다면 너무 어색할 것이다.……

다행히 버스 안에 있을 때, 미리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해두었다.

[선택1: 그녀가 이전에 했던 말에 답한다.]

나는 그녀에게 답해야 한다.

'사령관'이라는 신분이 아닌 '나'는 누구냐고 물었었지?

제독: ——나는 보통 사람이야.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제독: 깨우쳐 줘서 고마워, 렉싱턴.

렉싱턴: ……

등 뒤에 있는 그녀는,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제독: 줄곧 나는 '사령관'의 업무에 전념하고 있었어. 정말로, 많은 영예를 얻었지. 하지만 그 영광은 사실 모두 너희들의 것이야.

제독: 난 그저 '사령관'이라는 역할을 맡아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을 뿐이고.

제독: ——결국 '나'라는 사람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렉싱턴: 사령관님……

제독: 그것을 깨닫게 해준 사람은, 바로 너야- 렉싱턴.

——곧 도착한다.

나는 돌아서서, 그녀와 시선을 맞추었다.

제독: 네가 나에게 와줘서,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달을 수 있었어.

제독: 너의 말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내 마음을 되찾게 해주었어.

제독: ——네가, 날 구했어.

그녀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감정을 억눌렀다.

붉어진 눈시울이, 그녀의 속마음을 드러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리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제독: 렉싱턴, 나를 믿지?

렉싱턴: (확고하게) 언제나, 전 당신을 믿고 있어요.

제독: 고마워. 그러면 눈을 감고, 나에게 맡겨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내민 손을 잡았다. 그리고, 눈물 어린 눈을 감았다.

——맞잡은 손에서 그녀의 심장박동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격렬하다가, 점차 평온해진다.

마치 이전의 나처럼.

이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며칠간 급히 배운 내 지식들이, 이제 곧 최종적인 '검증'을 맞이할 것이다.

[선택2: 지난 일을 이야기한다.]

제독: 렉싱턴,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이상하게도, 지금 나의 마음은 오히려 평온했다.

분위기가, 마치 집무실에 있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렉싱턴: (가볍게 웃으며) 제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제독: 심해 인천기지- 네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들은 아마 꽤나 애를 먹었을 거야.

렉싱턴: (가볍게 웃으며) 부임하면서도 사령관이 부하를 따라 출격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제독: (머리를 긁적이며) 나도 명색이 군인인데, 어떻게 그녀들만 전선에 내보낼 수 있겠어.

렉싱턴: 그렇네요. 그때 저는 알았어요. 제가 정말 비범한 항구에 배정받았다는 것을요.

점차,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걸었다.

자연스럽게, 마치 여러 해 동안 알고 지낸 친한 친구처럼.

아니, 우리의 관계는, 그저 '우정'으로 표현할 수 있는 관계를 넘어섰다.

제독: ——그때 이후로, 나는 결심을 굳혔다. 비어있던 '비서함' 자리는, 마침내 제 주인을 찾았다.

렉싱턴: 사령관님을 보좌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제독: 나도 알아. 그동안 수고했어.

렉싱턴: (가볍게 웃으며) 이제 와서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오히려 어색하네요.

제독: (미소를 지으며) 그래, 이제 그런 말은 필요 없지.

그런던 어느새, 우리는 이제 서로 떨어져있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어쩌면... 그것은 단지 나의 바람일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가 보여준 감정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

……한 걸까?

아니. 내가 이곳으로 함께 온 것은,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이 감정의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함이었다.

미래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실패라고 하여도, 나는 여기서 만족하고 뒷걸음질 칠 수 없었다.

——곧 도착한다.

이 다음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제독: 렉싱턴, 나를 믿지?

렉싱턴: 제 답은, 이미 알고 계시잖아요.

제독: 아하하... 그렇지.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불필요한 말을 하는 건, 내가 겁을 먹었기 때문일까?

그럼——

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윙크를 했다.

렉싱턴: 비밀스러운 것이군요. 좋아요——

그녀는 내가 내민 손을 잡고, 이어서 눈을 감았다.

——그녀의 심장박동이 느껴졌다.

고요함에서, 점차 빨라지는 것이.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좋아, 이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자.

드디어 최근 며칠간 보충한 지식을 '검증'할 때가 다가왔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해바라기 꽃밭의 한 가운데에 섰다.



4. 4[편집]


이곳은 타원형의 공터지만, 인위적인지 자연적인지, 해바라기 꽃들이 모두 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주변을 빼곡히 둘러쌌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제독: 도착했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는 그녀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몇 걸음 물러서, 그녀의 바로 맞은 편에 섰다.

그녀는 내 뜻을 알아차리고, 갑자기 비치는 빛에 적응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잠깐 동안,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

빠르게, 그녀의 멍한 표정이 기쁨으로 가득찼다.

그녀가 해바라기 꽃을 좋아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곳을 '결승지점'으로 선택했다.

렉싱턴: (감동) 사령관님... 이건 사령관님이 저를 위해 준비해주신 건가요?

제독: (난처한 표정으로)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리가. 이곳은 대자연이 모두에게 주는 선물이야. 하지만——

제독: ——적어도 지금만큼은, 너와 나의 것이야.

그녀는 내 말을 듣고 웃기 시작했다. 그 환한 웃음은, 주변의 어떤 해바라기 꽃보다 더 눈부셨다.

렉싱턴: 오늘을 위해 여러 지식들을 많이 배워오셨겠네요.

제독: 아, 티 났어?

렉싱턴: (가볍게 웃으며) 그 오랜 시간을 함께 했는데, 상대의 사소한 변화쯤은 느낄 수 있어야지요.

제독: 그런가. (머리를 긁적이며) 그 옷, 너에게 정말 잘 어울려.

렉싱턴: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으며) 어라, 긴장하셨나요?

그렇다.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면, 평온했던 내 마음은 신관에 불이 붙은 폭죽처럼 갈 곳 없는 활력이 샘솟는다- 내가 생각해두었던 계획들이, 모두 일순간에 머리속에서 사라졌다.

그렇다면, 할 수 밖에 없다……

내 움직임을 목격한 후,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굳어졌다. 뒤 이어, 의아한 표정으로 바뀌고, 놀라움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련의 복잡한 정서가 나타났다. 마침내, 그녀는 목이 메어 입을 막았다.

눈시울에, 다시 눈물이 맺혔다.

이제서야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최근에 와서야 마침내 땅을 부수고 가지를 뻗을 수 있었던 이 감정은, 드디어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그녀의 시선은 한쪽 무릎을 꿇은 나와 내 손에 쥐어진 '그것' 사이를 오갔다. 그러다, 마침내 나에게 초점이 맞추어졌다. 그녀의 젖은 눈시울은, 언제든지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았다.

서둘러야 한다——

나는 그녀를 향해, '그것'을 들어올렸다.

——아름답게 장식된 작은 함 안에는, 반지 하나가 들어있었다.

그것은 매우 평범한 반지였지만, 다이아몬드를 박아야 하는 부분에, 대신 '다른 것'이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머리장식을 본뜬 모조품이었다.

해바라기 꽃처럼 활짝 핀, 하늘색 깃털 세 개.

제독: 비록 정식은 아니지만, 나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앞에 익숙한 손이 다가왔다.

내 심장박동은 이제 완전히 엉망진창으로 뛰었다.

(진정하자, 아직 끝난게 아니야.)

나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심장을 억누르고, 작은 함에서 반지를 꺼내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중지에 반지를 끼웠다.

렉싱턴: 아……

이번에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섞인 감정은, 상실감이었다.

제독: (고개를 들며) 이건 임시니까... 그때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 교회에서 정식으로 너에게——

그녀는 허리를 굽혀 내 입술에 손가락을 대었다.

렉싱턴: 알고 있어요, 사령관. 나머지는, 그 날 저에게 다시 말해주세요.

렉싱턴: 저에게도…… 받아들일 시간을 주세요……

렉싱턴: 당신의 앞에서…… 제가 눈물범벅이 되는 것은…… 당신도 원하지 않겠지요……

그녀는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자신의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있었다.

이런 순간에도, 그녀는 내 감정을 고려하고 있었다.

제독: 넌 너무 상냥해…… 렉싱턴……

그녀의 말을 듣은 후, 나는 맥이 풀려서 김이 빠진 공처럼 바닥을 향해 몸이 기울어졌다——

그녀는 재빠르게 몸을 수그려, 나를 그녀의 품에 안았다.

제독: (어색해 하며) 왠지…… 데자뷰가 느껴지는데.

렉싱턴: 당신이 가끔 사무실에서 잠들면, 제가 이렇게 당신을 부축해서 방으로 돌아가곤 했어요.

제독: (쓴웃음) 고생 많았겠네, 렉싱턴… 아무 불평도 없이, 나 같이 제 구실 못하는 인간을 돌봐주다니……

렉싱턴: (고개를 저으며) 무슨 말씀이신가요. 당신은 이미 훌륭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녀가 나를 바라보자, 눈물짓던 얼굴이 미소로 바뀌었다.

렉싱턴: ——서로 부축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요. 그렇지 않나요?

그래,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서로 부축하면서 오늘까지 이를 수 있었다. 그녀가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제독: (몸을 추스리며)부탁해도 될까? 렉싱턴.

렉싱턴: 분부만 해주세요. 전 당신의 곁에 있을게요.

우리는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둘 모두 입가에 호를 그렸다.

둘 모두, 더 이상의 확답은 필요 없었다.

동작 하나, 눈빛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제독: 다음 버스를 타러 가자.

렉싱턴: 네, 사령관님.

우리는 서로를 부축하며, 왔던 방향으로 돌아갔다.

꽃밭을 떠나는 찰나,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불어온 바닷바람에는, 해바라기 꽃의 향기뿐만 아니라,

——사람을 안심하게 만드는 그녀의 변하지 않는 향기도 실려있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렉싱턴.

언젠가 올 그 날을, 웨딩드레스를 입은 네가 정식으로 답을 해줄 그 날을 기다리며——

나는 노력할 것이다. 그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올 수 있도록.

나는 내 모든 것을 바쳐서……

——네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Happy End- 머지 않은 내일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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