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도라(메멘토 모리)

저에게는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자매가
있었어요.

저를 포함해 이 셋은 아주 사이가 좋았고,
어른이 되어서도 친분을 이어가고 있었어요.

저만 일 때문에 마을을 나온 뒤에도,
열 번 이상은 편지를 주고 받은 것 같아요.

그 편지가... 도착할 때까지는.

어느 날, 제 앞으로 자매의 여동생이 쓴
편지가 왔어요.

저는 가장 좋아하는 친구의 편지에 가슴이
들떴지만, 편지 내용을 보자마자 표정이 굳어버렸
어요.
놀랍게도, 그녀의 언니가 마녀라며 교회에 끌려갔
다고 적혀 있는 거에요.

'마녀는 나인데, 어째서 언니가 붙잡혀야 해?'

편지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지만,
저는 알 수 있었어요.

그건 동생을 구하기 위한 언니가 취한
수단이었다고.

그리고 남겨진 동생의 슬픔도.

두 사람을 돕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 가지 방법이 있었어요.
교회에 가서 그녀는 마녀가 아니라고
증언하는 거에요.

하지만 마녀를 두둔하는 사람도 마녀의 앞잡이로
붙잡힐지 몰라요.

그곳의 이단심문관은 지독한 고문을 하는 거로
유명해요.
만약 붙잡히면 저도...

망설이고, 망설이고, 계속 망설이고...

저는 편지를 찬장 깊숙한 곳에 넣어 두고,
모든 것을 못 본 척 해버렸어요....

제가 그렇게 눈을 감고 고민하는 사이에,
당신은 제 소꿉친구 둘을 도와줬어요.

...저는 그때 도망쳐 버린 저 자신이 한심해요....

영주님... 나는 당신처럼 되고 싶어요.

위험도 무릅쓰고, 소중한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그 두 사람이 누구냐고요...?

음, 그건...
제가 두 사람에게 사과할 수 있게 될 때까자...
비밀이에요.

어느 날, 저한테 편지가 도착했어요.
영주님께 온 뒤로, 처음 받는 편지.

보낸 이가 누군지는 알고 있었어요.
알고 있기 때문에,
저는 이 편지를 읽을 수 없었어요.

같은 저택에 있는, 그 아이...

내가 그 아이와 마주하는 걸 피하고 있기 때문에,
기다리다 지쳐서 보내온 걸까....

편지 보내준 건 기뻐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이 편지를 읽을 수 없어요.

읽으면 분명...
저의 나약하고 보기 흉한 부분을 그 아이들에게
들키고 말 테니까.

그 아이들은 상냥하니까,
분명 용서해 줄 거에요.

아니, 분명 잘 얼버무려서
어물쩍 넘기는 것도 가능할 거에요.

하지만, 그렇게 해 버리면 이번에야말로 저는 그
아이들을 볼 낯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편지도, 그 아이의 시선도
외면했어요...

하지만 사실 그렇게 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왜냐하면, 외면해서 마음을 숨겨봤자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으니까요.

인생은 선택의 연속.
문제를 뒤로 미룰 수 있지만,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저는 망설이고, 망설인 끝에...
어떤 결단을 내렸어요.

저는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꺼내 읽었어요.
편지에는, 그때와 변함없는 글씨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다시 만나 반가워. 같이 차라도 한 잔 어때?
물론, 언니도 함께야.'

그 뒤로는
눈물로 눈앞이 뿌옇게 흐려져서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어요.
기뻤지만...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 아이가 맘을 쓰게 만들었어....

이대로는 그때와 아무것도 다르지 않아.
용기를 내야 해.
재대로 마주하지 않으면 안 돼...
그녀와, 그리고 나 자신과도.
만나러 가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