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르(메멘토 모리)

내 아버지는 모래가 흩날리는 이국땅에서 바다를
건너 이 대륙으로 왔다고 한다.

'언젠가 너에게 고향을 보여주겠다'라고 말했었
지만, 낯선 풍토에서 병을 악화시켜 내가 어릴 때
죽고 말았다.

홀몸이 된 어머니는 돈에 쪼들려, 나를 빈민가에
내버려 둔 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린 나는 살기 위해 술집에 나 자신을 무희로
팔게 되었다.

아빠가 유일하게 남겨준,
이 나라에서 보기 힘든 이국의 춤.

그것은 술집의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로 딱
좋았는지, 나는 단숨에 이곳의 마스코트 같은 존
재가 되었다.

그 뒤로 나는 몇 년 동안 계속 춤을 췄다.

이곳에서 나갈 수는 없지만, 먹고살기에 곤란하지
않고 다들 나를 소중하게 대해 주니까.

하지만 내 머리에서 아버지가 말해준 조국
에 대한 동경심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어느 날 밤, 나에게 춤을 가르쳐달라고
졸라 온 고아가 있었다.

고양이 귀를 단 그 묘한 소녀는 술집에서 춤추는
나에게 한눈에 반했다고 하였다.

눈을 반짝이며 나를 '멋지다'라고 말해오지만...
그 말에 나는 더 이상 배겨낼 수 없는 기분이 되
었다.
...아니야. 나는 멋지지는 않아.

나는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계속 외면하는...
겁쟁이일 뿐이야.

그런 반짝반짝한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이 술집에 들러붙어서
그저 춤추는 것밖에 못 하는 거니까.

나는 고양이 귀 소녀에게 춤을 가르쳐 주기로 했
지만... 곧바로 그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표정은 어색하고, 다리는 흐느적거리며 뒤엉킨
다....

이 아이, 사실은 고양이가 아니라 문어 아니야?
너무 못한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엄하게 해도 그 아이는 포
기하지 않았다.

진지한 고양이 귀 소녀에게 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기 때문에, 마스코트 자리를 잇게 할 생각으
로 춤을 철저히 주입시켜 가르쳤다.

어차피 이제 그만둘 거니까 상관없잖아.

그래... 결심했어.

나도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말자고.

지금은 이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그의 옆에서 계
속 스텝을 밟고 있다.

이 대륙에는 내 춤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물론 그것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안정되면, 서쪽 끝에 풍경을 보러 가기
로 결심했다.
그때는 그 고양이 귀 소녀도 찾아야 해.

아직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이 많이 있으니까.

영주님의 주선으로 작은 광장에서 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가게에서 춤추던 때와 비교하면, 관객이
조금 부족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출 수 있는 것은 기쁘다.
오랜만이네. 관객들 앞에서 춤추는 건.

어째서인지 그 고양이 귀 소녀도 함께지만....

마침 잘 됐어.
아직 가르쳐 주지 않은 것도 많고,
오랜만에 지도해 줄까?

...따, 딱히 내가 창피를 당하니까 가르쳐 주는 것
뿐이니까... 그렇게 기뻐하면... 오히려 부답스럽
다고, 정말.

고양이 귀 소녀와 춤은 힘들었다.

...정말, 진심으로. 알고는 있었는데.
그렇다 치더라도... 이 아이는 변함이 없네.
그때와 같은... 너무 예쁜 눈으로 내 춤을 본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동경의 대상만을 똑바로 응시하고....
나도 지고 있을 수는 없지.

그저 조국에 가는 것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하네.
이참에 새로운 바람이라도 일으키러 갈까?

여기서 얻은 춤을 조국에,
그리고... 전 세계에 전하는 거야.

그와 저 아이를 만나서 손에 넣은 새로운 풍경...
아무도 도달한 적 없는 나만의 춤으로...
세계를 매료시켜 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