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베인글로리/스토리 (문단 편집) == 포트리스 & 로나 == || {{{#fff '''포트리스, 로나 영웅 이야기''' }}} || || {{{#fff '''1편 '만물의 이야기' ''' }}} || || {{{#!folding [ 펼치기 · 접기 ] [[파일:포트리스 로나 이야기1.jpg|width=100%]] 모닥불을 쬐고 있는 늙은 드루이드 옆에 광전사가 쓰러지듯 주저 앉았다. 허리춤의 도끼가 절그덕 소리를 냈고, 손엔 순록의 잘린 다리가 들려있었다. 그들의 뒤로, 사람들이 진흙과 짚을 이용해 오두막의 벽을 바르고 있었고, 그 사이로 얼음장 같은 바람이 휘몰아쳤다. “영감, 이제 설명 좀 해보시지.” 한 입 크게 베어 먹어 힘줄이 덜렁거리는 순록의 앞발로 드루이드를 가리키며 그녀가 말했다. “한 시간만에 지진이 5번이나 일어났다고. 벽에 구멍까지 났잖아. 옛 이야기에 빠삭한 영감이라면 뭔가 이유를 알 것 같은데?” “만물에 관한 진실이 하나 있지.” 드루이드가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받았다. "이곳의 땅속엔 대장로 거드문드가 잠들어 있다네. 그는 태고의 떡갈나무 군나르의 아들이며, 가이미르의 형제이기도 하지. 가이미르와 거드문드는 사이가 무척이나 나쁘다네. 다투기도 많이 다퉜지." 모닥불 사이로 춤을 추듯 드루이드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형제의 전쟁은 너무나 격렬해서 그들의 분노가 휩쓴 자리엔 폐허만이 남았다네. 이를 보다 못한 군나르는 노래를 불러 아들들을 잠재우고는 땅속 깊이 그들을 묻어버렸지. 거드문드는 이 세상의 북반구에, 가이미르는 남반구에 말이야.” "어이 잠깐, 가이미르가 거드문드의 아빠라고?" “가이미르는 거드문드의 형제이자, 군나르의 아들이라고!” 늙은 드루이드가 으르렁댔다. “집중하시게나.” “그러고 있수다.” “이후 군나르는 세상을 관통하는 위대한 떡갈나무로 변신했지. 그 가지는 온 세상을 감싸 안고, 뿌리는 말썽꾸러기 두 아들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지. 하지만 그들은 죽은 게 아니기에 숨을 쉬고 있는데, 지표면으로 그 숨결이 스며 나오는 곳이 있어. 바로 그곳에 생명의 우물이 있다네. 그 샘은 엄청난 힘을 담고 있지.” “그 우물 내가 찾아보지.” 입에 고기를 가득 문 채로, 광전사가 외쳤다. "고대 숨결에 깃든 힘을 우리 것으로 할 수 있다면, 국경에서 분탕질하는 못된 서쪽 놈들을 일거에 쓸어버릴 수 있을거야!” “여기서 가장 가까운 우물은 사원의 중심에 있다네. 인류가 그 힘을 잘못된 곳에 쓰지 않도록 거대한 요새(포트리스)가 우물을 지키고 있지." 광전사는 고기를 씹으며 오만하게 말했다. "하! 일개 요새 따위가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나." 늙은 드루이드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딴 생각하지 마시게.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둬야 할게야. 그래야 내가 떠난 후 다른 사람에게 또 이 이야기를 해줄테니.” 광전사가 고개를 홱 돌리며 드루이드를 바라보았다. “어디로 갈 생각인가?” 광전사가 늙은 드루이드가 깜빡 잠들었음을 알아차리기 전까지 긴 침묵이 감돌았다. 그녀가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자 늙은 드루이드는 코를 한 번 골더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대장로 거드문드가 꿈틀거리고 있다네. 샘을 통해 스며 나오는 그의 숨결이 강해지고 있어. 얼음도 녹고, 바로 그 숨결이 지표를 뒤흔드는 걸세. 나는 세상의 반대쪽으로 가서 그의 형제 가이미르의 샘을 확인해야만 한다네.” “영감이 이 세상의 반대편으로 간다고? 800살이나 먹은 그 노구를 이끌고 어디를 간다는 거야!” 늙은 드루이드가 꺽꺽거리며 웃었다. “난 자네가 생각하는 것 만큼 무기력하지 않다네. 강철로만 전투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이 거드문드란 녀석이 악몽을 꾸면서 지진을 일으키고 있는 거라면, 그놈을 영원히 잠들게 해주겠어. 샘 밑으로 가서 도끼를 눈알에 꽂을 거야. 그런 다음 코를 꿰어 낚아 올려서 그 빌어먹을 떡갈나문지 뭔지 하는 것 앞에 효수해 주겠어.” 광전사가 한 손에 도끼를 쥔 채 번쩍 일어나서는 호기롭게 외쳤다. “바보 같은 나무에 붙잡혀 있는 놈 따윈 두렵지 않다고.” 늙은 드루이드가 끙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관절을 삐그덕대며 일어서더니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피에 물든 투구 사이로는 사물을 명확하게 보기 어려운 법이지. 이 전투는 자네의 것도, 내 것도 아니라네. 이건 우리가 피해 달아나야만 하는 두려움일세. 허튼생각 말고 우리 백성들을 저 샘으로부터 가능한한 멀리 대피시키도록 하게. 난 위대한 떡갈나무 군나르의 자궁으로 갈 걸세. 일행을... 데리고 말이지.” “일행이라니 누구를...” 땅바닥이 이전보다 더 강하게 흔들렸다. 타닥타닥 타오르던 모닥불 안의 장작들이 흩어졌다. 광전사는 중얼대며 굴러나온 나무를 다시 모닥불로 차 넣었다. 그녀가 뒤돌았을 때, 늙은 드루이드는 느릿느릿 오두막 밖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멀리서, 차가운 북녘 공기 사이로 늑대의 울음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 || {{{#fff '''2편 '무너진 사원' ''' }}} || || {{{#!folding [ 펼치기 · 접기 ] ''할시온의 힘이 오랜 우물로부터 스며 나오니...'' [[파일:포트리스 로나 이야기2.png|width=100%]] 젊은 수컷 늑대 한 마리가 온 힘을 다해 사원의 밖으로 뛰쳐나왔다. 길게 빼문 혀, 거친 숨소리, 피딱지로 엉켜 붙은 털... 늑대의 눈엔 공포가 서려 있었다. 정신없이 내달리던 늑대는 이윽고 흙과 얼음이 만나는 경계선에 다다랐다. 그곳엔 어마어마한 덩치의 존재가 오연히 서 있었다. 젊은 늑대는 사정없이 떨려오는 몸을 가누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눈앞의 우두머리는 감히 자신이 눈을 마주할 수 없는 지고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세상의 종말이 온 것처럼 땅은 비명을 지르며 흔들렸고, 만년의 역사를 담은 빙하는 사정없이 갈라졌다. 우두머리는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멀리,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아니, 그것은 울음소리라기보다 고통에 찬 비명이었다. 우두머리의 반려, 아들, 딸들의 신음 소리... 처음 땅이 요동친 후, 우두머리는 고대 사원의 내부를 유심히 관찰하였다. 일찍이 그가 접해보지 못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땅의 흔들림은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졌으며, 희미하게 풍기던 냄새는 이제 악취로 변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늑대 무리는 혼란에 빠졌고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우두머리가 직접 나서야 할 정도였다. 또한, 악취에 더해 사원 가장 안쪽의 얼음이 녹기 시작했고, 얼음이 녹은 물은 사방을 질척질척한 진흙 웅덩이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때 덩굴이 나타났다. 덩굴은 우두머리를 포함한 그 어떤 늑대도 보지 못한 기괴한 모습이었다. 덩굴은 진흙탕 속에서 순식간에 자라나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거치적거리는 것은 무엇이든지 갈아버렸다. 오랜 풍파를 견뎌낸 사원의 기둥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원이 부서지는 것에 분노한 늑대 무리는 덩굴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끊어내려 했지만, 덩굴은 순식간에 다시 자라났다. 이윽고 덩굴이 완전히 파괴해버린 할시온 우물이 있던 자리는, 썩은 내를 풍기는 구멍이 시커먼 아가리를 벌렸다. 덩굴뿐만이 아니었다. 유구한 세월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알들이 진흙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더니 부화하며 괴물들을 쏟아냈다. 소름 끼치는 이빨을 한 괴물들을 상대로 늑대들은 으르렁대며 용감히 맞서 싸웠다. 송곳니로 괴물의 가죽을 찢고 숨통을 끊어 놓았지만, 그것들은 끝이 없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괴물들의 덩치는 점점 커져 이윽고 늑대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진흙 웅덩이 그 자체가 게걸스럽게 늑대들을 집어삼키려 들어 늑대들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무리의 저항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바로 곤충들.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은 흡혈 모기떼와 살인 말벌떼가 늑대들을 사방에서 덮쳤고, 핏빛 개미떼가 늑대들의 억센 털 사이로 들어가 그들의 가죽을 물어뜯었다. 늑대들은 이 곤충떼에 대항하기 위해 짖어도 보고 입으로 물어도 보았지만 헛된 저항일 뿐이었다. 지금은 잊혀 버린 고대인이 건설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사원. 그리고 이 사원이 지어졌을 때부터 신성한 우물을 지켜온 우두머리. 그에게 우물을 버린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선택해야 했다. 우물을 지키려면 그의 무리가, 그의 핏줄이 모조리 죽는다! "돌아가라. 가서 무리에게 후퇴하라 일러라." 거친 숨을 내쉬는 젊은 늑대는 우두머리의 명을 충실히 따랐다. 비록 그 길이 죽음으로 이어지더라도 우두머리의 명은 절대적이다. 젊은 늑대가 자리를 뜨자 우두머리는 이 모든 비극은 관심 없다는 듯 찬란히 빛나는 달을 바라보았다. "오랜 친구여." 그가 나지막이 으르렁댔다. "그대의 도움 필요하다." 그리고 포트리스가 내지른 포효는 차가운 대기를 찢어발기며 멀리멀리 퍼져나갔다.}}} || || {{{#fff '''3편 '위대한 떡갈나무' ''' }}} || || {{{#!folding [ 펼치기 · 접기 ] ''세상을 가로지르는 통로가 열리나니...'' [[파일:포트리스 로나 이야기3.jpg|width=100%]] 비록 늙었지만 드루이드는 위풍당당한 모습을 자랑했다. 머리 장식에서 우뚝 솟아오른 뿔과 어깨에서 장화까지 늘어진 통짜 가죽은 그의 굳은 심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드루이드의 앞에 서 있는 거대한 떡갈나무... 장대하게 뻗은 가지는 잿빛 하늘을 가렸고, 거대한 밑동은 열 명의 장정이 둘러싸야만 안을 수 있을 정도였다. 드루이드는 위대한 떡갈나무 군나르의 얼굴이 새겨진 밑동 앞에 섰다. "우리 무리가 네 늙은 뼈다귀를 실은 썰매를 끌고 다닌 사실을 잊었는가!" 으르렁대며 포트리스가 말했다. "어서 세상의 반대편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열어라." "좀 기다리시게 늙은 친구. 위대한 어머니 군나르는 지금 혼란에 빠져있어. 좀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네." "흥 네 녀석이 언제 여성을 진정시켜 본 적이나 있던가?" 포트리스가 빈정댔다. 드루이드는 얼굴에 인자한 미소를 띠고는 말했다. "우리 북녘인들 사이엔 속담이 하나 있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위대한 군나르께선 그런 정성을 원하는 걸세." 드루이드는 떡갈나무 아래의 눈을 지팡이로 파더니 아직 설익은 녹색 도토리를 한 아름 집어 올렸다. 그리고 꼭지를 따고는 쌉싸름한 과육을 와그작 베어 물었다. "자네도 어서 들게나." 포트리스는 께름칙한 표정으로 드루이드가 내민 도토리를 마지못해 씹어 넘겼다. 둘은 나란히 침묵 속에 기다렸다. 이윽고 신호가 왔다. 드루이드는 허리를 굽히고는 아픈 배를 움켜쥐며 떡갈나무 밑동에 기댔다. 그의 머리는 빙글빙글 돌아갔으며 시야는 흐릿해졌다. 마치 이 세상 자체가 지워지는 듯했다. 이는 포트리스도 마찬가지라 기묘한 느낌에 맞서 대항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그 순간, "나의 아이야. 무엇을 구하러 이곳까지 발걸음을 하였느냐?" 위대한 떡갈나무 군나르의 음성이 둘의 심혼에 울려 퍼졌다. 드루이드는 고개를 겨우 들어 군나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위대한 어머니시여. 세상 저편으로의 통로를 구하기 위해 왔나이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드루이드의 목소리는 높게 갈라졌다. 하지만 이상한 건 목소리뿐만이 아니었다. 드루이드의 위엄을 상징하는 통짜 모피는 우스꽝스럽게 줄어들었고, 당당했던 수사슴 뿔 머리 장식은 쪼그라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그가 평소 자랑스러워 하던 수염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늙은 드루이드가 소년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떡갈나무의 밑동으로부터 가지가 뻗어 나와 한때 드루이드였던 소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아아. 아들의 온기를 느껴본 지가 언제였던가... 네 동료는 지나가도 되지만. 넌 나와 함께해야 한다." "어림없는 소리!" 포트리스가 일갈하며 앞으로 뛰쳐나가려 했지만, 마치 물에 빠진 듯 굼뜨기 그지없는 동작으로 허우적댈 뿐이었다. 소년은 양팔을 뻗어 우두머리 늑대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늑대의 털에 얼굴을 파묻고는, 콧잔등과 귀를 부드럽게 토닥이며 말했다. "앞으로 나아가게나 늙은 친구. 우리에겐 선택지가 없다네." 포트리스는 신음성을 내뱉으며 오랜 친구에게서 마지못해 물러섰다. 그리고 목을 길게 빼고는 달은 향해 비통한 울음을 내질렀다. 멀리서 우두머리의 명령을 기다리던 다른 늑대들도 이를 따랐다. 늑대 무리의 구슬픈 울음은 떡갈나무의 가지에 둘러싸여 사라져 가는 드루이드를 위로하듯 멀리멀리 퍼져나갔다. 이윽고 군나르의 얼굴이 사라진 곳엔 통로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공기, 그리고 음습한 냄새... 포트리스는 이를 악물고 조심스레 어둠 속으로 끝도 없이 이어진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 || {{{#fff '''4편 '스크바더의 공격' ''' }}}[* 이 이야기에서 살인 토끼 로나 한정판과 특별판 스킨이 나왔다.] || || {{{#!folding [ 펼치기 · 접기 ] ''스크바더의 공격에 맞선 로나! 과연 그녀는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파일:포트리스 로나 이야기4.jpg|width=100%]] 차디찬 눈밭. 로나는 늙은 드루이드를 따라잡고자 늑대 썰매 자국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사냥터이자 고향인 마을에서 이제 겨우 하루 남짓 이동했을까… 로나가 떠나온 마을은 어둠녘의 손길에서 벗어나려고 모인 사람들이, 힘든 삶은 이어가는 곳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순백의 세상. 로나의 뇌리에 피난길에서 헤어지고는 두 번 다시 보지 못한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살얼음이 코를 막자 로나는 코를 씰룩거리며 얼음을 털어냈다. 로나는 단 한 번도 늙은 드루이드의 명령을 거역하지 않았다. 드루이드 일족은 로나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이 삭막하기 그지없는 동토에 문명을 선물했다. 그들이 가르쳐 준 수학, 문자, 천체의 비밀이 없었다면 문명은 적어도 수백 년은 뒤처졌으리라. 그런 드루이드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쑤라 해도 따랐던 로나. 그런 그녀가 자신을 쫓지 말라던 선지자의 명을 지금 어기고 있다. 로나가 눈밭에 남은 썰매의 흔적을 찾으려 쭈그리고 앉은 바로 그때, 뿔 달린 스크바더의 공격이 시작됐다. 마치 보호색처럼 하얀 털로 덮인 괴물들이 눈 속에서 마구 튀어나왔다. 로나의 무릎 높이를 조금 웃도는 짤막한 키에 기다란 귀, 그리고 그사이에 우뚝 솟은 뿔. 날개를 활짝 편 스크바더 무리는 로나의 어림짐작으로도 열댓 마리는 되어 보였다. 로나는 욕지기를 내뱉으며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던져버렸다. 그리곤 단련된 솜씨로 허리춤에 찬 도끼를 튕겨 올려 양손에 꼬나쥐었다. “빌어먹을 스크바더 녀석들… ” 스크바더 무리가 자신을 둘러싸자 로나는 이를 갈았다. 이 하얀 악마들은 끔찍하게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질러댔다. “그래 봤자…” 짜릿한 긴장감이 그녀의 척추를 타고 흘렀다. 왼손에 든 도끼를 휘두르자, 로나의 옆구리를 물어뜯으려는 스크바더 한 마리의 목이 날아갔다. 이를 시작으로 온 사방에서 스크바더들이 굶주린 배를 채우려 달려들었다. “… 화톳불에 달려드는 부나방 신세지!” 로나의 쌍도끼가 허공에 미려한 곡선을 그리며 춤을 췄다. “두 놈!” 긴 뿔로 로나를 찌르려던 녀석의 허리가 동강났다. “세 놈!” 날카로운 발톱을 내밀고 쇄도하던 녀석의 다리가 날아갔다. 하지만 역시 숫자에는 장사가 없는지, 하나둘씩 로나의 몸에도 생채기가 나고 있었다. “제길. 이놈들은 질리지도 않나…” 로나가 스크바더들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게다가 이놈의 늙은이는 날 떼놓고 세상의 저편으로 가려고 한단 말이지?” 로나의 끓어오르는 분노가 도끼를 붉게 달구었다. 이에 질세라 스크바더들도 광기로 눈을 희번덕이며 그녀의 사각을 치고 들어왔다. 로나는 아예 거추장스러운 망토까지 벗어버렸다. 차가운 동토의 공기와 그녀의 등에서 흐르는 뜨거운 땀방울이 만나 아지랑이 같은 수증기를 피워올렸다. “반드시 찾아낼 거다 늙은이!” 그녀가 고함이 사방을 울렸다. “이 로나를 감히 뭘로 보고!” 발뒤꿈치로 눈밭을 세게 찍은 로나는 체중을 이용해 그대로 도끼를 크게 휘둘렀다. 넓은 호를 그린 도끼날은 스크바더 세 마리의 머리통을 갈아버렸다. “으아아아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로나는 스크바더 무리의 중앙으로 뛰어들며 죽음의 춤을 추었다. 스크바더의 몸에서 솟구치는 피가 마치 핏빛 안개처럼 새하얀 눈을 붉게 물들였다. “반드시 찾아낼 거라고오!!” 로나의 핏빛 춤은 스크바더 무리가 전멸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윽고 마지막 스크바더가 쓰러지자 로나는 회전하던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고 눈밭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녀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살갖에 닿은 눈이 순식간에 증발해 사라졌다. “끄응…” 분노가 가라앉은 로나는 몸 상태를 살펴보았다. 상처 난 뱃가죽은 물론 온몸이 아려왔다. 하지만 사실 광전사인 로나에게 상처와 흉터는 마치 훈장과도 같았다. 치명상만 아니라면 자연히 아무리라. 로나는 다시 망토를 두르고 배낭을 메고는 자신이 도끼로 찍어버린 스크바더 시체 중 일부를 다듬기 시작했다. 이 신선한 고기는 생전의 고약한 성질머리만큼이나 맛이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늙은 드루이드를 태운 썰매를 끄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늑대들에게 좋은 조공이 될 것이다. 눈밭의 흔적과 자취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한 시간 남짓이면 드루이드 늙은이를 앞지를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그녀는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 {{{#fff '''5편 '언제나 북쪽으로...' ''' }}} || || {{{#!folding [ 펼치기 · 접기 ] ''위대한 떡갈나무 안으로 들어간 로나는...'' [[파일:포트리스 로나 이야기5.jpg|width=100%]] 바람에 실려 오는 늑대의 냄새를 추적하던 로나가 멈춰 섰다. 그녀의 앞에는 최근 사용한 게 분명한 빈 썰매가 나뒹굴고 있었고, 떡갈나무 군나르의 장대한 모습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었다. 그런데 떡갈나무의 거대한 밑동에는 그녀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늙은 드루이드가 덩굴에 묶여 있는 게 아닌가! 깜짝 놀란 로나는 허겁지겁 늙은 드루이드를 살펴보았다. 설익은 도토리를 먹지 않은 그녀의 눈에는 그가 제대로 늙은이로 보였다. 공허한 눈동자와 창백한 안색…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오, 이런 안 돼…”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이 그녀에게 밀려왔다. “제길… 안 된다고!” 로나는 배낭을 허겁지겁 내려놓고는 아끼는 도끼, ’전장의 함성’과 ‘핏빛 울음소리’, 두 자루를 손에 쥐었다. 드루이드의 몸을 조이던 나뭇가지를 빠르게 베어내는 로나. 하지만 자르고 또 잘라도, 억센 가지와 덩굴이 다시 자라났다. 로나의 눈에는 뿌연 습막이 피어올랐다. “이 빌어먹을 장작더미야. 드루이드를 돌려놔!” 절규하는 로나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이내 얼어붙어 버렸다. 로나는 망토로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 얼굴을 훔치고는, 군나르를 노려보며 숨을 깊게 내뱉었다. “좋아… 항상 답은 북쪽에 있지.”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허리춤에 도끼를 찔러 넣고 다시 이동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는 떡갈나무 밑동에 크게 난 구멍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곳에는 소용돌이치는 어둠이 끔찍한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이봐! 거기 누구 없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메아리치는 건 그녀의 목소리뿐… 결국 로나는 구멍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구멍 안은 이끼와 튀어나온 뿌리가 가득했다. 로나는 발을 헛디디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내려갈수록 산소는 희박해지고 온도는 올라가 로나의 정신은 점점 혼미해졌다. 결국 로나는 비몽사몽간에 몇 번이나 구르면서 끝없는 통로를 힘겹게 나아가야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내리막길이 어느 순간 오르막길로 바뀌었다. 혹자는 말한다. 산을 탈 때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게 더 힘들다고. 하지만 로나는 아니었다. 내려가는 것보다 배는 힘든 오르막길을 그녀는 이를 악물고 걸었다.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얼굴, 물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은 가죽 물통… 로나는 희미해져 가는 정신을 억지로 가다듬으며 나아갔다. 정신줄을 놓기 직전 희미한 불빛이 스러져가는 그녀의 몸뚱어리를 비췄고, 로나는 마침내 통로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세상의 반대편에 첫발을 내딛는 그녀의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앞엔 빽빽한 정글이 펼쳐 졌다. 밀림의 공기는 너무나도 습해, 마치 물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태양은 그녀의 고향인 동토를 비추던 것과는 달리 아름다운 주황빛으로 빚나고 있었고, 사방엔 알록달록한 새싹과 꽃들이 만발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로나는 양손에 도끼를 꼬나쥐고 돌계단을 올랐다. 이제는 잊혀 버린 고대의 돌 조각상과 석상을 지나치자 유적의 안뜰에 도착했다. 뜰의 한가운데엔 우물이 있었고, 우물 위 허공에는 거대한 수정이 반짝이며 떠 있었다. “우와아!” 처음 보는 광경에 로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고, 하마터면 주위로 늑대 무리가 접근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뻔했다. 우두머리 수컷의 덩치는 그가 네 발로 섰음에도 로나보다 훨씬 커 보였다. 로나는 전투태세를 갖추고 노려봤지만, 우두머리는 미동도 하지 않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흐음… 늙은 드루이드가 말하던 이가 바로 그대로군.” 로나는 우두머리의 입에서 튀어나온 드루이드라는 말에 도끼 두 자루를 늘어뜨리며 말했다. “할아범을 알아? 그러는 넌 누구지?” "난 포트리스라네." 늑대 우두머리가 대답했다. “네가 그 유명한 사원의 수호자로군.” “그러는 그댄… 광전사 로나인가.” "그래, 내가 로나야." 포트리스의 말에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은 양 로나는 어깨를 활짝 폈다. "광전사여, 나와 함께 가자. 끝내야 할 전투가 우릴 기다리고 있도다."}}} ||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